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학생회 소속 재학생들에게 올해 5월과 6월은 "폭풍 같은 두 달"이었다. 지난 5월 8일, 학생회가 "성공회대 미니 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위한 연서명을 받겠다"는 연서명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지옥이 시작됐다. 대학교 온라인 익명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학생회 인원들을 향한 사이버 테러가 빗발쳤다.
"두창(원숭이두창) 걸릴까봐 그날 학식 못먹겠다"는 식의 노골적인 비난과 욕설이 대다수였다. '행사가 열리면 영상을 찍어 포르노사이트에 올리겠다'는 식의 협박성 조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생회는 행사 개최를 주제로 한 학내 교수들과의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 하는 등 대응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인터뷰 참여자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돌아왔다.
지난 6월 20일 미니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되기까지 지속된 이 같은 사이버 불링, 혐오성 게시물은 총 700여개에 달했다. 학부 학생회장 윤영우 씨는 이 같은 혐오정서가 "외부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교내에서 열려고 한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통해 정당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7월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별개의 외부행사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특정 학내 구성원에 대한 사이버 불링, 여기에 일종의 가짜뉴스까지 유통된 셈이지만 이 같은 '폭풍'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020년 이미 "(에브리타임 내에서) 특정대상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등의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며 사이트 측에 자율규제 강화를 권고했지만, 권고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대학 커뮤니티 내 '혐오문화'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오전, 이들 미디어콘텐츠 학부 학생회를 비롯한 성공회대학교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 학생들은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찾아 그간 수집한 700여 건의 성공회대 에브라팀 내 혐오 게시물들을 방심위 측에 진정했다. 지난 2020년 에브리타임에 대한 방심위 자율규제 권고 의결을 이끌어낸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진정 이후 이어진, 대학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대한 학생사회의 두 번째 '방심위 개입 촉구 운동'이다.
▲성공회대학교 학내 미니 퀴어퍼레이드는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나눔관 광장에서 열렸다. 해당 축제는 당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비판하며 기획됐지만, 학교 인권위원회, 학생회 등 학내 단체들만의 주관으로 열린 학내 행사였다. 외부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7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사진은 성공회대학교 미니 퀴어퍼레이드 현장 모습. ⓒ프레시안('
퀴어'라 욕하고 '페미'라 신상 털고 … "에브리타임 속 혐오, 위험수위 넘겨"
이날 방심위를 찾은 학생들은 모두 "에브리타임의 혐오가 이제 위험수위를 넘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부분의 혐오성 게시물들은 이번 미니 퀴어퍼레이드를 향한 공격처럼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 더욱 문제적이다. 일부 적극적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소수자 차별 게시물이 인기를 얻고 '여론'이 되어가면서, 대학 커뮤니티 또한 과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격과 혐오를 하나의 커뮤니티 정체성으로 삼았던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처럼 변모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령 이번 진정의 주인공인 성공회대 에브리타임의 경우, 미니퀴어퍼레이드 이전에도 지난 2021년 성중립 화장실 설치운동을 겨냥한 혐오성 게시물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빠르게 유포된 바 있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소속 재학생 김태현 씨는 "당시 성중립 화장실 설치운동을 주관한 인권위원회 소속 학생들을 향한 혐오발언 및 사이버 불링이 계속 이어졌고, 이후엔 아예 학내의 모든 문제를 '인권위의 책임'으로 돌리는 식의 혐오담론이 생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수자 운동 주체들을 대상으로 "이게 다 OOO 때문"이라는 식의 '놀이문화'가 퍼진 셈이다.
소수자 및 소수자 운동을 향한 공격은 성공회대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온라인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같은 해 중앙대학교에서는 학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창구 등의 역할을 수행해온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가 '성평위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익명의 에브리타임 연서명을 기반으로 9일 만에 폐지됐다. 숭실대학교 총학생회는 '인권위원장이 페미니즘 교수와 연대했다'는 에브리타임 '저격' 글을 근거로 1주일 만에 인권위원장을 해임했다. '페미니즘은 나쁜 것'이라는 커뮤니티 여론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돼 나온 졸속행정이었다. 학생들은 "일부 과격한 여론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과대대표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혐오문화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일종의 테러행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연합 FOF 소속의 지원 활동가는 2021년 당시 "평소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보여 왔던 (중앙대) 에브리타임에서 익명의 혐오자들이 페미니스트 학생들의 신상을 털고 '소주병으로 머리 깨고 싶다', '호수에서 물고문을 시켜야 한다'는 등의 혐오발언을 남기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규모가 작고 접촉이 잦은 학생사회 내에서의 '신상털이'는 학교 밖에서의 그것보다 더 큰 피해를 안길 수밖에 없다. 지원 씨는 이 같은 사이버 테러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방해하고 위축시키는 실질적인 '백래시'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행위가 커뮤니티 내의 놀이문화가 되면서 실제적인 오프라인 테러로 이어진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선 교내 가판대에 놓여있던 여성주의 교지 <녹지> 간행물에 누군가 압정을 박아 놓았고, 이를 수거하던 한 편집위원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녹지> 소속 학생들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압정 사건이 알려지자) 에브리타임에 '정의는 살아있다'는 등의 조롱성 반응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 시기 에브라타임엔 학내 여성주의 교지를 훼손하고 이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여럿 올라왔다. (관련기사 ☞ 인하대 성폭력 사건은 "정말 '개인의 문제'인가?")
지원 씨는 "지난 겨울 학교 축제 당시엔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연합이 축제 부스를 운영했는데, 에브리타임에 실시간으로 (부스를 운영 중인 학생에 대한) 신상유포 및 혐오성 게시물들이 올라오기도 했다"라며 "실제로 부스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 주최 측은 10명의 불법촬영 범죄자들을 적발했다. 혐오게시물은 현실에서도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찾은 성공회대, 중앙대 등 대학 학생들이 방심위 혐오 게시물 진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에브리타임 '자율규제'는 어디에? 학생들 "오히려 운영진이 혐오 조장"
2020년 에브리타임 내 혐오 게시물을 모니터링한 유니브페미의 당시 조사에 따르면 그해 4월부터 3개월간 20여개 대학 에브리타임에선 삭제되지 않은 혐오성 게시물이 550개에 이르렀고, 이 중 47%는 여성혐오를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당시 해당 게시물들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방심위는 "해당 사이트는 대다수 대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서 영향력이 크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직접적 개입이 아닌 자율규제 강화 권고만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은 성공회대 미니 퀴어퍼레이드를 대상으로 두 달 만에 700개에 달하는 혐오게시물이 해당 사이트에 누적된 일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방심위) 권고 이후 에브리타임은 오히려 직간접적으로 대학혐오문화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브리타임 운영진 측이 '혐오성 게시물은 방관하고, 페미니즘 등 일부 성향에 대해서는 오히려 검열'하며 커뮤니티 내 혐오문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에브리타임은 자사 사이트 내에 게시된 '서울여성회 페미니즘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활동 홍보 게시물을 일괄 삭제하고 해당 이용자들을 무더기로 이용정지시키며 '페미니즘 검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에브리타임은 "서페대연의 게시글은 에브리타임의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위반"했다고 통보했지만, 이용규칙상의 금지행위(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행위,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행위 등) 중 어떤 부분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숭실대학교 학내 여성운동활동팀 '적토마' 소속 학생 조혜원 씨는 "비단 연합 동아리뿐만 아니라 학내에서 페미니즘 및 성평등 활동을 하며 모임 홍보글을 게시하기만 하여도 게시물이 삭제되며, 계정의 정지가 이루어지는 일이 (에브리타임에선) 허다하다"라며 "(본인 역시) 페미니즘 소모임 홍보 글을 올렸을 때, 방심위에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그리고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계정이 정지되었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브리타임과 방심위에서 이야기하는 사회 통념과 악영향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이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학 내 공장에 입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혐오표현 규제에 대해 요구할 때마다 방심위에서 그토록 중요시하는 표현의 자유는 왜 혐오하고 차별할 자유에만 한정되는 것인가" 되물었다.
방심위 등이 혐오표현 규제에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안이한 태도를 보이지만, 페미니즘과 같은 특정 성향에는 '갈등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즉각 규제에 나서는 등 '답을 정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 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평가되는 에브리타임의 지위를 고려한다면 이는 공론장의 독점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러는 사이 "여러 대학 에브리타임 인기 게시판에는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 외국인 등 다양한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등 혐오가 더 깊고 다양해졌다고 조 씨는 지적했다.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 및 혐오표현에 대해 연구해온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방치된 혐오: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혐오 표현을 방치할 경우 오히려 표현의 자유의 총량은 축소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혐오표현이 방치되고 그에 반하는 표현을 규제한다면 결국 사회적 소수자들은 침묵하게 되고, '그들이 점점 발언하지 않게 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혐오 표현 방치하면, 되레 표현의 자유 총량 축소된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경청될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면 된다'고 방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총량을 늘린다고 할 수 있는가. 총량이 100에서 1000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100 중 90을 말하던 사람이 1000 중 900을 말하고 있다면 총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라며 "더구나 혐오 표현은 평소에도 말할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더욱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정치인과 언론의 '받아쓰기', 혐오 표현에 정당성 부여해주고 있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7,000발이 넘는 로켓 공격. 그렇게 많은 로켓을 하마스가 어떻게 확보했는가 하는 질문은 생략한다. 현재로선 그들이 개발·확보했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했거나 하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남겨둔다. 개발한 그들이 혹은 지원한 누군가가 밝히지 않은 이상 무의미한 질문일 뿐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왜 군사행동을 감행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감옥이었다. 이스라엘은 종종 팔레스타인을 고정된 표적 삼아 공습을 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군사 공격 후 하마스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알아크사 같은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 달라”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밝혔다.
수백 명의 인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간 하마스의 폭력성에 경악한다. 영국의 언론 BBC는 인질로 잡혀간 것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 미국과 영국 등의 매체들은 이스라엘의 피해만을 보도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수치는 어떤가?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체포되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는 5,200명이다. 여성 33명과 어린이 170명이 포함된 수치라고 한다.
2023년 한해에만 이스라엘군은 28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24명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였다. 요르단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187명, 가자지구에서 37명이 죽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팔레스타인이 확보한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맞교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1년 10월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477명이 교환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따로 있다.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는 사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진보적’ 유대인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억압’이 하마스의 ‘폭력’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정확하고, 용감한 주장이다.
이 주장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오랜 분쟁과 전쟁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폭력’(사실 학살이라 해도 무방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폭력’(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확하다.
또한 이 주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래서 아마도 이스라엘 내에서 하마스와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 여론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용감하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그들을 격리, 분리해 왔다. 2002년 6월부터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둘러싸고 ‘장벽’을 쌓았다. 장벽 곳곳에 이스라엘은 초소를 설치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란 “봉기/거부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1987~91년 사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티파다 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인티파다는 납세 거부와 투석전의 형태가 주를 이뤘다. 인티파다 운동은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3만 7천 명 이상의 부상자들과 약 750명의 사망자를 낸 후 중단되었다.
▲ 2008년 이후 양측의 인적 피해 비교
2000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인티파다 운동은 자살폭탄 공격 등 무장투쟁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 역시 더 치명적이고 기계화되었다. 3년간 2,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인티파다 기간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잔혹한 수형생활을 해야 했다. 이스라엘의 보안 기관(Shin Bet)에 의해 조사를 받은 팔레스타인 사람 가운데 85%가 고문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8m 높이에 700km가 넘는 장벽과 관통 도로, 500여 개의 검문소 등으로 인해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를 모멸감에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서 해방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팔레스타인에 가해졌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0월 7일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옆에서 자신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미국이 손대는 곳마다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백악관은 “정당성 없는 테러”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을 중동 지역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은 중동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된 중동 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개입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은 분쟁지역이 되었고, 거기서 전쟁이 발생했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가 그렇고, 중동의 경우가 그렇다. 대만의 경우가 그렇고 한반도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신냉전 정세 아래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은 어김없이 전쟁에 연루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한미동맹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할 정도이지 않은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나토 동맹에 편입하려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저항이 발생했고, 그 저항이 폭력을 불러왔고,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이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자 대만 해협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자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기획 아래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완성되었다.
미국이 전쟁을 부르고, 미국과의 동맹이 전쟁을 초래한다.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
수천 발의 로켓이 발사되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망인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 이스라엘은 2011년 아이언돔 배치 이후 팔레스타인에서 발사된 로켓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무적의 아이언돔’ 신화는 이번 공격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압도한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군사력은 하마스의 공격을 억지하지 못했고, 하마스의 로켓을 방어하지 못했고, 하마스 무장병력이 이스라엘 영토에 들어와 자국민을 인질로 잡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압도적 군사력’ 신화 역시 이번 공격으로 무너졌다.
이스라엘의 로켓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 언덕 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듯 그 장면을 지켜보는 2014년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갖는 적대적 감정은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적대 의식도 전쟁을 억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죽어갈 때,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 위로 의자를 가지고 올라와 공습 폭발음을 들으며 구경하고 있다..(2014년 7월)
윤석열의 군사력 증강과 대북 적대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그것을 능가한다. 윤석열이 강조하는 ‘압도적 군사력’과 ‘대북 적대감’은 한반도 전쟁을 촉진한다.
장기전일 경우 미국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
상황은 전면전을 향하고 있고, 5차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이스라엘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했다.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가 이스라엘 남부에 집결하여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이 된다.
지금까지의 중동 전쟁은 단기전이었다. 1956년 전쟁은 10일 만에, 1967년 전쟁은 6일 만에, 1973년 전쟁은 20일 만에 끝났다. 막강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스라엘의 조기 승리로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중동 전쟁이 발생하면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갖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막대한 지원을 할 상황이 아니다. 또한 이란 등 팔레스타인 지원 국가들의 군사적 역량은 과거에 비해 강력해졌다. 이번 군사 공격에서 확인했듯이 하마스 역시 막강한 군사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상황이 아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동맹국에 이스라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은 이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결국 미국은 윤석열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국이다. 윤석열은 이미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협력” 의사를 밝혔다. 말이 좋아 국제사회이지 미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10.12. ⓒ뉴시스 내년 1월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소규모 사업장 확대 적용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저희도 고민 중”이라며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는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는 5인 이상 사업장이다.
다만, 경영계의 반발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단계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자 경영계에서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또다시 유예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이 장관도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지금 저희들은 일단은 두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나는 국회에서 현실을 감안해서 입법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TF를 만들어 쭉 논의하면서 현장 노사의 의견을 들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있어서 저희도 고민 중”이라며 “현재는 83만 사업장 중 40만 사업장에서 예산이나 인력이나 준비가 부족한 데 대해 저희가 지원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 의원은 중대재해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확대 적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진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852건의 중대재해 발생했는데 그게 법이 적용되고 있는 사업장에선 37.4%, 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선 62.6%가 발생했다”며 “그러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소규모 사업장 배제하면 규율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력을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마냥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법, 공단에 공동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만드는 방법, 개정하는 방법, 전문인력 지원 등을 내실화하는 방법 같은 걸 풀세트로 가지고 가야 재해를 예방하면서 법을 개선하는 논의도 성의있게 진전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던 이전 정부 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완화되는 징조가 확실히 보인다”며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올해 8월까지 입건된 166건 중에 단 두건만 검찰로 송치됐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시행됨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산재예방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지고 처벌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서 하는 말”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했다. 우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3곳이 SPC, DL E&C, SeAh인데,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들 기업에서 1건의 중대재해로 14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건 이런 기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 일반형사법 위반마저도 단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산재 7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DL E&C에서 작년에 발생한 중대재해는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고 싶더라도, 법이 있는 동안에는 수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악법도 법 아니냐”며 “어떻게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사실이 잘못된 것도 있고 사실이 해석 잘못된 것도 있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저희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있는 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주장했다.
심지어 이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 이후 내려지는 작업중지명령 유지 기간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다”는 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 중지 요건과 범위들을 대폭 줄여놨다”며 이전 정부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 장관은 또다른 질의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 탓을 하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인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질의를 시작하면서 “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두구육에 꼼수, 겁박, 노동탄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선봉에 노동계 출신인 이 장관이 있기 때문에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 약자 보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말하지만 실제 추진하는 정책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자 이 장관은 “양두구육이나 겁박이나 꼼수 이런 표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다음에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여러 가지 이런 것들이 꼼수”이라고 맞섰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요구가 잇따르자,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은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 오히려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계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동안 산입범위 확대를 ‘개악’이라고 비판해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전 산업현장에서 기본급과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왜곡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일각의 사퇴 요구에는 분명히 거부했다. 이 장관은 우 의원이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이 장관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저는 지금껏 양심에 어긋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제 직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허재현 압색 영장에 조작 대화 자리에 김병욱 참석 적시…조선 “민주주의 뿌리 흔들어, 민주당 몰랐나”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쌈짓돈’ 사용 추가 보도…한겨레 “국정조사·특검 해야”
13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1면 톱기사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완패한 여당과 현 정부에 대한 소식을 실었다. 조선일보만 1면 톱에서 <코로나 빚잔치 시작됐다>는 기사를 싣고 소상공인들이 줄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같은면 하단에 <김행 여가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기사에서 부제로 ‘여권, 보선 패배 후 쇄신 움직임’, ‘尹 “선거 결과에서 교훈 찾아야”’ 등을 달아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아침신문 사설에선 한목소리로 대통령과 여당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짜 녹취록’ 대화가 오간 현장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는 내용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선 직전 김 의원의 최아무개 보좌관의 발언을 최재경 전 중수부장이 한 말이라고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조작보도해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 조우형씨를 수사하지 않고 봐줬다’고 주장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 이 대표 최측근인 야당 의원까지 향한 것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실태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가 이어지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뉴스타파·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2일 공개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특활비 자료를 보면 특활비를 검사들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13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경향, ‘착잡한’ 여당 지도부 사진 놓고 “이대로면 총선 가도 ‘이 장면’”
경향신문은 1면 사진에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이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실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는 진단과 함께 윤 대통령이 이념 중심의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수정하고, 여당과의 수평적 관계를 허용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 13일 경향신문 1면
이 신문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야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대표되는 ‘이념’ 중심 국정 기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와 여당의 관계 재설정, 협치 등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에서 심판받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당·정·대를 인적 쇄신하고 대야 관계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며 “민생을 놓고 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만 정부와 책임여당의 활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13일 경향신문 만평
보수 성향 매체들도 사설에서 여권의 개혁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여당 안 바뀌면 중대 국정개혁 다 물건너가>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공공·재정·산업구조 개혁도 절실하다”고 한 뒤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최소한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볼 때 총선 패배가 예상되니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선일보는 현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국정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여기는 국민이 많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민심과 괴리가 생기고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매사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준다”며 “국민은 대통령의 겸허하고 진솔한 자세를 인사를 통해 보고 느끼는데 정치에선 취임 이후 지금까지 누구를 내치고 배척하는 기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지나친’ 상하관계”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여당에서 여론을 전달해 수정하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상하관계가 되다 보니 지금 국민 눈에 여당은 보이지도 않고 있다”며 “주식 의혹과 인사청문회 퇴장 논란을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민심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의 성찰을 요구했다. 사설 <‘김행 하차’는 출발점일 뿐, 국정쇄신은 ‘내 탓’ 성찰로부터>에서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며 “스스로 인식과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뒤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정부를 가리키며 ‘과거엔 더했다’는 변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남 탓’ 아닌 ‘내 탓’,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여권의 총체적 쇄신과 성찰 없이는 국정 신뢰회복 어렵다>에서 “우선 만사를 가름할 인사가 독단·독선적이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협소한 인재풀과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국민 불안이 큰 터에 여당 지도부가 수산물 먹방으로 실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당정 일체’ 구호 아래 용산에의 쓴소리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 13일 한겨레 만평
‘조작 보도’ 의혹, 이재명 캠프로 향하는 검찰 수사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21년 12월21일 최 보좌관과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의 사촌 이아무개씨를 만난 내용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했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영장에 따르면 이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관이었던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전 중수부장) 등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제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번 만들어 볼게요.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했고 최 보좌관은 “국민의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먹은 거다. 이런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김양(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라고 말하자 최 보좌관이 근거 없이 “윤석열이 한말이지”라고 답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경향신문 보도까지 종합하면, 검찰은 최 보좌관이 해당 대화를 녹음한 뒤 민주당 화천대유 태스크포스(TF) 조사팀장을 맡던 김아무개씨에게 전달했고, 이후 김씨가 허 기자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대유 TF 단장은 김 의원이, 해당 TF 상황실장을 최 보좌관이 맡고 있었다. 김씨가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 비서실 소속이면서 이재명 캠프 기본주택본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검찰이 이들을 고리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허 기자는 최 보좌관, 김씨 등을 모른다며 적절한 취재를 거쳐 확인 후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허 기자 연락처도 없고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해당 (리포액트) 보도도 처음 본다”고 했다.
▲ 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엔 野 보좌관 가담한 ‘대선 가짜 뉴스’, 黨(당)은 몰랐나>에서 “지난 대선 양강 후보 중 한명인 이재명 후보 측 인사가 상대 후보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녹취록을 조작, 확산시켰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며 “민주당 보좌관이 직접 가담하고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면 당 지도부나 선거 캠프도 개입된 것은 아닌지, 혹은 최소한 조작 사실을 알고 잇었던 것은 아닌지도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분석결과 발표
공동취재단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검찰은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도록 가려서 자료를 공개했는데 고양지청의 경우 일부 글자가 보여 오랜 분석 끝에 판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행 명목이 수사활동이나 정보교류활동으로 된 것은 60%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밀이 요구된다고 보기 힘든 검거·공판활동에 사용됐다. 수사활동의 경우에도 기밀이 요구되는 특정 사건이 적시되지 않은 채 특활비가 지급됐다. 또 사용 용도를 벗어나 격려·포상금 등으로 전용된 사례도 드러났다.
▲ 경향신문 13일자 검찰 특활비 관련 기사
한겨레는 사설 <검찰 특활비 의혹, 국정조사·특검 외에 규명 방법 없다>에서 “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 판독한 특활비 집행기록은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에서 확인되는 오남용 사례만 봐도 심각하다”며 “전수조사를 한다면 상상 이상의 실태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사용이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켜왔지만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에서 (검찰의 오랜 적폐부터 뿌리 뽑을) 의지가 없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고양지청서 민낯 드러난 검찰 특활비, 이대로 둘 건가>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도 축소된 만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가 부당하고 불투명하게 쓰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 하마스가 전례 없는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나섰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돌파한 것이다.
곧바로 대규모 보복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은 주거용 건물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가자지구 전역에 폭탄을 쏘아댔고, 더불어 가자지구에 물, 식량, 전기,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만 3,000여 명이 초과한 상황. 무차별한 폭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난민은 25만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은 곧바로 이스라엘 지지를 천명하며 항공모함을 보냈고, 바이든은 “하마스는 순수한 악”이라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함은 이슬람국가(ISIS)의 최악의 광란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밤 11시가 넘었을까. 퇴근 후 거실에서 누워 '이제 씻고 자러 갈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엄마가, 사라졌단다. 창밖엔 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던 그날 저녁,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한 차례 불길한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 많이 오니까 오늘 같은 날은 조심하셔야 해요."
그 말에 어머니는 분명히 '알겠다'고 했었는데. 동생의 울음 섞인 목소리 때문에, 저녁의 그 불길한 영상이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마'가 맞았다. 엄마는 기어이 비를 뚫고 수문을 열러 나갔다. 그리고, 실종됐다.
엄마는 하천의 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다.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하천의 물이 넘쳐 농지를 침범하기 전에 엄마는 수문을 열려고 했을 터였다.
그 길로 서울에서 전남 함평까지 차를 몰았다. 엄마가 담당하는 엄다천 학야제수문 주변에는 경찰차, 소방차가 도착해 있었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넋이 나가 있었다. 동생은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이틀 후 엄마가 발견됐다. 수문에서 1km 떨어진 하천에서, 시신으로.
"어머니가, 올해 폭우로 인한 첫 사망자래요. 동생과 저는, 엄마가 '처음 죽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긴 했을까, 종종 이야기합니다."
올해 장마가 앗아간 첫 생명. 그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수문은 엄마가 아닌 누구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날 밤, 엄마는 왜 사라졌을까. 무엇이 그를 다시는 형제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폭우와 거센 물살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엄마가 마지막으로 서 있었던 수문 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편지를 쓴다. 어쩌면 전하지 못할 편지.
"지문철(가명, 75세) 선생님께. 우선, 이 편지를 받고 많이 놀라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지난 6월 말, 지문철 씨는 폭우에 아내 오혜선(가명, 67세) 씨를 잃었다. 여러 기자가 연락해왔지만 지 씨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본지가 제3자를 통해 건넨 인터뷰 요청도 이미 거절한 뒤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였다. 노랗게 익은 남도의 들판이 뒤쪽으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다시 볼펜을 쥐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열차는 어느새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전남 함평군으로 갈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는 함평군 엄다천 어딘가에 있다는 한 '수문'이다.
▲지난 6월 27일, 폭우가 내리던 밤에 전남 함평군 엄다천에 있는 학야 제수문을 살피러 나섰던 오혜선(가명) 씨가 실종됐다. 사진은 당시 수색대가 혜선 씨를 찾는 모습. ⓒ연합뉴스
농촌 지역에서는 논밭 주변 하천에서 수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문을 관리하는 사람을 인근 마을 주민 중에서 선발한다. '수리시설 감시원(이하 수문 감시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 관리가 필요한 농번기에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문 관리를 담당한다.
오혜선 씨는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엄다천에 있는 학야 제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었다. 지난 6월 27일, 함평엔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그날 밤 오혜선 씨는 하천이 넘쳐 논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살펴보러 나섰다가 실종됐다. 오혜선 씨는 이틀 후 약 1㎞ 떨어진 교각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해 장마 폭우 첫 사망자." 당시 언론에서는 혜선 씨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언론은 혜선 씨가 '수문 점검에 나섰다가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당시 농어촌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문 감시원을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혜선 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못했다. 농어촌공사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안전 매뉴얼 개정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아직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장례식에 윤석열 대통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등은 근조 화환을 보냈다 ⓒ취재원 지현배(가명) 제공
여러 의문이 들었다. 혜선 씨는 어떤 순간에 급류에 휩쓸린 걸까. 수문에 추락방지 시설 등 안전장치는 없었던 걸까. 무엇보다 혜선 씨는 왜 '일하다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까. 폭우는 올여름 한 번만 오고 마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이상 기후는 지속될 것이기에,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이 사건을 깊이 들여다봐야 했다.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 언제나 진실의 단서는 현장에 있다. 그리고 지문철 씨를 만나고 싶었다. 지 씨는 오혜선 씨의 남편이자, 오혜선 씨가 사라지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다.
지난달 21일, 함평에 도착해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지역활동가인 김영수 씨는 지문철 씨와 같은 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 후배였다. 먼저 지문철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전해준 이도 김영수 씨였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호탕하고 구수했다.
"나(내)가 도와줄 수는 있지. 그 형님(지문철 씨)이, 인터뷰는 하기 싫다고 항께, 와서 현장이나 보소. 거까진 나가 데려가 줄 수 있응께."
김영수 씨의 안내를 따라 엄다천에 있는 학야제수문에 도착했다. 여섯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험 접근금지."
농어촌공사는 수문 위 다리에 해당 팻말을 걸고 다가갈 수 없게 쇠사슬로 막아뒀다.
"수문이, 엄청 크네요." 기자가 말했다. 수문은 엄다천과 함평천이 합류해 물길이 확장되는 지점에 있어 규모가 컸다. 전체 길이가 20m는 돼 보였다. 적회색 돌로 이뤄진 교량이 하천을 가로질렀다. 교량을 따라 가로 폭 1.5m 이상의 수문 6개가 나란히 놓였다. 수문과 수문 사이는 위로 솟은 회색 벽이 연결했다.
▲ 한국농어촌공사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추락방지를 위해 난간을 설치하는 등 시설을 정비했다. 왼쪽은 구글 로드뷰로 확인할 수 있는 정비 전 모습이다. ⓒ셜록
팻말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은빛 난간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는지 반짝반짝 윤이 났다. 짙은 적녹색의 수문에는 세월의 흔적이 여실했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난간은 더 눈에 띄었다.김영수 씨는 '오혜선 씨가 죽은 뒤에야' 농어촌공사에서 안전시설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이것(난간 등)들은 다 새로 생긴 것들이지. (사고) 전에는 이것이 다 없었다고. 다리만 있고, 이거 새로 다 한 거라고. 물이 다 넘어불잖어. 밤에 여길(다리를) 걸어간다고 생각해봐. 물은 찰랑찰랑 넘칠랑 말랑 하고 있는디, 응?"
'그날'의 오혜선 씨처럼 다리 한가운데 서보니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걸.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휘감았다. 손수레 한 대 지나갈 정도 너비의 이 좁은 다리에서 넘어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고꾸라질 테다. 그때는 없던 난간이 지금은 있는데도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몰아치는 비바람, 난간 없는 교량, 그리고 발밑에서 일렁이는 하천. 그날의 오혜선 씨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오혜선(가명) 씨가 서 있었을 다리 위. 우측 아래에 수문이 있다. 사고 당일에 이 다리 위에는 난간이 없었다 ⓒ셜록
의문은 남았다. 혜선 씨를 물에 빠지게 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선생님, 그런데 그때 여기서 (혜선 씨가) 발을 헛디딘 건가요?"
"헛디딘 게 아니고. 이제 여기 봐봐. 쓰레기가 걸려 있잖어."
김영수 씨가 가리킨 곳에는 수문 주변에 얽힌 수초 등 부유물이 보였다.
"수문을 열라 해도 저것들 때문에 문이 다 안 열린겨. 그래갖고 저런 것을 치다가(치우다가) 물이 확 덮치니까 넘어가서 뒤로 빠져버려 (돌아가신 것 같아)."
오혜선 씨가 수초를 치우려 한 까닭은 간단했다.
"수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응께. 물이 확 (논을) 덮쳐불면 그해 농사 망치는 거지."
▲수초 등 부유물이 끼어 있는 학야 제수문의 모습 ⓒ셜록
수문 양 끝에는 2층으로 향하는 사다리가 보였다. 김영수 씨가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교체됐는지 새 것처럼 윤이 나는 사다리엔,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래도 막상 오르려니 솔직히 무서웠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은 후, 기자도 사다리에 발을 올렸다.
발밑은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사다리 끝까지 올랐다. 제어장치 앞에 서 있는 김영수 씨가 보였다. 2층에는 수문 제어장치로 보이는 직사각형 형태의 알루미늄 상자가 6개가 있었다. 김 씨가 알루미늄 상자를 열었다. 손잡이가 달린 다홍색 제어장치에는 '자동', '중립', '수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수문을 조절하려면 늘 이렇게 사다리를 타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녀. 근디 야(제어장치)를 '자동'으로 돌려놔야 버튼 하나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제. 운전하듯이 이거(손잡이)를 돌려야 이게(수문이) 움직이는겨."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수문을 좀 더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천천히 달려오던 파란 트럭이 멈추고 두 남자가 내렸다. 김영수 씨는 그 둘을 단번에 알아보고 악수를 나눴다. 김영수 씨가 두 남자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서울서 온 기자들이여. 그 문철이 형님네 색시 얼마 전에 돌아갔잖어. 그거 취재하러 왔다네. 자네도 수문 감시원이지? 설명 좀 해줘 봐."
▲학야 제수문 2층에 있는 수문 제어기기 내부 ⓒ셜록
운전석에서 내린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말을 시작했다. 인근 지역에서 사는 그 역시 수문 감시원이었다.
"이게 평상시에는, 비 안 올 때는 농사지어야 되니까 수문을 닫아야 해. 물을 품어야 하니까. 근데 그때(사고 당시)처럼 비가 막 쏟아져갖고 여기가 막혔어, 그럼 그걸 빨리 물 나가게끔 할랑께(열려고 하니까) 그게 위험한 거야. 그때 주민들이 관리원한테 막 전화하는 거지. '비가 많이 오니까 얼른 수문을 열어라' 농민들이 막 군청에다도 전화하지."
비가 많이 오면 밤에도 수문을 열러 나와야 하냐고 물었다.
"그럼, 그러니까 위험하지. (사고 이후에) 이번에 농어촌공사에서 선물을 막 무지하게 주더라고. 여러 가지 줘부러. 하이바(안전모)에다 장화에다 구명조끼에다…. 뭐 안 준 것보다야는 낫지. 이번에 사고 나고, (농어촌공사에서) 비 올 때 나가지 말라대요? 근데 누가 하긴 해야 하잖아. (수문을 열러) 안 나가면 (주민들) 욕은 즈그들(농어촌공사)이 묵는 게 아닝께."
농어촌공사는 오혜선 씨의 사망 이후 인근 지역 수문 감시원들에게 안전 장비를 지급했다. 난간 설치와 안전모·구명조끼 지급, 이 같은 조치들이 지난 6월 전에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오혜선 씨가 죽고 나서야 그들의 눈에도 '위험'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따라 놓인 수문의 뒤편. 난간이 없을 때 교량에서 미끄러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떨어질 수 있다. ⓒ셜록
취재진은 오혜선 씨가 살던 마을,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학야리로 향했다. 들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들말'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문으로 '야리(野里)'라고 썼다. 이름처럼 마을은 온통 논밭이었다.
여기서 학야리 이장 지성옥(66세) 씨를 만났다. 그는 오혜선 씨의 실종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날 밤에, (지문철 씨가) 울면서 찾아왔더라고요. 아내랑 수문에 같이 나갔는데, (아내가) 없어졌다고. 그래서 제가 신고는 했냐고 물었더니, 얼마나 놀랐는지 (신고도) 못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지문철 씨가) 기자들이 찾아와도 인터뷰 못 하겠다고 해서 제가 많이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어제도 마을 사람들한테 아내 수색 도와주고 함께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음식을 대접했어요."
이장 지성옥 씨에게 박카스 한 상자와 아침에 열차에서 쓴 편지를 맡겼다.
"이장님, 지문철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이것 좀 전해주세요."
지성옥 씨는 흔쾌히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이 말을 강조했다.
"너무 안타까워. (오혜선 씨는) 참 착하고 동네 으른들한테도 잘했어요."
지성옥 씨의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 70대 여성은 꼭 쥔 주먹을 가슴에 대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혼자 사는 노인네들 한번씩 돌보러 오고. 찌개며 반찬이며 맨들어서 가져오고. 우리 집에도 자주 왔어. 나 챙기러. 사람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엄다면 사람들이 다 말해. 너무 짠하다고. 우덜(우리들)도 너무 안타까워서 아주 말도 못해. (오혜선 씨 전에) 우리 집안 시동생이 했어요. (수문) 감시 일을. 근데 우리 시동생이 할 때도 '거기 위험하니께 뭘(안전장치를) 해주라' 해도 잘 안 해줬어, 농어촌공사에서. 난간 새로 해주라고 해도 안 해주고 그랬다고, 우리 시동생이 그래."
TV 앞에 앉아 있던 다른 노인이 말을 거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사람 죽고 나서 난간이며 조명이며 뭐며 새로 해놓으면 뭐대(뭐해)? 이미 사람은 죽었는디."
▲지성옥 이장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월 27일 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셜록
오혜선 씨가 숨지자 노동당국은 농어촌공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근로자 인정' 여부다.
이날 저녁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문 감시원들이 누구의 통제를 받고,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일하나요? 바로 농어촌공사입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었으니 산재처리를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전국에 수리시설 감시원이 7000명 정도 됩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로 인해 폭우는 쏟아질 테고요. 농어촌공사는 앞으로도 그분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시면 지금처럼 책임지지 않을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7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혜선 씨 유가족에게 전달할 '성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성금을 지급하기 전에 유가족 측에 합의안을 제시했다는 한국방송(KBS)의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합의안 내용은 "앞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돈이 합의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라, '성금'의 형태로 지급됐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농어촌공사 이름으로 된 정식 합의금 혹은 보상금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정식으론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죠."
KBS 보도가 있고 약 일주일 뒤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돈을 통해 합의를 하려던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성금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모금한 것이고, 합의를 위해 전달을 미뤘다는 내용의 기사는 오보다.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 측은 '성금의 목적은 위로'라며 순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가 성금을 전달하기에 앞서 "한국농어촌공사 및 공사임직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합의서(안)를 유가족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사망 사고 이후 학야 제수문 옆에 긴급 구조 도구들이 마련됐다. ⓒ셜록
공사 측은 사고 현장인 학야제수문과 관련해 '난간, 구명조끼 등 안전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인정했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부 안전시설 등이 미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진행했다"며 "매년 저수지, 양수장 등 농업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지만 제수문까지는 구체적으로 (챙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책임' 문제가 남았다. 농어촌공사 측은 "경찰과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답만 내놨다. 관계자는 "공사의 책임에 관해서는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기관과 노동청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에서 공사의 책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야 제수문 전경 ⓒ셜록
다음 날 22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통해 메일함부터 접속했다. 한 메일의 제목을 보고 순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 ⓒ민주당 선거캠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진교훈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17%p 이상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는 자정을 넘으면서 끝났다. 12일 새벽 0시 49분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개표진행상황에 따르면, 개표는 100% 진행됐다.
개표 결과,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13만7065표로 얻으면서 56.52%의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9만5492표를 얻으면서 득표율은 39.37%에 그쳤다. 진교훈 후보와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진 후보가 압도했다.
이어 정의당 권수정 후보 1.83%(4451표), 진보당 권혜인 후보 1.38%(3364표),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 0.66%(1623표), 녹색당 김유리 후보 0.21%(512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 ⓒ민주당 선거캠프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진 후보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에서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낮은 자세로 구민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이 확정되는 즉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하겠다”라며 “구민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구민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11시 48분쯤 페이스북에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강조했다. 또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라고 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퇴장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탄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11. ⓒ뉴시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은 11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되면서 그동안 민주노총대전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 주축이 되어 진행해 왔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규탄! 대전시민 촛불’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하 대전행동)은 11일 오전 11시에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결성대표자회의를 갖고, 조직구성과 운영계획, 주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대전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되고 있고, 향후 30년을 지속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며,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 용인동조하는 윤석열정부 규탄! 일본산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 전면 수입금지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과 촛불행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활동으로는 매월 둘째주 수요일 대전시민촛불을 개최하며, 매주 수요행동을 통해 대시민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날 저녁 7시에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촛불행동에서 여는 발언에 나선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라는 두 단체 중심으로 해양투기 저지를 위해 싸워왔으나 막지 못했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오전 대전지역의 70여개 단체 회원들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결성 대표자회의를 가졌고, 그 결의를 모아 오늘부터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의 이름으로 해양투기를 중단할 때까지 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복 대표는 이어 “인류의 생명과 미래,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파탄 낼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과 일본산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위해,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망국적인 사대매국노 짓 중단을 위해 다함께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도 규탄발언에 나서 “우리 모두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은 핵은 ‘부의 유무’에 따라서 차별적이라는 사실”이라며,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미국 같은 강대국과 부자들이 아니라 약한 나라의 가난한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염된 물에 몸을 담가야하며, 저녁반찬의 생선을 보며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경렬 목사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노래모임 ‘놀’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중간에 편경렬 목사는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에 나섰고,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불렀다.
이날 촛불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발표하며 마무리되었다.
촛불행동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11일 저녁 진행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표자들. 오른쪽부터 박규용 (사)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 김운섭 민주노총대전본부 사무처장, 정현우 진보당대전시당 위원장,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 대표자회의 장면.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음 촛불행동은 11월 8일(수) 저녁 7시에 진행하며, 매주 수요일 점심에는 연설과 서명운동, 피켓시위 등 대시민 캠페인 형태로 수요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이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인류재앙을 부르는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을 새롭게 결성한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는 우리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명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대전시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일본정부의 핵폐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일본정부 지난 8월24일부터 핵폐수 해양투기를 시작으로 향후 30년간 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해양생태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전쟁범죄에 이어 또다른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일본정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 되면서 당장 학교급식 군급식등 국민식탁 안전이 위협받을 위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산 수산물 뿐 아니라 수산물가공품 전체에 대해 철저히 검역에 나서라. 주권자인 국민들은 검역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정비를 촉구해 나설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할 능력조차 없는 일본정부를 신뢰할 것이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임무에 충실하라. 그리고 일본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만약 이를 거스르려 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의한다.
하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하나.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하나.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하나. 주권자의 힘으로 생명의 바다와 국민생명안전을 반드시 지킨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순덕 대기자 “윤 대통령에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 할 수 있나”
조선일보 “민심의 경고” 한겨레·경향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당부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를 100% 완료한 결과 진교훈 후보는 56.52%(13만7065표)를 얻어 39.37%(9만5492표)를 기록한 김태우 후보를 약 17%포인트 앞서며 압승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7%였다.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살펴볼 가늠자로 여겨진 선거였던 만큼 아침 신문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표가 진행됐음에도 12일 자 1면에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사설도 작성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12일 아침신문들 1면.
조선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경향·한겨레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조선일보는 1면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완패했다. 민심의 경고에 여권 내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할 전망”이라며며 “반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 친명 지도부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용산의 패배라고 했다. 한겨레는 1면 <용산의 패배> 기사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당분간 안정적인 당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12일 조선일보 1면.
▲1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어 “윤 대통령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후보를 지난 8월 사면·복권해 출마의 길을 터줬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다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수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달라지면 전화위복, 아니면 설상가상> 사설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으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이 누적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또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를 내부 고발한 김 후보를 형식 논리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해 구청장직을 박탈한 법원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김 후보 때문에 생긴 선거에 김 후보를 재공천한 국민의힘도 국민적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12일 조선일보 사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이번 설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승패는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긴 쪽과 패한 쪽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잘 받아들이면 전화위복이 되고 잘못 받아들이면 설상가상이 된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고작 구청장 하나의 선거 결과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선 더욱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보선 패한 여권, 독선적 국정운영 아니었나 돌아봐야> 사설에서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참신한 인재를 선보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자격 미달 시비가 잇따르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등 독선적이거나 독주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당을 향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선거 민심, 윤 대통령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고다> 사설에서 “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여겨 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혁신과 통합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이라고 민심의 회초리가 피해가진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압승, 엄중한 국정 심판이다> 사설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에 회초리를 들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는 게 옳다. 민주당은 자만할 게 아니라 쇄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총선에서도 이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 “총선 여당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칼럼에서 “이번 보선의 의미는 애써 깎아내려도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총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여당이 또 질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총선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보다 대통령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문우진 아주대 교수 2022년 논문).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줄고 야당 후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 주기가 짧아지면서 정권 피로도 역시 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12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 칼럼.
김순덕 대기자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국힘에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말할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민심을 살피고 인사검증을 꼼꼼히 해낼 민정수석은 없앴으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두지도 않고, 참모가 무슨 말을 하면 화부터 버럭 내는 것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쉽게 올리자면 대통령이 ‘민족주의 카드’를 휘두르거나 반대세력이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부에 맞설 때 강하게 맞대응하는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민심을 반영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대통령 자신이 정적을 포용하고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 국민에게 감동을 줄 때 지지도는 올라간다”며 “지금처럼 돌진만 하다가는 ‘무도한 전(前) 정권 심판’ 마무리도 못한 채 대통령이 된 뜻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여성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하버드대 교수가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각) 클라우디아 골딘을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은 수세기 동안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의) 변화의 원인과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을 밝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노벨상 수상자가 저출생 한국에 보내는 충고> 사설에서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수치를 지적하며, 기업문화의 변화와 기성세대 및 남성 교육의 중요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수많은 정책이 있어도 문화와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 저출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꼬집은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국일보 사설.
사설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 기자는 골딘 교수에게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물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6명이죠. 20세기 후반 한국보다 더 빠른 경제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었고, 그것은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한다. 기성세대들, 특히 딸보다 아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성세대를 재교육해야 하는 만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기성세대와 남성들이 여성에게 부과되는 육아 문제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바뀌어야만 저출생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골딘 교수의 지적대로 저출생은 많은 부분이 성평등 문제와 연결돼 있다. 성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부동의 1위,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 최악의 국가에서 출생률이 쉽게 높아질 리가 있겠는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 많아져야 그나마 저출생 문제를 풀어갈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토위 국정감사 ⓒ뉴스1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변경한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국토교통부와 여당의 주장이 조목조목 반박됐다. 대통령 처가 땅으로 휘어지는 대안노선이 원안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를 두고 야당은 공사비를 부풀리기라거나, 교통량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결과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B/C(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 변경안이 원안보다 경제성이 낫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대안노선 B/C가 원안노선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노선의 B/C값이 0.83으로, 원안노선(0.73)에 비해 13.7% 높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가 제시한 경제성 평가 결과에 대해 일부 공사 난이도가 높은 터널 구간에 임의의 가중치를 줌으로써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토부는 길이가 짧은 3차로 4.1km 구간에 대해서는 (원안과 비교해 수정안의)수치 변화가 없었던 반면 길이가 5배 이상인 23.1km에 달하는 2차로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공사 단가가 높은 터널 구간에만 수치 변화를 줘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췄다”며 “(이는)지질 조사도 없이 자의적으로 수치를 대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한국터널환경학회 이찬우 회장도 같은 평가를 내놨다. 국토부 자료가 지반 조사 없이 작성돼 임의 가중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토부가 대입한 자의적 수치의)근거는 시공할 터널 근방에 있는 기존의 실시설계 자료다”라며 “국토부는 거리가 20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반조건은 바로 옆이라도 상이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반조사 동반하지 않은 조사 결과는 설득력 있는 자료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과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타당성조사까지만 진행했던 만큼 지반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통투자평가지침에 따르면 터널을 타입별로 구분해 공사비를 산정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정책성이나 국토균형발전 등을 측정하는 종합평가에선 오히려 원안이 대안노선보다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안노선의 B/C값 0.83은 경제성 측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인 만큼 원래라면 종합평가를 해야 하는 데 이 부분에선 원안노선이 대안노선보다 더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원안노선은 국도 6호선 연결이라든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교통량 분산이라든지 이런 정책적인 목적이 달성된다”면서도 “하지만 변경안은 굉장히 밑으로 치우쳐져 있어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종점 변경만으로 교통량이 22%(6천대) 늘어난다는 국토부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원안 종점일 때 이 고속도로를 안 타는 6천대가 (종점을)4분 거리로 옮기면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북광주 구간’은 원안과 대안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이후 구간이 바뀌었다고 전체 교통량이 22% 이상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배후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유발하는 수요가 하루 1천대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와 해당 고속도로가 인구 60만명인 서울 송파구와 연결되면 교통량이 4천대 증가한다는 국토부 자료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선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유발하는 고속도로 수요가 하루 1천대인데 인구가 12만명으로 더 적은 양평군에서 종점이 달라진다고 교통량이 하루 6천대 늘어난다는 것이냐”며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느냐”고 쏘아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국토부의 경제성 분석을 두고 “거짓과 부풀리기로 급조된 ‘답정너’ 문서”라고 비판했다. 대안노선안의 편익이 높게 나오는 주요 이유가 교통량 증가인데, 국토부 분석이 ‘전형적인 부풀리기’라는 주장이다.
심 의원은 “원안과 대안의 종점은 9km 차이다. 시속 100km로 따져보면 5분 남짓한 거리다. 이 정도 차이로 하루 통행량이 6,081대나 차이가 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고속도로 설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6천대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려면 적어도 주행시간이 30분은 돼야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교통수요 부풀리기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 규제를 일방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순’과 ’허점’이 드러났다. 규제에 부정적인 1차 법률검토 결과와 내부 보고서를 뭉개고 규제를 강행했다. ‘가짜뉴스’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심의 대상 언론을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급작스럽게 바뀐 규제 입장 도마 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언론 보도에 통신심의를 적용하면서 기존에 정립한 기준을 급작스럽게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통심의위 법무팀 작성 문서를 보면 법무팀은 지난 9월13일만 해도 인터넷신문사의 유튜브 콘텐츠에 관해 통신심의 대상이 아니고,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법무팀은 일주일 뒤 ‘인터넷 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2차 법률검토 결과를 냈다. 고 의원은 외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법원 판결도 1심 판결이 다르고 2심 판결이 다르다”고 해명하자 ‘주관적 선택’이 논란이 됐다. 상반된 법률검토 결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심의 대상을 넣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에 따라 두 번째 의견을 채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충분히 적극적인 행정조치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들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제출 받은 출장보고서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방통심의위 직원들이 북미·유럽 규제기관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출장 보고서에 ‘가짜뉴스’(허위정보)를 행정적 심의규제하는 사례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에서 심의를 추진해 보고서는 무력화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OECD 국가의 가짜뉴스 심의 사례 분석 연구를 발주해 중복 연구 문제도 제기됐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가짜뉴스 신속심의를 위한 패스트트랙 순서도.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낸 집단 성명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심의, 자율규제 요청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중규제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 위원회 내·외부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입법적 보완과 심의 기준 마련이 선행된 후 시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처음 반발 입장을 낸 탁동삼 확산방지팀장은 국회에 출석해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앞에서 “사람이 바뀌고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심의하지 않았던 기준과 원칙들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종이신문 인터넷 보도는 제외? 적용 기준 논란
정보통신망법상 심의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 보도가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심의 대상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영상, 음향 등의 형식을 정보로 규정한다. 통상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을 적용해 예외로 뒀는데,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넷언론 보도가 해당할 소지는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전송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 그런 취지 아니냐”고 묻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변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면 다 해야지, 취사선택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영찬 의원이 “메이저 언론사들이 만든 인터넷신문은 심의를 안 할 거란 얘기냐”라고 거듭 묻자 류 위원장은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메이저 언론사같은 경우는 자체 심의 규정이 있다”고 했다.
그간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하면서도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는 경우’ 심의를 하는 등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도 인터넷언론 보도와 동일하게 취급해왔다.
변 의원은 “지상파를 제외하고서는 전부 정보통신”이라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움직이는 모든 데이터와 영상은 심의 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IPTV를 통해 전송되는 종편 등 방송 채널도 정보통신망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위헌 소지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이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본다”고 했다.
신고센터 특정세력 악용 지적도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실제 접수된 신고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단체인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 방송에 대한 민원으로 나타났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23건인데 이 가운데 54건이 JMS 관련 민원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민원인 26건이 JMS 피해자를 인터뷰한 MBC <PD수첩>이었다. 특정 단체의 민원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논란이 됐지만, ‘가짜뉴스’ 규정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센터를 출범해 언론의 공적 보도에 관련 신고가 쏟아진 면도 있다. 조 의원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센터를 만들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엉뚱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이 선관위 보안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합동으로 시행한 후, 그 결과는 각자 따로따로 발표했다. 국정원은 '선관위 투표·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악해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선관위는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기술적 해킹 가능성만을 부각해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 사회통합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최고 정보기구인 국정원이 사실상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내년 총선을 반 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15 부정선거론' 등 극우·보수진영 일각의 2020년 총선 관련 음모론적 주장에 다시 불이 붙을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실 핵심 인사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운 듯한 정황이 지적되기도 했다.
국정원 "해커가 개표결과 변경할 수 있어…사전투표용지 무단 인쇄도 가능"
국정원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국정원·KISA가 합동보안점검팀을 구성해 국회 교섭단체 추천 여야 참관인들 참여 하에 7월 17일부터 9월 22일 간 보안점검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은 안전한 내부망에 설치·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나,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투표지분류기에서는 외부장비(USB 등) 접속을 통제해야 하나, 비인가 USB를 무단 연결해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며 "또한 투표지분류기에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무선 통신 장비도 연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정원은 투표 시스템에 대해서도 "유권자 등록현황·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명부 시스템에는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도 부실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사전 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다"며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선관위 내부시스템에 침투해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선관위 청인(廳印), 투표소 (관리관의) 사인(私印) 파일을 절취할 수 있었다"며 "테스트용 사전투표용지 출력 프로그램도 엄격하게 사용 통제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 가능함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선관위 내부 업무처리를 위한 전산망이 인터넷 망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전산망 간 통신이 가능"했다며 "선관위는 2022년도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여부 점검’ 자체평가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국정원에 통보했으나, 합동보안점검팀이 31개 평가항목에 대해 동일기준으로 재평가한 결과 31.5점에 그쳤다"고도 했다.
국정원 발표와 동시에 나온 선관위 발표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었다. 선관위는 우선 이번 보안 컨설팅은 "사전준비에서 침입탐지·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으며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통제장치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기술적인 내용에 한정해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 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만약 내부 조력자 가담을 전제한다면, 어떤 뛰어난 보안시스템도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정원 발표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선관위는 "단순히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만을 부각해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까지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또 설사 해킹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선거관리 과정에는 안전성 및 검증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선거 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선관위는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한 투·개표 과정에 수많은 사무원, 관계 공무원, 참관인, 선거인 등이 참여하고 있고, 실물투표지를 통해 언제든지 개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해커가 설사 선관위 보안관제망을 뚫고 개표 시스템에 침입해 'A 후보에게 던진 표 100표를 B 후보에게 간 것으로 전산 결과를 조작'한다고 해도, 실제로 양측 후보와 참관인이 종이 투표지를 세어서 확인할 경우 바로 들통나게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 무단인쇄 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합선거인명부 DB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위변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버 및 DB접속 정보 등을 확보하고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므로 사실상 내부자 조력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킹을 통해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는 위원회 청인 및 투표관리관 사인 파일을 절취하는 경우 사전투표용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실제 투표용지와 동일한 투표용지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청인, 사인 외에도 투표용지발급기 및 전용드라이버, 프로그램을 모두 취득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선관위 "기술적 보안도 강화", 국정원 "과거 부정선거 단정 못해"라지만…
선관위는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안정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보안 패치, 취약 패스워드 변경, 통합 선거인명부 DB서버 접근 통제 강화 등 보완이 시급한 사항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접근 제어 및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보안장비를 추가하는 한편 '보안컨설팅 결과 이행추진 TF팀'을 구성해 개선사항 후속조치 이행 상황 등을 확인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경기 성남시 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백종욱 3차장이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까지 열었다. 국정원이 통일부 등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표하지 않고 직접 대언론 브리핑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백 차장은 이번 보안검점은 "(선관위) 전체 장비 6400여 대 가운데 약 5%인 317대만 점검했다"며 전체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선관위와 합동발표를 논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관위와 시각차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백 차장도 "(이번 점검은) 선거의 제도적 통제장치는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 측면에서, 해커의 관점으로 취약점 여부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한정하긴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선거 결과 의혹과 결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과거에 그랬다고(해킹이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두 차례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번 발표는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극우·보수진영 일각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까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추면서 지금과 같은 괴물이 됐다. 해체하는 게 유일한 답"이라거나 "부정선거 정황이 이토록 분명한데 어떻게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있나"(6월 <시사저널> 인터뷰) 등의 주장을 폈다.
[반도체 열다섯 번째 특별과외] 자화자찬 대신 '가드레일' 독소조항 '5% 확장금지' 해결해야
3.10.11 05:47ㅣ최종 업데이트 23.10.11 05:47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대통령실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네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했다죠.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었잖아요.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선 1년간 유예를 해줘서 그동안 필요한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도 구매가 가능했었죠. 벌써 1년이 됐으니 그 유예기간의 연장 여부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무기한 유예라고 하니 우리 기업들도 이제 한시름 놓게 생겼습니다.해당 내용을 발표한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번 결정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굳건해진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란 말도 덧붙였네요.
삼성·SK 中공장에 미국산 반도체장비 공급 무기한 허용된다 - <연합뉴스>
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반도체 업계 부담 덜었다" – <뉴시스>
中 반도체 리스크 끝?..."삼성 SK에 美 장비공급 허용" – <YTN>
대통령실의 발표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보면, 이번 규제 유예 발표로 인해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더 이상의 '리스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시냐는 말입니다. 만약 대통령님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규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통상 현안이 아니니까요. 대통령실에서 그렇게 발표하고 언론들이 그렇게 받아쓴다고 해도, 대통령님만큼은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유예, 이미 예견된 내용
▲ 5월 3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미국 반도체장비 수출규제 유예와 관련된 기사. 기사 본문에 이미 "검증된 최종 사용자 (VEU)" 인증을 제공하는 옵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파이낸셜타임스
일단 장비 수출규제 유예기간 연장 자체가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벌써 5개월 전인 지난 5월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중국 공장으로 장비를 수출·반입할 수 있는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보면 연장을 위한 한 가지 옵션으로 두 한국 회사에 무제한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 (VEU)" 인증을 제공하는 게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다만 최첨단 노광장비는 수입을 할 수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내용입니다.
지난 5월부터 이미 우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검색창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로 검색을 한번 해 보세요. 외신도 그렇고, 수도 없이 많은 우리 언론 보도가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유예될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통상 현안은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의 연장이 아니라, 지난 3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초안에 포함된 5% 확장 금지 조항이었습니다.
▲ 연합뉴스는 지난 6월 13일 기사에서 "한국 기업에 대해선 수출 통제 유예를 당분간 연장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연합뉴스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의 독소조항, 5% 확장 금지
미국 상무부의 초안 발표 후 6개월이 흐른 뒤 지난 9월 22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가드레일 규정을 최종 발표했습니다. 가드레일 규정의 두 가지 핵심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반도체법 자금 수혜자가 해외 우려 대상 국가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10년 동안 금지한다." 둘째, "수혜자가 우려 대상 외국 기관과의 특정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센싱하는 것을 제한한다." 지난 기사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도 못 늘리고, 중국 업체와 기술교류도 못 하게 된 겁니다.
가드레일 규정은 못 바꿨어도 장비 수출규제 유예를 얻어냈으니 그것만 해도 큰 성과 아니냐고요? 장비 수입에 아무런 규제가 없으니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딱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장비를 사는 건 얼마든지 허용하지만, 그 장비로 인해 생산량이 5% 이상 늘어나는 건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이번 수출규제 유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란 기존 반도체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존 장비의 대체 수요만 채울 수 있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반도체 장비를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기존 장비의 대체 수요가 있을 때 미국 장비를 사지 못하는 규제가 있다면 대체품으로 한국 반도체 장비를 사게 될 겁니다. 미국은 그걸 우려해서 이번에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의 수출규제를 유예한 겁니다. 우리 기업 좋으라고 한 결정이 아니라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조치란 뜻입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면 장비 사느라 돈만 쓰고 정작 생산량은 늘이지도 못하는 이런 규제 대신, 5%로 묶어 버린 확장 제한을 10% 이상으로 늘렸어야 합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팹(반도체 부품 공장)들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장비로 대체 수요만 채우며 현상유지만 하는 동안 미국과 싱가포르에 팹이 있는 마이크론은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우리 기업들을 추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 4분기(45.2%)보다 3%포인트 감소한 43.2%였고, SK하이닉스는 3.7% 감소한 23.9%였습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5.1%가 상승한 28.2%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뒤처지는 것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의 여파가 있었던 2013년 4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 정부 당국은 '칩스 포 아메리카 (Chips for America)', 즉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반도체법을 만들고 꼼꼼하게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규제와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 규제와 정책이 과연 우리에게도 진정 유리한 건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대충 한미동맹의 성과라는 말로 포장해서 내놓고만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에 좋은 것이 곧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이번 미국의 조치가 우리에게 무슨 대단한 성과라도 되는 양 발표하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과 리스크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대통령님이라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 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가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의 현실입니다.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는 살 수 있지만 그걸로 우리 반도체 팹의 생산성을 높이지는 못하게 된 이 고약한 규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반도체 업계가 대통령님께 내는 숙제입니다.
10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땅 쪽으로 종점이 변경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양평고속도로 추진 13년 내내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돌연 종점이 김 여사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되었다.
지난 5일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이 양서면 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예비타당성조사(B/C)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B/C 결과대로 강상면 종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로데이터(가공되지 않은 측정 자료)는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분석에 사용된 로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분석 결과의 신빙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토부는 의원들에게는 자료제출을 하지도 않고 보도자료부터 배포했다”며 “이는 국민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일가가 땅을 보유한 지역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이 바뀐 이유에 대한 충분한 자료제출이 없어 이 사안이 정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료제출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했다”며 로데이터 제출을 거부했다.
언급된 로데이터는 국토부가 내놓은 B/C분석에 사용된 것이다. 해당 분석안을 보면 노선별 B/C는 양서면안 0.73, 강상면안 0.83으로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를 지나는 변경안 노선의 경제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B/C값이 높을수록 사업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업비의 경우 양서면은 2조498억 원, 강상면은 사업비 2조1098억 원이 든다. 대신 강상면은 하루 6078대(22.5%)의 교통량을 더 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야당은 이같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당초 한국경제연구원(KDI)이 산출한 양서면의 BC는 0.82였는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사후에 조건을 변경해 0.73으로 BC가 낮아졌다”며,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 종점간의 거리가 7km, 차로 4분 거리인데, 하루 6000대의 교통량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인근 하남교산 3기신도시 인구 25만 명에 해당하는 교통량이 하루 1000대인데, 4분 거리의 종점 변경으로 6000대가 증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양평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하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지어 오늘 증인으로 채택됐던 민간 용역사조차 '기업 경영상의 내용'이라며 어떤 자료제출도 거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 국감 의장은 “국가기밀이 아니라면 자료는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며, “특히 자료를 내일까지 준다는 것은 용역사가 국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금부터 로데이터를 마사지(가공)하는 경우 범죄”라고 강조하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행위는 국회 의결로서 고발할 수 있음을 기관과 개인에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하루 앞두고 직장 내 임신‧육아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 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육아휴직제도의 남녀 의무화 및 갑질 엄벌 등의 강력한 조치 없이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법률지원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노동자로부터 제보받은 54건의 임신‧육아 갑질 사례를 9일 공개했다. 갑질의 주요 형태는 해고·권고사직 20건(37%), 부당평가·인사발령 13건(24.1%), 직장 내 괴롭힘 10건(18.5%), 단축근무 등 거부 7건(13%), 연차사용 불허 4건(7.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및 육아 상황에 직면한 노동자에 대한 해고 등 인사 문제가 두드러졌다. 한 사업주는 "우리 회사는 출휴(출산휴가), 육휴(육아휴직)가 없으니, 임신한 직원은 자발적으로 퇴사하라"는 위법적인 지시를 노동자에게 내렸고, 한 회사에선 임신 및 육아휴직 사용을 인사평가 '최하' 등급의 사유로 지정했다. 출산휴가 논의 중에, 배우자의 육아휴직 면담 중에, 혹은 복직 후에 등등 임신·출산을 전후로 갑작스럽게 해고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임신한 노동자들은 임산부에게 법적으로 부여되는 권리인 연차 사용 및 단축근무도 법대로 쓰지 못했다. 한 노동자는 "출산으로 단축근무할 경우 업무지장이 있다"며 연차 쓰지 말 것을 강요 받았고, 출산휴가와 연차휴가를 붙여서 신청하자 연차를 아예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급자를 중심으로 임신한 팀원에 대한 따돌림이 조장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임신 노동자는 연차 사용은커녕 "오히려 부당한 과다업무지시로 유산을 겪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부서 내 따돌림 △육휴 복직자에 대한 업무 배제 △임출육을 사유로 한 승진 누락 등 다양한 불리 처우 사례가 쏟아져나왔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3장의 일·가정양립 지원 조항을 통해 사업주 등이 육아휴직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단체는 "그러나 일터에서 주먹은 가깝고, 법은 저 멀리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부 제보사례에서만 확인되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 셈이다.
특히 출산휴가 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58.3%),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67.5%), 월 임금 150만 원 미만 노동자(58.1%) 등 '일터의 약자' 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27.8%), 공공기관(16.1%), 대기업(23.0%), 월 임금 500만 원 이상 노동자(20.9%) 등과 비교하면 2~4배 이상 높게 나타난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육아휴직'으로 분야를 옮겨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출산휴가보다 낮은 54.5%에 불과했다. 직장인 절반(45.5%)에 가까운 이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육아휴직에서의 불리 처우 응답률 또한 비정규직(61.5%)과 정규직(34.8%), 5인 미만(69.9%)과 공공기관(19.5%)·대기업(28.9%), 월 150만 원 미만(65.6%)과 월 500만 원 이상(27.9%) 등 노동자 '계층'에 따라서 2배~3.5배의 차이를 보였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 미부여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육아휴직 미부여 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사업주에게 처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실제 처벌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직장갑질119 소속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출산, 육아휴직 미부여 또는 휴직 이후 노동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노동관계법령상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고용노동부는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 대신 방관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신육아갑질'은 특정 노동자가 아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감독만 시행하면 바로 불법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체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 중에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전후 퇴사한 회사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면 되는 것"이라며 "임신육아갑질을 방치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소멸국가가 되었는데도, 정부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과 특별감독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 또한 "정부가 초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한 형식적인 출산 장려 정책 대신 일터에서 여성들이 최소한의 제도를 누구나 당연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김영미 부위원장과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3. 3.28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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