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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6호>결코 '예쁘지'않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정리해고반대투쟁

 

::여성주의 칼럼::

결코‘예쁘지' 않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여승무원?


 ‘여승무원’이라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그림이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젊고 날씬하고 예쁜데다가 상냥한’ 여자를 떠오르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 달에 300시간을 일하면서 밤새우기를 밥 먹듯 하는 비정규직 여승무원 노동자들이 근무 2년 만에 집단적으로 해고를 당했을 때, 이런 부당하지만 보편적인 의식은 투쟁해야할 대상이었다.  

 


해고통지, 투쟁의 시작.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여승무원 근무 2년째. 2003년 투쟁에서 여승무원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철도청과의 약속이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철도청에서는 이 약속을 내팽기고 ‘3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함부로 해고하지 못한다.’라는 법조항을 피해가기 위해서 3년이 되기 전에 31명을 집단해고 한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원도 아니었던 여승무원들이 철도노조와 함께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힘찬 투쟁을 통해 전원 고용승계를 쟁취하였다. 비록 정규직화를 쟁취한 것은 아니지만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절반의 승리를 쟁취한 이 투쟁이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해고에 숨어있는 성차별적 의식


  철도청에 소속된 같은 승무원인데도 남자는 정규직이고 여자는 비정규직이다. 성차별적 의식에 근거하여 노동자들을 갈라놓은 것이다. 여기서 드러난 성차별적 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여자는 젊어서는 직장을 갖고 일하다가도 결혼을 하면 애 낳고 기르고 해야 되는데 어떻게 직장을 다니느냐는 것이다. 출산휴가 등이 충분하기는커녕 법적으로 보장된 것도 지켜지지 않고, 휴가를 요구하면 오히려 해고당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사회적인 강제에 의해 직장생활에 종을 치게 된다. 게다가 여‘승무원’이라는 직업이기에 계속해서 ‘젊고 날씬하고 예쁜’ 여성으로 교체해야 마땅하다는 생각 또한 이번 문제에서 드러난 성차별적 의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위협은 남성노동자에 비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손에 손잡고,

 철도노조의 남성노동자들이라고 해서 이러한 성차별적 의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심지어 철도노조의 간부도 ‘예쁘지, 몸매 되지, 해고될 이유가 하나 없습니다.’라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충분한 문제제기와 의견교환을 통해서 남성노동자들이 위와 같은 성차별적 의식을 떨쳐버리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함께하는 투쟁 속에서 남성노동자들은 여성노동자들을 ‘집에서 애나 봐야 할 여자’가 아닌 자본주의에 맞서 함께 투쟁하는 ‘동지’로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해고당한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화 투쟁의 중심에 서야하고 남성노동자들은 이에 더욱 강하게 연대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단지 해고자들만의 문제, 해고자들을 동정하며 연대해야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투쟁은 철도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비정규직문제를 내건 중요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계속되는 철도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와 이에 맞서는 철도노조 투쟁의 패배로 인해, 앞으로 인력충원에 필요한 5000여명의 인력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철도노조가 앞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함께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승무원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나가고, 앞으로 있을 철도노조의 비정규직 투쟁을 만들어갈 불씨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본가의 벽을 넘어서!


  24시간 맞교대로 1년에 수십 명씩 산업재해로 죽어나가는 철도현장. 근무 2년 만에 단체협상에서 약속한 것 마저 폐기하고 일방적으로 해고통지를 날리는 철도현장…… 사람 잡는 철도현장을 바꿔보고자 전개한 철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10억 손배가압류’ 판결을 내린 오늘, 우리는 자본가와의 투쟁 앞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남성노동자-여성노동자가 동등한 주체로서 단결해야함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한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아침 10시 반에 집회 및 선전전을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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