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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 모시고자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교수 내정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2023.8.23. ⓒ뉴스1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위원장에 인요한(존 리튼, 64세) 연세대 의대교수를 내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한 주간 우리 당 혁신을 책임질 자리에 어떤 분을 모실지 관해 국민들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았다. 혁신위원장은 우리 당 쇄신 의지를 가늠하게 하는 자리인 만큼, 당 내외 인사들로부터 두루 추천을 받았다”며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님을 모시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3. ⓒ뉴스1

이어 김 대표는 “대한민국 특별귀화자 1호 인요한 교수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으며, 한국의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 온 가문의 사람”이라며 “구한말 이후 4대째 한국에서 선교와 의료, 구호, 교육 봉사를 이어온 리튼가의 자손으로 한국에 대한 오랜 봉사와 헌신으로 보수·진보 정부를 망라해 많은 훈장을 받은 바 있다”라고 소개했다.
또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며,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서도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8일에는 우리 당 모임 발제자로 오셔서 정곡을 찌르는 쓴소리를 전해준 바 있다. 오늘날의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로 타협의 부제, 배타적 줄 세우기, 상대에 대한 증오와 배제의 문화 등 현실 정치의 민낯에 대해 뼈아픈 고언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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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뒤엎을 위원장 데려올 각오 없이 혁신위 꾸린다는 것은 국민 속이겠다는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23 09:11
  • 수정일
    2023/10/23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10.23 07:4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준만 한겨레 칼럼 “한국 언론 칼럼·사설, 독자들 요구 순응하기 바빠”

국감 이번주 마지막… 경향 “따질 일 많았는데 한 방 없는 맹탕 국감”

배우 이선균 마약 의혹에 국민일보 “대중, 청소년에게 부정 영향 끼칠까 우려”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국민의힘이 다음 날인 지난 12일 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혁신위원회 출범을 내세웠다. 그러나 10일 넘게 지나도록 혁신위원회 구성 첫 단계인 위원장을 구하지 못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원래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적임자를 찾기 어렵고 제안해도 고사하는 분이 많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과감한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는 점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23일 자 조선일보는 1면부터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아침 신문들은 1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 회담한 결과 21조 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1면.

▲23일 아침신문들 1면.

 

선거 참패 12일째 혁신위 구성 못하는 국민의힘에 조선일보 “골든타임 흘려보내”

조선일보는 1면 <열흘째 위원장도 못 뽑은 여(與)혁신위> 기사에서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너무 많은 조건과 제약을 걸고 있기 때문에 임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조선일보에 “김 대표는 혁신위원장이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당대표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느냐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위원은 조선일보에 “김 대표는 원내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공을 다졌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적 인지도에선 약점을 갖고 있다. 스타성이 있거나 전권을 가진 혁신위원장이 등장해 당내 ‘이중 권력’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원외 인사 후보군으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이양희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치권 바깥에 있는 30대 인사에게도 제안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6면.

▲23일 조선일보 사설.

김 대표를 향해 입맛에 맞는 위원장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조선일보는 <입맛 맞는 위원장 찾을 거면 혁신위 안 하는 편이 낫다> 사설에서 “당 안팎에선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원장직에 지나치게 많은 조건을 건다는 말이 나온다. 자신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서 전권을 요구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 ‘지도부 전원 험지 출마’ 등 급진적인 쇄신안도 불편해한다고 한다. 이른바 안정형 혁신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혁신위가 무슨 혁신을 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나”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여당은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눈치만 보다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며 “그런 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위를 꾸리기로 했다면 당을 뒤엎을 결기를 갖춘 위원장을 모셔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혁신위를 꾸린다는 것은 적당히 혁신하는 시늉으로 국민을 속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수도권 출신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등 떠밀리듯 발표한 당직 개편에선 ‘수도권 출신이 마땅치 않다’며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또 영남 출신을 앉혔다. 민주화 이후 네 번 집권한 여당에 수도권 출신이 없다는 말을 누가 믿나”라며 “혁신위마저 적당히 말 잘 들을 위원장을 찾느라 출범도 못 한 채 쇄신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적당히 당 대표 입맛에 맞출 눈속임용 혁신위원장을 찾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강준만 한겨레 칼럼 “한국 언론 칼럼·사설, 독자들 요구 순응하기 바빠”

한국 언론은 정파성이 심각한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상충하는 정파적 시각들 사이에 상호 소통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한국 언론의 정파적 태도가 황혼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23일 한겨레 칼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강준만 칼럼] ‘정파적 언론’의 황혼> 칼럼에서 “언론의 정파성이 심화된 데엔 인터넷,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미친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도 그런 매체를 통해 특정한 정치적 시각에 심취한 수용자의 압박이 커졌다. 걸핏하면 ‘불매’로 위협하는 그런 독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그들에게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성 없는 이상적 해법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강준만 교수는 “그런데 사실 정파성 그 자체보다는 상충하는 정파적 시각들 사이에 상호 소통이 전혀 없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모두 다 ‘마이웨이’”라며 “특히 칼럼과 사설이 그렇다. “우리의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지 말라”는 독자들의 요구에 순응하기에만 바쁘다.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반론이 있다는 걸 알 텐데도 진리를 설파하는 선지자처럼 자기 이야기만 한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걸 꺼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 언론은 정파적 태도를 지속하면 황혼을 맞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강 교수는 “정파적 언론의 전성시대는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소통을 죽이는 그 내재적 모순으로 인해 머지않아 황혼을 맞게 될 것이다. 정파적 언론사들이 한국을 다른 두 나라처럼 나누는 것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돼 있다”며 “그런 두 나라 사이의 소통을 재미와 의미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증오·혐오 콘텐츠에 질린 사람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새로운 언론 기업가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 국감 이번주 마지막… 경향 “따질 일 많았는데 한 방 없는 맹탕”

2023년도 국감이 오는 27일 끝난다. 약 3주간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쳤지만, 제대로 된 국감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그토록 따질 일 많았는데, ‘한방·견제’ 없는 부실 국감> 사설에서 “이번 국감은 국정 전 분야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국회가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도 결정적 한 방도, 빛나는 스타도, 뚜렷한 대안도 없는 ‘맹탕 국감’이 전개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여야 각각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경향신문은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의혹은커녕 이미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는 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지도부가 국감 실적을 총선의 공천심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감에 충실해야 할 동기가 줄어든 의원들은 보좌진을 지역에 보내 총선에 대비했다. 부실 국감이 예견됐고 정책감사도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감이 성공하려면 여당 태도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입법부라는 인식보다 정부의 방패 역할에 치중했다”며 “지난 10일 국방부 국감에서 신원식 장관 퇴임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팻말을 문제 삼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당이 국감을 경시하니 장관들이 국감에 불출석하거나 야당에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해마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지만 국감을 폐기하면 정부 실정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예비감사제 도입, 입법 지원기구 확대 등 정책감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국회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해 국감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우 이선균 마약 의혹에 국민일보 “대중, 청소년에게 부정 영향 끼칠까 우려”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의 마약 투약과 관련한 단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배우 이선균도 의혹… 사회 전방위로 파고든 마약 범죄> 사설에서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태국 등 6개국 밀수 조직과 연계해 마약류를 국내에 유통한 범죄 조직 일당이 22일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필로폰 9㎏으로 시가 300억원 상당이다. 이들이 이미 팔고 남은 마약만도 3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니 충격적”이라며 “한국이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것은 이미 오래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 마약시장 확대를 노린 밀반입 범죄를 저지를 지경이라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선균씨가 이미 주연으로 촬영을 마친 작품도 여러 개인 데다 제작비 200억원가량의 대작도 있어 방송가 영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이선균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반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전에는 마약류에 중독된 의료인들이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올해 마약사범은 지난 8월까지 1만81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230명)을 넘어 역대 가장 많고, 청소년 중독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는 마약 단속은 물론 중독자 치료, 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총체적인 마약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연 기자psynism@mediatoday.co.kr

#김기현#혁신위#국민의힘#사우디아라비아#윤석열#빈 살만#김한길#정운찬#김병준#인요한#강준만#국감#신원식#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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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정세, 네바다 사막에서 동중국해 상공까지

 

[개벽예감 560] 격동하는 정세, 네바다 사막에서 동중국해 상공까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0/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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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네바다 사막 땅속에서 들린 핵폭발음

2. 네바다 사막 땅속에 건설되는 폭발실험설비

3. 중국과 로씨야의 합작으로 건설된 고속 중성자 증식로

4. B61-12 전술핵폭탄과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5. 출현을 앞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 

 

 

1. 네바다 사막 땅속에서 들린 핵폭발음

 

 

2023년 10월 18일 미 제국 본토 서남부에 있는 네바다 사막(Nevada Desert) 땅속에서 핵폭발음이 들렸다. 미 제국이 지하 핵시험을 또다시 감행한 것이다.  

 

핵시험은 옳은 말이고, 핵실험은 틀린 말이다. 시험(test)은 사물의 성능이나 사람의 능력을 검사하는 행동이고, 실험(experiment)은 어떤 이론이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행동이다. 핵무기의 성능을 검사하기 위해 핵폭발을 일으키는 행동은 핵시험(nuclear test)이 명백한데도, 핵실험(nuclear experiment)이라는 틀린 말을 쓰고 있다. 

 

지하 핵시험 다음날인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네바다 사막에서 하루 전에 고폭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 제국 에너지부는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연방정부 기관이다. 네바다 시험장(Nevada Test Site)은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총면적이 3,500㎢에 이르는 핵시험장이다. 그 핵시험장은 28개 구역으로 나뉘어졌는데, 10개의 헬기 이착륙장, 2개의 항공기 활주로, 1,100개의 건물이 들어서있고, 640km의 포장도로와 485km의 비포장도로가 나있다.

 

미 제국은 그처럼 방대한 핵시험장에서 1951년부터 1992까지 무려 1,054회의 핵시험을 감행했다. 방사능 낙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했던 1951년부터 1963년까지 기간에는 핵시험을 네바다 사막 상공 대기 중에서 216회나 실시했고, 그 이후에는 방사능 낙진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 핵시험으로 전환하였다. 미 제국이 216회나 감행한 대기 중 핵시험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네바다 사막 주변의 주민 사망자는 최소 340,000명에서 최대 690,000명에 이른다. 1945년 8월 초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각각 핵폭탄을 투하해 약 250,000명을 죽인 미 제국은 1951년부터 12년 동안 대기 중 핵시험을 216회 감행하여 네바다 사막 주변의 주민들 340,000~690,000명을 죽였다. 핵패권을 장악하여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 제국의 광란적 야욕은 엄청난 핵참사를 불러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미 제국 에너지부는 자기들이 2023년 10월 18일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실시한 시험이 핵시험이 아니라 고폭시험이라고 밝혔다. 고폭시험(High Intensity Explosive Test)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기폭장치(detonator)를 작동시켜 고폭장약을 터뜨리는 시험인데, 고폭시험을 실시하면 핵탄두에 들어있는 핵분열 물질이 100만분의 1초 안에 설계된 대로 핵분열을 일으키는지 측정할 수 있다. 미 제국 에너지부는 이번 고폭시험에서 핵분열 물질과 화학물질을 혼합한 합성물질을 기폭시켰다고 하면서, 새로운 핵폭발 예측 능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제국은 강한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유엔군축연구소(UN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파벨 포드빅(Pavel Podvig)은 미 제국 에너지부가 실시한 시험이 고폭시험이었는지 아니면 핵시험이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하면서, 실상을 판별하려면 국제 사찰단이 현장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로 발전된 핵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 제국이 핵폭발력을 인위적으로 낮춘 저위력 핵시험을 실시하면, 그것이 핵시험인지 아니면 고폭시험인지 외부에서 구분할 수 없다. 고폭시험도 넓은 의미에서 핵시험의 범주에 들어간다.   

 

최근 신형 전술핵탄두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미 제국의 분주한 활동은 이번에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핵시험을 감행했으면서도 고폭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하지 않았을까 하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2. 네바다 사막 땅속에 건설되는 폭발실험설비

 

 

미 제국의 신형 전술핵탄두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 2023년 3월 27일 미 제국 의회조사국(CRS)은 미 제국 국방부가 2022년에 펴낸 ‘2022 핵태세검토(NPR)’라는 핵전략문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의회조사국은 보고서에서 미 제국의 핵전략이 2018년까지만 해도 핵탄두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2022년에는 ‘핵탄두 생산능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기술하였다. 이것은 미 제국이 신형 핵탄두를 2022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 미 제국 국가핵안보국(NNSA)은 길이가 약 100m나 되는 거대한 설비의 부품들을 네바다 핵시험장에 옮겨놓고, 지하 300m 땅속에서 그 부품들을 조립하는 공사를 2023년 3월에 시작했다. 이 방대한 공사의 부품 조립작업이 2025년까지 끝나면, 2027년부터 전혀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이 실시될 것이라고 한다. 미 제국은 이 거대한 핵시험 설비를 건설하는 데 1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국가핵안보국이 네바다 핵시험장 지하 300m 땅속에 건설할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Big Explosives Experimental Facility)’에서는 포신 길이가 18m나 되는, 개스(gas)로 작동하는 대포에서 특수물질을 발사하게 된다. 이 특수물질이 시속 27,360km의 고극초음속으로 플루토늄에 충돌하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발생하게 된다. 핵과학자들은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 안에서 핵폭발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핵폭발의 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효율이 매우 높은 신형 핵탄두를 2027년 이후에 다량 증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 제국이 그동안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실시해오는 임계전 핵시험(subcritical nuclear test)을 하지 않고,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에서 핵폭발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신형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임계전 핵시험은 고폭장약을 기폭제로 사용하여 핵탄두에 들어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직전에 폭발을 중지시키는 핵시험이다. 미 제국이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를 완공하면, 지하 핵시험은 물론 임계전 핵시험도 금지한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을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효율 높은 신형 핵탄두를 다량 증산할 수 있게 된다.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은 어떤 형태의 핵무기 폭발시험 또는 핵폭발도 금지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핵무기 폭발시험 또는 핵폭발을 유발하거나, 그런 행동에 참가하거나, 그런 행동을 고무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전 세계 187개 나라가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에 서명했고, 178개 나라가 그 조약을 비준했다. 

 

그런데 지금 미 제국은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의 핵기술적 우세를 틀어쥐고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고 교활하게 책동하고 있는 것이다.  

 

 

3. 중국과 로씨야의 합작으로 건설된 고속 중성자 증식로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한 로씨야[러시아]와 중국은 미 제국의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 무력화 책동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로씨야 하원은 미 제국이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고폭시험(실제로는 핵시험)을 감행하기 전날인 2023년 10월 17일 로씨야의 포괄적핵시험조약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였다. 이것은 미 제국이 사실상 무력화하려고 책동하는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에 로씨아가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서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0년에 200개였고, 2022년 400개였고, 2023년 10월 현재 500개가 넘으며, 203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중국이 핵탄두를 매년 100개씩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12월 미 제국 전략사령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300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1은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므로, 실제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400개 이상이다. 그에 비해 미 제국은 400발의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는데,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를 1개씩밖에 장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 개수에서 중국은 미 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 제국 전기전자공학회가 펴내는 전문지에 의하면, 중국은 신형 고속 중성자 증식로(fast-neutron nuclear breeder reactor) 2기를 2023년 중에 완공하게 되는데, 이 신형 고속증식로 1기에서는 매년 핵탄두 50개를 만들 수 있는 20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중국이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완공하면, 6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매년 핵탄두 100개를 만들 수 있는 40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원자로 노심에 핵연료를 투입한 다음에 노심을 감싸고 있는 블랭킷(blanket)에 우라늄 238을 넣어주면, 투입한 핵연료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나오는 데 이것이 고속 중성자 증식로다. 그러므로 고속 중성자 증식로는 전력 생산보다 플루토늄 생산에 더 유리하다.

 

중국이 올해 완공하게 되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의 명칭은 CFR 600인데, 그 증식로의 원형(prototype)은 로씨야가 지난 35년 동안 가동해오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 BN 600이다.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설계하는 원천기술은 로씨야가 가지고 있다. 로씨야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가동하고 있다. 미 제국,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도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은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건설했으나 안전 검사에서 탈락해 가동이 무기한 중단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3월 로씨야를 방문하여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원자력공업의 장기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에 따라 로씨야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혼합핵연료(MOX)를 중국의 고속 중성자 증식로에 공급하고 있다.  

 

뿌찐 대통령은 2023년 11월 중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은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력관계를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격상시킬 것이다. 조선과 로씨야가 추진하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사업은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도 로씨야의 원천기술을 지원받아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5년 12월 12일 조선과 로씨야(당시에는 소련)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경제 및 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에 의하면, 조선과 소련은 상호협력하여 함경남도 신포에 440메가와트급 원자로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소련의 계승국인 로씨야는 그 협정을 복원해 600메가와트급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조선에 건설하는 전략적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4. B61-12 전술핵폭탄과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지금 미 제국은 100억 달러(14조3,000억 원)를 투입해 B61-12 전술핵폭탄의 작전수명을 연장하고, 작전성능을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작전수명 연장사업은 오래전에 생산되어 핵무기고에 보관해온 B61-12 비유도 전술핵폭탄이 설계 상 요구대로 핵폭발을 일으키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합동통신(Associated Press) 2023년 10월 5일 보도에 의하면, 미 제국 국가핵안보국은 생산된 때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핵탄두가 설계 상 요구대로 핵폭발을 일으키는지를 검사하기 위한 18억 달러 규모의 핵탄두 성능 검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작전성능 개량사업은 B61-12 비유도 중력 핵폭탄(gravity nuclear bomb)에 위성항법장치(GPS)와 레이저유도장치, 그리고 원격조종을 할 수 있는 꼬리날개를 각각 부착해 정밀유도기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의 타격정밀도는 100m에서 30m로 줄었다. 타격정밀도가 2배 향상되는 것이 비례해 핵탄두의 파괴력은 8배 증가한다. 그래서 미 제국에서는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지능형 핵폭탄(Smart Nuclear Bomb)’라고 부른다. 

 

전시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은 선제타격수단으로 사용된다. 메가톤급 전략핵탄두가 폭발하면 300~400만 명이 사망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렵고,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폭발하면 700명 정도만 사망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쉽다. 실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는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다. 그래서 군사전문가들은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로 지목한다. 

 

미 제국은 B61-12 비유도 중력 핵폭탄 500발을 B61-21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개조해 그중 150발을 도이췰란드의 3개 공군기지, 이딸리아의 2개 공군기지, 뛰르끼예의 1개 공군기지에 각각 25발씩 분산, 배치하게 된다. 미 제국은 2022년 12월부터 유럽 전선에 배치된 종래의 B61-12 비유도 전술핵폭탄을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초 미 제국 공군 F-16 전투기가 B61-12 중력 핵폭탄 모의탄을 탑재하고 네바다주에 있는 넬리스 시험 및 훈련 복합단지(Nellis Test and Training Range Complex) 상공에 나타났다. 그 전투기는 B61-12 중력 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 투하시험은 B61-12 중력 핵폭탄이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개조되기 직전에 실시된 것이다. 

 

2018년 6월 9일 미 제국 공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B61-12 정밀유도폭탄 모의탄을 탑재하고 네바다주에 있는 토노파 시험장(Tonopah Test Range) 상공에 나타났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서 B61-12 정밀유도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1차 시험이 실시되었다. 

 

2020년 3월 9일 B61-12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탑재한 미 제국 공군 F-15E 전투기 2대가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 나타났다. 그 전투기 중 한 대는 고도 7.6km 상공을 날아가면서 B61-12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했고, 다른 한 대는 고도 304m 상공을 날아가면서 그 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했다. 

 

2020년 6월 14일 미 제국 공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서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2차 시험이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서 실시되었다. 

 

2021년 10월 초 미 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각각 탑재하고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 나타났다. F-35A 전투기에서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시험이 실시되었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보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F-35A 스텔스 전투기, F-16 전투기, F-15E 전투기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탑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52H 전략폭격기는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탑재하지 않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JASSM)  또는 AGM-86 ALCM 전략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가 장착되지 않고, 전략순항미사일에는 재래식 탄두 또는 W80 핵탄두가 장착된다. B-52H 전략폭격기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 전술핵폭탄의 유도비행거리가 짧아서 타격대상에 가까이 접근해서 전술핵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스텔스 기능이 없는 B-52H 전략폭격기가 타격대상에 가까이 접근하면 적국의 반항공미사일에 피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B-52H 전략폭격기에는 사거리가 370~925km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JASSM)이 탑재되거나 사거리가 1,100~2,400km인 AGM-86 ALCM 전략 순항미사일이 탑재되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는 비행거리가 약 50km인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탑재된다. 

 

미 제국 태평양공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데이빗 뎁튤라(David A. Deptula)는 2020년 4월 21일 미국의소리(VOA) 웹싸이트에 실린 대담에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작전 능력이 항모타격단 1개의 작전 능력과 맞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미 제국 공군사령부의 자료에 의하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작전 능력은 일반 전투기 75대의 작전 능력에 버금간다고 한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가격은 12억 달러다. 미 제국이 보유한 무기들 중에서 가장 비싼 무기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다.

 

위에서 서술한 사실을 살펴보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동향을 특별히 주시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동향을 추적해보자.

 

미 제국은 2004년부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를 괌(Guam)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6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했다. 괌은 중국 본토에서 2,900km 떨어진 서태평양에 있다. 그런데 앤더슨 공군기지에 순환 배치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가 2008년 이륙 중에 추락했고, 2010년에는 그 전략폭격기 엔진에 불이 붙는 화재 사고가 났다. 당황한 미 제국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순환배치를 중단하고, 앤더슨 공군기지에 남아있는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미 제국 본토에 있는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불러들였다. 미 제국은 2013년부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앤더슨 공군기지에 또다시 순환 배치하였다.

   

미 제국이 사상 처음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킨 날은 2013년 3월 28일이다. 그 전날 미 제국 본토 미주리주에 있는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는 공중급유를 여러 차례 받으며 태평양을 가로질러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 상공에 나타났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는 군산 앞바다에 있는 직도폭격장에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1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고,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돌아갔다. 

 

미 제국은 2017월 10월 18일과 19일 미주리주 상공에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와 B-52 전략폭격기 등 각종 작전기들을 동원해 조선을 노린 제2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했다. 그들이 조선을 노린 공중핵타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감행한 이유는 그 일대의 지형이 조선의 지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사정을 보면, 미 제국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조선을 노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것은 2013년 3월 28일과 2017년 10월 18~19일 두 차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출현을 앞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제3차 공중핵타격연습은 2020년 8월 17일에 감행되었다. 그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와 B-1B 전략폭격기 4대가 대규모 공중핵타격연습에 동원되었다. 그런데 제3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곳은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 직도폭격장 상공이 아니라 일본 규슈 서쪽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이었다. 이런 지리적 변동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의 대상이 조선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미 제국은 중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했으며, 조선과 로씨야를 제2주적으로 규정했다. 그처럼 3대 핵강국을 상대로 적대적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킨 미 제국은 2020년 8월 17일 가장 위험한 무기인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를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에 출동시켜 중국을 노린 사상 최초의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중국은 자기를 노리는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공중핵타격연습에 대처하는 방도는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공중핵타격연습밖에 없다. 중국은 로씨야와 연대하여 합동군사훈련을 주기적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과 로씨야가 연대하여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이다. 지금 중국인민해방군과 로씨야군은 전략폭격기, 전투기를 동원하는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과 구축함, 호위함을 동원하는 해상합동순찰을 주기적으로 계속 진행하면서 미 제국의 핵도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글의 논제에 맞게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에 관해 살펴본다.  

 

2021년 11월 19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전략폭격기 2대와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2대가 호위 전투기 4대, 조기경보관제기 1대와 함께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을 날아다니며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2년 5월 24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전략폭격기 2대와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1대가 호위 전투기, 정보수집기와 함께 동중국해, 동해, 서태평양 상공에서 장거리를 비행하면서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2년 11월 30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을 거쳐 로씨야 연해주에 있는 공군기지에 착륙했고,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4대와 SU-35 전투기 2대가 동해 상공과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을 거쳐 중국에 있는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중국의 전략폭격기와 로씨야의 전략폭격기가 서로 상대방 공군기지에 교차 착륙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3년 6월 6일과 7일 중국인민해방군 전략폭격기, 전투기 4대와 로씨야군 전략폭격기, 전투기 8대가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에서 제6차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3년 10월 22일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그날 미 제국 B-52H 전략폭격기 1대가 미 제국 F-16 전투기, 일본 F-2 전투기, 한국 F-15K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3자 합동공중작전연습을 감행하였다. 3자 합동공중작전연습은 중국을 심히 자극하였다. 중국은 대응 수위를 더욱 높여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제국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3자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했으므로, 중국도 그에 대응해 조선과 로씨야와 연대해 3자 합동군사연습을 할 수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로씨야군과 연대한 합동군사연습을 이미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조선인민군이 동참하면 2자 합동군사연습이 3자 합동군사연습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금 김정은 총비서, 시진핑 총서기, 뿌찐 대통령은 군사협력을 모색하는 중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뿌찐 대통령과 3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오는 11월에 평양을 방문할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조중로[북·중·러] 3자 군사협력에 관한 전략적 구상이 차츰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중·로 3대 핵강국이 연대하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복잡다단한 정세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대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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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값 하면서 살아야 겨레가 살아난다..!

겨레와 함께하는 특별강좌 공동대표 이필립

 

 

얼굴은 “얼이 잔뜩 든 동굴”을 뜻하고, 얼골은 “얼이 가득 든 골짜구니”를 일컽는 말인데 요즘은 ‘얼굴’로 많이 쓰고 있다. 말은 “맑은 알”을 가리키는 말로써, ‘마알’로 읽은게 좋고 줄여서 “말”로 들리게 하는 것이 좋다. 글은 “그윽한 얼”로 ‘그을’이라 읽고 ‘글’로 들리게 말하는 것이 좋고 올바른 발음이 된다.

 

 

 

우리의 ‘얼 말 글’은 얼이 넘쳐나는 것으로 옛날부터 조상의 올곧은 가르침을 담고있는 매우 귀중한 정신문화가 담겨져 있고, 후손들에게 거룩하게 물려주어야 하는 고귀한 문화인데, 오늘의 현실은 서글프게도 몹시 망가지고, 업신여기고,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무시하고 해서 매우 서글픈 꼴이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식민지 국가처럼 된 남쪽나라, 꼬락서니가 억울하고 원망스런 일이지만 일본제국 36년과 양키 쌀나라 점령 78년째인, 나라에 경제 정치 문화, 그 밖에 거의 모든 것이 종속되어, 지배와 억압. 관섭과 지휘를 받게 되어 더욱 초라하고 천박한 나라로 돌변하게끔 만든 것이다.

 

 

 

북쪽나라 조선은 일제를 청산하고, 외세를 일찌감치 정리정돈 했기에 남쪽보다 더 자주적이고 ‘얼 말 글’을 잘 지켜내고 살리고, 발전시켜나가고 해서 거리에 간판이나 방송용어, 생활언어까지도 다분히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주체사상의 덕을 보고 있음이 분명한 듯 여겨진다. 남쪽은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이 튀어나올 지경이니 큰 탈이 났다.

 

 

 

우리는 ‘얼 말 글’을 살려내고 일깨우고, 지켜내고, 자랑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소리와 말 인가? “얼씨구 절씨구, 좋오다!!” 얼굴 값,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어야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지 언챙이처럼, 얼칙이 마냥 못난 짓 못된 짓 하며 살면 “얼이 가득 든 동굴”이 얼굴인데 그 뜻을 모르고 꺼떡대고 사는 꼴이니, 정상적인 평범한 이는 못돼는 것이다.

 

 

 

얼씨구는 “얼이 하늘에서 눈 비 내리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씨여지구~”라는 말이고, 절씨구는 “저절로 얼이 눈 비 내리듯이 머리에서 발목까지 씌어지구~”라는 뜻이 들어있으니, 다 함께 “조오타, 조호타 좋다!!”라고 하는 거다. 우리는 모두 술잔 들고 축배를 할 때 “뭐 뭐를 위하여-”하는데, 그것은 양키 놈들이 일러준 말임을 알아야 한다. 놈들은 잔 들고 “훠 유, 풔 유” 곧 ‘너를 위하여’라고 했던 것 아닌가?

 

 

 

축배문화를 예부터 내려온 “소릿꾼 한마당”의 얼씨구, 절씨구, 얼쓰우, 저절쑤우, 조호타, 하하하 등으로 바꿔내는 슬기를 이제부터 만들어 나아갑시다. 겨레여, 우리 함께 얼 차리고, 얼 살리고, 얼 지키고, 얼 삶을 살아봅시다! 얼씨구 절씨구~~~참 좋구먼요. 하하하~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아 질려나?

 

 

 

지금부터라도 건배~ 라는 일본식 표현보다, 우리말 ‘축배’로 고쳐쓰고 순수한 우리 전통을 새로 만들어 가는 사람답게 축배문화를 바로 잡았으면 고맙겠다. 왜냐하면, 양키문화가 넘쳐나고 서양식 표현들이 우리를 좀먹듯이 밀려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쌀국식민지 78년째 인지도 모르고 날뛰는 젊은이에게 좋게 알려주는 의미도 있으므로 매우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기회 있을 때 마다 축배 말, 축배문화를 올바로 이끄는 작은 모임에서도 겸손이 잘 다듬은 우리 말 쓰임을 활용해주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마음이 건강을 지킨다고 합니다..! 건투를 하소서~~

 

 

 

 

 

<이풀잎 필립과 함께 하는 이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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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역할극 반복…인사청문회, 돌파구 찾아라

등록 2023-10-21 05:00 수정 2023-10-21 22:09

신승근 기자 사진

신승근 기자

[한겨레S] 커버스토리 인사청문회 23년

김대중·노무현 정부 도입·확대, 투기·병역기피 등 ‘도덕적 허들’ 마련

낙마·‘국회 패싱’ 늘자 여당 “도덕성·정책 분리” vs 야당 “처벌 강화”

정권 바뀌면 입장도 바꿔…“법무부에 사전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어쨌든 말을 바꾼 것, 그 점에 대해서는 저는 국민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2000년 6월26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

5·6공화국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기고, 평소 비난해온 김대중 정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 여야 의원의 ‘정체성 추궁’이 이어지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는 고개를 숙였다. 부동산 투기 의혹엔 더 진땀을 흘렸다.

“농민이 아닌 입장에서 1200평에 해당하는 그 많은 농지를 어떻게 구입하십니까?”(이병석 한나라당 의원)

지난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 도중 자리를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여간 참 엄청나시네요. 그런 걸 다 찾아내셨네.”(이 후보자)

“부인도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설훈 새천년민주당 의원)

“위장전입 아닙니까?”(안상수 한나라당 의원)

여야의 집요한 추궁에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 “위장전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후보자)

헌정사상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도 포천과 의정부를 잇는 도로에 전두환 공덕비 설치, 1986년 ‘통일은 국시’ 발언을 한 유성환 의원 체포동의안 단독 처리 주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비난, 게다가 땅 투기 의혹까지 여야 가리지 않고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총리부터 시작해 모든 국무위원 확대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이 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는 “대선 공약인 인사청문회 도입 약속을 지키라”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루한 협상 끝에 15대 국회(1996~2000년) 임기 종료가 임박한 2000년 2월 국회법에 국무총리,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의 자격을 심사하는 인사청문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16대 국회(2000~2004년) 시작과 함께 구체적 청문 방법을 규정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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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 피청문인으로 동료 의원 앞에서 곤욕을 치른 이한동 총리 후보자는 아슬아슬하게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찬성 139표, 반대 130표)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6선을 한 이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이후 인사청문회는 위력을 발휘했다. 2002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한 장상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자녀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져 인준 표결을 통과하지 못했다.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새로 지명됐지만 그 역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란으로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과 여당에는 부담스러운 절차였다. 하지만 200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은 청문 대상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2003년 2월엔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청문회법 개정안에 동의했다. 야당의 요구도 거셌지만 검찰과 정보기관을 개혁해 정치 개입을 근절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소신도 영향을 미쳤다.

2004년 4월 총선(17대)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압승한 뒤 노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5년 7월 인사청문회를 국무위원 전원으로 확대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 등을 지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던 장관을 여야의 검증 테이블에 올려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참여정부 장관에 나설 정도 인물이라면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당당히 맞서 소신과 철학을 밝히고 도덕성과 능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2006년 2월7일, 첫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장. 야당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언행을 문제 삼고, ‘코드 인사’라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닌 장관은 국회가 여야 이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정략적 트집 잡기’라며 유 장관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청문회를 무력화한다는 비난이 거셌지만 이후 이재정(통일부)·송민순(외교부) 장관까지 3명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틀을 갖춘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새로운 ‘도덕적 허들’로 자리 잡았다. 신상털기, 망신주기 청문회라는 비판에도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병역기피, 자녀 이중국적 등 흠결 있는 이를 걸러내는 순기능을 했다. 2000년 6월 이후 23년 동안 인사청문 대상 고위공직 후보자 가운데 37명이 도덕적 흠결이나 ‘코드 인사 논란’으로 사퇴했다.

청문회 역사 새로 쓴 ‘김행랑’

“저도 지금 딸한테 설득하고 있는데 딸이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2023년 10월5일, 김행 후보자)

“따님이 (위키트리 주식) 7천주 갖고 계세요. 7천주면 10만원씩만 따져도 7억입니다. 세금 내역 안 내셨잖아요.”(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산 은닉 없습니다. 호도하지 마십시오. 저희 딸은 지금 재산 공개 대상도 아닙니다.”(김행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주식파킹·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목청을 높이고 “자신 있으면 고발하라”며 맞섰다.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그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시면, 도저히 이걸 감당 못 하겠으면 본인이 사퇴하시든가요. 자료 제출 안 하고 범법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증명을 못 하면서 고발하라든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발끈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권 위원장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외치며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후보자도 청문회장을 이탈했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시행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 35명은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공직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중도이탈한 경우 사퇴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김행 줄행랑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이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41번째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다.

‘김행 이탈’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을 잇달아 임명하면서 청문회 제도는 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1년5개월 만에 18명의 공직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 절차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0월10일치 사설(‘야당은 무조건 “반대” 여당은 “강행” 이런 인사청문회 그냥 둘 건가’)에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도 34명에 달한다”며 “장관 청문회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국회가 반대한 후보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게 하거나, 반대로 이미 형해화한 장관 청문회를 아예 폐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숙한 풍경이다. 23살이 된 인사청문회의 한계가 지적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10명의 낙마자가 나온 박근혜 정부, 8명이 낙마한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식 인사청문회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며 여야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0년 8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문재인 ‘비공개 도덕성 청문’ 요구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이 되었습니다.” 2014년 6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10월28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면서 “공직 후보자 지명을 타진하면 대다수가 망신주기 청문회 때문에 거부한다. 개선책을 모색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에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청문회도 못 하고 사퇴했다. 이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잇따라 낙마했다. 홍역을 치른 문 대통령은 이후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 5년 재임 동안 34명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여야가 제시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핵심축은 두 가지다. 청문회 실효성 강화(자료 제출 강제, 청문 기간 연장, 허위사실 증언과 허위자료 제출 처벌 등)와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도덕성은 비공개 검증, 정책·능력은 공개 검증으로 분리)이다. 그러나 여당일 땐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을 요구하고, 야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실효성 강화에 무게를 둔 법안을 발의하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없었다.

대통령까지 나서면, 여야는 잠시 개선책 마련에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선 요청 뒤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에 ‘인사청문제도 개혁 티에프(TF)’를 만들고, 2014년 12월29일 개선안을 내놨다. 인사청문위원회에 도덕성 심사소위를 두고 회의는 비공개로 하며, 검증 과정에서 알게 된 사항이나 자료 공개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의원을 징계하는 규정도 함께 제안했다. 야당은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진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 결과 여론조사’ 방안까지 제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015년 2월13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만약 우리 (이완구 후보자 사퇴) 주장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해 야야 간 격론이 일었다.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회 개선 요구 뒤인 2020년 11월16일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티에프’를 구성했다. 여야는 공직 후보자 추천 때 사전 검증 강화를 전제로 청와대 검증 자료를 여야가 공유·열람하고,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 청문회를 먼저 연 뒤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청문회만 공개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의 고민이 담긴 입법이 현실화하는 듯했지만 딱 거기서 멈췄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고 전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비공개 도덕성 청문회와 정책·능력 검증 공개 청문회로 분리하기 위한 전제는 국정원·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신뢰다. 국세청에서 검증해 ‘탈세 문제가 없다’고 클리어하면 그걸 믿어야 하는데, 믿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우리 국가기관이 ‘문제 있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써내겠느냐는 의심이 있었다. 또 후보자가 낸 자료, 청와대 등이 검증한 자료를 청문위원에게 다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본인 동의가 없다면 못 준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여야의 위치가 바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의심했고 결국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티에프’는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개정안 197건 중 의미 있는 단 2건

여야가 바뀌면서 의원들의 입법 강조점도 바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은 여당(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했던 도덕성 검증과 능력·정책 검증 분리 방안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2019년 4월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인사청문 기한 연장, 공직 후보자 허위진술 방지를 위한 선서·벌칙 규정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안을 소속 의원 45명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반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도덕성 검증과 자질 검증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진표 의원 등은 20대 국회가 끝날 무렵인 2020년 3월 ‘공직윤리청문회(원칙 비공개)와 공직역량청문회(공개)로 분리하고,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3일 이내 보고서 채택 표결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요구가 드셌던 20대 국회에선 여야가 이런 식으로 무려 57건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인사청문회법은 단 1건이었다. “국민의 올바른 언어생활 본보기를 위해 일본식 법률 용어인 ‘당해’를 우리말인 ‘해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박광온 외 10인 발의)이었다.

여야가 마치 역할극을 하듯, 위치가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쪽에 강조점을 둔 법안 발의를 남발하면서 인사청문회법의 근본적 손질이 계속 미뤄졌다. 2000년 6월23일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여야는 197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입법이 이뤄진 것은 단 8건에 그쳤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장, 모든 국무위원(장관)으로 확대한 2건이 의미 있는 변화다. 나머지 6건은 실효성 강화나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 등 본질적 대책이 아니라 정부조직법, 국회법 개정 등에 따른 청문 대상을 늘린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2021년 5월10일)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를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대로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게끔 그런 청문회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다음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되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통령 임기 말에 이런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웠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정치권의 의미 있는 논의는 없다. 윤 대통령 당선 뒤 민주당과 친야 무소속 의원들이 위증 처벌, 자료 제출 강제 등 실효성 강화에 무게를 둔 법안을 제출한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올해 6월27일 ‘공직윤리청문회, 공직역량청문회로 구분하되 후보자가 선서 전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낸 게 민주당이 여당 때 강조한 기조를 이어간 유일한 개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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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후보자 보내니 정쟁이…

언제까지 여야가 입장을 바꿔가며 소모적 논쟁을 반복할지 알 수 없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솔직히 여야 모두 진정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엔 관심이 없다. 말로만 개정해야 한다고 외칠 뿐 실제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여야가 절충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는 공감한다.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어느 쪽도 절박함이 없지만 지금처럼 인사청문회가 형해화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일단 인사청문회 제도의 운용,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행 후보자처럼 자식이 동의하지 않아 자료 못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후보자 본인이 검증 때 제출한 자료, 대통령실 등이 수집한 검증 자료는 본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청문위원회가 요청하면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건 국회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 이른바 ‘국회 패싱’이다. 일각에선 국무위원 국회 동의제로 강제하자고 하지만, 당장은 현실성이 낮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에 실질적 제약을 가하는 것인데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일단 검증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인사관리단의 검증 실패 때문에 곤란해지자 대통령실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권한을 준 만큼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13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회도 “여야 힘겨루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인사청문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스스로 엄밀한 자질 검증을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 요구서를 보내면 정략적 청문회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 국회 임명동의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민통합위원회에선 이미 국회가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장관 인준을 국회 동의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원내 다수당이 내각 구성에 실제 권한을 가질 때 장관 국회 동의제 도입은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상반기에 박병석 국회의장 직속으로 활동한 국회 국민통합위원회(김형오·임채정 공동위원장 등 25명의 보수·진보 진영 정치인·학자·언론인 참여)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 타협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 ‘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와 장관 임명 국회 동의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과 함께 국회가 국무총리 후보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임명하되 국무위원 모두에게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23살 청문회, 제도 개선은 논쟁보다 ‘실천할 결심’이 필요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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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싸우라고? 한국은 공공선과 협치가 사라졌다"

[함께 만난 사람]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10.21. 14:59:48 최종수정 2023.10.21. 15:11:57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전사가 돼 적극적으로 싸우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됐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장과 선동이 넘쳐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먼저 경청의 자세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자들 뿐아니라 비판세력들과 토론하면서 화합의 정치, 협치를 구현해야 하는데, 장관들에게 나서서 싸우라니요."

 

개인이 아닌 공공을 위한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하는 '공공선 거버넌스(Common Good Governance)' 원장을 맡고 있는 강치원 전 강원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지배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인을 비롯해 사회지도층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들. ⓒ연합뉴스

 

주장과 선동만 난무하고 토론은 사라진 한국 사회

 

토론 전문가이기도 한 강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토론의 실종"도 이런 우리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이 토론이 가능했고, 토론을 즐겼던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철학이 명확한 두 대통령이라서 그 당시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토론이 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모두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 '검사와의 대화'는 토론 기술에 능한 사회자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대통령과 검사들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인상만 남기고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노 대통령께서 의도하신 대로 국민들도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잘 이해하고 이를 지지해 조금 더 힘있게 밀어부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배심원제를 통해 결정 내린 것도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손쉽게 이를 뒤집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탈원전 정책의 내용, 필요성, 경로 등에 대해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대통령이 정부 관료들에게 "전사가 되어 싸워라", "스타 장관이 되라"고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이런 세력과 싸워서 이겨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정치와 행정을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강 원장은 '공공선 거버넌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유 경쟁을 통해 지나치게 개인선을 강조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공공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와 지나친 주장과 선동을 넘어서 거버넌스와 협치, 공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천국 한국 vs. 교육비 공짜인 독일 

 

공공선,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종교기관(교회)가 공적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개인의 투자라는 차원에서 인식되며 대학 입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 취업까지도 사교육 시장이 지배적인 것에 대해 독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에 하이델베르크대학 객원교수로 독일에 체류할 때 초등학생인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니, 독일에 사설 피아노 학원이 없었어요. 대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피아노 레슨을 운영해서 여기를 통해 신청을 하니 지자체에서 고용된 피아노 선생님이 초등학교 음악실로 오라고 해서, 거기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독일이 대학 교육까지 공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직업 교육도 국가가 부담합니다. 이렇게 국가 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과 사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 중 어느 쪽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생각할까요?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건, 개인이 부담하건, 결국 국민의 돈입니다. 교육비의 국가 부담은 돈을 쓰는 방식과 철학이 공공성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어느덧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사회의 이런 '빠른 성장'의 그늘이 이처럼 파편화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어떤 분들은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아이들을 차로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주고, 하교하면 다시 학원까지 데려다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너 잘 되고, 너 잘 살아라' 이렇게 교육시켰죠.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가치나 윤리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치고 승자가 되라고 가르쳤죠." 

 

찬반 양론의 미국식 토론 vs. 공론을 만들어가는 유럽식 토론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강치원

강 원장은 갈수록 개인화되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미국 사회를 닮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과 유럽의 토론 문화를 통해서도 두 사회의 다른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찬성과 반대 양론이 경합하는 토론 방식을 주로 합니다. 그러나 유럽은 그룹형 토론입니다. 양당제인 미국과 다당제인 유럽의 정치 질서의 차이가 토론 방식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찬반 토론은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하나로 가는 것이고, 그룹 토론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합의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찬반 토론은 표면적으론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지만 패자 쪽에서 승복을 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 토론을 통해 차이가 아니라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공론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재판도 미국은 배심제, 독일은 참심제입니다. 

 

개인이 강조되는 사회는 토론을 안 합니다. 자유와 경쟁이 중요한데 왜 토론을 합니까? 반면 공공선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 5월을 앞두고 서울대와 고려대의 대학원생들이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시국성명을 작성, 발표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강 원장은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의 공공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 중 하나가 전두환 정권 시절에 서울시내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시국 성토대회가 열렸어요. 그러니까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난입하고 최루탄을 쏘고 난리가 났죠. 학생들이 흩어지고 깃발들이 다 쓰러졌는데 깃발 하나가 딱 서 있었어요. 그게 한신대 깃발이었는데 "주여, 오늘 우리 여기에"라는 글귀가 쓰여진 깃발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 종교도 많은 부분 개인화 됐습니다. 이런 흐름을 거슬러서 해야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고, 약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이런 목적으로 지난 7월 출범한 공공선 거버넌스는 내년 5월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 개혁을 논의하는 심포지엄도 기획하고 있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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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외친 추미애... 용혜인 "윤 대통령, 국민 명령 따라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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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0/22 03:55
  • 수정일
    2023/10/22 03:5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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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1일 시청역 앞 '촛불대행진'...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도 "물러나라"

23.10.21 20:18l최종 업데이트 23.10.21 20:26l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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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진심으로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여기 모인 국민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숭례문 앞부터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 상임대표는 "반성하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국민과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로 몰아간 분이 이제는 총선을 앞두고 반성하겠다고 얘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아직도 윤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내 잘못은 모르겠고, 참모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이라며 "참으로 비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통합위원회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민생을 위해 무엇을 제안했는지 알고 있는 분이 있나"라며 "통합위가 한 일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여당과 만찬한 것이 끝"이라고 일갈했다. 

"반성한다더니 만찬만... 말뿐 아니라 약속 실천하라"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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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용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 요구, 극우 인사 국정 운영 배제 등 5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도쿄전력의 용산지사장 노릇을 멈추고, 오로지 우리 국민 안위를 위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자존감을 꺾는 이념 전쟁을 멈추려면 가장 먼저 홍범도 장군부터 제자리에 다시 모셔야 한다"며 "뉴라이트 극우 인사들을 국정 운영에서 당장 배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의 경질을 촉구했다. 

또 용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피 끓는 마음으로 요구해온 생명안전기본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질도 요구한 그는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가 늘 옳다'는 약속을 실천하라"고 했다.

추 전 장관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국민 대표와 싸우라고 장관들을 닦달하더니, 이제 와서 국민이 무조건 늘 옳다고 민생 좀 챙기라니, 선거에 지니 이제 좀 겁이 나는가"라며 "아들이 해병대 간 것을 기뻐했던 소방관 아버지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것이 민생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급물살로 들어가라 명령하고, 안전 장비도 챙겨주지 않은 지휘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한 해병대 수사관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게 정의인가"라며 "법치도 무너져 내리고, 국민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데 도대체 소통 쇼를 해서 뭘 하겠다는 건가.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미애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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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장관은 "자유총연맹 보조금을 확 늘려주고, 과학 예산 날리면 민생이 좋아지는가"라며 "수백억 순방 예산 역대급으로 증액해 달마다 전용기 타고 해외 돌아다니면 민생이 나아지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다. 공정과 법치의 적은 대통령"이라며 "무너지는 경제와 안보 리스크도 대통령 본인"이라고 강조하면서 탄핵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이후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소개하면서 말문을 연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책 파트너인 야당을 무시한 채 오직 이념 전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우리 헌법은 탄핵이라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탄핵의 불화살에 동참해달라"면서 "저도 최전선에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집회 참석자들은 '국민의 명령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서부터 시청역까지 행진한 뒤 약 2시간 동안 집회에 동참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촛불을 든 채 명동, 을지로 등을 거쳐 시청역까지 2차 행진을 이어갔다. 
 

태그:#윤석열, #추미애, #촛불, #김건희,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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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비서관 초3 딸이 후배 폭행해 전치 9주 상해...강제전학 면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승희 의전비서관(오른쪽). ⓒ뉴시스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2학년 후배를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20일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즉각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딸 학교폭력 및 부실 조치 의혹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김 비서관 딸)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힌 뒤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며 “사진을 공개할 수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사건 직후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 정지가 이뤄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학교 측 부실 조치 의혹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학폭 심의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야 개최됐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과 부모는 심의에 직접 참석해 다음과 같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언니가 너무 무섭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게, 만나지 않게 도와달라’고”라며 “피해자 어머니는 ‘용서할 수 없고 선처할 마음도 없다. 강제전학을 시키지 않는다면 강경하게 아이를 위해 싸울 것이고, 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폭 은폐·축소 및 무대응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 호소에도 불구하고 강제전학이 아닌 학급 교체 처분이 결정됐다”며 “가해 학생은 3학년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과연 학급 교체가 피해 학생에 어떤 실효성이 있겠나. 피해 학생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가 공문을 발송하기 위해 학교에 가해 학생 부모의 우편물 수취인 정보를 요청했는데, 학교에서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이 이해가 안 가고, 사건 발생 세 달이 지나도록 (가해자 측)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학폭위 심의 결과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더 있다”며 “심각성이 제일 높을 때 최고점 4점이 나오는데, 지속성에 1점만 부과했다. 폭행 일주일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1차 폭행이 있었는데, 지속성을 낮게 판단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점 16점부터 강제전학 처분인데, 15점을 받아 딱 1점 차이로 가해학생은 강제전학을 면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학폭위 판단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심사위원들이 강제전학 조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학부모들도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다. 이 사건 가해자의 아버지는 대통령실 김승희 의전비서관”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의전비서관으로 올라갔다. 항간에서는 김 여사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의 어머니이자 김승희 비서관의 부인은 7월 19일에 카카오톡 프로필 메인 사진을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으로 교체했는데, 이날은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 출석 정지를 내린 날”이라며 “(이날은) 학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한 후 딸을 데리고 긴급하게 귀가 조치를 당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었을 것인데, 굳이 카톡 프로필에 이 사진을 올렸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비서관 부인의 심각성 인식이 부재했던 문제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더 적절치 못했던 건 가해 학생 어머니의 진술이다”며 “아이의 이런 행동을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했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를 위해 내일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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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러 외무장관 접견.."전략적 신뢰 토대, 지역·국제정세 공동 대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0.20 10:17
  •  
  •  수정 2023.10.20 10:58
  •  
  •  댓글 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를 토대로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한 모든 방면에 걸친 연계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본부청사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지난 9월) '조로'(북러)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하여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그 위력으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며 강대한 국가건설위업을 강력히 추동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확고부동한 립장을 피력하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어진 담화에서는 "조로 두 나라가 굳건한 정치적 및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하여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며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련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상호)관심사로 되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되였으며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알렸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김 위원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사를 전하고,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극동 북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과의 상봉을 감회깊이 회고하는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담화가 진행되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난 18일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최선희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갖는 등 1박2일의 방북 일정을 끝낸 후 1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2023년 9월에 진행된 력사적인 조로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에 기초하여 국가간관계를 새시대와 현 정세의 요구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며 경제,문화,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추동하기 위한 실천적 방향과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으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국제 문제에서 공동행동을 강화할 것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분야별 교류협력을 정치적, 외교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등 양국 협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와 주변정세, 당면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공동행동 강화'를 언명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날 북 외무성과 러시아 외무성 사이에는 '2024~2025년 교류계획서'가 체결되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전략적 친선을 과시하듯 19일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있는 해방탑과 사동구역 소련군 열사 묘를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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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농민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4가지 이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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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 키워드로 알아보는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

    분노한 농민, 11월11일 전국농민대회로 분출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 1년 소득 1천만 원도 안 되는 농민 앞에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짐작할 만하다.

    올해 시작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씌워 농민대표단체 사무총장을 체포하고, 4월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농민과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연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만지작거린 때부터 300만 농민은 전면적인 윤석열 퇴진 결심을 높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 분노는 11월11일 ‘정권 퇴진’ 목소리로 쏟아질 전망이다.

    농민을 분노케 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책, 무엇이 문제일까? 4개의 키워드(열쇳말)로 살펴본다.

    키워드1 : TRQ

    김장철, TRQ가 수상하다

    ▲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한국농정신문

    김장철을 앞두고 연일 배춧값 폭등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한국인에게 김치가 주요 식품인 만큼,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겠다며 저율관세할당(TRQ)을 확대하는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TRQ’는 무역 정책 중 하나로, 수입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비관세 조치다. 수입물량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수입되는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할당량까지는 저세율(또는 무세)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것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제도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TRQ를 무분별하게 증량하고 있다. 최근 TRQ 수입 품목인 마늘·양파·건고추·생강 등이 그렇다. 모두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TRQ로 수입한 농산물들이 우리나라에 반입되자마자 국내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엔 마늘 수입이 결정된 후 TRQ 물량이 들어오기도 전부터 국내 마늘값은 폭락세를 이어갔다. 마늘 주산지 경매장에서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양파 TRQ 수입 입찰공고를 강행했다. 신선양파 1만톤을 입찰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초까지 부산항을 통해 수입 양파가 반입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증량하기로 한 양파 TRQ 물량은 총 9만톤. 50%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TRQ 양파는 가격에서 국산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농산물 양파만 가격폭락 사태 앞에 있다.

    내년 양파 재배면적 증가가 예측되면서 되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 가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농민만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TRQ 수입 양파가 가정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가공·외식업체로 흘러간다”고 꼬집었다. 국내 양파 생산량이 부족해서 저율관세로 양파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외식 산업, 대기업의 수요 충족에 앞장서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TRQ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 농산물가격 폭락은 단기적으론 농업소득의 감소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론 농업생산 기반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키워드2 : 쌀

    쌀 수입해 ‘적자’ 내면서 쌀값 안정은 뒷전에 쌀 생산 감축?

    ▲ 윤석열 정부의 ‘쌀 수입 반대’ 문구가 적힌 쌀가마니 옮기는 농민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인의 주식(主食),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것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 선마저 무너져 18.5%였다. 그동안 안정적이던 쌀 자급률마저 100%가 아닌 84.6%로 추락했다.

    한국은 WTO협정과 쌀 관세화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5% 저관세로 수입한다. 이는 국내산의 11%에 달하는 양이다. 수입쌀은 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가격폭락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쌀 수입에 따른 누적손실액도 발생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입쌀 구입비용은 약 3조6천억 ▲부대관리비용은 약 4,800억이다. 지난 9년간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하고 관리하는 데 모두 4조500억 넘게 들었다.

    그러나, 이 수입쌀을 판매한 가격은 약 1조5천억원. 쌀을 수입해 적자를 본다. 같은 기간 누적손실액 규모는 약 2조4,700억으로 매년 약 2,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기준 쌀 정곡 80kg 1가마 가격은 19만 1,844원으로, 정부가 공언한 20만원에 미치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산물벼 5만톤 방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쌀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수입쌀 들여오며 적자 내더니, 국산 쌀값은 떨어트렸다.

    45년 만에 최대 쌀값폭락 겪었는데, 대책 하나 내놓지 않던 대통령은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값에 대한 책임을 거부한 것이다.

    식량위기 시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는 안중에 없다. 되려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정책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논콩) 사업을 권장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쌀값 안정은커녕, 개방농정으로 ‘쌀 과잉’이 되자 쌀 생산량을 감축한다. 그러면서 적자를 발생시키며 수입한 밥상용 쌀을 방출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키워드3 : 재해

    강원부터 제주까지.. 이상기후가 할퀴고 간 논밭

    ▲ 지난 8월,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 농민들이 논콩 재배를 권장한 정부를 규탄하며 지난달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지난 8월 정읍 농민들이 이 논콩을 갈아엎었다. 논콩은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논에 벼 대신 심는 전략작물(논콩, 가루쌀, 조사료) 가운데 하나다. 논에 이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지원한다.

    논콩은 전라북도에서만 올해 1만1,577ha가 신청·접수됐는데, 7월 호우로 85.8%인 9,935ha의 침수 피해가 났다. 어른 허리춤까지 컸어야 할 논콩은 무릎께도 못 미쳤다. 농민들은 “논에다 밭작물을 심으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 논은 7월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침수됐는데, 침수 높이는 약 120~130cm, 논콩이 3일 동안 완전히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시대, 이상기후가 농업 앞에 불어닥쳤다. 농민들은 “강원도부터 남쪽 끝 제주까지 어느 한 군데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고 혀를 찼다.

    3월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찍 핀 과수 꽃들은 4월 이상저온현상으로 그대로 냉해를 입었다. 6월에는 우박으로 농작물이 상했고, 7월에는 폭우로 전국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그러더니 결국 8월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의 논밭을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추석은 폭등한 과일 가격이 화제였다. 정작 농민은 내다 팔 과일이 없었다. 재해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시설복구비나 생계비에 그치는 실정이다. 민간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과 보상률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재해가 농민 탓이 아님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을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는 농민들.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반이 모두 사라져 국가가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국가가 농업재해를 책임지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키워드4 : 생산비

    1년에 1000만원도 못 벌었다

    ▲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의 논콩 ⓒ한국농정신문

    재해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농민들. 지난해 농민 1인당 농사지어 번 돈(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이다.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나을 것이 없는 소득”이라고 했다.

    반대로 비료값, 기름값, 자재값 등 농업 생산비는 폭등했다. 2000년에 약 861만원이었던 농가 경영비는 지난해 약 2,511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정부가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외에는 대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한 실정이다.

    생산비 폭등으로 농업소득은 하락했고, 그 결과 농가 부채가 급증하고 연체율은 따라 올랐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황근)이 하는 말이라고는 “과거엔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협소한 농지임을 알면서 농지를 감축하려는 게 누구인가.

    전농은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종료 철회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농업생산비 경감 대책 수립 ▲농가부채 상환유예 및 탕감 등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4가지의 키워드가 각각 다른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무엇으로 관통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한마디로 ‘농업파괴, 농민적대, 농민 말살’이라 정의한다. 오는 11월 11일 전국농업인의날, 상경한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에서 ‘정권 퇴진’ 함성을 분출시킬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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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과 '보수 분열', 尹대통령 앞에 놓인 예견된 위기들

[박세열 칼럼] '이념형 참모'들로 구축한 '기계적 시스템', 대통령 한 사람 변한다고…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21. 05:04:22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지분구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라는 건 이제 식상한 평론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다. 안타깝게도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 혼자 결단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다.

 

여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단순하게 보고 있다. 선거 전략의 실패, 수도권 민심 확인…. 다 좋다. 임명직 최고위원 바꾸고, 대통령 워딩이 부드러워진 것도 다 좋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패배에 이르게 된 것은 큰 정치적 흐름 위에서 조망돼야 한다 . 이번 패배는 켜켜이 축적된 모순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결과다. 그리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여권을 더 진득한 수렁 속으로 몰아 넣을 것이다.

 

'이념형 검찰 공화국'의 피로감 

 

선거 전에 두 번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첫째, 9월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다. 이 소식은 지난 2년간 검찰의 수사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중도층의 의구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검찰이 무능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리고 추석을 지낸 후 6일, 헌정 사상 35년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다. 정치사적으로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중차대한 사건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여권에 전혀 없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기껏 나온 말이 "방탄"(한동훈 법무부장관)이란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은 중요한 정치 행위이긴 하지만, 적극적 정무 기획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상적 통치 행위다. 일상적 통치 행위를 건드릴 경우 통상적으로 명분은 대통령이 가져간다. 그런데 부결을 주도한 야당에 역풍이 불지 않았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47.1%가 "부결은 잘한 것"이라고 답했고, 34.5%가 "부결은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인사 검증 부실 문제다. 인사 검증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2연타'를 맞은 여권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공천한 김태우 후보를 열심히 도왔지만, 결론은 처참했다. 이미 김태우 후보 공천 때부터 모순이 노정돼 있었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 대통령만 몰랐다. 

 

김태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올라선 계기가 된 '조국 사태'에서 윤 대통령에게 '심적 동지'와 같은 존재였다. 대법원 판결 3개월만에 사면 복권을 한다는 건 이런 대통령의 개인적 심정을 떼 놓고 해석하기 어렵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폭로한 정의로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사면돼야 하며, 억울하게 잃은 구청장직은 복원돼야 마땅하고, 유권자는 그런 대통령의 선택에 기꺼이 동의할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김태우 공천으로 유추해 본 대통령의 시간감각은 여전히 지난 대선에 머물러 있다. 집권 1년 반이 훌쩍 지났는데도 말이다. 일개 구청장 보궐선거를 '회고형 선거'로 만들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다. 

 

징후들이 넘쳐난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회의적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대북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돼 있다. 대통령실로 모이는 모든 정보와 민원의 '길목'인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이미 극우유튜버들이 용산과 정부 부처 곳곳에 스며들었다.

검찰은 어떤가. '윤석열 사단'이 완전히 장악했는데, 이들은 모두 한동훈 장관처럼 행동하고 있다. 박근혜 수사도 4개월, 이명박 수사도 6개월 걸렸다. 야당 대표 수사를 2년째 하고 있는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도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유(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라고 마치 판사처럼 말한다. "수사의 목적은 기소"(정순신)라는 라는 신념을 가진 '특수통 집단'이 검찰을 장악했는데,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검찰은 정작 영부인 비리 의혹 수사를 뭉개고 있다. 

 

실용형 참모들이 대통령의 판단을 보좌하고, 용산과 부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신념형 참모들은 대통령의 이념을 형태를 갖춰 주물하고 부처 인력을 동원해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념형 참모들을 곳곳에 포진시킨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을 머리로 하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이다. 실용형 참모들이 많다면, 대통령의 결심으로 국정 운영 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신념형 참모들이 많으면 관성이 생긴다. 그러니 스스로 판을 키운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남 일 처럼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으로 자료만 수집하고, 판단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한다"고 했다. 선거 참패에도 '이재명 전담 수사팀'을 일신하고, 헌법재판소장 직에 대통령의 대학 동기를 지명하는 것도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 '기계화 시스템'을 구축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미 예견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굴러가는 한 윤 대통령에겐 예상 가능한 몇 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 고비는 12월에 처리될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특검법 등 '쌍특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살아 있는 권력'의 행태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두번째는 보수 신당 내지는 3지대 중도 신당이다. 그 규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들이 지금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심각한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걸 재빨리 읽은 유승민,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여권의 벌어진 틈을 파고들며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다. 원심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보수 분열은 예고됐다.

 

이미 유권자의 신뢰를 한번 상실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다짐과 같은 형체 불명의 어음은 별무소용이다. 조각 수준의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대폭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이 아니면 안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슬픈 지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고공 강하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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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족” 尹 반성에 동아 “기자 접촉 없어, 진정성 느껴지지 않는다”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10.20 07:51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대통령 소통 부족 지적에 반성 메시지

경향·한겨레 “야당부터 만나야” 동아 “1년 넘게 기자회견 없다”

NYT 설즈버거 회장 “가짜뉴스는 음흉한 표현… 독재자가 사용했다”

국립대 중심 의대 증원, 윤 대통령 국면 전환 맞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소통’ 부족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에 20일 아침신문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기자회견도 잘 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언론 소통도 중시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저 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쇄신하라”는 발언에 이어 연일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반성 메시지에 경향 “주로 참모 전언, 진정성 없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에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말로만 ‘반성’ 말고, 야당 대표 만나고 기자회견 해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진정 민생과 소통을 중시한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을 배제한 채 현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도 환영하는 방안인 만큼 이를 협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민주당 탓 말라’는 대통령....먼저 손 내밀어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건, 그간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명분으로 민심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질책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최근까지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기대어 야당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렇다 할 정책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일이 야당 대표가 어떤 사람이냐는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수준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야당을 향해서도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조속히 야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답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기자들과 만남도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1년 넘게 열지 않고 출근길 문답 역시 기약 없이 중단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저와 내각 반성”… 소통과 인사 쇄신으로 진정성 보여줘야>에서 “기자들과의 접촉도 없다. 행사 연설이나 측근 전언으로 듣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소통 부재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든 관행이든 윤 대통령은 자신을 에워싼 장벽부터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올바로 읽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 기조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민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과의 소통도 재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국외순방 다녀올 때마다 생중계하는 국무회의 자화자찬 머리발언은 국민 소통이 아니다. 간담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직접 설명하고 질문받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도 갖고 싶다”고 했다.

▲2022년 11월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의 반성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이 옳다”는 윤 대통령, 뭘 어떻게 바꿀지 직접 밝히라>에서 “윤 대통령이 몸을 낮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왜 국민이 옳았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18·19일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주로 대통령실 참모·여당 지도부·정부 인사들 앞에서 말하고, 참모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고 했다.

 

NYT 회장 “가짜뉴스 표현, 나치 독일 등 인류 역사 끔찍한 순간에 뿌리”

▲ 20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이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 표현”이라며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고 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연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저격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윤 대통령 주장들과 연결 짓는 보도는 없었다.

매일경제는 <“가짜뉴스, 증오와 범죄의 도화선 … 독자 스스로 의심해야”> 기사에서 “우리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뉴스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무엇보다 독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제대로 된 정보인지 의심해야 한다”는 설즈버거 발언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거짓이 판치는 시대, 팩트와 질문으로 맞서 싸워야”>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뉴스) 문제의 해결책은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의대 정확 확대 밝혔지만… 규모는 ‘미지수’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본래 3058명의 현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에 <의대 증원 일단 숨고르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1면에 <국립대병원, 서울 ‘빅5′급으로 키운다> 기사를 내고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 병원의 역량을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의료 회복, 정부 사활 걸어라>에서 “서울 ‘빅5’ 병원 주변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원정 환자들이 ‘환자방’(고시원·오피스텔 등)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다”며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정부가 조만간 확정할 의대 정원 확대는 국립대병원 살리기의 완결판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은 0.87명인데, 전국 평균은 0.59명에 불과하도록 설계돼 망국적인 지역 의료 붕괴와 서울 쏠림 현상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 20일자 한겨레 4면 기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을 맞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겨레는 4면 기사 <윤 정부, 국면 전환 ‘의료 개편’ 민생 카드… ‘디테일의 덫’ 피해갈까>에서 “민감한 세부 사항이 빈칸으로 남겨진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향후 여론 추이의 변곡점이 될지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건강권과 대학입시 등 한국 사회에서 폭발력이 강력한 문제들에 걸쳐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팽팽하고, 의사단체의 공고한 카르텔 속 갈등 조정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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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외부환경 때문에 민생 어려워…주요국 대비 선방”

기재위 국감서 안일한 상황 인식 드러내…“방만하게 빚 늘릴 수 없다” 긴축재정 고수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불황 원인으로 ‘대외환경’을 지목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제수장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반등이 미진한 경제 상황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에 그친다고 언급하면서 “서민들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보면 참담한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기업 파산과 개인 회생 신청 건수, 가계와 중소기업 연체율 등을 제시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통계 관측 70년 중 여섯 번째 낙제점을 받았다”면서 “30년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에 역전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짚었다.

추 부총리의 첫 대답은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였다. ‘책임’을 말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의 원인은 외부로 돌렸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에 몇 개월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또 외부 탓, 전 정부 탓 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주시는데,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민생이 어려운 것”이라며 “기업들도 어렵고 그래서 세금도 많이 못 내는 상황이 지금 꼬여 있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고, 물가는 그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상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이 어렵다”면서도 “주요 선진국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물가상승률이) 5~6%인데, 우리는 2%대로 갔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다시 3%대로 간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물가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는 대외환경을 말했는데,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이 상향될 때도 우리만 꾸준히 하락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언제부터 주요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서 성장률을 비교했느냐”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주요 선진국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잘나간다’며 자기 위로를 해 버리면 제대로 대책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듣는 국민도 황당하다”고 했다.

정부가 줄곤 ‘상저하고’를 주장하면서 상황을 낙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최근 통계인 지난달까지도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4.4% 감소했고, 수입은 16.5% 쪼그라들었다.

홍 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 얘기는 상저하고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경제 대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부총리는 최근 10월 수출 플러스를 전망했는데, 하반기 시작이 10월이냐”고 꼬집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게 추 부총리 얘기다. 그는 “올해 상반기 경제는 0.9% 성장했는데, 하반기는 현재 상태로 보면 상반기의 약 2배 정도 성장할 걸로 본다”며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경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운용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전 정부의 400조 빚은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자 미래세대 착취’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재정의 역할을 부정하고 전 정부를 부정하는 데만 집착하면서 경제 위험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극히 잘못된 국가재정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1%로 대폭 하향했는데, 그 이유가 세수 결손에 따른 정부 지출 축소”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보이지 않아 염려된다”며 “일본 경우도 불황이 장기화한 원인을 꼽을 때 확장재정을 해야 할 때 안 했다는 점이 꼽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확장재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를 선도할 분야에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경제가 어려워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고위 경제 관료들과 대통령실이 경제적으로 낙관론을 펴면 절망적”이라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재부가 적극적인 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재정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쓸 곳에는 쓰지만, 방만하게 빚을 자꾸 늘리는 건 책임 있는 재정 당국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그런 재정 운용을 할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부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부에서 무슨 장부를 물려줬든지 간에 그 나쁜 장부를 기초로 한 경제성과는 제가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면서 “재정의 운용에 관한 평가는 오롯이 제가 받을 것이다. 그게 제 몫이고 소신”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59조원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확대하고 IMF와 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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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유산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20 07:55
  • 수정일
    2023/10/20 07: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원주아카데미극장과 경기실크부지를 지켜주세요23.10.20 06:55l최종 업데이트 23.10.20 06:55l권미강(kangmomo)참 늦은 해후다. 애써 잊은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세월의 골방에 숨어있던 기억 한 자락이 눈앞에 서 있듯 선명하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대여섯 살쯤 먹은  어린아이 시절. 보랏빛 반짝이 수놓은 비로드치마로 한껏 멋을 낸 엄마를 따라 오르던 언덕배기.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서있던 극장. 영화배우들이 그려진 간판과 양 옆으로 활짝 열 수 있는 문, 그 옆 붉은 글씨로 쓰인 매표소. 면사무소 가기 전 언덕에 있던 극장은 마을의 유일한 병원과 나란히 있었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60여 년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원주시민들의 반대에도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 상영당시 포스터와 홍보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60여 년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원주시민들의 반대에도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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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간판이 극장 머리맡에 오르는 날이면 엄마는 여느 때보다 서둘러 일을 끝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재미있게 보고 와" 하고는 빙그레 미소로 배웅했다. 극장가는 날 만큼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였다. 영화가 끝나면 어두컴컴해지고 혼자 밤길을 걷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터, 일테면 난 호신용 딸로 변신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때만 해도 나이가 어려서인지 엄마랑 가면 어떤 영화든 무사통과였다. 엄마가 사준 과자와 사이다, 마른 오징어 등 주전부리를 먹으며 몇 번이고 되돌이 되는 광고를 지루하게 봤다. 그러다 대한뉴스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면 나는 엄마 소매를 흔들며 나간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럼 엄마는 손사래로 나가서 놀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앞부분이 재미있는 영화일 때는 조금 더 앉아 있었지만 결국 암막 커튼을 제치고 극장 로비로 나왔다.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사실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 옆 병원집에 사는,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오빠랑 어울려 노는 일이다. 병원집 오빠는 내가 극장에 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병원집 오빠의 엄마를 언니라 불렀다. 그만큼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를 데리고 병원집으로 자주 놀러 갔고 오빠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극장에 들어갈 때 보이지 않던 오빠는 대한뉴스 끝나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항상 로비에 서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술래잡기도 하고 극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까르르 웃다가 도망가고 붙잡기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놀았었다. 매점 아주머니가 공짜로 준 알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안을 빼고는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때를 떠올리다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마주보며 웃다가 이유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고 갑작스레 가슴이 뛰기도 했던, 어찌 보면 참 잔망스러운 시절이었다.

극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까닭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그 시절,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을 생경스럽게 떠올린 건 원주아카데미극장 소식을 듣고 나서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극장 중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데, 철거 위기에 몰린 극장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철거하려는 원주시가 맞서고 있다.

1963년에 문을 열었다니 나보다 세 살이나 많다. 텔레비전이 극히 귀했던 시절이니 영화 관람이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었을 것이다. 극장 전성기에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에게는 문화해방구나 다름없었으리라. 고향을 떠나온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 고향 극장의 존재는 물론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조차 잊었던 내게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은 영사기에서 쏟아지던 빛처럼 기억의 빗장을 불시에 열어젖혔다.

이윽고 일시에 쏟아지는 먼 옛날의 기억들이 활동사진처럼 눈앞으로 흘러갔다. 극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소환된 추억들은 서로 먼저 나오려는 듯 아우성쳤다. 결국은 머릿속에서 뒤엉켜 가닥가닥 풀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걸 즐거운 비명으로 이해해야 할까 싶을 찰나에 문득 '그런데 왜 철거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형도 잘 보존되고 영사기와 필름, 옛날 영화포스터 등 귀한 자료가 그대로 보관된 극장을 철거하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원형이 제대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라는데.
  
많은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반대와 보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원주시는 철거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보존 위한 영화인 선언 웹자보  많은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반대와 보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원주시는 철거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과 원주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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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또 만든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을 전해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에게 들은 철거 이유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생겨나면서 2006년 문을 닫았던 원주아카데미극장은 2020년 '안녕 아카데미 재생사업'으로 1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원주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있던 원주시민들이 극장을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런 의견이 커지면서 원주시도 여러 절차를 거쳐 보존 결정을 내렸단다.

그때부터 약간의 내부수리를 거쳐 영화 대신 씨네콘서트, 음악공연 등이 열렸고 원주시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이 됐다고 한다. 그 덕분에 문화관광체육부에서 30억 원, 강원도에서 9억 원 등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건물 안전을 위한 리모델링과 함께 역사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하지만 지자체장 선거에서 극장 보존을 추진했던 시장이 낙선하고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자 아카데미극장의 운명은 완전 뒤집어졌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빌미를 들어 완전 철거를 하고 주차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현 원주시의 계획이다.

'극장 바로 옆에 이미 주차장이 있는데 건물을 밀어버리고 주차장을 또 만든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지인은 철거를 명령한 시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나로서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부터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적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너도 나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근대건축물 발굴과 보존사업에 열을 올리는 중인데 왜 국비까지 나온 극장을 철거하려할까? 의문투성이다. 
 
근대건축물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국비보조금까지반납하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원주시에 맞서 철거를 반대하는 원주범시민연대와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
▲ 원주아카데미극장앞에서 철거반대를 외치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 근대건축물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국비보조금까지반납하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원주시에 맞서 철거를 반대하는 원주범시민연대와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
ⓒ 원주아카데미친구들과 원주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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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 같았던 경기실크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여주에서도 그 비슷한 일이 진행 중이다. 전국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가 있었던 경기실크 부지를 철거할 것이란 소식이 지난해부터 들려왔다.

여주 경기실크도 1963년 설립됐다. 잠업이란 누에를 길러서 비단을 생산하는 고치를 생산하는 농사인데 당시 한국경제의 큰 축이었던 잠업과 비단을 생산하는 실크산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만큼 대단했다. 뽕나무밭이 많았던 여주에는 양잠농가만 4천 가구가 넘고 종사하는 사람도 2만 여명이었다고 하니 그 시절,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경기제사공업주식회사 부설 경기잠업연구소로 설립된 이곳은 각종 실험기구와 채종기구 등 잠업 관련 모든 시설을 완비하고 일본산 기계에 의존하던 잠업 기계를 국산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역사도 갖고 있다. 잠업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약 500여 톤의 누에고치를 생산해 경기도 내 최고 생산량을 자랑했던 여주 잠업 농가들은 광폭자동견직기 등 실크 생산설비를 모두 갖춘 이곳 덕에 농가소득이 상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화학섬유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중국의 저가 비단이 들어오는 데다가 규모가 축소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경기실크는 이제 덩그러니 남은 몇몇 건물들과 노동자들의 손때가 묻은 국산 직조기계가 번성했던 과거를 품에 안은 채 연명하고 있다.
  
여주에 있는 경기실크부지는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로 당시 실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 여주 경기실크부지 내부  여주에 있는 경기실크부지는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로 당시 실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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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아카데미극장이든, 여주 경기실크 부지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며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은 쪽으로 이끌었던 공간적 의미가 크다. 경기실크가 경제활동 공간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산역할을 했다면, 아카데미극장은 허해진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준 문화공간이었다. 그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을 오롯하게 견뎌낸 보람이 배인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인 것이다.

내 추억의 한 자락처럼 엄마의 손을 잡고 설레게 가던 곳이었고,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남몰래 배우의 꿈을 꾸기도 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그 꿈을 이룬 이도 있을 것이고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감독의 길로 나선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사랑을 싹틔우고 부부가 된 사람들도, 헤어진 첫 사랑처럼 달달했던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61년간 아카데미극장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울고 웃던 숨결과 감동의 박수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원주의 정서와 문화로 켜켜이 쌓였을 것이다.

여주 경기실크 또한 마찬가지다. 질 좋은 비단을 생산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던 연구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로 부농의 꿈을 이룬 잠업 농가들, 노동의 무게를 견디며 최고 품질의 비단을 생산했던 노동자들의 노고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경기실크는 비단 원단을 뽑아내는 누에고치처럼 잠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 시킨 지역산업의 누에고치 같은 존재였다.
  
원주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건물 강행에 돌입했다. 60여 년 쌓아온 우너주의 영화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강행  원주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건물 강행에 돌입했다. 60여 년 쌓아온 우너주의 영화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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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든다는 것

낡았다고, 이제는 필요 없어졌다고 그냥 무너트리면 그만인 공간이 아니란 말이다. 두 곳 모두 헐어버리면 다시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묻혀 만들 수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을 수도 없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정말 모른다면 지역을 이끌어가는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그나마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이란 시민모임이 주축이 돼 원주아카데미극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니 다행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따뜻해진다. 그 힘으로 삶을 더욱 여유롭게 펼치고 세상을 관조하는 능력도 지닌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무너지고 넘어지고 일어났던 수많은 경험들은 세상을 이겨내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처방전이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오래된 건축물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해왔던 공간들이 오래 됐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추억으로만 남기는 게 아니라, 추억을 즐기고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자 장소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역사가 아닐까. 그것이 오래된 미래의 가치를 찾는 일일 것이다.

추억을 꺼내기 좋은 가을이다. 나무들이 천천히 제 몸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가을. 제 몸의 수분들을 한 생 살아온 잎들에게 모아주고 마지막 찬란한 색으로 빛나게 하는 나무처럼, 떨어진 잎들이 뿌리로 떨어져 다시 나무의 몸속에서 양분이 되는 자연의 순리가 추억이라는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가을이면 참 좋겠다.

* 원주 단관극장과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bit.ly/아카데미극장알아보기
 
원주시 철거 강행을 규탄하고 극장 보존 원칙을 지켜 달라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원주시 철거 강행을 규탄하고 극장 보존 원칙을 지켜 달라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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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작가회의 회보 가을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힙니다.

 
태그:#원주아카데미극장#여주#원주#근대문화건축물#경기실크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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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로프 “북·러관계,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0.19 14:50
  •  
  •  수정 2023.10.19 14:58
  •  
  •  댓글 0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이러한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리가 말할 수 있다.”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같이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별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나는 이미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 (북·러) 정부 간 위원회 제10차 회의가 다음달에 열린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지질 탐사와 연료공급계획 등”이 의제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나아가 ‘북·러 수교 75주년’(10.12)을 맞아 두 나라 관계에 있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값진 공헌을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두 나라 외교장관의 잦은 만남은 친선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고 오랜 친선의 역사를 가진 북·러 양자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지난 9월 김정은-푸틴 회담에서 이룩된 “합의사항들을 이행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18일 저녁 평양공항에서 나란히 걷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 [사진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18일 저녁 평양공항에서 나란히 걷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 [사진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한편, 라브로프 장관 일행은 18일 저녁 평양 공항에 도착해 최선희 외무상의 영접을 받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북한 주민 200여명이 꽃을 흔들며 환영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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