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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5주년, 판문점에서 평화협정 서명식을!

[정욱식 칼럼] 종전 선언은 평화협정에 담아야
2018.03.23 09:16:58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속에는 "이번 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미 정상간의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종전 선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완의 숙원'으로 간주되어온 것도 이러한 분석을 낳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종전 선언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현실적인 타당성을 짚고 넘어가기 전에 '과거의 실패'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경로의존성은 또다시 실패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회의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청와대


종전 선언이 해프닝으로 끝난 이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참모들은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이르는 로드맵"을 짜고 있었다. 종전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부여하고 비핵화 완료 즈음에 평화협정 체결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미국의 입장에 대한 '오독'이 바로 그것이었다.

종전 선언이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06년 11월 18일 한미정상회담 때였다. 이 자리에서 조지 W. 부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한국전쟁 종전 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the Korean War)"이라고 명명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종전선언"이라는 새로운 유인책을 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를 "부시의 하노이 선언"이라고 불렀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크게 주목했다.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으로 가는 '사전 단계'로 상정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로드맵에 넣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가 나오면서 결실(?)을 맺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종전 선언 추진은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애초부터 미국은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내에서조차 혼선이 거듭되었다.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의 일부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 시각과 평화협정의 사전 조치로 간주한 시각이 충돌한 것이다. 결국 정부 내의 혼선과 한미간의 이견은 극복되지 못하고 말았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을 제안한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고민과 취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화협정 협상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고 또한 미국이 비핵화 이후로 상정하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에 추동력을 부여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종전 선언은 다시 추진할 만한 현실적 유용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실패를 복기해보면 여의치 않다. 하지만 외교 영역에서 정해진 문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이 정상 수준에서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문법을 뛰어넘은 파격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선언 추진에는 대단히 신중해져야 한다.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한다'는 선언은 평화협정에 담는 게 상식적이다. 이걸 평화협정의 사전 단계로 선언하면 정전협정 및 평화협정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남북, 북미,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합의는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화협정 협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협상의 추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이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과 상호간의 불가침 약속, 그리고 주권 존중과 관계 정상화 의지, 한반도 비핵화(혹은 비핵지대) 등 원칙적이고 조속히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기본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내용들은 추후 협상을 통해 부속합의서나 추가의정서에 담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 수준 및 공약에 따라 올해 내에도 가능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7월 27일경에 남북미중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모여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서명식을 거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기본 평화협정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남북기본합의서와 북미 공동코뮤니케, 그리고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등 이미 기존 합의들에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반도 비핵화(혹은 비핵지대) 조항도 담겨야 할 것이다. 

 

wooksik@gmail.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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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몇 가지 단상(2부) : 트럼프 이야기

  • 정기열 21세기연구원 원장
  • 승인 2018.03.22 16:54
  • 댓글 0

들어가는 말: 조미정상회담 합의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트럼프 이야기’

2016년 11월 미국대선 직후부터 다음 해 5월 초까지 서울 <자주시보>, 일본 <조선신보>, 미국 <민족통신> 등 해내외매체에 <트럼프시대>를 주제로 모두 5편의 글을 발표했다. 아래 인용은 당시 발표한 기사들 가운데 주로 1부, 2부에서 발췌한 것이다. 2부 대화에 참고가 되리라 믿어 소개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 조미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며 세상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요즘 더욱 요란하다. 그 평가들 대부분은 그러나 지난 1년 세상언론을 줄곧 도배한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즉흥적’, ‘자아도취가 병적으로 심한’, ‘변덕스러운’, 아니면 ‘미치광이’, ‘극우인종차별주의’ 등 평가가 대부분이다. 아래 소개하는 “트럼프 이야기”는 세상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하여 세상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혹은 아예 알려져 있지 않다. 해서 소개한다. 아래 이야기는 따라서 세상에 트럼프 관련 일종의 ‘숨은(혹은 의도적으로 숨겨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부 대화를 시작하기 전 1년 전 발표한 글을 부분이나마 소개하는 이유다.

1부 끝에 강조한 것처럼 트럼프는 ‘도덕군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천지 흔해 빠진 ‘정치꾼’도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장사꾼’이다. 물론 흔한 ‘장사치’는 아니다. ‘큰 장사꾼’이다. 트럼프에겐 그러나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가 일반 장사꾼이 아닌 이유일 것이다. 국내문제보다는 주로 국제문제에서다. 세상을 보는 그의 시각은 “주류세력” 곧 “워싱턴지배세력”과 일정하게 거리가 있다. 때론 크게 거리가 있다. ① 9.11, ② 이슬람국가(IS)를 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① 전자 경우 그는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 주장한다. 2001년 사건 직후부터 하는 주장이다. [참고로 소개한다. 서양독립언론은 9.11을 줄곧 “Inside Job”(내부 사람에 의한 범죄) 즉 “False Flag”(거짓깃발) 사건이라 정의한다. 그들은 9.11사건을 대표적으로 1941년 하와이 진주만사건, 1933년 독일국회의사당 방화사건, 1964년 베트남 통킨만사건, 그리고 “MB망국시대” 2010년 천안함사건과 동일시한다. 그 모두를 근본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거짓깃발사건’으로 분류한다. 세상주류언론은 물론 ‘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라 폄하한다.] ② 후자 즉 ‘IS문제’도 트럼프는 “오바마-힐러리 작품”이라 대놓고 비난한다. 대선 때 그는 아예 그들 이름까지 찍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둘 다 주류세계에선 ‘목이 열개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주장들이다.

그가 일반 장사꾼, 세상천지에 흔해 빠진 정치꾼과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일종의 ‘비주류’에 가깝다. 특정 주제들에서 그는 주류와 크게 다르다. 그 측면은 그러나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작년 초 발표한 글 일부를 소개하는 이유다. 트럼프 관련 ‘숨은 이야기’가 그의 평소(?) ‘미치광이’ 같은 언행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하나의 참고가 되기 바란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라는 ‘조미정상회담 전격 합의’ 배경을 이해하는데도 일정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1년 전 발표한 글(5부작)도, 그리고 오늘 또 다시 시도하는 새로운 ’트럼프 이야기’도 그 누구를 칭송함이 목적이 아니다. ‘트럼프 바로 이해하기’가 목적이다. 트럼프 바로 이해하기는 지구촌정세 무엇보다 조미정세 바로읽기가 목적이다. 당선 전부터 오늘까지 계속 ‘트럼프 제거’를 목적 CIA, FBI, NSA 공작차원에서 전개되는 “100% 거짓에 기초해 날조된 소위 ‘러시아 게이트’” 빌미 삼아 막무가내로 ‘탄핵’을 몰아붙이고 있는 오늘의 워싱턴 현실을 이해하는데도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흔히 ‘Deep State’라 불리는 ‘워싱턴 지배세력’(이 주로 그들의 주류언론 통해)이 거의 소개하지 않는 아래 새로운 트럼프 이야기들이 4~5월 남북-조미정상회담 정세전망에 일정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당장 오늘 조미정상회담이 계획대로 추진되어 순항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보도에서 드러나듯) 암초에 걸려 난항할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에도 참고가 되기 바란다. 끝으로 오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하여 마치 롤러코스트 타듯 하는(즉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워싱턴의 국가권력 내부시스템을 이해하는데도 일정한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참고로 아래 인용은 1년 전 발표한 내용 그대로다. [ ] 표시한 부분은 표현을 조금 바꾼 곳들이다. 그러나 인용치곤 좀 길다. 따라서 자료가 불필요한 분들은 인용부분을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2부 첫 대화 “<워싱턴포스트> 3월16일자 기사가 다룬 ‘주한미군철수‘ 이야기”부터 읽어도 된다.:

아래는 2016년 12월부터 작년 4월 말까지 약 4~5개월에 걸쳐 발표한 <’트럼프시대’ 지구촌정세 분석, 해석, 전망> 5부작 중 주로 1~2부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대선 전에도, 대선 뒤에도 <트럼프 죽이기>는 계속되다. 왜? “<트럼프시대>를 용납할 수 없다”

“… 200년 넘긴 미국대선 역사상 이번처럼 주류언론의 특정후보에 대한 일방적 ‘악마화’, ‘특정후보 죽이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류언론’ 거의 100%가 어느 특정후보(힐러리)를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지지한 적 없다. 현직대통령(오바마)이 자신(민주당)과 다른 당(공화당) 후보(트럼프)를 이번처럼 대놓고 노골적으로 ‘악마화’하고 몰아세운 적 또한 없다. ‘트럼프 죽이기‘에 행정부, 주류언론만 가담한 것은 물론 아니다.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지배세력 거의 100% 또한 가담했다. 트럼프 죽이기에 모두 적극적이었다. 힐러리캠프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재정지원이 흘러갔음은 물론이다.”

… 요즘 ‘군산정언학(軍産政言學)복합체’로 불리는 군산복합체[펜타곤 군부조직] 또한 거의 100% 트럼프 악마화에 앞장섰다. 금융지배세력과 대기업 이해를 대변하며 그들 자신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반동적이며 대단히 인종차별적이고 반여성적인 공화당조차 지도부 거의 전부 자당의 대선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거꾸로 민주당후보를 음으로 양으로 지지했다. 소위 ‘리버럴’한 ‘엘리트’(지식)계층, 유명대학, 연구기관(싱크탱크)들 또한 힐러리를 지지했다.”

… 따라서 대선이 끝난 오늘도 세상 대부분은 여전히 대선후보 트럼프가 선거 기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으며 무엇을 반대했고 무엇을 추구했기에 미국사회 ‘지배계급‘(최근 ‘The Establishment’ 혹은 ‘The Elites’로 흔히 불리는) 거의 전부가 ‘트럼프 죽이기‘에 나섰는지 잘 모른다. 세상이 듣고 아는 것은 대부분 주류언론매체의 트럼프 악마화선전이 쏟아낸 거짓정보들이 대부분이다. 헛정보, 역정보, 반쪽짜리정보, 왜곡정보들이 대부분이다.

“… 중요한 것은 트럼프 죽이기가 대선이 끝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각료선발이 이뤄지는 요즘 트럼프 악마화는 더욱 요란하다. 각료후보 명단에 이름이 오르고 각료 발탁이 결정될 때마다 그들에 대한 깎아내리기, 악마화, 역정보, 거짓정보, 반쪽짜리정보 또한 매일 밤낮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 트럼프는 “목이 열개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공약을 대선기간 내내 쏟아냈다. 트럼프 암살 가능성이 끝없이[제기]됐던 이유다. 대선기간 쏟아낸 그의 핵심공약이 과거 링컨, 케네디의 목숨을 앗아간 발언(생각)들과 근본에서 같기 때문이다.

… 예측불허의 대단히 혼란스런 트럼프시대 상황은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 악마화는 대선 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계속되는 ‘러시아 악마화’와 연계되어 있다. 상상키 어려울 정도로 천박하고 저질스런 러시아 악마화, 푸틴 악마화가 연계된 악선전에 트럼프는 후보시절 내내 시달렸다. 오늘도 그 ‘러시아 스파이’ 악마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죽이기는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 결국 기존의 지배세력(The Establishment)은 여전히 트럼프시대를 용납키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십중팔구 할 수 있는 짓 없는 짓 모든 것을 다 동원할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그 모든 것의 핵심배경과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트럼프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그것이 혹 오늘 극한의 위기에 처한 500년 서구일극지배시대[의 종말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은 아닐까?…”

“… <트럼프시대>는 (그가 대선후보 시절 주장한 공약들이 실천될 경우)한마디로 “‘세계제국’ 미국이 더 이상 제국주의하지 않겠다“는 시대의 탄생을 뜻한다. 정확히는 “미국(제국)이 더 이상 제국주의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혹은 제국주의 계속하다간 나라(제국)가 아예 거덜나 얼마 못가 망하게 생겼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온 세상천지 130여개 넘는 나라들에 주둔시키고 있는 1천여 개 이상 (수미상의)] 미군기지들과 끝없는 [침략]전쟁에 들어가는 수십 조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재정을 ‘미국을 [경제적으로]다시 위대하게’ 만드는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자신이 당선되면 그 돈으로 망가져가는 “사회인프라를 개선하고 복원하는데” 쓰겠다 약속했다. 트럼프 주장은 달리 말하면 세상 곳곳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고 여기저기서 전쟁을 끝없이 계속하면 머지않아 나라경제가 아예 거덜나 워싱턴이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다름없다. 트럼프의 대선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였던 이유다.…”

<트럼프시대> 일종의 ‘제국주의 폐업선고’, “세계제국 더 이상 제국주의 계속할 수 없다”

“… 트럼프의 대선구호, 주장의 핵심을 분석하면 그것은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선 마치 ‘제국주의 폐업선고’와 같다. 제국주의세력 곧 금융(은행)지배세력이 그를 극구 반대하고 막아 나선 핵심 이유다. 그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 대선후보이면서도 금융지배세력은 물론 자당 지도부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력인 기업, 군부, 군산복합체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이유다. 오히려 펜타곤(군부세력)이 제일 격렬하게 트럼프를 반대했다.”

“… 그가 500년 서구지배세력에게 ‘[제1의]위험인물’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결코 당선시켜선 안 될 인물로[확]인됐기 때문이다. [세상과 지배세력 모두에 의해]대단히 ‘심각하게 손상된 상품’(Seriously Damaged Goods)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극단적으로 부패한 힐러리‘가 금융지배세력을 선두로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와 언론, 군부, 할리우드(영화산업), 가히 기존의 미국지배세력(The Establishment) 거의 모두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대선]결과는 주지하듯 반대였다.”

“…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제국주의 할]돈도 없고 힘도 없다. 더 이상 위대하지 않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역설한 핵심요지다. 우리말로 풀어 다시 이야기하면 [세계]제국이 70년 내내 제국주의 침략전쟁 일삼다 오늘 결국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그리 해석해 틀리지 않다. 트럼프 승리는 그러므로 오늘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미국의 절박한 정치경제 현실을 꿰뚫어보고 솔직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대선후보가 당선된 것을 뜻한다. 그는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고까지 선언했다.”

“… [무너져 내리는]500년 서구세력의 최후의 보루 같은 나토(NATO) 조직을 “낡아빠진 구시대(Obsolete)”유물 같은 존재라며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용도가 다한 나토를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진 뒤 워싱턴지배세력 전체가 트럼프를 공격해 나섰다. 유럽[바보들]도 가담했다. 벌떼처럼 공격했다. 난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그러므로 대선 기간 트럼프가 주장한 그 모든 것이 만약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시대>는 “제국이 더 이상 제국주의하지 않겠다,” 혹은 “세계제국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시대의 탄생을 뜻한다. 제국주의에 쓸 힘(돈) 국내로 돌려 엉망된 나라를 재건(“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하는데 쓰겠다는 일종의 “제국주의폐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서구제국주의 500년 정체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2016년 대선은]나라의 경제형편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며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대안을 제시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나라와 세상이 엉망이 된 이유가 진짜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지난 수십 년 왜 문제인지 등을 폭로, 고발,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 트럼프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발언 하나를 살펴보자. 그가 워싱턴과 월가, 세상의 실제 지배세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발언을 번(의)역, 소개한다: “세상을 실제로 지배하는 자들은 절대다수 밑바닥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습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을 착취, 약탈하는 것도 모자라 도둑질한 나라의 재부를 통째로 극소수 재벌과 그들 하수인(정치인)들 주머니에 넣어주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오늘의 정치경제구조가 원인입니다.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힘(약육강식논리)에 기초한 오늘의 지구촌 지배구도(Global Power Structure)가 원인입니다.”

<트럼프시대> 워싱턴지배세력 내부권력투쟁 심화

“… 오늘 지구촌정세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① 다른 나라 문제들에 더 이상 [내정]간섭하지 않겠다; ② 더 이상세계경찰이 아니다; ③ 전쟁 계속하고 외국에 군대 주둔시킬 돈(힘) 없다; ④ 오늘 경제가 거덜나서 무엇보다 먼저 미국을 다시 살리는데(‘위대하게 하는데’) 힘을 쏟겠다. 공약한 후보가 오늘 백악관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주한미군철수가 전제된 평화협정체결 그것의 구체적 결과로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남북연방제 통일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다는 객관적 정세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전망하는 근거다. 그 전망이 머지않은 장래 현실로 가시화될 수 있기를 꿈꿔본다.”(II부에 계속)

“… 트럼프시대 탄생을 놓고 전개되는 워싱턴 내부권력투쟁의 핵심은 I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이제 더 이상 힘이 없다. 따라서 더 이상 제국주의 계속할 수 없다’는 [제45대 대통령]트럼프와 ‘세계제국 미국은 죽지 않았다. 따라서 제국주의 계속해야 한다’는 ‘군산복합체’(펜타곤), CIA(정보세력), 제국주의(기업)언론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반대세력과의 대결이다.”

“… 제국주의 지배세력 내부에서 전개되는 대결양상은 오늘 정녕 상상을 초월한다. 워싱턴의 240년 역사 기존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집어놓는 양상이다. 트럼프시대 탄생을 저지, 파탄키 위한 워싱턴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은 정녕 전대미문이다. 초유의 사건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반대하는’ 트럼프세력과 ‘러시아와의 전쟁을 밀어붙이는’ 트럼프반대세력 간 권력대결은 오늘 지극히 위험한 상태로 몰려가고 있다.”

“… 무엇보다 세계지배세력(Deep State: DS)이 오늘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질 정도로 대단히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 뒤 트럼프–푸틴–러시아 악마화를 목적한 ‘가짜뉴스(Fake News)대량생산’에 ‘서방주류언론매체(West’s Mainstream Media: WMM)‘가 총동원된 이유다. 일루미나티(Illuminati), 프리메이슨(Freemason) 혹은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라 불리는 DS가 느낀 위기의식이 크다는(그것도 대단히 크다는!) 증거다.”

“… 트럼프 당선이 DS의 수백 년 세계지배질서에 대단히 위험한 전략적 차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DS세계에 오늘 뭔가 대단히 위급한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숨길 수 없는 어떤 대단히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선 수백 년 “뒤에 깊숙이 숨어 있던 실제지배세력(Deep State)”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은 따라서 틀리지 않다. 오늘 그들의 위기의식은 그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대단히 다급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틀림없다.”

“… 그들의 위기의식은 당시 곧 떠날 현직 대통령(오바마)까지 앞세웠을 정도로 컸다. 대단히 다급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오늘 워싱턴에 전대미문의 대단히 위급한 상황, 전대미문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 해석해 틀리지 않다. 241년 미국정치 역사상 초유의 위기다. 그들 위기가 오죽 심각했으면 백악관, 국무성, 국방성, CIA, FBI, NSA 등 거의 모든 정보조직들, 상하 양원,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동원할 수 있는 주요권력기관 모두를 총동원했을까 싶다.”

“… 워싱턴에 뭔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은 대선 전은 물론이고 취임 뒤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은 따라서 DS에게 뭔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된 것이다. 트럼프시대가 그들에게 절대 용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다.”

“… 1월20일 취임식 직전까지 CIA를 핵심으로 FBI, NSA 등 주요정보조직들 앞세워 벌인 DS쿠데타는 일단 오늘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일단 트럼프취임식 자체를 막지 못했다. 취임 전 발생한 그 모든 전대미문의 쿠데타 시도는 그러나 ‘앞을 내다본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0% 조작된 ‘러시안 해킹’ 사건으로 그들은 때가 무르익으면 의회(상하 양원)를 움직여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기 위한 일종의 ‘헌법쿠데타’[탄핵]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마치 보란 듯 대단히 떠들썩하게 준비하고 있다. 언론들이 대서특필이다. 모든 WMM은 가짜뉴스생산 곧 트럼프 악마화를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

“‘조미평화협정체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 ‘트럼프시대’ 관련 다섯째 글을 “조미평화협정체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가?”라는 화두로 시작한다. 먼저 밝힌다. 아래서 다룬 모든 분석, 해석, 전망은 언제나처럼 필자의 견해다. 특히 글에서 시도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모든 분석, 해석,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의 견해다.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조미대결과 평화협정체결 가능성에 대한 분석, 전망 역시 같다. 필자의 견해다. 작년 말 연재기사를 시작하며 던진 평화협정체결 가능성에 대한 전망 또한 같다. 필자의 견해다. 작년 말 당시 가졌던 그 전망은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세를 여전히 그리 보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체결 문제를 여전히 붙들고 글을 시작하는 이유다. 평화협정체결 가능성이 작년 말 처음 그 화두를 던졌을 때보다 오히려 오늘 한층 더 높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7년 5월초)

<워싱턴포스트> 3월 16일 자 기사가 다룬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

2부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 3월16일 아침 워싱턴에서 접한 소식을 하나 먼저 소개한다. 이 보도 역시 위에 소개한 트럼프 이야기와 연결시켜 이해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짧게 요약, 편집한 기사(서울에서 번역된)를 아래 먼저 소개한다:

“<워싱턴포스트>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선거모금 만찬연설(30분짜리) 녹음파일 입수 공개… <워싱턴포스트: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 보고 있다. [반면]우리는 또한 그들을 [군사적으로]보호하고 있다. 무역에서 돈 잃고, 군대(주둔미군)도 돈 잃는다‘며 한국 비난… 트럼프는 이어… ‘지금 남북 경계선에 우리군대 3만2천명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 <WP>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을…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원하는 이득을 얻지 못할 경우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하는’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분석했다.”

2016년 대선 때부터 “돈(주둔비용)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할 수 있다’”는 트럼프 주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소식은 따라서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5월중 조미정상회담”까지 합의된 오늘 또 다시 고개 내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보도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 같다. ‘단순한 우연’ 같지 않아서다. ‘계산된 발언’ 같기 때문이다. 본래(그러나 숨은?) 목적(주한미군 철수?) 실현키 위해 처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나름대로 밟는 일정한 수순 같아 보여서다. 그 나름의 “용기, 지혜”(문재인 대통령 표현)일 수 있다. 아니면 자신 또한 주한미군 철수 발언 그냥 막 내질렀다 단칼에 목이 날아간 과거 수석전략가 배넌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주한미군 문제는 오늘도 여전히 불문율(不文律) 같은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주장했다 목이 열개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더더욱 자신을 옥죄는 ‘탄핵위기’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워싱턴 지배세력은 조작된 ‘러시아게이트’ 문제 갖고 오늘도 ‘트럼프 제거’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서다.

그 자신 또한 조미정상회담이 어쩌면 오늘 그에게(소위 ‘법’의 이름으로 자신을 제거하려는) 끝없이 가해지는 ‘탄핵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 추정된다. 십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오늘 조미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몰아불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 배경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추론 또한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다. 아래서 집중적으로 다룰 ‘트럼프 이야기’는 2016년 미국 대선과 함께 시작된 1차 연구 결과다.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1년 반 가까이 계속되는 연구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그가 틈만 나면 주장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그는 처음부터 언제나 ‘피폐해진 미국경제’와 결부시켜 주장한다. 3월14일 미주리주 발언 역시 같다. 같은 맥락에서 행해졌다. 과거와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일관된 주장이다. 따라서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 믿는다.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다. ‘해외파병 문제'(우리문제만이 아닌 세상천지에 흔히 1~2천개로 알려진 정확한 수 미상의 해외미군기지 문제)를 그는 언제나 피폐한 국내 경제문제와 연관시켜 다뤘다. 그냥 불쑥 미군철수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즉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국내 경제문제와 연결시켜 발언하는 것 역시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인 것이다. 그 나름의 포석인 것이다.

트럼프가 조미정상회담 결정을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몰아붙이는 이유

‘극우 유대 사위 크루슈너’, ‘딸 이방카 유대교 개종’이 좋은 예다. 트럼프는 딸의 결혼조차 자신의 ‘대선출마’ 같은 미래 큰 계획과 연관시켜 결정했다. 워싱턴 정치무대에 뛰어들기 위해 그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당시 ‘유대카드’였다. 남들처럼 돈이 아니었다. 그 문제를 그는 딸을 극우 유대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스라엘을 염두에 둔 그 나름의 포석이었다. 그 모든 결정, 포석, 전략은 그러나 평생 ‘딜(협상 곧 계산)’하며 살아온 ‘큰 장사꾼’에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어색하지 않다. 일종의 ‘트럼프다운’ 결정이고 행동들이다. 그런데 지어는 ‘딜의 예술(Art of the Deal)’이란 책까지 쓴 그가 오늘 매일 같이 ‘미치광이’ 소리 듣는다? 글쎄 뭔가 앞뒤 맞는 않는 소리다. 옳은 객관적 평가가 아닐 수 있다.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라 어쩌면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것일 수 있다. 요즘 특히 3.8워싱턴드라마 뒤 트럼프가 자신의 전략을 스스로 ‘미치광이전략’이라고 부르는 배경에 뭔가 다른 목적, 혹은 숨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영어독립매체들이 특히 그렇다.

미치광이전략은 어쩌면 그 나름의 일종의 변신술일 수 있다. 그 전략은 ‘비주류’가 워싱턴(주류)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위협’은 둘째 치고 임기 시작 전부터 공공연히 ‘암살론’까지 떠도는 처지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세상 거의 모두에게 트럼프는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짜 무엇을 목적하는지, 어처구니없는 자해적 발언들만 (완전히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하여 뭔가 이상해 보이는)왜 끝없이 쏟아내는지 등 모든 것이 영 가늠키 어려운 인물이 됐다. 한마디로 그는 파악이 어려운 사람이다. 이해는커녕 말이 아침저녁으로 달라 종잡을 수가 없다. 다음날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감조차 잡기 어렵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목적하는지 파악, 이해가 어려울수록 그러나 그의 생존 가능성은 한편 거꾸로 높아질 수 있다. 그가 벌이는 그 모든 ‘미치광이전략’은 따라서 어쩌면 ‘비주류’하여 끝없이 탄핵, 암살 위협에 놓인 일종의 ‘정치적 이단아’가 ‘워싱턴 지배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계략일 수 있다. 그 경우 그에겐 매 순간 모든 것이 나름의 숨 막히는 일종의 ‘생존’ 투쟁일 수 있다.

‘미치광이전략’이란 것 자체가 실은 정적들이 그의 패(覇)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계책일지 모른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여 ‘미친X 널뛰듯’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자신의 인기에 전혀 도움 안 되는, 거꾸로 세상엔 적들만 기하급수적으로 배가시키는, 해서 어떤 경우엔 마치 목적의식적으로 그러는 것 같은) 인종/성/지역/국가차별 언행들 또한 어쩌면 뭔가 나름 숨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최근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경우 이제까지의 모든 것 역시 같은 목적, 배경,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정말 완전히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는 일종의 ‘정치적 자해행위’를 끝없이 반복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트럼프는 어쩌면 실제 ‘미친놈’이 아닐 수 있다. 그 반대일 수 있다. 평창올림픽, 특히 3.8워싱턴드라마 거치며 세상은 그에게서 처음으로 그 ‘반대’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된 것 같다. 처음으로 ‘이건 또 뭐야?!’ 싶었을 것 같다. 과거(‘미친놈’으로만 봤던)와 일정하게 다른 시각에서 트럼프를 보기 시작했을 수 있다. 최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진짜 미친놈이 아닐 수 있다고 보기 시작한 것 같다. 3.8드라마 뒤 더 그렇다. 그 경우 이제까지의 그의 모든 ‘미치광이’ 짓은 어쩌면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신의 목적(숨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나름의 어떤 행보일지 모른다. 어쩌면.

‘미치광이전략’, ‘비주류’가 ‘주류지배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묘책?

그 경우 미치광이 짓은 하나의 묘책일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묘책일 수 있다. 그 경우 트럼프의 그 유명한 ‘트위터’는 오늘(아니 처음부터) 그에게 있는 어쩌면 유일한 ‘무기’일 수 있다. 트위터는 그에게 어쩌면 가장 빠른, 그리고 가장 확실한 세상과의 유일한 대화통로일 수 있다. 물론 선뜻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다. 대통령, 그것도 한때 ‘세계유일초강대국’ 소리 듣던 ‘미국’ 대통령에게 트위터가 유일한 대화통로라고? 믿기 어렵다. 물론이다. 그러나 과거(즉 ‘미친놈’ 시각)와 다른 시각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경우 조금은 다른 이해가 가능해진다. 많은 의문이 풀린다. 그가 진짜 미친놈이 아닐 경우 정녕 많은 의문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간 뒤 그가 처한 세상이(‘포로가 된 대통령’) 어떤 절대적 고립상태 혹은 우리식 표현으로 마치 ‘독 안의 쥐’ 같은 상황일 경우 그가 신속하게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왜곡됨 없이 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화통로는 트위터일 수 있기 때문이다. 3.8워싱턴드라마 중 자기 부하들은 물론 세상 거의 모두에게 가장 믿기 어려웠던 부분은 조미정상회담 결정을 다른 사람(자기 부하들)아닌 손님으로 간 정의용 특사에게 부탁한 ‘사건’일 것이다. 이해가 가장 안됐던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위터 이야기가 이해될 경우 정의용 이야기 또한 같다. 충분히 이해된다. 정 특사가 그에게 어쩌면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왜곡 없이 가장 확실하게, 가장 신속하게 곧 바로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카드가 트위터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카드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전달되는 것보다 정 특사 통해 세상에 나간 결정을 뒤집기가 대단히 (아마도 백배 더)어려운 카드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라가서 그가 할 짓 없어 트위터하는 것이 아니라 늘 말을 하려는 것이다. 트위터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이상한 대통령’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위해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한다. 작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트럼프는 자신의 경호를 위해 정부(‘그림자정부’로 불리는 워싱턴을 실제 지배하는 ‘Deep State’ 세력)가 제공한 ‘비밀경호조직’(Secret Services)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양했다. 대신 사설경호조직을 썼다.

취임식 전후 당시 유투브엔 약 반세기 전 동영상이 하나 떴다. 1963년 11월22일 달라스 공식 방문 중 케네디가 암살당하는 순간을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준 영상이다. 케네디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당시 환호하는 연도 시민들에게 천천히 달리던 대통령전용 리무진(무개차) 차량에서 부인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었다. 처음 영상엔 무개차를 에워싸고 당시 수십 명 비밀경호원들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영상은 그러나 정작 암살 순간 대통령 주변에 비밀경호원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45대 미국대통령 트럼프는 국가가 제공한 비밀경호조직 대신 자기 돈 주고 산 사설경호조직을 데리고 취임식장에 나간 것이다. 근 240년 미합중국 역사상 초유의 전대미문 사건일 것이다. 당시 언론은 그러나 이 사안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곧 잊혔다. 한편 취임식 전후 특히 취임식 당일 ‘트럼프 암살설’은 워싱턴정가에 공공연히 나돌았다.

아래는 <21세기> 포함 영문독립언론매체들에 소개된 케네디암살을 상징하는 대표적 영상 가운데 하나다. 영상의 오른쪽 위 그래픽은 케네디암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 중 하나다. 그래픽에 대한 부연설명 하나 덧붙인다. 케네디 머리 왼쪽에 탄환구멍이 나있는 그래픽이 담긴 동전은 ‘사적 은행조직’(Private Banking Organization) 마치 ‘연방정부기관’처럼 행세하며 ‘100년 넘게 미국달러 찍어내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를 상징한다. ‘케네디암살에 FRB가 관계됐다’는 세간의 의문/의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래픽 중 하나다.

트럼프 임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얼른 믿기 어려운 하여 일종의 ‘초현실적’(surreal) 상황에서 시작된 임기다. 그것도 자기가 데리고 시작한 국가안보보좌관은 임명 3주 만에, 수석전략보좌관은 6개월 만에 쫓겨나는 상황에서 시작된 임기다. 즉 마치 ‘독 안에 든 쥐’ 같은 상황에서 시작된 대통령 임기다. 흔히 말하듯 ‘두 팔이 모두 잘려 나간’ 것 같은 처지에서 시작된 임기다. 자기가 목적한 것을, 가진 뜻을, 나름대로 가진 꿈과 희망을 자신의 생각과 구상대로 전혀 펼칠 수 없는 현실을 그는 어쩌면 백악관에 입성해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가정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 깨달음은 대단히 뒤늦은 것이었다. 트럼프 임기 1년이 마치 ‘롤러코스트 타듯’ 했던 이유일 것이다. 한편 그가 돈키호테식의 ‘대단히 나이브한 낭만주의자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기도 할 것이다. 1년 지난 오늘 그런 모습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보인다. 어쩌면 시작 전부터 맞기 시작해서 오늘도 계속 맞고 있는 ‘탄핵위기’(일종의 ‘매’) 덕일지 모른다. 십중팔구 그럴 수 있다. 끝없는 암살위기 또한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미치광이 노릇하는 와중에도 그가 조금씩 정신 차려 갈 수 있었던 이유였을지 모른다. 전격적인 3.8조미정상회담 탄생 배경의 숨은 또 다른 이유일지 모른다.

대선 때 이미 시작된 ‘100% 조작된 러시아게이트’는 당선된 뒤도 계속됐다. 역설이지만 어쩌면 예측불허의 그런 절체절명 상황이 트럼프를 정신 차리게(?) 만든 일종의 매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가 오늘도 ‘탄핵위기’에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가 대선 전 공약한 싸움을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트럼프 군기잡기’에 다름 아닌 탄핵소동은 물론 그의 돈키호테식 이상주의(예를 들면, 오늘 우리 앞에 현실로 탄생한 전격적인 조미대화, 조미정상회담 결정과 계속되는 주한미군 철수 논란 같은 것들)를 어떻게든 멈춰 세우려는 워싱턴 지배세력의 작품이다. 그가 군산복합체, 펜타곤, 주류언론, 할리우드, 대학, 연구기관 등 가히 워싱턴의 모든 지배세력으로부터 오늘도 여전히 악마화 당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 믿는다.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조미정상회담 탄생 소식은 그러므로 그가 아직 자신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구체적 반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 해석해서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게 된다. 온 세상을 놀라게 하고 가슴까지 온통 설레게 만든 역사적인 전격적 정상회담 소식은 십중팔구 그가 자신이 목적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작품일 수 있다. 그리 믿는다.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반대 경우 즉 포기했다는 해석보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부하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정상회담 결정을 혼자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이유일 것이다. 모든 것이 모두 같은 목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짧게 번역, 소개한 ‘포로가 된 대통령’ 분석기사에서 그에 대한 추정, 추론, 가정이 얼마든지 가능한 정황들이 여럿 소개된다. ‘21세기 제국’ 미국 대통령이 오늘 어떤 지경에 놓여있는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기초해서 쓰인 영문분석기사의 일부다. 위에서 논한 문제를 새롭게 조명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예다. 기사는 지구촌의 두 지역 곧 북아프리카, 동북아를 특정해서 소개한다.

하나는 소말리아, 다른 곳은 우리다: ① 소말리아에 파견한 군대 ‘이제 그만 철수시킬 수 없나?'(…why US troops are in Somalia. ‘Can’t we just pull out?’); ② 북핵문제도 ‘협상으로 끝내자(…“we can make a deal” with North Korea’)’ 제안한다. 그 제안에 부하들 곧 ‘군인들(국방장관 매티스 같은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워싱턴을 실제 지배하는 ‘그림자정부’ 펜타곤 대변인들)’이 ‘안 된다!’며 트럼프를 주저앉힌 채 ‘당신은 ‘전시대통령’으로 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Unfortunately, sir, you have no choice,’ Mattis told Trump, according to officials. ‘You will be a wartime president.’”)’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대단히 구체적인 소개다. 기사는 일종의 ‘그게 당신 운명이다. 미국 대통령직에 앉은 당신에게 불행히도 다른 선택은 없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는 지어 2003년 이라크 침략전쟁 뒤 수도 바그다드에 펜타곤이 계속 갖다 앉히고 있는 이라크의 소위 ‘(허수아비)지도자’들이 백악관을 공식 방문했을 때 트럼프가 그들을 향해 던진 예사롭지 않은 대단한 욕설 이야기(“이제까지 내가 만난 놈들 중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도둑놈들: … ‘the most accomplished group of thieves he’d ever met,’)도 소개한다.

1부에 소개한 것처럼 영문기사 전문을 원하시는 독자는 다음 주소에서 직접 읽어볼 수 있다: http://www.21cir.com/2018-03/a-president-held-hostage-theyve-got-him-surrounded.html

‘백악관에서 군인들에 의해 포로가 된 대통령’

대통령 그것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의 현직 대통령이 ‘할일 없어 매일 트위터나 갖고(마치 아이들 장난치듯) 세상과 대화하는’ 해서 모두 ‘반쯤 미친놈’이라 치부했던 그 유명한 트위터 이야기는 그러므로 조금은 다른 틀에서 이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미치광이’ 인식과는 다른 틀에서 트위터 곧 트럼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시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는 상상이 아니다. 소설이 아니다. 현실이다. 대단히 구체적인 현실이다. 그래서 갖는 생각이다. 믿기 어렵지만 제45대 미국대통령에게 오늘(아니 처음부터?) 자신의 목소리, 뜻, 생각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어쩌면 바로 그 트위터뿐이었을 수 있다. 정녕 믿기 어렵지만 그것이 국가의 공식지휘체계가 이미 통째로 무너진 오늘 워싱턴의 현주소일 수 있다. 그 트위터가 제45대 대통령에게 차려진 세상과의 유일한 대화 기회, 통로였다는 해석은 따라서 과언이 아닐 수 있다. 그리 볼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위에 소개한 기사에서처럼 일종의 ‘독 안에 든 쥐’ 신세다. 즉 ‘포로가 된 대통령’이다. 믿기 어렵지만 오늘 워싱턴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류사에 전무한 제국”을 일떠세워 한때 ‘세계유일 초강국’ 소리까지 듣던 나라 대통령이 매일 같이 ‘미치광이’ 취급당하는 현실 역시 매한가지다. 현실이다. 선뜻 믿기지 않는 그 현실은 그러나 오늘 세상천지 거의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현실 같지 않아 마치 ‘초현실'(surreal)처럼 보이는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오늘 워싱턴 현주소다. 선뜻 믿기 어려운 그 이야기는 그러나 오늘 국가의 공식지휘체계가 이미 모래성처럼 무너진 즉 워싱턴지배세력 내부의 회복키 어려운 위기상황을 한편 잘 대변하고 있다. ‘내부붕괴를 거듭하는 세계제국’ 워싱턴의 오늘 모습은 트럼프 트위터 통해 지난 1년 거의 매일 같이 온 세상에 그대로 전달됐다. 스스로를 ‘21세기 세계제국’이라 부르는 미국에게 오늘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그 위기는 <트럼프시대> 더욱 극명하게 있는 그대로 온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바로 그 결과는 그런데 우연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미치광이전략이 목적한 것일까? 가정이다. 100% 가정이다. 가정이 허락될 경우 다음과 같은 의문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최근 부쩍 더 드는 의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지는 의문이다. 트럼프의 그 모든 ‘미치광이’ 짓이 혹 “이미 오래 전부터 직면한 제국의 붕괴위기를 더욱 심화시켜 붕괴를 가속화하려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다.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치 본래 그리 목적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 보여서다. 가정이다. 100% 가정에 기초해서 가져보는 의문이다. 그러나 모른다.

대표적 예로 조선, 베네수엘라, 이란, 시리아, 러시아, 중국 등 세상 거의 모든 주요 반제자주 성향 국가들을 상대로 동시에 싸움을 벌이는 오늘 트럼프 모습이 그렇다. 푸틴 대통령 표현처럼 ‘대결에서 미국을 완파시킨’ 조선은 둘째 치고 다른 국가 경우도 그들 중 어느 한 나라만을 상대로 싸우는 것도 버거운 상태에서 그들 모두를 상대로 동시에 싸움을 거는 모습이 정녕 그렇다. 그 모습은 살겠다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반대 모습이다.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죽겠다는 모습이다. ‘미치광이전략’이 따로 없다 싶을 정도다.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벌릴 수 없는 전략적 우를 그토록 끝없이 범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서다. 다른 가정으로는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 경우일 때 거꾸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일까? 트럼프란 존재는? 정녕 미친 존재일까? 아니면 위에서 가정한 그 반대 경우일까? 트럼프시대 1년 그들이 하는 짓마다 부메랑(전략적 우) 아닌 것을 찾기 어려워서다. 그 모든 전략적 우는 이유여하를 막론코 오늘 결과적으로 워싱턴을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 그들이 하는 것 모든 것, 모든 결정, 행동, 발언, 정책 등등이 결과적으로 워싱턴을 그리 만들고 있다.

나가는 말

20세기 말 21세기 초 아들 ‘W. 부시’ 때 이미 가속화된 ‘제국의 붕괴’는 트럼프시대 오늘 마치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하고 있다. 종말을 향해 초고속으로 달리는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글쎄? 어느 ‘미친놈’ 때문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글쎄? 위에 소개한 것처럼 그의 대선공약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 아니다”였다. 미국에게 “더 이상 [제국주의전쟁 계속할]돈이 없다”였다. 돈이 있다면 그 돈 “다 망가져가는 사회인프라 재건에 써야 한다”였다. 달리 말해, 그의 대선공약은 무소불위의 ‘군산정언복합체를 상대로 대놓고 싸움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에 다름없었다. 그가 1년 내내 ‘미친놈’ 소리 듣지 않을 수 없던 이유라고 믿는다. 그런 선전포고를 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물론 그가 아직 살아있는 것 자체가 따라서 기적일 수 있다. 어쩌면 소위 ‘미치광이전략’ 덕일지 모른다.

트럼프를 그리 보는 견해는 최근 영문독립언론매체에 부쩍 늘고 있다. 그와 같은 견해가 국제독립언론매체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와 비슷한 분석기사는 요즘 하루가 멀다고 소개된다. 거의 100% 서양독립매체들에 그와 같은 견해는 요즘 더 자주 눈에 띤다. 3.8워싱턴드라마 뒤 더 부쩍 늘었다. ‘트위터로 국무장관 날리는’ 행동을 따라서 단순히 트럼프의 ‘미친짓’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결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정상회담 자체를 이런저런 이유 들어 막아 나설 온갖 장애를 일사분란하게 뛰어넘기 위한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오 신임 국무장관 카드는 어쩌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한 5월 조미정상회담까지 자신이 살아남아 무사히 회담 장소에 나가기 위한 그 나름의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 최근 며칠 주류언론에서조차 그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싣고 있다. 기존의 폼페오 평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리 보는 견해는 청와대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3.8워싱턴드라마를 위에서 논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때 좀 더 분명하게 전체 그림,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워싱턴 지배세력을 대표하는 현직 모든 실세가 거의 100% 모인 자리에서 진행된 정의용 특사일행 방북보고를 갑자기 멈추게 한 뒤 그들을 자신 집무실로 불러 먼저 보고를 받은 것(일정에 전혀 없던 사건이다!), 정 특사가 보고를 끝내기도 전 즉석에서 조미정상회담 제안에 합의한 것, 배석한 핵심참모들 만류에도 상의 한마디 없이 단독으로 회담 결정을 밀어붙인 것, 그것도 부족해 자기 부하 대신 손님(정 특사)에게 자신의 정상회담 합의 결정을 “직접 세상에 전해 달라’ 부탁까지 한 일련의 믿기 어려운 그 모든 행동(세상언론 대부분이 ‘즉흥적이고, 자아도취가 심하고, 대단히 변덕스러운’ 등으로 묘사한 행동)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때 이해가 훨씬 더 쉬울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3.8드라마 전체를 들여다 볼 때 트럼프가 그날 목적했던 것이 무엇인지, 한편 그날 그는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그가 그날 그렇게 (문 대통령 표현처럼 “용기 내어 지혜롭게”)행동하지 않을 경우 조미정상회담 결정 자체가 탄생조차 못할 수 있다는 어떤 두려움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일종의 궁금증 또한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엔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두려움 때문에 그는 그날 믿기 어려운 그 모든 ‘이상해 보이는’ 행보를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는지 모른다. 그는 그날 마치 무엇엔가 몹시 쫒기는 모습으로 세상에 비쳐졌을 수 있다. 아니면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또 다시 ‘미친X 널뛰듯’ 하는구나!”라고 치부했을 수도 있다. 임기 첫해 ‘편견’ 혹은 ‘선입관’처럼 자리 잡은 트럼프에 대한 기존의 이해 틀(‘미친놈’)로는 오늘 급변하는 조미대결정세를 다 보지 못할 수 있다. 공식 종결단계에 진입한 25년 조미핵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21세기 초 지구촌정세의 큰 그림을 혹 다 보지 못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늘 남북정상회담-조미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중국, 러시아, 일본 포함한 동북아 유라시아정세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글이 길어졌다. 글 앞에 소개한 긴 인용문 때문일 것이다. 힘이 들더라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조미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아무래도 한 부 더 써서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든 기사 분량이 길어진 것을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트럼프가 (살아남아)5월 조미정상회담까지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글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이야기는 3부로 미루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3부에 계속)

정기열 21세기연구원 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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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구속, 가족들 '눈물'로 배웅 시민들 "잘 됐다" 박수에 달걀 세례도

법원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구속 결정... MB, SNS에 자필 소회 올려

18.03.23 01:17l최종 업데이트 18.03.23 08:29l

 

자택에서 구속집행되는 이명박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자택에서 구속집행되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자정무렵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자택에서 구속집행되는 이명박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자택에서 구속집행되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자정무렵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 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0시 18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 한 지 2시간여, 논현동 자택을 출발한 지 1시간여만이다. 

앞서 법원은 22일 오후 11시 7분께 110억 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오후 11시 55분, 차량 3대로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횡령, 뇌물수수 등을 수사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직접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왔다. 이들은 경호팀의 안내에 따라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부장 검사들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날 이 전 대통령을 방문했던 장제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조해진 전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측근 20여 명이 대문 밖으로 나와 일렬로 대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0시 0분, 차고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외투의 정장 차림인 그는 안경을 낀 채 덤덤한 표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가까이 있던 장 의원과 권 의원, 조 전 의원에게 악수를 건넨 뒤 옆에 대기하던 K9 차량을 향했다. 취재진이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심경이 어떠시냐", "정치보복이라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MB가족들, 눈물로 구치소행 배웅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이송된 가운데, 아들 이시형씨(왼쪽)를 비롯한 딸과 가족들이 주차장 입구까지 나와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고 있다.
▲ MB가족들, 눈물로 구치소행 배웅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이송된 가운데, 아들 이시형씨(왼쪽)를 비롯한 딸과 가족들이 주차장 입구까지 나와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고 있다. ⓒ 권우성
이동관, 권성동, 장제원 등 MB구치소행 배웅 자유한국당 권성동, 장제원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해진 전 의원 등이 22일 오후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되어 동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 이동관, 권성동, 장제원 등 MB구치소행 배웅 자유한국당 권성동, 장제원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해진 전 의원 등이 22일 오후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되어 동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권우성
MB 구치소행 배웅한 유인촌 유인촌 전 문체부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압송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한 뒤 떠나고 있다.
▲ MB 구치소행 배웅한 유인촌 유인촌 전 문체부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압송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한 뒤 떠나고 있다.ⓒ 권우성
MB가족 위로하는 이재오 이재오 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압송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한 뒤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MB가족 위로하는 이재오 이재오 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동부구치소로 압송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한 뒤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권우성
아들 이시형씨를 비롯해 가족들도 나와 이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들 이씨는 울음을 터트렸고, 가족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소리쳤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손을 들어 보인 후 곧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이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오전 0시 2분, 서울 동부구치소로 출발했다. 경찰이 설치한 펜스 뒤에 서 있던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잘 됐다", "창피한 줄 알아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은 "저 노인네들도 잡아가라"며 측근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0시 18분, 동부구치소에 도착해 도중에 내리지 않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이 모습을 취재진뿐 아니라 다수 시민이 지켜봤다. 한 시민은 이 전 대통령 호송차량을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로 발목 잡혀
 
MB 호송차량에 계란세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며 계란세례를 맞고 있다.
▲ MB 호송차량에 달걀세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며 계란세례를 맞고 있다.ⓒ 남소연
구치소 들어서는 M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박수를 치거나 폰카를 찍고 있다.
▲ MB 구속 지켜보는 시민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박수를 치거나 폰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였다. 법원은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애초 법원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때 충분히 할 말을 다 했다"라는 이유로 불출석하겠다고 밝히자 서류심사를 결정했다. 

검찰은 서면 심사가 이뤄지는 중에도 추가 의견서와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구속 심사에 만전을 기울였고, 변호인단은 혐의의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등 반론을 펼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뇌물수수, 국가정보원 특활비 수수 관련 국고손실, 다스 비자금 횡령,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방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필로 쓴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그는 글에서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라며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구치소 들어서는 M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 구치소 들어서는 M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남소연
구치소 들어서는 M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정을 넘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 구치소 들어서는 M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정을 넘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구치소 들어서는 MB 호송차량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검찰 차량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 구치소 들어서는 MB 호송차량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검찰 차량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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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기권 마하20 아반가르드미사일 양산 시작

러시아, 대기권 마하20 아반가르드미사일 양산 시작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3/23 [06: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러시아 최신형 전략미사일 아반가르드의 탄두비행체  납짝한 모습에 수직형 두 개의 날개가 달려있는데 이를 이용해 대기권에서 상하좌우 레이더망을 요리조리 피해 비행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목표를 정확히 스스로 찾아가 타격한다. © 설명글: 이창기 기자

 

▲ 2018년 3월 1일 국정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공개한 아방가르드 탄도미사일 마하 20이상의 속도를 낸다,  

 

1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형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인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아방가르드)가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러시아가 거듭 주장했다. 1일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투표를 앞두고 6종 신형 차세대 슈퍼무기의 하나로 공개한 후, 3일 타스통신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방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 아반가르드 미사일 양산시작을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12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이 미사일 시스템 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러시아 일간 '크라스나야'와 대담에서 밝혔다.

 

보리소프 차관은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아반가르드 시스템의 테스트를 잘 마쳤다"며 "그 미사일은 수월하게 탄생하지 않았다. 탄두 표면 온도가 2천도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미사일은 실제 플라스마 상태에서 날아간다"며 "이를 통제하고 보호하는 문제는 매우 예민하지만, 그 해결 방안을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시스템의 실제 실험은 선택된 접근법에서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에

 

러시아에서 미사일 탄두에 장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플라즈마 구름으로 비행체를 덮게 되면 모든 레이더파는 다 흡수하여 완벽한 스텔스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나 통신에 문제가 발생하여 지상 관제소에서 이 미사일 조종이 어렵게 된다. 이 문제 때문에 러시아에서 플라즈마 스텔스기를 개발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어찌어찌 해결했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이번엔 이름을 밝힌 국방부 관계자가 플라즈마 탄두부를 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그 통신문제도 해결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푸틴대통령은 이 아반가르드를 운석과 같은 불덩어리 미사일로 표현했는데 바로 플라즈마 구름으로 에워싸고 비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플라즈마 스텔스 전투기도 이미 실전배치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플라즈마 발생기를 가동하면 연료소모가 너무 많아 비행거리가 대폭 축소되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번 푸틴 대통령이 핵추진 순항미사일에 탑재했다고 발표한 초소형 원자로를 이 아반가르드 미사일 탄두에도 설치하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이제 스텔스 기술에 있어서도 미국을 완전히 압도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에게 미국은 눈먼 장님 신세다. 러시아에서 때리고 싶으면 아무때나 달려가 마구 두들겨패도 주먹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만신창이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 미국의 전투기, 항공모함이고 구축함이 된 것이다.

 

3일 보도에서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서방은 새로운 현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며 "아반가르드 미사일은 고도 8천~5만m 대기권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대기권 중에서도 여객기가 주로 운항하는 성층권 높이를 마하 20으로 비행하면 요격이 매우 어렵다. 아무리 빠른 요격미사일도 이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뒤따라가서, 혹은 측면에서 요격은 불가능하다. 날아오는 아반가르드를 맞받아가서 요격하는 수밖에 없는데 아반가르드는 날개가 달려있어 다가오는 요격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다. 요격미사일도 방향 조종 날개로 추적을 하겠지만 아반가르드가 더 빠르기 때문에 결국 요격미사일이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한 그래픽 영상을 보면 아반가르드 미사일은 지상레이더이건 위성레이더이건 레이더가 포착되면 그 범위를 우회하여 비행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아예 레이더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마하20이란 무지막지한 속도로 비행을 하는 것이다.

 

▲ R-24야르스 로켓에 실려 우주공간으로 날아오르는 아반가르드(아방가르드) 전략미사일 탄두부 페어링이 분리되면서 아반가르드 미사일이 사출되는 모습     © 설명글: 이창기 기자

 

마하 20이라는 비행속도는 우주공간까지 이 미사일을 싣고 올라가는 로켓이 바로 러시아 신형 R-24야르스 로켓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야르스 로켓은 사거리 1만 2천킬로미터에 마하 20의 속도를 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인데 그 미사일이 탄두부에서 아반가르드를 토해내면 중력가속도까지 이용하여 마하 20이상으로 대기권으로 진입한 후 요리조리 레이더 회피기동을 하며 마하20의 속도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가서 타격하는 것이다. 대기권에서는 공기저항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마하 20까지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어마무시한 속도다.

 

아반가르드 미사일은 사거리가 5,800km 중거리라고 하는데 1만키로 이상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본다. 토해내는 시점이 어디냐에 따라 사거리는 1만키 이상도 가능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이 아반가르드 미사일은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kt로 알려졌다. 또 최대 5MT(TNT 500만t) 위력을 내는 극초음속 탄두는 1개만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나가사키 원폭이 21kt, 히로시마 원폭이 13-18kt 약 15kt이었다.

 

러시아는 미국이 SM3 등 요격미사일 체계로 러시아를 포위 위협한 데 따른 대응차원에서 이런 무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SM3나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도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서운 미사일이 아닐 수 없다. 재돌입핵탄두를 플라즈마 구름으로 에워쌌다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하다.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려면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1일 발표 당시 극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 순항미사일까지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런 원자로를 이런 미사일에 탑재하면 무한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얼마든지 플라즈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아반가르드는 미국 등 서방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서운 미사일임에 틀림 없다. 이 미사일을 양산 시작했다는 러시아 보도가 나왔지만 서방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억이 막혀 할 말을 잃은 것 같다. 

 

 

딱 한 나라 북만 텔레비젼 보도와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제일처럼 기뻐하며 널리 보도하였다. 북이 러시아의 이런 전략무기 개발 성공을 왜 이렇게 기뻐하며 북 주민들에게 널리 보도하는지 의아하다. 그것도 너무 어마무시한 무기라서 자칫하면 북 주민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할 수도 있는데도 방송 사회자들이 싱글벙글 연일 기쁜 표정으로 널리 보도해주고 있다.

북의 기술이 결합된 미사일이거나, 북에는 더 위력적인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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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년, 대한민국 역사 ‘광화문’ 온다”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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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1  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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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 살육의 광풍이 불었다. 그리고 2018년 70년, 아직 4.3은 우리 역사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70년을 맞아 ‘제주4.3’이 역사의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0주년을 또 한 번의 분기점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70주년은 10주기의 마지막이다. 앞으로 기념을 하겠지만, 당시 직접적인 피해자와 생존피해자, 1세대 유족, 당시 태어나신 분들은 고령이다. 미해결된 것을 매듭짓지 못하면 결국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할 길을 잃어버린다. 70주년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라는 것.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으로 ‘4.3’이 세상에 알려지고, 1988년 6월항쟁 이후 ‘4.3 진상규명운동’이 대중화된 데 이어, 1998년 범국민위원회가 본격화되면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4.3’ 정주년은 의미가 있던 해. 

이제 70주년인 2018년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기 위한 역사 자리매김 운동의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정명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제주도에 머문 ‘4.3’이 아니라 ‘4.3’의 전국화라는 의미가 있다. 박 운영위원장은 “국민의 70~80%가 ‘4.3’이 무엇인지 알고 공감하고,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로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며 ‘4.3 정명(正名)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4.3 정명운동’은 ‘4.3’의 역사를 재조명하자는 취지이다. 국민이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인권적 측면에서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정부 공식 입장을 넘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2차 목표이다.

“대한민국 역사 자리매김은 억울한 학살의 피해 객체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민중들이 무엇인가 했기 때문에 학살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럼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바랐는가 하는 역사 주체로서의 조명이 필요하다.”

‘4.3’은 당시 제주도민들이 제대로 된 나라, 분단을 극복한 통일된 나라를 원해 싸우다 발생한 일,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던 역사라는 의미를 재조명하자는 것.

그는 “20~30년이 지나면 제주도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죽었다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통일 유공자”라며 “‘정명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20년 동안 ‘4.3’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덮어버린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게 70주년의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는 이뤄졌지만, 희생자에 대한 배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작성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총론으로 구체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당시 미군정 하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책임 규명도 담겨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골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데 힘든 점이 있을 터. 그래도 박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주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가해 사과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오는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과거 9년 동안 제대로 불리지 못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공식 제창될 예정이다.

‘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분주하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정명운동’으로 ‘4.3’을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특히, ‘4.3 주간’(4월 3일~7일)의 마지막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3 70년,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주제로 국민문화제가 열린다. 분향소와 정보관도 설치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모두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4.3주간'에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걱정도 있다. 7일 국민문화제에 앞서 6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일이기 때문. ‘태극기부대’가 서울 시내 곳곳에 쏟아져 나와 행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자칫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행사가 열릴 위험이 있다. ‘서북청년단(서청)’은 학살의 주역이었고, 지금도 ‘서청’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데, 소위 ‘재건 서청’을 만들어서 깃발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행사를 어찌해야 할지 걱정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럴수록 많은 분들이 함께 행사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교사들은 4.3 계기 수업을 하고, 시민들은 분향소나 박물관을 방문하고, 국민문화제에도 참가해 민주국가, 문명국가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주4.3항쟁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는 오는 7일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다.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에 ‘4.3 예술난장’도 마련됐다. 추모공간과 정보관은 3일부터 7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다. ‘4.3특별전’은 오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전국적인 분향소도 설치된다.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대전, 광주 등 20개 지역에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다.

   
▲ '제주4.3 제70주년' 주요행사 포스터. [자료제공-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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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 베이징행 기차표는 과연 얼마일까?

[기고] 남북 소통의 물리적 장치로 철도 활용해야
 
 
프랑스 파리 동역 승강장에서는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 프랑스 고속열차 떼제베(TGV)와 독일의 고속열차 이체(ICE)가 나란히 서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지만 대륙으로 연결된 육로가 닫힌 채 70여년을 보낸 한국 여행자 입장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파리 동역의 이체(ICE)는 독일을 떠나 국경을 넘어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도착한 국제열차이다. 
 
철도는 기계문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산업혁명의 기관차였고 자본주의 체제를 꽃피운 기둥이었다. 철도는 시공간을 재편하면서 철도 이전의 인류가 결코 도달하지 못했던 벽을 깨버렸다.  
 
뉘른베르크와 퓌르트에 이어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을 잇는 철도 노선이 개통되자 달리는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은 중세 봉건의 껍질을 날려버렸다. 철도는 북쪽의 발트해에서 남쪽의 알프스 자락까지 여러 공국으로 조각난 지역들을 프로이센 제국으로 꿰매는 실과 바늘이었다. 독일제국 통합의 기계장치이던 철도는 두 번의 세계 대전을 통해 비극을 실어 날랐다. 20세기에는 유럽연합을 엮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2018년 한반도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았다. 전쟁위기까지 치달았던 남북, 북미 관계가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아직은 위태로운 불씨이기에 최선을 다해 불꽃을 피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매개체로 철도만큼 유용한 인프라는 없을 것이다. 식민지 철도로 시작해 수탈과 침략의 도구였던 한국철도가 평화의 도구로 전환되는 기적은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북 핵 폐기와 북미관계 개선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남북교류협력은 본궤도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한때 추진됐던 북한체제의 붕괴나 급변사태 유도 방식의 흡수통일론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과 분단의 영구화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체제 보장과 번영은 북한 시민의 생활안정뿐만 아니라 지난한 통일 과정에서 남한이 책임져야 하는 통일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상호 이해와 평화는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에 기반 둘 때 든든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소통의 물리적 장치로서 철도가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거대 장치산업인 철도의 특성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철도는 남한보다 열악한 상태이다. 대륙 연결의 주간선인 경의선 북쪽 구간에 대한 남한의 투자는 남북협력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 중국 단둥역에 도착한 고속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 ⓒ박흥수

 
경의선 연결의 장점은 1, 폐쇄회로와 같은 철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세계와의 급격한 접촉을 불편해하는 북한 당국의 부담을 덜 수 있고 2, 남북 소통의 상징적 인프라로서 그 자체로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3, 통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남북이 공유할 수 있으며 4, 한국의 숙원이었던 대륙과의 연결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의선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둥과 연결된다. 이로써 한국철도는 국제선을 운용하게 되어 눈높이로 국경을 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점이 된다. 경의선은 크게 두 단계의 개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은 북쪽 재래선 선로의 개량을 통해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의 운행속도를 높여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현재 운행되는 평양발 선양행 국제열차의 평양-신의주간 운행시간은 6시간 10분에서 7시간 사이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신의주 까지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북쪽 선로의 개량을 통해 서울-신의주간 운행시간을 7시간 내외로 단축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 수 있다. 신의주를 지나 압록강을 건너면 단둥역이다. 단둥역에는 베이징행 고속열차가 운행된다. 단둥-베이징 간 고속열차 운행시간은 6시간 20분 정도 소요되고 2등석 요금은 한화 6만5000원 내외이다. 
 
서울역에서 오전 7시에 경의선 열차를 타고 북중 국경을 넘어 단둥 역에서 베이징 행 고속 열차로 환승 하면 저녁 9시쯤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북경오리에 고량주 한 잔을 할 수 있다. 편도 열차 요금은 12만 원 내외로 유지할 수 있다. 북쪽 선로를 한국의 일반철도노선 수준으로 개량한다면 시간은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서울-신의주간 고속철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고속철도망을 가진 중국철도와 연결되어 중국의 여러 도시에 연결된다. 이에 따른 경제, 문화 효과는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다. 중국의 고속열차가 서울역에 정차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한국의 KTX 산천을 베이징 중앙역 승강장에서 만날 수도 있다. 
 
국제선 고속열차 운행으로 국제선 남북중 공동관제센터와 국제선 기관사, 승무원도 생길 것이다. 국제역으로 거듭난 서울역에서 오전에 고속열차를 타면 오후에 베이징 이화원 호수를 거닐 수 있게 된다.  
 
철도차량제작산업이나 철도기술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철도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차량 개발과 시설 개량은 철도차량제작능력과 시설부분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게 된다. 당연히 한국철도산업의 국제경쟁력도 커지게 된다. 세계 최고의 철도산업 국가로 부상한 중국과의 철도분야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남북 평화정착과 중국과의 철도 협력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무엇보다 일본의 정치개혁을 이끌게 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전후 반짝 꽃피웠던 일본의 진보세력은 냉전질서 속에 질식해버렸다. 북한에 대한 악마화는 일본 극우 세력이 태평양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고 장기 집권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평화헌법 폐기와 군사대국화의 길을 맘 놓고 가게 하는 알리바이였다.  
 
동북아 평화 정착을 통해 일본의 양심세력이 새롭게 성장한다면 평화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유레일 철도 패스처럼 한중일 청년들이 한중일 철도 패스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소통하는 미래도 상상할 수 있다.  
 
평화철도 경의선의 의미와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소중할 수가 있다. 이 중대한 세기적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국제역이 된 서울역에서 런던행 열차표를 끊을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서울역 열차 출발 안내 전광판에 베이징, 울란바토르, 하얼빈, 치타,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런던을 알리는 엘이디 불빛이 반짝이는 풍경은 비극의 땅이었던 한반도에서 시작된 세기적 대전환의 성공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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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검찰-보수언론'이 추방시킨 한 기자 이야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3/22 10:47
  • 수정일
    2018/03/22 10: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향한 서슬 퍼런 폭력의 기록

18.03.22 07:59 | 정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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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익산 통일토크콘서트 중 발생한 폭발물 테러 ⓒ 오마이뉴스


양은냄비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허공을 가른 불덩어리가 카메라를 향했다. 화면이 흔들렸다. 하얗게 변한 사각프레임 안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나타난 화면, 성당 바닥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들리고 사람들의 몸싸움이 벌어진다. 아래 영상이 당시 상황을 촬영한 거다. 
 


지난 2014년 12월 10일, 대한민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200여 명이 모여 있던 성당에서 사제폭탄이 터졌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2명이 화상을 입고, 수많은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명 '익산 사제폭탄 테러'로 기록된 사건이다. 

이 참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는 걸 목격했다. 피해자이기도 하다. 사제폭탄은 그를 겨냥한 거였다. 이런 일, 그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는 '통일 전도사'였다. 한때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은 이렇게 그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이민자라고 했다. 북한 여행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지금부터 신은미 기자의 대한민국 여행기를 시작한다. 그가 이 땅에서 폭탄테러를 당하고 '강제 추방자'가 돼야 했던 이야기를 공개한다. 보수언론과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검찰이 한 사람의 삶에 가한 서슬 퍼런 폭력의 기록이다.

보수언론의 '종북몰이', 주홍글씨를 새기다
 

▲ 신은미씨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TV조선. ⓒ TV조선 갈무리


대한민국 여행은 상상과 달랐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변했다. 신은미 기자는 자고 일어났더니 '종북 인사'가 돼 있었단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던 '평화 통일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이틀 후였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조선일보>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서울 한복판 從北(종북) 토크쇼'

내용은 간단하다. 신은미 기자가 북한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았다"라는 거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칭찬'을 '찬양'으로 둔갑시켰다. 사설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라고 썼다. <TV조선>도 거들었다.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북'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신은미 기자가 잠든 사이 보수언론은 거짓 뉴스와 허위 보도를 쏟아냈다.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에선 사회자와 패널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그를 희롱했다. 그들의 세 치 혀에 신은미 기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나의 아름다운 딸이 어찌 악마로 변했느냐... 당장 사탄 같은 짓 그만둬라."

친정어머니에게 온 문자였단다. <조선일보>에 '서울 한복판 종북 콘서트' 기사가 실린 날이었다. 신은미 기자는 이때까지 보수언론이 자신을 '악마'로 만들고 있는 줄 몰랐단다. 호텔 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고 나서야 '사탄'의 존재가 그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답장을 썼다.
 

"곧 허위보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절대로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요. 가족마저도 서로 분열시키는 악한 무리들! 그들이야말로 사탄이요, 마귀들입니다."

신은미 기자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묻지마 종북몰이'는 하루가 다르게 거세졌다. 악의적인 보도도 끊이지 않았다. 관상으로 '종북'을 판별하는 프로그램이, "공작금을 받았을 것"이란 도를 넘는 발언이 전파를 탔다.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가짜 뉴스에 그의 이름 세 글자가 달렸고 '종북 논란'이란 낱말이 뒤따랐다. 이렇게 그를 향한 보수언론의 '종북몰이'와 '마녀사냥'이 활활 타올랐다.

이건 신은미 기자가 기대했던 대한민국 여행이 아니었다. 

수상한 수첩의 기록, 의문을 풀어준 열쇠말이었다
 

▲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등장한 '종북콘서트'(통일 토크콘서트). 위는 2014년 11월 25일(화) 작성된 메모. 아래는 다음날인 11월 26일(수) 작성된 메모. ⓒ 언론노조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수첩'에 신은미 기자의 행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이를 몰랐단다. 2년이란 세월이 흘러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이 공개돼서야 알았다. 김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황선 & 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요' (2014년 11월 22일)
'조계사 - 황선 장소제공 - 개입조사 후 조치(자승)' (2014년 11월 25일)


이 수첩은 특별했다. 지난 2016년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요한 증거로 세상에 공개됐다. 이런 특별한 수첩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신은미 기자의 토크 콘서트에 개입한 정황이 적혀 있었다. 

신은미 기자는 그제야 알았다. 수첩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조치'(?)대로 토크 콘서트가 잇따라 취소됐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회의실 중복'을 이유로 불허를 일방 통보했고, 경북대학교는 '학내 여론이 좋지 않다'라며, 장소 제공을 번복했다. 대구YMCA도 '이사회의 불허 결정'을 알려왔다. 

수첩엔 수상한(?) 메모도 적혀 있었다. 지난 2014년 11월 26일에 기록된 메모다.
 

'종북토크 → 통진당 해산 찬성 쪽 여론변화 효과'

이때부터다. 신은미 기자는 그를 향한 '종북몰이'를 의심했다. 주변 사람들도 "통합진보당 해산을 희석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했다. 이런 소리, 예전엔 믿지 않았단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단다. 재미동포 아줌마에게 모국이, 평범한 주부에게 한 나라가 그런 잔혹한 일을 벌일 거라곤 쉽게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수첩이 공개되고 나선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1월 28일,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진 뒤 수첩에는 '종북토크 → 국민 혼란 초래, 왜곡'이라 기록돼 있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날로부터 얼마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폭탄테러를 당한 피해자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엔 참극을 겪어야 했던 이들이 없었다. 
 

▲ 지난 15일 압록강철교 북측 지역인 신의주 화물 접수 창고에서. 평양에서 마중나온 셋째 수양딸 최경미 안내원과 함께 쌀을 확인 접수하면서. ⓒ 신은미


이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은미 기자에게 관심을 둔 적이 있다. '종북콘서트' 발언 후 1년 11개월이 지나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 기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에 그가 등장했다. 
 

1. 신은미 좌파 수해모금. 국민은행으로 모금 1700만 원. 미국 모금. 국내 모금 계좌 살아 있다. 현행법으로는 자금 세탁방지 저촉 X, 법률 사유에 의해서. 금융정보분석원. 불법 의심 → FIU(금융정보분석원, 편집자 말)

사연은 이렇다. 신은미 기자는 한때 북한 수재민 지원 기금 모금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약 3779만 원을 모아 인도적 차원으로 북한을 돕기 위해 신은미 재단(NGO)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5월, 쌀 58톤을 싣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갔다. 

하지만 신은미 기자는 성금이 모금된 한국의 모 은행에서 인출을 거부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수첩에 적혀 있던 메모는 이런 의문점을 풀어준 열쇠말이었다. 그가 겪은 우여곡절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 사항'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신은미 기자가 쌀을 싣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날,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가 <시사IN>에 실렸다.

"내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
 

▲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난 취재 수첩을 꺼냈다. 검찰의 행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종북콘서트' 발언이 나온 뒤, 검찰은 칼을 빼 들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은미 기자를 소환 조사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이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 지난 14일 서울시 서초구에서 신은미 기자의 법률대리인 김종귀 변호사를 만났다. 수사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외장하드에 관련 자료를 복사했다. 검찰이 3차례 걸쳐 신은미 기자를 소환조사해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이랬다. 발췌한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문(검찰): 용봉문화회관에서 '인터넷으로 드라마와 노래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나요

답(신은미): 네 있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은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문적이 내제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니라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강이 녹조자체가 없어 깨끗하기 때문에 이런 강과 산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 상품이 있다'라고 한 것이 사실인가요

답: 있습니다. 북한 관람 상품에도 강이나 하천에서 음식물을 다듬고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60년대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시절 모습 같았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은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닌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고급 맥주집에 외국관광객들은 몇 명 없고 북녘동포들이 많이 오는데 이곳에서는 미남미녀들이 멋을 내고 온다'라고 한 사실이 있나요

답: 있습니다. 외화를 사용하는 고급 맥주 집에 와서 비싼 돈을 내고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도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니라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노동자들이 마시는 술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폭탄주가 저리가라로 맛있다'라고 하였는데 맞나요

답: 북한사람에게서 들었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도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 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대외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이 이러한 모습과 말을 들으면서 전혀 동경심이 들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말도 있다. 신은미 기자는 이걸, 기사로 공개했다. 그를 담당했던 검사가 한 말이라고 했다. 
 

"내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

"세상 살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이 진행될 때도 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세요."


종북몰이와 폭탄테러 그 후의 이야기
 

▲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콘서트 진행팀 곽성준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다시 2014년 12월 10일, 대한민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종북몰이가 빚은 테러였다. 신은미 기자는 이런 참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도 그에겐 비극이었다.

보수언론은 신은미 기자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며 '종북몰이'를 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토크콘서트 내용을 모두 확인한 결과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이건, 보수언론이 빚어낸 참사였다.

신은미 기자에게 검찰은 정의롭지 않은 칼이었단다. 그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한 <조선일보>와 TV조선 등을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테러리스트는 '익산의 열사와 의사'가 됐다. 지난 2015년 2월 5일, 테러리스트는 구치소에서 출소한 직후 '일베'에 "출소했다.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익산의 열사니 의사니 말들이 많은데, 폭죽 만들다 남은 찌꺼기로 연막탄을 급조해서 토크 콘서트를 해산시키려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테러리스트에게 책을 보냈다. 자신의 명함을 함께 넣어서. 책에는 친필 서명과 함께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단 비폭력적 방법으로!'라고 썼다.

테러리스트를 위한 성금도 모였다. <독립신문> 대표 신혜식씨를 비롯한 일부 보수세력은 테러범의 변호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여 하루 만에 1300만 원이 넘게 모였다. 

같은 시각, 폭탄테러 피해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누워 치료비를 걱정해야 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근영)는 지난 2015년 5월, 테러리스트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앞으로 지도 교육을 통해 이념적 편향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을 감안했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다. 테러리스트도 "앞으로 만회하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그해 12월 5일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테러리스트와 함께 찍은 거였다. 신 대표는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익산의 투사 오 군과 함께 민주노총 불법 집회 반대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게 된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 이희훈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은미 기자의 흔적을 지웠다. 그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도서 지정을 취소됐다. 정관주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조윤선 전 수석 지시로 재미교포 신은미씨 책의 우수도서 선정 문제를 논의했다'라고 한다.   

논의결과는 강일원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실 행정관의 메모에 남았다. 여기엔 "조 전 수석이 어떻게 북한에 다녀온 사람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할 수 있느냐. 우수도서 선정위원을 잘 선정해서 신은미 같은 사람이 선정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적혀 있다. 

통일부는 신은미 기자를 출연시켜 만든 홍보 다큐멘터리를 홈페이지에서 슬그머니(?) 내렸다. 

지난 2015년 1월, 검찰은 신은미 기자에게 적용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기소유예하고 법무부에 강제퇴거처분을 요청했다. 불기소 이유서에 적힌 기소유예 이유는 이랬다.
 

"토크콘서트에서는 북한체제 등을 미화하였으나 범행 이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북한의 3대 세습에 찬성하지 아니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등 인권에 문제가 있으며, 북한이 자신의 행위를 악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 등의 진술을 하였다. 아울러 외국인인 피의자에 대하여 수사결과를 토대로 강제퇴거 요청을 하였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는 검찰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신은미 기자를 강제퇴거 명령하고 5년간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놓았다. 신은미 기자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연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찬양, 고무 등)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그래서다. 신은미 기자는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퇴거명령 취소'를 해달라는 거였다.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은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지난 201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경향신문>이 선정한 10대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다. 법원은 신은미 기자가 제기한 '우수문학도서위소처분취소'에 대해서도 '소를 각하'했다.

지금까지 기록한 이 모든 게 신은미 기자가 51일간 이 땅에서 머물면서 겪은 일이다. 그는 모국에서, 어머니의 나라에서 강제 출국돼 현재 입국이 금지돼 있다. 

종북몰이와 마녀사냥, 그리고 헌법 제4조
 

▲ 오른쪽이 다시 만난 국철이, 그리고 왼쪽은 이번에 우리를 안내한 군관 ⓒ 신은미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다. 이 문장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면 "빨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이 문장을 읽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란 단어만 내뱉어도 "종북"이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다. 난 진심으로 바란다.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신은미 기자의 목소리가 남북한에서 널리 퍼지길. 그의 북한 이야기가 남북한에서 널리 읽히길. 이 땅에서 더는 '종북'이란 단어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종북몰이'란 서슬 퍼런 폭력에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여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카메라와 취재 수첩을 든 사람이 있다.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그가 지치지 않게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후원을 부탁한다.

<관련기사>
북한은 '도깨비' 사는 나라? 파격적(?) 실상 공개한 '재미동포 아줌마'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관련한 모든 연재기사가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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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교수, 북미정상회담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

[특별대담]이장희교수, 북미정상회담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04:07]  최종편집: ⓒ 자주시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까지 이루어지면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인들이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에서도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통일로 나아가는데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현 평화철도 공동대표)로부터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현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서로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시작이고 앞으로 ‘비핵화’와 ‘적대관계 종식에 기초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단계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같은 엄격한 수준이 아닌 동결 – 중단 단계로 나뉘어 가면서 북한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고 북미관계정상화로 마무리를 하도록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     © 자주시보

 


◆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현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서로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시작이고 앞으로 ‘비핵화’와 ‘적대관계 종식에 기초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단계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같은 엄격한 수준이 아닌 동결 – 중단 단계로 나뉘어 가면서 북한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고 북미관계정상화로 마무리를 하도록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트럼프는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자신이 몰리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인 북한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 문제, 북핵문제, 북한이 UN제재를 거부하는 문제 등 북한의 나쁜 이미지를 언론에 터뜨려 90프로는 그쪽으로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자신에게 방해되는 문제를 쏙 들어가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 때문에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선언 때에 모범답안을 합의해놓고 미 재무성에서 북한의 위조화폐 문제를 걸고 넘어져 파기된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기능주의적으로, 점진적으로 하자고 한다면 자꾸 새로운 논리가 나와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동시행의 원칙’을 놓고 비핵화 문제 –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동시에 맞바꿔 불신을 해소해야한다. 미국 보수론자들이 절차 문제를 쪼개려고 하는데 남한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 주한미군훈련모습  


◆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주적인 나라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이와 밀접한 주한미군 문제일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색깔론에 갇힌 남한 내의 극우세력을 돌려세우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문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통한 평화 체제 문제, 한반도 자주에 관한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매끄럽게 이끌어나가는 지가 핵심일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북한이 ‘비핵화 문제도 일단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국면전환용 일회성 발언이 아닌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얘기해온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8-9년 이어져온 보수정권 시절에 북한은 이를 체제 생존과 어떻게 맞바꾸는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의 기회를 엿보면서 남쪽에 메시지를 보냈었지만 보수정권은 북한 붕괴론이니 하며 받아주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다. 중국이 UN 제재에 있어 미국편을 드니 이 기회에 중국을 끌어들여 북핵문제를 볼모로 남북통일을 하자던 것이 남한 극우정권의 논리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화를 원했던 것도 막아버리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이념적인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들이 우리 인구의 30-40프로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국민들의 논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촛불 시민들을 과감히 역할 파트너로 인정하고 평화통일 전선에서 남북교류협력에 전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615 실무회담을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라’는 등 시민사회 역할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바뀌어야할 태도일 것이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을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접견하고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접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북미관계개선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 특히 북미 간의 비핵화의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인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그것이 가장 문제인 부분이다. 핵시설과 중장거리 발사체를 모두 폐기시키라고 하는데 이미 개발된 것에 대해 중단을 요구해야지 폐기를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올해 9월 9일 북의 70주년 당창건일을 계기로 국내용으로 ICBM을 발사하고 ‘핵무기 완전 완성’ 발표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전에 이 문제를 끝내는 것이 맞다.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발휘할 만한 관리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 동해작전구역에 출동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함대를 거느리고 항진하는 장면이다.


◆ 국제법상 북미정상회담에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무엇입니까?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이고 가장 선제조건은 그것에 대한 선언이다. 미국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나라 리스트에 북한이 들어가 있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큰 마켓에 접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일 것이다. 핵심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적대관계 종식으로부터 외교관계 등이 단계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이제는 나라 대 나라로서 외교관계의 정상화만 이루어져도 북한은 미국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북한 공민들이 미국에 비자를 신청할 수도 있으며 북미 간 서로 대사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정상화가 이뤄져야 평화조약도 맺어질 수 있다. 일본과 소련도 1956년까지 전쟁상태였다가 이후 종전을 선언하고 사할린 영토 문제 때문에 일소공동평화선언을 맺어 외교 관계를 평화 상태를 회복한 바 있다.

 

남한은 90년 한소수교, 92년 한중수교를 이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일본과 수교를 못하고 있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 그동안 남한정부가 북한의 외교 관계를 방해해 왔던 것을 이 정부는 정상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십니까?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크게 쟁점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동서독의 경우처럼 주한미군도 북쪽에 진입하지는 못하게 하면서 남쪽에 유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남쪽에 주둔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 핵문제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모의 역할과 함께 동북아 밸런스 파워를 유지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만약 주한미군이 빠지면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두고 패권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내야하는 분담금은 최소한으로 하고 남북이 평화통일을 할 때까지만 균형자 역할로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권영길 이사장을 비롯한 평화철도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양재덕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이사장, 최순영 17대 국회의원, 나핵집 KNCC 화해통일위원장, 박창일 천주교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신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이사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노정선 YMCA 평화통일행동협의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 지난 3월 18일 사단법인 <평화철도>가 출범했습니다. 앞으로 교수님도 공동대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계실텐데요,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화철도>는 남북 두 나라가 분단체제 해소의 시험대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자는 의의로 출범한 민간단체이다. 동서독도 92년 통행협정을 기초로 점진적인 통일을 완성했듯이 남북 간도 통행협정을 우선으로 서로 오가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껏 정부가 못해왔으니 민간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지이고, 국민들이 침목이라도 하나 더 사서 연결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정부는 혼자만의 힘으로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남북교류협력은 민간이 뚫어온 역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88년 노태우 정부가 7.7선언을 한 뒤 89년 문익환 목사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기초가 되는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뤄지도록 구속을 각오하고 북에 가서 소통의 씨앗을 뿌리고 왔었다. 그뿐인가. 98년에 정주영 회장은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갔고 수많은 비정부기구(NGO)에서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을 앞장서 이뤄왔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주체임을 인정해주고 통일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남북철도 연결하자! 평화협상 시작하라! 평화철도 출범식’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200여명의 참가들은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권영길 (사)나살림 이사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사단법인 평화철도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에 입각하여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면서 남북철도 연결에 참여하고 △진보 중도 보수를 넘어 범국민적 참여를 위해 노력하며 △민과 관, 남과 북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 되도록 한다는 올해 사업기조를 확정하고 △미복원 경원선과 금강산선의 휴전선 구간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1인 1만원~10인 1침목 운동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협상 개시(이후 평화협정 체결) 촉구 운동 △남북-대륙 열차 평화기행 예행연습(각 지역~백마고지역, 도라산역, 중국, 시베리아 철도) △지역-직장-부문 전국 순회 간담회, 좌담회 등 각종 행사 △남북철도 연결 관련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 및 국제교류협력 추진 등을 주요사업으로 발표했습니다.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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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노무현 사찰’ 경찰보고 받았다

등록 :2018-03-22 05:01수정 :2018-03-22 08:58
 

검찰, 영포빌딩에서 사찰정보 담긴 60여건 문건 확보
취임 첫해부터 노 전 대통령 동정 ‘깨알보고’ 받아

‘민주주의 2.0’ 사이트, 봉하마을 ‘방문객과 대화’도
“노건평 바다낚시 뒷말” “사돈 결혼식 들러 충주로”

2008년 촛불 경찰 과잉대응 지적에
“인권위 좌편향·인적쇄신 필요” 역공
조국·안경환 등 위원 성향 분석도
이명박 전 대통령.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 경찰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찰 문건을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재임 기간 내내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해 정치·종교·문화예술계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사찰 정보도 받아봤다. 경찰이 전국 3300여명의 정보경찰을 활용해 ‘정권 친위대’처럼 움직인 것이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1월25일 이 전 대통령 소유였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3395건의 대통령기록물을 확보했고, 이 중엔 정권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의 사찰 정보가 담긴 60여건의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가 정치·사회적 이슈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내용,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 골프장에서 라운딩했다는 등의 자세한 동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이 작성됐던 당시는 ‘이명박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쪽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경찰은 또 같은 해 말 국가인권위가 경찰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과도하게 무력을 행사했다’고 경고하자, 인권위를 ‘좌편향’으로 몰아세우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물론 경찰의 불법사찰 보고서가 국가정보원 보고서처럼 분석적이거나 기획성 전략이 담기진 않았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흩어진 정보경찰(지난해 기준 3357명)을 동원해 현장감이 가미된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치안정보 수집’ 범위를 넘어선 불법사찰의 성격이 강한 탓에 보고서 작성행위 자체의 불법 소지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보고서에 법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민감한 자료가 다수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청와대’의 불법사찰 전모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결혼식 참석 등 일정 ‘깨알보고’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8년 말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사이트 관련 현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퇴임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토론 웹사이트인 ‘민주주의 2.0’에 하루 평균 82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현황과 노 전 대통령이 이를 통해 정치·사회적 이슈화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문객과의 만남 횟수를 1일 3회에서 1회로 줄이는 대신 만남 시간을 늘린 점과, 이 자리에서 방문객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까지 자세히 적어놓았다고 한다. 과거 검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와 꿰맞춰 보면, 경찰이 현장보고서를 올리고 국정원이 ‘민주주의 2.0’에 반박 글 800여건을 올리는 등 심리전을 펼치는 공조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찰한 게 아니면 알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의 개인 일정도 깨알같이 파악했다고 한다. 가령 노 전 대통령이 그해 11월23일 낮 12시30분 사돈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있는 충북 충주시로 내려가 하루 동안 머물렀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곳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강 회장과 라운딩을 한 뒤 휴식을 취했다며 세밀한 상황을 담았다. 11월25~26일에는 논산 젓갈시장 등을 방문하고 이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을 만나 정치적 결집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11월24일 바다낚시를 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는 지역 소식도 보고서에 들어있다고 한다. 이런 불법사찰 내용은 보고서에 담겨 오롯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이 전 대통령이 사찰정보를 거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조국·안경환 등 인권위원 면면도 분석

 

 

경찰은 또 2008년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념적으로 좌편향성이 있다며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가 2008년 10월 ‘경찰이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리고, 당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것을 두고 “좌편향성 인사가 광우병 대책위원회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경찰은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성향을 보수·중도·진보로 나눠 면면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환 위원장은 ‘중도’로 평가하며 김칠준 사무총장에게 일을 맡기고 국제기구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상임위원인 조국 교수는 ‘송두율 교수 무죄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 교수선언에 참여하고 촛불시위 조사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강한 진보성향으로 분류했다.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에 시민단체 쪽 대표로 자주 참여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불법집회 사건을 무료변론하고, 촛불시위에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문제적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경찰은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처에도 진보·좌파가 다수 포진해 있고, 별정계약직(52명)도 진보적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며 “인권위원 후임 인선 때 이념적 편향이 있는 사람은 걸러내고, 반정부 성향 직원들은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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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분권국가 지향"... 수도조항 신설, 토지공개념 명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2차 발표... 경제민주화 강화

18.03.21 11:14l최종 업데이트 18.03.21 12:12l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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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1일 낮 12시 12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꾸고,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을 강화하거나 보장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통을 위해 '국가자치분권회'를 신설하고,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제를 헌법에도 명시한다. 특히 헌법 제1장 총강에 수도조항도 신설한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한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도 신설하고,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소상공인을 보호·육성대상으로 규정한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11시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차 문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조국 민정수석은 "자치와 분권,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다"라고 말했다.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 제정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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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문 대통령 개헌안은 ▲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 주민참여 확대 ▲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등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과 협력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국가발전전략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해왔다. 

먼저 '지방분권국가'를 선언한다. 헌법 전문에 자치와 분권을 기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한다. 조국 수석은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라며 "향후 입법과 정부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한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꾼다.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 구성과 운영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분권의 실질화를 위해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도 강화한다.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간 사무 배분에서 지방정부를 우선하고,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바꾼다. 

조국 수석은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서 주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제를 헌법에 명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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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재정권도 보장한다.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이는 "누리과정 사태와 같이 정책시행과 재원조달의 불일치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에게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한다. 

'실질적 지방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조직과 운영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규정한다. 그동안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제를 헌법에도 규정한다. 

'제2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한다. 대통령이 의장을,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는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방자치와 관련한 법률안의 경우 국회의장이 지방정부에 통보하고 지방정부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조국 수석은 "지방분권 관련조항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된다"라며 "이를 위해 개정헌법에 따른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이라도 개정헌법의 지방자치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민개헌특별위원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는 지방정부와 함께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기본권 조항과 함께 지방분권조항은 이른 시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과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 명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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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한다. 조국 수석은 "국민간의 소득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상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제23조 제3항과 제112조 등이 토지공개념으로 해석되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한다'는 토지공개념 내용을 헌법에 명시한다.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라는 현행 헌법 조항에 '상생'을 추가한다. 특히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한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을 '보호·육성대상'으로 규정한다.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도 명시한다. 조국 수석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 농어민의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신설하고, 현행 헌법의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규정을 좀 더 넓은 개념의 소비자운동으로 개정한다. 기초학문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기초학문 장려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한다. 

수도조항 - 공무원 전관예우방지 근거조항 신설 

헌법 제1장 총강에 수도조항을 신설하고, 공무원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근거조항도 만든다. 이에 따라 공무원은 재직중이나 퇴직 후에도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수도조항 신설과 관련, 조국 수석은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 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으므로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제1장 총강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항도 신설한다. 조국 수석은 "관의 통제와 지배가 군림하는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했다"라며 "관 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 주도의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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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의 외톨이 사냥꾼, 청도요 문서]

완벽한 위장의 외톨이 사냥꾼, 청도요

윤순영 2018. 03. 21
조회수 194 추천수 0
 

덩치 크지만 정지하면 배경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어

캐나다 탐조인 “귀한 새 반갑다”, 국내 실태 안 알려져

 

크기변환_YSY_7162_01.jpg» 지난 1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의 얼지 않은 개울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청도요.

 

지난 1월 지인으로부터 청도요가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월동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도요는 보기 드문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적은 수가 중부 이남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자 나그네새이다.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 청도요를 2016년에는 볼 수 없었다. 매서운 추위에 국립수목원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대부분 얼었지만 얼지 않고 물이 흐르는 여울목 구간이 있다. 청도요는 이곳을 선택했다.

 

크기변환_DSC_3712.jpg» 청도요가 겨울을 나는 국립수목원 개울의 여울목.

 

청도요는 진한 갈색의 낙엽과 같은 색을 띠고 있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길을 잠시 다른 곳을 돌렸다가도 다시 관찰하려면 찾기 어렵다. 쌍안경으로 겨우 찾아야 할 정도니 완벽한 위장색이다. 인기척이 나면 움직이지 않고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인 채 눈치를 살핀다. 청도요를 관찰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잘 살펴보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크기변환_YSY_7196.jpg» 먹이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청도요.

 

개울에는 낙엽이 떨어져 쌓여있고 물기를 머금고 있다. 청도요가 몸을 우스꽝스럽게 위아래로 흔든다. 다리를 쉼없이 흔들며 물속의 낙엽을 헤집고 부리로 쑤시며 숨어있는 작은 곤충을 잡는다. 두 마리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으로 보아 부부로 보인다. 청도요 한 마리가 사냥을 마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실눈을 뜨고 주변을 경계하며 긴 휴식에 들어갔다.

 

크기변환_YSY_9878.jpg» 얼지 않은 여울은 청도요의 먹이원이 풍부한 곳이다.

 

크기변환_YSY_7153_01.jpg» 휴식에 들어간 청도요.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다.

 

청도요는 주로 산지 계곡 물가에 내려앉지만 강이나 평지의 깨끗한 물가에 날아오기도 한다. 겨울에는 눈으로 덮인 골짜기에서 1∼2마리 또는 5∼6마리씩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청도요의 영어 이름인 ‘외로운 도요새’(Solitary Snipe)에서 알 수 있듯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새다. 을씨년스런 추운 겨울에 홀로 먹이를 찾는 모습은 외로워 보인다.

 

 

관찰을 하는 동안 매서운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청도요가 아주 가까운 거리로 날아 자리를 옮긴다. 몸집이 굵고 둔탁한 모습에 비율이 어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직선으로 좌우를 그리며 날아간다. 청도요는 멀리 날아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크게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7473.jpg» 머리를 깊숙이 물속에 쳐박고 먹이를 찾는 청도요.

 

크기변환_YSY_7875.jpg» 쌓인 낙엽 사이에서 먹이를 찾아낸다.

 

크기변환_YSY_7966.jpg» 청도요는 먹이를 찾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비한다.

 

캐나다인도 탐조를 위해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매우 즐거운 표정이다. 청도요는 중국 서북부, 시베리아 동남부와 몽골 북동부 등지에서 번식하며 한국, 중국 남부, 일본, 보르네오섬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새이다. 청도요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의 분포 현황과 월동 개체수가 자세히 알려진 바 없다.

 

 

위장술이 뛰어나 관찰이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한다면 여러 지역에서 많은 수가 월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전북 내장산에서 여러 해 동안 겨울을 보낸 기록이 있고, 구리 왕숙천, 파주 헤이리, 용인 평지천, 수원 용주사, 과천, 양평 양수리 등 중부지역에서 자주 관찰되며 전남 화순 동복천 등지에서 월동기록이 있다.

 

크기변환_YSY_8614.jpg» 주변 환경과 아주 흡사해 잘 보이지 않는 청도요.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크기변환_YSY_7650.jpg» 청도요는 개울에서 하루종일 먹이탐색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몸길이는 약 30cm로 통동한 몸매에 다른 꺅도요에 비해 진한 갈색이다머리는 어두운 갈색이며 중앙에 흰색의 불규칙한 선이 지난다어두운 갈색의 눈 선이 있고눈 선의 위아래는 흰색이다뺨에 흰 바탕에 어두운 갈색 선이 지난다턱밑은 흰색이고목 앞과 옆은 갈색이다.

 

어깨깃과 등은 고동색으로 갈색의 가로무늬가 있다허리는 검은 갈색이며 엷은 갈색 또는 흰색의 가로무늬가 있고가슴에는 갈색의 세로무늬와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다옆구리아래꼬리덮깃은 흰색으로 검은 갈색의 가로띠가 여러 개 있다.

 

크기변환_YSY_7924.jpg» 먹이를 찾기 위해 다리로 물속의 낙엽을 헤집고 부리로 먹이를 낚아챈다.

 

크기변환_YSY_8801.jpg» 청도요 부부.

 

날개깃은 흑갈색이고 깃 끝에는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셋째날개깃은 짙은 갈색이며 검은색의 가로띠가 있고 바깥 쪽 가장자리는 흰색이다큰날개덮깃은 고동색이고 끝부분에는 적갈색의 가로띠와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가운데날개덮깃과 작은날개덮깃은 적갈색이며 짙은 갈색의 가로띠와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

 

꼬리깃은 붉은 갈색으로 눈에 띈다.이어지는 흰색의 앞에는 흑갈색의 가로띠가 있다부리는 살색을 띠며 끝으로 갈수록 짙은 갈색이다홍채는 흑갈색이고다리는 노란 녹색을 띤다청도요는 전체적으로 불규칙한 물결무늬의 모양으로 보인다.

 

·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촬영 진행 이경희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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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연습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3/21 12:09
  • 수정일
    2018/03/21 12: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시사평론 겉과속 – 2018년 3월21일
  • 안호국 시사평론가
  • 승인 2018.03.21 09:33
  • 댓글 0

1. 우물에서 숭늉찾기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상받을 ‘꿈’부터 꾸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물론 노벨평화상의 이력을 보면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이 그다지 무리한 일은 아니다. 헨리 키신저(1973)도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미하일 고르바초프(1990)에게도 준 상이고, 14대 달라이 라마(1989)도 받은 상이니 도널드 트럼프에게 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이 상은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조짐을 보이던 때에는 앞장에 섰던 레흐 바웬사(1983)에게 주었다. 북핵문제를 미국의 의도대로 부풀리는데 기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에게 수여하기도 했으며(2005), 미국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한껏 부각시키던 때에는 류 사오보를 수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2010). 이런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 서구의 정치공세와 이념공세의 한 축을 담당해온 상이라는 평이 지나친 말은 아니다.

웃기는 수상자는 더 많다. 단지 ‘핵없는 지구’를 주창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버락 오바마(2009)를 수상자로 뽑기도 했다. 그것도 미국 대통령으로 현직에 있을 때 상을 주었는데 오바마가 뻔뻔스럽게 상을 받으러 간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헨리 키신저에게는 공동수상자인 베트남의 레 득 토가 수상을 거부하자 시상식에 가지 않았으며 그 후 상을 반납하겠다고 하는 염치는 있었다.

상이라는 게 수상자를 정하는 사람들의 주관과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마련이니 다른 목적과 의도가 개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상의 권위는 상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노벨평화상의 경우 장 앙리 뒤낭(초대 1901), 알베르트 슈바이처(1952), 넬슨 만델라(1992)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물론 ‘왜 저런 사람이 이 상을 받았을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예는 훨씬 더 많다.

노벨평화상과 같은 이름 있는 상을 만들려고 여러 나라에서 이런 저런 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상을 수락하는 유명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태우정권이 만들었던 ‘서울평화상’이 대표적인 물건이었다. 이런 상들과 달리 노벨평화상은 나름대로 ‘권위’를 누리고 있는 상이다.

그러니 비록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환영분위기가 높고 기대가 크지만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거라는 예측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임은 분명하다. 물론 아돌프 히틀러도 노벨평화상 수상대상자로 거론된 적이 있었으니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DPR Korea와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고,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미국이 개과천선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 민족의 친구, 한반도평화의 화신으로 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대결의 방식과 내용, 그 단계가 극단적인 군사대결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바뀌고 있을 뿐이다.

전쟁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위기가 완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의 침략과 지배 본성이 초래하는 위험을 완전히 없애려면 멀고 험한 길을 더 가야 한다. 트럼프에게는 평화상과 같은 당근이 아니라 적대와 침략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채찍질이 더 필요하다.

▲ 지난해 12월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미국 B-1B 전략폭격기 등이 편대를 이뤄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했다.[사진 뉴시스]

2. 긴 칼이나 단도나 둘 다 강도의 흉기

미국은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연습을 4월1일부터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3월20일 한미 양국의 당국자는 한미군사훈련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하겠다는 언론 브리핑을 하였다. 키리졸브 연습은 4월 중순부터 2주 동안, 실제 병력이 투입되는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4월1일부터 한 달 동안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예사로운 군사훈련이 아니다. 미국은 몇 년전부터 이 군사훈련이 북을 선제공격하는 전쟁도발연습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선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핵항공모함 등 이른바 전략자산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북의 특정 지역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재개하겠다고 하였으며, 북의 지휘부 제거작전을 중심에 놓고 훈련을 벌인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아무리 약하게 만들고 내용을 순화해도 전쟁연습은 전쟁연습이며 상대에 대한 적대적 도발행위이다. 그런데 전쟁중, 교전중인 상태가 아닌데도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대규모 전쟁연습을 하겠다고 하는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 이는 대화와 협상에 의한 해결에 뜻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이며, 대화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이치로 따지자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그 합의가 관계개선에 의한 평화적 해결의 길로 가겠다는 뜻이므로 상대에 대한 적대적 행위와 조치들은 철회되거나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대화 상대에 대해 지켜야 하는 기본 예절이다.

물론 미국 사람들은 원래 예절이라는 것을 잘모르는 부류다. 그러니 제재철회 등의 예의바른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빨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어 효력없는 제재라도 붙들어 있어야 협상탁자에 올려놓을 물건이 있는 딱한 사정이다. 그래서 ‘대화를 하더라도 더 강한 제제와 압박을 하겠다’는 허장성세를 부리는 꼴은 당분간 눈감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연습은 안될 일이다. 무엇보다 회담개최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못된 짓을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엇보다 관계개선과 대화를 환영하는 대만민국 국민들의 염원, 주권을 짓밟는 짓이다.

어떤 이들은 ‘북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년수준으로 하는 것은 양해했다’고 하며 한미군사훈련 실시가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소리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여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 처지’를 양해받은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상회담에 부담이 될까 걱정하며 한미군사훈련실시를 애써 외면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주권국가의 국민이 취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자세는 오히려 정상회담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며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성과조차 백지로 만들 수 있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축소했건 확장했건 군사훈련은 상대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적대행위다. 긴 칼을 들었건 짧은 칼로 바꿔 잡았건 강도짓이라는 데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고, 더 큰 성과가 이뤄지기를 촉구하는 활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박한 일, 통일운동진영과 평화애호세력이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일은 미국의 전쟁연습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해마다. 그것도 한해에 여러번씩 한반도를 전쟁위기속으로 몰아넣은 미국의 전쟁연습을 우리 손으로 막을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벌이려는 미국의 전쟁연습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이 시대적 사명앞에 뒷걸음질 치지 말자.

안호국 시사평론가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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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 31일부터 동평양대극장 등에서 공연

(추가)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레드벨벳 등 방북 [전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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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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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20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예술단 평양공연 관련 실무접촉을 가졌다. 남측 예술인 160여 명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하기로 합의했다.[사진제공-통일부]

남측 예술단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가수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이 무대에 오른다. 남측 대중예술인의 방북 공연은 지난 2005년 가수 조용필의 평양공연 이후 13년 만이다.

남북은 20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예술단 평양공연 관련 실무접촉을 가졌다.

조용필.레드벨벳 등 공연..윤상, “북, 합동공연 제안했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측 16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북측에 파견된다. 여기에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이 포함됐다. 조용필과 윤도현은 밴드가 동행한다. 기술진, 취재진, 지원인력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평양을 방문,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각각 1회씩 총 2회 공연을 진행한다.

윤상 남측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결과 브리핑에서 “우리 측 (방북) 아티스트 총 10명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론된 가수들이 불가할 경우, 필요에 따라서 한두 아티스트가 혹시 더 참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선정된 이유는 “북에서도 ‘최고의 가수’라는 명칭을 갖고 있을 만큼, 우리 가수의 아이콘으로 각인되어 있는 분들”이라며 “북에서 공연한지가 이미 10년이 훨씬 넘었다. 저희가 사랑했던, 하지만 또 북측에서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들”이라고 말했다.

   
▲ 윤상 남측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실무접촉 결과를 브리핑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남측 예술단의 공연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윤상 수석대표는 “참가하는 아티스트들의 성향에서 그들(북측)이 원하는 곡과 우리가 원하는 곡들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았다”며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잘 모르는 노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남은 일정 동안 충분히 잘 서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에 관한 개인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북에 계신 동포 여러분께 저희들이 한국에서 보여드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감동과 어색하지 않음을 전해드리는 게 가장 첫 번째 숙제”라고 공연 내용을 설명했다.

남북 합동공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측이 먼저 “공동공연을 재미있게 준비하자”고 제안한 것. 윤상 수석대표는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질 좋은 공연을 할 수 있게끔 우선적으로 시나리오는 짜는 게 좋지 않을까 정도 합의를 했다”며 “이왕 공연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합동공연에 대해서도 차후 의견이 조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실무접촉을 마친 뒤 남북 수석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예술단 평양공연 명칭, 이동경로, 숙소 등 추후 협의

남측 예술단의 공식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공식 명칭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남측 예술단은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숙소는 북측이 평양 고려호텔을 제안했다.

남측 사전점검단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베이징을 거쳐 평양을 방문, 공연과 관련한 무대 조건, 필요 설비, 기재 설치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북측은 “남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며 남북은 “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 남측 윤상 수석대표와 북측 현송월 단장이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이날 실무접촉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46분까지 진행됐으며, 남측에서는 작곡가 윤상(본명 이윤상)을 수석대표로 박형일 통일부 국장, 박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나섰다. 북측에서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을 단장으로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이 마주했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성사됐다. 북측은 “평창 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

한편, 윤상 씨는 자신이 예술단 평양공연 음악 감독과 실무접촉 수석대표를 맡은 데 대해, “선배들과 후배들 중간에서 잘 들을 수 있는 입장이고, 또 혹시나 가서 그분들이 음악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바로바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지금까지 대중음악에서 해왔다는 판단을 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원인력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탁 행정관의 예술단 평양공연 동행 여부에 대해, 박형일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추가, 18:04)

[전문] 예술단 평양 공연 관련 남북실무접촉 공동보도문

남과 북은 2018년 3월 2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과 관련한 실무접촉을 진행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측은 16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북측에 파견한다.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가수들이 포함된다.

2. 남측 예술단은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2회 진행한다.

3. 남측 예술단의 공연과 관련한 무대 조건, 필요한 설비, 기재 설치 등 실무적 문제들은 쌍방이 협의하여 원만히 해결해 나가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남측 사전점검단이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4. 북측은 남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한다.

5. 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하여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

2018년 3월 20일
판문점

(자료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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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모인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

한 자리에 모인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3/20 [22: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전국의 구조조정 논란이 있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여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한국GM 등 구조조정 사업장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일 서울 세종로공원 인근에서 구조조정 사업장 12일 공동투쟁’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이들은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중형조선 살리기 한국지엠 총고용 보장 구조조정 저지 등을 요구했다.

 

<노동과세계보도에 따르면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청와대개헌안에서 노동3권 보장을 얘기하는데 해외매각으로 노동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파업은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금속노조가 입수한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산업은행과 중국 더블스타 MOU 체결 세부사항’ 문건에 따르면매각 선행 조건으로 파업이 존재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3권은 국제적으로 보장되는 조항이다며 개헌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외국자본이먹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지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참가자들은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제에 내려와 올해 상반기 마련 예정인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통해 조선업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한 것은 말 뿐이었다며 정부는 3월 8일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대해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글로벌지엠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시 비판했다금속노조는 자본을 빼가고기술을 빼가는 것으로 모자라 퇴직을 강요해 인원을 정리하고있지도 않은 물량을 빌미로 정부를 협박하고정부의 추가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작 정부는 한국지엠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볼 실태조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청와대 행진에 이어오후 630분에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한다이후 산업은행과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 뒤 다음날인 21일 오전 11시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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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자유주의를 배반한다

[장석준 칼럼] <풍요의 조건 : 자본주의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법> 서평
2018.03.20 10:00:17
 
 
 
 
 
 
 
 
 
 
 
 
 
 
 

작년 9월에 총선을 치른 독일은 최근에야 새 정부를 구성했다. 지루한 협상과 당 내 논쟁 끝에 사회민주당(SPD)이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CDU/CSU, 이하 기독교민주연합)과 다시 대연정을 꾸리기로 하면서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이 네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사회민주당은 4기 메르켈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휘청대는 모양새다. 기독교민주연합이 주도하는 대연정에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탓인지 지지율이 10% 대로 추락했다. 심지어 인종주의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하 독일대안)'에 지지율이 밀리는 형편이다. 사회민주당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진 것은 나치 시절을 제외하면 1890년대 이후 처음이다. 그 정도로 지금 독일 정치가 뼈대까지 흔들리고 있다. 

불길하게도 사회민주당 지지가 줄어들수록 독일대안의 지지는 늘어난다. 구 사회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독일대안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좌파 성향 유권자들에게 사회민주당 말고도 녹색당이나 좌파당 같은 대안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회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두 당의 지지율은 올랐다. 

한데 최근 이 중 좌파당의 원내 대표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쓴 책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2016년 저작 <풍요의 조건: 자본주의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법>(장수한 옮김, 제르미날 펴냄)이다. 독일 정치가 격동하는 시점에 그 주역 중 한 사람의 육성이 소개됐으니 일단 반갑다. 게다가 사회민주당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정당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더욱 뜻깊다. 

봉건주의로 돌아간 자본주의 
 

▲ <풍요의 조건>. ⓒ제르미날

바겐크네히트는 아직 40대(1968년생)인 구 동독 출신 여성 정치가다.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와 대표까지 역임했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우경화를 비판하며 좌파당 창당에 함께 한 오스카어 라퐁텐과는 부부지간이다. 그나마 독일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바겐크네히트에 주목하게 되는 첫 번째 계기가 바로 라퐁텐 부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바겐크네히트의 위상이 라퐁텐을 뛰어넘는다. 바겐크네히트는 급진좌파 정당으로 분류되는 좌파당 안에서도 왼쪽에 속한다. 동독이 망해가던 1989년에 사회주의통일당(SED, 동독 집권당)에 입당했고, 그 후신인 민주사회주의당(PDS)에서는 이름이 무려 '공산주의 강령'인 분파에 가담했다. 2009년에 구 서독 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연방의원으로 당선된 뒤로는 원내에서 좌파당의 이상과 원칙을 올곧게 대변했다.

 

 

특히 그레고어 기지 같은 다른 구 동독 출신 당 간부들과 달리 사회민주당과의 공동 집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바겐크네히트는 베를린 시의 사회민주당-좌파당 연립정부가 복지 축소와 사유화 정책을 펼치자 베를린의 당 동지들을 매섭게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왠지 차갑고 성마른 좌파 지식인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바겐크네히트의 면모는 정확히 그 반대다. 바겐크네히트는 좌파당뿐만 아니라 독일 좌파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인 언술과 인간미 넘치는 행동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정치가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좌파당은 지지하지 않아도 자라(자라 바겐크네히트)는 좋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풍요의 조건>은 그런 그가 낸 이론서다. 칼 마르크스 철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학위는 경제학으로 받은 바겐크네히트이니 이론서의 저자라는 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딱딱한 학술 서적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는 '대중 정치가' 바겐크네히트의 그림자가 짙다. <풍요의 조건>은 분명 이론적 주장을 담은 책이되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언어로 말을 건다. 평범한 독일 유권자와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금상첨화로 우리말 번역도 깔끔하다.  

책 전반을 꿰뚫는 핵심 명제 역시 간단명료하다. 자본주의는 이제 새로운 봉건주의가 됐다는 것이다. 바겐크네히트는 "자본주의적 경제 봉건주의"(353쪽)라 이름 붙인다. 자본주의가 봉건주의라니! 우리 상식 속에서 자본주의는 낡은 봉건주의를 깨부수고 등장한, 봉건주의의 대립어가 아닌가! 세습 귀족이 불로소득을 누리며 대다수 민중을 내리 누르던 봉건제 대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자본주의 질서가 등장한 것 아닌가. 

그러나 자유 경쟁에서 누구나 마음껏 제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자본주의의 신화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교리문답서 안에만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지구화 한 세대를 거친 뒤에 온 인류가 맞이한 세상을 바겐크네히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아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좋아진 경우는 오늘날 드물어졌고 오히려 그 반대 사례들이 잦다. 단 하나의 예외는 배타적 유산 클럽이다. 거대한 상속재산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클럽의 구성원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유복한 삶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재원과 소득을 갖고 있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가 인기를 누리게 된 근거였던 계층 상승의 약속은 너무나 높고 믿지 못할 것이 되어 버렸다. 재능이나 자신의 노력을 훨씬 넘어서서 출신이란 요소가 어떤 개인이 사회적 소득과 재산 피라미드의 정상에 특별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한다." (<풍요의 조건>, 23쪽)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 다름 아니라 "금수저, 흙수저"론이다. 그런데 이게 "헬조선"만의 현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웨덴과 함께 흔히 "헬조선"의 정반대 사례로 이야기되는 독일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우리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어"라며 안도해야 할 일인가, 아니면 "아, 독일마저도"라며 탄식해야 할 일인가. 

"극상위층 독일 부자들은 모두 합해 6250억 유로[약 819조 원-인용자]의 자본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 이 액수는 500명의 평범한 소득자들이 중부 유럽에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았던 석기시대 초기 2만년 이상 전에 고된 노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공기와 숲 속의 딸기 같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먹거나 소비하지 않고 저축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산이라는 사실에 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기로 하자." (<풍요의 조건>, 93~94쪽) 

아무튼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이든 서쪽이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표어와는 달리 "경쟁", "능력", "자유시장" 등등이 아니다. "세습특권", "상속재산", "지대수익"이다. 자본주의 교과서가 봉건제의 특징이라 가르치는 바로 그것들이다. 그러니 어찌 봉건제의 귀환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 "세습 사회"(토마 피케티), "지대추구자 자본주의"(가이 스탠딩) 등등으로 불리며 비판받는 전 지구적 현실이 <풍요의 조건>에서 비로소 제 이름을 찾은 느낌이다. "21세기 경제 봉건주의".  

왜 하필 21세기 초입에 다시 봉건제가 문제인가? 지난 30여 년간 지구 자본주의가 금융화 국면을 겪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금융화란 화폐자본 소유자를 정점에 두는 지배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일이며, 따라서 금융화 국면을 거치면 어느 자본주의 사회에서든 지배계급은 금권 귀족으로 행세하게 된다. 얼마나 파렴치한 역설인가. "경쟁", "능력", "자유시장" 등 초기 자본주의가 봉건제에 맞서며 내세웠던 구호들을 먼지 속에서 꺼내 깃발로 내걸었던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 봉건제를 완성시켰다니 말이다. 

자유주의로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그런데 바겐크네히트는 좀 더 깊이 파고든다. 비록 신자유주의 시대에 유례없는 힘을 얻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재봉건화 추세가 20세기 말에 느닷없이 등장한 현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바겐크네히트는 실은 자본주의의 맨 처음부터 재봉건화 경향이 잠복해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봉건제는 결코 자본주의의 반대말일 수 없다. 아니, 봉건주의야말로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이는 또 다른 역설로 이어진다. 자유주의는 흔히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노릇을 한다.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라 불렸던 한 시대를 겪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사무치는 진실이다. 그런데 얼핏 이와 모순되는, 이 진실의 이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는 봉건적 특권에 맞서며 득세했고, 늘 이런 특권에 날을 세우며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런 자유주의와 쌍을 이루며 득세한 자본주의는 오히려 봉건주의로 회귀한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는 자유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면서도 자유주의를 배반한다. "경쟁", "능력", "자유시장" 등등은 "자본주의적 경제 봉건주의" 아래서 늘 거짓 약속이 되고 만다.  

이 대목에서 바겐크네히트는 단순한 이데올로기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바겐크네히트는 자본주의의 진실에 배반당한 자유주의에서 동맹군을 찾으려 한다. <풍요의 조건>은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자유주의 사상가들을 인용하며 그들의 논리를 동원한다. 물론 "효율적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도박판을 옹호하던 가장 퇴화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존 스튜어트 밀이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 같은 이름이 주로 나온다. 

한데 그들만이 아니다. 반케인스주의라는 면에서는 밀턴 프리드먼이나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와 동류로 취급되기도 하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자들(프라이부르크 학파)도 아군의 편에 세운다. 경제학설사를 좀 아는 독자에게는 사뭇 충격적일 수도 있다. 좌파당 안에서도 급진파라는 논자가 기독교민주연합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구축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다니! 

하지만 자국의 사상 지형 안에서 재봉건화에 맞설 동맹군을 찾고자 하는 바겐크네히트로서는 이들에게 주목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프라이부르크 학파 경제학자들은 독일식 독점 자본인 콘체른의 시장 지배를 비판하면서 재봉건화 경향 비판의 핵심 논리들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질서자유주의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알렉산더 뤼스토프는 이렇게 말했다. 

"상속에 의한 불평등한 출발은 자본주의에 고유한 제도적 구성 요소들인데, 이를 통해 시장경제 사회에서도 봉건주의가 계속해 살아남았고 시장경제를 금권 정치와 부의 지배로 만들고 있다." (<풍요의 조건>, 103쪽에서 재인용)  

그렇다고 바겐크네히트가 논의를 온통 자유주의의 틀에만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재벌을 비판하면서 주주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식으로 뒷걸음치지는 않는다. 정반대다. 바겐크네히트는 자유주의의 이상이 이제는 다른 짝을 찾아 나설 때라고 역설한다. 자유주의는 이제 자본주의가 아닌 새 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21세기에 맞게 재구성된 사회주의다!  

바겐크네히트가 이렇게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재봉건화의 뿌리 깊은 기반이 자본주의적 기업 소유구조라는 데 있다. 생산-서비스 활동과 괴리된 불로소득자들이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활동이 벌어지는 현장인 기업이 불로소득자들에게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그 제도적 통로가 바로 주식회사 제도다.  

주식회사는 참으로 묘한 제도다. '주주'라 불리는 금융 투자자는 손실에 대해서는 제한된 책임만 진다. 반면 이익은 무제한으로 착복한다. 그래서 기업 활동의 부침과 상관없이 금융 투자자들은 대를 이어가며 부와 권력을 천문학적으로 늘린다. 자본주의가 금융화 국면에 접어들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이런 토대 위에서 소수 자본가가 끊임없이 금권 귀족이 되고 사회를 통째로 접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바겐크네히트는 이렇게 정식화한다. 

"자본주의에서 나타난 창의적인 소유권적 발명은 제한적으로만 책임을 지는 소유로서, 우리가 유한책임회사와 주식회사에서 보는 바와 같은 그런 기이한 소유권의 구성이다. 이 구성은 한 기업의 소유자에게 그 기업에서 형성한 모든 수익을 완벽하게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보장하지만 그 기업이 안게 된 위험에 대해서는 처음에 투자한 자본금만큼만 책임을 지운다." (<풍요의 조건>, 315쪽)  

"오늘날 우리는 경제적 소유에 대한 제한적 책임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아예 마음을 쓰지 않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로부터 발터 오이켄[질서자유주의자-인용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시장경제를 주장한 학자들로부터도 이런 권리 형태는 거부당해 왔다." (<풍요의 조건>, 318쪽)  

자본주의의 봉건제 회귀 경향의 밑바탕에는 이렇듯 주식회사 제도가 있다. 이 부조리한 제도 덕분에 생산-서비스 활동은 이미 사회 전체의 협력으로 이뤄지는데도 부는 더욱더 소수 금융 귀족의 손아귀에 집중된다. 이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재봉건화를 결코 뒤집을 수 없다. 진정 새로운 지식과 기술 개발의 "경쟁"이 보장되고 각인의 "능력"이 마음껏 실현되며 "자유시장"이 작동하려면, 이 두터운 장벽을 돌파해야만 한다. 새로운 기업 형태로 전환해야만 한다. 

이리 하여 자유주의의 논리를 동원한 바겐크네히트의 현대 자본주의 비판은 사회주의의 오랜 이상의 부활이라는 야심 찬 결론에 도달한다. <풍요의 조건>은 1970년대~1980년대 초에 세계 곳곳에서 좌파의 도전이 신자유주의 초기 물결에 짓밟히고 현실사회주의권이 무너지면서 금기와 망각의 대상이 됐던 원대한 목표, 기업 소유-지배구조 변혁을 당당히 다시 의제에 올린다.  

주식회사를 넘어 새로운 기업 소유-지배구조로  

지난 세기에 주식회사에 맞선 좌파의 주된 대안은 늘 국가 소유 기업이었다. 그러나 바겐크네히트는 300여 쪽에 이르는 논의 끝에 이런 식상한 대안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주주 같은 외부 소유주 없이 회사원 전체가 스스로 경영하는 '직원회사',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지역공동체회사', 구 공기업처럼 공공성 강한 생산-서비스를 맡지만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공동번영회사'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주식회사 제도는 폐지하고 아예 개인회사를 차리든가 이 세 가지 대안적 소유-지배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겐크네히트는 금융 영역에서도 수익 지향적인 일반 은행과 달리 공공 지향적인 '공동번영은행' 부문을 따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바겐크네히트의 대안은 1970년대 스웨덴 임노동자기금 구상의 모태가 된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의 '소유주 없는 사회적 기업' 구상을 연상시킨다. 국내 논의로는, 주식회사 제도를 비판하면서 바겐크네히트의 '직원회사'와 비슷한 방향을 개진한 김상봉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펴냄)가 있다. 김상봉의 주장은 한국의 재벌개혁론 지형에서 다분히 유토피아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풍요의 조건>은 이런 모색야말로 재봉건화한 현대 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면 공격이라고 역설한다.  

참으로 시원시원한 주장이다. <풍요의 조건>에서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정리한 주장이 좌파당 안에서 얼마나 지지를 얻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껏 움츠러든 독일 좌파의 고민과 토론 수준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만한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더불어 이 책은 독일보다 더 심각한 "자본주의적 경제 봉건주의"에 신음하는 한국 사회에도 자극을 던져준다. 특권세습사회를 뒤집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겐크네히트가 역설하듯이, 자산 소유 불평등을 혁파하길 두려워해선 안 된다. 더구나 그 과제 안에는 기업이 누구의 것인지 가리고 다시 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21세기에도 '좌파'됨에 의미가 있다면 바로 이 물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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