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20년대의 화두는 자본주의 아닌 세상

[장석준 칼럼] 3중 위기의 시대, 경쟁vs연대, 소수vs다수, 축적vs삶
 

2020년대가 시작됐다. 한데 시작부터 불길하다. 아메리카 제국이 외국 정부 요인 암살이라는, 테러 단체나 할 범죄를 자행해 중동에 다시 전운이 일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기후 위기 탓에 대륙 전체가 산불에 휩싸여 있는데, 그 와중에 오늘날의 유일 제국은 첫 번째 세계 제국(페르시아)의 후예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 한다. 지난 10여 년도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혼돈의 시대였지만, 다가올 10년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은 늘 불만에 차 있는 소수파의 기우만은 아니다. 2000년대가 시작되던 때를 떠올려보자. 세계 곳곳에서 '뉴 밀레니엄'이니, '새 천년'이니 하며 축제를 벌였다. 달력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다들 마치 새 세상이라도 열리는 듯 들썩거렸다. 지구화-금융화가 늘 호황인, 그래서 언제나 조증(躁症) 상태인 세상을 열어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0년도, 2020년도 그런 떠들썩한 새해맞이 행사와는 정반대되는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지금 우리는 그렇게 2008년(금융 위기) 이후의 세상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다음 10년대가 그저 우울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시대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이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새로운 출발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2020년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천만한 선택의 순간, 즉 파멸과 반전(反轉)의 갈림길이 될지도 모른다.

'1914년 이후 시대'라는 거울에 비춰 본 '2008년 이후 시대'

이런 진단을 내리기 위해 굳이 예언서를 들추거나 신점을 칠 필요까지는 없다. 21세기 전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울이 되어주는 앞 시대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세계전쟁으로 시작해 그보다 더 끔찍한 두 번째 세계전쟁으로 마감한 한 시대, '전 지구적 위기'라는 말에 참으로 어울리는 인류사의 첫 번째 경험이자 칼 폴라니의 명저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홍기빈 옮김, 길, 2009)의 배경이 된 그 시대 말이다.

2008년에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되자 다들 이를 1929년의 비슷한 사건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대개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여파는 누가 봐도 대공황만큼 파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공황 때부터 축적된 거시경제 지식 및 운영 기량 덕분에 자칫 대공황보다 더 큰 붕괴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사건이 적당히 진정된 것처럼만 보였다. 1929년에 견주면, 확실히 그랬다.  

그러나 2008년을 비춰봐야 할 거울은 결코 1929년이 아니었다. 1914년이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안 사람이 바로 <붕괴: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우진하 옮김, 아카넷, 2019)의 저자 애덤 투즈다. 투즈는 <붕괴>를 내기 전에 이와 쌍을 이루는 또 다른 대표작을 발표했다. 아직 우리말로는 번역되지 않은 The Deluge: The Great War, America and the Remaking of the Global Order, 1916-1931(Penguin, 2014)이 그 책이다. 제목을 옮기면, "파국: 대전쟁, 미국과 지구 질서 재편, 1916-1931" 쯤이 될 텐데, 다름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를 다루고 있다. <붕괴>에서도 강조하지만, 투즈는 2008년의 의미를 1914년이라는 거울에 비춰 파악하는 것이다.  

왜 1914년인가? 외양만 보면, 1914년은 전쟁이 시작된 해이고 2008년은 공황이 시작된 해라 차이가 크다. 그러나 한 가지 무척 닮은 점이 있다. 1914년과 2008년 모두 인류사를 그 전과 후로 완전히 나눴다. 1914년에는, 19세기와 이어져 있던 한 시대가 돌연 중단되고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낯선 새 시대로 던져졌다. 마찬가지로 2008년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새 천년의 도래를 축하하던 한 시대가 갑자기 끝나 버리고 지구 행성 전체가 전혀 다른 시간대로 진입해 버렸다. 즉, 1914년과 2008년은 자본주의 문명의 한 시대가 정지하고 거대한 혼돈이 시작된 (지금껏 단 둘뿐인)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1914년 이후 한 세대의 역사는 2008년 이후 시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긴한 거울이 되어준다. 1914에 시작돼 1918년까지 계속되던 전쟁이 끝난 뒤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보자. 1917년에 러시아에, 1918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에 혁명이 일어나 중부 유럽이 요동쳤지만, 1920년대가 밝아오자 이 격랑은 일단 진정되는 듯 보였다. 이후 한 동안은 전쟁 이전 질서가 돌아온 것만 같았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조차 짧은 번영을 누렸고, 심지어 미국은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을 만끽했다.

그러나 오늘날 돌이켜 보면, 이 시대는 옛 질서로 돌아가려는 미련과 그 옛 질서를 파괴한 새로운 힘들에 대한 무지 혹은 무시 때문에 소중한 시간만 낭비한 시기였다. 구질서의 대표자 대영제국은 구질서의 경제적 기둥이던 금본위제로 돌아가려고 헛되이 시도했다. 대서양 양안의 금융 세력과 대자본은 전에 없이 거대해진 생산 기계(루이스 멈퍼드가 말한, 넓은 의미의 '기계')를 굴리면서도 여전히 전쟁 전 상식에 따라 노동자와 소비자, 그러니까 사회를 대하려 했다. 심지어는 '변혁'을 외치는 좌파정당들조차 그 구호가 20세기에는 19세기와 얼마나 다른 내용을 함축해야 할지 가늠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 이후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 얼마나 판박이인가! 금융 위기 이후의 '긴 2010년대' 동안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전에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격변에 놀라워하면서도 마치 2008년 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 살아왔다. 이번에는 미국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그런 노력 끝에 실제 호황까지 맞이하고 있다. 비록 과거 같으면 주류 엘리트의 고민거리도 되지 않았을 극우 포퓰리즘이 창궐하고는 있지만,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민심 역시 주된 정조는 과거에 대한 향수다. 이렇게 여전히 2008년 이전을 그리워하며 우리는 '긴 2010년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2020년대는 '긴 2010년대'의 단순 연장일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0년이 지난 뒤에 어떤 시대가 열렸는지 보라. 1930년대다. 대공황이 일어났고, 파시즘이 승리했으며, 기어코 다음 번 세계전쟁이 시작됐다. 애써 무시하거나 아예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사의 힘들이 드디어 지표면 위로 분명히 드러났고, 더는 제어할 수 없게 된 이 힘들에 이끌려 세계는 더 거대한 재앙을 향해 행진했다.  

슬프게도 2020년대 역시 그러한 시대가 될 운명이다. '긴 2010년대' 동안 세계인이 애써 눈 감고 고개를 돌렸던 진실들이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키기 시작할 것이다. 각성과 전환이 늦어지는 데 비례해 파국의 속도와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이미 2019년에 그 전조가 생생히 나타났다. 기후 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라 불리고 있고, 자본주의 중심부, 주변부를 가릴 것 없이 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가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가공할 진실들을 다음 세 가지 위기로 정리한다. "기후 위기, 불평등 위기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J. Stiglitz, "It's time to retire metrics like GDP. They don't measure everything that matters", The Guardian, 2019. 11. 24). 더없이 깔끔한 정리다. 그 정도로 이들 위기는 지금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뚜렷이 가시화돼 있는 것이다.

2020년대의 쟁점 – "자본주의 없는, 자본주의 아닌 세상"

<거대한 전환>에서 폴라니는 대위기를 낳은 구질서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은 세 체제만이 1930년대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들 체제는 1920년대 내내 무지와 무시의 대상이 됐던 진정한 쟁점을 비로소 정면으로 바라보고 각자 나름의 극복 방안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는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방향의 해법도 있었지만 말이다. 폴라니에 따르면, 그 쟁점이란 시장지상주의로 치닫는 자본주의 문명의 모순과 한계였고, 이에 도전한 세 체제는 나치 독일, 5개년 계획 이후의 소련 그리고 뉴딜을 추진한 미국이었다.

그럼 우리 시대가 대면해야 할 참된 쟁점은 무엇일까? 그리스 시리자(SYRIZA, 급진좌파연합) 정부에서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새해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Imagining a World without Capitalism"(Common Dreams, 2019. 12. 29). 옮기면, "자본주의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바루파키스는 이 글에서 2020년대가 대결해야 할 쟁점이 '자본주의'라 지목한다.

이보다 더 명쾌할 수는 없다. 나 역시 동의한다. 스티글리츠가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3대 위기라 정리한 바를 나는 다음과 같이 재정리하고 싶다. 기후 위기, 자본주의-민주주의 병존 체제의 위기, 지구 자본주의 질서의 헤게모니 위기. 이 3중 위기를 관통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다.  

기후 위기란 무엇인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며 두 세기 동안 끊임없이 확대되던 자본주의가 드디어 지구 생태계의 한계와 충돌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지구 행성이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노쇠해버렸다. 그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나 자산시장 같은 제도를 활용하며 어렵사리 병존해왔지만, 이제는 복지국가나 자산시장이 작동하지 않을뿐더러 성장 자체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이 상황에서 늙은 제국 미국과 유일한 도전국 중국 사이에 패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는 나라든 뜨는 나라든 다른 국가들이 따를만한 지적-도덕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만은 마찬가지다. 옛 패권국의 헤게모니는 와해일로에 있는데,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등장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황위 계승권자가 없는 채로 궐위기가 길어질지 모른다. 아니, 이런 상황은 장기화할 수 없다. 헤게모니 국가 없는 지구 자본주의는 헤게모니 없는 자본주의이고, 어느 체제도 이렇게 지적-도덕적 권위 없이 폭력만으로는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긴 2010년대'에는 2008년 금융 위기의 폭발에도 불구하고 이 단 하나의 근본 쟁점, 자본주의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들(가령, 스티글리츠의 3대 위기)로 고통 받으면서도 정작 그런 문제들의 원인은 마치 자연 상태처럼 당연시되다 보니 대중은 늘 해결 방안에 목말라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대중의 마음에 다가온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실현 불가능한 해법이었다. "이주민들만 돌려보내면 괜찮아진다"고 외치는 극우 포퓰리즘의 전성기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긴 2010년대'는 더 길어질 수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재난이 그렇게 선포하고, 중동의 새로운 전운이 그렇게 선포하며, 다른 무엇보다 '80%'가 늘 패배자가 되는 한국 사회의 이 답답한 현실이 그렇게 선포한다.  

이제는 진짜 쟁점과 대결할 때이고,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다. 금융기관과 사기업의 이윤 지표가 사회의 다른 모든 가치들을 압도하는 이 가치 서열 구조를 뒤집어야 한다. 이 구조와 결합된 또 다른 단단한 구조, 즉 자본을 독점하면서 이를 세습하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권력 구조를 흔들고 허물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스스로 반복하고 있는 기존 생활 방식을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달리 말하면, 3중 위기의 시대, 2020년대에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경쟁인가, 연대인가? 소수인가, 다수인가? 축적인가, 삶인가? — 자본주의 없는, 자본주의 아닌 세상인가, 아니면 세상의 파멸인가?  
 
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민사회, “다시 대결과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시민사회, “다시 대결과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1/07 [23: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6.15남측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북미, 남북 대화 재개와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사진 : 시민평화포럼)     © 편집국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반도에서의 긴장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시민사회단체들이 다시 대결과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남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평화포럼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7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북미남북 대화 재개와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전으로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던 그 시간으로 결코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북미와 남북 간의 대화는 조속히 재개되어야 하고어렵게 이뤄낸 남북북미 합의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은 북미 모두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북측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 등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에 비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신뢰 조치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유엔과 미국은 최소한 인도적 분야의 대북 제재는 중단해야한다며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해법이 한반도 핵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이들 단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적극 논의하여 북미 협상의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결정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며 한미 양국 정부가 3월 예정되어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한국 정부는 남북 협력사업을 위한 광범위한 제재 면제를 보다 적극 요구하고 자율성을 발휘해야한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남북 철도·도로 연결 프로젝트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가 실현되도록 촉진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2020년이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결심을 밝혔다.

 

--------------------------------------------------

<기자회견문>

 

다시 대결과 적대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 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2020년 새해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뿌연 안개 속에 있습니다북미 협상은 별다른 돌파구 없이 교착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지난 1년 동안 남북 간의 대화나 교류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습니다한편 새로운 길을 예고한 북측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결의하고 경제적 자력갱생과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2018년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부단히 인내하고 대화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는 과정이어야 합니다지금 우리는 그 길에 만만치 않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합니다그렇다고 인내를 버리고 쉽게 대결을 택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오늘 우리 시민사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전으로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던 그 시간으로 결코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우리는 북미와 남북 간의 대화는 조속히 재개되어야 하고어렵게 이뤄낸 남북북미 합의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남북미 정부에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북미 모두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합니다

북미는 작년 하노이 회담뿐만 아니라 6월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유의미한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했습니다연말의 북미 접촉도 끝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싱가포르에서 북미는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선언했지만 이러한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특히 우리는 북측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 등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에 비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신뢰 조치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이는 일괄 타결이든 단계적동시적 이행이든 북미 간에 접점이 생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우리는 미국이 사실상 북측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며 시간 끌기 하는 것이나북측이 미사일 시험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합니다북측과 미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대화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우리는 더 큰 합의를 가능하게 할 미국의 정치·군사·경제적 신뢰 구축 조치를 촉구하며 북측 역시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엔과 미국은 최소한 인도적 분야의 대북 제재는 중단해야 합니다

유엔과 미국은 대북 제재를 변함없이 유지하거나 보다 강화해 왔습니다미국은 북측의 우선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대북 제재가 북측 내 취약계층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습니다제재가 문제해결의 수단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간 신뢰 구축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대북 제재는 남북 교류 협력도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우리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해법이 한반도 핵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최소한 인도적 재난을 방치하는 제재 조치는 중단되어야 합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적극 논의하여 북미 협상의 진전을 이끌어 내기를 요청합니다.

 

대화와 군사행동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결정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상대방을 자극하고 압박하는 군사적 위협과 대결 조성은 대화와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우리는 한미 양국 정부가 3월 예정되어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합니다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꺼져 가는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조치가 될 것입니다.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의 결연한 조치를 촉구합니다

북미 협상이 중단되자 남북 관계도 급속도로 경색되었습니다교류 협력사업을 비롯하여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답답하고 통탄할 노릇입니다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남북 철도·도로 연결 프로젝트 등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됩니다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 군사 분야 합의 이행도 마찬가지입니다한국 정부는 남북 협력사업을 위한 광범위한 제재 면제를 보다 적극 요구하고 자율성을 발휘해야 합니다어렵더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현 상황을 변화시킬 동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책무를 다할 것입니다

올해는 한국 전쟁 70년이 되는 해입니다분단과 정전으로 인한 대결과 적대가 무한 재생산되는 비극을 이제 끝내야 합니다한국 시민사회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갈 당사자입니다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가 실현되도록 촉진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한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조직하여 미국과 북측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나갈 것입니다국제사회가 우리의 평화를 위한 행동에 함께해주길 촉구할 것입니다우리는 2020년이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20년 1월 7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평화포럼한국종교인평화회의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과 거듭 만나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

문재인 대통령, 7일 신년사 통해 다양한 대북제안 내놔 (전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20.01.07  10:07:44
페이스북 트위터
   
▲ 문 대통령이 7일 오전 새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를 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미교착 국면에서 남북협력 증진을 위한 실질적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대북제재 사안에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방법은 담기지 않았다. 북한 당 7차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관련해 일절 언급한 바 없어,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신년사를 발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향한 신념과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짚으며,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남북관계가 진전이 없던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북미대화의 동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미 양측을 달랬다. “우리 정부도 북미대화의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제공-청와대]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를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며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의 한반도 평화 3원칙을 지키기 위한 남북대화의 과제로, 접경지역 협력을 제안했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로,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제기된 남북철도.도로 연결사업도 이번 신년사에 빠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말했다. 그러나 남북철도.도로 연결사업은 대북제재에 걸려있는데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복안은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대북제재 사안이어서 뚜렷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올해 6.15남북공동선언 20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와 올해 남측에서 열리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북측 참가와 도쿄올림픽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 협의도 제안했다.

또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에 북측이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며,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힘겨운 탈피의 과정일 것”이라며 “지난 2년 반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제 나비로 ‘확실히 변화’하면, 남과 북이라는 두 날개로 ‘상생 도약’하게 될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남북 협력을 함께 증진해 나가겠다는 이야기”이며, “(남북 간에)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다짐”이라고 풀이했다.

(추가, 16:58)

<신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뜻깊은 해를 보내고,
올해 ‘4·19혁명 6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으며
3년 전, 촛불을 들어 민주공화국을 지켜냈던
숭고한 정신을 되새깁니다.

정의롭고 안전하며,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경제와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개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청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낯선 길을 함께 걸어주셨습니다.
국민들이 불편과 어려움을 견디며 응원해주신 덕분에
정부는 ‘함께 잘 사는 나라’, ‘혁신적 포용국가’의 틀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올 한해,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포용’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하여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하겠습니다. 

일자리는 국민 삶의 기반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일자리에 역대 최대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청년·여성·어르신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상용직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 명 이상 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주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었습니다.

올해 이 추세를 더 확산시키겠습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 고용부진을 해소하겠습니다.
40대 퇴직자와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습니다.

‘부부 동시 육아휴직’을 도입하여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지원을 통해
여성·청년·어르신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아닌,
사람 중심의 창의와 혁신, 선진적 노사관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반면,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 일수는 최근 20년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광주를 시작으로 
밀양, 대구, 구미, 횡성, 군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올해 국민들의 체감도를 더욱 높이겠습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전국민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해
고용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겠습니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계속 늘려갈 것입니다.

지난해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등 포용정책의 성과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되었습니다.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고,
특히 저소득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올해 더 ‘확실한 변화’를 보이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더 많은 가구가 혜택받게 하고,
근로장려금(EITC)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넓히겠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중증질환, 취약계층,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지난해 고3부터 시작한 고교 무상교육을 올해 고2까지,
내년에는 전 학년으로 완성하고, 학자금 대출금리도 낮춰
누구나 교육기회를 충분히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금융·세제 지원과 상권 활성화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농정틀도 과감히 전환하겠습니다. 
2016년에 13만 원 수준이던 쌀값이 19만 원으로 회복되어,
농가소득 4천만 원, 어가소득 5천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농어가 소득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새롭게 도입하고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 추진하겠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바람입니다.
우리 정부는 교통사고, 산재, 자살을 예방하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와 산재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고,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합니다.
안전에 관한 노력은 ‘끝’이 있을 수 없습니다.

기존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어린이 안전 종합대책’을 더해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미세먼지가 높은 겨울과 봄철 특별대책을 마련하여
3월까지 강화된 선제조치를 시행하겠습니다.
계절 관리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차량 감축과 운행금지,
권역별 대기개선 대책, 친환경 선박연료 사용 등을 통해
대기 질의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국외 요인에 대응하여 중국과의 공조·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반 세기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습니다.
‘혁신’을 더 강화하여 우리 경제를 더 힘차게 뛰게 하겠습니다.

지난해 혁신성장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도, 
신규 벤처투자가 4조 원을 돌파했고
다섯 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200여 건의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과
열네 개 시도의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혁신제품·서비스의 시장 출시도 가속화되었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단말기와 장비시장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전기차와 수소차 수출도 각각 두 배와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ICT 분야 국가경쟁력이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혁신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올해는 혁신의 기운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벤처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여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 분야를
‘제2, 제3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고,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확대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겠습니다.

‘규제샌드박스’의 활용을 더욱 늘리고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도 
맞춤형 조정 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상생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여 
핵심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기업과 노동계,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았습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목표에 
온 국민이 함께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대일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품목들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일부 품목은 외국인 투자유치의 성과도 이뤘습니다.
올해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조1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100대 특화 선도기업과 100대 강소기업을 지정해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의 반등이 기대되고 있으나,
무역갈등, 지정학적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구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보다 23만 명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입니다. 
올해 수출과 설비 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의 상승으로 연결시키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속에서도
수출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불,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수소차, 바이오헬스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새로운 수출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도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서도 
수출물량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신남방 지역 수출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하고,
신북방 지역 수출도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하며
수출 시장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체 수출액을 다시 늘리고
2030년 수출 세계 4강 도약을 위한
수출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3대 신산업, 5G,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수출을 늘리는 한편,
RCEP 협정 최종 타결 등 신남방·신북방 지역으로
새로운 시장을 넓히겠습니다.
중소기업 수출금융을 네 배 확대하고,
한류와 연계한 K-브랜드로 중소기업의 수출비중도 
더욱 늘려가겠습니다. 

더 좋은 기업투자 환경을 만드는 데도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총 100조 원의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가동하고,
‘투자촉진 세제 3종 세트’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23개 사업 2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한편,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SOC’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여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아울러, K-팝과 드라마, K-뷰티, K-콘텐츠, K-푸드 등 
한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방한 관광객 2천만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공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공기와도 같습니다.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사회가 숨 쉴 수 있습니다.

최근 공정경제에서는 차츰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되었고
하도급, 가맹점,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상생결제 규모도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가 안착되고 있습니다.

또한,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할 것입니다.
상법 개정 등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최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수사권 조정법안’이 처리되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면
더욱 공정한 사회가 되고
더욱 강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과 함께하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 제도적, 행정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나아가 교육, 채용, 직장, 사회, 문화 전반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정부는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입니다. 
국민의 삶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는 불공정을 과감히 개선하여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하여
신혼 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향한 신념과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우리 정부 들어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2017년까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북미대화의 동력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도 북미대화의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미 대화의 교착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습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8천만 겨레의 공동 안전을 위해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할 것도 제안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남북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함께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자,
IOC에 공동유치 의사를 이미 전달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힘을 모아가길 바랍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와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실력있는 선수들이 참가하길 기대하며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는
남북한의 상호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국제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제안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등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생태와 역사를 비롯해 
남북화해와 평화 등 엄청난 가치가 담긴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는 우리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의 호응을 바랍니다.

평화를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입니다.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 모두가 주변 국가들과 함께 번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 정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상생 번영의 공동체’를 위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올해도 정부는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어
외교를 다변화해 나가겠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중국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올해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방한이 예정되어있는 만큼,
한중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양국 간 협력관계를 한층 미래지향적으로 진화시켜 가겠습니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욱 빠르게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양국 수교 30주년이 되는 올해,
신북방 외교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우리는 P4G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믹타(MIKTA) 의장국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에 있어서도 
당당한 중견국가로서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 국민이 되찾고 지켜낸 민주공화국이기에
우리는 그 이름에서 가슴 뜨거움을 느낍니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우리의 신념은 
우리가 들었던 촛불만큼이나 뜨겁습니다. 

우리가 지난해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특별히 기념한 것은
그 정신이 그대로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은 상생으로 더 확장되고 튼튼해집니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잘 살 수 있을 때
국민 주권은 더 강해지고,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세계정세는 여전히 격변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국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와 기술 패권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더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사회가 되어야만 
경쟁에서 이겨내고 계속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극단주의는 배격되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이해하며
손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부터 더 노력하겠습니다.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자주 국민들과 소통하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힘겨운 탈피의 과정일 것입니다.
지난 2년 반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제 나비로 ‘확실히 변화’하면,
노·사라는 두 날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두 날개, 
보수와 진보라는 두 날개, 남과 북이라는 두 날개로
‘상생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합니다.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를 바탕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직 검찰총장 “수사검사 인사조치, 훗날 그 검사들로부터 수사받게 된다”

최소 검사장급 이상 인사 7명, 윤석열 사단은?
 
임병도 | 2020-01-06 09:00: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1월 3일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추 장관은 취임사에서 ‘개혁’을 17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이중 8번은 직접적으로 ‘검찰개혁’을 말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에 검찰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추 장관은 발언 도중 박수가 나오자 “박수 치셨으니까 약속하신 것”이라며 개혁에 동참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언제쯤 검찰 인사권을 행사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미 추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고, 2월에 검찰 정기 인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 검사장급 이상 인사 7명, 윤석열 사단은?

검찰 인사는 ‘검찰인사위’를 통해 추진됩니다. 검찰인사위는 검사 3명, 판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교수 2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됩니다.

원래 6일로 예정됐던 검찰인사위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회동과 외부 인사 일정 조율 등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는 최소한 공석 중인 검사장급 이상 7자리가 새로운 인물로 임명됩니다. 현재 공석인 검찰 고위 간부는 대전·대구·광주 고검장, 부산·수원 고검 차장과 법무연수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입니다.

검사장 승진 대상으로는 사법연수원 27~29기가 올라왔고, 차장검사는 30기가 예상됩니다. 참고로 지난해 7월에 27기 일부가 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검찰 인사에서 소위 말하는 윤석열 사단이 물갈이될 수 있는지 여부도 관심입니다. 현재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23기),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27기),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26기) 등입니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회복’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이들이 지방 검사장 또는 한직 등으로 이동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찰 인사 초안 청와대에 전달?.. 청와대 사실무근

지난 4일 <MBC뉴스데스크>는 ‘단독’이라며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와 검찰 주요 간부가 포함된 인사초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며 “전달된 안에는 주요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인사를 맡고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간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초안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 메신저에 “‘검찰 인사 초안 靑 전달’ 기사와 관련해, 청와대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인사와 관련된 초안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MBC 임명현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검찰과 법무부 핵심 간부들 인사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라며 “다만 정식 제청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해 그 내용까지 리포트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의 수상한 앵커 한 마디

▲1월 5일 <TV조선 7시 뉴스> ‘앵커가 고른 한마디’에 나온 전직 검찰총장 발언 화면 캡처

1월 5일 <TV조선 7시뉴스> ‘앵커가 고른 한마디’ 코너에서는 박정훈 앵커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박정훈 앵커는 고종이 단발령을 위해 머리를 잘랐지만,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추미애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과 인사를 빗대어 비판했습니다.

박정훈 앵커는 방송 중에 “수사 검사를 인사 조치한다면 그 순간 직권남용이 될 것이며, 훗날 그 검사들로부터 수사받게 될 것이다.”라는 전직 검찰총장의 말을 소개했습니다.

<TV조선>의 보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수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협박처럼 들립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5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인영·신돌석 묘도 있는데, 왜 전봉준은 없어요?

[동작민주올레 56] 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묘역에서 동학농민혁명군 묘를 만날 순 없을까

20.01.06 19:28l최종 업데이트 20.01.06 19:28l

 

* 그동안 '동작민주올레' 현충원길을 일곱 개 길(4.3길, 5월길, 독립운동가길, 친일파길, 전직 대통령길, 평화-통일길, 여성길)로 나누어 탐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볼 만한 곳임에도 미처 둘러보지 못한 곳이 있습니다. 이에 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묘역을 중심으로 현장을 찾아 몇 회에 걸쳐 이야기를 더 나누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녹두장군 전봉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앉아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모습을 담은 좌상이 그가 처형당하기 전 갇혀 있었던 전옥서터에 세워졌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언제나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 녹두장군 전봉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앉아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모습을 담은 좌상이 그가 처형당하기 전 갇혀 있었던 전옥서터에 세워졌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언제나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 김학규

관련사진보기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은 애국지사묘역과 무후선열제단, 임시정부요인 묘역과 대한독립군무명용사위령탑으로 구성돼 있다.

독립유공자묘역에는 13도창의군 총대장을 역임한 이인영(1868~1909)과 평민의병장 신돌석(1878~1908)의 묘가 애국지사묘역에 있고, 농민의병장 김수민(1867~1909)과 평산의병 선봉장 이진룡(1879~1918)을 비롯한 여러 의병장이 무후선열제단에 위패로 모셔져 있다.

하루는 청소년들과 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탐방을 하던 중 한 친구가 물었다.

 

"이인영 장군, 신돌석 장군도 있는데, 그럼 녹두장군 전봉준은 없어요?"

맞다. 의병장의 묘는 있는데, 왜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최경선, 김덕명 등 동학농민혁명군의 지도자는 독립유공자묘역에서 만날 수 없는 걸까.

누가 독립유공자인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의 애국정신을 길러 민족정기를 선양함을 목적"으로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독립유공자법)을 제정해 "독립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을 예우하고 있다.

독립유공자법에 따르면 독립유공자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분류된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하다가 그 반대나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이고,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이다.

독립유공자에게 수여하는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표창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순국선열 또는 애국지사에게 그 기여도에 따라 대한민국장·대통령장·독립장·애국장·애족장 등 5등급의 건국훈장 또는 건국포장이나 대통령표창을 수여한다.

'상훈법' 제11조(건국훈장)에 따르면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여기에 건국훈장 다음의 훈격으로 동법 제20조(건국포장)에 따라 건국포장을, '정부 표창 규정'에 따라 대통령표창을 수여한다.

결국 보훈처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의 결정으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아니면 현충원에 조성돼 있는 독립유공자묘역에 안장될 자격이 없다.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의병운동에 나선 의병장들,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다
  
평민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묘 '태백산 호랑이'로 불린 평민의병장 신돌석은 1896년부터 1908년까지 나선 의병활동으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순국한 자”로 인정받아 독립유공자가 되었고, 이로써 1965년에 생긴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되었다.
▲ 평민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묘 "태백산 호랑이"로 불린 평민의병장 신돌석은 1896년부터 1908년까지 나선 의병활동으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순국한 자”로 인정받아 독립유공자가 되었고, 이로써 1965년에 생긴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되었다.
ⓒ 김학규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독립운동가묘역에 안장돼 있거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이인영과 신돌석, 김수민과 이진룡을 비롯한 의병장들은 심의 과정을 거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895년의 을미의병과 1907년의 정미의병 등에 참전한 의병이 어떤 자격으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가보훈처에서 제공하고 있는 '공훈전자사료관'의 '독립유공자공적조서'와 '독립유공자공훈록'을 보면 그 사유를 알 수 있다.

먼저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된 의병장 이인영의 '독립유공자공적조서'를 보자.
 
"1. 1895년 유인석 등과 거의하여 1896년 여름에 해병하고 1905년에 다시 원주 의병대장이 되었고 그 후 양주로 옮겨 의병 원수부 13도총대장이 되었는데 그 때 각 도에서 회합한 의병 수가 만여 명이었다 그 후 즉시 서울로 진격하여 통감부를 분쇄하고 위납(僞納)을 취소하여 국권을 회복할 계획을 세우고 먼저 서울에 심복인을 보내 각국 영사에 호소하여 원조를 청하고 이인영이 먼저 3천 명을 인솔하고 동대문 밖까지 들어와서 왜적과 분전하였으나 저적할 수 없이 퇴진하였다. 또 후군도 여주에서 패전하였다.

2. 1909년 상주에서 산중에 숨어 있다가 황간에서 체포되어 대전옥에서 경성옥으로 갖은 악형을 받다가 옥중에서 순사하였다."
 
마찬가지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된 의병장 신돌석의 '독립유공자공훈록'의 내용도 이인영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략) 그는 1896년 평해(平海)에서 기병하였다. 이곳 일대는 일찍이 사귀어 온 동지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를 의지하고 따랐다. 때로는 의병들이 일본군의 최신식 무기를 두려워하자 신돌석은 필마단창으로 적병을 수없이 사살하여 용맹을 사방에 떨쳤다. 이리하여 평해 일대에는 일본병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1896년 말 영해군의진의 중군장이 되었다. 그러나 불길같이 일어난 전국을 휩쓸었던 을미 의병은 대체로 유생들에 의하여 주도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선유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받고 자진 해산하였다. (중략) 신돌석은 1906년 3월 13일(음) 아우 우경(友慶)과 함께 영덕 복평리 축산에서 기병하였다. 그는 대장기를 세우고 영릉의병장이 되었다. (중략) 1907년 봄에 중군장인 백남수와 김치헌 등 용감한 휘하 장령들과 함께 영덕 일대 지방민들의 절대적인 협력을 얻어 가면서 진용을 보강하고, 친일파들을 처단하여 의진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높아 갔다. (생략)"
 
의병장 이인영은 1895년부터 1909년까지 벌인 의병활동으로, 의병장 신돌석은 1896년부터 1908년까지 나선 의병활동으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순국한 자"로 인정받아 독립유공자가 됐다. 이로써 1965년에 생긴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됐음을 알 수 있다.

의병, '제국'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

그런데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1908년과 1909년에 순국한 의병장 신돌석과 이인영은 '상훈법'에서 말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있다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당시 의병운동에 나선 의병들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희망하기는커녕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평민의병장 신돌석의 경우 반봉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 일단 유보한다고 해도 고종의 밀명을 받아 거병한 이인영이 추구한 바 그 지향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상훈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이들을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있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있는 사람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다만 신돌석과 이인영 등이 '독립유공자법'에서 말하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순국한 자"임에 분명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상훈법'의 조문도 '독립유공자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폭넓게 해석해 일단 의병도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무후선열제단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위편에는 독립유공자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무후선열제단이 있다. 이 무후선열제단에는 의병운동에 참여했던 김수민, 김진묵, 변학기, 이진룡, 조맹선, 지용기, 차도선, 채응언 등 의병장들의 위패도 함께 모셔져 있다.
▲ 무후선열제단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위편에는 독립유공자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무후선열제단이 있다. 이 무후선열제단에는 의병운동에 참여했던 김수민, 김진묵, 변학기, 이진룡, 조맹선, 지용기, 차도선, 채응언 등 의병장들의 위패도 함께 모셔져 있다.
ⓒ 김학규

관련사진보기

'    
동학농민혁명군은 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

이제 처음 제기한 의문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의병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다면, 똑같은 논리로 동학농민혁명군도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동학농민혁명군도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한 사람들이지 않는가.

혹시 발발 시점의 차이 때문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해 일어난 의병운동은 1895년의 을미의병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 1년 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의병운동의 시작을 일반적으로 을미의병으로 설명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894년에 거병한 갑오의병도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운동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1894년 3월 고부농민봉기로 시작된 1차 봉기의 경우 반봉건운동의 성격으로 진행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해 9월 일어난 2차 봉기는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의 내정간섭에 맞서 일어났고,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명백히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해 일어난 반외세운동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동학농민혁명을 반외세반봉건운동의 본격적인 출발로 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의병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는데, 동학농민혁명군은 여전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가지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발생 당시부터 '동학란'으로 불렸고,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농민군은 '동비'라고 매도당했다. 마치 5.18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난동"이라고 폄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패배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바로 이러한 뿌리 깊은 거부감과 폄훼의 역사는 해방이후에도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1962년 독립유공자에 대한 대대적인 서훈이 시작된 이래 의병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상황에서도 동학농민혁명군은 검토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는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유족이나 후손들에게는 한으로 남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작된 동학농민혁명군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의 요구는 학술적 검토의 수준을 넘어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입법 요구로까지 발전하였다. 그 결과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동학농민명예회복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동학농민군서훈추진위원회 1894인이 낸 광고(1997. 11. 29, <한겨레신문>)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작된 동학농민혁명군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의 요구는 학술적 검토의 수준을 넘어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입법 요구로까지 발전하였다. 그 결과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약칭 : 동학농민명예회복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 동학농민군서훈추진위원회 1894인이 낸 광고(1997. 11. 29, <한겨레신문>)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작된 동학농민혁명군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의 요구는 학술적 검토의 수준을 넘어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입법 요구로까지 발전하였다. 그 결과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약칭 : 동학농민명예회복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 한겨레신문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만들어진 '동학농민명예회복법' 제1조는 "이 법은 봉건제도를 개혁하고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사람의 애국애족정신을 기리고 계승·발전시켜 민족정기를 북돋우며,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이 "봉건제도를 개혁"하려고만 한 게 아니라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고자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에는 혁명군의 황토현 전투 전승일인 5월 11일이 국가기념일인 동학농민혁명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정부차원에서 첫 기념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동학농민명예회복법' 제정은 물론 동학농민혁명기념일까지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오늘에도 동학농민혁명군 참여자들은 여전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동학농민명예회복법'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설립하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을 위한 명예회복사업"도 하도록 했지만, 그 핵심인 동학농민혁명군의 독립유공자 인정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거부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한 현실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이리저리 아무리 뜯어봐도 공평하지 않다. 

우리 청소년들을 포함한 국민들이 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묘역에서 의병운동의 거두 이인영과 신돌석뿐만 아니라,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싸운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최경선, 김덕명 등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들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드라마 <녹두꽃> 포스터 최근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SBS에서 제작된 <녹두꽃>이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 드라마 <녹두꽃> 포스터 최근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SBS에서 제작된 <녹두꽃>이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 SBS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학규는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겸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면전 만큼은 피하자' 최후의 외교전, 성공 가능성은?

[진단] "상호 부담 커 전면전은 자제할 것"...핵위기가 변수
2020.01.06 17:48:50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기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면전만큼은 피하기 위한 '최후의 외교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피습되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란의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드론으로 표적 살해한 상황에서 과연 외교로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6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초래될 결과를 생각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의 지도자들은 중동에 있는 미국의 자산을 이란이 직접 공격할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욱 격렬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이란 지도부의 자제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이란이 배후세력임을 부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친이란 민병대 등을 동원해 미국의 자산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전면에 나서 미국의 자산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만 5000여 명 등 중동에 무려 6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뚜렷한 명분이 없이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키울 경우 중동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카타르 등 중동의 친서방국들조차 이란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수만 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는 카타르의 지도자들이 이란으로 달려가 지지 의사를 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친미 걸프연안국들인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사우디는 자국과 협의 없이 이뤄졌다며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동을 분열시키는 외세'라는 인식이 중동 전역에 확산되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만일 미국을 지지했다가는 이웃 이란의 공격에 곧바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 지도자들도 전면전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다.

 

▲ 6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거행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애도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지난 2011년 솔레이마니에게 소장 계급을 직접 달아주면서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칭호를 내릴 만큼 아꼈다는 점에서 그를 살해한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직접 선언했다. ⓒ로이터=연합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외교적 노력을 한다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을 키우는 또다른 요인은 핵문제다. 이란은 5일 '5+1' 국제열강과 맺은 핵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선언을 했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이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핵합의에 참여한 유럽 열강들도 핵합의 유지에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런 불만을 가진 이란 정부는 핵합의 일부를 파기해오는 조치 끝에 솔레이마니가 살해된 사건을 기점으로 우라늄 농축 제한이라는 핵심 합의마저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핵합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프랑스, 독일, 영국이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졌다"면서 "남은 선택지는 전면적인 전쟁으로 가는 것뿐이라는 인식이 외교적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뿐"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렸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과 별개로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 "이란이 군사적 보복을 예고했지만, 전면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을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전쟁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군사력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현 정권은 국제적인 제재 등으로 경제사회적 불만이 고조돼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경우 정권이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문에 이란의 지도부가 자존심을 살리는 정도의 제한적인 보복 공격을 하고,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한적인 정밀 타격을 하는 정도로 전면전만큼은 피하는 상황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실질적인 핵위협으로 보는 한 이란 정권을 궤멸시키려는 작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로 언제든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마사회, 거짓말로 일관...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시민대책위·유족, 상여 들고 청와대 방면 행진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01-06 16:49:57
수정 2020-01-06 16:49:5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상여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0.01.06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상여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반복되는 기수·마필관리사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는 ‘마사회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한국마사회가 제도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보고 문재인 정부에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12월 26일·28일 발표한 제도 개선안에 ‘유족과 당사자들의 요구가 담겼다’고 하고, 경찰을 동원해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의 한국마사회 방문을 막은 것과 관련해 ‘유족 측이 예고 없이 본관을 방문했기에 경찰 병력이 출동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가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거짓”이라며 “유족은 한국마사회 임직원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마사회장의 조문도 받은 바 없다”고 짚었다. 

시민대책위는 이 같은 한국마사회 측 주장의 문제점을 짚으며 “한국마사회는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브리핑을 끝나고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공기관 한국마사회의 제도개선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故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인 문군옥 씨는 “우리아이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며 마사회의 제대로 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앞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선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4년 동안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2017년 이후 4명의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경마산업의 독특한 고용형태와 기수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경쟁시스템 도입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숨진채 발견된 故 문중원 기수도 A4 3쪽 분량의 유서를 통해 공정하지 못한 마방 임대 시스템과 한국마사회-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 및 갑질을 토로했다. 이에 유족과 노조는 현재 ▲ 고인이 유서에 언급한 마사회 불법·부조리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 ▲ 갑질과 부조리 행위당사자 처벌 및 적극적인 제도개선 ▲ 마사회의 공식적인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제도개선의 책임이 있는 한국마사회는 “유족과 만날 의향은 있으나 노조 때문에 어렵다”거나 “부산경남본부와 대화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마사회 “당사자 의견 수렴, 개선안 마련” 
부산경남기수협회 “의견수렴 절차 없어”
 

지난해 12월 26일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마사회와 한국경마기수협회(이하, 기수협회)가 ‘경쟁성 완화와 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11월 말 부산경마공원 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서울·부산경남·제주 경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또 각 지부단위 총회 등을 거쳐 제도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기수협회와 경마제도 개선안을 2020년 1월 1일부로 시행키로 합의했다는 게 당시 보도내용이다. 당시 김낙순 마사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경마제도 개선이 합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표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12월 31일 故 문중원 기수가 속해 있던 부산경남기수협회는 ‘12월 26일 제도개선 합의 관련 부산경남기수협회 입장’을 내고 “우리 부산경남기수협회는 마사회와 기수협회가 합의했다는 제도개선안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보도에는 이번 합의발표가 경마 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친 것이라고 하지만, 부산경남기수협회와 부산경남경마본부 간에 공식적인 간담회조차 진행된 바 없다”며 “의견수렴절차도 없었으니 합의는 당연하게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부산경남기수협회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12월 11일 부산경남경마본부가 기수들의 의견수렴을 한다고 3일 전인 12월 8일 공지했고, 해당 자리엔 부산경남기수 3명만 참석했으며, 참석한 3명 중 2명은 조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마방대부를 받기 위해 부산경남경마본부 측에 밉보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마사회와 기수협회의 발표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가 주고 받은 공문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가 주고 받은 공문ⓒ공공운수노조 제공

마사회 측 “유족 공식 면담요구 없었다” 
시민대책위, 공문 공개 “명백한 거짓말”
 

또 시민대책위는 마사회가 경찰을 동원해 유족의 면담요구를 가로막은 것과 관련한 마사회 측의 입장에 대해 “유족이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고, 유족과 노조가 예고 없이 방문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한국스포츠경제’의 ‘故 문중원 기수 아내 “마사회 갑질 부조리 못 견뎌 극단적 선택...경찰은 발길질에 목 조르기까지”’ 보도에 따르면,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1일 마사회가 유족의 방문을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은 것과 관련해 “유족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유족 측이 공공운수노조와 예고 없이 본관을 방문해 시위를 했기 때문에 경찰 병력이 출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유족과 노조는 12월 17일 ‘12월 21일 마사회 회장 면담 요청 공문’을 마사회 측에 보낸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마사회는 12월 19일 자 회신 공문을 통해 ‘부산경남본부와 혐의하라’며 면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일 보낸 공문과 19일 회신 공문을 공개했다.

시민대책위는 유족과 노조가 이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21일까지 부산경남본부와 협의한 바 있었지만, 결정권한이 마사회 본부에 있다는 이유로 진전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가 마사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이유다. 

마사회가 유족의 방문을 경찰을 동원해 가로 막은 뒤에도 유족과 노조는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재차 보냈다. 시민대책위는 “1월 1일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재차 ‘1월 4일 마사회 회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마사회는 1월 3일 회신을 통해 아무 권한 없는 담당 실무자와 대화하라고 또다시 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민중의소리

마사회 측 “노조가 유족과의 만남 가로막아” 
시민대책위 “유족에게 연락 한번 없었다”
 

“마사회와 유족의 만남을 공공운수노조가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의 마사회 측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민대책위는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승합차에 실린 경마 기수의 시신... 동료의 아픈 증언’ 기사에 따르면, 유족과의 협상 및 합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마사회 측은 “마사회는 유족을 만날 의향이 있으나 공공운수노조에서 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운수노조가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례와 무관한 제도개선에 대해 일대일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 진척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마사회는 故 문중운 기수 유족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만나려고 한 적 없고, 유족은 마사회 임직원에게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며 “노조가 유족과의 만남을 막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대책위는 “故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일 고인의 직계가족인 부인 오은주 씨는 공공운수노조(부산지역본부)에 2019년 11월 29일 법률적, 사실적 권한을 위임했다”며 위임이 주장이 아닌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시민대책위는 구체적인 위임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유족이 노조에 위임한 내용은 △ 문중원 씨의 명예회복과 본 사건의 진실규명에 관한 법률적, 사실적 권한 일체 △ 장례방법, 장례절차 등 장례처리와 고인 유족의 위로비에 관한 권한 일체 △ 본 사건의 사측에 대한 재발 방지에 관한 권한 일체 △ 산재처리에 대한 권한 일체 등이다. 

시민대책위는 “따라서,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으로 인해 밝혀진 갑질과 부조리를 근절하는 제도 개선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양심수도 국가보안법도 없는 자주통일 향한 경자년으로

양심수후원회, 새해인사모임 열려
전재민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20.01.06  23:23:12
페이스북 트위터

전재민 / (사)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

 

   
▲양심수후원회 새해인사모임이 통일원로 선생님들을 모시고 낙성대 ‘만남의집’에서 4일 열렸다. 20여 명의 회원들이 선생님들께 한 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라고 세배를 드렸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경자년을 양심수 없는 자주통일세상으로 맞으려는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회장 김혜순)는 새해 첫날부터 통일원로들을 찾아뵙고 4일에는 ‘새해인사모임’과 ‘32차 총회 준비모임’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104살이 되시는 박정숙 할머니는 변함없는 통일의지로 주먹을 불끈 쥐고 ‘통일 보고 죽을 거야!’라고 찌렁찌렁 말씀하셨다. 96살의 정관호 선생님, 98살의 박정평 선생님, 88살의 박종린 선생님들은 모두 혼자 계시거나 요양원에, 그리고 암투병 중이시다. 전쟁시기 유격투쟁과 오랜 투옥 시간, 그리고 긴 긴 자주통일시대를 기다리고 계신다.

   
▲ 경자년 새해 104세 되신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이신 박정숙 선생님께서 ‘통일’의 힘찬 구호를 함께 외치셨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새해 인사모임은 해마다 그러했듯이 낙성대 ‘만남의집’에서 진행되었다. ‘만남의집’은 공간 개념을 넘어 수십 년 옥고를 치르고 나오신 비전향장기수들이 머문 곳이었고 마침내 신념의 고향인 북녘조국과 가족품으로 돌아가셨던 분단시대의 또 다른 사적지이기도 하다.

이종, 김석형, 김선명, 홍경선 선생님 등 10여 명이 1차 송환 때 고향으로 가셨다. 한때 15명 이상의 비전향장기수들이 함께 계셨고 지금도 2차 송환을 기다리시는 김영식, 박희성 선생님과 송환 희망자들이 자주 들리시는 곳이다.

이날 모임은 장기구금 양심수들과 통일원로들께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새해 세배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올해는 꼭 고향에 돌아가십시오!” 10여 명의 원로들께 20여 명의 회원들이 마음속 깊은 존경심을 담아 머리 숙여 세배를 드렸다.

참석하신 최연장자인 95살의 문일승 선생님과 93살의 양원진 선생님 등 2차 송환 희망자가 6명,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등 원로 3명,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세배를 받는 쪽에 계셨다.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남북이 합의한 대로 우리 민족끼리 손 마주 잡고 미·일 등 침략 외세 몰아내고 조국광복 75돌이 되는 올해 자주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자!’고 덕담을 주셨다.

   
▲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장기수 선생님들과 범민련 의장단을 모시고 새해를 축하하는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이에 김혜순 회장이 새해 양심수후원회가 가야 할 길을 설명하였다. 지난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과 사면을 이뤄내지 못한 아쉬움을 절치부심으로 하여 올해에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특히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김련희 평양시민과 북 해외식당 종업원의 송환 등 남북이 합의한 민족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가열찬 투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함께한 김련희 평양시민이 입을 열었다. “낙성대 만남의 집’은 나에게 친정집과 같습니다.   만남의 집은 양심수후원회가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셔서 이렇게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혈혈단신 낯선 곳에 떨어졌을 때 나를 품어준 장기수선생님들과 후원회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 신년하례식은 떡국 한 그릇씩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신년하례상은 푸짐했다. 만두떡국을 비롯해 삶은 돼지고기 및 여러 가지 부침개와 야채들, 김호현 전 회장이 가져온 복분자술,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진천규 기자가 보내온 평양소주가 막걸리와 함께 술상을 장식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축배와 덕담도 이어졌다. 김길자 회원 등의 양말 선물도 전해졌다.

남북 사이 합의를 외세 눈치 보며 이행하지 않아 경색국면으로 일관했던 2019년을 보내고 새해에는 밖으로는 침략 외세를 안으로는 냉전 적폐 세력을 척결하는 정면 돌파전을 벌여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단합의 문을 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했다. 

특히, 2000년 63명의 비전향장기수 송환이 이뤄졌듯이 이제 15명만 살아계신 비전향장기수들의 2차 송환이 반드시 이뤄지고 김련희 평양시민과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고향과 조국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힘쓸 것을 다짐하며 ‘새해인사모임’을 마쳤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철길 위에서 35년, 오늘도 덜컹이는 ‘혼밥’을 뜬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1/06 10:02
  • 수정일
    2020/01/06 10: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0-01-06 05:01수정 :2020-01-06 09:27

 

 

[2020 노동자의 밥상] ③철도 기관사의 4천원 도시락 밥상

귀를 찌르는 엔진·철길 소음…‘난청’ 시달리는 기관사들
화장실 못가는 6시간…마신 건 국 몇 모금, 커피 반잔뿐
기관사의 삶, 인내심과의 싸움 “화장실 안가려고 아침 거르기도”
정년퇴임을 1년 앞둔 36년차 철도기관사 유흥문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광역시 인근을 지나는 무궁화호 1211호 기관차 안에서 백반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대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년퇴임을 1년 앞둔 36년차 철도기관사 유흥문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광역시 인근을 지나는 무궁화호 1211호 기관차 안에서 백반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대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흥문(60)은 30여년 동안 길 위에서 밥을 먹었다. 길을 나서면, 밥 동무는 없다. 시속 130㎞로 달리는 열차 맨 앞자리에 앉아 똑같은 간격으로 놓인 철길 아래 콘크리트 침목이 발밑으로 끝없이 사라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그는 끼니를 삼켜왔다. 철마와 철마가 지나치는 풍경이 유흥문의 밥 동무였고, 두 평(6.6㎡) 남짓한 열차 기관실 부기관사석 앞에 놓인 ‘열차자동정지장치’가 그의 밥상이었다. 열차자동정지장치는 감속과 정지 등 신호 상태를 기관차로 전달해주지만, 밥을 먹는 기관사에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젤기관차가 선로 위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도시락을 손에 쥔 유흥문의 몸은 땅밑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그대로 전달받아 대책 없이 흔들렸다.

 

 

지난 12월29일 오전 9시. 수색역 서울기관차 차량기지에 출근한 유흥문은 승무준비실에 도착해 출근 기록을 남기는 ‘출무적확성 검사’를 하고 승무일지를 조회했다. 이날 유흥문이 운행할 부산행 무궁화호 1211호 열차는 오전 10시34분 수색역 기지를 떠나 출발역인 서울역으로 이동한다. 승무일지에는 운행 예정 선로에 문제가 있는 곳은 없는지, 어디에서 서행운전을 해야 하는지 등이 적혀 있다. 승무일지를 출력해서 들고, 상황실로 이동해 상황실 팀장에게 선로 상황 브리핑을 들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유흥문은 구내식당에 들러 도시락을 주문했다. 30여년 전부터 익숙한 동선이다. 구내식당은 원래 배식형이지만, ‘장도’에 나서는 기관사들에겐 도시락을 싸준다. 일회용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국통에 담긴 4천원짜리 도시락을 받아든 유흥문이 1211호의 마스터키를 받아들고 기관차로 발길을 옮겼다. 새해를 사흘 앞둔 날이었다. 정년을 맞는 유흥문은 2020년이 끝나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온 기관실을 떠난다. 기관실에서 도시락을 먹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인1조로 열차를 나눠 운행하게 된 후배 기관사가 유흥문을 뒤따랐다.

 

야간에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를 위해 기관사들이 지난달 29일 밤 동대구역에서 교대를 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야간에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를 위해 기관사들이 지난달 29일 밤 동대구역에서 교대를 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_________
덜컹거리는 선로 위 도시락

 

기관실은 객실과 다르다. 객차들과 분리돼 있어 홀로 요동치다시피 덜컹댔다.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몸은 쉽게 충격에 흔들렸다. 곡선 주로에선 진폭이 더 커졌고, 좌우로 흔들리다 때론 위아래로 떠밀리기도 했다. 철길의 마찰음, 덜컹거리는 엔진의 소음, 무전을 타고 울리는 음성들이 운행 내내 날카롭게 귀를 찔렀다. 귀마개 없인 이 기관실에 오를 수 없다. 대부분의 기관사는 청력이 손상돼 ‘소음성 난청’을 겪는다. 소음과 흔들림 속에서 두 기관사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무중력에 익숙해진 ‘우주인’처럼 훈련되어 그런 것인지, 운행에 불필요한 감각이 마모되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관사는 운전하는 동안 무전을 들으면서 곧은 자세로 눈앞을 주시해야 한다. 주변 기관사나 근처 역에서 타전되는 온갖 무전의 소음 속에서도 유흥문은 필요한 정보만 잡아챘다. 오른손으로 열차 동력을 올리면, 왼손은 무전을 주고받고 제동을 하며 때때로 액셀도 당긴다. 디젤기관차 운행의 80%는 왼손의 몫이다. 전기기관차는 양손을 고루 써서 몬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열차 기적이 울린다. 이 자세는 열차가 달리는 내내 고정되어야 한다.

 

열차가 덜컹댈 때마다 기관실 바닥에 놓아둔 도시락에선 밥과 반찬 내음이 기름 냄새와 섞여 올라왔다. 끼니때를 넘기자 냄새는 더욱 코를 찔렀다. 열차가 세종시 조치원역에 다다른 낮 12시50분, 그제야 고정된 자세를 풀고 동료에게 운전석을 맡긴 유흥문이 부기관사석에 자리를 잡았다. 1211호 열차는 이날 8량짜리 객차에 승객 640여명을 싣고 서울역을 출발해 24개 역을 지나 부산역까지 5시간53분 동안 내리 달린다. 두 기관사는 동대구역까지만 운전하지만, 이런 날 점심은 기관실에서 때워야 한다. 한 사람은 운전해야 하기에 두 기관사는 번갈아 밥을 먹는다.

 

부기관사석 앞에 놓인 1m 높이의 군청색 상자 위에 유흥문이 도시락을 펼쳤다. 달걀프라이를 얹은 흰쌀밥에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얼갈이배추무침, 배추김치, 청포묵까지 다섯 가지 찬이 담겼다. 별날 것 없는 백반이지만, 기관실의 소란 속에서 먹는 데엔 기술이 필요하다. 밥을 떠넣기도 곤란할 정도로 출렁이는 열차와 소음에 멀미마저 날 듯했다. “먹는 게 장난이 아니야.” 김치콩나물국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나무젓가락을 쥔 채 유흥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유흥문은 미지근하게 식은 쌀밥에 목이 멜 때마다 곧 플라스틱 통에서 넘쳐 나올 듯한 국물을 능숙하게 후루룩 들이켰다. 오래 함께해온 열차와 한몸인 듯, 열차의 리듬에 그는 익숙해 보였다.

 

열차 기관사의 밥상. 달걀프라이를 얹은 흰쌀밥에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얼갈이배추무침, 배추김치, 청포묵까지 다섯 가지 찬이 담겼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열차 기관사의 밥상. 달걀프라이를 얹은 흰쌀밥에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얼갈이배추무침, 배추김치, 청포묵까지 다섯 가지 찬이 담겼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_________
몸이 체득해버린 길, 몸이 체득한 노동

 

유흥문은 1985년 철도청(현 철도공사)에 입사했다. 5년의 부기관사 업무를 거쳐 1991년 기관사가 됐다. 비둘기호와 무궁화호, 새마을호와 아이티엑스(ITX) 등의 열차를 모두 경험했는데도 29년 전 처음 열차를 몰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시커먼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였다.

 

“망우역을 출발해 수도권을 돌고 인천으로 가는데 멀진 않아도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복잡한 구간이거든요. 하도 긴장을 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땀이 쫙 나더라고….” 눈앞에 그날이 펼쳐지는 듯 유흥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는 기관차 유리창에 곰탕처럼 희뿌연 안개가 껴도 몸이 체득해버린 길”이라고 했다.

 

그 길처럼, 유흥문의 몸도 지상보다 열차 위의 삶에 익숙해져 있다. 밥 먹는 일만이 아니다. 기관사의 삶은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화장실 가는 일마저 통제해야 한다. 기관차엔 객차와 통하는 문이 없어서다. 열차가 움직이는 동안 화장실에 가는 건 불가능하다. 역에 정차할 때 다녀올 수 있지만, 기관차에서 내려 객차에 올라 화장실에 다녀오려면 어지간한 속도로는 어림도 없다. 몸이 날쌔고 경험이 많은 이들만 동료에게 잠시 일을 맡기고 화장실에 간다. 1인 승무가 일반화한 요즘에는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기관사는 가능한 한 음료를 마시지 않고 버틴다. 이날도 유흥문은 수색에서 동대구역까지 편도 6시간 달리는 동안 콩나물국 몇 모금과 아메리카노 커피 반 잔 외에 무엇도 마시지 못했다. 장거리 운행 전날엔 폭탄주 같은 과한 음주도 피하는 게 기관사들의 철칙이다. “장에 급변 사태가 오면 호흡법을 조절해서 버티기도 하고, 아예 아침을 거르고 오는 기관사도 있지요. 저마다 이런 일상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열차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제때 가기도 힘든데다 들쭉날쭉한 근무 일정까지 더해지기에 위장질환을 달고 사는 기관사도 많다. 기관사의 근무 일정은 월 단위로 정해지는데 주간근무와 밤샘근무가 섞여 있다. 유흥문은 지난 12월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기도 하고,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기관사석엔 졸음 방지를 위해 기관사가 2분마다 눌러야 하는 경보 스위치가 있다.

 

철도노조의 설명을 보면, 철도공사 전체 상용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월 161시간가량(2018년 기준)이고 휴일근무를 적극적으로 할 경우 190시간가량 일한다.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이 모두 불규칙해지기 십상이다. 이날도 유흥문은 오전 준비 뒤 오전 10시34분~오후 3시31분 편도 운행을 마치고 대구열차승무사업소 내 3평(9.9㎡) 정도 크기의 숙사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저녁 7시37분 다시 열차에 올랐다. 밤 9시32분 대전역에서 운행을 마친 뒤, 입석 승객이 되어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55분이었다. 그나마 정년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유흥문의 스케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이렇다.

 

철도기관사 유흥문씨가 지난달 29일 밤 무궁화호를 운전하며 충북 옥천 인근을 지나고 있다. 옥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철도기관사 유흥문씨가 지난달 29일 밤 무궁화호를 운전하며 충북 옥천 인근을 지나고 있다. 옥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_________
35년 지켜온 철길…바뀌어가는 철길

 

유흥문이 철길에 남은 지난 35년 사이 ‘밤샘근무가 잦다’며 철도를 떠난 동료가 많다. 불규칙한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와 병이 기관사들을 철도에서 밀어낸 것이다. 그러나 정년을 앞두고도 유흥문은 여전히 디젤기관차 기관실을 깊이 사랑한다. “전동차는 컴컴한 지하에서 2~3분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기차는 쭉 내달려서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날씨, 햇볕, 계절에 따라서 풍경도 다르게 보이고. 그렇게 열차를 타다 보면 30년이 순간이지요.”

 

끼니도 마찬가지다. 백반 도시락이 일상이지만, 요령을 발휘해 지역별 ‘특식’을 먹을 때도 가끔 있다. 유흥문에겐 장항선 평택역 근처에 있는 중국음식점이 그런 곳이다. 그나마 면은 불어서 먹지 못하고, 볶음밥을 주문해 미리 받아뒀다가 끼니때가 되면 도시락처럼 꺼내 먹는다.

 

그런 한 줌의 낭만마저 이젠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선로 밖 풍경이 변하듯 한결같던 기관사의 도시락 밥상도 달라졌다. 2006년께부터 보편화한 케이티엑스 등 신형 전기기관차는 모두 1인 승무 체제다. 기관사 홀로 기관실을 지킨다. 1인 승무에 익숙한 젊은 기관사들은 혼자 기판을 보면서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김밥이나 햄버거를 사 들고 열차에 오른다. 홀로 운행하면서 도시락을 먹기도 힘들지만, 도시락 냄새가 싫다는 기관사들도 있다. 밥을 먹거나 졸음이 올 때 곁에서 말을 들어줄 동료도 없고, 음악이나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는 곳에서 기관사들은 고독과 싸운다.

 

인생의 반 이상을 철길 위에서 디젤기관차를 몬 유흥문도 이런 변화를 피할 길은 없다. “전기기관차는 꼭 뱀 대가리처럼 움직이더라고요. 우리 열차(디젤기관차)에 정도 들었고, 나는 고속으로 다니는 걸 싫어해서….” 정년이 되어 철길을 떠나는 유흥문처럼 낡은 무궁화호 객차들도 수명이 다해 폐기되고, 철도공사는 ‘효율’과 ‘적자’를 이유로 벽지 노선들의 무궁화호 운행 횟수를 해마다 줄이고 있다.

 

유흥문 또한 별수 없이 젊은 기관사들처럼 김밥을 사 들고 이따금 ‘뱀 대가리’ 같은 신형 전기기관차에 오른다. “멀고도 먼 방랑길을 나 홀로 가야 하나.” 동료 없는 적막한 기관실에서 혼자 나직이 애창곡을 부른다.

 

대구/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23270.html?_fr=mt1#csidxd238511410380e2b05ab4352b17278a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월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

[시민정치시평] 의회지형을 바꿔야 정치가 살아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일까. All's well, that ends well. 독일어 표현도 있다. Ende gut, alles gut. 끝이 긍정적이면 이전에 벌어졌던 부정적인 것들이 묻혀버려 별 것 아닌 것처럼 기억된다. 아무리 고통과 실망의 연속이었어도 마지막 순간이 좋았다면 이전의 나쁜 경험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결말이 그동안의 과정에서 겪었던 온갖 시련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하고 기억의 저 편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끝이 좋으면 다 좋았던 것처럼 느낀다. 아직 임기는 남아있지만 20대 국회가 그랬다. 식물국회라는 말도 모자라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국회였다. 폭력과 고함으로 서로 충돌하는 국회, 극기야 '노루발못뽑이'와 '장도리'까지 등장한 국회였다.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사각의 링 같았다.

그런 '막장 국회'가 마지막에 뭔가 해냈다. 최악의 국회로 마무리될 것 같은 절박한 순간에 한두 건 했다. 2019년 연말 임기 만료를 몇 달 앞두고, 실망한 국민을 위로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 개혁입법을 이뤄냈다. 무소불위 검찰의 기소독점을 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만 18세 투표권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늦기는 했어도 기다리다 목마른 촛불시민의 개혁 갈증에 한줄기 소낙비 같았다.

그렇다고 끝이 좋으니 다 좋은 것일까. 사람은 '경험 따로, 기억 따로'인 불합리한 존재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전체적이 아니라 단편적이고 분절적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경험했어도 마지막 결말이 좋았다면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다. 국민들이 20대 국회의 긍정적 끝만 기억할까봐 그렇다. 국회는 임기 내내 무기력했고 무능력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정치의 실종을 그대로 드러냈다. 의회정치가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양 갈래도 모자라 국민을 사분오열시켰다. 그래서 정치혐오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끝이 조금 좋았던 것이다. 그 순간의 긍정이 부정적 전체를 뒤집어 놓을까 두렵다. 절망을 안기고 기대를 저버린 국회의원들을 다 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끝이 조금 좋았다고 바뀌어 버릴까, 국회 문 닫으라던 아우성이 잊힐까 조바심이 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21대 총선에 그들을 다시 소환할까봐 불안하다. 거대 양당은 대선전초전 격인 4월 총선에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사생결단으로 싸울 것이다. 총선을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로 여기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비난으로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결집하려 할 것이다. 총선에 출마하는 대선주자들은 정치생명이 달려 있으므로 더욱 그럴 거다. 기득권 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새해인사에 흔히 등장하는 말이'나라의 명운이 걸린 해'다. 2020년이 나라의 명운 운운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해임은 틀림없다. 어쩌면 한국 정치의 전환점이 될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30년 넘은 낡은 기득권정치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새로운 선거제도로 정치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그 변화의 열쇠는 국민의 손이다. 최악이라는 오명을 얻은 20대 국회 4년을 온전히 기억하고 평가하는 선거여야 한다. 임기 마지막 몇 개 개혁입법 통과의 기뻤던 순간만 단편적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 대결과 갈등으로 진영정치를 고착화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변화된 선거제도로 20대 국회 내내 이어져 온 거대 양당 중심의 극단의 정치를 허물어야 한다. 정당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정치판을 깨야 한다. 아주 미흡하지만 그 도구가 유권자의 손에 쥐어졌다. 대표성을 왜곡하는 승자독식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타파하기 위한 균열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연동률 50%에 연동률 적용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소수 정당의 의회진출이 가능해졌다. 물론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역주의에 양당제에서 세대․성별․계층의 다변화를 담은 다당제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다당제 민주주의의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기존 정치체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소수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담아내고 다수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놓인 것이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 여성․청년․노동자․농민 등 다양한 국민 구성의 축소판이어야 할 국회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승자독식의 폐해인 과소대표나 과잉대표가 점차 사라지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국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선거연령도 18세로 낮아졌다. 청년세대가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적극적 정치참여로 민주주의가 성숙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유권자의 유입으로 국민의 의사가 폭넓게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개혁의 시금석이다. 변화의 초석을 놓는 선거여야 한다. 어렵사리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는 선거여야 한다.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민의를 반영하는 다당제 의회지형을 만들어내야 포용과 연대, 협치의 정치가 살아난다.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이 좌지우지하는 국회를 재현시킨다면 희망은 사라진다. 깨어있는 유권자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는 촛불시민의 요청이다. 적대정치가 아니라 공생정치 속에서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도 완성될 수 있다. 21대 국회가 그 시작이다. 그래서 2020년 총선이 중요하다. 유권자의 힘으로 싹 다 갈아엎고 재개발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다른 글 보기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홈페이지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계를 뒤흔든 5일, 2020년을 뒤흔든다

[개벽예감 376] 세계를 뒤흔든 5일, 2020년을 뒤흔든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1/06 [08: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이 글은 2020년 새해를 맞아 재미통일학자 한호석 박사와 재일통일학자 강민화 박사가 전자우편을 통해 주고받은 담화를 정리한 것이다. 

 

<차례>

1. 세계를 뒤흔든 5일

2. 정면돌파전의 주타격방향은 어디인가? 

3. 올해 조미관계에 몰아칠 전대미문의 폭풍

4. 정면돌파전은 남북관계에서도 일어나는가?

5. 재일동포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강] – 2020년을 맞이하여 한호석 박사님에게 멀리 일본에서 새해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조국해방 75돌, 6.15공동선언발표 20돌을 맞는 올해는 조국통일운동의 견지에서 중요한 해로 됩니다. 그리고 올해는 제가 일하는 대동연구소가 창설된 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 – 희망과 긴장감이 엇갈리는 가운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희망보다 더 크고 무거운 긴장감을 느낍니다. 그런 느낌은 올해 어떤 충격적인 사변들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예민한 촉각으로 정세의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대동연구소가 창설된 때로부터 벌써 15주년이 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분초를 아껴가며 통일건국운동에 더욱 힘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1. 세계를 뒤흔든 5일 

 

[강] –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는 연말연시에 세계의 이목은 조선에게 쏠렸습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지난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면서 장장 7시간에 걸쳐 보고발언을 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 행군을 하면서 중대한 결심을 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나는 12월 전원회의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아, 바로 이런 결심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2월 전원회의는 정세를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뒤흔들 만큼 중대한 계기로 됩니다.  

 

[한] – 그렇습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2019년 연말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은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눈 덮인 백두산에 오른 것과 직결됩니다. 2019년 12월 3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해야 합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회의가 2019년 연말에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던 바로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항일전쟁시기 김일성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이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를 이끌고 일제침략자들과 전투를 벌였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1박2일 동안 돌아보았고, 강추위가 몰아치는 백두산 정상에도 올랐습니다.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를 방문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언제나 백두의 공격사상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불굴의 공격사상으로 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고 개척로를 열어제끼자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한 결심이고 의지”라고 힘주어 말하였습니다. 

 

나는 2019년 1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중대사변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에서 혁명적 공격정신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결심하였”으므로, 제5차 전원회의가 소집되면 “그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이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한 바 있습니다.  

 

그런 예견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은 12월 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길’은 조선이 견지하려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길’, 다시 말해서 조선이 견지할 새로운 전략로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 데 대한 혁명적 로선을 천명하시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월 3일 백두산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이 새로운 전략로선으로 결정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토론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전략, 실천강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정면돌파전의 사상, 전략, 실천강령이 결정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우리는 오늘의 투쟁에서 객관적 요인의 지배를 받으며 그에 순응하는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 객관적 요인이 우리에게 지배되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언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로동당이 새로운 전략로선으로 결정한 정면돌파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정면돌파전의 주타격방향은 어디인가?

 

[강]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이라고 하였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 담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제재국면을 참고 견디면서 제재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는 버티기작전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을 뚫고 나가는 혁명적 공격전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조선의 새로운 전략로선인 정면돌파전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2020년 1월 1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전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이하 ‘보도’로 약칭함)를 분석적으로 고찰해야 합니다. ‘보도’에 대한 나의 분석적 고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선은 올해 경제전선에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견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중요한 것은 조선로동당이 올해 국가경제토대를 재정비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의 사회주의자립경제체제를 토대부터 재정비한다는 뜻입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토대를 재정비하기 위한 실천강령들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대담에서 나는 그 실천강령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사회주의경제관리체계를 경제발전의 요구에 맞게 일신하는 대담한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예견됩니다. 조선이 올해 경제전선에서 전개하려는 정면돌파전은 이미 들어선 자력갱생, 자급자족,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로 더 빨리 전진하고, 더 높게 비약하는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 투쟁으로 될 것입니다. 그로써 조선은 만리마시대의 경제부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전략로선이며,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전략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 담긴 속뜻을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문장에 의하면, 조선은 올해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각각 전개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조선의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은 미국을 정면에서 집중타격하는 반미대결전을 뜻합니다. 

 

조선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에 반미대결전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고, 대미협상에 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2020년에는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반미대결전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로동신문> 2020년 1월 4일부에는 조선의 전체 인민들이 12월 전원회의 사상을 학습할 것을 촉구하는 사설이 실렸는데, 그 사설에서 미국과의 평화는 환상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것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였음을 말해줍니다.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였으므로, 반미대결전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2020년 새해가 되자마자, 미국은 평화를 파괴하는 제국주의국가의 흉악무도한 정체를 또 다시 드러내어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렸습니다. 2020년 1월 3일 새벽 1시 경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군 꾸드스군 사령관과 그를 영접한 알무한디스 이라크 인민혁명동원군 부사령관을 무인정찰공격기에서 발사한 정밀유도미사일로 무참히 살해하는 테러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무력침공, 살육만행, 정권전복, 음해모략, 약탈폭거를 저지르는 제국주의국가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평화공존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전쟁은 제국주의체제를 뒤집어엎는 피압박민족의 정의로운 전쟁입니다.    

 

군사작전 분류법에 따르면, 정면돌파전과 측면돌파전이 있습니다. 정면돌파전이 전쟁력량을 총집중시켜 적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고강도 공격전이라면, 측면돌파전은 주공력량으로 적과 정면대치를 계속하면서 적의 약한 측면을 우회공격하는 저강도 공격전입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12월 전원회의에서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이 결정된 것은 조선의 국가력량을 총집중시켜 미국을 정면에서 집중타격하는 고강도 공격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선에서 말하는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은 이미 중단된 조미협상을 재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선은 미국과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정하였습니다. 조미협상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외교적 리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락인”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너절한 협상태도를 비판할 때 흡진갑진이라는 고유어를 썼습니다. 흡진갑진은 할 듯 말 듯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쓸데없이 시간만 끈다는 순우리말입니다. 사람들은 미국의 너절한 협상태도를 비판할 때 시간끌기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시간끌기라는 말보다 흡진갑진이라는 말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민족어의 보물고에 오래 파묻혔던 낱말 하나가 이번에 다시 살아나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흡진갑진하는 트럼프의 오판과 실책이 조미협상을 완전히 파탄시켰습니다. 협상은 끝났고, 대결만 남았습니다.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 따르면,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만 남은 것입니다. 내가 2019년 1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에서 예고한 것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사변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미국과 한국에서 정세분석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멍청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고, 자기들의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힌 그들은 조선이 미국에게 군사적 강경책을 당장 쓰지는 않을 것이라느니, 또는 조선이 미국의 대선결과를 기대하면서 대미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느니 하는 잡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3. 올해 조미관계에 몰아칠 전대미문의 폭풍  

 

[강] – 미국과 추종세력은 12월 전원회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선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시험을 재개하지 않을까 하고 크게 우려하였고, 종래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견하였습니다. 저들이 예견한 대로 올해 조선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십니까?

 

[한] – 12월 전원회의에서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선은 이미 핵무력건설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핵무력건설로 회귀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략무기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언명하였습니다. 이것은 핵무력을 건설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무력건설을 완료한 조건에서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전략무기를 더 개발한다는 뜻입니다. 핵무력건설을 완료한 조건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전략무기는 기존 핵무기가 아니라,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략무기입니다.  

 

[강] – 12월 전원회의에서는 조선이 정면돌파전을 정치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등장시킬 것으로 보았습니다.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미 간의 교착상태가 불가피하게 장기화된다는 것, 미국의 본심이 드러난 지금 그들이 대조선재재를 해제해줄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머지않아 세계는 조선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하였습니다.  

 

[한] – 조선이 미국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정면돌파전을 전개하려면, 기존 핵무기와 다른 종류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조선이 바라는 정의의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조선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키면, 미국은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유예조치를 스스로 위반했다고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통하지 않습니다.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지,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략무기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은 조선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느니 뭐니 왁자지껄 떠들어대면서 자기들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시기 조선은 교착상태를 깨고 미국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전략무기를 공개하였지만, 올해는 미국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정면돌파전을 벌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면돌파전을 벌인다는 말은 미국과 말싸움을 벌인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의의 전쟁을 벌인다는 뜻입니다. 그 무슨 미치광이위장전술을 들먹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의 만류를 무릅쓰고 2017년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선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깡패식 협박발언을 꺼내놓으며 조선을 모욕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1일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는데, 이것은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벌이겠다는 결심을 표명한 것입니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조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되었고, 조미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결심을 잠시 접어두었으나, 조미협상이 완전히 끝나버린 올해 2020년에 그 결심을 실행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사정은 이처럼 긴박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한국에서 정세분석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조선이 어떤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킬 것인가 하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고 있는데, 그것은 숲은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꼴입니다. 조선이 올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키는 것은, 앉아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주동적으로 벌이기 위한 계기로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해 조미관계의 변화는 조선이 주동적으로 벌이게 될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중심으로 전망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12월 전원회의에서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결정한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예견해야 하는 것입니다. 

 

[강] – 그런 해석을 들으면, 긴장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한] – 그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추리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자료조사도 병행해야 합니다. 자료에 의하면, 2015년 6월 3일 조선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 “날강도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중대성명에서 “날강도 미제와의 최후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6월 1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 참가자 일동이 발표한 ‘미합중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는 “반미대결의 최후성전”이라고 했고, 2017년 4월 21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의 최후결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는 오직 조선의 최고령도자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최후결전에 대해 섣불리 예언할 수 없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결심과 12월 전원회의 결정으로 급전되기 시작한 정세의 흐름을 보면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은 올해 안에 일어날 것이 확실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당은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언명하였습니다.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언명은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을 벌인다는 뜻으로는 해석될 수 없습니다.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을 뜻하는 군사적 정면돌파전이 명시되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미국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장기타격전을 언명하였습니다. 판가리결전은 장기타격전이 아닙니다. 이런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8천만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최고중대사이므로 외부에 공개되는 언론보도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월 전원회의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대해 언급한 것이야말로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암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말은 조선이 미국 본토에 전략핵공격을 가하고, 미국이 조선에 보복핵공격을 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을 핵참화로 해석하는 것은, 커다란 오해입니다. 그런 전략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쟁은 상호멸망을 불러올 것이므로 조선과 미국은 피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은 미국 본토에 전략핵공격을 가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돌격대를 불로 다스린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침략돌격대는 조선이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주한미국군입니다. 조선이 2019년에 개발완성한, 그 어떤 요격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저고도활동도약미사일과 600mm 대구경장거리방사포는 미국의 침략돌격대를 불로 다스릴 정면돌파전의 타격수단들입니다. 조선은 정면돌파전준비를 사실상 완료하였습니다.

 

 

4. 정면돌파전은 남북관계에서도 일어나는가?

 

[강] – 12월 전원회의에서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측의 정책구상에서 대남메시지가 실종되었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 비록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선로동당은 조국통일을 선대수령들의 유훈으로, 민족의 최대과업으로 받들고 있으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반통일세력과의 투쟁이 벌어지는 조국통일운동에서도 정면돌파전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 12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관례와 상식을 초월한 매우 특례적인 일입니다. 조국통일을 자기의 최고과업으로 수행하려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12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닙니다. 전원회의 결정에서 실수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거나, 또는 전원회의 중에 언급하였으나 외부에 공개되는 언론보도에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어떤 중대결정이 12월 전원회의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중대결정은 무엇이겠습니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위에서 언급한 ‘미제와의 최후결전’과 결부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말하는 미제와의 최후결전이 미제의 침략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제압하는 정면돌파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성전과 완전히 일치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군사적 정면돌파전의 의미는 조국통일성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통일성전’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은 ‘통일성전’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일성전’이 임박하지 않았던 지난 시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통일성전’에 대해 언급하였고, 조선의 언론매체들도 정세가 긴장되었을 때 ‘통일성전’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올해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강] – 지난해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눈치만 살피다가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치명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미국에 할 말을 해야 할 것이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 – 문재인 정부에 정신을 차리라고 권고할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를 따르는 문재인 대통령도 대북관계에서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해왔습니다. 제대로 이행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조미협상이 완전히 끝났는데, 남북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허망한 감정입니다. 

 

[강] – 북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같은 일들은 미국이 반대해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성사시켜보려는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마땅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의 제재압박을 추종하였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산 첨단무기들, 대북공격용 무기들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개발하는 무력증강에 전력함으로써 한반도 군사긴장을 격화시켰습니다. 북은 그런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사실상 파기하였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한] - 올해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조국광복 75년을 맞는 뜻깊은 날입니다. 우리 민족은 75년 전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었지만, “남조선은 75년이 지나도록 미제의 식민통치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는 것이 북의 현실인식입니다. 북이 75년 동안 추구해온 ‘남조선해방’은 ‘통일성전’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조국광복 75주년이 되는 올해가 ‘통일성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적기라는 것이 조선의 정세판단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 –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한] - 2020년 1월 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기록영화를 방영하였습니다. ‘영원히 가리라 백두의 행군길’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입니다. <유투브>에 올려있으므로, 전 세계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 기록영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1박2일 동안 돌아보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 빙설로 뒤덮인 천지를 부감하는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기록영화를 시청하던 중 어느 한 장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생한 백두밀영 고향집을 방문하였는데, 고향집 뜨락으로 들어가는 눈길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장면입니다. 

 

2,500만 조선 인민들 누구나 백두밀영 고향집을 찾아가고, 해외동포들과 외국인들도 찾아가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향집 뜨락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기록영화 해설자는 바로 그 장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염원을 기어이 풀어드리고 나서 고향집 뜨락에 떳떳이 들어서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하였다고 해설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성전’을 앞두고 승리의 신심을 가다듬기 위해 백두밀영 고향집을 찾았으나, ‘통일성전’에서 승리하기 전에는 그 뜨락에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결심 때문에 너무도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것입니다. 

 

5. 재일동포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강] – 이제는 대담방향을 좀 바꿔서 우리 재일동포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베 내각의 대미추종과 대조선적대시는 여전합니다. 그런 속에서 조선이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포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아베 내각이 조선의 정면돌파전에 대응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재일동포사회에 대한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의 탄압과 공격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고교무상화혜택을 제공하는 데서 조선학교만 제외시키는 민족차별압박이 극심해졌으며, 지난해에는 저들이 재일동포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민족차별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재일동포들에게 입에 차마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붓고, 지어는 폭행으로 동포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재일동포들은 조국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존엄과 재일동포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중단없이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과 남, 해외에서 우리 재일동포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해주는 동포애 넘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의로운 투쟁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한] – 그렇습니다. 재일동포사회는 우리 8천만 민족과 떨어질 수 없는 구성부분입니다. 재일동포들의 운명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일치합니다. 우리 민족이 아직 분단체제를 해체하지 못했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일동포사회가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억압과 공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심전력하는 통일건국운동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는 위대한 변혁운동입니다. 그 변혁운동이 빛나는 승리를 이룩하는 날, 재일동포들의 운명도 승리의 길로 전환될 것이 확실합니다. 반통일세력의 방해와 준동이 여전히 심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입니다. 범죄는 역사의 심판을 받고 소멸할 것이며, 정의가 불의를 이긴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믿는 사회역사발전의 과학적 진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적대세력들에게서 받아내려는 고통의 대가들 중에는 재일동포들이 이제껏 당한 고통의 대가도 당연히 들어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충격적인 실제행동이 올해 안에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강] – 바쁘신 중에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 고맙습니다. 새해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당전원회의 결정 관철 위한 ‘평양시궐기대회’ 열려 <중통>

당전원회의 결정 관철 위한 ‘평양시궐기대회’ 열려 <중통>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20.01.06  07:53:37
페이스북 트위터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궐기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궐기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김재룡 내각 총리와 김덕훈 당부위원장, 김일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수도의 일꾼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들이 참가하였다.

통신은 “대회에서는 평양시당위원회 위원장 김능오동지, 모란봉구역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희태동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부장 김철호동지, 력포구역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 정영숙동지,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 위원장 박순일동지가 결의토론을 하였다”고 전했다.

   
▲ 김재룡 내각 총리와 김덕훈 당부위원장, 김일철 내각부총리 등이 주석단에 올랐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 궐기대회에서는 결의문이 낭독됐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토론자들은 노동당 제7기 제5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역사적인 보고’를 ‘전투적 기치’라고 강조하고 “다시한번 분발하여 자력부강,자력번영의 대업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적진군의 보폭을 더 힘차게, 더 크게 내짚을데 대하여 말하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새 기술, 새 제품, 새 재료들을 개발하기 위한 사색전, 탐구전을 벌리며 자립경제의 토대와 위력을 강화하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이바지할데 대하여 언급하였다”, “반공화국제재압살책동에 미쳐날뛰는 적대세력들의 골통이 아파나게 풍요한 가을을 년년이 이어감으로써 원쑤들의 머리우에 무자비한 철추를 내릴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전했다.

   
▲ 궐기대회는 군중시위로 이어졌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 각 단위별로 행진한 군중시위에서는 각종 구호가 등장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대회에서는 결의문이 낭독됐고 “수도의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결의문에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투쟁구호를 높이 들고 총궐기하여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이며 사회주의조선의 불패의 위력과 양양한 전도를 또다시 만천하에 과시할 의지를 피력하였다”고 전했다.

평양시궐기대회는 군중시위로 이어졌다. 평양시궐기대회를 시발로 지역별 부문별 궐기대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원전 피폭 노동자 "난 마루타였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1/06 08:45
  • 수정일
    2020/01/06 08: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근로복지공단과 소송중인 김종일씨

20.01.06 07:20l최종 업데이트 20.01.06 07:20l

 

 

 
▲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김종일(34)씨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 뒤 암에 걸렸다. 그는 원전에서 일할 당시 피폭돼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다르다. 암 발병과 피폭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고 보고 그가 신청한 '산업재해 요양' 신청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5일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원전 피폭 노동자'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2년 전 원전에서 일했던 기억을 꺼냈다. 원전 비정규직 노동자로 겪은 크고 작은 피폭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사연은 이랬다.

2008년 4월 김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경상북도 경주)에서 일할 단기 계약직을 뽑는 A사의 광고를 봤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었다. 작업 보조였다. 임금이 '쎘다'. A사를 찾아가 일하기로 했다. 그의 나이 22살 때다.

 

월성 원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과 한전 KPS와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 중 월성 원전의 발전 설비 정비는 한전 KPS 하청업체가 맡았다. 김씨가 찾아간 A사도 한전 KPS의 하청업체였다. 한전 KPS는 발전 설비 및 송·변전설비에 대한 관리와 정비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다.

참고로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2014년 7월 현재 '고용형태별 원전 직원 현황'을 보면, 전체 핵발전소 종사자 1만9693명 가운데 한수원 정규직은 6771명(34%), 비정규직은 1114명(6%)이고, 3분의 2인 1만1808명(60%)이 협력업체(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방사선 뿜어내는 핵연료봉 가까이서 근무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종일씨는 새로 시작한 일을 하기 위해 늦은 오후 숙소를 나섰다. 숙소는 안동 시내에 있는 모텔이다. 암이 발병해 청과 유통사업도 접어야 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지인들의 소개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A사에 들어간 김씨는 월성 원전 4호기 계측 공정에 투입됐다. 이 달(4월)에는 모두 17일을 일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월성 원전에서 일하는 한수원 직원들을 위한 사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여기서 흔히들 '잡부'로 부르는 작업 보조를 이틀간 했다. A사에서 일한 기간은 19일이 다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가슴에 휴대용 방사선측정기(TLD)를 착용한다. 방사선 수치를 기록하는 기계다. 방사선은 무색, 무취, 무향이다. 기계 장치가 아니면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17일간 일할 때 김씨에게 누적된 방사선 수치는 1.66mSv(밀리시버트)였다. 7월에 이틀 일할 때는 1.42mSv가 누적됐다. 피폭량만 살펴보면 그는 19일간 일해 3.08mSv가 누적됐다. 

2009년 7월 김씨는 다른 하청업체인 B사에 들어갔다. 이번엔 단기 계약직이 아니라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됐다. 월성 1호기 원자로 설비 개선 공정 중 정비 보조 업무에 투입됐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핵연료봉 가까이서 일했다. 때론 방사성 폐기물을 운반해 반출했다.

일할 때는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입은 마스크로 가렸다. 방제복을 입고 납조끼도 착용했다. 이따금 몸을 구부려 작업할 때면 자세가 불편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막혔다. 그래서 때때로 감독관의 눈을 피해 안전 장비를 벗었다.

감독관인 한수원 직원은 CCTV로 작업을 지시했다. 감독관의 말에 따라 볼트를 조이고 풀었다. 계획에 없는 행동은 허락되지 않았다. 감독관은 '작업 보조'를 조정했을 뿐 현장엔 들어오지 않았다. 방사선 수치가 높은 현장에는 하청 업체직원들만 들락거렸다. 그는 당시 자신이 "마루타였다"라며 "방사선 수치가 높을수록 하청업체, 낮을수록 한수원"이라고 했다.

한전 KPS 직원들은 출입하는 근무자들의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깐깐히 살폈다. 이따금 "선량 다 되어가네"라고 말했다. 선량은 방사선 피폭량 허용치를 말하는 거였다. 이런 소리를 들은 날에는 일할 때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전원을 'OFF' 했다. 어떤 때는 현장 구석에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숨겨놓기도 했다.

이유가 있다.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허용치(50mSv)를 넘으면 강제로 일을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또 출근하려면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작동을 멈춰야 했다. 하루라도 더 일해 돈을 벌려면 이래야 했다.

그런데 김씨가 아는 형은 달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아는 형의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수치가 100mSv 가까이 측정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술렁거렸다. 그 형이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그 형은 현장이 아니라 사무 업무로 근무지가 변경됐을 뿐 해고되지 않았다. 동료들 사이에 '일 그만두면 몇 년 치 방사선이 한 번에 피폭됐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소문 낼까봐 사무직으로 뺐다'란 뒷말이 돌았다.

작업현장에서 나오는 직원들은 체내외 전신 스캔 방사선 검사(홀바디 검사)를 받는다. 하루는 홀바디 검사 장비가 고장났다. 한전 KPS 직원은 '기계가 방사선에 오염돼 고장났다'라며 '오늘은 측정 없으니 그냥 나가라'라고 했다. 

이렇게 2009년 7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327일간 일한 뒤 26살 때 월성 원전을 떠났다. 

방사선 수치는 기록으로 남는다

김종일씨가 월성 원전에서 일하면서 누적된 방사선 수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국가방사선작업종사자 안전관리센터에 기록으로 남았다. 앞서 말한 대로 2008년 4월 1.66mSv, 7월 1.42mSv 피폭됐고, 2009년 7월 ~ 2010년 3월까지 9개월간 21.32mSv 피폭됐다. 이어서 2010년 11월 0.49mSv, 12월 0.48mSv, 2012년 2월 0.48mSv, 3월 0.19mSv 피폭됐다.

나머지 기간은 방사선 수치가 0.1mSv 이하로 기록 대상이 안 됐다.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착용하지 않아 기록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1년은 1~4월까지 월성 원전 1호기에서 일했으나 방사선 측정 기록은 남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당시 민주당 최재천 의원과 에너지정의행동은 '한수원 출입 방사선 종사자 업체별 인원수 및 총피폭량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수원 출입 방사선 종사자 1만 4715명 가운데 한수원 노동자 5250명의 1인당 피폭선량은 0.14mSv이다. 가장 피폭선량이 많은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 공사에 투입된 하청업체 노동자의 수치는 2.65mSv로 18.9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정보센터는 '2015년 원자력안전연감'을 인용해 원전 노동자의 평균 방사선 피폭량이 0.58mSv라고 밝혔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인당 원전 노동자의 연간 피폭량 허용치는 50mSv, 5년간 합산 피폭량은 100mSv 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종일씨의 총피폭선량은 ICRP 연간 피폭량 허용치 50mSv보다는 낮으나,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정보센터가 내놓은 원전 노동자의 평균 방사능 피폭량보다는 높다.

그의 총 피폭량에 대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교실은 법원에 낸 사실조회서에서 이렇게 판단했다.
 
2009년 7월부터 연간 누적피폭선량을 새로 계산하기 시작하였을 때, 2010년 3월까지 단 9개월 만에 누적피폭선량이 21.32mSv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사선 종사자의 연간 피폭선량한도가 특정 연도에 일시적으로 50mSv까지 허용될 수 있지만, 5년 동안 누적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전체 100mSv, 즉 일년 평균 20mSv이하로 5년간 유지하여야 피폭선량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9개월 만에 누적피폭선량이 21.32mSv라는 것은) 피측정자가 2010년 3월 이후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 일을 하고자 한다면 더이상 똑같은 방식으로는 상황이 지속될 수 없는 피폭선량에 도달하였다고 판단된다.

월성 원전 그만 둔 이듬해 암 3기 판정
 
 김종일씨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모텔이다. 모텔에서 '달방'을 얻어 직장까지 출퇴근한다. 잔업이 남아 숙소에서 쉬다 회사의 연락을 받고 다시 방을 나섰다.
▲  김종일씨의 숙소는 모텔이다. 모텔에서 "달방"을 얻어 직장까지 출퇴근한다. 숙소에서 쉬다 회사의 연락을 받고 다시 방을 나섰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김씨는 27살 되던 해 대출을 받아 유통업을 시작했다. 과일과 야채를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벌이도 괜찮았다. 열심히 일하면 대출금도 몇 년 안에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2013년 새해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피곤했다.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났다. 몸에 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렸다. '볼거리'에 걸린 것처럼 목이 심하게 부었다. 증세가 심상치 않았다. 울산대학교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가 '혼합세포 충실성 고전적 호지킨 림프종,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이라고 진단했다. 생경한 낱말이었다. 의사는 '악성 종양으로 흔히들 말하는 암'이라고 했다. 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2013년 1월 8일 입원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머리를 삭발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2015년 어느날 고향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생각해 보니 원전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떠돌았다.

친구가 말해준 무료 법률 상담소를 찾아갔다. 여기서 변영철 변호사를 만났다. 3월 변영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그에게 '불승인 처분'을 통보했다.
 
"원고(김종일씨)가 업무수행 중 전리방사선(방사능)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노출량이 많지 않고 이 사건 상병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며,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원고의 연령이 일반적인 상병 호발 연령인 점과 노출력에 의한 잠복기가 짧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씨는 산재요양청구 소송 1심에서 패했다. 그 후 암 완치 판정을 받고 새로운 직장을 얻어 고향을 떠나 안동에서 일을 한다. 몸의 완전한 회복과 경제적인 재기를 꿈꾸고 있다. 또한 소송에서도 승소해 다른 피해자들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변호사와 의논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울산지방법원은 그가 제기한 '산재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에 대해 '원고(김종일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사건 상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의학적 소견과 피폭방사선량, 전리방사선 노출에 따른 위험증가의 정도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업무와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진 것이다. 이 해에 암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 병을 앓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똑같은 피해자가 분명히 또 나올 텐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길을 터주고 싶었다. 이제는 누군가 원전 노동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한 소송이 아니다.

솔직히 1심이 기각되고 항소를 포기할까 고민했다. 이제 병이 다 나아서 여한이 없다. 여기서 멈춰도 손해볼 게 없다. 그런데 변영철 변호사가 알아서 할테니 항소를 하자고 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 원전에 반대하나?
"아니다. 원전은 가성비가 가장 좋은 발전으로 알고 있다. 석탄 화력은 찌꺼기(분진)가 발생하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 법원이 암 발병과 방사선 피폭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가 언급한 의견이란 앞서 말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교실이 울산지방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서'다. 여기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과 달리 암 발병과 방사선 피폭의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일에게서 진단된 호지킨 림프종과 한전 KPS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노출된 전리방사선(방사능)과의 원인적 연관성은 1) 지금까지 조사된 가장 큰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및 관련산업 종사자에게서의 림프종 및 백혈병 발생 증가가 보고 되고 있다는 점. 2) 일부 조사규모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조사에서 노출 이후 초과 상대위험도 등 위험의 증가가 보고된다는 점. 3) 원고에게서 진단된 호지킨 림프종은 나이가 들면서 그 발생이 증가하는 혼합 세포 충실형으로서, 그 호발 연령이 70대 이후로 보고되는 점에서 비추어 발병자는 매우 젊은 나이에 기대하기 힘든 희귀한 암에 걸렸다는 점. 4) 지금까지 알려진 호지킨 림프종의 다른 발병원인들을 원고 김종일에게서 특별히 찾을 수 없다는 등에 비추어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변영철 변호사에게 연락해 항소심에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변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감정촉탁' 문서를 보내왔다. 거기엔 김종일씨의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호지킨림프종(혼합세포 충실성 고전적 호지킨림프종)은 전리방사선(방사능)에 대한 역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업무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됨. 단 업무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음."

변 변호사는 "업무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했을 뿐이다. 업무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한 의견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승소할 희망은 있다"라며 "병명은 다르지만 같은 일을 했던 원전 피폭 노동자 C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산재 신청에 대해 심의를 했다, 연구기관에 의뢰해 저선량 방사선과 암발병의 연관이 낮다는 답변을 받아 (산재 신청을) 불인정 했다"라며 "산재 신청자가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는 부산고등법원에서 재판 중이다"라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먹 꽉 쥔 채 떠난 남편, 그 한 풀어주고 싶어요"

[인터뷰]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
2020.01.04 13:16:05
 

 

 

 

"지금도 기사나 사진들 보면 남편 사진은 다 웃고 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데 처음 만났을 때 환하게 웃고 있는 인상이었어요."

오은주 씨와 고 문중원 기수는 2008년 처음 만났다. 오 씨는 문 기수를 처음 봤을 때 그 "환하게 웃는 인상"이 좋았다. '저 사람은 정말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호감이 갔다. 오 씨가 처음 경마장에 갔던 날에도 말을 타고 나오던 문 기수는 오 씨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 씨는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2년여의 연애 끝에 둘은 결혼했다.

오 씨가 받은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문 기수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힘들텐데도 항상 "오늘 애들이랑 뭐하지? 어디 가지?"라고 물었다. 오 씨는 "힘들텐데 쉬어"라며 남편을 말리곤 했다. 

오 씨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면 문 기수는 불을 붙인 초를 꽂은 케잌과 꽃을 들고 현관문 벨을 눌렀다. 누가 안 시켜도 명절, 때로 주말에도 장인이나 친척들에게 "잘 지내시냐"며 전화를 돌렸다. 겨울이 되면, 장사를 하는 장인, 장모에게 드린다며 방한용품을 사서 부쳤다. 문 기수의 장인인 오준식 씨는 문 기수를 사위가 아닌 '아들'이라고 불렀다.

가족에게는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문 기수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오 씨가 "힘들어?" 하고 물으면 늘 "괜찮아"라고 답했다. 평소 술을 못 마시는 문 기수가 거듭되는 '조교사 채용 비리' 때문에 술에 취해 오 씨 앞에서 눈물을 보이던 날에도 문 기수는 "괜찮다"고만 말했다. 

그랬던 문 기수가 2019년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에서 세상을 등졌다. 8살, 5살 두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12월 24일에 배송되도록 예약해놓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후 오 씨를 비롯한 어머니, 아버지, 장인 등 유족은 생전에 고인이 가입해있던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 기수가 세상을 떠난지 36일이 지났지만,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지난 12월 27일에는 문 기수의 시신이 실린 운구차가 부산에서 서울 정부청사로 올라왔다. 

 

 

▲ 고문중원열사시민분향소 옆 천막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은주 씨. ⓒ프레시안(최용락)

 


"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가 14년 간 남편을 조금씩 죽여왔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조교사(경마 경기의 감독 역할을 하는 직책)가 기수에게 "말을 대충 타라"는 등의 부정 지시를 한다고 적었다. 이를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다친 말을 타야 했다.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말 위에 올라야했다. 문 기수는 그런 일이 싫어 조교사가 되려 했다. 

오 씨도 문 기수를 응원했다. 오 씨는 문 기수가 자신을 환한 미소로 맞던, 경마장에 갔던 첫날을 잊지 못한다. 

"처음 부산 경마장에 간 날, 경마 경기가 신기해서 다른 경주도 많이 봤어요. 전광판으로 서울 경주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수분이 낙마를 하셨어요. 병원으로 이송되셨는데 결국 사망하셨어요. 생생히 기억나요. 그때부터 경마장이 저한테는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남편 낙마 사고도 여러 번 봤어요. 떨어질 각오를 하고 위험해도 말에 올라타야 했던 순간들... 그래서 남편이 하루 빨리 조교사가 되길 바랐어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였고요." 

문 기수는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을 치고 조교사 면허를 땄다. 실제 조교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마사회 심사를 거쳐 마사(마방)를 배정받아야 한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마사 배정 시기가 오면, 마사회 고위 간부와 친한 사람이 마사를 배정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항상 그 소문대로 되었다고 적었다. 오 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그런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마방을 배정받으려면 사업계획서라든지 준비할 게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 준비를 열심히 하는 상황에서 경마장에 매번 소문이 도는 거에요. '합격자는 정해져 있다.' 힘들어했죠. 힘들어했는데 '설마 그 소문이 맞겠어. 두 자리가 났다고 하면 열심히 했으니까 한 자리는 되겠지.' 마음은 아팠겠지만 아랑곳 않고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소문이 2번, 3번... 속은 다 부서지고 망가지는데 가족들한테는 괜찮다는 말만."

속이 부서지는 걸 견디지 못한 것일까. 문 기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씨는 그렇게 떠난 남편의 시신 앞에서 오열했다. 남편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주먹은 꽉 쥐고 있었다. 한스러운 모습의 시신과 유서 앞에서 오 씨는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 남편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남편이 힘든 건 알았지만, 유서를 확인하는 순간 갑질과 부조리가 남편을 14년 간 조금씩 죽여왔다는 걸 분명히 알게 됐어요. 안치실에 누워 있는 남편이 정말로 눈을 감지 못한 채 차갑게 굳어있었거든요.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계속 떠오르고, 그때마다 고통과 슬픔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또, 정말 손을 꽉 쥐고 가슴에 안고 죽었어요. 그 손을 펴주는 게 남편의 한을 풀어주는 거라고 느꼈어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제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반드시 바로 잡고, 왜 죽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 서울 정부청사 앞 매일 열리는 추모문화제에서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 오은주 씨와 문 기수의 어머니. 공공운수노조 제공.


유족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태를 봉합하려 한 마사회

문 기수가 세상을 등지고 유족들이 싸움을 시작한 지 36일이 지났지만,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을 비롯한 마사회 고위 간부들은 한 번도 유족과 만나지 않았다.

지난 12월 21일 유족은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렛츠런파크서울에 있는 마사회 본관으로 향했다. 당일 마사회는 경찰에 경호를 요청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울부짖는 유족을 건물에 들여보내지도 않았다. 경찰은 기어서라도 본관에 들어가려는 오 씨의 머리를 발로 차고 목을 졸랐다. 해당 경찰에 대해서는 폭행 혐의로 고소·고발장이 접수되어 있다.

"저는 그 날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도 유족이 가면 마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마사회장이 나와서 상황 설명도 하고 대책을 이야기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경찰 병력이 저희를 다 막아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더군다나 경찰이 저를 폭행하고... 못 만나고 나왔을 때는 왜 마사회장 자리에 앉아있나 의문도 들고. 회사의 사장으로 있는 사람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12월 26일 마사회는 유족이나 사고가 일어난 부산경남 경마공원 기수와의 협의 없이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 승자독식 상금구조 개편 △ 기수의 기승횟수 제한을 통한 출전 기회 확대 △ 외(外)마사 도입을 통한 조교사 취업 기회 확대 등이 골자였다.

마사회의 안이 나왔지만, 유족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 씨는 "사태가 커진 탓에 사태를 어떻게 해서든 덮으려고 하는 안"이라고 말한다.  

실제 '승자독식 상금구조 개편안'은 1위 57%, 2위 21%, 3위 13%, 4위 5%, 5위 4%로 나누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순위상금을 1위 55%, 2위 22%, 3위 14%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4위와 5위의 상금은 그대로다. 1위 상금의 2%를 깎아 2위와 3위에게 1%씩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두 안도 문 기수가 죽음으로 호소한 마사회와 조교사의 갑질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승횟수를 제한해도 조교사의 부당 지시를 거부한 기수가 출전기회를 빼앗기고 이에 따라 생계를 위협받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외마사를 도입해 마사의 수를 늘리는 것은 경쟁체제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유족과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진상규명, 진정성 있는 사과, 유족 관련 대책 마련 등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유족과 노조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기수의 적정 생계비 보장, 조교사와 기수 간 불평등 구조 완화를 위한 표준 기승계약서 작성 등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유족은 12월 27일 문 기수의 시신을 운구차에 실어 서울 정부청사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고문중원열사시민분향소'를 차렸다.  

 

 

▲ 문 기수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서울 오던 날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오은주 씨. 공공운수노조 제공.


"마사회를 더 이상 죽음이 없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문 기수의 시신이 서울로 오며, 오 씨를 비롯한 유족도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유족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과 시민분향소 옆 천막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8살, 5살 먹은 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부산의 이모 집에 남겨졌다. 

자꾸 통화하면 보고 싶을까봐 아이들에게 전화도 아껴 건다는 오 씨.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까지 싸움을 지속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아이들은 아직 잘 몰라요. '아빠가 다쳐서 아빠가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엄마가 할 일이 많아' 그렇게만 이야기했어요. 작은 애는 아빠가 다쳤다 그러니까 119 타고 다시 오는 줄 알아요. 큰 애도 다쳤으면 수술하면 되는데 왜 수술 안 하냐 그래요. 크면 알게 되겠죠. 그때 아빠가 부끄럽지 않게 돌아가셨다. 아빠가 이렇게 고생했고, 아빠 희생으로 인해서 마사회를 더 이상 죽음이 없는 곳으로 만든 그런 멋진 분이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애들이 보고 싶지만 싸우고 있어요." 
 

 

남편의 한을 풀어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러나 지금 오 씨는 더 먼 곳을 함께 보고 있다. 인터뷰 말미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오 씨는 "마사회를 더 이상 죽음이 없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다시 한 번 전했다.

"부산에서 기수 한 분이 오셨어요. 걱정된다고. 같은 기수니까. 그 기수 분한테 이야기했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셔야 한다고. 저는 이제 남편을 다시 살리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다만 남아있는 사람들 살게 하기 위해서 제가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절대 나쁜 생각하지 마시라고, 남편 옆에 친한 분들, 좋은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 분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갑질 없는 바로 잡힌 구조 속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이어지던 겨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이번에는 문 기수의 유족과 마사회 노동자들이 서 있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지 않게 하겠다던 지난 겨울 한국 사회의 다짐은 허망한 꿈이었을까. 일터에서의 부당한 대우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외침 앞에 마사회도, 정부도 답이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법원장 말 안 듣는 판사들에 박수" 돌아온 전광훈, 모금 활동 재개

[현장] "더러운 세상 오래 살지 않겠다는 분 순국결사대 지원해라" 호소도

20.01.04 20:05l최종 업데이트 20.01.04 20:05l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거 받으세요"

4일 정오 12시께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기자를 향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소속의 한 자원봉사자가 파란색 전단지를 내밀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를 초대해 곧 경기도에서 '구국 강연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단지의 주된 내용보다 눈에 띈 건 전단지의 맨 위와 아래에 적힌 문구였다. 위에는 '사랑제일교회'라는 예금주명과 13자리의 계좌번호가, 아래에는 순국결사대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해당 광고는 '나라가 없으면 개인도 가정도 직장도 없다'며 문의전화까지 적어두었다.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내란 선동,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광훈 목사를 수사하고 있는데도 이에 아랑곳 않고 계좌번호와 순국결사대를 앞세워 범투본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범투본이 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의 성격 또한 해당 전단지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일 밤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풀려난 전광훈 목사는 집회에 참석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고,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로 답했다.

범투본 본부는 또 '문재인 하야 천만인 서명'을 위한 부스를 광화문 곳곳에 설치하고, 서명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오히려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건재했다

"전, 전 감옥에 가면 안 됩니다"
"광, 광장에 모인 1천만 애국 국민들께"
"훈, 훈훈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없습니다"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 손상대TV를 운영하는 유튜버 손상대씨는 2시 10분께 무대에 올라 범투본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운을 띄워달라며 이 같은 삼행시를 읊었다. 손 씨는 이에 대해 미국에 있는 범투본 지지자가 직접 지어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삼행시가 끝나자 몇 초 간 집회 참가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손씨는 "사람의 이름을 잘못 지으면 나라를 말아먹기도 하지만, 이름을 잘 지으면 망해빠지는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전광훈 목사다"라며 전 목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등장한 전 목사는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된 줄 알았더니, 아직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판사들이 있었다"며 "좌파인 대법원장 말을 듣지 않는 대한민국주의자 판사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치자"며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
▲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그는 이어 "이번에 당한 걸 보니, 대한민국이 주사파 손에 들어간 건 확실하다, 이번 일이 빨갱이 시민단체들의 경찰서 제보로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것과 똑같은 짓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경찰) 조사가 남아있다, (집회에서) 헌금을 받았는데 불법 모금을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헌법정신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전광훈 목사를 구속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살해를 청탁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이 이란의 '악한 놈'을 처벌했다, 미국은 행동하려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세계에 보였다"고 했다. 이어 "바로 무인기 평양으로 보내 김정은의 목을 똑같이 잘라달라, 그 일을 해주면 미국의 근심거리인 중국의 민주화를 대한민국이 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군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을 인용한 것이다.

문제의 순국결사대, 대놓고 홍보한 전광훈

발언이 끝나갈 무렵, 전 목사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행동 수칙'을 주문했다. 전 목사는 "전국 253개 지역에 기도 장소를 마련했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지역별 장소에서 기도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의 순국결사대를 '대놓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혹시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오래 살지 않겠다, 이 나라를 위해 나도 생명을 던지겠다는 분 계시냐"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런 분들은 순국결사대로 지원해달라, 또 여기 동의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국결사대란 시위를 하다가 청와대에 진입할 사람들의 결사로, 전 목사는 지난해 9월 직접 '청와대 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을 열었다. 당시 그는 "청와대 경호원과 경찰이 만만치 않다, 경복궁부터 버스를 붙여서 청와대를 둘러쌀 것이다, 사다리를 줄 테니 무조건 버스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내려 문제가 됐다.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소속 한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전단지 내용.
▲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소속 한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전단지 내용.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에서 범투본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특별 구국 강연회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에서 범투본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특별 구국 강연회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이에 지난해 10월 3일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앞 경찰의 통제 벽에 각목을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46명이 체포됐다. 전 목사는 순국결사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미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로부터 '범죄단체 조직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이날 집회에서는 '순국결사대'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앞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이들은 모두 등에 순국결사대라는 문구가 새겨진 패딩을 입고 있었다. 순국결사대 글씨가 적힌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있기도 했다.

여전히 계좌번호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가 생중계되는 내내, 영상 화면 아래쪽으로 계좌번호가 떠 있었다. 기부금품법상 광장에서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집할 때에는 사전에 관할관청에 기부금 모집 목적이나 목표 금액, 사용 계획 등을 적어내야 한다.

종교집회에서의 모금은 기부금품법에서 제외가 되지만, 범투본의 광화문 집회에는 여러 성격의 단체가 참여하는 만큼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범투본은 지난해의 개천절 집회와 한글날 집회에서 모두 모금을 하면서도 사전 기부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계좌번호를 전면에 앞세워 또다시 모금 활동에 나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