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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폭행 사건 앞에서, 드는, 단상1

사실만을 적시하자면 이렇다.

지적 장애 학생이 학교에 다녀왔는데, 머리에 ‘무엇인가 뾰족한 것으로 콕콕 찌른 듯한’ 상처가 났었다. 아이 어머니는 장애 학생의 담임을 의심했다. 담임은 이전에도 다른 장애 학생을 때린 적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학교 어머님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언론 매체에 이 사실을 알렸고, 공론화가 되었다. 그리고 사건 이후, 아이의 어머니와 학부모회장 등은 해당 교사를 경찰에 폭행죄로 고소하였다. 아이를 폭행했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었다. 교사가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에 대해, 맞은 장애 학생은 자신을 때린 사람이 교사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나, 경찰에서는 ‘이것만으로 범죄를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다. 경찰은 다른 참고인, 교사에게 이전에 맞았던 장애 학부모를 만나고자 했으나, 이 조차 여의치 않았다. 결국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해당 고소 건은 아직까지도 조사 중인 상태이다.

동암학교 학부모들은 해당 경찰서 앞에 가서 수사 촉구를 위한 집회를 하기도 하였으나, 증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이처럼 시간이 길어지자, 학교의 게시판에는 아이의 담임을 성토하는 부모들의 글이 이어졌다. 그 글의 대다수는 교사가 이 아이를 때렸다는 확신을 담은 것들이었고 교사를 비난, 성토하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하여 해당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학교는 교사에게 사표를 권고했다. 사건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후, 결국 교사는 사표를 제출했고, 학교가 수리하여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사표 제출 이후, 교사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신의 사표가 부당한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장애 아이의 어머니와 학부모회장, 운영위원장(전부 장애아동 부모들임) 세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또한, 학교 게시판에 자신의 실명을 올린 어머님들 약 30여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리하여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은 ‘특수학교 폭력 추방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번 건이 아니라, 해당 교사가 지난날 폭행을 저질렀던 사례(부모들이 보았던)를 정리한 진정서를 가지고 부산시 교육청에게 해당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 학생에 대한 폭행이 해당 특수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지역 특수학교의 문제임을 주장하면서 특수학교의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교실의 CCTV 설치와 교육청 직속으로 ‘특수학교 폭력 대책 기구’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단순하지가 않다. 사건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건의 발단이었던 ‘학생 폭행’ 건이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런데 여기에 지적 장애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의 경우, 이들에 대한 보호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학생 안전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이다. 이는 1차적으로 담임교사이고, 학교장이다. 따라서 이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 절차’이다. 그런데 언론 매체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교사를 고소하였다. 언급하였던 바, 이는 ‘교사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때렸으리라 짐작되는 일’이 ‘때렸다’고 둔갑되었다. 결국 이는, ‘명예훼손’의 빌미가 되었다. ‘더 이상 폭력교사를 학교 현장에 둘 수 없다’는 어머니들의 비분강개가, 오히려 어머니들의 처지를 어렵게 만들어 버린 형국이었다. 이것은 경찰 조사 준비 중이다.

두 번째로 ‘해당 교사의 파면’ 건이다. 교사를 사표를 제출했고, 수리되었다. 그러나 교사는 ‘부당한 압력’에 의해 사표를 제출하게 되었다 주장하면서 복직을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8일 교육부에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이것은 해당 교사의 법적 권리이다. 따라서 공적으로는 이 권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심사위원회’에서 교사의 요구를 타당하다고 인정한다면 적어도 ‘법적’으로는, 다시 ‘교사직’에 설 수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이런 폭력교사는 학교 현장에 절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날 교사에게 자신의 아동이 맞았다고 주장하는 어머님들의 진술서를 확보하여 교육청을 제시하려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해당 진술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 전의 것들이다. 여전히 ‘증거’ 능력이 미약하다. 물론 어머님들이 직접 본 것을 작성한 것임으로 징계의 대상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두 번째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 명예훼손 건이다. 경찰 조사 이후, 어떻게 결론 날지 모르나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그런 글들이 있기도 하다. 다만, 현재 세 명(아이 엄마, 학부모회장, 운영위원장)의 경우 무혐의로 인해 불기소가 될 듯하다. 문제는, 30여명의 일반 어머니들이다. 만약 이들 중, 명예훼손으로 몇몇이 기소된다면, 이후 정식 재판 청구와 항소 등을 통해 벌금을 상당히 낮추기는 하겠으나, 해당 교사 ‘정신적위자료’를 제기하며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사정이 이리되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명예훼손의 경우, 항소심까지 가면 아예 ‘무죄’로 선고받을 수도 있고, 최악이라 해도 벌금 5십만원 전후로 추정된다. 문제는 기소사실을 전제로 하여 민사소송으로 갔을 경우, 그가 말하는 ‘정신적위자료’가 얼마가 될 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명예훼손으로 인한 금액보다는 많으리라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까지 된다면, 결국 명예훼손으로 기소가 되리라 예상되는 몇몇 어머님들만이 속된 말로 덤터기를 쓰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가장 바라는 것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어머님들이 경찰/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고 검찰로부터 ‘기소’당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언급한 바, 약식 기소(이른바, ‘벌금형’)라 하더라도, ‘기소’만으로도 민사소송이 가능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특수학교 폭력 추방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이다. 언급한 바, 현재 이 곳에서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이 중, ‘해당 교사의 파면’ 건은 언급했으니 차치하자. 나머지 두 건, ‘교실 내 CCTV 설치’와 ‘부산시교육청 직속 폭력피해대책기구’ 요구 건이다. 우선, CCTV건은 차치하자. 이는 교권과 인권 문제가 함께 있는 것이기에, 매우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다만 ‘... 폭력피해 대책기구’는 설치 가능하다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칭이다. 그리고 여기에 장애운동가로서 나의 고민이 자리한다.

‘특수학교 폭력 추방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이러한 기구 이름은 특수학교 내 폭력이 어느 정도 만연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폭력을 하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라고 했을 때, 특수교사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을 직접 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 기구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들의 좌절감이나 배신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특수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장애 학생에 대한 물리적 체벌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리적 체벌의 수준이나 정도가 곧바로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모든 물리적 체벌이 ‘폭력’인 것인지가 남아 있다. 한 가지 짐작하는 것은 이번 사건은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부모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보이는’ 대목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라고 반문하면, 답하기 어렵다.

나는 장애인권운동가이다. 장애인의 ‘인권’ 확보를 위해 ‘인권’ 침해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간다. 지적 장애 학생이 맞은 것은 ‘인권 침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식의 몇몇 교사들의 ‘구타와 폭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과 같은 교사들은 더 이상 학교 현장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번 어린이집 장애아동 폭행 사건을 맡았을 때도 폭행을 당한 아이 어머니와 함께 경찰서와 법원을 들락거리기도 하였다.

나는, 사건을 이처럼 공론화시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지적 장애학생들의 권리와 인권을, 몇몇 불성실한 교사들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다. 적어도 이렇게 공론화되고 나면, 아닌 말로 ‘두 대 때릴 것 한 대 때리고, 한 대 때릴 것 때리지 않는 것’으로 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어머님들이 그런 것처럼 ‘장애아를 데리고 사는 내가 참아야지’라고 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눙치고 넘어가는 식보다는 힘들고 괴롭기도 하지만, ‘고소’가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내가) 믿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근래 들어와서는 흔들리고 있기도 하다. 이는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겠다.) 물론 해당 개인에게는 미안한 정서가 적지 않다. 적어도 그는 이와 같은 일이 ‘법적 고소’를 당할 만큼 심각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개연성이 클 것이다. 이전에도 아이를 때리는 일은 종종 있었을 테고, 그것은 이른바 ‘사랑의 매’로서 언제나 용인되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법적 고소’를 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도 자신의 과오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옳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서설이 너무 길었는데, 이처럼 내 신념의 한 자락을 밝힌 것은 이번 사건 앞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정작 내 자신이 헷갈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 고소 이후부터 개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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