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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총파업”... 민영화 막는 철도총파업, 시민 지지 봇물

  • 정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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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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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개 시민단체 지지성명 연이어

KTX와 SRT, 분리할수록 민간매각 가능성 커져

철도 업무 분할 멈춰야...그리스 열차 충돌사고의 교훈

▲13일 오전 11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철도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가 철도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철도 파업은 모두의 생명과 안전, 서민의 이동권, 공공성을 지키고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 이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비용인상을 불러올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총파업에 힘을 실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한 1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코레일 직원이 승객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시민단체들은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지역 공동대책위원회(민영화 공대위)’를 결성했다. 민영화 공대위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여성연대(준), 고양시민회, 나라사랑청년회 등 297개 단체가 포함되며, 파업 진행에 따라 더욱 많은 시민단체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KTX와 SRT, 분리할수록 민간매각 가능성 커져

철도노조는 공공철도 확대와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공철도 확대와 관련 △수서행 고속열차(KTX) 도입 △KTX와 수서발 고속열차(SRT) 연결 운행 및 운임차이 해소 △코레일과 에스알(SR) 통합 등이 중요 쟁점이다.

시민들이 철도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별도 운영 중인 KTX와 SRT를 더욱 분리하며 SRT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경전·전라·동해선에서 SRT 운행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SRT 운영사인 에스알(SR) 지분을 민간에 팔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분리 강화 자체가 위장된 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에스알이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목하에 코레일과 별도 회사로 설립된 만큼, 향후 민간매각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

또한 코레일은 흑자노선인 KTX의 수익으로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적자노선을 돕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에스알은 고속철도 운영만 하기에 적자노선에 대한 기여가 없다. 에스알이 성장할수록 고속철도 정차역 외 지역민의 철도 접근성은 축소된다는 말이다. 시민들이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13일 회견에서 의료연대노조 서울지부 최상덕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철도 업무 분할 멈춰야...그리스 열차 충돌사고의 교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도 문제다. 철산법 개정안은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이 맡는다’는 조항을 삭제하여 민간 위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는 결국 철도 운영과 시설기능이 분리되어, 차량정비와 시설유지보수 업무가 민영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민영화 공대위는 “철도는 설비와 차량이 유기적으로 운영되어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며 “운행과 유지보수, 역무 담당기관이 서로 달라지면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고 지적했다.

▲13일 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열차 통합 퍼포먼스를 진행중이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KTX와 SRT 분리 운영을 비롯, 관제와 시설 업무 쪼개기의 결과는 요금 폭등과 위험 증가”라며 “이미 올해 초 그리스에서 민영화 철도 분할로 인해 열차가 정면충돌하여 57명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 정부의 철도 정책은 결코 시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철도 분리 저지는 노동자뿐 아니라 철도 이용객과 시민의 문제”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14일부터 나흘간 1차 총파업에 돌입하고,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대응에 따라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영화를 막는 ‘철도하나로 운동본부’, ‘시민사회 공동행동’ 결성에 이어 서울지역 공대위까지. 철도 총파업을 지지하는 각계 선언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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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선택한 ‘유인촌’, MB정부 ‘문화장악 기술자’의 귀환

윤석열 대통령과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인촌 후보자. 사진은 지난 7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한 기념촬영 모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또다시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13일 문화체육부 수장으로 지명됐다. 이동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장악 논란을 일으키며 ‘방송장악 기술자’라는 비판까지 받는 인물이다. 유인촌 장관 지명자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3년 넘게 문체부 장관으로 일하며 이른바 ‘좌파예술인 척결’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목표를 성실히 이행하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일으킨 주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에 이어 유인촌을 다시 기용한 건 이른바 ‘좌파 문화예술인 척결’을 외쳤던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그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년 만에 돌아온 유인촌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역할 맡으며 MB정권과 인연
이명박 서울시장·대통령과 함께 승승장구


사실 유인촌의 귀환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됐다. 올 1월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 출신인 정병국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문체부가 추천위원을 꾸려 한국문화예술위 위원들을 추천하고, 위원들이 호선을 통해 정병국 위원장을 뽑은 것이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엔 윤석열 정권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시 문체부는 유인촌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한 바 있다. 당시 문화예술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대를 역행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항의했다. 뒤이어 지난 7월엔 윤 대통령이 유인촌을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고, 결국 문체부 장관 퇴임 12년 만에 그 자리에 돌아올 기회를 얻었다.

유인촌은 MBC에서 방영된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 출연하며 소박한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유명 배우다. 아울러 ‘역사스페셜’ 등 교양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대중들의 호감도 얻었다. 오랜 기간 연기자로 살아오던 그는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명박과 인연을 맺었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은 평사원으로 현대에 입사해 현대건설 회장에 오른 이명박의 삶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였고, 유인촌은 드라마에서 이명박을 참고해 만든 인물인 ‘박형섭’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은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기업인 이명박을 정치인으로 변신시키고, 서울시장과 대통령까지 오르게 한 발판이 됐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2018년 3월 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측근들이 모여있다. 사진 제일 오른쪽이 이번에 문체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인촌 후보자, 사진 가운데가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동관 위원장이다. ⓒ민중의소리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명박과 유인촌의 인연은 이명박이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단순한 인연에서 정치적 관계로 발전된다. 그는 그해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2004년엔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07년 이명박이 대선에 출마하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 대행을 맡아 선거운동을 도왔고, 당선된 뒤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맡아 3년 넘게 일했다. 장관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과 예술의 전당 이사장 등을 지내며 이명박 측근으로 오랫동안 함께했다.

 

 

 

유인촌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건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


유인촌의 귀환은 과연 문화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인촌과 집권세력의 최근 발언과 유인촌의 과거 장관 재직 시절 행보를 짚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우파 성향 문화예술인 단체 ‘문화자유행동’ 창립총회에 참석해 “최근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후 ‘지옥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 걸 들으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를 비난했다. “따돌림, 낙인찍기, 자기들끼리 이권 나눠먹기 카르텔”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도 나왔다.

유인촌은 지난 8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좌파 예술인들 몰아내려고 유인촌을 특보로 앉혔다는 말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 “호사가들 얘기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문화계에서 이념 논쟁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속칭 좌파 예술인들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건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다. 굳이 정치적 표현을 하고 싶다면 말릴 수 없다. 부모 말도 안 듣고 이 바닥에 나온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듣겠나. 다만 정부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예술인 탄압을 부인했지만, 소위 좌파 예술인에게 국가 예산 지원이 없을 것이란 엄포를 놨다.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건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반공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표현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만든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
“대중이 쉽게 접하고 무의식중에
좌파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인 영화를 중심으로
국민의식 좌경화 추진하고 있다”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인촌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러한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장관 재직 당시 벌어진 일들과 여러 정황은 그의 해명을 무색케 한다. 유인촌이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그해 8월 정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은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란 대외비 보고서를 만들었다.

당시 작성된 보고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기본계획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고,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 추진되었음이 검찰 수사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등에서 드러났다.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는 “대중이 쉽게 접하고 무의식중에 좌파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인 영화를 중심으로 국민의식 좌경화 추진”을 하고 있다면서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킨 ‘괴물’, 북한을 동지로 묘사한 ‘JSA’, 국가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한 ‘효자동 이발사’ 등을 지속적으로 제작·배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브리핑이 진행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관련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여주며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좌파를 대신할 건전한 우파의 구심점을 신진 세력 중심으로 조직화',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화예술인 전반이 우파로 전향하도록 추진' 등 ⓒ뉴시스

또 “좌파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 하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중심으로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하고, 전임 정부에서 만들어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민간위원회는 예산 지원을 민간 좌파 인사들이 주도하기 위해 구성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을 바꿀, 그들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균형화’를 위한 방향으로는 “단기간에 좌파 척결을 위한 전쟁을 하기보다는 좌파를 대신할 건전한 우파의 구심점을 신진세력 중심으로 조직화”하고, “대부분의 문화예술인들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화예술인 전반이 우파로 전향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 문화부, 기재부, 기업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건엔 “9월 대통령 보고”라고 적혀 있어 해당 전략을 이명박이 직접 챙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 조직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 탄압
화이트리스트로
이른바 ‘건전 예술인’ 지원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직접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조직해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고,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이른바 ‘건전 예술인’을 지원한 사실이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이 만든 블랙리스트엔 이외수, 조정래 등 작가, 문성근, 명계남, 권해효, 김규리, 김명곤 등 배우, 김미화 김제동 등 방송인, 윤도현, 신해철, 안치환 등 가수, 이창동, 여균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인 등을 망라해 82명의 이름이 들어갔다.

이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활동이 진행된 사실이 드러난 문건도 발견됐다. 국정원이 2010년 1월 만든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 사업 계획’ 문건에는 방송인 김미화씨와 김제동씨 등을 퇴출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방송사 간부,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배제하도록 하고 그들의 비리를 적출해 사회적 공분을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해 8월 만든 ‘좌파 연예인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포용 불가 연예인은 방송 차단 등 직접 제재 말고 무대응을 기본으로’, ‘각 부처나 지자체, 경제단체를 통해 대기업이 활용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들을 하차하도록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1년 7월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4월 김미화, 7월 김여진 하차”, “후속 조치로 윤도현, 김규리 8월경 교체 예정”, “10월 가을개편 시 김어준 하차” 등의 내용이 등장하는데, 실제 윤도현은 9월 MBC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에서, 김어준은 10월에 ‘색다른 상담소’에서 각각 하차했다.

 

 

 

방송인 김미화와 황석영 작가가 2017년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진상조사소위 김준현 위원(변호사)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 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국정원이 ‘건전 성향’으로 분류된 연예인들을 육성하기 위해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0년 11월 원세훈 원장 지시로 작성한 ‘진보성향 방송·연예인 순화·견제 활동 방향’ 보고서에서 좌파 연예인들에게 다양한 압박을 시행한 동시에 친정부 성향의 연예인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안도 거론했다. ‘화이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배우와 개그맨 등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익 광고 모델로 이른바 ‘건전 성향’ 연예인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단체 기관장 물갈이에
앞장섰던 유인촌 장관
문화예술위 법적 소송 끝에
‘한지붕 두 위원장’이라는 촌극까지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단체 기관장 물갈이에 앞장서며 ‘좌파 문화예술인 척결’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문체부 장관 임명 직후인 2008년 3월 12일 광화문 문화포럼이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한 제80회 아침공론에 참석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나름의 철학과 이념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보장된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 단체장들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당시 문체부는 특정 문화예술단체에 장기간 감사를 진행하는 등 기관장 퇴임을 압박했고, 여의치 않으면 해임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윤수 현대미술관장, 김철호 국립국악원 원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이 잘려나갔다. 김정헌 위원장을 유인촌이 절차와 법을 무시한 채 해임하면서 소송이 벌어졌고, 2년간의 소송 끝에 해임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소송에서 이겨 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 오광수 3대 문예위 위원장과 함께 ‘한지붕 두 위원장’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다 2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윤수 현대미술관장도 임기를 1년 남기고 해임됐고, 2년간 소송해 “채용계약 해지는 무효이므로 해지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의 급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으며 승소했다. 법원 판결을 통해 인사 전횡이 인정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무리한 인사로 인해 김정헌 위원장의 해임이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되면서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지붕 두 위원장'이란 초유의 일을 겪고 말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오른쪽)과 오광수 위원장이 2010년 2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밀어붙이기식 인사로 문화단체 기관장을 갈아치우면서 관련 문화단체에선 문화예술 지원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터지기도 했다. 2010년 1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심사결과를 두고 영화인들이 사업자 조작 선정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영화인들은 1차 심사에서 각각 차하위, 최하위를 받고 탈락했던 단체의 임원들이 2차 심사에서 버젓이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이름만 바뀌었을 뿐 1차 때와 그 구성원과 추진세력이 동일한 신생 유령단체가 이들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1차 심사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았던 영상미디어센터의 기존 미디 액트 운영진과 독립영화전용관의 인디 포럼작가회의는 2차 심사에서 나란히 최저점수를 받고 탈락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 등 독립영화 감독 155인은 “불공정한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한다”면서 “불공정하게 선정된 독립영화상영관에서 작품을 상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파문이 커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2010년 1월 한국문화예술위는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여러 문화단체를 불법폭력시위 단체로 규정하고, 공문을 보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었던 지난 2008년 실제 불법폭력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정부 보조금을 반환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작가회의는 총회를 열고 확인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는 등 저항에 나선 바 있다.
 
200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마 X발,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하는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 ⓒ방송 화면 캡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문체부 주도로 파견한 연예인 응원단을 두고 예산 낭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선 연예인 응원단이 비즈니스석을 사용해 베이징을 방문했고, 숙박비에만 1억 원을 쓰고, 경기장 표를 암표로 사고, 온천을 이용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예산을 쓴 사실이 드러나는 등 논란이 커졌다. 연예인 42명이 8개 경기를 응원하는데 문화부 예산 2억1,000여만 원이 쓰인 것이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유인촌은 “연예인 응원단의 취지는 좋았지만, 예산 졸속 집행이 지적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사진 찍지마 X발”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를 시켰지?”
등 각종 막말 논란


이뿐만 아니라 유인촌은 장관 재직 당시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언행으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어서 공직자 자질과 관련한 의문도 나온다. 200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마 X발,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했다. 그가 흥분하며 욕설하는 장면은 자막과 함께 이른바 ‘짤’로 만들어져 그를 알지 못했던 10대와 20대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2009년 5월 22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이론과 6개를 폐지하겠다는 문체부 감사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문체부 정문 앞에서 1인시위 중이던 한예종 학생에게 자전거를 타고 가며 “얼른 가서 공부해라, 뭐 하러 고생하고 있니, 다 해준다는데”라고 무시하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이유로 문체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한예종 학부모가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하자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를 시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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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기자 "거대한 덫에 걸려들어" 조선일보 "뉴스타파, 피해자 행세"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9.14 07:37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뉴스타파 인용 KBS·MBC·SBS·JTBC·YTN 의견진술

경향 “수사 결과 나오기도 전에 보도 규제 처벌, 5공화국 언론지침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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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만난 푸틴, 사실상 허물어진 UN 제재에 동아 “러시아 무책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매체에 의견 진술을 듣기로 의결하자 경향신문이 “언론 탄압이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다. 언론사는 각자 기준에 따라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인데 인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뉴스타파 기자 칼럼을 지면에 실으며 ‘검찰 특활비 공개’ 등 불편한 보도로 검찰이 뉴스타파를 탄압한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뉴스타파가 ‘언론탄압’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이의 1억6500만 원 상당 ‘돈거래’가 밝혀지면서 정치권 공세가 연일 이어진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는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 규정한 데 이어 지난 7일 국민의힘이 뉴스타파 기자 1명, JTBC 전 기자 1명(현 뉴스타파 기자), MBC 기자 4명 등을 실명까지 공개하며 고발했고, 13일 김어준, 주진우, 최경영 등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까지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잇따른 해촉으로 여당 다수로 바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 12일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MBC·SBS·JTBC·YTN 5곳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의결했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원들이 중징계인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는 절차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긴급 심의에 반대하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여권 추천 위원 세 명은 의견진술에 전원 찬성했다.

[관련 기사 : 방통심의위,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모두 법정제재 예고]

 

뉴스타파 기자 칼럼 실은 한겨레, ‘피해자 행세’ 비판한 조선

▲ 14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14일 <‘인용 보도’까지 손보겠다는 방심위, 언론 탄압 선 넘었다> 사설을 내고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겁박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는 인용 보도까지 손을 보겠다는 월권적 태도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할 콘텐츠가 보도되면 언론사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추가·반론 취재를 하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인용 보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권력 감시나 중대 사안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전직 위원장을 쫓아내고 군사작전하듯 여당추천 위원들이 점령한 방통위·방심위가 민감한 정치 보도 사안을 놓고 이렇게 급속히 편파적으로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는 아직 초기단계다. 어떤 내용이 오보·가짜뉴스인지, 어떤 의도를 갖고 보도했는지는 철저히 수사해 규명할 부분이다. 그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인용 보도를 규제·처벌부터 하겠다면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제5공화국 때 입맛대로 완장 차고 특정 사안·표현 보도를 막은 언론지침 부활로도 비칠 수 있다. 방심위는 구시대적인 언론 탄압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칼럼 '왜냐면'

한겨레는 이범준 뉴스타파 객원기자 칼럼을 실었다. 이범준 기자는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는 내가 뉴스타파와 일하기 전에 나왔다. 이 보도 과정이나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기자로서 검찰을 취재해왔고, 파트너로서 뉴스타파 곁에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뉴스타파를 탄압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권력이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내게 각인시킨 보도가 셋 있다”며 △‘죄수와 검사’ 시리즈 △‘검찰 특활비 공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거짓말 의혹’ 등을 꼽은 이 기자는 “문재인 정부 검찰인지 윤석열 정부 검찰인지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 수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뉴스타파가 한 검찰 비판은 국기 문란이 됐다”며 “옆에서 보는 뉴스타파는 허망해하면서 묵묵히 견디고 있다. 거대한 덫에 걸려들었다며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다. 시민 응원이 없다면 밖에서 부수기 전에, 안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없어지면 다음 표적은 댓글과 영상으로 발언하는 개인”이라고 했다.

▲ 14일자 조선일보 기자 칼럼.

반면, 조선일보는 뉴스타파가 ‘언론탄압’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의 시각’ 칼럼에서 박국희 조선일보 기자는 <대장동은 ‘커피 게이트’라더니>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준 사실이 없다고 지적하며 “검찰이 최근 김만배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고 뉴스타파에 보도된 인터뷰를 허위로 한 혐의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수사하지 않았다면 진실은 묻혔을 것이다. ‘윤석열 커피’를 주장하던 뉴스타파는 이제 와서 ‘커피는 핵심이 아니다’ ‘커피를 누가 타줬든 수사를 봐줬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윤석열 검사의 수사 무마 역시 드러난 게 없다”고 했다.

박 기자는 ”뉴스타파는 ‘윤석열 커피’ 허위 인터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가짜 뉴스에 대한 반성보다는 ‘언론 탄압’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자칭 ‘탐사 보도 전문’이라는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악(惡)’이라는 결론부터 정해놓고 취재하는 ‘정파성 탐사 전문’은 아닌지, 괴물을 잡겠다고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MB 정부 시즌2’ 유인촌 지명에 중앙 “인재풀이 이렇게 협소한가”

▲ 14일자 경향신문 2면 사진 기사.

▲ 14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윤석열 정부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내정된 인문들이 강성 보수로 꼽히는 데다 이명박 정부 고위직 출신이 포함됐다는 점이 반복되면서 보수신문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신원식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며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유인촌 문화체육특보는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이던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욕설 논란을 빚은 것이 대중 뇌리에 박혀 있다. 김행 장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초대 대변인 출신으로 1994년 중앙일보에서 여론조사 관련 전문기자로 활동했고, 온라인매체 ‘위키트리’를 공동창업한 이력이 있다. ‘여성 정책’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 14일자 중앙일보 사설.

특히,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논란 속 이종섭 국방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구체적 증거가 드러나면서 ‘꼬리자르기’용 인사라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장관 자격이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외압에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는지도 밝혀줄 핵심 당사자다. 국방 수장 교체는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전날 사의를 표명한 뒤 하루 만에 이뤄졌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 동시 교체설도 나온다. 채 상병 사건 수사 보고라인을 모두 바꿔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자르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보수 신문에서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 <국방장관 탄핵 정쟁 속 쇄신 기대 못 미친 개각>에서 “이명박 정부에 이은 유인촌 후보자 재기용 인사는 인재풀이 이렇게 협소한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유 후보자를 비롯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전 통일비서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전 홍보수석) 등에 빗대어 ‘MB 정부 시즌2’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4일자 한겨레 사설.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있는 유인촌 특보가 장관에 임명되면 언론장악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겨레는 <‘싸움꾼’ 전면 내세운 돌려막기, 개악된 개각> 사설에서 “지금 유인촌이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그는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고,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에게 욕설과 삿대질을 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문체부가 인터넷언론과 신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신문법 소관 부처인 만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투톱 체제’를 형성해 전방위적인 언론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강경파 장관을 ‘이념 전쟁’의 선봉장으로 삼겠다는 취지가 명백해 보인다”며 “세 후보자는 ‘강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고, 자신들이 왜 선택됐는지를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장관이 된다면 갈라치기, 야당과의 거친 충돌을 오히려 훈장처럼 내세울 게 뻔히 그려진다. 윤 대통령이 ‘싸우라’고 했고, 싸우는 데 적합한 전사들을 골랐다. 도대체 누구와 싸우겠단 말인가”라고 했다.

 

30분 일찍 도착해 김정은 환대한 푸틴, 핵무력 기술 지원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며 무기 거래 가능성을 시사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력 기술 지원을 예고했다.

▲ 14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 기사.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과 만찬을 가졌다. 북·러 정상회담은 열린 것은 2019년 4월25일 이후 약 4년5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30분 전 회담장에 나오는 등 김 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우주 기지를 둘러 보며 관계자들에 로켓 기술 관련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서 “영웅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승리의 전통을 빛나게 계승해서 군사작전과 강국 건설의 두 전선에서 고귀한 존엄과 명예를 힘있게 떨치리라고 굳게 믿는다”고 했고, 모두발언에서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자주 전선에서 내가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전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암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우주 기술이 발전하는 데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이곳을 보여드리자고 했다”고 했다.

▲ 14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유엔(UN) 제재가 사실상 허물어졌다는 평가다. 동아일보는 14일 사설에서 “회담에선 대북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식량·에너지 수출, 북한 노동자 파견까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담은 북-러가 대놓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연대하며 유엔 제재를 허물겠다는 대외적 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 기술 이전, 노동력 제공은 모두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특히 러시아는 그런 제재 부과에 찬성했던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5개국에 세계질서 유지를 위해 부여한 특별한 지위인데, 러시아는 그런 책임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그간 공들여 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밀착한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 긴장’을 우려하는 사설도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정은·푸틴 회담, 한반도의 신냉전 각축장화 안된다>에서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함께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여기에 북한도 참여시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냉전 때도 없던 일”이라며 “한·중관계 관리에 더 노력하고, 러시아·북한과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오히려 ‘강 대 강’으로 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일보는 <푸틴 北에 무기기술 지원은 韓 직접 위협, 대가 치르게 해야>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만약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받고 위성 발사만이 아니라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넘긴다면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까지 제공한다면 이것은 한국민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것이다. 단순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러 관계에서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것이다. 그 경우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그중에는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조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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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 MZ세대들에게 날벼락인 이유

[이게 이슈]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얼마나 믿을만한가

23.09.14 06:48최종 업데이트 23.09.14 06:48

▲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한 번씩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여 국민연금 보장성과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제도 개혁안을 제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현 정부가 국민연금을 중요한 개혁과제로 내걸었는데 마침 올해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실시되는 해여서 그에 따라 재정추계가 이루어지고, 그에 바탕을 둔 개혁안이 논의되어 지난 1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되었다. 

그런데 재정계산위원회는 보장성 강화는 전혀 없이 보험료만 현재의 9%에서 12%, 15%, 18%로 올리는 세 개의 개혁안을 제출하였다. 이러한 개혁안을 도출한 것은 재정안정론자가 다수를 차지하도록 재정계산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개혁안 논의에 앞서 제출된 재정추계 결과가 너무나 어두운 미래 전망을 그린 것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기금은 2055년에 고갈되고 기금이 고갈된 후 고령인구 부양을 위해 미래세대는 30~34%에 육박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전망을 내놓으니 누가 감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초저출산이 70년간 지속된다는 가정은 문제
 

▲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엄밀함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일지라도 미래 전망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래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세 개의 성장요인, 즉, 인구, 자본량, 생산성 전망치를 조합한다. 그런데 각 요인들의 전망치는 엄밀하게, 과학적으로 추계된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첫째, 재정추계는 통계청의 출산율과 인구 전망을 사용했는데, 통계청은 2030년 중반에 출산율이 1.2정도가 되고 이후 1.2 출산율이 이 세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어떤 인과관계를 동원하여 도출한 결과는 아니다. 다른 국가들과 우리의 과거 출산율의 움직임에서 발견한 규칙성에 근거해서 도출한 것이다.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6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정도로 현실의 출산율이 낮다 보니 1.2라는 수준도 희망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전망치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재정추계가 전망하는 것처럼 향후 70년 동안 만일 출산율이 1.2에 머문다면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출산율 전망이라면 이번에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해도 5년 후 다시 올리고 그 다음 5년 후 다시 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즉, 출산율 1.2의 지속 하에서는 기금을 지키겠다는 것은 끊임없는 보험료 인상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국가가 사라져가는데 기금이 무슨 소용인가? 
이것은 인구 전망 방법론의 엄밀함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이다. 개인의 결혼과 출산 결정이 사회시스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국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진국 중 어떤 국가도 1.2라는 초저출산율이 70년간 지속되는 것을 그냥 지켜본 국가는 없다. 심지어 저출산·양극화로 경제의 활력을 잃었다고 얘기되는 일본도 출산율을 올리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1.2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심지어 프랑스는 1.8이라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2021년 기준). 어쩔 수 없다고? 일단 프랑스처럼 가족복지 예산으로 GDP의 3%는 써보고 이야기하자.  
  
고령화에도 불구, 많은 여성 노동력을 그냥 놀릴 것인가? 

둘째, 재정추계의 문제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경활율)이 고령화가 심화되는 미래에도 여전히 매우 느린 속도로 OECD 평균에 접근해 간다고 가정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조만간 사회 전 영역에서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질 것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아래 통계는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경활율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일본의 15~64세 인구의 경활율은 1990년대에 OECD 평균을, 2010년대에 주요 7개국(G7) 평균을 상회하였고 최근에는 80%에 육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재정추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줄어들지만 미래 100여 년에 걸쳐 서서히 해소된다고 줄어든다고 가정하고 있다(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2022년 9월 30일 제4차 회의 회의자료 노동투입 전망). 
 

▲ 주요 선진국 15~64세 경제활동참가율 ⓒ OECD Labor Statistics

 
우리나라의 경활율이 낮은 것은, 특히 여성의 경활율이 낮기 때문이다. 2019년에 30세~64세 남성의 경활률은 거의 90%에 육박하는데 여성은 60%대 전반에 머물러 있었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여성의 경활율은 왜 이렇게 낮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서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활용하여 연령, 학력, 가구주 여부, 혼인상태 등 개인 특성이 경활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였는데 추정 결과 기혼 상태일 때 여성의 경활률이 낮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 시스템이 여성에게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하게 하고 그래서 출산율도 낮게 만들고 경활율도 낮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고 하는데 외국에서 이민을 받는 것을 고려하기보다 국내 여성들의 노동력 활용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할 일이다. 가족복지 예산 확대와 더불어 양육과 일터에서 남녀평등이 강화되어야 할 일이다.  

로봇화에도 불구, 생산성과 자본축적은 크게 둔화할 것으로 가정

셋째, 인구와 함께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생산성과 자본축적에 대한 전망도 문제가 있다. 생산성 전망은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이루어졌는가? 그렇지 않다.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할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들, 예를 들어 1인당 GDP, 무역자유도, 법제 및 재산권 보호, 금융, 노동, 기업활동 규제 등을 가지고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설명하고자 회귀분석을 했을 때 유의미한 추정결과를 얻기 어려웠다(신석하·황수경·이준상·김성태(2013), <한국의 장기 거시경제변수 전망>, 한국개발연구원).

그래서 재정추계에서는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실적치의 추세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직관에 의존하기로 결정했다.

직관적인 방법론을 쓰지만 그래도 뭔가 근거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정추계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011~2019년에 OECD 국가 중 하위 32.2%에 해당하므로 기준시나리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OECD 상위 25%와 50% 사이의 값인 1%로 가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향후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아세모글루와 레스트레포((Acemoglu and Restrepo, 2017)가 고령화가 빠를수록 자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 1인당 GDP가 높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출하였는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아무래도 로봇화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 재정추계에서는 투자에 대해서 어떻게 가정하는가? 재정추계에서는 투자 이론에 기대어 미래의 자본 축적 경로를 전망하는데, 투자 이론에서 미래 노동공급의 감소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가 자본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본수요가 줄고 자본축적이 둔화된다고 가정한다. 결국 빠른 고령화 진행이 로봇화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으로부터 투자를 전망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엄밀하지 않아... 근본적 문제 해결 우선돼야
 

▲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현재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70년을 전망의 시간적 범위로 잡아서 인구 전망, 경제 전망, 국민연금 수입과 지출 전망, 보험료 전망 등을 하고 있지만 5년마다 한 번씩 하고 있는 전망이 매번 달라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엄밀한 '과학적인 전망'이 아니다.

그런데도 재정추계보고서가 70년 후 전망을 매우 확실한 것처럼 발표하고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당장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가를 보고함으로써 개혁안 논의를 '기금의 고갈', '유지를 위한 보험료 인상률 선택'이라는 매우 좁은 틀에 갇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래가 재정추계가 그리는 대로 진행된다면 기금을 쌓는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노후가 불안하므로 건물을 사서 노후대책을 하고자 하는데 미래에 건물을 임대해서 임대료를 내 줄 세입자가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미래를 결정하는 출산율, 경활률, 생산성, 투자 변수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갈 것인가이다.
  
따라서 고령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당장 9% 보험료를 18%로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만일 이러한 개혁안이 채택된다면 지금 생산가능인구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그 대상이 될텐데 보장성 개선 혜택은 하나도 없이 앞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대폭 오른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미래세대, 즉 MZ세대의 자녀세대에게 부담을 덜 지우겠다는 이유로 MZ세대에게 큰 부담을 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MZ세대의 미래세대를 위한다며 MZ세대의 가처분소득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현재도 사는 것이 팍팍해서 많은 MZ세대들이 결혼도 출산도 못하는데, 충분한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당장 두 배 더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면 이들이 더욱 결혼과 출산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기금은 쌓이고 있으므로 기금이 당장 큰 위기인 것도 아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은 가족복지와 일자리 정책을 강화해 여성과 고령계층의 경활율과 생산성을 올리고 사회 시스템을 일·가정 양립, 일·가정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여 출산율을 OECD 평균까지는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보장성을 올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이다. 모두가 노후에 대해 국가로부터 기본적인 보장을 받아야 안심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현재보다 일하는 인구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재원 마련을 반드시 소수의 미래세대에게만 부담시킬 일은 아니다. 소득과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은퇴 인구 중 여유있는 계층이 많아질 것을 생각하면 재원 마련의 부담을 나누어질 필요가 있다.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심화에 대응해 공적연금에 세수를 투입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하나도 없이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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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만나

북, 13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9.13 14:55
  •  
  •  수정 2023.09.13 19:26
  •  
  •  댓글 0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이후 4년 5개월만이다.

이날 낮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기다리던 푸틴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린 김 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했다. 그는 “친애하는 위원장, 러시아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인사를 건넸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만남의 장소가 우주기지임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이 산업이 발전하는 방식이 자랑스럽다”면서 “나는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 모두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러시아는 북한의 우주 위성 개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그것이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라며, “조선 지도자가 로켓기술에 강한 관심을 표현했다. 그들은 우주 탐사 능력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국방협력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이날 환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경제와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협조를 토론하려고 한다. 그리고 조선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회담하면 좋겠다. 국무위원장이 내 초청에 응해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늘 얘기할 게 많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요한 시기에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을 초청해주시고 방문 첫 시기부터 러시아 동지들의 진정을 느낄 수 있게 열정적으로 환대해준 데 대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해서 대통령 동지와 러시아 정부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깊은 관심을 놀리시고 또 우주강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우주강국의 심장과도 같은 발사장에서 특수한 이런 상봉의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또 우주강국의 현 주소와 앞날에 대해서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데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KBS]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러시아와의 전통친선을 잊지 않고 지금 시점에 조러관계를 우리 대외관계의 제1순위로 최중대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조러 간 정치, 경제, 문화 비롯해서 관심 사안들, 두 나라 인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두 나라가 협조할 분야가 많고 (...) 이 자리가 두 나라 관계를 더 새로운 높이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가 지금 패권주의세력에 맞서서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위업을 벌리고 있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와 그리고 당신께서 취하시는 모든 결정과 조치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해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자주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다시 이 기회를 빌어서 확언하는 바”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회담에 이어 공식만찬도 함께 할 예정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 그리고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은 13일 낮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9.13. 수) 11시 43분경부터 11시 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두발 모두 650여 km를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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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일방외교에 파탄날 판…‘철의 장막’과 30년 우호 위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9/13 09:30
  • 수정일
    2023/09/13 09: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3-09-13 05:00수정 2023-09-13 08:42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과 러시아가 임박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1990년 수교 이후 30여년 동안 우호적 관계를 쌓아온 한-러 관계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이탈’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상황 역시 크게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해졌다. 장기화된 전쟁 속에서 군사적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잘못된 판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섣부른 인터뷰와 뒤를 이은 일방주의적 ‘가치 외교’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만든 거대한 참사로 해석된다.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9월 수교 이후 지난 30년 동안 줄곧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탈냉전이란 시대적 흐름을 잘 읽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의 큰 성과였다. 이후 정부들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철의 실크로드 구상’(김대중 정부), ‘한반도 평화 번영 및 동북아 시대 구상’(노무현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박근혜 정부), ‘신북방정책’(문재인 정부) 등을 통해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 애썼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엔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양국 간 경제 협력 구상들은 사업 성공의 전제가 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루스키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루스키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한-러 관계에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한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은 지난해 3월7일 러시아가 공포한 ‘비우호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구 선진국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지난 4월 중순이었다. 윤 대통령은 4월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등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음을 강력히 암시한 언급이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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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러시아의 거센 경고가 쏟아졌다. 인터뷰가 나온 이튿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전달도 러시아에 대한 공개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런 행동을 하면 한반도에 대한 우리 접근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그런 조처(한국의 무기 공급)는 두 나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건설적으로 발전돼온 러-한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1945년 8월 이후 한반도 현대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북한 건국(1948년)과 한국전쟁(1950~1953년)을 주도했고, 1961년 7월 이후엔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어 북한에의 안전을 보장해 왔다. 하지만 냉전 해체 뒤엔 한국과 협력을 중시하며 북한과는 상대적으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후 한국이 정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 언론들은 한국이 미국에 155㎜ 포탄을 제공하면 미국이 자신들의 여유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해왔다. 윤 대통령 역시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안보·인도·재건 분야의 지원을 약속했고, 10일엔 23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원 계획을 내놨다. 결국 러시아는 모자라는 무기 보충을 위해 30여년 만에 북한과 다시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을 내렸다.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가치 외교’와 러시아의 무책임한 태도가 지역 정세를 악화시키는 큰 파국을 불러온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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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연이은 비극…모로코 지진 이어 리비아 홍수

리비아, 통합 정부 없어 상황 파악 난항·2000명 사망 추정도…모로코 지진 사망자는 2862명으로 늘어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3.09.12. 21:14:15

 

북아프리카 모로코 지진 사망자가 2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웃 국가 리비아에 지난 주말 폭풍과 홍수가 덮쳐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통합 정부를 수립하지 못해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조차 어려운 상태다.

 

<AP>, <로이터> 통신을 보면 11일(현지시각) 리비아 동부를 통제하는 정권의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수 피해가 극심한 북동부 데르나 지역에서 2000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데르나의 "모든 가구가 주민들과 함께 물에 휩쓸려 사라졌다"며 이곳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고 말했다.

 

동부에 주둔하는 리비아 국민군(LNA) 대변인 아흐메드 미스마리는 댐 두 곳이 무너져 "주민들이 바다로 떠내려갔다"며 5000~6000명 가량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동부 정권의 잇삼 아부 제리바 내무장관도 데르나에서 5천 명 이상이 실종되고 상당수가 지중해로 떠내려 갔다며 "모든 지역 및 국제 단체의 도움"을 촉구했다. 

 

리비아에선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와 리비아 국민군이 장악한 동부 정권이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통합 정부 설립에 실패하며 도로 등 기반 시설 정비 및 건축 규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활동 중인 구호단체 적신월사의 카이스 파케리 대표는 <로이터>에 데르나 지역 사망자가 150~250명 가량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적신월사와 동부 정권 쪽 수치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데르나 주민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참상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한 데르나 주민은 소셜미디어에 "해가 뜨고 거리로 나가 보니 거리가 없었다"고 황망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피한 데르나 주민 모하메드 자달라가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집도 잃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자달라는 10일 밤 집에 물이 들어차자 세 자녀를 데리고 급히 이 지역을 빠져 나왔다. 이후 데르나로 들어가는 길이 파괴되고 통신이 두절되며 형제자매들과의 연락이 끊긴 상태다. 그는 자신의 집이 떠내려가는 사진을 봤다며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홍수로 동부와 서부 정부 모두 3일 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언했다. 서부 정부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피해 지역으로 구급차, 구조대, 의료진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외국 정부들도 지원 방침을 밝혔다. <AP>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리비아 동부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수색 및 구조 인력을 보낼 예정이며 <로이터>는 카타르 또한 피해 지역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장 필요한 곳에 빠르게 지원하기 위해 유엔(UN) 및 리비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 정부가 없는 상태에서 재난 대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비아 전문가인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선임 연구원 타렉 메그리시는 "이번 재앙은 엘리트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하며 라이벌 정부를 구성했지만 실질적 정부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리비아 현재 정치 체계의 문제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재앙의 결과는 정부 통치 실패로 인해 몇 배로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모로코 내무부가 11일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862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수도 2562명으로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11일엔 아틀라스 산맥 고지대에 위치한 아미즈미즈, 두아르 트니르 등 산간 마을에도 정부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밤 규모 6.8의 강진이 모로코를 덮친 뒤 생존자 구조의 골든 타임이라고 여겨지는 72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두아르 트니르에 정부 구조대보다 먼저 도착해 취재를 이어오던 매체는 11일 오후 4시45분께 비로소 마을에 정부 인력과 스페인 수색구조팀이 국영 방송사 기자와 함께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3일 간 맨손과 삽 등으로 구조를 시도하며 지친 주민들이 "외국에서 상업용 비행기를 타고도 당신들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다"며 당국의 늦은 대응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덧붙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모로코 쪽이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4개국의 지원만을 받아들인 데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 등을 보면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은 프랑스 방송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원 수용 여부는 "모로코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원이 즉시 수락되지 않은 것이 서사하라 문제, 모로코 국민에 대한 비자 문제 등으로 모로코와의 관계가 최근 긴장된 탓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독일 외무부도 "독일과 모로코 간 외교 관계는 좋다"며 지원이 수락되지 않은 것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독일 구조팀 50명은 모로코의 정식 지원 요청을 받지 못하며 지난 10일 공항에서 해산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전문가인 스탠포드대 역사학 연구원 사미아 에라주키는 <워싱턴포스트>에 모로코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외국 구호 요원들이 재난 지역을 조사하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제기하고자 했던 방어 불가능한, 위태로운 문제들이 조명"돼 국가가 통제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각) 리비아 동부를 강타한 폭풍우의 영향으로 무너진 동북부 데르나 지역 해안 도로의 모습.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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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속전속결 KBS 사장 해임에 “무도한 정권”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9.13 07:42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속전속결로 KBS 사장 해임제청·의결 이뤄져

한겨레 “거리낌 없이 과거 잘못 되풀이”… 한국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김정은 방러, 러시아와 무기거래 가능성 제기… 한국경제 ‘핵무장론’ 꺼내

대통령, 국무회의서 “가짜뉴스, 자유민주주의 위협”

KBS 이사회가 12일 김의철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그 당일 이를 재가했다. KBS 이사진 간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이다. 이번 해임 결정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악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이번 정권을 ‘무도한 정권’이라고 표현하면서 “거리낌 없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여권 측 이사 6명은 12일 이사회에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야권 측 이사 5명이 반대했지만 표결을 강행한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해임제청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 △불공정 편파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취임 당시 공약불이행 △임명동의 대상 확대 및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김 사장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김의철 KBS 사장. 사진=대통령실, KBS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13일 1면 <여야 구도 바뀌자마자… KBS 이사회 ‘사장 해임 의결’·윤 대통령 바로 재가> 보도에서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MBC에서는 제동이 걸렸지만 KBS에서는 예상대로 진행됐다”며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심급마다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데다 3심제인 점을 고려하면 확정판결은 김 사장 임기가 지나서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9월13일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는 4면 <김의철 KBS 사장 해임… 후임엔 박민·이춘호·이강덕 거론> 보도에서 “통상 공모에 한 달가량 소요되는 걸 고려하면 10월 중 (후임 사장)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임 사장 후보로는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KBS 내부 출신으론 이준안 전 해설국장을 비롯해 이춘호 해설위원, 이강덕 전 대외협력실장 등의 하마평이 돈다”고 했다.

▲9월13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김의철 KBS사장 해임 ‘속전속결’> 기사를 내고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해임된 정연주 전 사장, 문재인 정부에서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은 이후 해임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해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9월13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김의철 KBS 사장 해임, 잘못된 과거에서 뭘 배웠나>를 내고 “한국방송 사장이 정권 교체 뒤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된 것은 이명박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취지를 형해화하는 악습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번 해임이 예상된 일이었다면서 “해임제청안 의결도 야권 이사들이 퇴장한 채, 서기석 이사장을 포함한 여권 이사 6명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답정너’가 따로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애초부터 목표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보니 해임 사유 따위는 중요할 리가 없다”며 “(해임 사유는) 하나같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주관적인 이유다. 특히 수신료 분리징수의 경우,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사안인데 한국방송 사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전혀 거리낌 없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도한 정권”이라고 밝혔다.

▲9월13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사설 <반복되는 KBS사장 해임 사태, 공영방송 갈등 증폭 우려>를 내고 “법원 판례를 보면 해임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정연주·고대영 전 사장은 대법원까지 가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늦은 판결 때문에 KBS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김 사장 해임도 이런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부는 ‘공영방송 신뢰회복’ 등의 기치를 내걸고 경영진 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은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며 “‘편향적인 보도를 바로잡겠다’는 선언을 ‘보도 통제’ 예고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많다. 정치 세력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장이 되어버린 공영방송의 경영구조를 바꾸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근본적인 ‘신뢰 회복’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4명의 방송기관장들을 해임하고, KBS 사장 해임까지 추진하는 현실이 상식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2020년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김정은 방러에 ‘핵무장론’ 꺼내든 한국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만강 국경을 통과해 약 4년 만에 러시아로 갔다. 김 위원장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무기 거래 등에 나설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12일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면서 “동맹 우방국과 협력하면서 전반적으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9월13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3면 <안보리 제재 무력화하는 무기 거래 예고… 北·러, 국제질서 무너뜨려> 보도에서 “유엔으로 상징되는 다자질서에 기반했던 국제 정치가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을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도발 원인을 한미연합훈련에서 찾는 등 거부권을 무기로 규탄·제재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안보리의 존립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9월13일 조선일보 3면.

또 조선일보는 같은 면 <北 정찰위성·핵잠수함·포탄 담당자도 갔다> 보도를 내고 “김정은과 동행하는 조춘룡·박태성·김명식은 모두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무기 거래와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이라고 했다.

▲9월13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 <김정은·푸틴 위험한 딜 ‘특단선택’ 몰리는 한국>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등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또는 개발 소요 자금을 제공한다면, 대 북한 및 러시아 추가 제재 외에 정부가 그동안 선을 그어왔던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정부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핵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한국경제는 사설 <위험천만 北·러 무기거래…핵전력 등 모든 대응수단 강구해야>에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본격화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 건조는 4년 만에 전술핵무기 탑재에 핵추진 모델까지 눈앞에 왔다”며 “수개월 연속 수중 작전이 가능한 신형 잠수함이 핵탄두를 싣고 동·서해를 드나드는 게 멀지 않은 현실이 됐다. 심해의 잠수함은 현행 방어무기 체제로는 찾아내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했다.

▲9월13일 한국경제 사설.

그러면서 “해상 핵위협의 응징 전략이 시급해졌다. 국가 존망의 위협에 맞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무모한 북·러 무기 빅딜은 다시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재촉하고 있다. 핵무기로 핵무기를 저지하는 ‘핵균형’으로 가도 책임은 전적으로 북에 있다. 세계 자유진영이 한뜻으로 나서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위협에 한국도 핵무장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9월13일 중앙일보 사설.

반면 중앙일보는 정부가 외교력을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위험한 무기 거래 우려, 김정은·푸틴의 ‘잘못된 만남’>에서 “최근 미·중 갈등이 소강 국면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지 않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런 타이밍에 윤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내에 성사되도록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러 정상회담 대응에 정부의 모든 외교·안보 역량이 집중돼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9월13일 조선일보 1면.

윤석열 대통령 “가짜뉴스, 자유민주주의에 위협”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이야기를 꺼냈다.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나아가 미래세대의 삶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尹 “가짜뉴스 못막으면 자유민주주의에 위협”> 보도에서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두고 보도된 대장동 사건 주범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 등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9월13일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는 4면 <“한중일 정상회의 적극 추진” 윤 대통령, 3국협력 키 잡는다> 보도를 내고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순방 중 해외 각국 정상들도 자국의 가짜뉴스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더라’며 ‘나도 국내 가짜뉴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최근 논란이 증폭된 뉴스타파의 지난해 대선 직전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녹음파일 공개 의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전망했다.

▲9월13일 한겨레 칼럼.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은 뉴스타파가 ‘대통령 일가’라는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고 봤다. 이 논설위원은 칼럼 <뉴스타파, ‘역린’을 건드린 죄?>에서 “윤 사단이 뉴스타파를 겨냥한 진짜 이유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탓 아닐까”라면서 “뉴스타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조금만 훑어봐도 이런 의심이 든다. 뉴스타파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검사 윤석열’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인물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와 호형호제하는 검찰 간부의 친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아니요’를 반복하다, 청문회장에서 뉴스타파 기자와 과거에 통화했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논설위원은 “지금은 적대적 관계가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남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대통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대통령 장모의 부동산 관련 사기 행각도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민 세금에서 지원하는 특별활동비 등을 기밀 수사 용도가 아닌 회식 등에 사용한 정황을 보도한 것도 뉴스타파”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사단의 눈에는 뉴스타파가 감히 ‘주군’의 역린을 자꾸 건드리는 것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 하는 검찰은 오히려 그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9월13일 한겨레 칼럼.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한겨레 칼럼 <프로파간다가 된 정부의 팩트체크>에서 정부가 팩트체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팩트체크에 관심을 쏟겠다니 반갑긴 하다. 그런데 팩트체크 방법론 전문가인 필자가 보기에 정부의 팩트체크는 국제적 규범에 비춰 볼 때 방법도 방향도 틀렸다”며 “무엇보다 정부는 팩트체킹의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정부가 정책을 ‘셀프 팩트체크’ 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가짜뉴스’라고 낙인찍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 아니면 독재국가 지도자나 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준일 대표는 방통위가 김만배 녹취록 기사 인용 보도와 관련 방송사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전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개별 언론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검증하지 않는다. 방송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은 물론, 공영방송이 있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정책적 규제는 하지만 특정 보도에 대해 정부기관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며 “방통위는 방송사의 특정 기사에 대해 검열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주로 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팩트체크란 단어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가 되어버렸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팩트체킹 원칙 1번은 ‘비정파성과 공정성’이다. 팩트체크는 언론과 시민 자율 참여에 맡기는 것이 국제 규범이자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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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핵 피해 도망치려는 이종섭 장관, 55만 장병들에게 안 부끄럽나?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09.12 ⓒ뉴시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복수 보도에 따르면 장관직을 내려놓으려는 이유는 ‘정치권서 탄핵 얘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적어도 탄핵 말고 다른 이유를 댈 줄 알았는데, 솔직해도 너무 솔직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군인으로서 거짓말은 차마 못하겠다는 것일까.

사의가 수리되고 장관이 교체되면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 절차는 현실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직을 내려놓은 상태이므로, 탄핵 절차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사라지게 되니 말이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로선 심판 대상이 없어 사건을 각하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노골적이고 비겁한 회피가 아닐 수 없다.

보수진영에서는 이 장관을 상대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탄핵 절차로 얻을 수 있는 공익적 효과는 상당하다.
야당이 이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주체로 지목되는 이 장관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탄핵 심판은 형사 처벌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형사재판 절차에 비해 사실관계 심리가 상대적으로 덜 구체적으로 이뤄질 순 있다. 그러나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 절차가 언제, 어떤 기관을 통해 개시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한 수준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해서 그에 따른 헌법적 책임을 묻는 탄핵 절차는 국민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릴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 피청구인인 이 장관뿐 아니라 외압 의혹의 최윗선으로 지목되는 용산 대통령실(국가안보실) 사람들, 국방부 차관 및 법무관리관, 윗선이 그렇게 무리해서라도 살리고자 했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도 증인으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소환된다. 특히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받으면 누가 사단장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외압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재판정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는 것이 순리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윤 대통령 발언 의혹을 뭉개거나 부정하고 있는 대통령실 실장·수석급 인사들을 무더기로 재판정에 세울 수 있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결국 이 장관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스스로 옷 벗는다는 건 이러한 합당한 진실 규명 절차를 깡그리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고, 윤 대통령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게 되면 그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장관 주장대로 자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정당하게 탄핵 심판대에 서서 무결함을 인정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심판을 회피하는지 모르겠다.

군인복무기본법(구 군인복무규율) 5조 3은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으로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을 피해 도망치는 건 명예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명예롭지 않은 행위를 허락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건 상관에게 부정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투철한 충성심에 위배된다. 명예와 충성심이 없는데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그걸 누가 인정하겠는가.

이 장관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55만 장병들에게 부끄럽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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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충주까지 8시간, 머리 깨지고 기절해도 변한 게 없다"

[인터뷰]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은 지난 1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충주시장배 전국 보치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대전에서 충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전국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해야"23.09.12 20:07l최종 업데이트 23.09.12 20:07l김선재(kemnjuias2)23.09.12 20:07l최종 업데이트 23.09.12 20:07l


전동휠체어 사용자인 문 소장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일단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 특장차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대전시에 운영하는 특장차로 오송역으로 간 후 다음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특장차로 갈아타고 충주역까지 이동할 요량이었다.

일단은 계획대로 오송역까지는 도착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청주에서 운영하는 특장차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일주일 전 예약이 필요했다. 예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문 소장은 당황했다. 급히 오송에서 충주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기차표를 찾았지만, 전동휠체어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급한 마음에 수동 휠체어 좌석으로 예매했지만 기차를 탈 수 없었다. 법과 규정상 수동 휠체어 좌석에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어서다. 옥신각신 끝에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고, 문 소장은 끌려 나오는 신세가 됐다.

"청주시 특장차는 청주 외 지역으로 가게 될 때 그 지역 기차역으로만 운행을 해요. 충주시가 운행하는 특장차는 충주 시내에서는 버스요금을 적용하지만, 충주 밖으로 나가게 되면 택시요금으로 적용해요.

충주 사는 어떤 분은 충주에서 오송역으로 오는데 거의 7만 원이 들었다고 했어요. 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큰 금액이에요. 만약에 시외버스를 탈 수 있거나 충주를 지나는 기차가 많았다면 절대 특장차는 안 탔을 거래요.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는 본인에게는 충주 밖으로 나가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어요.

비장애인들의 삶은 점차 간소화되고 편리해지는데, 중증 장애인들의 삶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너무 힘들고 복잡하고 어렵고 까다로워요."


비장애인의 경우 대전에서 충주까지 자동차로 2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터치 몇 번에 가능하다. 하지만 문 소장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동하는 데만 8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대체 무엇이 장애인들의 삶을 더 복잡하고 어렵고 까다롭게 만드는지 지난 4일 문 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었다.

"버스 타다 머리 땅에 부딪혀 기절, 우리에겐 허다한 일"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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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외출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친구를 만나야 교류를 할 수 있다. 교육, 연애, 결혼, 일 모두 외출해야 가능하다. 학교, 직장, 병원, 모임도 외출로부터 시작한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그저 집에만 있어라'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해야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다.

"제일 어려운 게 정류장 시설이 없는 곳에서 버스 탈 때예요. 저상버스는 리프트가 내려와서 연석에 걸쳐져야 완만한 경사가 되는데요. 그래야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런데 세종 읍면지역에는 정류장 시설이 없는 곳이 허다해요. 그러면 리프트가 땅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올라가기 힘든 급경사가 만들어져요. 얼마 전 우리 센터 회원 중 한 분이 버스를 타다가, 급경사에 전동휠체어가 뒤로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머리를 땅에 부딪혀 기절까지 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출발지에서 저상버스를 탈 때는 승객들이 타기 전에 먼저 탈 수 있어요. 기사님이 좌석을 접어주고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요. 노선 중간에 버스를 탄다고 하면 그때는 비장애 승객들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어요. 승객들이 일어나고 의자를 접어줄 때 휠체어 장애인 분들은 고맙다고 인사해야 해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버스정류장에 있을 때, 여러 장애물에 가리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서 있는 높이보다 낮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 주변의 변압기와 가로수를 피해 자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버스 기사에게 알려야 한다. 마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바람 인형처럼 몸을 휘저어야 한다.

저상버스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대전역에서 출발해 세종을 거쳐 오송역까지 가는 B1 버스가 있다. 직행좌석버스 승객수 기준으로 전국 2위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의 경우 전체 22대의 버스 중 저상버스는 단 2대에 불과하다. 하루 총 220회 운행 중에 저상버스는 20회 운행한다. 장애인이 B1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속을 버스 운행 시간에 맞춰야 한다.

비장애인의 경우 시내버스에 탑승하다 뒤로 거꾸러져서 머리가 깨질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버스를 타기 위해 온몸을 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보통 자신의 시간에 맞춰 나가고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탄다. 시내버스 운행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대중교통 이용에서 차별이 되고 만다.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느낄 수 없다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경희 소장
ⓒ 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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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포함해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교통약자라고 한다.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에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문 소장이 이용한 특장차 역시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하는 '특별교통수단'이다.

특별교통수단이란 휠체어 탑승 설비 등이 장착된 차량이다. 휠체어를 탄 채로 차량에 탑승하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지역 간 연계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에 대한 사항을 계획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장 역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 확충하고, 광역적 이용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방안 마련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청주는 해피콜, 세종은 누리콜, 대전은 사랑나눔콜이에요. 일단 등록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청주와 세종은 등록하기 위해서 우선 전화로 콜센터에 상담을 해요. 그리고 팩스로 서류를 제출합니다.

그러면 3일에서 7일 정도 심사를 해요. 등록되면 이후에 앱으로 이용을 할 수 있어요. 심사신청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복지카드를 제출서류로 내야 해요.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아니면 팩스로 보내야 해요.

비장애인들은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회원 등록을 하거나 심사신청을 넣거나 하지 않잖아요. 아무리 민원을 제출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아요. 차량은 적은데 이용 희망자는 많으니까 심사가 필요하다고.

사고가 났을 때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도 해요. 복지카드에 내용이 다 나와 있으니 그것만 내도 되는데, 세종은 추가로 장애인 등록증까지 제출하라고 합니다. 장애인 증명서는 주민센터로 가든지 인터넷으로 뽑아야 해요.

우리 주변엔 인터넷을 못 하는 분도 있고, 외출이 어려운 분도 있어요. 그러면 증명서 하나 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고 위임장을 써야 해요. 진짜 복잡해요."


전국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많다. 청주와 세종은 인터넷을 통한 등록 절차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오직 방문 접수나 팩스만 가능하다. 반면 서울의 경우 가입 절차가 많이 간소화된 편이다. 콜센터나 앱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제출서류는 복지 카드 하나 정도이다. 서류는 팩스나 문자전송 또는 앱을 통해 제출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특별교통수단으로 광역을 이동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세종 누리콜은 세종시 전 지역을 다니고 추가로 청주, 대전, 천안, 공주를 갈 수 있다. 대전 사랑나눔콜은 대전과 계룡, 공주, 금산, 논산, 세종, 옥천, 청주에 갈 수 있다.

청주 해피콜은 신탄진, 조치원, 증평을 추가로 갈 수 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그 외 지역은 갈 수 없다는 뜻이다. 문 소장이 난감한 상황을 겪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계속 전국의 특별교통수단 센터 통합을 요구하죠. 이용자들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각 지역에서 따로 회원 가입하는 것은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게 중앙집중이 아니고, 지역사업이에요. 지역에서 특장차를 구매할 때 중앙예산과 지역예산 50:50입니다. 그런데 기사들 급여는 100% 지역 예산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지역에서 마음대로 운영하게 되고 지역 간 통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은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몇 주 전부터 교통수단 준비를 해요. 내가 가는 지역의 특별교통수단은 얼마 전에 예약해야 하는지, 즉시콜인지 예약콜인지 알아봐야 해요. 비장애인들은 이런 걸 따지지 않잖아요. 일반적으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요. 오히려 장거리를 가면 기사님이 좋아하실 수도 있죠. 특별교통수단은 특별하게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특별교통수단이 아닌가 싶어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전장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죽이기 마녀사냥 중단 촉구 버스행동'과 '장애인 권리예산·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단체 회원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정책 대안을 실현하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수십 년 투쟁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심지어 법에 명시된 조항을 잘 지키라고 요구해도 수십 년째 크게 변함없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의 삶은 꾸준하게 편리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앱으로 못 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롭고 어렵다. 비장애인들이 겪지 못하는 상식 밖의 일들이 장애인에게는 수시로 벌어진다. 비장애인들은 택시를 타기 위해 신분을 증명하지 않는다. 회원에 등록할 필요도 없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분리, 제한, 배제, 거부당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동권'을 위해 오늘도 장애인들은 차별철폐의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태그:#장애인, #인권, #이동권,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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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리는 전세, 욕망의 '거품' 부동산 멈추면 사라진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지금 필요한 정책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전세는 우리나라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였던 임대차제도다.

 

80년대 유년시절, 나는 작은 마당이 있는 서울 변두리 단독주택에 살았다. 방 3개, 욕실과 거실, 마당에 재래색 화장실이 있던 우리 집에는 3가구가 모여 살았다. 가능한 한 많은 방을 내어 전세를 줬다. 건넛방에는 중고생 아들 둘을 둔 아주머니네 가족이 살았다. 지하실은 원래 창고와 부엌으로 쓰던 곳이었으나, 간단한 공사를 거쳐서 방과 욕실 겸 주방으로 쓸 수 있는 간이공간을 들였다. 여기에도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이를 둔 한 가족이 살았다. 고작 이십 몇 평짜리 단독주택에 12명이 모여 살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하 방은 여름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올 때면 방바닥으로 물이 들어찼다. 온 가족이 동원되어 지하방의 세간살이를 우리 집 거실로 옮겨놓고, 양동이와 바가지로 물을 퍼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여름 장마철마다 빗물이 스며들어 물바다가 되었던 지하 방은 결국 세를 줄 수 없어서 원래대로 연탄을 쌓아놓는 창고로 사용하였다.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냉기가 돌고, 컴컴하고, 축축하게 곰팡이가 슬어 있었던 지하방에 들어가면 마치 동굴 탐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택은 부족했고 임대인도, 임차인도 돈이 없었으니,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공간마저도 어떻게든 수를 내어 전세를 줬던 것이다. 

 

70~8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고속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절, 제조업과 수출기업 육성을 위해 가계대출이 제한됐다.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무이자 자금조달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임차인 또한 매월 월세를 납부하는 것보다 전세를 선호했다. 전세금을 맡겨놨다가 임대차계약 만기에 그대로 되찾아갈 수 있어서다. 목돈을 거치해두는 것은 일종이 저축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으므로, 전세는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가 선호하는 제도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되고, 기업대출이 위축되자 김대중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고 부동산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를 통해 소비활성화와 내수진작 효과를 얻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이 되었다. 풀린 돈이 자산거품을 만들어냈다.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했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미분양대책의 일환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고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적보증제도를 도입하였다. 당시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가 줄어들고 주택가격 하락 위험이 커지자, 실수요자 또한 주택 구매를 미루고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세가격은 폭등하였다. 주택가격은 정체 또는 하락하는데 전세가격만 폭등하였으니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좁혀지고,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주택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임차인은 전세를 선호하는 반면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그런데 전세가격은 아무리 폭등하더라도 매매가격보다 높을 수는 없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증금 미반환시 채권회수를 위하여 필요한 비용과 시간, 부동산가격변동의 위험 등을 고려하면 전세는 매매가격보다 낮아야한다. 따라서 전세가격의 상한은 매매가격이 되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가까울수록 매매가격은 시세차익(자본이득)을 배제한 사용가치(용익가치)에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즉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면 전세가격은 궁극적으로 거품이 걷힌 주택 매매가격과 같아졌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전세는 부동산시장의 하락 안정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소멸해갈 운명이었다.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의 차이가 없다면 자금조달이 가능한 임차인은 굳이 위험한 전세가 아니라 주택 구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상승 기대가 없고 다주택 보유로 인한 세부담이 크다면, 임대인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할 이익이 없다.

 

전세가 집값을 밀어 올리다 

 

한편 다주택자는 월세를 통한 수입과 보유에 따른 비용을 비교하여 민간임대주택 공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주택경기부양과 미분양해소를 위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각종 조세 감면, 규제 완화 정책을 폈다. 주택가격 하락을 막고 미분양 건설사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확대하고, 공적 보증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때 풀린 규제로 인해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다시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십여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금의 공적보증을 더욱 확대하였다. 

 

부동산 가격 폭등시장에서 정부가 아무리 담보대출을 규제한들, 전세자금대출제도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우회적으로 흘러들어갔다. 임대인이 전세를 끼고(즉 임차인에게 돈을 빌려) 가격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창궐하였다. 허술한 전세자금대출제도와 보증으로 건설자금조달이 용이해지면서 조직적으로 신축빌라 가격과 전세가격을 부풀리고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하는 전세사기 문제가 폭증하였다. 결국 정부 정책으로 인해 전세는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집값을 밀어 올리는 뇌관이 됐다. 

 

 

 

 부동산 부양과 전세의 관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세제도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장기 우상향 시장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현상이므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금리 불안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전세제도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문제다. 주택 매매가 침체하자 전세제도에서 파생하는 여러 문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결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전세자금대출제도, 전세보증금 공적보증제도, 다주택 장려를 위한 조세감면과 규제완화 정책에 있다. 어느 정부나 임차인 보호, 주거안정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건설·금융산업 지원과 부동산 부양정책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인위적인 부양책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7일 정부는 민간건설사의 주택 인허가, 착공 실적 급감과 LH공사의 철근 누락사태 등으로 주택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주택공급대책이라 하였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용지 전매허용, PF보증 강화, 대출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과 비금융 규제완화다. 정책 내용 대부분이 주택공급자인 건설사를 지원하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옳지 않은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을 통한 가격의 자율적 조절기능을 통해서 유지된다. 지금 발생하는 전세제도로 인한 혼란은 정부가 시장의 조절 기능을 무시하고 대출과 보증제도를 통해 건설사와 부동산 투기자의 부채를 국민과 공공기관에 교묘하게 이전하고, 건설·금융 자본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시장조절기능을 통하여 제품 가격이 조정되도록 해 거품은 꺼지고, 한계 기업은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시장 원리다. 이러한 경제순환사이클이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 가격이 문제가 될 정도로 높다면 시장의 가격조절기능을 통하여 투기수요로 인한 거품이 제거되고 가격이 조정된다. 이후 수요자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하면 거래량이 늘고, 부동산 경기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다. 아울러 전세제도는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전세 대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나오는 시대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대신 자본주의 시장조절 기능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시장에 참여하면서도 전세제도의 장점만을 취하면서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주택 공급방안이 있다. 바로 공공사업시행자를 통하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세제도는 주택공급자의 자금조달수단이면서, 임차인에게는 월세 부담 없이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널리 활용되었다. 전세임차인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주거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목적만 갖는 주택수요자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자다. 따라서 전월세 시장의 가격형성원리를 기본 모델로 하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설계해 투기수요를 배제한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의 장점은 건물만을 분양하여 건축비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보유하면 자산가치 상승을 방어해 장기간 안정적인 토지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공공사업시행자가 최대한 큰 수익을 얻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저렴하게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 대출이자 상승으로 분양성이 낮아져서 사업성이 떨어진 택지를 공공사업시행자가 저렴하게 취득하면 된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다. 정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기금으로 PF보증을 강화하거나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등 금융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고, 한계기업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택지를 확보하는 데 주택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공공사업자를 통하여 국민 평균 소득으로 부담가능한 수준의 양질의 주택 공급으로 이어진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과 본질은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현재의 소득과 조달금리 수준에서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주택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방법 또한 간단하다.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이 모자라다면 국가는 시장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공주택 공급대책에 나서야한다. 추후 부동산 가격 상승기 시세차익 목적의 투기수요를 방지하면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거품 낀 부동산 가격에 필요한 조치는 부양이 아니라 조정이다.

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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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삽질, 국책연구원의 소신 담긴 반전 보고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9/12 09:55
  • 수정일
    2023/09/12 09: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반도체 열두 번째 특별과외] '전략 마련이 먼저'라는 산업연구원, '삽질부터 하겠다'는 정부

23.09.12 07:09최종 업데이트 23.09.12 08:52

▲ 산업연구원은 펴낸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 표지 ⓒ 산업연구원


오늘은 산업연구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해서 내놓은 보고서 하나를 대통령께 읽어 드리려고 합니다. 산업연구원은 누리집 소개에 따르면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서로 연계하여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입니다.

지난 3일, 산업연구원은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날 언론들은 "한국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3%… 주요국 최하위"(연합뉴스), "반도체 강국이라더니 이 분야는 처참… 중국 절반에 그쳐"(매일경제) 같은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반도체 전쟁' 시대에 한국 기업이 비메모리 산업 발전을 목표로 자원 투입을 확대하는 상황에 정부도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보고서를 읽지 않고 언론이 요약한 기사만 본다면 "중국 절반에 그친" 우리의 비메모리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투자를 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면 보고서가 하고자 했던 말이 그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는 걸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언론 보도만 보고 잘못 판단할까 봐 최대한 쉽게 보고서 내용을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현황, 비메모리 반도체 한국 점유율 3.3%

보고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현황을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총 6000억 달러(약 780조 원)가량으로, 이중 메모리 비중은23.88%, 비메모리 비중은 76.12%를 기록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의 약 세 배 수준입니다.

비메모리반도체 매출액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시장 규모는 약 4564억 달러(약 593조 원)인데, 이중 매출 합계 및 점유율에서 미국이 54.5%로 압도적 1위입니다. 2위는 유럽(11.8%), 3위는 대만(10.3%), 4위는 일본(9.2%), 5위는 중국(6.5%)이고, 한국은 3.3%로 6위입니다. 메모리 분야인 DRAM 및 NAND 부분에서는 한국의 점유율이 각 70%, 50%로 맨 앞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비메모리는 존재감 자체가 희미한 수준입니다.
  

▲ 국가별 비메모리 매출액과 점유율. 한국은 3.3%로 6위입니다. ⓒ 산업연구원

 
그동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nm GAA 공정 양산에 성공했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이어 점유율이 두 번째라는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비메모리 분야에서 이 정도일 줄은 다들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점유율 3.3%라는 결과에 "처참"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겠지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보고서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 내용을 굳이 보도하지 않더라구요. 삼성과 TSMC의 공정별 매출액 비교입니다.
  

▲ 삼성과 TSMC의 공정별 매출액 비교표. 첨단 공정 뿐만 아니라 레거시 공정에서도 매출의 차이가 큽니다. ⓒ 산업연구원

 
2022년 기준 5nm 공정 매출액을 보면 삼성은 947만 달러로 TSMC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매출액 비중이 가장 높은 7nm/10nm 공정에서도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5배 이상입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미세공정 기술이 없어서나 주문을 소화할 공장이 부족해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게 아닙니다.

파운드리 반도체 경쟁은 미세공정을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 보다는 공정의 안정성, 제품의 신뢰성 그리고 고객인 팹리스 업체와의 협업이 더 중요합니다. 보고서에서도 "비메모리의 경우 메모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접근 방식(속도 및 수율 향상 등)만으로는 시장 공략에 한계가 분명하며, 장기간에 걸친 목표 대상 분야(도메인) 실력 배양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메모리는 속도와 물량만으로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국가별 특징,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 2022년도 세계 비메모리 주요 수요산업별 상위 10개 기업 매출액 및 점유율 현황. 소자 종류별로 3위 안에 포함되는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국가별 특징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CPU 및 AP 등 범용 프로세서, 유무선 통신, 군사, 우주·항공 및 자동차와 기계 등에 투입되는 아날로그, 개별 소자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및 산업용 로봇 등에 쓰이는 반도체와 광학·비광학 센서류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특징은 '전략형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유럽의 주력 제품에 더해 CMOS 이미지센서와 정밀 통신소자 등 자체 및 범용 수요가 있는 분야에도 일부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시장형 선택과 집중', 즉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투입 수요가 큰 일부 소자군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중국은 폭넓은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비메모리 소자 전반에 걸쳐 기업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주요 소자분류별 매출에서 1위를 차지한 분야는 없으며, 주요 기업 수 역시 타 국가 대비 매우 적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향후 국가의 시스템반도체 전략 수립과 포지션 식별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다각적 실태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백지상태에서 "종합적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국가별로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의 뚜렷한 특성이 있지만 한국은 포지셔닝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산업연구원의 평가 ⓒ 산업연구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추상적인 구호일 뿐

보고서는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시사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수요산업 및 용도별 시스템반도체 소자는 매우 다양하며 개별 기업의 규모, 강점 기술 분야(도메인), 비즈니스 모델 역시 상이하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혹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등의 구호는 추상적이며,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무수한 개별 소자 가운데 소수 일부에 자원 투입이 편중될 우려가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신(新)수종 사업의 성공률은 높지 않으며, 다양한 비메모리 소자 부문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 및 주요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다종(多種) 소자 및 기술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 접근이 필요하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대통령님이 직접 발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와 지난해 7월 산업부 장관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이 떠올랐습니다.
 

ⓒ 이봉렬

   
국책연구기관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비메모리 분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구호는 추상적이며,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는 성공확률이 낮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 보이는데 대통령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직 잘 모르겠다구요? 그럼 보고서의 다음 문장을 더 읽어 보시죠.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등의 마련으로 한국 중앙정부는 시스템반도체산업 지원 근거 및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자원 투입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시장 개척 가능성이 낮거나, 성공하더라도 단일 소자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분야의 경우 예산 사용의 타당성 및 경제안보 레버리지 확보 목표와의 괴리가 우려된다.

한정된 국가 자원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낭비 예방과 비메모리산업 발전을 위한 실체적 대안 모색을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시스템반도체산업의 복합적 다양성과 메모리와의 차별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국내 역량의 다각적 실태 파악이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전략 수립 및 해당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관점의 자원 배분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쉽게 풀이하자면 대통령님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자원 투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 개척 가능성이 낮거나" 성공하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실태 파악"부터 하고 "전략"부터 세우라는 주문인 겁니다.

산업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문을 한 다음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예타 면제"를 발표했습니다.

예타, 즉 '예비 타당성 조사'라는 게 뭔가요? 정부가 시행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기술성 등의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여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제도 아닌가요? 그런데 반도체 산단을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며 예타 면제를 발표했습니다.

용인에 짓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단이 과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실제 추진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지역균형발전에 저해되는 건 아닌지 등을 조사하는 과정 없이 재정을 투입해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긴 한 건가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정된 국가 자원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낭비 예방과 비메모리산업 발전을 위한 실체적 대안 모색을 위해서 시스템반도체산업의 복합적 다양성과 메모리와의 차별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국내 역량의 다각적 실태 파악이 요구된다"고 했는데, 정부는 일단 반도체 공장부터 빨리 짓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럴 거면 세금 써 가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구는 왜 하는 건가요?

대통령님은 작년에 국무위원들에게 과외교사를 붙여서라도 반도체 공부를 더 해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국무위원 이전에 대통령님부터 과외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굳이 과외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책연구기관이 공들여 준비한 보고서 정도는 국정에 참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님께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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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홍보예산, 우리는 대폭 깎고 일본은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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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자료사진 ⓒ정의철 기자
일본이 독도 영유권 홍보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사이, 윤석열 정부는 내년 독도 관련 홍보 예산을 대폭 감액했다.

11일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나주화순)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내년도 독도 ‘홍보·학술 사업’ 예산을 8억6800만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10억원보다 1억3200만원(13.2%) 감액한 수준이다.

독도 홍보·학술 사업은 독도 관련 홍보 활성화를 위해 독도탐방, 외국인 독도체험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독도 홍보·학술 사업 예산은 계속 증가세였다. 2020년 8억1천만원이던 이 예산은 2021년과 2022년에 9억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도 1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같이 증가 추세였던 예산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대폭 삭감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도 홍보예산을 3억엔(약 27억2천만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내년도 ‘독도 홍보·학술 사업 예산’보다 3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1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은 정기적으로 해외 전문가들에게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취지의 주장’을 보내는 정보활동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 등도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정보활동을 위해 3억엔 상당의 예산을 편성했다는 게, 요미우리신문 보도 내용이다.

올해 4월 11일 일본 외무상이 일본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23년판 외교청서’에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이 담겼다.

신정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에 한마디도 못 하는 사이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이 강화됐다”며 “해수부를 비롯한 전 부처의 독도, 동해바다 등 해양영토 주권 수호를 위한 예산 증액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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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멘다면서 우크라이나 통 큰 지원, 이것이 국격?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09.11 2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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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규탄’ 빠진 G20 정상 선언, 미국 입김 안 통했다

허리 띠 졸라 맨다던 윤석열, 우크라이나 23억 달러 이상 통 큰 지원

윤석열 대통령의 뉴델리 G20 정상회의 참석 관련한 뉴스가 쏟아진다. 우크라이나에 23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녹색기후기금에도 3억 달러 추가 기부를 약속한 사실 등을 소개하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우리나라 역할을 확대했다는 보도가 주를 이루었다.

▲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그러나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보도에서 제외됐다. 첫째, 미국의 입김이 G20에서 통하지 않았다. 정상 선언에 러시아 규탄을 넣으려 했던 미국의 기획은 실패로 끝났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23억 달러 지원을 발표하는 등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기 바빴다.

 

‘러시아 규탄’ 빠진 G20 정상 선언, 미국 입김 안 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규탄' 내용이 빠진 정상선언이 발표되었다. 지난해 11월 발리 선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대부분의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비난한다”라는 문장이 삽입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9월 10일 G20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며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지원하는 모든 관련 있고 건설적인 계획을 환영한다”라는 문장이 포함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G20은 전쟁과 평화의 더 넓은 개념에 대한 단결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철회했다고 인도 언론 정보국이 전했다.

공동선언에는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다른 견해와 평가가 있었다”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그만큼 이 논란이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애초 미국은 "러시아 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Aggression by the Russian Federation against Ukraine)"이라는 표현을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논란 끝에 이 표현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지인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개최국인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 대표단들이 작성한 새로운 언어”가 합의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서방 외교의 패배”라고 진단했고,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G20은 자랑스러운 것이 전혀 없다”라고 반발했다.

6개월 전인 지난 3월 뉴델리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있었다. G20 외무장관들이 모인 당시 회담에서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정당성 없는 침공”을 주장하며, “필요한 만큼 긴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회담 개최국인 인도 외무장관은 “우리는 노력했지만, 국가 간 의견 차이가 너무 컸다”라며 “화해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3월 외무장관회담에서도, 9월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입김은 통하지 않았다.

 

윤석열, 미국 입장 따라 우크라이나 23억 달러 이상 추가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지난 7월 키이우 방문 사실을 언급하며 3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20억 달러 이상(윤석열 대통령은 '이상'이라고 분명히 말했다)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정상선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지원을 합의했다지만 뜬금없고 지나치게 큰 액수이다. 대통령실은 중장기 지원 패키지로 발표한 20억 달러이상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집행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1987년 개발국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지금까지 총 59개국에 12조 5천만 원이 투입됐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이들은 각각 3조 642억, 2조 1,568억, 2조 666억, 1조 7,980억을 지원받았다.

▲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 승인 누적 1조 원 넘는 수혜국 명단(2022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연차보고서)

20억 달러를 한화로 환산하면 2조 6,580억 원(2023.9.11 환율)이니, 윤석열 대통령의 계획대로 지원이 집행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단박에 베트남 다음가는 수혜국이 된다. 20억 달러 '이상'이라고 했으니, 지원 상황에 따라 베트남을 넘을 지도 모를 얼이다.

베트남은 1995년부터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이에 반해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결정된 것은 올해 5월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에서 20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파격 중에서도 파격’인 셈이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장관과 한·우크라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협정에 가서명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윤석열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면서 긴축 기조의 2004년 예산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정부 예산의 규모와 무관하게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적립된다. 정부의 재정과 예산 집행 상황이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편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민생을 내팽개친" 예산안을 발표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모양은 영 꼴사납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윤석열 정부의 독자 결정인지, 미국의 요청 혹은 압력에 의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지원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따른 것임은 분명하다. “필요한 만큼 긴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변했던 미국의 그 입장 말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 말에 따르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 오직 윤석열 대통령 홀로 미국의 똘마니 노릇을 자임하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국격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를 섬기는,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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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방통심의위원장 "기자 선발에 외모지상주의 영향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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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저서 논란 “세월호 보도, 국민에게 스트레스”

법원, ‘방문진 이사장 해임’ 집행정지…경향 “이동관표 폭주 멈춰야, 방송장악 군사작전 방불케 해”

한국일보 칼럼 “그럼에도 뉴스타파 있어야” 한겨레 칼럼 “정치적 후견주의 고리 끊어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출간한 저서에서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기자들도 이제는 필기 실력보다는 외모 위주로 뽑는 곳이 늘고 있다”며 “방송과 신문에 등장하는 여기자들을 잘 보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쓴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법원이 현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며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민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여권에서 ‘매체 폐간’까지 언급한 가운데 한국일보에서 “그럼에도 뉴스타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최근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에 대해 한겨레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내지 못한 후과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 12일 아침신문 1면 모음

 

신임 방통심의위원장 저서 논란

지난 8일 취임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2018년 출간한 <가짜뉴스 시대에 살아남기>(도서출판 글로세움)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4면 <‘뇌피셜’ 남발하는 이가 방심위원장>이란 기사에서 “그가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한국 언론의 문제점 등이 사례와 함께 담겨있다”며 “류 위원장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 10가지 중 하나로 ‘성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정적 뉴스’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책에서 류 위원장은 “최근 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 등 주요 출입처마다 여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남녀 성적 평등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미인경연대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선발 시험처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 위원장은 “한국 언론들의 자학적인 성향은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난다”며 “한국 언론의 이런 고질적 병폐는 일제강점하에서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했던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심어진 ‘조선 사람은 안돼!’라는 일종의 자격지심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위기를 조장하는 뉴스를 ‘가짜 경제 뉴스’로 규정하면서 청년 실업 관련 보도를 예로 들었다”고 전했다. 류 위원장은 “한국 미디어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데는 아주 선수들”이라며 “아무리 ‘사상 최악의 취업률’이라 하지만 스스로 실력을 쌓은 인재는 기업에서 알아보고 쓰게 마련”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단 1명을 뽑는데 수천명이 지원했다 하더라도 그 1명이 나밖에 더 있겠느냐는 배짱과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썼다.

▲ 류희림 신임 방통심의위원장의 저서 '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선 언론이 정부 비판을 남발해 국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과 당시 야당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구조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꽃 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다고 주장했고, 미디어 역시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사고 당일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며 “이 모두가 일반 국민들한테는 ‘정부가 뭘 하나?’하는 스트레스를 준 것들이었다”고 썼다.

경향 “이동관표 폭주 멈춰야”

서울행정법원은 11일 방통위가 지난달 21일 내린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처분을 본안(취소 소송) 판결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법원이 제동 건 방문진 이사장 해임, ‘이동관표 폭주’ 멈춰야>에서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경영진 교체 시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방송 장악’ 속도전에 나선 방통위가 경고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MBC와 KBS 등 방송사 이사진을 여권·친정부 인사 우위 구도로 재편한 뒤 사장을 교체하려는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민했다”며 “최근 한 달 새 공영방송 이사장·이사 5명을 줄줄이 쫓아냈다”고 지적한 뒤 “‘방송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방송을 정권 입맛대로 쥐고 흔드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방통위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했으나, 법적 정당성조차 상실한 ‘방송 장악 폭주’를 멈추라는 법원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과 비판 언론에 대한 태도가 전두환 시대 언론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도 사설 <‘방송 장악’에 제동 건 법원, 정부 무리수 그만 멈추라>에서 “비록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규범을 훼손하는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칼럼 “뉴스타파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칼럼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있어야 한다>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씨 인터뷰 관련한 정치권의 규제책 주장에 “모든 의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신문법 위반과 등록 취소를 검토하며 일제히 뉴스타파 죽이기에 나선 것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며 “극악스러운 유튜브 채널조차 마음대로 없애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이 일궈낸 민주화의 유산”이라고 했다.

▲ 뉴스타파 로고

 

김 실장은 “독립 언론은 뉴스타파는 주류 언론이 자원 투입을 줄여온 탐사보도의 공백을 메워왔다”며 2013년 6월 조세회피처 한국인 명단 보도,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 조작 특종,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뉴스들을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 언론을 지키는 일은 단지 수십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권력 감시와 진실 규명으로 기여해 온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이 위축될 때 권력이 ‘족쇄 풀린 리바이어던(괴물)’이 된 사례는 인류 역사에서 확인되었다”며 “없어져야 할 언론이 내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인가. 권력의 마음에 드는 언론일 것”이라고 했다.

▲ 12일자 한겨레 칼럼

 

한겨레 칼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근본 해법”

이종규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한겨레 칼럼 <‘정치적 후견주의’ 못 끊어낸 후과>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장악→감사원 등을 동원한 공영방송 옛 여권 이사 솎아내기→이사회 인위적 재편→사장 해임’이라는 뻔한 공식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활용되는 중”이라며 “분명 비정상인데 마치 정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옛 권력에서 새 권력을 ‘손 바뀜’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언론계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해가며 벌여온 ‘공영방송 쟁탈전’을 ‘정치적 후견주의’의 틀로 설명한다”며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매개로 공영방송의 후견인 노릇을 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 추천해 여야 3대2 구도인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 실장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을 거론하며 “그러나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는 가처분 결정에 기대서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침탈을 막기 어렵다”며 “정치적 후견주의의 고리를 끊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근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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