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에서는 1987년 789노동자대투쟁 2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가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울산의 많은 노동, 사회단체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지난 5월 10일 출범하였다. 참가단위의 면면을 보면 울산에서 얼마 만큼 1987년 사업이 광범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218이주노동자지원센터, 금속법률원‘새날’울산사무소, 노동자의힘,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 문화예술센터‘결’,민주노동당울산시당,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민주주의민족통일울산연합,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회불평등해소와참여민주주의실현을위한울산시민연대, (사)울산노동뉴스, 시민포험 '대안과실천', 울산노동자교육문화센터 '페다고지', 울산노동자배움터, 울산대학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여성교육문화센터(준),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해고노동자협의회,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울산지회, 한국사회당울산시당, 현대중공업87사업추비위(준)   

 

서울에서 내려오기 전, 출판사 그린비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던 옛 현총련(혹은 현노협) 자료들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낡은 박스에서 자료들을 꺼내 새 박스에 옮겨 담아 울산으로 내려보냈다. 모두 합하면 20박스였다.

 

4월 20일 울산으로 내려가보니 그 자료들은 지역본부 한 켠의 '숙직실' 용도로 쓰던 방에 덩그라이 놓여져 있었다. 이제 그 방은 '울산 노동역사자료실'로 꾸며질 것이었다. 텅 빈 방의 박스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사실 결코 많은 자료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동구 전하동에 있는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 LISO2에서 책장 2개를 옮겨 왔다. 며칠 전 새날한의원인가 하는 지역 병원이 이사를 하게 되어 얻어온 책장들이었다. 그리고 책상 옆에 긴 책상 하나를 더 갖다놓고 의자도 구해오고 또 원래 방에 있던 냉장고 속도 깨끗이 청소했다. 방바닥을 쓸고 닦고, 하나는 실내용, 다른 하나는 실외용으로 쓰기 위해 슬리퍼 두 개를 사다가 놓았다.

 

그리고서야 겨우 현총련 자료들이 담긴 박스를 풀 수 있었다.

 

옮기면서 대충 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자료는 많지 않은 듯했다. 대략 6~7개 정도에 해당하는 '서류뭉치들'과 유인물, 노보 등을 제외하고 쉽게 분류할 수 있는 자료들인 '노동잡지', '공식문건' 등을 먼저 책꽂이에 꽂고 사진과 물건자료 등도 꺼내 책꽂이에 넣었다. 나머지 자료들은 포스트잇으로 '미분류'라는 태그를 붙이고 책꽂이 각 칸마다 간단한 태그를 붙여두었다. 그 모습이 이러하다. 4월 28일의 모습이다.

 

 

 

일단 이렇게 외양이 갖춰지고 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울산 노동역사자료실이 꾸며진 곳은 지역본부 화장실 옆인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주 오갔다. 꼴이 제법 갖춰져 가자 사람들이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해놓으니까 그럴싸하네.", "우리집에도 이런 거 많았는데. 이사 다니면서 다 갖다버려서."

 

예전에는 다 집집마다 있던 책들도, 다달이 들여다보던 잡지들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 현장에 뿌렸던 유인물도, 장롱 밑에 숨겨뒀던 문건들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식구들의 성화에 이삿짐의 무게 때문에 하나씩 둘씩 버려진 추억들이다.

 

자료실이 조금씩 소문이 나자 (또는 자료 수집을 위해 소문을 내자) 울산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활동가로 일해오고 있는 유미희 동지가 그간 악착 같이 싸짊어지고 다니던 귀중한 자료 한 박스를 5월 3일 들고 와 기증했다. 또 하부영 울산본부장도 5월 4일, 귀중한 자료 7박스를 기증했다.

 

5월 6일에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의 옛 민중정보센터(다른 학교의 생활도서관 같은 곳이다)의 도서들을 옮겨와야 했다. 이제 동국대 경주캠에는 그 자료들을 보관할 마땅한 장소도 책임질 마땅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일요일, 경주와 울산 사이에는 비가 오락가락 했다. 보슬비가 뿌려지는 가운데 경주캠 학생들의 도움으로 자료를 옮겨와 자료실에 일단 쌓아두었다. 그나마 정리가 되었던 자료실은 자료실'답게' 다시 '난장판'이 되었다.

 

 

다음날인 5월 7일 사무실에 가서 이 '난장판'을 찍고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5월 8일, 마음을 다잡고 하루 종일 일했다. 풀러진 노끈을 다시 묶고 한쪽에 쌓아두면서 책 권수를 세고 묶음당 넘버링을 했다. 지금은 적어둔 자료가 사무실에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38묶음 정도 되었고 책 등의 총 권수는 983권이었다. 또 반대쪽 벽면에 30만 원을 들여 책장을 새로 들여놓았다. 5월 9일 다시 정리한 자료실 모습이다.

 

 

 

일단 정리된 울산 노동역사자료실의 모습은 이렇다. play를 누르면 볼 수 있다.

 

 

현재는 울산 노동역사자료실의 자료들을 어떻게 DB로 구축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 서가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와중에 마창노련 자료들과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노동운동자료실 등을 참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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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9 22:54 2007/05/19 22:54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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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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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시겠구랴,, 잘 지내시길.
  2. 2007/05/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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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그... 어려운 일 하고 있네...
  3. 2007/08/03 02: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어익후야 힘드셨겄네요. 울산 가게되면 더 훈륭해진 자료실 구경하겄삼.
  4. 2007/09/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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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롭게 시작한 울산일기가 (2)에 머물다니... 너무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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