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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호>누가 뭐라 해도 군대는 문제라니까 -유쾌한 정치의 <총보다 꽃을>에 대하여

노동해방학생연대 회원 김진태

 


  ‘인분 사태’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일도 없을 것이다. 사실 예비역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는 공공연하게 들어볼 수 있는 얘기였지만 언론에 공개적으로 폭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육군은 그야말로 ‘개망신’당했다. 그런데 그렇게 욕을 먹어놓고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사람이 있더라.  

“실제 중대장이 한 행위는 오른손에 잔변을 묻혀서 두 차례  입에 넣었다 빼게 시킨 것이고 … 분명한 것은 삼킨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육군훈련소 소장 허평환>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면 군대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유쾌한 정치>는 그 중에서도 불필요하게 군력을 증가시키는 정부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군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모두가 군비를 증강시킨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보장 할 수 없으며 이러한 경쟁은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할 뿐이다. 한국군은 국방의 의무를 빌미로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무의미한 군력증강을 그만 두어야 한다.」
  
  자,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군대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10여 년 전 강제징집과 의문사를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인분사태도 봤고, 공익요원 얼차려 사망사건도 봤다. 이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두 다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군대를 별 말 없이 인정해왔다. 왜? 국방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국방은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대가 외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 뿐일까? 그 뿐인데 사람이 인분도 먹어야 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해야 되나.  

  우리 주변에서 지겹도록 듣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과 함께 답을 구해보자. 애초에 비장애인 남성을 제외한 여성, 장애인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없는 존재로 못 박고 있는 이 말은 군대의 성격이 어떤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군대를 다녀와야 일도 걱실걱실 잘하고 쓸데없는 말썽을 안 일으킨다.’ 하지만 레드타임즈는 이렇게 해석한다. ‘군대를 다녀와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잘 따르고, 나라 중요한 것도 알게 돼서 감히 장성백 같이 설치지 않는다. 물론,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 여타 인간들 보다 우월하다.’

  군대는 수많은 20대 남자들에게 상명절대복종정신을 불어 넣는다. ‘군대에서 한 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 것이 무엇입니까?’ ‘삽질이요.’ 하지만 중공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굴삭기를 사용하지 않고 왜 하필 삽질을 해야 했는지를 아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심지어 아침에는 땅을 파게 하더니 밤에는 다시 묻으라는 명령까지 수행한다고 한다. 위에서 시키는 것은 군말 없이 해야 된다는 이러한 철칙은 직장, 학교 등에서 재생산된다. 학교에서는 ‘선배의 키스는 후배의 원 샷’이라는 둥, FM못하는 후배에게 ‘군기가 빠졌다’는 둥의 얘기들이 비일비재하다. 힘들고 꼴 보기 싫어서 도저히 사랑해줄 수 없는 이 회사를 그래도 사랑하게 만들고, 매한가지로 돌아버리게 만드는 이 나라를 ‘애국’하게 된다. 그리고  군대 내에서 한 해 100~200여명 건의 자살사건과 3000명 정도의 정신이상발생이 보여주듯이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군대에서건 사회에서건 살아가기 힘들다.

  이렇게 대다수 20대 남성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과 위계질서를 불어놓는 것과 함께, 반체제적인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도구로써 군대는 존재해왔다. 80년 광주에서 있었던 노동자민중들의 해방을 향한 움직임을 총칼로 잔인하게 짓밟은 것은 바로 한국군이었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군은 자본가들의 이윤을 지켜내고, 독립을 원하는 이라크 민중들을 살육하기 위해 파병되었다.

  군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내외에서 이윤이 최고인 현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그 앞에서는 인권도 소용없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소용없다. 군대가 더 이상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한번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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