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변증법에 대하여

 

현서 minx@jinbo.net

(노동해방학생연대 고대모임 회원)


  변증법이라..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교과서에서 제대로 배운 적은 없을 테고, 헤겔을 배울 때 ‘정-반-합’에 밑줄 한 번 치고 넘어갔을 거라 예상됩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변증법에 대해 ‘하나가 맞는 게 있으면(정) 틀린 것도 있고(반) 각각의 장단을 모아 중립(합)이 있다.’고, 변증법이 마치 ‘중용의 도덕’이라도 되는 듯 잘못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변증법은 복잡하게 움직이는 세계를 명확하게 바라보기 위한 과학적 방법이랍니다. 자, 이제 제대로 알아봅시다.


변증법과 형이상학


  변증법은 소박하게는 ‘만물은 변화한다.’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스토스는 “만물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만물이 끊임없는 변화와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있다.” 라고 말했죠. 그리고  더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불교의 삼법인설 중 제행무상(‘모든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한다.’), 제법무아('모든 현상적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변증법의 기본은 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또 영원히 운동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죠. 이와 대비되어 세계를 고정불변의 것, 정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형이상학적 관점이 있습니다. 즉, 자연 및 인간 사회 모든 것들은 그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성립되었든 간에 일단 존재하기 시작한 이상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죠.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A 아니면 B, 긍정 아니면 부정, 삶 아니면 죽음’, 이와 같은 고정불변의 대립이죠. 그렇기 때문에 ‘A는 A인 동시에 A가 아니다’고 말하는 변증법적 사유방식은 생뚱맞게, 또 비과학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오히려 지질학,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각 분야에서 과학의 발전은 자연이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변화와 운동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었죠. 예를 들어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기 전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대체 원숭이랑 인간이 어떻게 같은 부류일수 있다는 말이냐, 원숭이나 인간은 신이 만들어 준 그대로다”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제 유인원에서부터 인간으로 진화과정을 통해 발전되어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어떠한가요?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는 ‘정확하게 어떤 시점’에서부터 생명의 시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또 죽음은? 대략적인 합의조차 힘들 정도로 여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합니다. 왜냐하면 생명도, 죽음도 끊임없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자연 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도덕, 가치, 진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모든 시대에 보편타당한 진리는 있을 수 있을까? 형이상학적 관점에서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이다.’ 과연 그럴까요? 오히려 인류 역사를 보면 함께 소유하고 함께 분배했던 계급 발생 이전의 역사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변증법적으로 보자면 진리라는 것 또한 상대적이며, 시대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기에 ‘이것이 절대 진리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죠. 이와 같이 변증법은 자연과 인간 사회의 역사로부터 도출되는 ‘끊임없는 연관, 연쇄, 운동, 생성과 소멸’의 사유방식입니다. 변증법을 하나의 사유방식으로 체계화 한 것이 헤겔의 위대한 공로이긴 하지만, 변증법 자체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처럼 헤겔 머리 속에서 나온 발명품은 아니라는 것이죠. 


변증법의 세 가지 법칙들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모든 자연과 인간 사회의 모든 사물들은 내부에 서로 대립하는 측면들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은 서로 배척(투쟁)하는 것, 즉 모순을 원동력으로 하여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기 위해 우리 인간의 역사를 한 번 봅시다. 중세 봉건제 시대에 봉건영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립물, 농노가 있었죠. 그리고 잘 알겠지만 농노제 하에서 신음 받던 농민들과 영주 사이의 격렬한 계급투쟁이 있었고,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통일관계, 체제가 생겨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자본주의 역시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대립 관계를 갖고 있죠..


-양적 변화의 질적 변화로의 전화의 법칙(양질전화)

이것은 단순한 양적 변화가 일정한 시점에 도달하면 질적 차이로 전도된다는 법칙입니다. 쉽게 말하면 만약 머리카락이 많은 어떤 사람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아낸다면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계속 뽑다보면 어느 시점에 도달해서 질적 변화를 가져와 대머리가 된다....이런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물의 온도를 계속 높이면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지 않다가, 100도에 이르면 증발하기 시작하면서 액체였던 물이 기체로 질적 변화를 보이게 되죠. 온도를 낮추어도 마찬가지구요. 이렇게 질적 변화가 이루어진 후에는, 새로운 질적 상태에 맞는 법칙들에 의해서만 올바르게 파악이 될 수가 있게 되죠.


-부정의 부정의 법칙

한 번 부정하고, 또 부정한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는 부정의 부정을 긍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변증법적 부정은 단순한 이중 부정이 아닌 나선형적 구조로의 ‘지양’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낡은 것이 단순히 파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상태가 극복이 되면서 긍정적인 측면들은 보존되면서 ‘발전’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하나의 보리낟알을 심는다면 조금 있다가 싹이 트겠지요. 즉, 처음의 낟알은 부정이 되면서 식물이 자라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보리는 자라면서 꽃이 피고, 또 열매를 맺으며 계속해서 부정을 거듭하다가 끝에는 다시 보리 낟알을 생산하게 되죠. 하지만 이 보리 낟알은 처음의 그 낟알이 아니라, 수백 배에 달하는 것이지요. 식물에 따라서 부정의 부정의 과정에 의해 빠르게 질적 개량이 되기도 하죠.


  헤겔이 완결된 체계로 정리했던 변증법을 맑스는 유물론적으로 재정립하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 인간의 역사를 분석하게 되는데요, 아마 다음 레드 타임즈에서 만나시게 될 겁니다. 변증법에 대해 더 궁금한 분들은 아래 책들을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조지노백,《새롭게 보는 논리학》

  우리에게 익숙했던 형식 논리학과 변증법을 대비하면서 쉽게 변증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새내기 여러분께 추천^^


-프리드리히 엥겔스,《자연변증법》

  19세기의 자연과학적 발견들을 통해 자연과 사회에 변증법적 법칙이 통용된다는 것을 증명한 책입니다. 과학의 제 분야들에 대한 무수한 예들이 많아요.


-프리드리히 엥겔스,《반듀링론》중 제 1편 철학

  맑스주의를 왜곡했던 오이겐 듀링에 대한 반박을 통해 맑스주의 세계관을 총정리 한 책입니다. 그 중에서 철학 파트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잘 설명해주고 있지요. 레드타임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