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3월1호>비정규직보호입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노동해방학생연대 회원 김성렬

 

 

1500만 노동자들 중 800만이 비정규직!

2003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 남성노동자가 월차휴가를 내겠다고 하자 회사 관리자가 와서 식칼로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린 사건. 2004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영세한 공장에서 일하던 태국 출신의 여성노동자들의 하반신이 마비가 된 사건. 이렇게 굵직굵직하게 얘기된 사건 외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잠시 잠깐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기사로 나타났다가 어느 새 잊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의 고통 역시 나 몰라라 잊혀질 뿐이었다. 바로 누구의 얘기인가? 누구의 고통인가? 하루하루 열악한 작업환경에 치를 떨며 살아가고 있는, 아무리 일해 봤자 한 달 월급이 백만 원이 채 안 되는, 그야말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지난 98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격히 많아지더니 이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노동자들의 실태에 관해서는 그렇게 인색해 하는 정부조차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말이 800만이지 그야말로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 어디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시대, 비정규직 800만 시대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비정규직보호입법’이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건가?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업주가 2년 동안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기간이 오히려 3년으로 늘어난다. 비정규직으로서 2년 동안 갖은 설움과 고통으로 살아가는 것도 억울한데 3년이라니.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잘 살 수 있도록 ‘정규직화’ 한다는 것 아닌가? 상식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려고 안달이 났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를 보고만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더욱더 열악한 처지로 전락하고 마는 이 법안에 대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절박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원칙’, 그 훌륭한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서로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자. 하지만 우리가 정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행동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하는 그 원칙을 말이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실질적인 힘이 있어야 대화를 통해 뭐라도 따낼 수 있지 않은가? 아무런 힘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법행동 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그것도 정부가 자초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목소리로 이 법안을 반대하자!

더 이상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을 이제는 눈 뜨고만 볼 수 없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든, 하반신이 마비가 되든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자본가들을 위해 만든 이 법안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해야 한다.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하는 것에 반대하여 우리는 힘차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는 책 속의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함께 바라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