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2006/11/22 01:30

1. 엄마가 담배를 끊은 건 수년 전의 일이다.

 

엄마는 지금도 가끔 꿈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 지금까지 끊은 거 아까워서 어떡하나!" 생각하다가

꿈에서 깨고 나서, "아,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싶더란다.

 

엄마가 처음 담배를 끊고 나서 사람들이 묻더란다.

"담배 끊으니까 어때요?"

그래서 엄마는

"끊고 나니까 앞으로는 계속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싶어서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어. 경치 좋은 데 가서도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일 친한 친구가 죽은 것 같애."

거기까지 얘기하다가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울기도 했단다.

 

 

2. 동생도 담배를 끊었다.

 

둘이서 통화를 하다가 동생이 엄마한테 그랬단다.

 

"엄마, 담배 끊은 사람을 위한 우울증 약이 있대."

 

 

3. 엄마가 이번에 서울 와서 그런 얘기를 해서 같이 웃었다.

 

"사람들이 담배를 '끊는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그게 끊는 거냐.

죽을 때까지 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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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2 01:30 2006/11/22 01:30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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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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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으니, 친구한테 담배 끊으라고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이... 죽을 때까지 참는다거나 친구가 죽은 듯 눈물을 흘린다거나 아.. 너무 슬퍼요;ㅁ;
  2. 2006/11/2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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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ㅎ
  3. 2006/11/2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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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눈물이 고였어요; (아무리 지금 술취한 상태라도 진짜임)
  4. 2006/11/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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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눈물이 핑이요. 엄마는 저랑 통화할 때면 매번 마무리에 하는 얘기가 담배 끊고 술그만 먹고가 일이랍니다. 근데 이놈이 젤로 나랑 친한 친구같아서...
  5. 2006/11/2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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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1년넘게 잘 참다가 다시 친구를 얻었는데요. 참는 동안 그런 꿈 많이 꿨어요... 깰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허전했던. 차라리 현실이었다면? 하는 그런 기분. 근데 뭐 다시 피워도 좋진 않네요.
  6. 2006/11/2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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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은 갈라고 하는데... 저는 너무 쉽게 끊어서. ^^;
    그것보다... 엄마랑 그런 얘기를 같이 하고 웃고 한다는 게 부럽네요.
  7. 2006/11/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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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으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이 글을 보니 위안이 많이 되네요.. 저같은 사람이 없는건 아니군요..
  8. 2006/11/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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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그래도 담배는 그닥 좋은것 같진 않네요..
  9. 2006/11/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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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10. 2006/11/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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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의 한 사장님이 비흡연 직원들의 컴플레인으로 담배를 밖에서만 피우는데 우울하다고 하네요. 비흡연 직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고 저는 그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 대상이 사장님인지라 대놓고 편도 못 들고 있어요...
  11. 2006/11/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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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참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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