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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개관과 대책

계절성 플루(독감) : 사망률 0.1%
신종플루 유전형(H1N1) : 사망률 0.3% [유전형=1918 스페인 플루: 사망률 2.5%]
아시안독감(H2N2), 1957 : 사망률 1%
홍콩독감(H3N2), 1968 : 사망률 1%
조류독감(H5N1) : 사망률 60%

 

 

신종 플루 안 걸리는 보약은 없다 / 한정호 충북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의사


[플루 개관]
[...] 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의 줄임말이다. 여러 종류 중에서 인간과 동물에게 집단발병하는 플루나 매년 유행하는 계절성 플루는 본격 유행에 앞서 봄에 미리 예측하여 백신을 만들 정도로 우리의 의학수준은 진보해왔다. 플루는 해마다 조금씩 다른 신종이 나오는데, 지금 여기에 '신종'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수십년을 주기로 크게 유행하는 유난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플루의 유전형(H1N1)이 1918년 1차대전의 막바지에 번지기 시작하여 세계를 휩쓴 '스페인 플루'와 같다는 점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스페인 플루는 세계인구의 약 30%를 감염시키고 나서야 진정되었으며, 사망률 2.5%라는 강력한 독성으로 2500만~50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인구 3000만도 안된 조선에서만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1957년 아시안독감(H2N2)은 사망률 1%로 20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10여년 뒤 다시 찾아온 1968년 홍콩독감(H3N2)은 역시 사망률 1%로 1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우리 귀에 친숙한 조류독감(H5N1)은 과거 10년간 사망자가 1000명을 밑돌지만 사망률이 60%에 달하므로 인간에 대한 감염력이 높은 변종을 항시 경계해야 한다.

신종플루는 지난 넉달간 140여개국의 2만명이 넘는 사람을 감염시켰으며 사망률은 0.3% 정도이다. 해마다 유행하는 플루 사망률의 2~3배이기는 하나 그리 강한 독성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결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춥고 건조한 날씨는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더 오래 생존토록 하여 감염력을 높인다. 또한 상기도(코, 인후두 등)가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의해 얻은 상처가 각종 병균의 온상이 된다. 그리고 겨울마다 찾아오는 계절성 플루,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등이 자연계와 인간 및 동물들 속에서 경쟁하며 한결 독한 바이러스로 진화할 확률도 있다.

 

[플루 대책]
[...] 몇년 전부터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경고되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차분히 타미플루를 비축해왔지만 우리의 준비상태는 그들의 10%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타국의 반값에 백신 경쟁입찰을 붙였다가 참가율 0%라는 국제 망신까지 당한 다음 뒤늦게 몇배의 값을 주며 고개 숙여 구매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 감염자가 속출하자 별다른 준비나 지원도 없이 수백개의 종합병원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했다. 민관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시기에 보건소에서는 일반환자 진료를 하고, '집단발병 관리'만 하겠다고 선언하며 민간병의원으로 환자를 내몰았다. 공공의료의 첨병인 3800여개나 되는 보건(지)소와 군병원, 의료원 등지로 환자와 의료진을 모두 집중시켜 2차감염을 줄였어야 했다. 분별없는 정부 방침 탓에 병원 로비와 응급실은 신종플루와 고위험군의 각종 암·중환자들이 엉켜 아우성과 불안이 넘쳐나고 있다. 건강한 학생들 몇명이 감염되어도 휴교와 등교 금지까지 남발하는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처다.

사실 신종플루는 평년보다 전염력이 강할 뿐 대부분의 사람은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고 치유된다. 또한 1950년대와 같은 유전형의 플루가 유행한 덕에 1958년 이전 출생자의 30%는 면역(항체)이 있다는 희소식도 들리며, 과거에 없던 타미플루와 리렌자라는 치료약도 존재하고, 임상실험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인 백신도 11월이면 보급될 것이다. [...]

출처: [창비주간논평] 보건당국, 우왕좌왕 보건대책부터 바로잡아야, 프레시안 기사입력 2009-09-09 오전 11:55:02

 


[경향의 눈] ‘백신 자주권’만으론 부족하다 / 박종성 논설위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참전 군인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의 숫자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사망자는 최소 2000만명에서 최대 1억명까지로 추산된다. 1918년에서 1919년까지 1년간 병사한 사람들의 수는 중세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 때보다도 많았다. 스페인 독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인에서 발생해 퍼져나갔다는 이유로 스페인 독감이라고 한다.

스페인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초여름이다.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같은 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고, 급속하게 번지면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9월에는 미국에까지 확산됐다. 첫 환자가 발생한 뒤 한달 만에 2만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고, 모두 67만500명의 미국인이 숨졌다. 1차 대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미군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에서도 740만명이 감염되어 이 가운데 14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학술지와 자료 등에 따르면 1918년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4개월간 ‘서반아 감기’(스페인 독감)가 만연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742만2113명의 조선인 환자가 발생하고 13만9128명이 사망했으며, 중국과 일본인을 합하면 총 758만8390명의 환자가 생겨서 14만518명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당시 스페인의 의학학술지 ‘자마’는 스페인 독감이 시베리아로 철길을 따라 확산됐으며 당시 인구(2000만명 미만 추정)의 25~50% 정도가 감염됐다고 적었다. 매일신보는 독감으로 인해 각급 학교는 일제히 휴교하고 회사는 휴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농촌에서는 들녘의 익은 벼를 거두지 못할 정도로 상여 행렬이 끊이질 않아 조선팔도의 민심이 흉흉했다고 전한다.

 

다국적 제약사에 종속된 한국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전염성이 강하다고 하는 신종플루가 지금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과거의 참혹했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공포가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각국은 독감 예방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백신과 치료제 확보는 ‘전쟁’과 같다.

지난달 하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신종플루 백신을 구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갔다. 국내 방역상황을 낙관하다 뒤늦게 제약회사를 찾아가면서 ‘백신 구걸’ 해외 출장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1300만명 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가능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이 과정에서 예방 백신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이와함께 스위스 로슈사 측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한국 주문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안심할 상태는 아니다. 전염병을 기화로 의약품업체들이 떼돈을 벌면서 다국적 제약기업 음모론도 나돈다. 선진국 제약회사와 세계보건기구가 신종플루 위험성을 과장해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파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백신 특허와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영원히 이들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세계화는 전염병도 세계화시키고 있다. 전염병이 빈번해지는 것은 물론 일단 발생하면 삽시간에 지구촌으로 번진다. 인적 교류 증가와 비행기 등 교통 수단의 발달은 지구를 ‘1일 전염권’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급속도로 전파시킨 것은 다름 아닌 항공기였다. 신종플루는 멕시코에서 처음 보고된 뒤 급속히 세계로 번지고 있다.

 

백신 등 특허·생산기술 갖춰야

대유행 전염병은 더욱 빈번히 발생할 전망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최근 ‘백신자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예방 백신 확보만으로 전염병 방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염병 방역체계에 대한 점검과 함께 의약품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외국 제약업체에 약품을 구걸하는 추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출처: 박종성 논설위원, 경향 입력 : 2009-09-07 17:55:45ㅣ수정 : 2009-09-07 17:55:46

 

cf. http://blog.jinbo.net/radix/?pid=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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