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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농사와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한다고요?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촌 에너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얼마 전 전라남도의 한 지역에서 주민들과 재생에너지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 참석자 중 생협 조합원이기도 한 귀농인은 이렇게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 우리 지역에서도 보급되기를 원했는데, 지금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핵발전이나 석탄발전이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가 사용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을 보니 산림을 훼손하거나, 외부에서 온 사업자들이 농지를 사들여서 발전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땅값 보상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지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여서 아예 태양광 관련된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2021년 기준으로 태양광을 가장 많이 생산한 지역은 전라남도이고 전라북도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실제 전기 수요 절반 이상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이유는 전기가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땅을 팔거나 빌려주면 높은 값을 쳐주겠다고 유혹한다. 농촌 주민들은 도시민들에 비해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애착이 높고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일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농지가 태양광 시설이 바뀌면 경관이 바뀌고, 발전사업자에게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면서 동네 농민이 그곳을 떠나게 되기 때문에 지역 소멸과도 연관된다. 곳곳에서 태양광 반대 현수막이 걸린 이유다.

그렇지만 농민들이 태양광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에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농민 508명 중 53.1%는 농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46.8%는 앞으로 본인의 토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영농형 태양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농지 보호와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설비 아래에서 벼, 감자, 녹차 등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를 말한다. 식물에는 광포화점이라고 해서 광합성 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해 광합성 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빛의 세기가 있다. 그래서 식물에 최적화된 생육환경을 만들고 남는 일사량은 태양광발전에 활용하는 구조다. 독일에서 처음 시도되어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작물 위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서 수확량이 20% 줄어들지만, 생산 전기를 판매해서 얻은 수익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이 향상된다. 작물에 따라 수확량 감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농림식품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농촌태양광 10기가와트 설치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촌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영농형 태양광을 기존 태양광처럼 해서는 역효과만 날 뿐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농민 주도의 이익공유 방식이 관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에 관한 여러 연구와 해외 사례를 종합해 보면, 발전의 수익이 농업인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치비용 지원은 얼마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또, 사업 주체가 외지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일 경우 사업기간이 짧아지고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현재는 태양광 사업 허가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참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40MW 이상으로 대규모 발전 시설일 경우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해외 사례를 보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설립 등으로 마을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제도가 명확하다. 에너지 설비가 개인이 아닌 마을의 소유가 되고, 이것이 마을에 이익이 될 때 주민들이 설비에 대한 반발감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별도의 제도도 새롭게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으로는 농사와 전기생산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타용도로 일시 전용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도록 농지의 복합이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농업인들이 만든 영농조합법인은 발전사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농촌에는 땅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보다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더 많다. 임차인에 대한 고려 없이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면 수확량은 줄어드는데 전기 판매 수익은 땅 주인이 갖게 되기도 한다.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사를 지속하면서도 농민이 주도하는 형태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도입이 조속히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지원 정책과 예산 줄어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2018년 7월부터 한시적으로 도입된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매입제도는 20년간 고정가격으로 매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어 농어촌 지역 태양광 확산에 기여했다. 4년간 한국형 FIT 자격을 얻은 발전소가 총 5만 9,021개, 설비용량은 총 378MW였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소형 태양광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줘서 난립을 유발하고, 세금을 낭비한다면서 올해 8월 이후 고정가격계약제를 중단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기 판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농지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가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FIT 제도가 사라지게 되면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떨어트려서 농민들이 선뜻 영농형 태양광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된다. 1천여 개 가까운 에너지협동조합으로 에너지전환의 기반을 만든 독일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구매하는 지원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보성 녹차 연구소에 설치된 차밭 영농형 태양광. 녹차는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도 생산수확량 감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 제공

뿐만 아니다. 농림식품부는 2024년 예산안을 짜면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3억 원 삭감한 28여억 원을 책정했다. 몇 년 전부터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을 하는 농촌재생에너지보급지원 사업 예산을 편성했는데, 내년에는 지원 규모를 줄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영농형 태양광이 57개소가 있지만 대부분은 실증연구단지이고 전체 발전량이 3.4MW에 불과하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마을단위의 주민주도형, 주민참여형 영농형 태양광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가 너무 적다. 성공한 사례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기에 정부의 지원까지 축소되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회에는 관련된 법률 제·개정안이 6건이 상정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후퇴하고 지원책과 예산도 줄어서 한숨만 나온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만이라도 관련 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켜 제도 개선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내년 총선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상정된 법률안들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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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가자 지구 전면 봉쇄’ 이스라엘 비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0.10 09:45
  •  
  •  수정 2023.10.10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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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 출처-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 출처-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각) 회견을 통해 “나는 가자 지구 전면 포위를 개시할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오늘 발표에 몹시 슬프다”고 비판했다. “전기, 식량, 연료 그 어떤 것도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부터 17년째 봉쇄 상태인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240만명이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도주의적 인력의 접근과 함께 의료 장비, 식량, 연료와 기타 인도적 물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가자 지구로의 구호와 필수품 반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유엔은 이 요구에 부응해 원조 제공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당사국과 관련국들을 향해 “가자 지구에 갇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긴급 인도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유엔의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사회를 향해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폭력사태는 진공에서 온 것이 아니”고 “현실은 56년에 걸친 긴 점령과 정치적 결말이 보이지 않는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피, 증오, 양극화의 악순환을 끝낼 때”라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은 정당한 안보 요구가 실현되는 걸 보아야 하며, 팔레스타인은 자기 국가 수립을 위한 분명한 전망을 보아야 한다”면서 “유엔 결의들, 국제법과 이전 협정들에 부합하는 두 국가 해법”이 중동에 장기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UN에 따르면, 7일 새벽 가자지구를 사실상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양측 사상자가 6,8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 800명-부상자 2,500명이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500명-부상자 3,000명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 즉각적 공격 중단과 모든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알지만 어떠한 것도 이러한 테러와 살인, 상해와 민간인 납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알지만 군사작전은 엄격한 국제인도주의법에 따라 실시되어야 함을 이스라엘에게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민간인은 언제나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민간 인프라가 목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미 이스라엘의 미사일들이 가자 지구 보건시설과 고층 주거용 타워와 이슬람 사원을 타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자 지구 난민들을 보호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 학교 두 곳도 공격을 받았다. 약 13만 7천명의 사람들이 현재 UNRWA 시설에 대피 중인데 극심한 포격과 공습이 계속되면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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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사 심의 불가에서 가능으로 일주일만에 뒤집어진 이유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10 09:51
  • 수정일
    2023/10/10 09: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0.10 07:48
  •  
  •  수정 2023.10.10 08:03
  •  
  •  댓글 0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유가 급등에 전쟁 확산 우려, “최악의 시나리오 검토해야”

    조선·국민, 북한 비판… “중동 분쟁 계기로 대북 방어 태세 재점검해야”

    질병관리청 ‘오염수 영향 우려’ 보고서 비공개… 한겨레 “정책 반영 안 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확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움직임까지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확산될 경우 신 중동전쟁이 재발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10일 “중동 리스크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는 “북한도 하마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역시 대북 방어 태세를 정비하고 9·19 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로 접어든 상황에 누적 사망자는 1200명에 달한다.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면봉쇄를 지시하고, 지상군 투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국제유가는 4%가량 급등했으며, 이에 따라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10일 1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아래는 1면 기사 제목이다.

    ▲10월10일 중앙일보 1면 기사.

    경향신문 <극단의 전쟁, 시민은 없었다>

    국민일보 <이 “가자 봉쇄”… 고사작전 돌입>

    동아일보 <‘美-이란 대리전’으로 번지는 중동전쟁>

    서울신문 <“이스라엘軍 48시간내 가자지구 지상작전 돌입”>

    세계일보 <‘하마스의 기습’… 北 장사정포 대비책 시급하다>

    조선일보 <예비군 소집령… 전세계 이스라엘 청년들 속속 귀국>

    중앙일보 <이스라엘군, 가자 장벽 집결>

    한겨레 <이스라엘군 가자 주변 총집결… 지상전 준비>

    한국일보 <‘피의 보복’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초읽기>

    ▲10월10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미국이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앞바다 동지중해로 전진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개시하고,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작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등 세계가 전쟁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됐다”며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실제 투입하면 사상자 급증이 불가피하다. 미국, 이란 등까지 개입하면 대형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10월10일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만술’에 허를 찔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4면 <중동평화 추진 이스라엘, 고립 우려한 하마스 ‘기만술’에 허찔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는 것”이라고 했다.

    ▲10월10일 중앙일보 3면.

    이번 전쟁은 국제적인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3면 <유가 4%대 급등…“중동 전쟁 번지면 제3의 인플레 파고”> 보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가량 상승한 배럴당 86달러에 거래됐고,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한때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오른 8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할 때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충돌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국내 전문가가 꼽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중동 국가가 전쟁에 말려들어 세계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이는 고환율·고금리 상황에 놓인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0월10일 서울신문 사설.

    이에 따라 한국이 경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사설 <중동발 경제 먹구름, 선제 대응 나서야>를 내고 “정부는 어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원유·가스 도입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정부의 자세로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만에 하나 이번 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신중동전쟁 우려에 유가 급등, 최악 상황 준비해야> 사설에서 이번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나서 중동 평화를 중재할 순 없겠지만 어떤 중동 리스크도 우리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10월1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우크라戰 와중 ‘新중동전’… 최악의 경제 리스크 대비를>을 내고 “가뜩이나 최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옥죄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동발 불안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장단기 원유 수급 대책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전략, 금융 및 외환시장의 리스크, 수출 전략 등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월10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조선일보는 하마스와 관련 없는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사설 <북한도 언제든 하마스 될 수 있다>에서 “북한군은 하마스보다 월등한 포격 전력을 수도권과 인접한 휴전선 근방에 갖췄다.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발 이상 발사가 가능하다”며 “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우리가 쌓은 공든탑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오늘의 북한이 내일의 하마스가 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10월10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원시적 공격에 무력화된 첨단 방어망,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도> 사설을 내고 “화력 면에서 하마스와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군이 유사시 전선 전역에 걸쳐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경우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 방어도 벅찰 수 있다”며 “가장 위협적인 것은 20만명 규모의 특수부대다. 이들이 레이더에 안 잡히는 저공 침투기를 이용해 우리 후방을 교란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중동 분쟁을 계기로 대북 방어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9·19 합의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염수 우려’ 보고서 숨긴 질병청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5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정부가 이를 비공개하고 정책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1면 <“일 오염수 인체 영향, 전국민 장기 추적 필요” 보고서 숨긴 질병청> 보도에서 정부가 오염수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정책에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대한응급의학회·대한재난의학회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했고, 최대해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다. 2021년 12월 시작된 연구는 지난해 5월까지 진행됐다.

    ▲10월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보고서에는 국민건강영향평가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 시 나오는 물질의 각각의 총량을 알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의 수산물 섭취 유통량 조사가 있어야 하며 △수집된 자료를 통해 국민 1인당 방사선 누적 총량을 계산해야 하고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등 구체적인 조건들이 제시됐다”며 “또 국내외 여러 문헌들을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정화능력이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8월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며 2024년 5월까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는 “야당에서는 질병청이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청은 ‘연구결과 및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필요하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45일이 지났지만, 연구용역 보고서의 제언 중 반영된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원전 오염수 영향’ 질병청 보고서 왜 감췄나> 사설을 내고 “줄곧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조해온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를 감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오염수 방류 관련 보고서가 정책 당국자들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비공개 보고서에 담긴 전문가 제언이 정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성을 더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국민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적도 없다. 낮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원전 산업계와 원자력학계의 주장에만 의존한 탓”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혹여라도 전임 정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이어서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라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정부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콘텐츠 심의 강화 천명한 방통심의위

    ‘류희림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콘텐츠 심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겨레는 방통심의위가 당초 인터넷 언론사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일주일만에 의견을 정반대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면 <인터넷 언론사 심의 방심위 ‘불가-가능’ 1주일 만에 뒤집어>에서 “방심위 법무팀은 (지난달 13일) 1차 의견서에서 인터넷 신문사업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보도라면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런데 법무팀은 일주일 뒤 ‘인터넷 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정반대의 2차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게다가 법무팀은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을 할 수 있는 통신심의의 취지가 정정·반론보도 등 언론중재법이 보장하는 구제수단과 다르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언론중재법이 정보통신망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도 해석했다”고 했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사 심의에 나선 배경에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가 있다. 뉴스타파 보도가 논란이 된 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 대책 세부 내용’을 발표하고 인터넷언론 심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10월1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속속 드러나는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 무리수>에서 “(의견 변경은) 대통령의 ‘하명’을 좇아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팔 걷고 나선 방심위의 무리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방심위는 법무팀의 두번째 의견이 제출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인터넷 언론의 기사와 동영상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가짜뉴스 심의 대책’을 발표했다. 위헌적인 언론 검열, 권한 남용 등의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방심위 사무처 팀장 11명이 ‘가짜뉴스 심의’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며 “시민사회는 물론 내부 구성원도 동의하지 못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10월10일 경향신문 1면.

    국민의힘이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향신문 1면 <‘김만배 녹취 인용’ 방송심의 신청 폭증 국민의힘이 주도>에 따르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관련 심의 신청 건수는 지난해 3월 17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169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뉴스타파 보도를 ‘대선공작’으로 규정한 이후 나흘간 심의신청이 130건이 넘었는데, 이 중 15건은 국민의힘이 신청한 것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3월과 지난달 방심위에 접수된 심의 신청은 특정 단체가 주도했다”며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이후 4일간 최소 15건의 민원을 넣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에도 해당 보도와 관련해 심의신청을 했는데, 그달 7~12일 접수된 전체 민원 12건 중 11건이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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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이스라엘#중동#유가#북한#오염수#질병관리청#방송통심심의위원회#김만배#신학림

      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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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는 잘못된 권력자 비판해야... 침묵은 본분 저버린 것"

[특별인터뷰] 강우일 주교의 '윤석열 시대' 진단

23.10.10 07:13최종 업데이트 23.10.10 07:13

▲ 인터뷰 하는 강우일 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인권 평화 생명을 화두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강 주교는 비판적 예언자로서의 사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황의봉

 
힘든 시절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압수수색이 일상이 돼버렸다. 대통령은 철 지난 이념을 외쳐대고, 장관들은 어떤 경우에도 책임질 줄 모른다. 국회는 거부권과 시행령에 무기력해졌다. 경제는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 중이다.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으니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는 비명이 들려온다. '자고 나니 선진국'이란 자부심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런 시기에 강우일 주교(78)를 만났다. 3년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며 비판적 예언자로서의 사제의 역할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원로다.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일본 상지대를 거쳐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9세에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고, 1986년 41세에 주교가 되었으니 속된 말로 출세가 빨랐다.강우일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비서 신부로 일했고, 한때는 김 추기경의 뒤를 이어 한국천주교 최고지도자가 될 1순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장이나 추기경 임명 때마다 로마교황청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2002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제주교구장에 임명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주교는 "그냥 하느님의 뜻이거니 하고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강 주교는 인권과 생명 존중, 환경 보존, 평화를 위한 행보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모두가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제주 4·3의 아픔을 알리고 치유하는 데 헌신하고, 예멘 난민을 보듬고,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통진당 해산과 강정 해군기지 건설, 4대강 개발사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그는 한 시사주간지가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가톨릭 인물 중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제주시 아라동의 주교관에서 만난 그에게 제주교구장 은퇴 후의 근황부터 물었다.
 

▲ 주교 서품 1974년 신부가 되고 1986년 주교서품을 받은 강우일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 비서, 서울대교구 교육국장과 홍보국장 등으로 오랫동안 김 추기경을 가까이에서 보좌했고, 가톨릭대 초대총장 주교회의의장 등을 역임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제주교구에 본당이 30개 가까이 되고, 신부님들도 50명이 넘고 해서 항상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또 교구장으로서 입장문이나 서한을 발표할 일도 많아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일들에서 벗어나니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사려니숲을 자주 걸으며 건강 유지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고 듣는 제주 이야기'라는 모임을 정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성당 주보 등을 보고 신청한 신자들이 20명에서 많으면 80명까지도 오는데, 한 달에 1∼2회 행사를 합니다. 제가 4·3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함께 사려니숲을 걷습니다. 4·3 강의를 하고 나면 다들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고 해요. 강정마을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2년 전 내려놓았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또 2016년 한베평화재단이 설립될 때부터 이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재단의 설립 배경과 사업이 궁금했다.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을 부정하고 안면몰수하는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이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 역시 베트남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송구스러웠고, 가슴 아파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총회가 베트남에서 열렸는데, 그때 제가 '이 자리를 빌려 베트남 국민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아시아 각국 주교들과 베트남 주교들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이 일이 알려지면서 마침 과거 한국군 주둔지역에서 의료봉사하시던 분들과 베트남전쟁에서 우리가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한국 사회에 알려온 구수정씨 등이 재단법인을 만들어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을 펴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고는 저에게 초대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맡게 됐습니다.

피해지역 마을에 가면 희생자들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미마을이나 퐁니마을 같은 피해지역 분들이 기일이 되면 공동으로 마을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저희가 재단 이름으로 조화를 보내드리거나 사람을 파견해 제사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지역 초등학교에 자전거나 컴퓨터를 기증하고 어린이 놀이공원을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또 비석이 세워진 곳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포장할 때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평화기행단을 모집해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현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저도 현지를 방문해 제사에 참석하기도 했고요."


"윤석열 정권의 '친일적' 태도, 이해할 수 없어"
 

▲ '베트남 피에타' 제막식 2017년 4월26일,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인 어머니들과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서귀포시 강정마을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 세웠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한베평화재단 이야기를 들으니 강우일이라는 한 성직자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과거 베트남전쟁에서 저지른 비극적 사건들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풍토에서 그가 종교인으로서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건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강 주교의 진단과 성찰을 들어볼 차례다.

- 윤석열 정권 출범 1년 반도 안 지난 시점에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심지어 억압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요?

"한 나라 안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노동자도 있듯이 다양한 계층과 영역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는 그 다양한 면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다각도에서 판단하면서 정책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너무 단편적으로, 순간순간 결정해 버리고 발언을 해버리기 때문에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생기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에 각종 지원을 해주고 세금을 감면해 줘서 이익을 많이 내면 그 낙수효과로 다른 분야에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냐는 식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데, 이미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그런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정책입안자나 학자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이 그걸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 개념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려고 하니까 이곳저곳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정말로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 그 가치의 서열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학이 있어야 하겠지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판단하는 그런 철학이 필요합니다."

- 대통령, 장관 등이 걸핏하면 이념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뉴라이트 논리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를 부정하는 등 역사 왜곡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흐름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경제적으로 부흥하면서 1980∼90년대에 이르러 국력에 맞게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느냐, 자학적인 역사관을 뛰어넘자며 이른바 역사 수정주의가 대두했어요. 그리고 우경화 보수화 경향이 짙어지면서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점점 경직된 태도를 보이게 됐고요.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어딜 가나 성조기가 펄럭이고 애국심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대 세력에 대해 철저하게 힘으로 짓누르면서 우위에 서겠다는 미국 제일주의 또는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급격히 증대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고, 트럼프 시대에 너무 나간 것 같으니까 용케도 바이든이 당선됐는데, 다음 선거에선 다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과 미국은 그런 배경이 있어 설명이 가능한데 우리나라가 왜 지금에 와서 이념을 부르짖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념을 강조하고 나선 집권층을 보면 그 이념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반대되는 길을 가는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요. 제가 보기엔 그 이념이란 게 실체가 없는 허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신기루 같은 걸 설정해 놓고 자신들과 안 맞는 사람들을 그 카테고리 속에 몰아넣고는 공격하고 비난하고 단죄하는 식입니다."

- 위안부나 징용자 배상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용인 등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저자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3월 20일 전주에서 첫 시국미사를 가졌을 때 나온 성명서의 시작도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등에 나타난 대일 문제의식이 일본 극우들의 망언, 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한일관계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저는 윤석열 정권이 이념을 들고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친일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옛날에 잠깐이라도 일본에서 살아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을 잘 알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일본과 잘 지내도록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압력 비슷한 외교적 태도를 보여왔잖아요. 여기에 현 정권이 미국의 뜻대로 한미일 삼각편대를 잘 꾸리고 거기에 의지하면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2차대전 패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천황제가 오늘날의 비정상적인 한일관계의 뿌리가 아닌가 합니다. 사실 2차대전 전쟁 책임이 천황, 즉 일왕에게 있는데 무조건 항복의 조건으로 전쟁 책임을 군부와 정부의 실세에게만 묻고 넘어가도록 미국과 일본이 타협한 것이죠. 일본 천황의 가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서기 600년 이전은 신화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천황으로 상징되는 일본이라는 국가는 신의 나라가 됩니다. 이 신의 나라는 절대로 망해서도 안 되고, 잘못할 수도 없다는 게 특히 일본 관료들의 의식 안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의 정치세력과 신사 책임자들이 모인 협회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신사참배가 국제적인 비난을 사면서도 지속되는 배경입니다.

이처럼 일본의 정치인과 관료들의 기본적인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한일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나 교류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양국의 시민들이나 문화예술인 종교인들 차원에서 서로 접촉하면서 교류와 일치와 협력의 틈을 확대해 나갈 때 양국 관계가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일 삼각동맹,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
 

▲ 제주4.3 UN 인권 심포지엄 기조발제 

2019년 6월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발제를 한 강우일 주교.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이가 브루스 커밍스 전 시카고대 석좌교수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국의 4.3 책임문제가 집중적으로 토의됐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 현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핵 공유에 집착하고 압도적 군사력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난 정부의 협상을 통한 북한과의 공존, 평화 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주교님은 강정마을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만들고 이사장도 맡으셨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세나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핵으로 평화를 가져온다는 건 정말 너무나 무지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도 손에 돌을 들면 상대와 싸우겠다는 것인데, 국가 간에 서로 무기를 잔뜩 움켜쥐고 겨눠보고 있을 때 거기서 무슨 평화가 이루어집니까. 지금 정권이 자꾸만 힘을 강조하는데, 힘이 축적되면 그걸 과시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히틀러의 나치나 일본제국주의도 힘이 축적되다 보니까 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망해버린 것 아닙니까.

핵무기로 상대를 압박해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미국이 수많은 핵을 가지고서도 끊임없이 전쟁을 계속하고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힘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반역사적인 망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합니다. 남북을 비교하면 사실 경제력이나 문화적 혹은 국제적 위상으로 봤을 때 남한이 북한보다 몇십 배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거기에 더해 우리보다도 몇백 배 힘을 가진 미국과 합쳐 북한을 향해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건, 마치 국가대표 선수가 유치원생에게 뭐라고 하는 격입니다. 우리가 진정 북한과 평화의 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우리의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북한에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한 나라로서의 자존심 자긍심을 존중해 주면서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신뢰가 쌓이고 교류가 이루어지면 서서히 평화 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핵무기 하나인데, 그거 내놔 하면 쉽게 내놓겠습니까.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 맞춰가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 한미일 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까요?

"일본 지식인들을 만나 보면, 일본이 미국의 한 주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자위대를 재무장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만드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는 정말로 위험한 짓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일본의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미국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라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커다란 불안과 두려움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저는 느낍니다. 지금 운위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도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대만 유사시 한국이 자동으로 말려들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언론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고 진실 보도를 외면한다거나 흘려주는 정보를 받아 쓰는 데 급급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되고 있기도 한 상황입니다. 최근 언론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역대 정권이 언론을 이용해서 정권 운영의 하수인 노릇을 시키려고 애써왔고, 실제로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권력이 이렇게 독재화될수록 언론이 위축되고 언론인들이 제대로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못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한 나라 정권의 민주성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비민주적인 역주행을 하고 있어서 언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 개인 발 이야기들이 넘쳐나니까 그 속에서 뭐를 믿어야 좋을지 판단하기가 극히 힘들어진 언론 무질서의 시대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요. 그러나 시대가 또 바뀌면 언론도 국민의 힘으로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4.3에 대해 더 알아야"
 

▲ 4.3특강 강 주교는 요즘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고 듣는 제주이야기'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달 1~2회 제주4.3 관련 특강을 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강우일 주교는 2002년 10월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한 이래 21년째 제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교구장 시절이나 은퇴한 이후에도 제주 사회의 이슈나 환경문제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준열한 비판을 멈추지 않아 왔다. 특히 4·3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주제발표를 하는 등 전문가이기도 하다.

- 2002년 뜻밖에도 제주교구장이 되어 제주로 내려온 데 대해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하느님이 저를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난 21년의 제주살이를 통해 제주라는 섬과 역사, 사람에 대해 느끼고, 깨닫게 된 점을 요약하신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주도가 육지로부터 겪어온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제주인의 영혼은 항상 두려움과 피해의식, 아픔 같은 것들이 뒤범벅돼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짓눌린 채 온전히 가슴 펴고 살지 못한 백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런 피해를 안겨준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은 그런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했지요. 저 역시 육지에서 왔을 때만 해도 잘 몰랐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느끼게 됐던 것 같아요.

육지에서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그냥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놀러 오기 좋은 땅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저로서는 참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육지에서 손님이 찾아오거나, 기회 닿을 때마다 항상 4·3 평화공원에 가서 제주에서 있었던 일을 좀 들여다보라고 권합니다."
 

▲ 제주4.3평화상 시상 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가 2023년 제5회 수상자로 선정된 개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부장관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 4·3의 진상이 많이 알려졌고 특별법이 제정되고, 피해보상도 진행 중입니다만,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교님이 생각하는 향후 4·3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제가 제주에 와서 4·3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고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니 관련 자료들이 너무도 부족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4·3 관련 책도 쓰고 했지만, 아직도 다양한 각도에서 4·3을 바라보는 그런 자료들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피해를 겪은 당사자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최대한 발굴해 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지금 4·3평화재단에서 미국의 자료들을 열람하면서 번역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이를 토대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4·3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4·3의 역사적 배경과 경위와 그 전후 맥락을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4·3이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사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4·3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가 농축된 축소판이고 또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4·3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 1/4 망가진다"  

- 제주도의 환경문제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고 그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해 오셨습니다. 현재 환경문제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십니까?

"제가 처음 제주도에 온 20여 년 전만 해도 인구가 50만 조금 넘은 수준이었는데, 이제 70만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화산토로 덮여 있어서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밑으로 빠져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전에는 바닷가에 용천수가 솟아 나오는 곳이 많았는데, 이게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역류해 염분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상수도로 쓰려고 취수하는 물도 오염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활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바다로 내보내는 상황이어서 제주를 둘러싼 연안 해수가 오염돼 백화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성당을 사목 방문하면서 해녀분들을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10년 전 제주바다 속에서 건진 돌과 요즘 건져낸 돌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돌이 그런대로 거무칙칙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얗게 변했습니다' 하는 거예요.

이게 백화현상인데, 이렇게 되면 산호라든가 해조류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물고기 어획량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쓰레기장도 포화상태여서 이제 더 이상 버릴 곳도 없는 지경입니다. 제주도가 가진 생태계의 용량이 이제 숨이 목까지 차버린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는 엄청난 위협입니다. 일단 방류해서 바닷물과 섞이게 되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1500배로 희석해서 내보내고 또 바닷물에 섞이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희석된다고 해도 먹이사슬에 의해 방사능이 농축되고 최종적으로 사람이 물고기 등을 먹으면 내부 피폭을 겪게 됩니다.

이런 내부 피폭으로 인체에 어떤 해가 있을 수 있는지 아직 연구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에요. 지금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은 몇십 년 후면 다 세상을 떠날 겁니다. 그 후에 방사능 효과가 나타나면 우리 후손들은 정말 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제주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이 점점 기정사실로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면 앞으로 빚어질 갈등과 혼란이 강정 사태 이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2공항의 타당성 여부 그리고 이 문제가 일으킬 갈등의 심화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저는 제2공항이 거론될 때부터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반대를 했어요. 제주도정이 제2공항을 구상할 때 제주 입도객을 연간 4000만 명까지 예상했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제주도 전체를 완전히 유원지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저는 봅니다.

생태계라는 게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전타당성 조사 같은 걸 하면서 보호해야 할 희귀 동식물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건 자연을 너무 모르는,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 지역에는 지하동굴도 많고 희귀 동식물 개체도 많은데, 공항이 들어서고 부대 시설이 생기고 도로포장이 되고 나면 제가 볼 때 제주도의 4분의 1은 망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제주도민과 전 국민이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은 목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
 

▲ 강정 생명 평화 천막미사 서귀포시 강정 해군기지 입구 도로변에서 매일 11시 천막미사가 열리는데(일요일엔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강우일 주교는 매달 1회 천막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이제 긴 인터뷰를 정리할 시간인 것 같다. 시국 상황이 엄중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이즈음 평소 성직자의 사회에 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해 온 강우일 주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하느님의 뜻과 배치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고발하고 비판하고 싸우는 게 성직자의 본질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연관 지어 본다면, 성직자의 본질에 비춰볼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구약성서를 보면 예언자들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이 세상이 잘못돼 가고 있을 때, 권력자들이 잘못했을 때, 권력자들을 향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현대의 종교인들도 권력자들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이를 비판하는 예언자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왜 성직자들이 조용히 기도나 하지 사회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며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이는 성직자의 핵심적 사명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성직자는 하느님이 손수 다스리는 나라처럼 이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 시대에 힘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씀하시고 또 행동하셨거든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우리의 관심사이고 관여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 특히 가톨릭의 경우 사회교리가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성직자의 사회참여가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가톨릭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에도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있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가톨릭 사제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자들 역시 사회적 관심사를 애써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가족끼리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라질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거든요. 정의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서 유지되는 그런 평화는 깨뜨려야 한다고 봅니다. 예수님도 결국은 제자들에게 버림받으시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아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처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씀까지 하신 걸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제들이 사회정의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교회공동체 안에 다른 의견을 가진 신자들이 있다 보니 자칫 분란이 일어나고 분열되지나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정말 우리가 꼭 해야 할 말은 제때 해야지 어떤 이유로든 침묵하는 것은 목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옛날부터 이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을 보면 대부분 성당에 와서 미사 전례에 참여하거나 무슨 단체에 가입해서 회합을 하는 등의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당 문을 나서면 일반 사회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을 사회문제와 연결해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나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예수님의 관심사였듯이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그 관심을 끄고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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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스라엘 근해에 항모 급파…이·팔 사망자 1100명 넘어

이본영 기자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밝힌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출동시키고 무기 지원에 나섰다. 충돌 이틀째인 8일 밤(현지시각)까지 양쪽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 전단이 이스라엘 근해인 동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항공모함 파견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 군사 지원이 아니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지역 다른 군사 세력의 행동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항모전단 파견은 그동안 소규모 이-팔 분쟁에는 대체로 개입하지 않은 미국이 전면적 충돌이 벌어지자 이스라엘을 확실히 편드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하마스는 공격을 개시하면서 다른 아랍 세력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세력도 이익을 얻기 위해 이번 공격을 이용할 때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떤 이스라엘의 적이라도 이번 상황을 이익을 얻는 데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주로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힌다.

 

 

이란은 하마스에 대한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란 관영 아이아르엔에이(IRNA) 통신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들와 통화해 팔레스타인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탄약과 장비 등 무기 지원에도 나섰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군에 대한 추가 원조가 전달되는 도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의 위협 증대를 이유로 중동 지역 미군기지들에 전투기 배치를 늘려왔다.

 

 

이런 가운데 충돌 이틀 만에 양쪽 사망자는 11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자국 사망자가 700명까지 늘고 부상자는 224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413명이 숨지고 23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민간 구호 단체는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있는 사막 지역에서 유대교 축일을 맞아 음악 축제에 참가했던 이들 중 260명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침 이곳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고 참가자들 일부를 납치했다. 단일 장소에서 벌어진 이런 학살 규모가 사실일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이-팔 분쟁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집단 학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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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친일파, 한글을 모독한 대표적 문인

[김종성의 히,스토리] 친일파의 재산 - 김용제

23.10.08 17:46최종 업데이트 23.10.08 17:46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고 말했다. 이 나랏말쌈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당연히 달랐지만, 일본제국주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강요했다. 그들의 용어로 하면 '국어 상용화' 정책을 강제한 것이다.

일제가 한국의 말과 글을 억압한 1차적 의도는 징병제에 있었다. 한국인을 일본 군인으로 만들려면 한국어부터 없애야 한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2019년에 <일본문화학보> 제83집에 수록된 송숙정 중원대 연구교수의 논문 '일본이 식민지에서 자행한 국어 상용화 정책에 관한 일고찰'에 조선총독부의 1942년 자료인 <극비 조선인 징집에 관한 조사>가 인용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징병제 실시 계획이 발표된 1942년에 한국인 징병 적령자 21만 4229명 중에서 일본어를 해득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24%인 5만 1959명이었다.
외국 지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징세 대상자는 언어가 달라도 무방하지만 징병 대상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지휘관의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병사들 간에도 전우애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 청년들을 일본 군인으로 개조하기 힘들다는 게 일본의 판단이었다. 1942년에 국어 상용화 정책이 조선에서 실시된 데는 그런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친일파들은 그 정책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어 상용화 정책은 총독부 단독으로는 관철되기 힘들었다. 한국어 사용자들을 일어 사용자로 만드는 일이었으므로, 두 언어에 모두 능한 친일파들이 앞장서야 정책이 수월하게 성사될 수 있었다.

이 일에 앞장선 대표적 친일파가 김용제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가 얼마나 많은 친일을 했는가는 페이지 숫자로도 증명된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 제4-3권 김용제 편과 <친일인명사전> 제1권 김용제 편의 분량은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위 보고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에게 1인당 평균 20쪽 미만의 분량을 할애한다. 그런데 김용제 편에는 62페이지가 할당됐다.

전 3권으로 구성된 <친일인명사전>은 친일파 4389명에게 1인당 0.63쪽을 할애한다. 그런데 김용제에게는 6쪽이 배당됐다. 이 정도면 김용제가 범상치 않은 친일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가 얼마나 '애국자'이며 얼마나 '국어'를 사랑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나랏말쌈은 '듕귁'뿐 아니라 '조센'과도 달랐던 것이다.

일본어 상용화의 대표적 인물
 

▲ 1943년 3월 21일 자 <매일신보> 기사 '반도 문단의 영예인 총독의 국어문학상 - 김촌용제씨의 <아세아 시집>으로 결정 추천' ⓒ 국립중앙도서관


김용제(金龍濟)가 일본어 상용화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은 이 분야 최초의 총독상 수상자라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1943년 3월 2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반도 문단의 영예인 총독의 국어문학상 - 김촌용제(金村龍濟) 씨의 <아세아 시집>으로 결정 추천'이라는 기사는 그가 제1회 국어문예총독상 수상자임을 알려준다.

한국 친일파 연구의 토대를 닦은 역사학자 임종국은 한일협정 이듬해인 1966년에 펴낸 <친일문학론>에서 "국어문예총독상은 반도 문예의 건전한 발전과 반도 문단의 국어화 촉진을 목적"으로 했다고 소개하는 한편, 김용제가 제1회 상을 받은 것은 "작품의 내용이 타는 듯한 일본 정신에 의하여 일관되었을 뿐 아니라 원숙한 문학적 형식"을 갖췄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제 강점 1년 전인 1909년 2월 3일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김용제는 10대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친일인명사전>은 청주중에 입학한 그가 "1927년 부친의 파산으로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할 때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면서 "단신으로 도쿄에 도착했다"고 기술한다.

그는 의지만 강했던 게 아니라 의식도 건전했다. 전 세계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배달 일 등을 하며 고학을 하다가 1929년에 주오대학 법과에 입학한 뒤 곧바로 중퇴한 그는 문학적 재능을 제국주의 비판에 활용했다.

21세 때인 1930년에 일본 좌파 문예지인 <신흥시인>을 통해 등단한 그는 동년 9월 창립된 일본 프롤레타리아시인회 간사가 되고 1931년에는 전일본무산자예술연맹과 일본프롤레타리아문화연맹(KOPF)에 가입했다.

이런 좌파 활동은 그에게 고초를 안겼다. 1932년 6월에 체포돼 1936년 3월에 출소했고, 동년 10월 다시 체포됐다가 11월에 불기소처분을 받고 석방됐다. 28세 때인 1937년, 결국 그는 조선으로 강제 송환됐다.

5년간의 고초는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귀국 이듬해인 1938년 7월, 그는 일본 군국주의 단체인 동아연맹의 간사가 됐다. 군국주의 단체의 회원도 아니고 간사가 된 것은 이 시기의 그가 일본이 볼 때 믿음직한 인물이 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친일파로 변신한 김용제는 주특기인 문학뿐 아니라 강연과 시낭송회 등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일본이 중일전쟁을 도발한 1937년 이후에 친일파가 됐으니, 이런 활동은 대륙침략을 응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는 "학병·징병을 선동·찬양",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선동", "대동아문화 수립에 진력"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다.

한국어와 한글을 모독한 대표적 친일 문인
 

▲ 1994년 6월 23일 자 <동아일보> 기사 '시인 김용제씨 별세'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그가 일본에 충성하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짜냈는지는 그의 작품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1943년 8월에 발표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란 시에서는 일본군에 끌려가는 청년들을 묘사하면서 "기쁜 눈물에 말이 많지 않았다/ '간다! 갑니다' 하고만/ '갔다 온다'곤 하지 않았다"라고 읊었다. 끌려가는 한국 청년들이 "갔다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지 않고 그냥 "가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는 작품이다. 그런 식으로 강제징병 대상자들에게 메시지를 암시했던 것이다.

1942년 2월에 발표한 '소부(少婦)에게'란 시에는 "남편이 총 잡으면 슬픔 없이 환송을 노래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끌려가는 남편들뿐 아니라 배웅하는 젊은 아내들의 의식에까지 군국주의 충성심을 퍼트리려는 의도를 갖고 시를 썼던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문인들과 달리 친일 조직의 실무자로도 왕성하게 활약했다. 국민문화연구소 이사 겸 출판부장, 동양지광사 사업부장·편집부장, 조선문인협회 상무, 총독부 학무국 파견원 등등의 경력을 남겼다. 일본을 위해 글도 많이 쓰고 각종 단체의 실무도 왕성하게 처리했으니, 친일 재산도 그만큼 축적했으리라 볼 수 있다. 고학 시절의 생활력이 친일에도 반영된 것이다.

김용제가 일본어 상용화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어학 및 문학적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학하면서 일본 유학을 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자신도 1943년 3월 21일 자 <매일신보>에 실린 국어문예총독상 수상 소감에서 "처음부터 국어로 문학을 시작한 동경 시절 이래 15년 동안"을 언급하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그의 청년기 고생은 일본의 세계침략을 위해 활용된 셈이다.

그의 해방 이후 행적은 충성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친일인명사전>은 그가 1949년에 친일청산 기관인 국회 반민특위에 구속됐다가 기소유예로 풀려난 일을 설명한 직후에 "1951년 6·25전쟁 중 김해에서 미군 정보기관에 초빙되어 서울로 와서 심리작전·흑색선전의 책임자로 참전했다고 하나 확인되지 않는다"고 서술한다. 일제의 심리전·선전전 기술자였던 그가 미군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명이다.

그 역시 자신의 친일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1978년 8월 <한국문학>에 발표한 산문 '고백적 친일문학론'과 1993년 8월 일본의 시문학 동인지인 <자오선>에 발표한 소설 형식의 수기 <환상>을 통해 자신의 친일은 항일 지하운동을 위한 위장 친일이었다고 강변했으나, 본인의 주장일 뿐 객관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친일인명사전>은 알려준다.

김용제가 세상을 떠난 것은 85세 때인 1994년 6월 22일이다. 일본어 상용화에 협력하면서 동족을 징용·징병 등으로 내몬 반민족행위자였지만, 다음날 발행된 <동아일보> 기사 '시인 김용제 씨 별세'는 "김씨는 민족시·서정시에 주력"했다고 호평했고, 같은 제목으로 같은 날 발행된 <조선일보> 기사는 "김씨는 일제하에 민족시 서정시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어와 한글을 모독한 대표적인 친일 문인이 그런 평가를 받으며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1990년대 중반에 그렇게 죽었다. 동료 문인들이 그의 친일을 적극 비판했다면, 해방 50년이 다 되는 시점에 그런 보도가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 문학계의 친일청산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김용제의 죽음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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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금 사재기와 가격 폭등이 시작됐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0/09 10:22
  • 수정일
    2023/10/09 10: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함께 사는 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③

박현철 <함께사는길> 편집주간  |  기사입력 2023.10.09. 09:05:33

 

#소금과 불안

 

사재기는 필요한 물품의 품질과 공급 안전성이 불안할 때 이에 대처하려는 행위이다. 불안의 회피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정당하긴 힘든 행태이다. 똑같이 필요한 걸 누군가 더 많이 갖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덜 갖거나 못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재기 상품의 최초 판매자, 유통업자, 소비자는 그래서 모두 윤리의 시비에 걸리고 매점매석으로 가격체계를 교란해 이득을 얻은 자들은 법의 징계를 받는다. 만약 사재기를 불러온 불안이 미지와 무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불안을 불러온 대상과 사건을 적절하게 통제하거나 차단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온 거라면 그 생각은 불안이 아니라 불신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최종 결정한 뒤 시작된 소금 사재기는 산지와 매대에서 품절과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대형마트 등 시중 판매처의 일반 소비자들의 사재기로 인한 소금 판매량 폭증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 해역에 흘러와 천일염도 오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라 해석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시중 유통판매처들은 물론 장기 계약 생산과 정가 판매제도 덕분에 사재기와 비교적 무관한 소비 양상을 보여온 생협의 소금 판매량도 급증했다. 

 

두레생협연합회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의 소금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2년 동일 기간 판매된 천일염 생활재가 2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2종으로 늘어났다. 이 중 연합회가 공급한 천일염은 7종이고 연합회에 소속된 단위 생협들이 회원들의 요구로 독자 공급한 것이 5종이나 된다.

 

"두레는 국가 기준(세슘, 요오드)보다 10배나 엄격한 방사능 오염기준을 두고 매월 5회씩 공급 수산물 생활재의 샘플검사를 해왔잖아요.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와 신뢰도 높았구요. 그런데도 조합원들의 소금 구입 증가세가 계속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두레생협연합회의 유경숙 국장은 장기 계약 재배(생산)와 정가 판매에 익숙한 조합원들이 생활재의 공급량 부족이나 가격 폭등 등 일반적인 사재기 이유에 비교적 무관심하지만 '식품안전'에 대해 가치 부여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협 회원들의 소금 구입 증가는 그들이 식품오염에 대해 더 예민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인 동시에, 식품 행정에 대해 더 비판적인 소비자라는 점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컨대 생협 소비자들의 소금 사재기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불안'에 더해, 이 해양생태계 테러에 대해 우리 정부와 사회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불신'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소금 사재기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서 비롯된 불안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일종의 사회심리적 드라마이다. 

 

 

 

#먹어도 돼?

"그러니까 후쿠시마 8개 현 이외의 산지에서 나온 일본산 수산물은 먹어도 되는가, 또 국산 수산물은 안심할 수 있나?"가 당장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인데 답이 있겠느냐고 해양생물학자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안양대 교수)에게 물었다. 류 위원장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문제는 그런 선택에 안전성을 부여할 사회적 기준과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라고 답했다. 안전하니 소비하라는 정부의 안전성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 근거는 이른바 과학적 희석의 논리다. 그리고 이 논리의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낸 보고서('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ETY REVIEW OF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2023.7.4.)이다. 보고서의 결론은 '방류되는 오염수는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니 안전'하다는 것이다. 

 

"IAEA 보고서에 방사능영향평가(RIA)를 한 부분이 있어요. 넙치나 갈조류(미역 등) 같은 후쿠시마 대표 수산물 4개 종이 피폭됐을 때 어떤 농도에서 죽고 사는가를 평가했어요. 방사능 영향은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방사선이 외부에서 조사될 때의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능 입자가 섭식 등에 의해 인체에 들어왔을 때의 영향, 그러니까 내부피폭이죠. 보고서는 그중 희석수에 의한 방사선 외부 조사 시의 경우만 평가했어요. 그러니 방사선 피폭 영향이 별로 없는 거죠. 더 중요한 오염 어종의 섭식에 의한 영향평가는 평가법 자체도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류 위원장은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들어와 한국 서남해를 오염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생물농축에 의한 피해조차 IAEA 보고서처럼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보고서의 방사능 영향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C-14가 있다. 세슘이나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자주 얘기가 되지만 생물 농축에 의한 위험성을 생각하면 IAEA 보고서가 C-14의 위험성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는 생명체를 형성하는 기본원소에요. 그래서 먹이사슬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원소죠. 탄소계 방사성동위원소인 C-14는 자연 상태에서는 아주 소량만 존재해요. 그런데 이 물질이 후쿠시마 오염수 속에는 이 물질이 자연상태보다 다량 존재하지만 ALPS로 못 거르고 그냥 방류되죠. 결국 얼마나 방류되느냐가 문제인데 IAEA 보고서의 발생량 평가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아요." 

 

보고서의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현재 대기 중에 존재하는 C-14의 방사능 양이 1페타베크렐(1000테라베크렐)이다. 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매년 2기가베크렐의 C-14가 바다로 방출되는데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존재하는 1페타베크렐의 50만분의 1에 해당한다. 

-IAEA보고서 26p. 

*1015(페타, peta), 1012(테라, tera), 109(기가, giga)" 

 

지구 전체 표면적에 비해 후쿠시마 앞바다 면적은 매우 작다. 보고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발생량만 비교했다. 후쿠시마 앞바다 면적은 지구 전역의 50만분의 1보다 작다. 결국 후쿠시마 앞바다는 C-14가 높은 농도로 농축되어 먹이사슬에 영향을 주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30년 동안,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보다 오래! 결국, 지구 전역 vs 후쿠시마 앞바다의 C-14 발생량 단순 비교는 C-14 오염 심각성을 가리기 위한 의도된 실수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종합하면 IAEA 보고서는 한계가 명확하고 이를 근거로 안전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생물농축의 위험성의 경우에는 평가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수산물 안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감시밖에 답이 없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9월 22일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을 찾아 수산물 방사능 측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수산물 안전 시스템 

 

"현재 우리나라 수산물 검역시스템이 방사능 위험을 걸러낼 정도는 아닙니다. 방사능 계측기 조사에 의한 검사는 거의 의미가 없고, 수입 컨테이너가 들어오면 거기서 샘플을 뽑아 연구소로 가져가 방사능 조직검사를 해봐야 해요. 근데 그걸 얼마나 자주 하겠어요. 샘플 수도 조사빈도도 아쉽고 안타깝죠. 다른 수산물 안전시스템을 고안해야 해요."

 

류 위원장은 '시군 단위 기초지자체 단위로 지역별 수산시장을 2개 이상 선정, 소비가 많은 어종을 구입해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방사능 검사를 매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전제 아래, 실생활 소비 수산물을 선정해 구입하고 연구소에 전달하는 것은 NGO의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니 제안대로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회피력이 증대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대처 비용과 수산물 시장의 교란 손실 비용을 생각하면 이 시스템 구축 비용은 전혀 크지 않다.

 

이 제안의 속뜻은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 시비는 모두 괴담이라고 몰아붙이고 야당이 정부를 비난하고 국민은 불안해서 사재기에 나서거나 아예 수산물 소비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있는 지금은 어부, 수산물 상인, 요식업자,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는 불신의 구조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두레생협연합회는 지난 7월부터 소금과 어류를 비롯해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샘플 검사를 기존 월 5회에서 20회로 늘렸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불러온 수산물 불신과 장기적인 소비 저하로 피해를 볼 생산자를 지키고 소비자 조합원들의 안전한 식탁을 지키기 위해서다. 더 많은 조사와 더 투명한 결과 공개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시대를 헤쳐갈 식탁 안전의 길이다. 정부가 보여주는 '나 빼고 다 괴담!'이라는 입장과 태도는 국민들에게 정부를 괴담으로 여기는 사태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진행한 국민여론조사(8.29~30.)에서 77.7%의 응답자가 '한국 정부는 사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찬성한 것'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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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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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대통령 회식비 감추려고 변호사 수임료 지출?

지난 4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회식을 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 커
뮤니티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올해 4월 6일 대통령이 부산에 가서 했던 ‘해운대 횟집 회식’ 사건이다. 그 당시에 많이 지적됐던 것처럼, 대통령이 경호상 우려까지 낳으면서 굳이 그 횟집에 가서 회식한 것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날 회식비용으로 얼마를 썼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 회식이 끝나고 횟집에서 대통령 일행이 나오는 사진이 인터넷과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해명하면서, ‘공식 일정이고, 회식비용은 대통령실에서 결제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회식비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식비를 얼마 썼는지가 국가안보 사항?


그래서 필자는 현재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하고 있다. 필자는 회식 다음 날 언론보도를 보고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대통령비서실이 5월 4일 비공개 결정 통지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5월 7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고, 첫 번째 변론기일이 10월 12일로 잡혀 있다.

소송의 취지는 간단하다. 필자가 공개청구해서 소송을 하고 있는 정보는 “회식비용의 액수 및 지출주체, 지출원천(대통령비서실의 예산으로 지출한 것인지)”이다. 이처럼 단 한 가지 정보만 공개하라는 것이므로, 쟁점이 매우 단순한 소송이다.

회식비 공개를 요구하는 재판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내용을 담은 소송위임장 ⓒ하승수 제공

대통령비서실이 애초에 정보비 공개 결정을 하면서 제시한 비공개 사유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의 사유였다. 이 사유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회식비가 국가안전 보장에 관한 사항이라는 얘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회식이 있었던 점은 확인된 사실이고, 참석자들의 명단까지 밝혀진 상황이다.

이처럼 이미 회식을 한 사실과 참석자가 공개된 상황에서 회식비용과 관련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국가안전 보장에 지장이 초래될 리가 없다. 또한, 대통령의 회식비가 공개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고, 국정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회식비 숨기려고 변호사 수임료 지출?


그런데 10월 12일 첫 번째 변론기일을 앞둔 오늘까지도, 대통령비서실은 소장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비공개 사유에 대한 주장·입증 책임이 피고인 행정관청에게 있다. 즉 대통령비서실이 비공개 사유를 주장·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해운대 횟집 회식비’가 왜 비공개돼야 하는 정보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주장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호사 선임만 했다.

회식비를 얼마 썼는지를 감추려고 국민 세금으로 변호사 수임료까지 지급한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이 변호사 수임료를 얼마나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식대와 영화관람료 공개하라는 판결도 나와


필자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 한국납세자연맹이 진행 중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이미 내려졌다. 이 단체가 공개청구한 정보 중에는 2022년 5월 13일 청담동 식당에서 대통령이 사용한 식대와 대통령 부부가 6월 12일 사용한 영화관람료가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2021년 7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2021.07.27. (부산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그리고 지난 9월 1일에 나온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대통령 내외의 저녁식사 비용으로 지출된 금액과 영수증 등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도 타당하고, 상식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이 1심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했고, 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하면서까지 끝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수 감소로 국가재정이 어려운데,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이 자신이 사용한 식사비용, 회식비용을 감추려고 변호사 수임료를 낭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염치없다’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생각나는 표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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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두만강,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개벽예감 558] 굽이치는 두만강,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0/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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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추태 부린 미 제국

2. 유엔안보리에서 추태 부린 미 제국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키는 두만강역

4. 그 많은 철제짐함에 무슨 화물이 들어있을까? 

5. 대규모 핵동력발전소 건설하려는 조선 

6. 포탄과 핵물질 맞바꾸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1.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추태 부린 미 제국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150개 회원국 대표단 2,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 제67차 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회의 마지막 날 미 제국이 추태를 부렸다. 그날 미 제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공동결의안을 총회에 상정함으로써 조선[북한]을 자극했다. 공동결의안에 담긴 내용은, 조선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검증할 수 있게, 불가역적으로 해체하고, 모든 핵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미 제국은 “포괄적이고(comprehensive), 검증할 수 있고(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한반도의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주장하면서 CVID라는 약어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18년부터 “조선의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의 완전하고(complete), 검증할 수 있고(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해체(dismantlement)”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 신조어도 CVID라는 약어로 표기된다. 

 

조선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관계는 20년 전에 완전히 끝났다. 2003년 1월 6일 국제원자력기구 특별이사회가 조선의 핵개발계획을 해명하고 핵동결조치를 원상으로 복구하라고 촉구하는 부당한 결의안을 채택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응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한 조치를 철회함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와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조선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관계가 20년 전에 끝났으므로, 국제원자력기구가 조선의 핵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시비질을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조선이 핵을 폐기할 것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는데, 미 제국은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조선의 핵폐기를 운운하면서 추태를 부렸다. 

 

조선 원자력공업성 대변인은 2023년 10월 2일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9월 29일 국제원자력기구 제67차 회의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공모 하에 반공화국 《결의》가 또 다시 조작되였다”라고 지적하고, “국제기구로서의 초보적인 사명마저 줴버리고(함부로 내버리고 돌아보지 않고) 미국의 어용단체로 완전히 전략된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단호히 규탄 배격”하였다. 

 

미 제국이 국제원자력기구를 앞세워 조선을 자극하고, 비방하고, 모략해온 지난 3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현상이 나타났다. 특별한 현상의 주인공은 로씨야[러시아]다. 2023년 9월 28일 미 제국이 조선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은 완전히, 검증할 수 있게, 불가역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는 공동결의안을 국제원자력기구 총회에 상정했을 때, 로씨야는 그 공동결의안을 가리켜 “쓸모없는 문서이며, 심지어 해로운 문서”라고 맹비난했다. 로씨야가 조선의 핵폐기를 운운하는 미 제국의 추태를 그처럼 직설적인 언사로 비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 유엔안보리에서 추태 부린 미 제국

 

미 제국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추태를 부린 2023년 9월 29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비확산 문제에 관한 협의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비확산(nonproliferation)이라는 개념은 핵보유국이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핵시설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측에서는 비확산이라는 용어를 쓰고, 북측에서는 전파방지라는 용어를 쓴다. 

 

2023년 9월 29일 유엔안보리 비공개 협의가 미 제국의 모략에 의해 진행된 것은 명백하다. 비확산 원칙을 수없이 어겨온 미 제국이 시치미를 뚝 떼고 비확산 문제를 거론한 것은 세인의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은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핵시설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지 않는다. 2022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채택, 발표한 핵무력 정책에 관한 법령 제10항에 비확산 원칙이 명기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를 다른 나라의 령토에 배비하거나 공유하지 않으며 핵무기와 관련기술, 설비, 무기급 핵물질을 이전하지 않는다.”

 

2023년 9월 29일 유엔안보리에서 비확산 문제에 관한 비공개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었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3년 10월 4일 유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미 제국이 조선과 로씨야의 상호협력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미 제국이 조선과 로씨야의 상호협력과 비확산 문제를 서로 결부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은 미 제국이 비확산 원칙을 들고 나와 조선과 로씨야의 핵협력을 반대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비확산 원칙을 어기면서 친미 동맹국들과 다양한 핵협력을 계속해오는 미 제국이 조선과 로씨야의 핵협력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최선희 외무상은 2023년 9월 30일 발표한 담화에서 “9월 29일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이 유엔안전보장리사회 비공개 협상을 소집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성불가침의 헌정활동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를 비난하는 추태를 부리였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불법무도한 행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주권국가의 내정에 대한 로골적인 간섭으로 락인하며 강력히 규탄 배격”하였고, “공평과 공정을 상실한 채 미국에 절대 추종하면서 불법무도한 이중 기준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경종을 울린다”라고 했다. 

 

임천일 외무성 부상은 2023년 10월 1일 담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법무도한 적대감과 간섭기도가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최근 미국은 조로[북러] 두 나라 사이의 선린우호관계 발전을 유엔 《결의 위반》, 《국제법 위반》으로 무근거하게 걸고 들면서 조로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인 듯이 세계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논박하면서, “조로관계에 대한 미국의 악의적인 거부감은 그들이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대결에서 힘과 수가 딸린다는 것을 스스로 들어내 보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키는 두만강역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8월 15일 뿌찐[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조관계가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더욱 승화 발전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는 길이가 17.5km밖에 되지 않는 조선과 로씨야의 두만강 하류 국경선을 넘나들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두만강역에서 로씨야 하싼역까지 이어진 철도의 길이는 약 5km다. 바로 여기서 850개 역을 통과하며 조선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장장 9,288km의 씨비리(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철도가 시작된다. 조선과 로씨야가 맺은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는 세계 최장 철도 위에서 확대될 것이다.  

 

두만강 건너편 로씨야 원동지역은 천연자원의 보고다. 그 지역에는 150억 톤 이상의 석탄, 90억 톤 이상의 원유, 14조㎡의 천연가스, 엄청난 규모의 산림자원, 각종 희귀금속들이 풍부하다. 로씨야에서 생산되는 금의 65%, 연과 아연의 70%, 텅스텐(조선에서는 월프람)과 안티모니(조선에서는 안티몬)의 40%, 수산물의 75%, 통나무의 29%가 원동지역에서 생산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두만강역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로 직통하는 관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3년 5월 말 두만강역 일대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에 길이가 5m인 건물 13동과 길이가 50m인 건물 3동이 두만강역 인근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시공 끝에 완공된 모습이 나타났다. 두만강역에 대규모 물류기지가 건설된 것이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철로는 두만강역 → 물류기지 → 조로 친선각 → 조로 우정의 다리(두만강 철교) → 로씨야 하싼역으로 이어졌다. 

 

2023년 10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3년 9월 22일과 24일에 각각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는데, 두만강역 물류기지에 철제짐함들(containers)이 200m 길이와 300m 길이로 각각 길게 늘어선 모습이 나타났고, 20m 길이의 수송열차 2량과 3량이 철로에서 대기하고 있고 그 옆에 화물들이 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2023년 9월 28일과 10월 1일에도 두만강역 물류기지에 철제짐함들이 늘어서 있었고, 수송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9월 14일에 물류기지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에서는 철제짐함이나 수송열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로씨야 원동지역과 연해주를 차례로 순방하고 귀국한 9월 18일 직후부터 조선과 로씨야의 철도수송 물동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과 로씨야의 육로교역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 제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10월 5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서 두만강역 물류기지에 수송열차 73량이 집결된 모습이 식별되었고, 방수포가 덮여 있는 화물들도 식별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물류수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4. 그 많은 철제짐함에 무슨 화물이 들어있을까?  

 

두만강역 물류기지에 늘어선 수많은 철제짐함에 무슨 화물이 들어있을까? 위성사진을 보아서는 그 안에 무슨 화물이 들어있는지 알기 힘들다. 궁금증이 동한 미 제국은 조선이 엄청난 양의 군수물자를 로씨야에 수출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2023년 9월 13일 로씨야 크레믈리 대통령궁 대변인은 로씨야TV와 대담하면서 로씨야는 군사분야에서 조선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므로, 조선이 군수물자를 로씨야에 수출하고 있다는 미 제국의 추측은 빗나간 것이 아니다.  

 

2023년 10월 5일 미 제국 언론매체 CBS 뉴스(News)는 미 제국 정부 관리가 흘려준 정보를 인용해 조선이 로씨야에 야포(field artillery)를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이 야포를 로씨야에 수출하면, 당연히 포탄도 함께 수출하게 된다. 2023년 9월 18일 로씨야 일간지 프라우다(Pravda) 보도에 의하면, 조선이 로씨야에 포탄 1,000만 발을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1,000만 발인가? 

 

로씨야의 연간 포탄 생산량은 100만 발이므로, 포탄 1,000만 발은 로씨야가 10년 동안 생산하는 엄청난 양이다. 로씨야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개시할 때 로씨야의 포탄 재고량은 1,000만 발 이상이었는데, 1년 넘게 전쟁을 하면서 그 많은 포탄을 전부 쏘았다. 아무리 군사강국이라도, 포탄 소모전이 장기화되면 포탄을 아껴 써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미 제국은 로씨야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 4,300억 달러, 비군사지원 700억 달러를 퍼주고 있다. 미 제국 텔레비전방송 CNN 2023년 10월 4일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9일 이란이 예멘공화국의 안싸룰라(Ansarullah, 후티반군은 잘못된 명칭)에 제공하는 군수물자를 실은 화물선을 불법적으로 나포, 압수한 미 제국은 압수한 탄약 110만 발을 2023년 10월 2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었다고 한다. 미 제국은 압수한 자동보총, 기관총, 반땅크유도미사일, 유탄발사기도 우크라이나에 전부 넘겨주게 된다고 한다. 미 제국은 노략질한 탄약과 무기까지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면서, 조선이 로씨야에 군수물자를 수출하는 것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깡패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은 얼마나 많은 포탄을 로씨야에 보내줄 수 있을까? 조선의 포탄 재고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려준 탈북자가 있다. 조선인민군 제4군단 제26사단 제49포병련대 제3대대 참모장으로 군사복무를 하다가 1997년 9월 군사분계선을 넘은 탈북자 차성주는 2010년 4월 12일 조선일보에 체험담을 털어놓았다.

 

“내가 배치돼 있었던 토미산 기지에는 중대 포진지 바로 옆에 3,000발의 장사정포 및 일반 포탄 창고가 설치돼 있었고, 중대 창고에는 1,000여 발의 예비포탄이 준비돼 있었다. 이어 대대, 연대, 사단, 군단으로 올라가면서 저장된 포탄은 갈수록 많아진다. 근 반세기 동안 쌓아둔 포탄이니 물량쌓기로 일관해온 전쟁준비는 이미 완료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군사복무를 할 때 고위 작전참모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남측 전역에 10cm 두께로 깔아놓을 수 있는 폭약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중략) 오래된 포탄은 창고에서 꺼내 연습용으로 사용됐고, 새로운 포탄들이 포탄창고에 쌓였다. 이는 나라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든 말든 관계없이 진행되는 일이다.”

 

조선인민군에 2,000여 개의 전투중대가 있는데, 1개 전투중대마다 예비포탄 1,000발이 비축되었다면, 전군에 비축된 예비포탄은 총 200만 발에 이른다. 비정규무력인 로농적위군은 예비포탄 100만 발을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은 예비박격포탄 100만 발, 로농적위군은 예비박격포탄 50만 발을 각각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은 예비방사포탄 50만 발, 로농적위군은 예비방사포탄 20만 발을 각각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조선은 포탄 520만 발을 로씨야에 보내줄 수 있다. 미 제국은 우크라이나에 포탄 250만 발을 보내주었다. 

 

▲ 2017년 4월 북한의 합동타격훈련 장면.     

 

2023년 8월 18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각종 무장장비 증산투쟁을 지시했으며, 그에 따라 군수공장들에서 간부, 노동자,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침식을 같이 하면서 공장을 멈추지 않고 2023년 10월 말까지 24시간 만가동하고 있다고 있다. 로씨야에 보내줄 포탄과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70일 투쟁이 조선에서 불철주야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기시장에 형성된 포탄 가격을 보면, 152mm 포탄 한 발은 400달러이고, 102mm 포탄 한 발은 300달러이고, 122mm 방사포탄 한 발은 800달러다. 이 3종 포탄의 평균가는 500달러다. 그러므로 조선이 평균 500달러에 거래되는 포탄 520만 발을 로씨야에 수출하는 경우, 수출총액은 2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과 로씨야의 군사협력은 현금결제 방식이 아니라 물물교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조선이 포탄 520만 발을 로씨야에 보내주는 경우, 로씨야는 그에 상응하는 26억 달러의 물품을 조선에 보내주는 식이다. 

 

 

5. 대규모 핵동력발전소 건설하려는 조선

 

조선에 필요한 것은 전기와 핵물질인데, 전기와 핵물질을 동시에 생산하는 분야가 핵동력공업이다. 그러므로 조선은 로씨야에 필요한 포탄을 주고, 자기의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로씨야의 기술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조선은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로씨야의 기술지원을 받으려고 했었다. 2002년 3월 19일 최태복 당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 대표단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일리야 클레바노브(Ilya L. Klebanov) 당시 산업과학기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로씨야 대표단과 회담했다. 그날 조선이 로씨야에 제안한 쌍무협조의 최우선적 사업은 조선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2018년 3월 21일 조선-로씨야 경제협력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조인된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에 관한 의정서에 가장 먼저 명기된 것도 에너지 분야인데, 에너지 분야의 상호협력에서 중요한 것은 조선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원자력공업을 현대화, 과학화하는 것은 핵물질 생산을 늘이고 제품의 질을 높이며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보다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열쇠”라고 지적하고, “원자력공업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최첨단 과학기술의 토대 우에 확고히 올려 세우며 자립적인 핵동력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긴장한 전력문제도 풀어야 한다”라고 언명하였다.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구상에 따라 원자력공업성 이외에 국가핵동력위원회가 설립되었다. 

 

2021년 1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동력공업 창설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들을” 언급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핵동력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계획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핵동력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계획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동력발전소 건설계획이다. 

 

2022년 4월 29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자력공업성이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 핵리용 권리에 기초해 지난 10년 간 자체의 힘으로 발전시킨 핵동력공업의 과학적 토대 우에서 핵동력발전소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했으며, 김정은 총비서는 핵동력공업 전문가들에게 핵동력발전소를 건설할 후보지를 답사한 뒤 2022년 10월 초까지 대책안을 만들어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은 핵동력발전소 7~8개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핵동력발전소 7~8개를 건설하려면 엄청난 자금, 기술, 자원이 필요하다. 조선은 엄청난 자금, 기술, 자원이 투입될 핵동력발전소 7~8개를 건설하기 위해 로씨야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5년 12월 12일 조선과 로씨야(당시에는 소련)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경제 및 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되는 바람에 무효화되었지만, 이제 소련의 계승국인 로씨야가 그 협정을 복원할 때가 왔다. 

 

38년 전에 체결된 협정에 의하면, 조선과 소련은 상호협력하여 함경남도 신포에 핵동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440메가와트급 원자로 4기를 그 발전소에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녕변핵단지에 있는 원자로는 5메가와트급이다. 

 

그런데 지금 조선은 핵동력발전소 7~8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1개 핵동력발전소마다 원자로를 4기씩 건설하면, 7~8개 핵동력발전소에 원자로 30여 기가 건설되는 것이다. 조선의 핵동력발전소 건설은 조선과 로씨야가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추진력이다.  

 

 

6. 포탄과 핵물질 맞바꾸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9월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 연설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현 단계의 투쟁강령 실현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잠시도 멈춤 없이 추진시켜야 할 중대과제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급속히 강화하는 것”이므로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이고 핵타격수단들의 다종화를 실현하며 여러 군종들에 실전배비하는 사업을 강력히 실행해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였다고 한다. 

 

조선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려면, 핵탄두에 들어가는 플루토늄과 트리튬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해야 하는데, 플루토늄과 트리튬은 핵동력발전소를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핵물질들이다. 그러므로 조선에서 핵동력발전소 건설은 전력 문제와 핵물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확실한 방도다. 

 

그런데 지금 조선의 플루토늄 생산량은 제한적이다. 녕변핵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에서 핵연료봉들을 꺼내 재처리하면, 고순도 플루토늄을 연간 약 20kg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수준의 플루토늄 생산량으로는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지 못한다.  

 

다른 한편, 핵동력발전소는 플루토늄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핵동력발전소 건설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조선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조선의 비상한 대책은 로씨야에서 핵물질을 수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로씨야에서 핵물질을 수입하고, 로씨야는 조선에서 포탄을 수입하는 반제공동전선의 군사협력이 실행되는 것이다. 포탄과 핵물질을 맞바꾸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바로 이것이 조선과 로씨야가 반제공동전선을 급속히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비확산 원칙은 지난날 미 제국과 소련의 핵거래에 의해 깨졌고, 미 제국과 영국의 핵협력에 의해 깨졌고,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핵협력에 의해 깨졌다. 비확산 원칙을 깨뜨려버린 미 제국, 영국, 프랑스는 조선과 로씨야에 비확산 원칙을 지키라고 말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   

 

조선에는 포탄이 남아돌고, 로씨야에는 핵물질이 남아돈다. 지난 시기 소련의 플루토늄 재고량은 125,000kg이었고, 고농축 우라늄 재고량은 1,400,000kg이었다. 미 제국은 소련에서 남아도는 고농축 우라늄 500,000kg을 수입하였다. 

 

지금 로씨야에는 과잉생산된 무기급 핵물질이 쌓여 있다. 그러므로 조선과 로씨야가 포탄과 핵물질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맞바꾸면 두 나라의 공동이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로씨야에서 핵물질을 다량 수입하여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는 조선, 그리고 조선에서 포탄을 다량 수입하여 압도적인 포병전을 전개하는 로씨야, 바로 이것이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이다. 

 

지난 날 미 제국이 소련으로부터 무기급 핵물질을 다량 수입했던 것처럼, 조선은 로씨야로부터 무기급 핵물질을 다량 수입할 것이다. 두만강 철교 위에 수송열차의 동음이 울린다. 햇빛 비치는 낮에도 울리고, 달빛 내리는 밤에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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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 계속할 것" 대장동 재판 출석 이재명, 검찰은 '백현동' 카드 만지작

구속 피했지만 '사법 리스크' 엄연…檢, '文정부 통계조작' 수사도 착수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3.10.08. 05:00:33

 

백현동·대북송금 사건 혐의 관련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해 "말이 되는 소리냐"며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이 대표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측근 인사인 정진상 전 정무실장과 악수·포옹을 나누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언행에서는 이처럼 당당함과 자신감이 묻어났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재판 출석은 그와 민주당이 마주한 '사법 리스크'라는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 면도 있다.

 

이재명 "검찰, 수백 번 압수수색…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할 것"

 

이 대표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 세력인 민간 사업자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하나도 들어준 바가 없다"며 자신의 혐의에 대해 "상식적 입장에서 말이 되는 소리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을 보면 제가 그들(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자기들끼리 스스로 이야기를 한다"며 "그들과 유착됐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하면 되지, 이렇게 공개 입찰을 거치겠느냐"고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특히 "검찰이 그런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제가 무슨 유착을 했다는 건지 피고인 입장을 떠나서 모멸감을 느낀다"면서 "저에 대한 수사는 검사를 수십 명 투입해 수백 번 압수수색을 하는 등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또 할 것이고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나"라고 검찰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함께 기소돼 같은 법정에 앉은 최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법원에 '신체 접촉 허가'를 요청해 받아내고는 정 전 실장의 등을 두드리며 포옹·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만 법원 출석 전후 취재진과 지지자들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 대표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은 이날 법정에서 24일간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한 상태인 이 대표의 건상 상태를 두고 "근육이 많이 손실돼 앉아있기도 힘든 상황"(변호인 측), "이미 기일이 한 번 연기됐고 영장심사 때도 의료진이 대기해 심문이 이뤄졌다. SNS 등 활동하는 것을 봐서는 재판을 진행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검찰 측)라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백현동 등 기소 검토 중…오래 안 걸릴 것"

이 대표의 법원 출석은 그가 단식투쟁 중이던 지난달 18일 녹색병원에 입원한 이래 두 번째 '외출'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한 차례 병원 밖을 나섰다.

당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이 대표는 정치적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했다는 평가다. 지도부 재편 등 과정을 거치며 당에 대한 이 대표의 장악력이 더 높아졌고,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의 공세 또한 수그러든 상태다. 최소한 정기국회 때까지, 멀리는 총선 때까지 '이재명의 민주당'이 지속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 대표가 법원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하는 등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는 별개로, 그의 재판 출석은 그 자체로 이 대표와 민주당 앞에 놓인 '사법 리스크'라는 전장이 여전함을 상기시킨다.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한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 전략 수립 등 당무 전반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 주 1~2회 법원에 출석하며 재판을 치러야 하는 현실적 부담은 변치 않았기 때문. 

 

또한 법원이 일부 사건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릴 경우 '사법 리스크'가 또다시 민주당을 덮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지난 5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원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앞서도 "검찰 리스크는 상당히 잦아들 것이지만 법원 리스크가 앞으로 나올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는 총선 전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9.27, MBC 라디오 인터뷰)라고 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백현동·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제반 증거자료 등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기소 여부와 범위, 시기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지난 5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나 영장 재청구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사안이라 그렇게 오랫동안 검토하겠다고 답변드리진 않을 것"이라고 빠른 판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검찰 수사는 이 대표뿐 아니라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이뤄지는 등 야권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대전지검은 지난 5~6일 이틀간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감사원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인 등 전 정부 고위직 22명을 수사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대상자들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통계법 위반 등 혐의를 두고 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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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윤석열 탄핵’ 기세충천한 촛불시민들

 

[종합] ‘윤석열 탄핵’ 기세충천한 촛불시민들

 

특별취재단 | 기사입력 2023/10/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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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경환, 박명훈 기자

사진: 김영란 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연인원 1만 5,000여 명의 촛불시민들이 2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59차 촛불대행진’이 열린 서울시청 근처를 메웠다.

 

이날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촛불시민들의 열기는 시종일관 뜨거웠다.

 

  © 이인선 객원기자

 

주한 일본 대사관 방향으로 진행된 행진에서도 시민들의 기세가 높았다. 길을 지나는 시민들도 힘찬 응원을 보냈다.  

 

촛불시민들은 다음 주에도 함께할 것을 기약하며 촛불대행진을 마쳤다.

 

 

[1보: 19시 30분] “모든 정치인은 탄핵에 동참할지 여부 결정하라”…59차 촛불문화제 열려

 

 

추석 연휴를 보내고 2주 만에 촛불대행진이 촛불행동 주최로 7일 오후 6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10월 촛불문화제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59차 촛불대행진’에는 여전히 시작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집회 시작을 기다렸다. 

 

5시 45분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이 현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폐간 춘천 마라톤대회를 홍보하러 온 시민은 “조선일보에서 10월 29일 일요일 춘천에서 국제 마라톤대회를 한다. 거기에 맞서서 우리는 조선일보 폐간을 위한 춘천 마라톤대회를 같은 날 개최한다”라면서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 퍼레이드 축제식으로 하니 늦게 와도 된다. 걸어도 되고 뛰어도 된다. 문화 공연도 하고 잔치국수도 있고 선물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 김영란 기자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동포는 “독일에서 토요일마다 보고 있다. 이렇게 오게 돼서 아주 감동이고 여러분께 너무 감사한다. 우리 진짜 반드시 이 정권을 무너뜨리자. 함부르크에서도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 독일에서 온 동포.  © 김영란 기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온 동포는 “필라델피아 교민들이 매주 일요일 4시에 윤석열 탄핵 집회를 하고 있다”라면서 “미국 교포들은 대통령이 오면 미우나 고우나 환영 행사를 했다. 그런데 윤석열 때는 유일하게 가는 곳마다 반대 집회를 했다. 이걸 보면서 정말 아직 한국은 살아있다(고 느꼈다)”라고 하였다. 

 

 ▲ 미국에서 온 동포.  © 김영란 기자

 

서울남부촛불행동 대표는 “매주 목요일 서울 관악·동작·구로·금천에서 윤석열 탄핵 서명을 하고 있다. 지역 촛불에 많은 참여 부탁한다”라고 하였다. 

 

6시가 되자 사회자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가 집회 시작을 알리며 이날 중심 구호를 외쳤다. 

 

“핵오염수 투기 공범 윤석열을 탄핵하라!”

“해병대 수사외압 윤석열을 탄핵하라!”

“도로 조작 국정농단 윤석열을 탄핵하라!”

“강제징용 판결 부정 윤석열을 탄핵하라!”

“평화 파괴 전쟁 조장 윤석열을 탄핵하라!”

“민심을 거역한 검찰 독재 부역자들 청산하자!”

 

촛불대행진에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참가해 온 석영식 씨의 사연을 담은 영상이 무대에 올랐다. 

 

촛불행동 측은 앞으로 촛불시민의 감동 사연을 영상으로 하나씩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시 넘어서도 시민들이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부모 또는 손자와 함께 속속 모였다. 

 

이날 촛불문화제 노래 경연에는 세 팀이 참가했다. 

 

서민보급형 가수 김롹커(김은국) 씨는 김아중의 「Maria(마리아)」를 개사한 「탄핵해」를 불렀다. 

 

 ▲ 김롹커(김은국) 씨.  © 김영란 기자

 

노동자촛불행동 대표 김수근 씨가 드렁큰 타이거의 「Monster(몬스터)」를 개사한 「발라버려」를 부르자 촛불시민들이 후렴을 신나게 따라 했다. 

 

 ▲ 김수근 대표.  © 김영란 기자

 

남양주에서 ‘돋보이고’ 싶어 참석한 ‘부부탄핵단’이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개사한 「함께 가자, 탄핵」을 불렀다. 

 

 ▲ 부부탄핵단.  © 김영란 기자

 

군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받는다는 유기원 씨는 “용산에서는 일본 수산물을 우리들 아이 급식에, 국군 장병 그리고 회사 직원 식당에 왕창 넣어 소비하라고 벌써 오더가 떨어졌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 점심 도시락과 남편 도시락을 아침마다 싸야 하는 그런 일이 곧 닥칠 것 같은데 우리 엄마들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 유기원 씨.  © 김영란 기자

 

그러면서 “이명박 때의 소고기 파동을 우리가 막았다. 이번 후쿠시마도 우리들이 꼭 막아야 한다”라며 “오염수를 막아내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윤석열을 탄핵하면 된다. 딱 두 달만 백오십만 시민들이 촛불로 뭉쳐서 탄핵을 외치자”라고 호소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는 조안정은 씨는 김종민, 이상민, 설훈 의원 등을 더불어민주당 내 ‘수박 의원’으로 지칭하면서 “자기 당 대표를 검찰 독재 아가리에 처넣으려고 온갖 발악을 해댔다. 그러다가 자기들이 기대했던 구속 영장이 기각되니까 반성은커녕 궤변만 늘어놓고 있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 조안정은 씨.  © 김영란 기자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의 뜻은 명확하다. 윤석열 독재 정권과의 싸움을 교란하는 자, 검찰 독재 부역자, 하수인 노릇을 하는 자들을 우리 촛불 국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호하게,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라고 주장해 촛불 시민의 큰 호응을 받았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질질 끌었던 판결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남북 간 협력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제7조는 합헌, 남북 간 전쟁을 막자는 대북 전단 금지법은 위헌이란다. 앞으로 통일은 입에 담지도 말라는 것이고 대북 전단을 마구 뿌려서 전쟁 분위기를 만들고 그 핑계로 공안 통치를 하겠다는 심산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 김은진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정치인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할 것인지 불참할 것인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심각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10월 21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은 범국민 항쟁의 포문을 여는 날”이라며 많은 참가를 호소했다. 

 

‘노래로 물들다’가 「이게 나라냐 ㅅㅂ 2」, 「못 살겠다 내려가」,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불렀다. 

 

 ▲ 노래로 물들다.  © 김영란 기자

 

이날 강서구청장 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작년 지방선거를 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이 난 시민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2보: 오후 9시 10분] “촛불 들기 딱 좋은 날, 윤석열 탄핵!”

 

 

촛불대열은 본대회를 마치고 주한 일본 대사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에는 막 걷기 시작한 아기와 초등학생부터 젊은 세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다. 

 

방송 차량 사회를 맡은 극단 ‘경험과 상상’의 배우 변은혜 씨는 “추석 연휴로 한 주 집회가 없다 보니까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으셨나”라면서 “윤석열 탄핵을 위해 달려가자”라고 외쳤다.

 

이에 시민들은 “네!”라고 힘차게 외치며 “윤석열 탄핵” 구호를 힘차게 연호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한일전이 결승전으로 열린 이날 “오늘 축구 한일전도, 매주 토요일 윤석열과의 촛불 한일전도 반드시 이기자. 친일 매국 역적 윤석열을 탄핵하자”라는 발언이 서울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촛불 들기 딱 좋은 날”, “시민 여러분 날씨 좋습니다. 범국민 항쟁 함께해요” 등의 발언도 이어졌고 시민들이 큰 호응을 보냈다.

 

촛불대열을 촬영하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팔을 들어 보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근처를 지나는 버스와 택시,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촛불대열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시청 근처 본무대로 돌아온 촛불대열은 다음 주에도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 촛불대행진을 마쳤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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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이 정확하게 기록되는 역사가 만들어지길”

‘통일열사 이재문 42주기 및 남민전 동지 합동추모제’ 열려

  • 기자명 김익흥 기자 
  •  
  •  입력 2023.10.07 20:41
  •  
  •  수정 2023.10.07 22:23
  •  
  •  댓글 0
 

“일상생활에서 그는 /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혁명가로서 자기 신분을 잊은 적 없었다.“
(전사 I - 김남주)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한 ‘통일열사 이재문 42주기 및 남민전 동지 합동추모제’가 7일 정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한 ‘통일열사 이재문 42주기 및 남민전 동지 합동추모제’가 7일 정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한 ‘통일열사 이재문 42주기 및 남민전 동지 합동추모제’가 7일 정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남민전 생존 동지들과 추모인사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이하 남민전)’ 서기 이재문 선생과 남민전 중앙위원 신향식, 김병권 선생을 비롯해 이해경, 박석률, 김희상, 김충희 선생의 묘역이 자리잡고 있다.

남민전을 이끈 고 이재문 선생(1934-1981)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수배자로 1976년 남민전을 결성해 서기를 맡았고, 1979년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옥중 단식과 고문으로 1981년 옥사했다. 

남민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남민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박석률 열사의 동생 박석삼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 합동추모제에서 “박정희 독재보다 더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이 들어선 것은 선생님들의 책임이 아니고 살아 있는 우리들의 잘못”이라고 자탄한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모든 세계혁명과 1970년 이전의 모든 투쟁을 낱낱이 연구한 이재문 선생님은 놀라운 혁명가였다”고 회상했다.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됐던 임헌영 소장은 “여러 동지들의 뜻이 어떠한 지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기왕의 연구자료에 더해 여러 동지들의 회상기 등도 모아 남민전이 정확하게 기록되는 역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사월혁명회 전덕용 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사월혁명회 전덕용 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범민련 남측본부 이태형 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범민련 남측본부 이태형 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사월혁명회 전덕용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피를 먹지 않은 혁명이 어디 있는가? 구호만으로 미제국주의와 독재권력이 물러나는 법은 없다”며 “미제국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이재문, 남민전 선생들과 같은 목숨 건 투쟁을 해야 한다”고 과감한 반미투쟁을 촉구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이태형 의장은 “세대는 변하고 시대는 전진했다”며 “목숨 걸고 몇십 장씩 뿌렸던 유인물을 이제는 수십만 장 대중적으로 살포하는 시대”로 변화된 상황을 지적하고 “선배열사들의 뜻을 이어 변화된 시대에 맞게 새로운 세대가 민족해방투쟁을 대중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황금수 선생이 남민전동지회를 대표해 인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황금수 선생이 남민전동지회를 대표해 인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황금수 선생은 참석한 남민전 동지들을 대표해서 “미제국주의 일극지배체제의 몰락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으며, 미제국주의는 전 지구 인민들에게 못되고 죽일 짓만 골라하니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위적인 이치”라고 성토하고, 해방이후 가장 깊고, 폭넓은 조직과 투쟁의 역사를 지닌 남민전의 정당성과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하며 찾아온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한 이날 합동추모제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북대학교민주동문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사월혁명회, 서울대학교민주동문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한국진보연대가 후원했다.

합동추모제는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하고 6.15남측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합동추모제는 남민전동지회가 주최하고 6.15남측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인 통신원]

한국전쟁 이후 최대 지하조직 사건으로 알려진 ‘남민전 사건’은 유신 말기 반유신투쟁에 앞장서다 1979년 10월 4일 이재문 등의 구속으로 시작돼 84명이 구속됐고, 공안 기관은 ‘북한 공산 집단의 대남 전략에 따라 국가 변란을 기도한 사건’이라 규정했지만 2006년 3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사건 관련자 29명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이재문은 옥사했고, 신향식은 사형이 집행됐고, 전수진은 병보석 후 병사했고 김남주 시인 등도 병사했다.

“해방을 위한 투쟁의 길에서 /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오늘 밤 또 다시 하나의 별이 / 인간의 대지위에 떨어졌다...
그 죽음이 결코 / 헛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떤 사람은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것이고...”
(전사 II –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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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1988년 이후 35년 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결국 부결됐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대법원장 이균용 임명동의안은 총투표수 295표 중 ‘가’ 118표 ‘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음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국무위원 자리와는 다르게, 대법원장 임명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1988년 이후 35년 만이다.

당초, 이균용 후보자는 대법원장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9월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증여세 탈루 의혹, 각종 탈세 의혹,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의혹,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고액의 재산을 수년간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누락시킨 점 등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재산 미신고 문제에 대해 이 후보자는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과거 이 후보자가 배우자 채무를 미신고했다가 재판을 받게 된 우석재 전 안성시장에 대해 당선무효형 선고를 내린 점이 회자되면서, “남에게는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관련기사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각종 위법 의혹에 “몰랐다”)

 

게다가 사법부의 독립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친구의 친구’라는 꼬리표까지 붙은 상황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9.19.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의총장 안에서 반대하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대법원장 인사 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본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은 그 어느 공직 후보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며 “이 후보자 같은 사람은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임명동의안 표결 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는 사법 정의는커녕 특권의식의 전형”이라며 대법원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정의당 입장을 밝혔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엄격한 법적, 도덕적 기준이 대법원장에게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임명동의안은 부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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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기각의 나비효과, 김건희·대장동 '쌍특검'이 기다린다

[박세열 칼럼]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돼" 한동훈 장관에 이 말을 돌려 주며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07. 05:01:59

 

본인은 동의 안하겠지만, '이재명 구속판'을 크게 벌인 건 사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었다. 그는 현직 검사도 아니고 수사 책임자도 아니었지만, '도어스테핑'과 국회 발언 등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거의 중범죄자 수준으로 묘사해 왔다.

 

이 대표의 단식 때 한 장관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주는 선례가 남게 되면 앞으로 잡범을 포함해 누구나 다 소환 통보를 받으면 단식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에는 "이재명 의원은 잡범이 아니다"며 "중대 범죄 혐의가 많은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징역 36년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구속영장 청구서를 언론사들은 대체 어떻게 입수했는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판을 키웠으니, 당연히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검찰은 범죄 혐의자 구속을 '골인'에 비유하며 수사를 해 왔으면서, 막상 구속 영장이 기각되니 "범죄수사를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며 "그 내용이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한동훈 장관)"라고 했다. 징역 36년,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를 받는 자의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은,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애초에 본 적이 거의 없다. 

 

2년 수사했는데 아직까지도 '증거 인멸'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면 검찰 수사에 구멍이 뚫렸거나 수사를 태만하게 한 걸 자백하는 꼴이다. 설사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고 치자. 언론 지면을 통해 수사 과정의 상세한 내용을 2년간 전국민에 생중계한 것은 사실상 검찰이다. 

 

결과적으로 국회 체포동의안의 처리 과정과 구속영장 심사의 정치적 의미를 키워온 것은 검찰이고 한 장관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국민의힘은 영장 기각을 '야당 권력'의 책임으로, '판사'의 책임으로 돌린다. 부실 수사를 탓해야 정상 아닌가? 이재명의 부활이니, 민주당의 미래니 하는 한가한 얘기가 아니다. 검찰 입장에선 한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파장이 클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의 총선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제 '쌍특검'이 기다리고 있다 

 

첫째, 검찰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특검이다. 그런데 지금 검찰이 가진 '유능함'의 이미지가 무너졌다. 과거 한동훈 장관은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 "수사 대상인 이재명 대표가 입맛대로 수사할 검사를 고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이 입맛대로 수사 검사를 고르지도 않은 이재명 사건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재명 대표 범죄 혐의도 입증 못하는데 대장동 50억 클럽 범죄 혐의는 입증할 수 있을까?

 

한 장관은 지난 2월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냐고 여론조사를 하면 평균 50% 이상 '불공평하다'는 답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죄는 증거와 팩트로 정하는 것이지 여론조사를 통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죄는 여론조사를 통해 정하지 않지만, 검찰 수사는 여론의 힘을 업어야 잘 된다는 건 한 장관도 알 것이다. 그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양 극단 지지자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재명의 혐의에 반신반의했던 중도층은 무리한 수사 내지는, 최소한 부실수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타 있는 상태다. 오는 12월 국회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뭐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한 척(김건희 수사)'도 못해놓고 '불공정 수사(이재명 영장 기각)'만 부각된 최악의 상황이다. 이제 김건희 영부인 수사는 '공정한 척'에 부합하는지, 한 장관에게 그의 발언을 돌려 줄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검사 70명 동원, 300번 이상 압수수색에도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자를 구속 못시키는 검찰에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중대한 의혹 수사를 맡기기는 어렵다. 그리하여 '쌍특검' 처리의 명분은 강화된다.

 

집권 여당 정국 운영의 두 축, 이념과 사정이 무너지고 있다 

 

한가지 더, '윤석열 아바타'인 한동훈의 실패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중원 전략'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이 '중원 공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집권 여당이 가진 '쌍전략'의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행태를 참고하면, 집권 여당의 총선 전략은 크게 이념 전략(홍범도 흉상 이전)과 한동훈 전략(검찰 사정정국)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 전략,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상징될 수 있는데, 재미를 별로 못 보고 있다. 9월 29일 KBS가 발표한 한국리서치 의뢰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밖으로 옮기려는 데 대해 63.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6.1%만이 "동의한다"고 했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는 34.6%인데, 홍범도 흉상 이전 동의는 26.1%, 부정평가는 58.7%였는데 홍범도 흉상 이전 부동의는 63.7%였다.

 

거칠게 보면 윤 대통령 지지층조차 일부가 홍범도 흉상 이전에 반대한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주목할 만한 수치이고, 이념 전략이 어떤 '위험 수위'를 넘어선 데 대한 '경고음'과도 같은 것이다. '마이너스 정치'의 전형적인 사례다.

 

두번째 전략은 대대적 사정 정국 조성이었다. 이 전략의 정점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이 있었다. 추석 밥상에 '이재명 구속'을 올리고, '무신 정권'의 영웅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띄우려는 시도는 첫 단추부터 떨어졌다. 한 장관의 체면이 구겨졌다.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는 변명은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법무부장관이 뭉개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플랜B가 없다. 유일한 플랜B는 중도 실용으로 가는 것이다.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야당으로부터 두들겨 맞으며 동정표를 얻는 길이 유일하게 집권 세력에 허락된 '프리미엄'인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 자체가 없다. 야당에겐 여당 복이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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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측 "군 검찰의 무리한 기소, 결국 국방부 발목 잡을 것"

김정민 변호사 "항명사건 증거는 곧 국방부 직권남용 증거

23.10.06 22:48l최종 업데이트 23.10.07 09:27l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지난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지난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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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이 6일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자신들(국방부 검찰단)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목전에 둔 군 검찰이 무리를 해서라도 기소를 하자고 생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 자신들이 피의자 되기 전에 빨리 기소한 것"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공수처가 국방부 검찰단과 검찰단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거나 자신들이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어 버리면 박 대령을 기소할 명분이 사라져 버리니 그 전에 빨리 기소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8월 박정훈 대령 측은 채 상병 순직 수사와 관련,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증거는 곧 국방부의 직권남용 증거이기도 하다"면서 "결국 이번 기소가 국방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정황들이 박 대령 재판과정에서 어떻게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박정훈 대령으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서명을 한 후, 바로 다음날(7월 31일)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사이에 오고간 문자 메시지들이 공개되면 직권남용을 포함한 위법행위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업무수첩에는 진실이 담겨 있을 텐데, 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건 명백한 수사부실"이라면서 "군 검찰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무서워서 차마 못 보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도 증인 신청... 서면 진술서라도 받을 계획"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물론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윤석열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놓고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은 배경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7월 31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정되어 있던 브리핑이 취소된 후 박 대령이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이냐"고 묻자 김계환 사령관이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윤 대통령을 지칭) 주재 회의 도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외압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서는 김 사령관이 언급한 인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증언을 듣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도 정식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고, 서면 진술서라도 반드시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상의를 해야겠지만, 대법원에 재판권 분쟁 신청을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국방부 장관이 피해자로 지목돼 있는 이런 사건에서 과연 군사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겠느냐"면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권을 민간법원으로 넘겨야 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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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TF "특검 법안 신속 통과 매진해야"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가 단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꽁꽁 숨기려고 했던 퍼즐 한조각을 맞출 시간"이라고 밝혔다.  

TF는 "국방부 장관의 위법행위 및 부당한 외압은 이미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드러났다"면서 "그런데도 오히려 국방부는 당연히 기각될 수밖에 없었던 말도 안되는 구속영장 청구도 모자라, 박 전 수사단장과 여당에 대한 과격적인 비난까지 담아가며 진실을 덮기 위한 문서를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아직까지 조금도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TF는 "그럼에도 결국 오늘 국방부와 군 검찰은 박 전 수사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이루어진 적법절차가 항'명'으로 기소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TF는 "이제 국회는 국민 여러분의 뜻에 따라 특검이 빠르게 발동될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매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특검법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최대의 역량을 다 쏟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는 야당 주도로 채 상병 사망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태그:#채 상병, #국방부 검찰단, #박정훈 대령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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