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1. 가까운 벗들과 영흥도에 다녀왔다.

 

사실 난 대부도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영흥도는 처음 알았다.

대부도에서 다리를 건너 선재도로 건너 가고

선재도에서 다리를 건너 영흥도로 갔다.

 

다리가 놓였으니 섬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처음 가본 섬이기는 하지만,

내가 예전에 썼던 글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떠올렸다.

 

남한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조개와 굴을 캐기 위해 영흥도를 비롯한 서해의 섬들까지 왔던 것이다.

멀게는 몇백 킬로미터를 걸어왔다.

그리고 한곳에서 필요한 먹을거리를 챙겨 각자 사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서해안 일대 유적들은 대부분 집자리 유적(주거지) 이 아니다.

서해에서는 주거지, 저장 시설, 조리 도구 같은 것들은 잘 발견되지 않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이런 서해안의 지역을 '자원집중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마도 영흥도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이런 서해안의 도서지역에서 발견되는 유물은

이곳저곳의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각 집단별로 가져왔음직한 토기편들이다.

그래서 그 토기 모양(우리가 익히 아는 '빗살무늬 토기')이 다 제각각인 것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정된 '어족자원'을 두고 다투거나 독점하거나 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 챙기고, 도구나 그릇을 나누어 썼으며, 다음에 올 사람들(다른 집단이라 하더라도)을 위해

기꺼이 남기고 가는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이러한 서해안의 자원집중처에 여러 지역의 유물이 한곳에 남아 있는 이유다.

 

2.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주로 살았던 지역은

강이나 바다가 가까운 곳이었다.

 

근대 자본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이 살았던 시간에 비하자면

이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시간은 몇십, 몇백 곱절은 될 정도로 길다.

 

그 얘기는

지금도 수많은 유물, 유적이 강과 바다 주위에 묻혀 있을 거라는 걸 짐작케 한다.

 

더구나 이들이 살았던 시대의 옛날 지형이 지금과 달랐던 것을 감안해본다면,

즉, 충적지가 발달하지 않아 땅이 지금보다 낮았던 것을 감안해본다면,

이후 기후가 바뀌고 풍화가 진행돼 이들의 문화가 땅속에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는 걸

쉽게 추정해볼 수 있다. 

 

3.

4대강 사업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많은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쓸어버릴 것이다.

강 주변은 어디든 파기만 하면 무언가가 나올 가능성이 항존한다고 봐야 한다.

그걸 지표조사 제대로 하지도 않고, 수중조사 역시 엉터리로 진행한 채

공사만 강행한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장이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괜찮다"고만 한다.

 

어디 강뿐인가.

 

영흥도를 찾아가던 길의 시화호는 방조제로 가로막혔다.

방조제 천국이다.

바다 주위의 환경도 바뀌고 있고 그게 땅 속 유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바다가 매립되고, 매립 과정에서 주변 땅이 파헤쳐지고

방조제가 들어서서 교통이 편리해진 섬도 파헤쳐진다.

영흥도에는 화력발전소가 들어섰고, 방조제에는 조력발전 시설이 공사중이다.

 

4대강이 망치는 건

당대의 인간들의 삶, 생태, 종의 다양성 등만이 아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만 년에 걸친 사람들의 삶의 흔적 역시 쓸어버린다.

 

남대문 불탄 걸로 문화재청장 갈았다.

말을 할 수 없는 유물들 입장에선,

이건 그에 비할 바가 아닌 더 큰 재앙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8/26 09:38 2010/08/26 09:38
글쓴이 남십자성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blog.jinbo.net/redgadfly/trackback/55

댓글을 달아주세요

  1. 2010/08/26 13:3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부럽다.. 내집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 PREV : [1] : ... [87] : [88] : [89] : [90] : [91] : [92] : [93] : [94] : [95] : ... [142] : NEXT >>

BLOG main image
남십자성입니다. 트위터 : @redgadfly 페이스북 : redgadfly by 남십자성

카테고리

전체 (142)
잡기장 (36)
삶창연재글 (15)
무비無悲 (15)
我뜰리에 (3)
울산 Diary (7)
캡쳐 (4)
베트남 (33)
발밤발밤 (18)
TVist (10)
탈핵 에너지 독서기 (1)

글 보관함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전체 방문자 : 469325
오늘 방문자 : 42
어제 방문자 :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