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들이 신혼여행을 떠나기 직전 우리는
흰 봉투 두툼한 거마비를 받아 들고
냅다 달렸다, 통영.
해남, 강진이 남도 답사의 1번지라면
동양의 나포리(라고 발음해야 한다!), 통영은
남해 답사의 1번지다.
서늘하고 따뜻한 그곳엔
우짜면과 해저터널 말고도
다른 바다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있었으니
그건
에.메.랄.드.삣.바다.(라고 발음해야 한다!)
따라서
통영은 한반도의 지중해.
<길모어 걸스>의 딸 로리로 분한
알렉시스 블레들이 <청바지 돌려입기>에서 몸을 담갔던
산토리니의 바다와도 같다, 내겐.
준호는 충무김밥의 기원이
뱃사람들의 밥을 챙겨주던
아낙들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왔다고 설명했고
난 그 얘기만으로도 기꺼웠다.
잘 있거라
얇디 얇은 미늘에 걸려 하루치의 노동에 목숨을 거는 뱃일과
그 목숨에 식구를 건 가족의 생기와
에.메.랄.드.삣.바다와
중앙시장 고무 다라이에서 힘차게 물을 쳐내던 농어의 지느러미와
남망산 기슭, 붉게 떨어지던 태양 사이 퍼져가던 뱃고동 소리,
마리나콘도 앞 방파제를 밝히던 등대,
신아조선소의 짚 크레인아.
첫눈이 오기 전 다시 찾아
소매물도 폐교 운동장에 소식을 전하마.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