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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의 햇살은 직선으로 내려와 종로 거리를 걷는 내 정수리에 계속해서 꽂혔다. 내리꽂히는 햇살에 눈도 똑바로 뜨지 못하고 벌게진 볼따구를 한 채로 종로타워 지하의 반디앤루니스로 들어가려고 파파이스 앞 지하도로 들어서던 찰나, 양산 아래에 다정하게 붙어선 20대 여성 두 분이 나에게 길을 물어왔다.
"저, 죄송한데, 교보문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교보가 어딘지 모르시다니 의외다-ㅁ-라고 생각하며) 네ㅡ 이 길 따라 쭉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길 건너시면 '교보생명'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지하에 있어요"
"(방긋 웃으며) 네, 감사합니다. 설명을 참 잘해주시네요. 혹시 학교 선생님이세요?"
"(에에, 무슨 소리지? 하면서도 칭찬에 약한 나) 아... 아닌데요"
"그럼 교사 준비 중이시죠?"
"-_- 아니에요(스무고개하는 것 같습니다-_-)"
"아, 그럼 전공이 뭔데요?"
"......"
여하튼 전공부터 형제관계까지 주우욱 물어보셨더랬다. '저 바빠요' 할 만큼 바쁘지도 않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물어보는 데다, 초반에 칭찬(-ㅁ- 그런 설명은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거잖아)도 들어서 쌩~ 하고 돌아서지는 못한 것이다. 결국 나는,
"아, 죄송합니다. 바빠서 이만."
"아, 네, 그냥요. '인상이 좋아서요', 그리고 그... 눈 밑에 있는 점 빼지 마세요~^^"
.
왜 이렇게 신상을 묻는지를 그제서야 알았다. '인상이 좋아서요' '눈 밑의 점 빼지 마세요' -_-
그렇다. 이분들은 '도를 믿으십니까?'였던 것.
요즘에는 이렇게 길을 물어보는 걸로 접근하기도 하는구나...
흑. 어쩐지 싫어. 또 만만해보였나 봐.
댓글 목록
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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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금방 물러나주신것을 감사해야할듯.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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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금방 물러나주신 건 자신들이 나에 대해 묻는 것마다 다 틀렸기 때문일거야. 본인들도 약간 민망해하는 눈치였어. 어라어라- 하면서 ㅋ 형제관계도,전공도, 하는 일도... 하나도 맞추지 못했거든.그래서 마음속으로 메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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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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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래도 점잖은 사람들이네요.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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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흠 그렇죠? ㅋ부가 정보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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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걸로 당한 적 있어, 광화문에서 서대문이 어디냐고 묻더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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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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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헤익쿠. 노력들 많이 하시는구나. 도대체 정체가 뭘까.6호선 마포구청에서 합정역 가는 길에 <축지법, 비행술 도장>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보니 없어졌더라. 앗, 이럴 줄 알았으면 용기를 내어 구경이라도 가볼 것을- 했었어 ㅋ 세상엔 참 알지 못할 사람들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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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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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화문에서 서대문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가볍게 모른다고 했을 지도 몰라요. 얼마전에 이수교차로에서 종로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했음.ㅋㅋ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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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Please/ 그렇군요 ㅠ_ㅠ 그런데 저한테는 "이수교차로에서 종로 가려면"이라는 질문은 어렵습니다. ㅋ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