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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무슨, 미국의 굴복이 본질

검증은 무슨, 미국의 굴복이 본질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5 [01: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5월 14일 8시뉴스에서 보도한 핵시험장 폐쇄관련 국내전문가 견해 

 

북이 오는 23-25일에 북부핵시험장을 완전히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모든 관료들이 고무적인 일이라며 박수를 보낸다는 공식입장을 밝혔고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남과 북의 시간통일에 이어 핵시험장 폐쇄까지 남북정상회담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했던 약속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jtbc뉴스룸에 나와 콘크리트로 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폭파 방식은 가장 완전한 핵시험장 폐기방식이라며 북이 더이상 핵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뚫어 사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투입 '폐쇄'가 아닌 영영 쓰지 못하게 하는 폭파 '폐기'라는 표현을 북이 사용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14일 SBS 8시뉴스 등에서는 북이 이번 폐기에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았다면서 2달정도 걸리는 시료채취와 검증 후에 하는 것이 더 완전한 폐기인데 아쉽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하였다. 이춘근 박사도 시험장에 남아있는 핵물질을 분석하면 어떤 종류의 핵폭탄 시험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8시뉴스와의 대담에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실은 즉시 사찰, 또는 무한 접근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 없이 폐기함으로써 이 증거가 인멸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라고 지적하였다. 

 

전문가들이야 북의 핵능력이 궁금하고 학자적 탐구심 때문에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 시료도 채취하고 연구를 해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좋게 발전하는 북미관계에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인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야 이런 이치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도 전문가를 보내 핵시험장 안을 샅샅이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북이 전문가 초청없이 폭파하겠다고 하니 잘하는 일이라고 박수를 쳐주고 있다. 속이 쓰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말이 검증이지 사실은 미국이 굴복한 것 

북은 리비아처럼 미국에 굴복해서 핵폐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평화체제구축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전세계적인 핵확산을 막고 종국적으로 세계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서 자주적, 주동적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밤잠을 자지 못하는 미국의 지배세력들과 미국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아량의 조치로 한반도비핵화에 나서는 것이지 미국의 제재와 압력에 굴복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엄밀히 따지면 굴복은 미국이 한 것이다. 미국은 북의 비핵화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에 동의했다. 남한의 핵도 다 철거하고 더는 북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이제 더는 핵전략자산이 한반도 근처에 오지 못한다. 그러니 북에 위협이 되는 미군도 더는 한반도에 주둔할 명분이 없어졌다. 

 

궁지에 몰린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검증은 언감생심, 북이 핵시험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다. 미국이 북의 핵시험장 폐기에 적극 지지하고 나서면 남측 언론들은 알아서 판단을 해야 한다. 계속 시비를 걸면 결국 미국에게 대드는 꼴이 된다. 그럴 경우 아베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개기더라도 눈치껏 개겨야 한다. 한국이 자주적인 나라인가. 내용적으로 미국에게 일제시대 찜쪄먹을 식민통치를 받고 있지 않는가. 군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자주적인 나라인가.

 

본지에서는 그간 북이 핵시험한 무기들이 일반적인 핵무기가 아닌 특수핵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이상하게 첫 핵시험에서는 클립톤 등 방사성 물질이 포집되었는데 이후엔 전혀 포집이 되지 않았다. 1차 시험 후 북이 시험시설을 더 튼튼하게 보강해서 새지 않게 했을 수가 있겠는데 핵폭발이 보통 강력한 폭발이 아니다. 그것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술만 해도 무시무시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북처럼 조국 강토를 끔찍하게 아끼는 나라는 없다. 애초부터 방사능 오염이 없는 특수한 핵무기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시험장 폐기 과정에 시료체취를 통해 그것이 증명된다면 미국에게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도 없는 더 무시무시한 핵기술을 북이 가지고 있는 것이 증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약점은 방사능오염으로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와 2차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핵무기는 사실상 보복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이다. 미국이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했다가 지금까지 비인도적인 핵무기를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아마 영원히 그 비난이 미국을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방사능 피해가 전혀 없는 핵무기를 북이 개발했다면 그 핵무기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정말 무서운 무기로 되는 것이다. 그런 검증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북이 세계 최강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게 되고 그 검증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 그것을 번연히 알고 있는 북의 비웃음만 살 것이 자명한데 무엇때문에 검증을 하겠다고 그런 핵시험장에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속이 쓰리지만 북이 폭파시키겠다고 하니 좋다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미국의 처지이다. 

 

♦ 북이 공개한 핵무기는 미국에 그냥 줘도 무방한 구형무기

검증은 강자가 약자에게나 하는 것이다. 어디 감히 원숭이가 막대기로 개미구멍 찔러 핥아먹는 수준의 도구기술을 가지고 인간의 과학기술을 검증한다고 까불겠는가. 적어도 미국은 그정도는 이치는 알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우리 언론들이 좀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 사진은 2017년 9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현장에 걸려있는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w-88 미국의 이중구조 수소폭탄, w-87의 개량형, 북의 수소탄도 모양과 원리가 이와 비슷하다.

 

핵폐기를 하게 될 이런 날을 미리 예견했던지 북이 공개한 핵무기는 모두 미국이 개발했던 핵무기와 똑같은 핵무기이다. 축구공 모양의 분열탄도 미국식 분열탄이고 땅콩, 혹은 장구 모양의 수소탄도 전형적인 미국의 수소탄과 모양까지 똑같다. 분열탄은 이미 미국에서 40년대에, 땅콩모양 수소탄 W-87은 80년대에 개발한 폭탄들이다. 공개는 그런 구식을 했지만 북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방사능 피해가 전혀 없는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 지능화된 핵폭탄을 모두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대로라면 현재 미국이 개발배치한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핵무기들이다. 그런 무기를 북이 검증과정에 공개하겠는가. 정말 있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그것을 가져다가 연구해서 그런 무기를 만들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기술을 미국에게 넘겨주겠는가. 그것을 미국이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내놓으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혹시 존 볼턴이 주장하듯이 미국의 핵무덤 오크리지로 가져다가 폐기하려고 해도 그런 신형 핵무기가 아니라 북이 마음 놓고 넘겨줄 수 있는 축구공 분열탄과 땅콩 수소탄 정도가 될 것이다. 미국은 거기에 만족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못했을 것이며 북미는 전쟁을 피치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국가의 핵 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 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로 B61스마트 핵폭탄을 투하하건 잠수함에서 트라던트 핵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건, 미국 본토에서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건 북은 다 대응하여 일거에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미국의 전문가들은 눈치를 챌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런 힘을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신년사 발표 이후 급격히 북과 대화에 나선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이 북 신년사의 내용을 그저 내놓은 공갈로 판단했다면 바로 공격을 해서 제압했어야 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장관 면담 동안 자주 피어난 함박미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높이 평가하고 사의까지 표했다. 북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본다.     ©자주시보

 

♦ 가장 예측이 힘든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물론 이것도 본지의 추리이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여년 북미관계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언론사로서 내린 결론은 북미대결전에서 미국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그에 맞추어 북미대화를 보면 늘 정확했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연성과 능수능란함 그리고 미국을 포용하는 아량이 너무 넓어 본지의 이번 북미정상회담 장소 예측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그것 외에는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본지는 평양을 찍었었다.

 

본지의 분석기사는 트럼프의 당선, 북미대화 추진 등 큰 흐름은 거의 100% 정확했고 최근에도 폼페오방북의 의미 등을 예측 분석한 기사가 후에 정확한 것으로 확인되었듯 세세한 부분도 거의 다 맞았었다. 물론 앞으로는 세세한 부분은 좀 더 틀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김정은 국무위워장의 수는 예측불허의 고단수이며 아무리 오랜 적이라고 하더라도 미래지향적 견지,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는 품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때릴 때는 정말 무지막지하다. 2016년 첨단 재래식 무기 과시, 2017년 첨단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과시를 보면 그랬다. 미국 지배세력들이 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비명을 질렀는지 군사무기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다시는 그런 악몽의 상황을 겪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을 것이다. 

미국 시민들도 그랬다. 잘못 발령된 북 미사일 발사 경고에 하와이는 그대로 아비규환 지옥으로 돌변했다. 하와이 주민들이 엎프락설프락 방공호로 아이들을 안고 달려가다 넘어지고 울고 불고 그런 야단도 없었다. 미국 앞바다에서 북이 핵폭발 시험이라도 단행하면 미국의 모든 국민들도 그런 악몽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오죽 무서웠으면 폼페오 국무장관을 다급히 두 번이나 평양에 보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전하여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겠는가.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구두로 전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높이 평가하고 사의까지 표했다'고 북 언론에서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올 정도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이 요구한 내용을 전폭적으로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북이 비핵화에 나서면 잘 살게 해주겠네 어쩌네 하는 말들이 모두 이런 미국의 굴복을 가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에 속아 부화뇌동하다가는 미국 지배세력의 의도에 맞서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번 핵시험장 폐기 관련 일부 언론들의 보도가 바로 딱 그런 경우라고 판단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굴복은 제국주의 패권국 미국의 굴복이지 미국 시민의 굴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제국주의 패권질을 그만 둠으로써 미국 국민들은 국방비를 덜 내도 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언론사 기자들도 이제는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 언론인들이 실수하지 않고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잘 풀려가는데 도움이 되려면 이제는 제발 국가보안법으로 북 정보를 차단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며 북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좋기로는 하루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북을 우리 국민 모두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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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요금제 나오면 통신3사 망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가계통신비 인하 추진 때마다 통신3사 대변하는 보수신문들, 스마트폰 중독 많아진다는 궤변도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4일 월요일
 

“기사 나온 걸 스크랩했는데 갑자기 다 사라졌어요.” 2016년 2월 참여연대의 SK텔레콤 관련 설문조사를 게재한 언론사 4곳의 기사가 갑자기 삭제됐다. 삭제된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데스크와 국장이 기사를 내렸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다”면서 “삭제 될 만한 근거 없는 자료가 아니다. 아마 회사의 이해관계가 (기사 삭제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지 관계자는 “기사를 쓸 때 통신사의 문제를 비판하려고는 하는데, 데스크가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요 광고주인 통신사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2014년 기준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3번째로 광고비를 많이 쓴 광고주다. 2014년 류지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통신3사가 2010년부터 2014년 6월(상반기)까지 광고선전비로 투입한 예산만 3조4555억 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1조6777억 원을 지출했고, LG유플러스가 1조847억 원, KT 6931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 14일 중앙일보 기사.
▲ 14일 중앙일보 기사.

 

 

지난 11일 정부가 추진하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방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보편요금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말한다. 저가요금제 가입자들의 핸드폰 요금을 1만원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편요금제를 다루는 적지 않은 언론의 시선은 ‘이용자의 편익’보다 ‘통신사의 손해’에 주목한다. 특히 경제지와 보수신문은 통신사와 정부가 대립할 때마다 통신사 입장을 대변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보수신문은 공통으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실상 정부가 통신비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라고 우려했고, 조선일보는 “전세계에서 정부가 나서서 통신요금을 지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업자들은 정부가 말려도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요금 할인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법원은 통신요금 원가자료 공개 판결을 내리며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고 국민 전체의 삶에 중요하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 14일 한국경제 사설.
▲ 14일 한국경제 사설.


이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토론 과정에서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국내 이통시장은 많은 경쟁활성화 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1997년도 이후 5:3:2 점유율이 유지된다”며 정부 개입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한번 허가 받으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도 독점으로 사업하는 게 한국 통신산업의 특징이다. 독과점인 통신3사의 요금제가 거의 같은 점은 사실상 담합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들 언론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당장 통신사들이 망할 것처럼 주장한다.  전자신문은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의 36%가 날아가는 셈”이라며 “문 닫는 이통사가 나온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통신3사 매출 감소액은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통신사가 망할 정도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정부가 강제하는 건 문제다. 무엇보다 피해는 이용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 내놓는 수치는 ‘과장’된 면이 있다. 한겨레는 12일 사설에서 “통신 3사는 지난해 요금 할인율 확대 때도 볼멘소리를 했으나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7383억원으로 2016년의 3조7225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정부가 ‘요금할인율’ 상향을 추진하자 중앙일보는 증권가를 인용하며 “이통 3사는 한 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계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사설까지 내고 저가 요금제 활성화가 ‘스마트폰 중독’을 부추긴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했다. 한국경제는 “보편요금제 의무화에 따른 일률적인 통신비 인하는 가뜩이나 심각한 ‘통신 과소비’를 부추겨 스마트폰 중독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면서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들 언론이 공통적으로 ‘알뜰폰’ 사업자들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하는데,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언론사들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때마다 약자인 ‘알뜰폰’사업자들을 걱정한다. 통신3사의 요금이 낮아지면 저가 요금제로 경쟁력을 확보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다.

중앙일보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운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도 크다”면서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등 알뜰폰 사업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달라"는세종텔레콤 박효진 상무의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통신 업체들과 알뜰폰 업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묻혀버렸다”면서 “30여개 알뜰폰 업체가 다 망한다”는 알뜰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저렴한 요금이 최대 강점인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작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려 자체는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알뜰폰 업체의 피해가 유독 가계통신비 인하 정국에서만 부각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통신비 인하 기싸움에 뒷전 밀린 알뜰폰” “통신비 인하의 역설…‘시장 약자’ 알뜰폰부터 무너진다” 등의 기사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이 ‘망 도매대가’ 산정 과정에서 통신3사로부터 ‘갑질’을 당한다는 알뜰폰 업계의 하소연은 이들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통신3사를 보호할 때만 ‘알뜰폰’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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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당혹시킨 트럼프의 전화 한통, 그 의미는?

[인터뷰]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2018.05.14 08:21:2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지 열흘 만에 중국으로 향했다. 지난 3월 말 베이징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다롄(大連)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 취임 이후 5년 정도 서먹했던 북중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정상외교는 한 번 상대국에 방문하면 그다음에는 상대국의 정상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 위원장의 두 번 연속 방중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8일 다롄(大連)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온 보도문에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양자 관계는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갖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며 "이는 북중 양측이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유사성을 강조한 셈인데, 최근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계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북중 관계가 대단히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중국을 배제하고 지금의 판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같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유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결국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상황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댄다기보다는 북한이 여러 외교적 전략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선거로 행정부가 바뀌는 국가다. 정부가 바뀌면 대북 정책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북미 관계에는 그러한 가변성이 있어서 북한이 설사 친미 국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안정적인 친미 국가로 계속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외교적 전략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차이나 패싱'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런데 중국은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모두 참여하고 싶어한다.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참여하겠다고 하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종전선언 자체가 고정되거나 제도화된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사실 종전선언 자체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종전선언과 같은 절차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쟁이 끝나면 영토 문제가 남아있지 않는 한 외교 관계 회복으로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종전선언의 함의와 참여자 등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동력을 이어가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서둘러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도 종전선언 자체가 이후 한반도 질서에 대한 심각한 합의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미 3자로 한다고 해도 크게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말에 이어 지난 7~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북한이 현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남주 :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이후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북중 관계는 좋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제와 압박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적인 측면에서도 북한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제가 만났던 중국 학자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마 미국이 통보 정도는 해주지 않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에 대한 불만과 중국의 현재 입장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한 것도 북중 관계를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북한은 핵 카드를 처음 사용할 때, 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경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핵 보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내부적인 어려움과 미국의 압력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까지는 간다는, 즉 ICBM에 핵탄두를 올리는 정도까지 가겠다는 프로세스가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북한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차이를 벌린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도 섣불리 김정은을 불러 정상회담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다만 중국은 북한의 계산법을 바꿔야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행보가 이전과 달라졌다. 물론 이때도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이 잠깐 저러다가 말 것이고, 또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그러다 중국은 지난 3월 8일(현지 시각)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하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특사단 일행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한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공유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을 때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최초로 해외 순방길에 올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 방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 카드를 본격적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김 위원장은 이 만남에서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라면서 "조중(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에 방문했다고 했지만, 북한 쪽에서 가겠다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김 위원장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주도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김 위원장은 또 중국에 방문해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실 원래 정상외교는 한 번 상대국에 방문하면 그다음에는 상대국의 정상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두 번 연속 중국에 방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같은 행보를 보인 이유를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시 주석은 "두 나라 간 전략적 소통이라는 전통적 '법보'(法寶)"를 적극 활용하자고 합의했다. 중대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을 활성화시켰던 것이 과거 중조 관계의 빛나는 전통이라고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고위급들이 언제든지 오고갈 수 있는 소통을 하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8일 다롄(大連)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온 보도문에도 전략적 소통에 대한 언급이 있다. <신화통신>은 양당 고위 관계자들은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양자 관계는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즉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유사성을 강조한 것인데, 최근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계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로 미뤄볼 때 그동안 양측 관계가 대단히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중국을 배제하고 지금의 판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저변에 깔려있는 북중 사이의 불신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중국 역시 지금의 프로세스가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중국은 만약 중간에 일이 잘못되고 북한이 세게 치고 나오면 자기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우려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지난 7~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중 정상회담을 하려면 이제는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한 번 방문할 차례다. 시 주석이 평양으로 갈 수 있을까? 

이남주 : 거의 확실히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미북 간 합의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전반적인 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평양에 갈 가능성이 높다.  

또 군사적인 문제가 풀려서 한반도나 동북아가 안정과 정상적인 발전의 궤도로 갈 경우 경제적인 문제에서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지역협력 측면에서 봐도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두 달 정도 북한이 취해온 외교 행보를 보면 나름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가 혼란스럽지 않고 핵무기가 없는 안정된 상태를 원했다. 현재 이런 방향으로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북한이 미국의 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한반도와 친미적으로 변하는 북한 사이에 딜레마가 있을 것 같은데?  

이남주 : 중국은 세 가지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가지고 있다. 우선 한반도의 안정이다. 중국은 주변 상황을 변경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아직까지는 추격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다. 이는 중국에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이익이다. 그런데 현재 한반도 현실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행위자는 북한이다. 현상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북한은 뜻대로 되지 않자 핵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인 옵션을 고려했고, 이에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 중에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느냐는 딜레마에 놓였다. 그런데 이 문제는 결국 미국과 북한에 의해 해결되려고 하는 과정이긴 하다. 중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건 중국 힘의 한계라고 본다. 

세 번째는 한반도에서 중국에 적대적인 세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의 한 축으로 포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즉 북한이 친미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 북한과 주로 비교되는 것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수교 이후 군사협력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조금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의 한 축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 물론 베트남이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구도는 있지만 베트남이 대놓고 '반중친미' 노선으로 가기는 어렵다. 베트남은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카드를 활용하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 북한은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기댈 곳은 결국 중국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까? 

이남주 : 기댄다기보다는 북한이 여러 외교적 전략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관계를 잘 풀어서 아주 극단적으로 가면 중국보다는 미국과 관계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 스스로가 그러한 길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은 선거로 행정부가 바뀌는 국가다. 정부가 바뀌면 대북 정책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북미 관계에는 그러한 가변성이 있어서 북한이 설사 친미 국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안정적인 친미 국가로 계속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  

종전선언, 중국도 함께?  

프레시안 :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을 배제한 것 아니냐며 '차이나 패싱'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남주 : 그런데 종전선언 자체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전쟁은 종전선언과 같은 절차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이 끝나면 영토 문제가 남아있지 않는 한 외교 관계 회복으로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은 과거 평화협정을 체결을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같이 제기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따라서 2007년 10.4 선언 당시 군사적인 대치 상황을 종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종전선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은 중국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0.4 선언을 추진할 당시 중국이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당사자로 확정지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 이남주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그런데 중국은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모두 참여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참여하겠다고 하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종전선언 자체가 고정되거나 제도화된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종전선언의 함의와 참여자 등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평화협정의 경우는 4자만이 아니라 동북아를 넘어 유럽연합(EU)도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동력을 이어가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서둘러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때는 중국에 양해를 구하면 된다. 중국도 종전선언 자체가 이후 한반도 질서에 대한 심각한 합의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미 3자로 한다고 해도 크게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 수순을 밟게 되면 북한의 경제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북한 경제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게 될까?  

이남주 : 중국은 지원금을 주는 방식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시도할 것 같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带一路)'와 연관시켜서 본다면 교통, 특히 철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중심으로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우대 조건이 있는 차관의 형식을 띄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이 실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차관이 들어가면 중국 기술자들도 같이 건설 현장에 투입된다. 물론 북한이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경우 중국만이 아니라 남한 및 다른 행위자도 고려해 사업방식을 정할 것이다. 

또 중국은 동북3성 차원에서 북한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동북 지방의 경제적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동북3성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활로는 북한밖에 없다. 북중 국경까지 뻗어있는 고속철도가 북한에도 연결된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로서 유대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안정과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 개방되기 시작하면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북한은 중국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공동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중국 입장에서 현재의 한반도 평화 국면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남주 : 나쁘다고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미 양측이 손을 잡는다고 하니까 좀 당황했을 것이다. 북한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카드를 받아 버린 미국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시점은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당초 평양이나 판문점이 아닌,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돼 양측 정상 간 합의 수준이 다소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북미 간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하는지? 

이남주 : 올해 초에 한국 특사가 북한을 들러 미국까지 가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갈 때 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상황이 이 정도로 진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를 당기면서 지금과 같이 속도가 붙기 시작됐다. 이후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단계들을 거치면서 진행돼 왔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판문점에서 진행하면 남북미 3자 구도도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  

평양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 깜짝쇼나 리얼리티쇼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사실 북미 양측은 오랫동안 좋지 않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아무리 관계를 푼다고 해도 디테일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즉 여전히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려운 문제들을 점검해보면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제는 북미 간에 실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더 적절할 수 있다.

또 싱가포르 결정이 북미 간 난항을 거치면서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분위기에서 회담을 하고 나서 발표됐기 때문에 북미 간 합의 수준의 문제와는 크게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 9일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노동신문


프레시안 :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을 받고 세계 경제로 편입하기 위해 비핵화를 결심한 것 같다. 그런데 체제 안전은 비핵화를 통해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경제 문제는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 아닌가? 

이남주 :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프로세스 중 핵 '동결(freeze)' 단계에 진입하면 가장 최근에 나온 유엔 안보리 제재인 2397호는 해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각) 안보리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 제재 결의안에는 민간 부문에 영향을 주는 제재가 많다. 군사적인 부분은 남겨두더라도 민간 경제에 타격을 주는 제재는 걷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9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평양에서 다시 만남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은 매우 밝아 보였다. 이에 동결 단계에서의 제재 해제보다 더 진전된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가 연관돼있기 때문에 이같은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안보 문제는 주한미군의 경우 당분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핵 폐기까지 가는 것을 두고 북한이 상당히 양보한 것이라고 본다면,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 우려를 해소할만한 무엇인가 더 진전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 곧 적대시 정책의 상징인데,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임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제재 해제 등을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북한과 미국이 밸런스를 맞춰나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은 중국식과 베트남식 중에 어떤 개혁 방식을 택하게 될까? 

이남주 : 중국과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권력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똑같다. 하지만 구체적 발전 전략으로 보자면 차이를 발견할 수는 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에서 당과 국가사업의 중점을 계급투쟁에서 경제 건설로 이동한다고 밝히면서 개혁개방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 역시 지난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로선(노선)"이라고 밝히며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이렇게 북한이 중국과 유사한 표현을 쓴 것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베트남보다는 경제 발전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다고 본다. 경제 발전 목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중국은 국제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러 여건이 있었다. 베트남보다 외부 자원을 흡수하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북한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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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들 이미 미국 중산층 생활수준, 통일비용은 헛소리

북 주민들 이미 미국 중산층 생활수준, 통일비용은 헛소리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4 [01: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미국의소리의 통일비용 보도     ©

 

♦ 미국언론의 의도적 통일비용 부풀리기

10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유라이존’이 과거 동서독 통일 비용을 토대로 북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 10년 동안 적어도 2조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구와 경제 규모, 환율 등을 비교한 건데 독일 통일 비용이 현 시세로 1조 2천 달러가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 구축 비는 이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인데 유라이존은 이 같은 차이는 한국에 대한 북의 인구 비율이 서독과 동독보다 훨씬 크고, 북의 경제 상황이 당시 동독과 비교 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대가로 국제사회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유라이존이 추정한 2조달러는 향후 10년동안 한국의 GDP 대비 18.3%, 미국의 1.7%이며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각각 1.6%, 7.3%에 해당하는 액수이며 이 같은 한반도 평화 구축 비용을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4개국이 함께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유라이존은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공동 부담’이 이행될 경우 미국의 물가와 금리 인상을 촉발시키고 달러 강세와 국제 통화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건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는 억지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소리에서 이런 보도를 하기 전에도 한국의 제도권언론들은 통일비용이요 뭐요 떠들었는데 이제부터 이런 미국의소리 보도를 근거로 악머구리처럼 더 떠들것이 우려된다. 

 

▲ 2017년 선을 보인 북의 여명거리, 여명거리 입주자들은 원래 살던 주민들, 김일성종합대학 교원들, 여명거리를 건설한 노동자중 일부가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자주시보
▲ 평양의 미래과학자 거리     ©자주시보
▲ 북의 구성공작기게공장 편의봉사시설인(우리의 구청이나 도청 혹은 기업체의 문화센터) 강성원의 내부, 이런 시설에는 수영장, 목욕탕, 이용과 미용실, 피부관리실, 운동실은 물론 전자도서관을 갖추고 있어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원격강의도 들을 수 있다. 물론 대형 공연장과 영화관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모란봉 악단의 순회공연도 진행된 바 있다. 이런 시설은 북 주민들은 거의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북 주민들 생활은 이미 미국 중산층 수준

민족통신은 노길남 대표는 북의 주민들이 받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복지혜택만 해도 이미 미국의 중산층 생활과 맞먹는다는 조사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일반교과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 아이들의 재능을 마음껏 꽃피울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으며, 자녀들 방 하나씩 차례지는 그런 집에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월 천만원 이상 수입의 중산층에 속하는데 북은 모든 주민들이 그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북은 학교교육만 무료가 아니라 예체능 과외교육도 각 군만다 있는 이런 과외교육기지에서 전액 무료로 해주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예체능을 기본적으로 배우고 과외도 특기를 더 개발하기 위한 과외교육기지이다.

 

북 제도의 혜택을 무시하고 한국과 서구 진영에서 자의적으로 계산해낸 북의 경제 수치를 바탕으로 북의 경제가 남의 1/100도 안 되니 어쩌니 하고 있는데 참 뻔뻔하기 짝이 없다. 사회주의제도와 자본주의제도를 어떻게 직접 비교할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지식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북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미국에서 그 철저한 강아지국인 영국의 한 기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점을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독일식 통일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북을 자본주의식으로 흡수통일하려고 하는 순간 세계대전은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서독경제보다 훨씬 규모가 적기 때문에 북을 흡수하려고 해도 할 능력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은 체제를 건드리는 세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든 용서치 않겠다는 입장을 숱하게 밝혀왔다. 그래서 한반도 비핵화의 제1의 전제조건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체제와 안전보장이다.

 

폼페이오 국무장이 평양을 두 번이나 찾아가 사실상 애걸복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체제보장 의지를 전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허락한 것이며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협상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 수도에 이렇게 득달같이 연이어 날아가는 경우는 없었다.  중미수교 때도 이와는 양상이 달랐다. 중미수교는 소련포위붕괴를 위해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접근한 것이지만 북에는 순전히 한반도 비핵화 때문에 미국이 애걸복걸 찾아간 것이기에 차원이 다르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전략에 말려든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물론 시진핑 주석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시 사회주의 건설을 천명하기는 했다.) 북은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작은 훼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자본주의진영과의 교류도 모두 특구를 중심으로만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미국과 한국이 돈을 싸들고 가서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북은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철저히 북이 조절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합작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물론 북도 투자한 외국 기업의 이익을 보장할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에서 짧은 기간 떼돈을 번 남측 기업들만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신 북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남측 공안요원이 북체제를 비판하는 선전을 하거나 남측 요원으로 흡수하려고 작업하다가 북 공안기관에 적발 체포되어 홍역을 치른 바 있듯이 경제교류를 통해 체제전복 기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북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남측 기업들과 서방은 마치 북 여기저기에 마구 투자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등 김치국부터 마시고 있는데 매운 김칫국에 사레걸려 고생이나 하게 될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북에 대해 정확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북은 동독이 아니다.

동독의 사회주의는 관료주의, 구 소련의 위기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기에 서독에 흡수될 수밖에 없었는데 북은 '우리식 사회주의' 즉, 주체의 사회주의를 최전성기를 지금 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 북의 영화에서 '100%주체철'이 처음 생산되는 장면 [자료사진= 인터넷 캡쳐, 중국시민]     

 

물론 예전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사회주의 교역시장을 잃어버렸고 연이은 자연재해로 북의 경제도 심각한 위기가 없지 않았다. 바로 90년대의 고난의 행군이다. 

하지만 북은 자력갱생의 의지로 이를 이겨내었고 오히려 자립경제의 토대을 더욱 튼튼하게 구축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중국의 코크스탄을 수입하지 못하더라도 북에 많은 무연탄을 이용하여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주체철 공법을 완성시켰고 석유에서 뽑던 비료를 석탄을 가스화하여 뽑아내는 공장도 세웠다. 특히 이런 공장에 정보통신기술과 무인로봇기술, 유연생산체계까지 적용함으로써 그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무인화된 공장까지 척척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막강한 자립자강 기술력을 갖추었기에 세계 몇몇 나라밖에 만들지 못하는 우주로켓을 쏘는 족족 성공시키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까지 단번에 성공시켰으며 세계 최첨단 무기라고 알려진 무기들을 모조리 100% 자체의 기술로 다 생산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립자강력이 이제는 북 주민들의 생활개선에도 본격 투입되면서 살림집과 문화시설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상교육은 더욱 확대되어 12년 전민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학을 가게 될 경우 대학생들은 학비 전액무료는 물론 용돈을 쓸 수 있는 장학금까지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으며 공장의 노동자들도 공장대학에서 원격강의를 통해 마음껏 신기술을 익힐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런 사회주의 나라의 1인당 소득을 자본주의 1인당 소득과 바로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 지식인들이 양심이 있어야 한다. 숫자놀음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며 북을 폄하하고 미국과 한국 등 서방을 부자나라로 자랑한다고 해서 뭐가 좋을 것이 있는가.

 

물론 전체적으로 한국의 경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들 정도이다. 하지만 빈부격의 격차가 극심하고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 저임금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다수이다. 이 실직과 저임금, 값비싼 주거비에 교육비를 부담하지 못해 엄마가 몸을 파는 일도 있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이제 이혼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돌씽이 대세니 돌씽의 행복이니 하는 말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가정이 해체되어 부모의 다심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온갖 정신병에 시달리고 거리의 부랑아들이 되어 어린 여중생, 여고생들이 인터넷 채팅으로 늙은 어른들에게 몸을 팔고 있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래도 평균수치상 북보다 더 잘사는 것이니 참고 살라는 것인가!

 

미투운동이 폭발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유력자들의 갑질은 또 왜 사회적 문제가 되어 연일 언론을 오르내리는가. 그런 노예취급을 당하면서도 애들을 키우고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고 감내해야할 정도로 살기 힘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 학비 벌기 위해 매춘까지 하는 한국 엄마들에 대한 보도     ©

 

♦ 사실 한국의 미래가 걱정

남측이 행복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의 재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반드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이미 영국 등에서 일차원적 복지정책이 영국병에 걸리게 하여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대처리즘이 나왔고 현재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실업수당에만 의존한 채 노동의욕을 상실하고 정신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자살자, 마약과 성범죄자 수치가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북은 100% 고용 실현에 부의 평등이 거의 완전히 이루어진 나라이다. 물론 독립채산제의 확대와 무역 등의 활성화로 신흥 돈주들이 생겨나오고 있다고들 하던데 사실관계를 떠나 설령 그런 돈주들이 생겨난다고 해도 그들이 고용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기업체를 자유롭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북은 이런 평등을 실현하면서도 북유럽의 후유증이 없는 나라이다. 북의 제도를 알지도 못하면서 폄하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 진영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북의 사회주의를 남측이나 서방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의식이 사회주의를 뒷받침할 수 없을 때, 사회주의 중국경제나 소련처럼 망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모든 적용은 현실에 맞아야 하며 창조적이어야 한다.

 

물론 북도 남측의 여러가지 면에서 참고하고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북은 이미 그런 자세가 있는 나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 직전 연이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왜 중국에 가서 평범한 농촌주택 안방까지, 도시의 중산층 아파트 안에까지 들어가 보았겠는가. 평민들이 좋아하는 방 구조까지도 배우고 참고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유치한 체제경쟁, 누가 더 잘 사니 하는 수치경쟁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 대범하고 대담하게 남과 북이, 북과 서방이 서로 배우고 교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공지능프로그램과 로봇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생산성향상 극단적 단계인 4차산업혁명시대에 도대체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10년, 20년 안에 답을 찾지 못한다면 자본주의는 끔찍한 혼란에 빠질 우려가 높다. 지금도 일자리 걱정 때문에 청년들, 이제는 아이들까지도 심각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 지멘스 독일 공장, 테슬라 자동차 공장을 보니 정말 숨이 막혔다. 노동자가 마지막 마무리 작업 외에는 필요가 없었다. 이게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 쿠가 로봇이 테슬라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필자가 보았을 때 이런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실업문제 없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는 북유럽과 북이며 부작용까지 없는 나라는 북뿐이라고 본다. 생산성이 향상되는 만큼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남는 시간을 여가와 자기개발에 투자할 수 있어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전 국민이 계속 따라잡아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재교육 체계를 구축한 나라가 북유럽과 북인데 가장 완벽한 체계를 북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논하기로 하자. 

 

♦분단비용을 제거없이 남측 경제 활로 있나?

다른 것은 정확하게 분석하면서도 유난히 북을 무슨 꿂어죽어가는 나라, 세습독재의 나라로 알고 있는 인기 인터넷 인문학 강사 최진기 씨도 요즘에 와서는 통일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분단비용은 더 많이 든다며 통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통일비용은 북을 전혀 모르는 헛소리이고 이 분단비용 주장만은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한국의 국방비가 40조나 들어간다. 60여만명의 청년들이 일을 해서 벌 돈까지 생각하면, 나아가 그 돈이 내수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 분단비용은 사실 계산조차 어렵다.

 

특히 북미 사이에 미사일이 날아 오르고 핵시험이 터지면 한반도리스크가 커져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어 이 한반도리스크가 사라지면 우리 주가가 5000선까지 직행할 수 있다는 증권전문가들의 주장도 많다.

 

어디 그것뿐인가.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되어 핸드폰과 같은 전자제품이 유럽으로 수출이 되면 가격경쟁력이 대폭 높아지게 된다. 핸드폰은 현재 다 비행기로 수출한다. 배로 가면 너무 늦어 기술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차라면 시간도 적당히 걸리고 비용도 비행기보다 훨씬 싸진다. 배로 보낼 때보다도 싸다고 한다. 배는 항구에서 다시 기차나 자동차로 옮겨 목적지로 가야하는데 기차는 바로 목적지 역으로 보내면 되지 때문이다.

 

▲ 오마이스쿨에서 통일이 되면 연간 66조의 남측 경제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는 최진시 씨의 계산 

 

최진기 씨의 분석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에 의해 공장이 무인화되면 인건비는 이제 생산비에서 큰 비중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저렴한 임금을 찾아 떠나간 공장들이 국내로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물류비용이 관건이 된다. 한국은 하늘길과 뱃길은 열려있지만 땅길은 철조망에 막혀있다. 어느 나라나 물류의 기본은 철도도 어느정도 대량운송이 가능하고 속도도 빠르며 소비지 곳곳으로 바로 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북과 철도를 연결하지 않고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결만 되면 전자제품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에 비해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 북은 이미 바다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다. 북중, 북러관계만 풀리면 나진선봉, 신의주 등에 세계적인 경제교류협력단지를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얼마든지 진출할 수가 있는 나라인데 한국은 북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측은 쌀이 남아도는데 북은 쌀이 부족하다. 북은 사과 등 북방과일이 잘 된다. 대신 귤이나 배는 귀하다. 이를 교류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북은 숙련공뿐만 뛰어난 교육을 잘 받은 컴퓨터 기술인재들이 많으며 자원도 풍부하다. 10.4선언에서도 강조한 바 있는 이 유무상통(한 쪽은 많은 데 다른 쪽이 없는 물품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교류하게 되면 남측 기업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교류협력을 무슨 시혜적 관점에서, 혹은 북에 자본주의를 유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려고 하면 시작도 못하고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북은 체제에 대한 사소한 위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을 모른 상태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는 분석과 연구를 아무리 많이 한들 쓸 데 없는 시간낭비요, 국민 혼란만 조성할 뿐이다.

 

♦ 남북교류를 위해 북 연구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보장해야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평화체제는 우리가 바라건 말건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보안법을 없애 북에 대한 연구를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중국의 기업가들이 북의 평양공항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북러교류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도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본지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너무 실망한 북 간부들은 그렇지 않아도 남측과의 교류를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빨리 이명박근혜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의 위구를 가셔내기 위해서라도 북에 대한 연구만은 자유롭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단한 북 인터넷 사이트부터 열 필요가 있다. 열어도 남한이 사회주의로 되지 않는다. 걱정 붙들어매도 된다. 사회주의란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제도가 아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높은 단계의 제도로서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자본주의까지는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자연사적으로 생산력이 발전하면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사회주의부터서는 저절로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북 외에는 일부 부분적으로 성공했거나 거의 다 실패를 면치 못했다. 그만큼 만들어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제도이다. 그러니 북의 사이트 좀 열었다고 남측에 무슨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고 오도방정 떨 필요가 없다.

일부 북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무슨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 이것은 과학이다. 사회주의는 양심이 사회주의를 지킬 수 있게 바뀌지 않는 한 만들 수도 없고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북을 알아야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이 성공적인 남북경협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은 머리 회전력이 아니라 가치있는 정보의 양이 좌우한다. 창의적 뇌과학 연구자 박문호 박사는 그래서 뇌를 연구하면 할수록 오히려 주입식 교육이 창의적 인재 육성의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일갈한 바 있다. 가치있는 정보와 지식이 머리 속에 쌓여야 그것이 융합되어 문제해결방법도 찾게 되는 것이다. 알파고가 알고리즘만으로 만든 바둑프로그램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한 프로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그간 대국 정보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남북 교류협력의 시대 북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남북관계 해법은 물론, 남북경협의 해법도 찾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 차단만이 아니라 북에 대한 왜곡된 정보 유포에 모든 언론들이 피눈이 되어 돌아치고 있고 최진기 씨와 같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는 전문가들도 북에 대해서는 그런 왜곡된 정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만리마 속도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어가고 있는데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북을 방문하고 온 미주동포들을 한명 한명을 불러다가 북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어디에 무엇을 투자하면 좋을지 물어 그 대답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중국도 북중관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기본적인 교류협력은 절대로 끊지 않고 유지해왔다. 인도도 공산당을 중심으로 북과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으며 정보를 수집해오고 있다. 물론 남측 공안기관도 어떤 나라 못지 않게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북 언론에 영향을 받는 제도권 언론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북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많이 퍼트렸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남북 경협과 한국 경제 활로개척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전문가의 지혜는 결코 전 국민의 지혜를 당할 수 없다. 전국민의 지혜를 발동시키기 위해서 우선 바른 대북 정보부터 접하게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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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참정권’ 막겠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야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보궐 선거를 방해한다면 중대한 범죄
 
임병도 | 2018-05-14 09:12: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 시한입니다. 만약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사직서 처리가 무산되면 해당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에나 치러집니다. 무려 1년 가까이 국회의원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국회의 ‘의원 사직서’ 처리를 놓고 궁금한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Q: 오늘(14일) 꼭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나요?

A: 현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30일 전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합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김경수(경남 김해을)·박남춘(인천 남동갑)·양승조(충남 천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철우(경북 김천)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직서는 마감 시한인 14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합니다.

만약 처리되지 못한다면, 재보궐 선거는 치를 수 없게 됩니다.

Q: 만약 오늘(14일) 국회에서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으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나요?

A: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지방선거 출마는 가능합니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인 24~25일에 정식으로 등록한다면 국회에서 궐원 통보가 없더라도 통보를 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0조(보궐선거)
⑥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이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의 규정에 의하여 그 직을 그만두었으나 후보자등록신청시까지 제4항 또는 제5항의 규정에 의한 궐원통보가 없는 경우에는 후보자로 등록된 때에 그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본다.

Q: 지방선거 출마는 가능한데, 왜 재보궐 선거는 치를 수 없나요?

A: 재보궐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사직서를 처리하고 선관위에 ‘궐원 통지서를’ 정식으로 보내야 합니다. 의원의 자동 사퇴는 가능하지만, 재보궐 선거는 법에 따라 정식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Q: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면 되지 않나요?

A: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명 사직서 처리는 직권상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은 반드시 그것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4일 오후 2시에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은 할 수 없지만, 이미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화되면 처리될 수 있습니다.

Q: 국회 본회의를 누가 반대하나요?

A: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사직서 처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정 의장의 14일 국회 본회의 예고에 대해 ‘더 극단적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정 의장의 ‘원포인트 본회의’에 대해 “그렇게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의원 사직서 처리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표결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안건을 처리하려면 재적 의원 293명 가운데 과반인 147명을 넘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민주당(121석),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 평화당 성향 바른미래당 비례대표(3석), 민중당(1석), 무소속(3명:정세균 국회의장, 손금주·이용호 의원)을 합치면 148석으로 통과는 가능합니다.

Q: 국회의 ‘의원 사직서’ 처리가 왜 중요한가요?

A: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석이 된다면 유권자인 국민은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을 권리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대리해 국회의원이 예산이나 법률을 국회에서 다루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특검 등의 정치적 요구에 대한 힘겨루기나 정치적 거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참정권을 담보로 할 수는 없습니다.

야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보궐 선거를 방해한다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봐야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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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은 교사, 저만 그런가요

[5월이 두려운 사람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달라진 교실 속 '스승의 날 ' 풍경18.05.13 20:02l최종 업데이트 18.05.13 20:02l글: 박현진(guswls0830)편집: 홍현진(hong698)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유난히 행사가 많은 달입니다. 덩달아 신경 쓸 일, 돈 쓸 일이 몰려 있어 '5월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5월이 두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스승'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념일을 '스승'이 원치 않으니 없애 달라는 것이다. 서글픈 일이다. 

5월 8일 '어버이날'과 더불어 5월 15일 '스승의 날'은 나를 돌봐주고 가르쳐주는 어른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져 왔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을 거쳐 성인이 된 제자들이 학창 시절의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현재의 학생들도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위해 편지를 쓰고,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면서 감사함을 표현한다.

이런 뜻깊고 따뜻해야 할 '스승의 날'이 왜 주인공인 '스승'들에게 부담스럽고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날이 되기 시작한 것일까? 2011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기자가 직접 겪은 스승의 날 교실 풍경을 되돌아보고, 참다운 '스승의 날'이 되기 위해 생각해보아야 할 점에 대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특별한 날이었던 스승의 날

 

 처음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는 매달 축제를 하면서 행복했다.
▲  처음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는 매달 축제를 하면서 행복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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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이후 2016년까지, '스승의 날' 교실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신규교사로 처음 부임하게 된 학교는 도심 속 아파트 단지에 있는 큰 학교였고, 아이들은 30명 내외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의 특성 상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반 아이들과 담임교사인 나는 거의 가족과 같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

처음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는 매달 축제를 하면서 행복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아이들을 위한 날'로 정하고, 그 달에 생일을 맞이한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 

생일 선물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미리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이나 수업을 물어보고(물론 대부분 체육활동이거나 장기자랑이었다), 그 활동을 2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을 위해 가장 큰 케이크를 사서 반 전체와 함께 먹고 생일인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선물(문구류)을 하나씩 사주었다. 크게 특별하지 않고, 소박한 행사였지만 아이들은 한달 중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생일을 맞은 몇몇 아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교사로서 참 보람되고 행복했다. 

다음 해에는 좀 더 특별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께 허락을 미리 맡아 주말에 반 아이들 4~5명을 1조로 하여 학교 주변의 공원이나 시내에 함께 가서 '선생님과의 일일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 코스는 아이들이 직접 짜게 했으며 점심은 선생님이 사주되 다른 돈은 각자 용돈을 가지고 와서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게 했다. 또, 스티커 사진을 찍거나 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화를 해주어 추억을 함께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활동으로 아이들은 선생님과 반 친구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과 반갑게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한 날'로 특별한 선물을 해주었듯이, 제자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항상 나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을 위한 장기 자랑을 준비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반장이 선생님 몰래 아이들과 '007작전'을 펼쳐 스승의 날 당일 아침 7시에 나와 칠판에 풍선을 달고 큰 전지에 롤링페이퍼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본인들의 용돈을 모아 카네이션과 케이크를 사오기도 했다. 

몇 년 전 스승의 날에는 내가 학교에서 신는 슬리퍼가 뜯어진 것을 본 제자들이 직접 신발 가게에 가서 새 슬리퍼를 선물로 사왔다. 아이들이 내 신장을 본인들 생각보다 크게 봤는지 내 사이즈보다 큰 것을 사왔지만,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 열심히 신고 다녔던 따뜻한 추억도 있다. 

'김영란법' 시행... 달라진 풍경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2017년 5월 14일 오후 서울 반포 꽃시장에 카네이션이 소량만 진열돼 있다. 한 상인은 "김영란법 등으로 카네이션 판매가 줄어 스승의날임에도 불구하고 꽃을 많이 가져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2017년 5월 14일 오후 서울 반포 꽃시장에 카네이션이 소량만 진열돼 있다. 한 상인은 "김영란법 등으로 카네이션 판매가 줄어 스승의날임에도 불구하고 꽃을 많이 가져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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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 풍경은 달라졌다. 스승의 날 며칠 전 '스승의 날, 담임교사에게 카네이션 포함 일체 선물 금지'라는 가정통신문이 나가고, 스승의 날 전날에는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에 어떤 선물도 가져 오지 말라고 알림장에 써주세요'라는 메시지가 교무실에서 전파된다. '스승'인 내가 자신을 위한 날에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알림장에 쓸 때는 참 기분이 묘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문의에 대한 답변을 보면 더 씁쓸하다. 생화 카네이션은 공식석상에서 학생 대표만 줄 수 있으며, 음료의 경우는 어떤 학생이라도 선물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청탁품(?)을 받으면 공정하지 못한 평가와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과연 카네이션과 음료를 받고 그런 생각을 할 교사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학부모에게 촌지를 받고 그 학생의 편의를 봐주거나 차별대우를 하는 사례들로 인한 제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카네이션과 음료조차도 안 된다고 하는 건 좀 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의 날 시즌이 되면 김영란 법과 교사를 주제로 한 기사가 자주 보인다. 기사에 달린 교사 비하 댓글들을 보면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해에는 웃지 못할 씁쓸한 기억도 있다. 그 해도 어김없이 아이들과 주말을 활용해 선생님과의 일일 데이트를 하고 생일 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이 문제였다. 아이들에게 미리 '선생님한테 선물은 안 돼!'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일을 챙겨주고, 자신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선생님에게 조금이나마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나 보다. 카네이션을 가져온 아이들, 캔 커피를 사온 아이들, 초콜릿을 사온 아이들 등 참 다양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제자 할머니의 '스승의 날' 선물이었다. 

"선생님, 할머니가 시장가서 선생님 드시라고 전통 과자 사오셨어요."

선물을 가지고 온 아이는 부모님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와 함께 있지 못해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그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함께 목욕탕도 가고 신발도 사줄 만큼 뜻깊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가져온 선물을 다 돌려보낸 터라 그 과자를 받을 수가 없었다. 

"준우(가명)야, 이거 집에 가서 할머니랑 같이 맛있게 먹어. 할머니한테 선생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잘 말씀드려"

실망하며 그 과자를 가져가는 그 아이의 표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할머니한테 김영란법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참 난감했다. 어떤 친구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저희 생일 케이크도 사주시고 놀러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시는데 저희는 왜 못해요?"
"선생님이 미안해. 대신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 편지로 써 주렴."

자신의 선물을 받지 않고 돌려보내는 선생님한테 실망한 아이의 질문에 할 말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았다. 김영란법 시행된 이후 스승의 날뿐 아니라 교사의 생일, 종업식, 졸업식, 수학여행, 수련회 등 들뜨고 설렘이 가득해야 하는 날이 '혹시 아이들이 선물 가져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부담스러운 날로 자리 잡아 버렸다. 

따뜻하고 의미 있는 '스승의 날' 되려면

스승의 날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심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전히 스승의 날을 통해 제자들이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는 따뜻한 모습이 많이 있고, 연락이 뜸했던 은사님께 자연스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스승의 날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스승의 날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 속 교사와 학생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스승의 날이 교사와 학생에게 부담이 되고 꺼려지는 날이 아니라 주인공인 교사와 주인공에게 감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제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선생님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임을 잘 이해시키고 사전에 교사와 학생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장기자랑, 야외 체육활동, 선생님을 주제로 한 영화시청 등)을 계획해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김영란법의 과도한 적용에 대해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날이 될 수 있도록 교육주체들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지금보다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스승의 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태그:#스승의 날#김영란법#교사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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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한 이런 예술복지 어때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13 12:53
  • 수정일
    2018/05/13 12: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4월27~28일 이틀 동안 <시사IN>이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을 함께했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을 만들어 ‘여행을 통한 예술 복지’를 구현하자는 취지였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8년 05월 11일 금요일 제556호
 

 

장면 하나. 볕 좋은 어느 봄날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에서 가야금 연주자 하소라씨가 창작곡 ‘춘설’을 연주하자 청년 예술가들이 귀를 기울인다.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도 난데없는 국악 버스킹 공연에 하나둘 모여든다. 시민들의 호응에 하씨는 앙코르 곡으로 ‘꽃빛’을 연주한다. 연주가 끝나자 동양화가 신은미씨가 전지 두 장을 이어 붙인 큰 도화지를 완월정에 걸고 해금 반주에 맞춰 사군자를 그려나간다. 중심에는 매화를 그린다. 완월정이 선사한 감흥이 신씨에게 춘향전을 떠올리게 했다. 춘향의 지조가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와 닮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은한 해금 가락과 신씨의 유려한 붓질이 시민들의 시선을 붙든다.

장면 둘. 지리산 둘레길 중군마을과 장항마을 사이에 있는 수송대 계곡에서 시각예술을 하는 이우광 작가가 물소리·새소리를 들으며 ‘유배’ ‘비움’ ‘멍 때리기’를 실천한다. 대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떠올리며 ‘평양 레지던시’ ‘두만강 비엔날레’ ‘백두, 금강 예술가 기행’을 꿈꾼다. 해금 연주자 김신영씨는 무지개다리에 걸터앉아 수송대 계곡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김씨는 흐르는 물에 박자를 맞춘 곡을 즉석에서 작곡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녹음한다.
 
ⓒ시사IN 고재열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 참가자들이 윤용병 인드라망공동체 한생명 운영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의 설명을 듣고 천왕봉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장면 셋. 청년 예술가들을 이끌던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가 선화사 능선의 고갯마루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지리산 반달곰들의 동물 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지리산에 방생한 반달곰 한 마리가 경북 김천시의 수도산까지 갔다가 잡혀왔는데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 물었다. 상위 포식자인 육식동물은 행동반경이 넓어서 지리산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들의 서식지를 지리산으로 묶는 것이 온당하냐는 질문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조지은씨가 이상윤 이사의 화두에 호응하며 둘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조씨는 이 문답으로 새로운 사유의 틀을 얻었다. 반달곰이 사는 곳에 인간이 와서 오히려 그들이 놀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장면 넷. 지리산이 에둘러 싸고 있어 마치 지리산의 품에 안긴 듯한 느낌을 주는 지리산 길섶마당에서 뮤지컬 배우 황예영씨가 <마리아 마리아>의 주제가 ‘당신이었군요’를 나긋이 읊조린다. 노래 몇 곡을 들려주며 자신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났던 황씨에게 이날 지리산 무대는 비공식 복귀 무대인 셈이다. 밖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배건웅 셰프와 송보라 셰프는 그들이 칼과 그릇으로 하는 예술, 요리를 한다. 배 셰프는 “모든 예술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요리 또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예술이다”라며 요리가 왜 예술인지 설명한다.

4월27~28일 이틀 동안 <시사IN>이 진행한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이하 감성여행)에서 펼쳐진 장면들이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을 만들어 ‘여행을 통한 예술 복지’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시사IN>은 지리산 둘레길 10주년에 맞춰 감성여행을 기획했다.

청년은 시간이 없고, 예술가들은 돈이 없다고 하는데, 여행은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 청년 예술가를 위한 여행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이전에 청년들과 함께한 여행이 좋은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2015년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과 함께 진행한 ‘청년 섬 캠프(연홍도·애도·사양도·장도·만대도· 연지도)’, 2016년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과 함께 기획한 ‘섬 청년 탐사대(관매도· 문갑도)’, 2017년 이한호 여행주간 디렉터와 함께 만든 ‘원산도 청년 탐험대’, 2018년 김민수(아볼타) 고섬 대표와 함께 다녀온 ‘연홍도 예술섬 원정대’에서 청년들이 여행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느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여행’

섬 여행은 청년들에게 즐거운 ‘유배’를 선물했다. 잠시나마 취업과 생계 걱정을 덜어주었다. 섬에 데려가면 그들은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뇐다. “정말 편안하다. 여기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육지의 섬인 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감성여행을 기획했다.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인 만큼 ‘예술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리산 프로젝트 기획자 중 한 명인 최윤정 큐레이터를 ‘아트디렉터’로 섭외했다. 그녀는 2014년 ‘지리산 프로젝트: 우주예술집’과 2015년 ‘지리산 프로젝트: 우주산책’에 참여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한센인 요양 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의 역사관 조성하는 일을 맡았다. 

최윤정 아트디렉터에게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 지리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은 계곡, 그들이 바람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한 나무그늘, 그리고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던 언덕에 데려다주면 된다고 부탁했다. 청년 예술가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으니 뭔가를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참여한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이번 여행이 끝난 뒤 별다른 ‘활동’을 요청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후기를 올려달라’거나 ‘SNS에 해시태그를 걸어달라’ 따위의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감성여행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면 그들의 작품 속에 저절로 스며들어갈 것인데, 굳이 뭘 따로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지리산이 주는 영감은 오직 그들의 작품 속에 표현될 것이다.

청년 예술가들이 내려온다고 하니, 고맙게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반갑게 맞았다.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지기학 예술감독은 광한루에서 ‘긴 사랑가’를, 해설까지 곁들여 들려주며 일행을 맞았다. 이상윤 이사는 지리산 둘레길 중군마을-장항마을 구간을 함께 걸으며 둘레길의 생명 평화 정신을 들려주었다. 숙소인 ‘지리산 길섶’의 주인인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씨는 술과 음식으로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었다. 이튿날은 윤용병 인드라망공동체 한생명 운영위원장과 이한호 양림쌀롱 여행자라운지 대표가 실상사와 광주 양림동의 안내를 맡아주었다.
 
흔히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지역은 그들의 눈을 빌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들의 감성적인 눈이 지역을 재발견해내고, 사람의 마음을 붙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블로거 초청 행사도 열고 여행 작가와 기자들도 부르는데, 이런 청년 예술가들도 초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에게 좋은 ‘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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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태극기집회, ‘모르는 척’이 상책?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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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도, 남에서도 기자였던 그녀가 말하는 ‘오늘’

[인터뷰]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5년 퇴사 후 최근 재입사…“한반도 대전환기, 다시 기사 쓸 수 있어 행복하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2일 토요일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남에서 기자생활을 경험한 전 세계 유일한 인물. 그녀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왔다. 3년만이다. 경영진의 보도탄압으로 2015년 10월 회사를 떠났던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가 연합뉴스 경영진 교체 이후 최근 재입사했다.

최 기자는 지난 2009년 1월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와 함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가 3남 김정은’이라고 특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 당국보다 먼저 해당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최 기자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 기자는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다면 떠나겠다며 사표를 내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말렸고, 경영진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탄압을 시작했지만 당시 경영진은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최 기자는 회상했다.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언론탄압이 가속화하는 중에도 보도자율성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지난 2015년 봄 박노황 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노황 경영진은 첫 인사에서 동료 전문기자인 장 기자를 산업 전문 월간지를 만드는 동북아센터로 발령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서 장 기자의 기사가 사라졌다. 혼자 남은 최 기자는 수차례 감사를 받거나 경위서 제출요구를 받았다. 그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같은해 10월30일자로 사직했다.  

정권이 바뀌고 지난 3월 연합뉴스 새 경영진이 들어섰다. 새 경영진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 기자에게 재입사를 요청했고 그는 지난달 임시로 복귀해 정상회담을 취재했다. 지난 1일 최 기자는 북한을 취재하는 통일외교부 기자로 정식발령을 받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 연합뉴스에서 최 기자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논의되고 평화로 가는 대전환 시기에 기사를 쓸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다시 펜을 든 소감을 밝혔다.  

MB 정권, 전방위 압박  

“(김정은 후계자 특종은) 당시 청와대·국정원에서 모두 아니라고 했어요. 기사 나갈 때부터 태클이 들어왔고요. 장용훈 기자가 일본을 통해서도 확인했는데… 한국 정부만 몰랐던 거죠.” 정부에서 ‘김정은 후계자 특종’을 전면 부인해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한국기자상은 한해 뒤인 2010년에야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관훈언론상·한국신문상·삼성언론상 등을 휩쓸었다. 

 

▲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0년 1월 관훈언론상을 받는 모습. 사진=최선영 제공
▲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0년 1월 관훈언론상을 받는 모습. 사진=최선영 제공
 

 

밖에선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사내에선 오히려 2010년 5월 비취재부서인 데이터베이스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최 기자의 북한발 기사를 불편해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는 게 언론계에 알려졌다. 같은해 7월 최 기자의 남편이 몸담고 있는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 책임자가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기자 부부가 여행을 위해 보고하자 책임자는 남편에게 ‘최 기자가 국정원 내사를 받고 있어 출국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최 기자는 “당시 일은 사실”이라며 “나와 남편에게 전방위로 압박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신동아 등 당시 보도를 보면 이명박 정권 들어 국정원이 무능하다는 이유로 청와대와 국회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가 국정원이 아닌 언론보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 기자는 국정원 사찰 사실을 알았을 때 “멘붕”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자들 눈치를 보던 경영진이 있었다.

탄압하는 정권보다 부역하는 경영진이 더 문제 

연합뉴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박정찬(2009~2013)·송현승(2013~2015) 사장이 거쳐 갔다. 최 기자는 해당 경영진을 ‘엄혹한 시절에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려던 경영진’으로 기억했다. 2015년 3월 취임한 박노황 사장이 기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기 때문이다. 박 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현충원을 방문하고 사옥 앞 태극기에 국기게양식을 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최 기자는 “정권도 문제지만 경영진에 따라 언론의 본분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박노황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양심 같은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 2015년 3월30일 오전 박노황 당시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2015년 3월30일 오전 박노황 당시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때 사내에 경위서 안 쓴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지방발령 받은 사람도 많고. 박 사장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북한부 기사가 박근혜 정부와 맞지 않는다’, ‘쟤네(최선영·장용훈 기자)는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도 감사를 몇 번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식이었다. 최 기자가 공휴일 근무일을 착각해 편집회의에 참가 못하자 경영진은 ‘고의로 불참했다’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 그는 “난 보직에도 관심이 없고 기사를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고민하며 기사 쓰는 낙으로 살았다”며 “선배들에게 ‘경영진이 몇 사람을 타깃 삼고 있는데 너도 속해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 징계거리가 나오지 않자 ‘태도’를 문제 삼았다.  

북한 보도는 망가졌다. 확인 안 된 사실을 인용하거나 찌라시 수준의 방송을 베껴야 했다. 사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사내 미디어전략팀에선 이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자 경영진은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고 ‘최 기자와 짜고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박노황 경영진이 들어온 지 6개월 만에 그는 사표를 썼다. 사표는 기다렸다는 듯 두 시간 만에 수리됐다.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정권이 그대로 있다면 똑같을 거 아니예요. 그 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대통령을 탄핵해 새 세상이 올 줄 전혀 몰랐어요. 당연히 정권이 연장할 줄 알았어요. 박노황 사장에게 줄섰던 이들은 ‘분단이 있는 한 영원히 집권하니 지금 경영진에 잘 보여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어요. 희망이 없었죠. 접어야 할 때구나.”  

20년 만에 휴식, 그리고 재입사  

최 기자는 탈북해 1996년 1월 한국에 왔다. 북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 덕에 같은해 가을 내외통신에 입사했다. 1999년 국정원 산하에 있던 내외통신이 연합뉴스에 흡수됐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북한 기자에서 한국 기자로, 내외통신에서 연합뉴스로 이동을 거듭했다.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는 퇴사 당시 동료들에게 “한국에 온지 어언 20년, 참 치열하게 살았다”고 사직인사를 전했다.

퇴사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다녔죠. 엄청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하더라고요. 타사에서 콜도 왔는데 그건 싫더라고요. 아예 접었는데. 2년반 동안 여행 많이 다녔어요. 멍 때리면서 놀고 싶더라고요.”  

새 정권이 들어서고 박 전 사장이 물러났다. 동료들이 ‘다시 돌아오라’고 했지만 ‘뭘 이제 와서 돌아가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진전됐다.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엄청난 변화가 오겠구나.” 최 기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내려올 때 변화를 예감했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다 듣고 싶은 거거든요. 다른 사람이 오면 일부 거르고 보고할 수도 있잖아요.” 동시에 기사를 쓰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다.  

조성부 신임 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회사에서 최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4월1일부터 출근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했다. “엄청 고마워요. 기자로 들어온 게 행복하죠. 2년 반동안 놀아서 그런가(웃음).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좋은 기사를 쓰면 여운이 며칠 가네요.” 최 기자는 전문기자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김정은식 경제성장 들여다 보고싶어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 걸까. 최 기자는 최근 정세변화와 북한 경제 발전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북미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제일 궁금해요. 북미관계를 해결하면 IMF 등 세계금융체제 지원을 받고 한국·중국·일본 나아가 유럽의 자본이 들어가 경제성장을 할 수 있겠죠.” 

그는 김정은의 리더십이 아버지와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은 좋게 보면 신중하지만 나쁘게 보면 꼼수를 쓰죠. 미국과 잘해보고 싶지만 이해관계만 챙기는. 김정은은 다릅니다. 현재까지는 전향적이죠.” 그는 경제성장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한다. “박정희식 개발독재로 경제성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보어요. 박정희 향수가 있듯 북한도 성공한다면 김정은이 영웅이 되지 않을까요.”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최 기자는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이 아닌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또한 열심히 공부하되 모르는 내용을 섣불리 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그랬죠. 북한은 보안이 철저해 자기가 일하던 분야 말고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그분도 그랬는데 다른 탈북자의 말을 너무 신뢰해선 안 되죠. 몇 년 전만해도 김정은 이복누나 김설송이 김정은 체제에서 실세로 활약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어요. 북한 권력층을 조금만 알아도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죠. 엄마가 다른 자식은 배제당하거든요.” 북한 전문기자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기자, 북한 기사  

최 기자는 북에서도 7년 간 기자생활을 했다.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신문, 현대조선문학 등에서 일했다. 캠퍼스커플로 만난 남편은 북 외무성에서 일하다 최 기자와 함께 한국에 왔다. 

▲ 4월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4월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북한에선 어떻게 기자가 될까. 전공에 맞게 입사시험을 보는지, 인기는 있는지 등을 물었다. 최 기자는 손을 휘저었다. “노동당에서 배치하는 겁니다. 사회인문대는 김일성대 밖에 없으니까 기자들이 많이 배출되긴 하죠. 노동당 간부들이 김일성대 학생들을 나누죠. 중앙당에서 일할 사람, 지방으로 가는 사람, 중앙언론사로 갈 사람을 구분해요. 지망을 써내긴 하지만.” 당의 판단이 개인의 선호를 우선했다.

“여자들에겐 기자가 인기가 있었는데 남자들에겐 인기가 없었어요. 우리 나이 대는 여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기득권층은 남자들이 주로 가니까. 그래서 제 또래는 여기자가 굉장히 많아요.” 

당시 당 기관지·내각 기관지 등 중앙 언론 몇몇을 제외하곤 출판사 내부에 신문사가 있었다. 최 기자는 작가를 취재하는 등 신문 업무를 하다가 이후엔 출판 편집 업무를 했다. 적성에 맞았느냐고 물었다. “그냥 했어요. 그때는 모르고 했어요. 즐거움이나 성취감이 있어야 하는데 적성에 맞는다는 것도 모르고 당에서 배치를 하니까 한거죠.”

한국에서 기자가 된 뒤 새로운 난관에 가로막혔다. 기사체가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보통 핵심을 처음에 쓰고 뒤로 가며 덜 필요한 걸 쓰는데 북한은 처음은 서론, 핵심은 마지막에 있어요. 설명 중복도 많고 미사여구를 많이 써요. 문학신문에서 일했으니 미사여구가 더 많죠. 지금도 북한 중앙언론을 보면 복합문장이 많고 한 문장에 네줄도 기본이죠.” 

유난히 문장이 길고 미사여구가 많은 북한 문학신문에서 일하던 그가 한국에서도 가장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기사를 쓰는 연합뉴스에 온 것이다. “새롭게 정착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고. 주변에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어요. 오죽하면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뭔지도 몰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도 그날 아침에 알았으니까.”  

정치는 자신과 관련 없는 줄 알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선 그래도 괜찮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국정원이 왜 자신을 사찰했는지, 한국사회가 왜 북한 보도를 악용하는지 공부하게 됐다. 최 기자는 “전에는 북한 싫어서 왔으면 보수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이젠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내겐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산전수전 겪었으니 이젠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않았을까. “한번은 운전하고 가다가 술취한 사람이 앞에서 차를 막고 안가는 거예요. 그 옆에 경찰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했죠. 그랬더니 술취한 사람이 제 말투를 듣고 ‘조선족이네, 불법체류자 경찰이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탈북자를 향한 삐딱한 시선이 불편해요.” 적응해야 하는 사람은 탈북자가 아니라 이들을 맞이하는 한국인이다.  

최 기자는 주요 언론사에 입사한 첫 탈북자다. 그는 “계약직 기자로 일하는 탈북자가 있다고 들었다”며 “앞으론 탈북자들이 보직도 받고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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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MB의 저주... 오늘도 강에선 사체가 발견됐다

4대강사업으로 죽은 생명들을 위해...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금강 현장 미사

18.05.12 19:48l최종 업데이트 18.05.12 19:48l
글·사진: 김종술(e-2580)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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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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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현장에서 특별한 미사가 봉헌됐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로하고 강의 아픈 현실을 바로알기 위한 자리다.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듯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내렸다.

12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최로 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김대건 베드로 신부를 비롯한 신도들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미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지난 10년간 금강을 기록하고 있는 기자가 안내를 맡았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환경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울림이 됐다. 4대강 사업은 예초부터 시작되지 않았어야 할 사업이다. 지나간 일이라 되돌릴 수 없지만, 하루빨리 자연 본연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 오늘 참석한 분들이 돌아가서 강의 현실을 주변에 알렸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 찾을 때는 혼자가 아닌 다른 분들을 모시고 강을 찾기 바란다." 

10년 금강의 기록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세종보 입구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세종보 입구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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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는 발표가 나왔다. MB 정부는 강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뿌려서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매도했다.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달콤한 환상을 제시했다. 수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면서 반대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토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도시로 사라졌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사람들은 공사장 노동자, 박스를 줍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정부는 수백 년간 물속에 잠들어 있던 모래들을 파내어 검사도 없이 뭍으로 올렸다. 대형트럭들은 줄지어 모래를 실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모래 산을 쌓았다.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비닐하우스는 흙먼지에 덮였다. 햇빛이 줄어든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갔다. 마당에 빨래를 널었던 사람들은 피부병에 걸리고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4대강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10일간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린 숫자만 60만 마리가 넘는다. 단군 이래 최악의 사고였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물고기 수거에 나섰다. 깨끗하게 수거를 끝내고 돌아서면 다음 날 하얗게 떠올랐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죽어서 썩어가는 사체, 젓갈 국물로 변해가는 강물,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정부는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선 긋기에만 치중했다. 언론은 침묵했고, 학자들은 입을 닫았다. 4대강 동조자들은 화를 냈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고 비아냥거렸다. 

금강에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녹색 페인트를 깔아 놓은 듯 수면을 뒤덮었다. 녹조라떼·녹조잔디구장·녹조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간간이 생명을 이어가던 물고기는 또다시 집단으로 죽어갔다. 호주의 국영방송이 녹조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져 내렸다. 강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한숨은 이어졌고 한탄했다. 기준치 이하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죽어가는 생명들 뒤로 나타난 '낯선 생명체들'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교각보호공 밑에 큰빗이끼벌레가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교각보호공 밑에 큰빗이끼벌레가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2017년 6월 19일 촬영).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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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2017년 11월 13일 촬영).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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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생명체가 발견됐다. 담수호에서 서식하며 2~3급수에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를 넘어서 물속을 뒤덮었다. 작은 축구공 크기부터 3m50cm가 넘는 세계최대 크기가 금강에서 발견됐다. 정부 돈에 눈먼 학자들은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갇힌 강물이 썩기 시작했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유속이 느려진 틈을 타고 바닥에 쌓였다. 강바닥에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켜켜이 썩은 펄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바닥은 화산 분화구로 변해갔다. 

2016년부터는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도 다 사라졌다. 어둡고 캄캄한 수면 아래에서 잠자던 잊혀진 생명체가 고개를 들었다. 환경부가 수 생태 최악의 4급수 오염 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다. 한두 마리 눈에 띄던 마릿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파헤쳐도 수십 마리가 따라 올라올 지경까지 치달았다.

4대강 사업은 단순히 환경파괴만을 말할 수 없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 강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평생을 일구던 농토는 사라지고 지역공동체는 파괴됐다. 

기자는 지난 10년간 4대강 현장에서 보고 만지며 느꼈던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수문개방 지시에도 4대강 관피아들의 저항 때문에 수문이 열리지 못한다는 내용까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탄식과 한숨 등 눈물을 글썽이며 강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오늘도 왜가리가 죽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죽어있다(동물 사체 사진이므로 모자이크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죽어있다(동물 사체 사진이므로 모자이크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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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행들을 인솔해 한국수자원공사 세종보 선착장으로 향했다. 입구엔 붉은 글씨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이 보였다. 수문개방으로 세종보가 살아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강은 여전히 상처를 기록하고 있다. 보 건설과 함께 강물이 갇히면서 쌓인 펄층이 깊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이다.  

수력발전소 아래쪽으로 이동하자 죽은 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커다란 물고기를 입에 물고서 죽은 왜가리였다. 4대강 보가 생기면서 강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었으며, 물고기를 먹은 새들과 야생동물이 죽어간다는 것 외에는 무슨 이유로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참석자는 "방송에서는 수문개방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막상 현장은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물고기가 죽고,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모래가 쌓여야 할 강바닥엔 씻겨 내리지 못한 펄층이 쌓여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덕봉씨는 "우리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 할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아서 강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더 빨리 강이 회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양준혁 활동가는 "아무리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바꾸기 힘들다. 관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 찾아주신 여러분의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분들이 강을 찾아 현실을 알아갔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달에 한번정도라도 금강으로 소풍을 가자"라고 제안했다.

한편, 세종보는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 전경.
▲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 전경.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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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의지, 북부핵시험장 23~25일 완전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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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13 10:17
  • 수정일
    2018/05/13 10: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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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의지, 북부핵시험장 23~25일 완전폐쇄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5/13 [00: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위성 사진을 인용해 북이 핵 시험장 폐기 선언한 이후 핵 시험장 풍계리에 실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지난 달 남북 정상 회담 이후 찍힌 위성 사진들은 북의 풍계리(함경북도 길주리 풍계리 핵시험장) 산 아래에 지어진 핵시험 장소 주변의 건물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어쩌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은 북부핵시험장 폐기절차를 23~25일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을 12일 밝혔다.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시험장페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페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핵시험장페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주변을 완전페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북은 ‘국제기자단 현지 취재활동 허용’을 비롯해 ‘베이징-원산항로 이용할 수 있는 저용기 보장’, ‘숙소와 기자센터 설치’, ‘원산-북부핵시험장 특별전용열차 편성’ 등의 실무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북 외무성 전문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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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공보 (전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연구소를 비롯한 해당 기관들에서는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폐기)하기 위한 실무적대책을 세우고있다.

 

핵시험장을 페기하는 의식은 5월 23일부터 25일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것으로 예정되여있다.

 

핵시험장페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페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핵시험장페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주변을 완전페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정사항들을 공보한다.

 

첫째,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북부핵시험장페기를 투명성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을 중국,로씨야,미국,영국,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

 

둘째,국제기자단 성원들의 방문 및 취재활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실무적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1)모든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베이징-원산항로를 리용할수 있도록 전용기를 보장하며 령공개방 등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2)국제기자단 성원들을 위하여 원산에 특별히 준비된 숙소를 보장하며 기자쎈터를 설치하여 리용하도록 한다.

 

3)원산으로부터 북부핵시험장까지 국제기자단 성원들을 위한 특별전용렬차를 편성한다.

 

4)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렬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

 

5)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페기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쎈터에서 통신할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앞으로도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련계와 대화를 적극화해나갈것이다.

 

주체107(2018)년 5월 12일

 

평 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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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에 괴로워했던 장자연,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장자연 사건 추적 ④] 연예소속사·유명 배우들 분쟁 휘말리며 이용당해… 법원 “연예계 구조적 비리 고치고 고인 위로해야”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2일 토요일
 

“장자연의 문서, 유서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었지요. 문서를 실제로 작성토록 한 사람은 당시 이○○(유명 여배우)씨의 매니저였어요. 그렇게 작성된 문서가 곧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이상호 전 MBC 기자(현 고발뉴스 대표기자)는 2012년 6월5일 케이블TV tvN의 대담 프로그램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가 배우 이아무개씨로부터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2013년 1월23일 배우 이씨가 이상호 기자 등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둘러싼 의혹 중에서 유명 여배우 등이 연루됐다는 이 기자의 주장은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당시 이상호 기자 등이 주목한 건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자필 문건을 작성한 뒤 왜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다.  

 

▲ 2012년 6월5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 화면 갈무리.
▲ 2012년 6월5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 화면 갈무리.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와 장씨의 자필 문건 작성을 도운 유장호 전 소속사 총괄매니저(H스포테인먼트 운영)에게 징역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내린 1심 판결문을 보면 장자연 씨가 어떻게 양 소속사 관계자들의 분쟁에 휘말려 희생양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고승일 판사)은 판결문에서 “유장호는 김종승의 소속사에 있던 송○○나 이○○을 영입했고 두 사람은 김종승과 법적 분쟁에 있었는데 유장호는 이들의 새로운 소속사 사장으로 이 분쟁에 깊이 관여했고, 김종승과 갈등관계에 있었다”고 사건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때 김종승의 소속사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장자연이 우연히 유장호에게 김종승과의 전속계약 해지 문제에 도움을 청하자 유장호가 이○○이나 송○○ 등에 대한 김종승의 비리 사실이 적힌 문서를 보여주며 장자연에게 이 사건 문서의 작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장자연, 죽기 전 소속사 관계자들 분쟁에 휘말렸다” 

실제 장자연 씨가 남긴 자필 문건을 보면 김종승 대표의 소속사에 있으면서 겪었던 자신의 피해 사례를 나열했을 뿐 아니라, 이○○·송○○ 등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배우들에게 김 대표가 술 접대를 강요하고 드라마 출연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남긴 이 문건과 관련 “장자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이 사실이고, 부분적으로 공개된 문서의 내용 중 성 접대 강요 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장자연이 이 문서를 작성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자살한 점 등에서 장자연의 자살 원인이 이 문서에 기재됐다는 소속사 사장인 김종승의 부당한 대우 때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밝혀 연예계의 구조적인 비리를 고치고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해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씨의 소속사 전 총괄매니저 유장호 씨는 장씨에게 서명날인과 간인 등이 된 진술서 형식의 자필 문건을 작성토록 한 후 이 문건 내용을 자신의 소속사에 있던 배우 이씨와 정아무개 드라마 감독에게 알리기도 했다.

 

▲ 장자연 사건 관련 1심(수원지법 성남지원) 판결문 중 일부.
▲ 장자연 사건 관련 1심(수원지법 성남지원) 판결문 중 일부.
 

장씨가 죽기 전까지 가깝게 지내며 자주 연락했던 지인 이아무개씨는 경찰 참고인 진술에서 장씨가 문건을 작성한 2009년 2월28일 밤 11시경 장씨는 이씨의 집에 찾아와 자신이 문건을 작성한 이유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씨가 장자연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유장호는 장자연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사무실로 오라고 해 갔더니 유씨가 ‘자연이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미 이○○이나 송○○, 그리고 알만한 여배우들의 술자리 접대, 성 상납 비리가 적힌 여러 문서를 보여주며 ‘김종승 대표에 대해 형사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이 문서들이 공개되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유장호가) 자연이에게 ‘네가 당한 것과 비리를 적어서 주면 신원보장도 해주고 계약도 풀어줄 테니 계약이 풀리고 나면 우리한테 오든지 다른 데로 가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해 문서를 작성하고 왔다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이씨는 자신과 친한 동생이었던 장씨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28일(자필 문건 작성) 이후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자연이가 전부터 우울증 증세로 나와 함께 병원도 같이 다녔고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참았다”면서 “문건을 작성한 이후 4일가량을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고 했던 것으로 봐서 아마도 유장호 말만 믿고 단순하게 문건을 작성한 것을 괴로워하다가 자연이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잠도 오지 않아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나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자연 측근 증인 “자연이는 문건 작성 후 괴로움 견디지 못해…”

이씨는 이후 김종승과 유장호 재판의 증인으로도 출석해 “그(김종승의 명예훼손 고소 협박) 이전부터 장자연이 김종승과 일을 해왔고, 자신이 불리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일 때문에 자살했다면 예전에 했을 것”이라며 “나는 장자연이 문건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해서 자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문건 작성 이후에 장자연이 달라진 점이 있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내가 전화할 때마다 장자연이 잠에 취해 못 일어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괴로워서 계속 먹었다고 했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나오라고 하면 나오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검·경 조사 결과 장씨가 문건 작성 후 2009년 3월2일 유장호의 사무실에 찾아가 유씨가 보관하고 있던 문건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나는 장자연이 문서를 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면서도 “장자연에게 문건을 돌려받으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장자연이 ‘알아서 하겠다’며 ‘(유장호가) 안 줄 것’이라고 얘기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장호 씨는 검찰 조사에서 “장자연이 문서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유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대로라면 그는 장씨가 자필 문건을 작성한 후 2009년 3월1일 장자연과 연락해 저녁 7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유씨는 “그날 장자연이 나에게 3장의 편지를 줬다. 당시 장자연이 뭐라고 하면서 저에게 편지 3장을 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2월28일 작성된 A4용지 4장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편지 3장에 적어 나에게 건네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검‧경이 발견하지 못한 이 3장의 편지와 관련해 법정 진술에서도 “3월1일경 장자연은 자신이 쓴 편지(A4용지 3장)을 줬는데, 편지의 내용은 자필 문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내용, 법률적으로 잘 알아봐 달라는 당부의 내용, 김종승과 관련해 조심해야 할 사람들 등이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내용 외에 장자연이 (김종승 등이) 자신의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자연은 소속사 전 매니저에게 문건을 돌려받지 못했다” 

장자연이 소속사를 옮기기 위해 유장호의 도움을 받아 자필 문건을 작성한 후 자살하기 전까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어진 일들을 추적해 보면, 결국 장씨는 자신이 작성한 문건을 매우 불안해하고 이후 닥쳐올 상황에 매우 괴로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유장호는 3월1일 장씨를 만나기 전 이날 오후 자신의 소속사 배우 이○○을 만났다. 유씨는 이 배우에게 문서를 보여주거나 ‘장자연 문건’ 내용을 말해줬고, 이 배우는 김종승 대표와 가깝게 지내던 정아무개 감독에게 전화해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가 있고 그 내용 중에 정 감독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 김종승을 야단쳐주라’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3년 6월4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장씨가 사망 직전 마지막 받은 문자 중 유장호가 보낸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자는 유장호가 장자연에게 정 감독을 함께 만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정 감독은 고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씨가 장자연 문건 내용을 공개하며 자신과 소송 중이던 김종승을 야단쳐 달라고 하는 한편, 유장호가 찾아갈 테니 도와줄 것을 부탁해왔다”며 “장자연이 나를 만나게 되면 문건의 내용이 연예계에 널리 알려진다고 우려해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2013년 6월4일 고발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 2013년 6월4일 고발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이 같은 사실은 유장호 등에 대한 법원 공판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유장호는 장자연과 2009년 3월9일 정 감독님을 만나기로 약속했고, 장씨는 로드매니저에게 이날 일정을 비워놓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정 감독과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장자연은 더욱 불안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고발뉴스 측에 “문건 작성 즈음 장자연씨는 제3의 기획사와 계약을 맺게 됐는데, 뒤늦게 문건 작성을 후회하며 유장호에게 수차례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해 괴로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자연이 사망 전 유장호가 운영하는 H스포테인먼트가 아닌 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감독 “장자연 문건 이용에 유명 여배우도 개입돼 있다”

이상의 수사 결과 검찰은 유장호가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 두 명이 전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과 소송이 진행 또는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종승을 압박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장자연에게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다음 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남아 있는 문건 4장 중 2장은 송○○와 이○○에 대한 언급이 있는 점 △장자연의 지인 이씨가 장자연으로부터 그와 같은 형식의 문서를 보고 적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점 △유장호는 장자연이 죽기 이전에 문서의 존재를 알리고 장자연이 사망하자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문서의 존재를 알린 점 등에 비춰 장자연이 유장호에게 이용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 역시 “유장호가 소속사에 들어온 송○○나 이○○이 김종승을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한 상황을 얻고자 장자연의 문서와 자살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유씨는 검·경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나는 장자연을 나와 소속사를 위해 이용할 이유도 없고 이용하려 한 적도 없다”면서 “매니저와 연기자가 아닌 친구로서 도와주려고 했던 게 전부였다. 자살 후 우울증으로 묻히는 것이 억울했고 안타까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물론 법원이 판결문에서 밝혔든이 장자연의 죽음에는 부모와 일찍 사별한 장씨의 개인 가정사에서 비롯된 열등감, 악화한 우울증, 소속사 대표와의 갈등, 자필 문건의 유출 우려 등 여러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자연 문건’ 내용의 진위와는 별개로 장자연이 왜 이 문건을 남기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는 것도 장자연이 세상에 남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길이다. 

 

(관련기사)  

[장자연 사건 추적 ①]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압력 있었다”

[장자연 사건 추적 ②] 장자연 성추행 조사받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의문’의 무혐의

[장자연 사건 추적 ③] 장자연 “이미 사장님이 날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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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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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1  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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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으로 온 북한 여종업원 중 일부가 입을 열었다. 이들을 데리고 온 지배인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었다. 통일부는 정보기관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2016년 4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10일 밤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재구성했다.

2014년 말부터 국정원 정보원으로 활동한 허강일. 그는 국정원 협조사실이 북한당국에 들킬까 두려웠다. 2016년 초 국정원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귀순날짜는 5월 30일로 정해졌다. 한국행을 준비하던 허강일, 4월 3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종업원까지 데리고 들어오라.”
허강일,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 직원, “북한 보위부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걸 신고하겠다.”

이후 다시 걸려온 전화. “종업원까지 데리고 오면 보상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다. 대통령이 널 기다리신다. 무공훈장 받고 국정원에서 같이 일하자.”

4월 5일. ‘북한 여종업원 납치’ 실행일.

중국 닝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해 낮잠도 잤다. 숙소를 다른 데로 옮긴다는 허강일의 말에 짐도 다 꾸렸다. 연길에서 닝보로 이사할 때처럼 조용히 다른 곳으로 옮기는 줄 알았다.

갑자기 동료 3명이 사라졌다. 허강일의 표정은 안 좋았다. 눈치를 보던 여종업원 12명은 택시에 탔다. 여종업원들은 불안하고 정신이 없어 서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내린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종업원들의 눈에 태극기가 들어왔다. 주한 말레이시아대사관 앞에 내렸다. 집단이 움직이는 대로 갈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쳐야 할지 여종업원들은 불안했다.

허강일, “우리가 돌아가면 한국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 한국 영화 보면 총살이나 지방에 내려보낸다.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

협박에 못 이겨 여종업원들은 대사관에 들어갔다. ‘자유의사로 한국에 간다’고 서명했다.

4월 7일. 한국 도착.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입소한 여종업원들,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
국정원 면담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는데 당신은 왜 다르게 말하냐.”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변인 긴급 브리핑.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통일부는 여종업원 1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되었다”는 여종업원의 탈북 동기와 심경을 홍보했다. 훗날 여느 20대 여성처럼 대학 생활을 하며 잘살고 있다고 알렸다.

2018년 5월 10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빨갱이 문재인 정권이 바뀌면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국정원의 거짓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한국에 와서야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느꼈다.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총선, 그걸 이기겠다고 조작한 거였다. 난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 그걸 이기려고 언론에 공개했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다. 2년 동안 내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느 20대 대학생처럼 생활한다던 여종업원들. 평양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월 47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어려운 경제 형편과 늦깎이 공부 부담,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여기에 온 것은 지배인이 알아서 한 것이지 우리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겠다고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사로 왔다고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여종업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서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2년 전 정부가 감춰온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좋게 말해 ‘기획탈북’이지 “자발적으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는 말에서 보듯 사실 ‘납치’이다.

‘납치’문제는 중대한 인권문제이다. 국제사회가 꾸준히 북한을 비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납치’이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이 ‘납치’ 오명국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여종업원들이 ‘납치’된 것이라면, 그 죗값은 누가 치러야 하는가.

허강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작전수행을 위해 허강일을 회유.협박했다. 통일부는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여느 20대 대학생’이라고 열을 올린 통일부는 말을 바꿨다. “종업원 본인들이 여러 차례 면담 시도에 응하지 않아서 관련 사항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만나지도 않고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발표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떠넘겼다. “국정원에서 결정을 해서 이렇게 했고, 통일부에 알려주고 그런 상황이었다. 관계기관에서 통보해주는 내용을 토대로 해서 판단해왔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정원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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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공화국, 이제 물길을 열고 갯벌을 되살려야

육근형 2018. 05. 11
조회수 710 추천수 0
 
충남 홍성호·보령호 '시화호'보다 수질 나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 넘겨야 해결책
 
이정용.JPG» 풍요로운 갯벌을 되살릴 수 있을까. 지방정부의 권한 회복에 달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2,487.2㎢, 현재 우리나라 갯벌의 면적이다. 30년 전보다 716.4㎢가 줄어들었다. 대개 갯벌이 땅으로 변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방조제를 쌓고 내부를 농지와 담수호로 만든다.1)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방조제는 총 1,951개, 그 전체 길이는 1,219.2㎞나 된다. 방조제만 이어서 달리면, 서울에서 부산을 다녀오고도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만만치 않은 길이의 방조제를 우리 연안에 만들어 둔 셈이다. 
 
<표> 전국 시도별 방조제 현황

 

 

지구수 ()

면적 (1,000ha)

방조제()

방조제 연장(km)

배수갑문()

부산광역시

1

0

1

1

1

인천광역시

94

20

147

142

161

울산광역시

1

-

1

0

2

경기도

53

6

101

104

125

충청남도

279

44

316

180

370

전라북도

57

15

60

118

121

전라남도

989

87

1,177

614

1,364

경상남도

136

2

158

59

156

제주도

1

0

0

0

1

전국

1,611

175

1,951

1,219

2,301

주: 전남에 989개 지구가 있어, 전국 대비 61%나 되고, 면적 역시 전체의 절반이다. 다음으로는 충남이 279개 지구, 면적은 전체의 4분의 1인 440㎢나 된다. 전남이 방조제 개수나 길이에서도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충남 순이다.
자료: 국가통계포털
 
d1.jpg
 
<그림> 방조제 전국 분포 현황(좌: 방조제 개수 기준, 우: 방조제 길이 기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교과서부터 간척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역사에서 국토확장의 대명사였다. 혁신과 진취성의 상징이었다. 1984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천수만 앞바다를 메웠다. 방조제 공사 앞바다에 유조선을 붙여 대고 흐름이 느려진 사이에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공법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에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천수만에는 갯벌이 아닌 서산 간척지가 들어섰다. 
 
해안선이 복잡한 우리 연안에서 간척 사업은 역사가 오래다. 고려와 조선 시대,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도 간척은 있었지만, 광복 이후에는 1963년과 1995년에 방조제 관리법과 농어촌 정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하였다. 이후 2000년 새만금 간척까지 40년 가까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이른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자유무역은 더욱 확대되었고, 쌀과 농산물에 대한 차별적인 수입 제한이 어려워졌다.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농지를 줄여 직불제 등으로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새만금 간척 당시에도 자유무역에 따른 농지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간척 사업을 계속했던 건 아쉬운 일이다). 결국 2000년 초반 새만금 이후 대규모 매립·간척 사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d2.jpg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규모 간척 시도는 없어졌다지만 과연 우리 연안은 편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담수호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방조제에서 수문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방조제 개수 기준으로 전국 2위인 충남도 연안에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진행형이다. 이 사업은 홍성과 보령의 앞글자를 따 ‘홍보지구 농업종합개발 사업’으로 명명되어 있는데, 인근 지역 81㎢의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총 길이 2.9㎞의 방조제 2개를 건설해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었다.2)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어 낸 방조제는 이미 2001년에 완공되었다는 점이다. 장장 17년 동안 본래 의도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있었던 셈이다. 2001년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던 시기였으니,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방조제를 완공하고도 수질 악화를 우려해 담수화를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방조제가 완공되기 직전인 1997년에는 시화호에서 담수화를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 시화호는 1997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4.7㎎/L에 달하며 ‘죽음의 호수’로 불리다 정부의 결정으로 조력발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00166990_P_0.JPG» '죽음의 호수'라는 별명이 붙은 시화호의 초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그렇다면 작년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한 홍성호와 보령호 두 인공호소의 수질은 어떤 상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시화호 때보다 더 안 좋다. 
 
작년 한 해 충남도가 수행한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홍성호 안쪽의 COD는 12.5에서 23.0㎎/L까지 치솟는다. 시화호에서 수질 오염이 극심해 해수 유통을 하기 직전보다 안 좋은 상태다. 보령호는 이보다 다소 나은 6.1~14.7㎎/L 수준이지만, 이 역시 절대적으로 높은 오염 수준인 데다가 담수화가 계속되면 이보다 더 높이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아래 그림처럼 방조제 안과 밖(그래프 좌우)의 COD 농도에서 큰 차를 볼 수 있다. 
 
d3.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담수호) 방조제 내외측 수질(COD기준)(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더욱이 여름철에 이 두 담수호에서 물을 내보내면 방조제 바깥에 거의 ‘유기물 폭탄’이 투하되는 상황이다. 아래 표에서처럼 하구호 방류 전에도 천수만 해역은 4~6㎎/L의 낮지 않은 COD 농도를 보였지만, 하구호의 담수가 방류되면 방조제 외측의 수질은 COD 기준으로 최대 13.7㎎/L까지 치솟는다. 해수 수질평가 등급으로 보면 최하 단계인 5등급(아주 나쁨)에 해당한다. 수질평가지수가 도입되기 전(2011년 7월)의 수질 기준으로 봐도 COD는 최하등급(3등급)인 4㎎/L을 초과한다. 이 정도 바닷물이면 수산생물의 서식·양식은 고사하고, 공업용 냉각수나 선박의 정박 등 기타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3)
 
더욱이 두 인공호소가 접한 천수만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 안쪽에 있는 데다, 북쪽은 불과 200m의 좁은 수로로, 남쪽에는 원산도, 효자도와 같은 섬들로 바닷물의 순환이 원활치 않다. 육상에서 오염물질의 유입이 없어도 해수의 혼합이 적어 관리하기 어려운 바다가 천수만이다. 더욱이 홍성호, 보령호 두 하구호 외에도 천수만 안쪽에는 서산 간척지에 물을 대는 부남호와 간월호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오염된 담수가 흘러나온다. 과거 시화호 상태의 하구호 4곳에서 오염된 물을 동시에 방류하니 천수만이 온전할 수 있을까?
 
d4.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 방류 전후 해역 수질 변화(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천수만 내 4개의 하구호에서 오염된 물을 내보내다 보니 천수만은 주변의 다른 해역보다 유기물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변 해역인 태안 앞바다(안면도 서쪽)나 사방이 막힌 가로림만보다 높다. 이 때문에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즉 용존산소량도 천수만 저층에서 주변 해역보다 더 낮은 농도가 관찰된다. 표층에서 생성된 많은 유기물이 해저의 바닥에 내려앉고, 결국 이들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천수만 해저에서 용존산소가 줄어들면 넙치나 지렁이 같은 생물이 숨 쉬고 살기 어려워진다. 생태계의 건강성, 나아가 수산물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d5.jpg
<그림> 천수만 일대 해역과의 수질 비교(좌: 용존산소 포화도, 우: COD 농도)(하계)
주: 천수만 표층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번식으로 높은 COD를 보이고 이들의 광합성으로 용존산소가 과포화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체가 바닥에 쌓여 분해하면서 다량의 용존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결국 저층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용존산소 포화도가 나타난다. 
자료: 충남도청(2018.1),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저자 다시 그림
 
한때 충남 천수만은 간월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의 굴 생산 중심지였다. 그 굴로 이 지역의 명물인 어리굴젓이 나던 고장이다. 오래전 서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벽면 가득 세워둔 어리굴젓 붉은 깡통을 본 기억이 있다. 버스에 실려 전국으로 보내질 물량이었던 듯하다. 아니 서산의 시골 친척 집에 가면 따뜻한 밥 위에 올려진 굴젓의 알싸한 맛과 향이 더 생생하다. 이젠 오래된 옛이야기일 뿐인가? 때때로 지역에 들르는 외지 사람도 어리굴젓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으니, 정작 여기에 사는 충남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05188282_P_0.JPG» 천수만에서 굴을 따는 어민. 연합뉴스
 
아마 이런 기억을 쫓았는지 충남도에서도 하구호를 트고 역간척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4) 그 첫 번째 대상지로 보령호를 선정했다. 하지만 충남도가 발표한 지 며칠 후, 보령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충남도의 역간척 계획을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5) 본래대로 갯벌로 돌려보내 수질과 생태를 살리겠다는 충남도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던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농어촌공사, 양 기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하굿둑을 열고 갯벌을 다시 돌려놓는 일이 맞을지, 아니면 농어촌공사의 수질 개선 노력이 효과를 얻어 지금보다 깨끗한 물을 모아 인근 농지에 공급할 수 있을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양쪽의 대립에서 걱정스러운 점은 농어촌공사가 내린 역간척 반대 결정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내린 결론인가 하는 것이다. 주변 유역에서 축산농가 등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현재 수질도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향후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수화를 포기하면 공사라는 조직의 존재 근거가 약화하기 때문에 일단 하굿둑을 닫고 담수화를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혹시 조직의 문제라면 과학적 사실이건 수질 모델링의 예측 결과이건 공사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조직의 성쇠, 인력의 증감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농어촌공사와 같은 중앙정부의 산하조직 기능과 위상을 다시 생각할 때는 아닐까? 최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지방분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라고 밝혔다. 자치의 의미에서 보면 방조제와 하구호의 관리 문제도 이제 지방정부가 결정할 때 아닐까? 하굿둑을 트건, 아니면 하굿둑을 막아 담수호로 조성하든 지방정부의 발전전략과 여건에 따라 지방정부가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하굿둑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인력도 지방정부에 편제하면 될 일이다. 
 
과거 예산이 한정된 시기에는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 공사 같은 조직이 간척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간척 사업을 벌이고 넓은 농지를 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의 성과 역시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 중앙정부의 산하조직이 지방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던 중앙정부 주도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농지가 있어야 하는 농업의 경영 여건이 변했고, 갯벌을 잃은 바다는 정화작용을 유지하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지방자치라는 측면에서도 중앙정부가 계속해서 지방정부의 일정 공간에 대해 직접 사업을 벌이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는 선거 몇 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부에게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권한에 맞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당장 내 고장 앞바다가 망가지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그 산하조직이 지방정부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겠는가?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에도 바쁜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출장 와 다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두 곳 그렇게 찾아본다 해도 전국 각지를 다 살펴보기는 어렵다. 지방정부의 공무원이 관내 출장으로 한두 시간이면 가서 살펴보고,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권한만 있다면.
 
다만, 시대적 흐름이나 경제적 여건이 변했다 하더라도 농어촌공사의 현장 관리 인력은 그 누구보다 방조제 관리와 관개시설의 전문가다. 조직을 축소해 실업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방정부의 관리기관에 편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에도 상하수도나 관개시설을 위한 별도의 공단이나 공사가 있다. 여기에 농어촌공사의 전문가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크리트 하굿둑을 터 생명이 숨 쉬는 갯벌로 복원하자는 주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들어간 사업비가 매몰 비용이 된다는 우려와 간척 농지를 매입하기 위한 또 다른 재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또 농어촌공사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정부 산하조직에는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분권이라는 단어가 헌법에 들어가는 일 이상으로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언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믿어본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1)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서 갯벌과 방조제 검색 결과(검색일: 2018.4.27.)

2) 이를 위해 총 길이 2.9㎞의 방조제 2개를 건설해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었다.(중도일보 “충남 서북부 수질·배수 개선 등 물관리 총력” (http://www.joongdo.co.kr/main/view.php?key=201705140710, 검색일 2018년 5월 2일)) 

3) 해양환경 관리법 시행규칙 별표(2011년 7월 이전 기준)

4) 충청남도 보도자료, ‘역간척 대상지에 보령호 최종선정’, (2016.7.27.)

5) 중앙일보, ‘농어촌공사 충남도 역간척 사업 반대’, (2016.8.2.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03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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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노래, 시, 서예 등 2018DMZ평화통일민족예술제 12일 2시부터

춤, 노래, 시, 서예 등 2018DMZ평화통일민족예술제 12일 2시부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2 [00:11]  최종편집: ⓒ 자주시보
 
 

 

 

12일 오후 2시부터 민통선 평화교회 근처에서 '2018 DMZ 평화통일민족예술제'가 열린다.

 

 

6.15남측위, 민통선 평화교회, 경기민예총 더딥마인드운송시스템 등 주최측에서는 서예가, 시인, 무용가, 가수 등 여러 종목의 예술가들이 모여 민족의 통일 강령인 '4.27 판문점 선언' 합의를 축하하고 그 이행에 흥을 더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기획에 동참한 한국민족춤협회와 민족작가연합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조선)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가져오는 회담이 되도록 팔천만의 뜻을 모아 민통선에서 평화의 시대 종소리를 5월 12일 울리고자 한다는 행사취지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전망대, 도라산역, 판문점 등 민통선 지역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런 지역 나들이를 겸해서 이번 행사를 보러가는 것도 뜻깊은 주말을 가꾸는 길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주최측에서 밝힌 행사 장소와 일정, 내용이다.

.......................................................................

 

행사일시: 2018년 5월 12일 오후2시~6시

행사장소: 경기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335-11 민통선평화교회 근처

 

 

 

<2018 DMZ 평화통일 민족예술제> 

           

공연순서

 

                          사회: 변우균 정책 학술위원장

 

1. 길놀이 

  출연: 윤태경, 윤예린, 임은경, 김연옥, 박희정, 하애정, 유주현.

2. 서예퍼포먼스

  김기상-<묵향으로 분단을 깨뜨리다>  노래: 이덕인

3. 인사말

  (사)한국민족춤협회 장순향 이사장님

  민족작가연합 김해화 상임대표님

  민통선 평화교회 이적 목사님

4. 통일기원 퍼포먼스: 장순향

5. 처용무- 출연: 정금희, 변상아

6. 통일맞짱- 출연: 박희정, 하애정, 유주현

7. 시낭송: 양희철 시인(비전향장기수 선생님)

8. 시낭송: 박금란 시인 <남북정상회담을 축복하는 봄비>

9. 시낭송과 춤 

  시: 최예지 시인 <판문점의 봄>  춤: 김경수

10. 노래: <잠든땅을 깨우다> 문진오, 안계섭

11. 학춤 <평화의 날개> 박소산

12. B-Boy 평화프로잭트‘고래’ 

   (이현, 손원진, 천현우, 박근진, 김영일, 강원경)

13. 시낭송: 박희호 시인 <우리는>

14. 시낭송: 고희림 시인 <통일의 씨앗1>

15. 시낭송과 춤 

  시: 박학봉 시인 <열두 달을 꽃 이름으로 다시 불러본다> 춤: 변상아

16. 설장구<침묵의 땅을 울리다>  윤태경

17. 시낭송: 김형효 시인 <지금 이대로>

18. 시낭송: 박완섭 시인 <나에 꿈은 꿈에 농장 농장주>

19. 시낭송과 춤 

  시: 김해화 시인 <판문점의 꽃편지>  춤: 이삼헌

20. 시낭송: 지창영 시인 <신국의 아침>

21. 시낭송: 이적 시인 <쑥국새 울던날>

22~24. 팔도 아리랑<소리, 생명의 이름으로 퍼지다> 출연: 이덕인, 조현서

  춤<철망을 걷어 낸 몸짓으로 훨훨> 출연: 전종출, 정금희, 이삼헌, 김경수, 장순향

  장단: 윤태경 외

 

-대동놀이

스탭: 김민철, 홈남희

진행: 김광수

 

 

[우리의 입장]

<통일의 길 열어놓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우리 민족사의 전환적 기점이며 자주 통일의 문을 연 역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판문점 선언)을 뜨겁게  환영하며 온 민족과 함께 지지와 이행해 나갈 굳은 의지를 담아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 서명하시였다. 이 선언은 분단과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 평화와 자주통일의 새 희망과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이제 대결이 아니라 화합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평화가 정착되고 번영과 통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면 민족의 통일과 공동번영을 앞 당겨 올 수 있다는 자주적 역량을 과감히 발휘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를 간섭하는 많은 나라들은 결코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길을 확고하게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오고가듯 남과 북 우리 모두 뜻과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보폭을 맞춰 전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은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에 이은 새로운 통일의 실현을 위한 강령적 이정표입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며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고 약속했습니다.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과 전 세계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져 온 귀중한 합의를 존중하고 기뻐하며 무한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작가연합은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판문점 합의가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새로운 평화시대의 개막을 천명한 역사적 합의문이 실제로 자주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역대 합의처럼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남북정상의 굳은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조미정상회담>이 민족사의 전환은 물론 세계사적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역사적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역사적 전환의 시기에 맞게 깊은 책임감과 굳은 의지를 갖고 <판문점선언>이 제시한 조국의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을 위한 구체적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2018. 4. 30

                                        민족작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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