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제목 대로

헌재, 종부세에 '사형 선고' 내릴 셈인가"

 

헌재, 종부세에 '사형 선고' 내릴 셈인가"
  [기고]종부세 세대별 합산은 합헌이다
 
  2008-11-03 오전 11:20:23
 
   
 
 
  종합부동산세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11월 중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고지서 발송일이 이달 2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가 그 이전에 특별선고기일을 잡아 종부세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선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번에 내려질 헌재의 결정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에 대해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가 과세기준 상향, 세율인하 등을 통해 종부세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마당에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이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게 되면 종부세는 이름만 남고 깨끗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근거들
  
  세대합산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우리 헌법상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헌법 제10조),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토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36조 제1항)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더 나아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하며,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법률로 제한할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헌법 제37조)한 과잉금지의 규정도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시 부부의 이자소득을 합산해 (누진세율의 고율로) 과세한 것이 2002년 8월 29일, 헌법 제36조 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배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자산인 부동산을 세대 합산할 경우 위헌이라는 취지다. 즉, 종부세는 세대합산으로 인해 그렇지 않다면 과세대상이 아니었을 세대원 소유의 부동산이 종부세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세율 역시 누진구조로 인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혼인과 가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했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합산을 하는 이유가 세대원간 자산의 분산소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이는 별도의 증여세 등으로 세금을 부담시킬 일이지 합산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라는 점도 덧붙인다.
  
  세대별 합산이 합헌인 이유
  
  세대합산이 합헌이라는 주장은 먼저 종합부동산세의 목적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종합부동산세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은 헌법 제119조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 조항을 직접적인 근거 규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의 세대합산 규정은 단순히 혼인 여부에 따라 불평등이 발생했는가 아닌가, 혹은 세대 간의 공동생활에 따른 과세 금액의 차액이 발생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의 명령에 충실한 것인가 하는 점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경제 조항의 경우 입법부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된다. 왜냐하면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위를 해야 하므로 여러 가지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의 세대합산 규정은 헌법 제36조 제1항 혼인과 가정의 보호 규정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헌법 제119조 2항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합헌적인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법은 그 특성상 전문성과 기술성을 특징으로 갖는다. 즉, 과세대상의 바탕인 경제현상은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거래 금액이나 소득 금액 및 물량의 포착에 있어 복잡하고 기술화되어 갈 뿐 아니라 경제현상의 발전과 더불어 날로 지능화하는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대처를 고려해야 한다. 또 세법은 재정수요의 충족 외에 경제의 안정과 성장 등 경제정책적 기능도 고려한다. 즉 다른 법률에 비해 세법은 더 많은 입법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도 종합부동산세는 그 목적에 비추어 다른 법률에 비해 광범위한 입법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혼인과 가정의 보호 규정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세법 자체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세대합산이 합헌이라는 주장은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종부세 세대별 합산규정이 비록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119조 2항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정당한 차별이기 때문에 헌법 11조 1항 및 36조 1항을 위반하지 않았고 따라서 합헌이라는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술하자면 대한민국 헌법은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차별을 허용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차별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첫째, 차별취급을 하는 목적이 정당한지(목적의 정당성), 둘째, 방법이 적절한지(방법의 적정성), 셋째, 차별취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익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더 우월한지(협의의 비례원칙) 등을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은 합리적인 차별의 기준이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협의의 비례원칙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합헌이다.
  
  ① 목적의 정당성
  
  먼저 세대별 합산이 목적의 정당성을 어떻게 충족하는지 살펴보자. 만약 종부세를 인별 과세로 전환할 경우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자들이 속출할 뿐 아니라 부부공동명의 및 세대원 명의로 광범위하게 명의이전이 일어나 사실상 종부세가 형해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종부세법 제1조)라는 종부세의 입법취지를 근저에서부터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쉽게 말해 세대별 합산 과세는 단순히 조세회피 방지 등의 과세기술 혹은 행정기술상의 관점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고 종부세의 입법목적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라는 관점으로 접근함이 옳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는 목적의 정당성을 충족시킨다.
  
  참고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모두 37만9000명이었다. 이 중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공시가격 6억~12억 원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30만5000세대였다. 만약 종부세를 현행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꿀 경우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격감하게 된다. 여러 명의 세대 구성원 명의로 된 주택은 합산되지 않는 데다, 부부 공동 명의로 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6억 원 미만의 주택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표한대로 주택분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 원(공시가격)으로 올리게 되면 18억 원 이하 주택을 공동으로 소유한 남편과 아내는 각각 9억 원 미만의 주택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단독 명의로 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부부 공동 명의 혹은 세대원 공동 명의로 바꾸면 손쉽게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배우자 증여 방식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 6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명의 변경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다.
  
  한편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세대조차 부부 공동 명의로 변경할 경우 종부세 부담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3명 이상의 세대원 명의로 변경할 경우는 아예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이 넘는 주택은 7만4000세대였다. 결국 종부세 부과 방식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면 부동산 투기 억제의 중핵이라 할 종부세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효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② 방법의 적정성
  
  다음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이 방법의 적정성을 충족하는지 살펴보자. 일각에서는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 분산과 같은 가장행위 등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의제·증여추정 등을 통하여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증여세는 취득과세이고, 종합부동산세는 보유과세로서 과세의 근거와 취지를 달리하고 있다. 또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의 실효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부부간, 세대 간 합산과세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하는 점, 부부간 증여의 경우 6억 원이라는 공제가 인정되고 증여세가 단계별 누진세율을 채택해 과세표준이 5억 원 이하인 경우 세율이 20%(지난 9월 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현재 과세표준별로 10~50%인 세율이 내년에는 7~34%로, 내후년에는 다시 6~33%로 인하된다.
  
  한편 현행 과표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인 세율을 5억 원 이하의 경우 일률적으로 6%(2010년)를 적용함으로써 과표가 5억 원인 경우 세금 부담이 9,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무려 67%나 줄어들게 된다)에 불과해 장기간의 높은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증여세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증여세 등 기존의 제도로는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 분산과 같은 가장행위 등을 막을 수 없다.
  
  부부간 혹은 가족구성원 간에 조세회피를 위해 이루어지는 부동산의 분산소유행위는 증여세의 부과를 통해 방지할 수 있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 1항에 의한 부부간 또는 직계존비속 간의 증여행위에 대해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규정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최근 강화되는 보유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부부나 직계존비속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명의신탁 또는 분산소유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률상 구성 요건으로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에게 양도한 재산"이라고 규정되어 있어서 기존에 소유하던 부동산의 명의를 부부 상대방이나 가족구성원으로 바꾸는 행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분산 소유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신규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 분산과 같은 가장행위 등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자소득·배당소득·부동산임대소득과 같은 자산소득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부나 직계존비속 간에 부동산을 분산 소유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특히 부부 상호 간에는 명의신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현행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명의신탁행위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이 규정은 부부간의 명의신탁행위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오랜 관행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조세포탈이나 강행법규의 회피 등의 목적이 없다면 부부간의 명의신탁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르는 법적 효과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를 갖는다. 그런데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명의신탁의 법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과세관청이 입증하기가 어려운 아니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즉,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가지고는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분산과 같은 가장행위 등을 방지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은 방법의 적정성도 확보한 셈이다.
  
  ③ 협의의 비례원칙
  
  마지막으로 세대별 합산이 협의의 비례 원칙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부동산의 소유 편중 현상이 극심하다.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 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 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 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간신히 60%를 넘고 있다. 또한 전체 가구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20채씩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중 다주택자의 분포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부동산 소유 편중도의 심각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종부세 대상자 중 '다주택 보유자'는 23만2000세대로서, 개인 주택분 37만9000세대의 61.3%이며, 세액 점유율은 71.6%에 해당한다. 또한 다주택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수는 97만8000호로, 전체 종부세 과세대상 주택 112만5000호의 86.9%에 이른다.
  
  한편 종부세는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만 납부한다. 2007년 행자부 통계를 보면 종합부동산세의 납부 인원(그동안은 신고납부였으므로, 정확히는 신고대상 인원)은 2007년 기준으로 48만6000명이며, 주택분은 38만3000명이다. 주택분에서 법인을 제외하면 세대로는 37만9000세대로 주민등록상 전체세대의 2.0%('06년은 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를 다시 주택을 소유한 세대와 비교하면 3.9%('06년은 2.4%) 수준이다. 또한 이들이 부담하는 보유세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2007년 통계 기준으로 보면 공시가격이 6억 원일 경우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보유세)은 0.26%, 7억은 0.34%, 10억은 0.52%, 25억은 1%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종부세는 공공재산적 성격이 강한 부동산을 과다보유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설령 세대별 합산으로 인한 차별취급이 발생한다 해도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공공복리,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유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통한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등―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이 협의의 비례원칙을 충족시킨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헌재.대법원, 경제생활의 관점에서 부부나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취급
  
  한편 경제 생활의 관점에서 볼 때 부부나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세법의 여러 곳에 드러난다. 이 생각은 소득세법상의 각종 인적공제에 드러나듯 입법부의 생각일 뿐 아니라 우리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득세법은 배우자가 있는 거주자와 배우자가 없는 거주자를 차별해 전자의 경우에만 배우자분 소득공제 등 여러 가지로 세금부담을 경감한다(소득세법 제50조, 제51조, 제52조).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역시 배우자에 대한 증여나 상속은 다른 사람에 대한 증여와 상속과는 달리 배우자를 우대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제20조, 제53조).
  
  경제생활의 관점에서 부부 또는 가족구성원을 하나의 단위로 취급해야 한다는 견해는 헌재의 다른 결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헌재는 지난 1997년 이혼에 따르는 재산분할에 관해 일정한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해 이를 남편이 부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하던 구 상속세법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면서 "이혼 시의 재산분할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며, "자신의 실질적 공유재산을 청산 받는 것"이라고 결정했다(헌재결 1997.1.30. 96헌바14). 우리의 경험상 혼인 중 형성되는 재산의 상당부분은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소유 명의가 어느 일방에 귀속되어 있는 경우 재산분할은 이러한 실질적 공유재산을 청산함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역시 부부 중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부동산은 이를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판 1998.4.10. 96므1434).
  
  부부일방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그 감소를 방지했거나 그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판 1998.2.13. 97므1486). 더 나아가 대법원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남편 소유의 부동산 중 대지가 남편소유의 주택을 매각한 대금을 기초로 구입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그 대지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임을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고, 가사 그것을 남편의 특유재산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결혼 이후 남편이 이를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처가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가사노동과 가사비용의 조달로 직접·간접으로 기여하여 특유재산의 감소를 방지한 이상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대판 1994.12.13. 94므598).
  
  이상과 같은 헌재의 결정례와 대법원의 판례를 종합해 보면 부부간에 이룩한 재산은, 비록 그것이 부동산의 경우에도 부부라는 일종의 생활공동체로부터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고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부부간에 부동산을 대상으로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명의신탁 등을 고려할 때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단위를 부부 또는 세대별로 합산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경제생활의 현실을 볼 때, ① 부동산의 경우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혜택을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얻는 데 비해, 이자소득 등 자산소득은 원칙적으로 그 명의자에게 귀속되므로 다시 배우자나 가족에게 분배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② 부동산은 세대의 거의 유일하고 가장 큰 재산으로서 대부분 부부가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해 온 재산이며 사실상 세대 사이에 공유의식이 있는 데 비해, 이자소득 등 자산 소득은 가장 큰 재산이거나 유일한 재산이 아니고 부부가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형성한 재산이라는 관념이 없어 사실상 공유의식이 높지 않다는 점 ③ 이에 따라 판례도 오랜 기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을 들어 특히 부동산에 대해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부동산에 대해 세대합산을 통한 과세를 하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협의의 비례원칙을 모두 충족시키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정당한 차별이라 할 수 있으며, 세법과 헌재의 결정례 및 대법원 판결을 종합해 볼 때 경제생활의 관점에서 부부 및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취급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확립된 원칙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의 위헌성은 기각된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부부 자산소득합산과세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에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방식에 대해서도 위헌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토지는 예금이나 주식과는 다른 성격의 재화로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며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모든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으로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 주택 역시 토지의 공급제약 및 효율적인 도시계획 등의 제한을 받으므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토지 및 주택에 있어 수요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인해 토지 및 주택가격의 상승과 투기현상이 예금이나 주식 등 다른 재산권에 비해 현저하다는 점, 대한민국 헌법이 토지재산권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 소득세에 있어서 부부 자산소득합산과세의 입법취지는 인위적인 소득분산에 의한 조세회피방지행위를 방지하는데 있다. 반면,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의 취지는 단순히 조세회피방지라는 기술적, 행정적 목적이 아니라 투기목적의 주택보유를 막고 실거주 목적의 주택보유를 유도·형성하기 위한 정책유도적 목적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고, 이러한 목적은 일련의 헌법규정에 의하여 뒷받침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런 예상은 옳지 않다.
  
  헌재는 역사에 죄 짓지 말길
  
  위에서 조목조목 살핀 것처럼 종부세 세대별 합산은 대한민국 헌법에 정확히 부합한다. 만약 세대별 합산과세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는다면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및 투기억제의 핵심장치라 할 종부세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는 셈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이 합헌임을 결정해 경제문제에 관한 한 지극히 보수적이었다는 그간의 오명을 씻길 바란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의 입법취지에는 동의하면서 세대별 합산이라는 과세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종부세를 형해화시킨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임과 동시에 헌법재판소가 2%의 '강부자'들만을 위한 헌법기관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행위라는 점을 헌법재판관들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부동산 신화는 없다>(후마니타스 2008)와 민변의 "종부세 위헌 심판에 대한 의견서"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90년대 일본처럼? MB정부의 위험한 도박

 

 

90년대 일본처럼? MB정부의 위험한 도박
  [기고] "건설족 경제관료들의 무지와 독선, 위기극복 장애물"
 
  2008-11-03 오전 10:43:36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1일 "아파트가 아닌 지방 SOC 사업같은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을 할 것"이라며 토목공사 확대를 예고했다. 그는 "재정지출에서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일 큰 것은 역시 건설사업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레시안>, 10월 31일)
  
  무지와 독선.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을 두 가지 단어로 표현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위의 두 단어들을 추천하겠다. 도무지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벽창호들. 이번 글에서는 박병원 수석의 31일 발언이 담고 있는 '무지와 독선'의 실체를 해부해 보기로 한다. (☞관련 기사: 박병원 "경기유발, 내수진작엔 건설이 최고")
  
  산업연구원 "건설 투자의 소득창출 효과는 사회보장 지출에 크게 못 미쳐"
  
  박병원 수석은 오래 전부터 "재정지출에서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일 큰 것은 건설사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온 대표적인 건설족 경제관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이런 주장들은 일고의 가치도 허무맹랑한 것이다.
  
  그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 주장인지 알아보려면 진보진영의 연구보고서까지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국책연구소 중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만 들여다 보아도 그의 주장의 허구성은 드러난다.
  
  산업연구원은 2003년 6월, <재정지출 확대정책과 산업별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이 산업별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창출하는지 그 효과를 추정한 바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표는 그 보고서 내용 중의 일부분이다.
  

  위의 표를 보면 공공행정 및 사회보장 분야 등에 대한 정부 지출 1조 원은 최소 2475억 원에서 최대 3276억 원에 이르는 소득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건설업에 대한 정부지출 1조원의 소득창출효과는 최소 1883억 원에서 최대 2023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산업연구원의 2003년 보고서는 박병원 수석을 포함한 건설족 경제관료들의 반복되는 주장과 달리 건설업의 대한 정부지출의 경기활성화효과는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지출에 비하여 매우 작은 편이라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박병원 수석, 건설투자의 특수성을 모른다"
  
  박병원 수석의 오류와 독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민계정에서 말하는 건설투자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건설투자는 설비투자와 달리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경제주체들이 2007년에 80조 원을 투자했다고 하면 그것은 곧 경제주체들이 80조 원에 달하는 기계류나 운수 장비 등을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설투자의 경우, 경제주체들이 2007년에 160조 원을 투자했다고 하여 그것이 곧 160조 원에 달하는 건축물이나 토목물을 사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건설투자액이란 경제주체들이 건설사로부터 구입한 건축물이나 토목물 매입액 총액 중에서 토지매입가격분을 제외한 액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제주체들이 건설사로부터 구입한 건축물이나 토목물 매입 총액이 250조 원인데, 그 중 토지매입가격이 90조 원이고 나머지가 160조 원이라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건설투자액 총액은 250조 원이 아니라 160조 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005년 그들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국민계정체계>라는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고정자본형성(=투자)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비금융자산 중 생산과정을 통해 생산된 자산에 한정하므로 생산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자체는 생산되지 않은 토지 등의 취득 또는 처분은 고정자본의 형성에서 제외된다."(227쪽)
  
  이 문장이 뜻하는 바는 경제주체들이 건설사로부터 건축물이나 토목물을 구입하는 매입액 총액 중에서 토지가격분에 해당하는 액수는 건설투자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추정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박병원 수석과 같은 무식한 발언을 반복하며 엉터리 정책을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해석할 때도 정부의 건설재정지출 1조 원은 국민소득을 평균적으로 1953만 원 증가시킨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건설부문에 1조 원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이 중에서 7000억 원(토지가격비중이 30%일 때)만이 건설투자로 집계되므로 1조 원의 정부건설지출이 가져오는 소득창출효과는 1953만 원이 아니라 7000억 원의 19.53%인 1367만 원 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1조 원의 사회보장비 지출 효과 2876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1990년대 일본, 건설족 경제관료 때문에 국가부채 수렁에 빠졌다
  
  1990년대 일본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박병원 수석과 유사한 성향을 지닌 건설족 경제관료들로 인하여 심각한 부채의 수렁에 빠졌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위의 표를 보면 1990년대 일본정부의 낭비성 건설투자로 인하여 GDP 대비 정부의 (건설)투자 비중이 EU에 비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정부 또한 1990년대의 낭비성 SOC건설투자 등으로 일본의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하여, 2000년 이후부터는 정부의 (건설)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정부의 낭비성 SOC건설투자 등은 일본의 재정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아래 표를 보면 그것의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 현재 일본정부는 세입의 30.7%를 국공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고 세출의 23.5%를 국채비(국채 원리금 상환 비용)로 지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현재 일본정부가 재정위기에 몰려 카드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국의 재정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부는 과다한 경직성 비용 때문에 국가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필요한 요긴한 정책들을 펼 수도 없다.
  
  최광, 이한구도 무분별한 토목공사에는 비판적
  
  물론 박병원 수석과 같은 건설족 경제관료들은 이것을 단순히 진보진영의 딴지걸기로 치부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재정학자인 최광 교수도 일본의 낭비적인 건설투자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최광 교수가 2002년에 내놓은 연구보고서, <일본의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일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를 빌미로 추진된 공공사업의 상당부분이 낭비되고 비효율적이라는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근래 어느 마을에서나 음악당,박물관,민예관,체육관 등 다수의 훌륭한 건물이 생기게 되었는데 재정상황이 매우 나쁜 상태에서 과연 개개 마을마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깊은 산 속에도 훌륭한 도로가 만들어져 있는데도 건설성에서 나오는 도로포장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전국 각지에 엄청나게 많은 심포니 홀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만한 수의 악단은 일본에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 또한 지난 3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위기에서 재정사업을 하면 무조건 경기가 좋아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예전엔 곡괭이로 다 공사를 하니까 인력투입이 컸고 건설업을 키우면 일자리 창출이 돼서 경기가 회복된 것이다. 건설사업 자체로 회복된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회복됐다. 그런데 지금은 일자리 창출과 별 관련이 없다. 돈만 있으면 일자리 만들데는 오히려 딴 곳에 많다. 서비스업 같은 분야말이다.
  
  토목공사할 바에야 공공근로가 낫다. 이건 어차피 계획도 있던 것이지만, 하천이나 해안에 인력 투입해 쓰레기 치우는 것 만해도 몇 조원이 들어간다. 환경도 좋아지고, 관광사업 좋아지고, 물 깨끗해지고 얼마나 생산적인가? 차도 안 다니는데다가 쓸데없이 도로를 만들면 일 끝난 후에도 돈이 들어간다."
  
  어쭙잖은 비유법으로 자신들의 독선을 합리화해서는 곤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경제도 살리면서 결국 그것이 국가경쟁력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지역의 대규모 SOC사업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머니투데이> 10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생각들은 무지가 낳은 오판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병원 경제수석을 비롯한 건설족 경제관료들은 이번의 경제위기가 1997~1998년 위기 때처럼 1~2년 안에 회복되리라 기대하며 금융부문과 건설부문에 일시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불이 났을 때는 한꺼번에 일시에 물을 퍼부어 불을 진압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착각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의 실체를 거의 다 아는 것처럼 우기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불의 실체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느 동네에 불이 났다. 앞으로 어느 집에서 불이 터져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무능한 정부가 그것을 조기에 일시에 진압해야 한다며 처음에 불이 난 한두 집에 소방수(消防水)를 모두 다 허비해 버렸다 하자. 나중에 다른 집에서 또 불이 일어날 경우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때 가서 부랴부랴 이웃동네 정부에 소방수 구걸이나 하러 다닐 셈인가.
  
  지금은 정부가 어쭙잖은 비유법으로 자신들의 무능과 독선을 합리화할 때가 아니다. 1990년대 스웨덴처럼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금융업과 비금융업체, 건설업과 비건설업체 모두에게 형평성 있게 지원하며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정부가 허겁지겁 좌충우돌하여 먼저 쓰러지는 기업부터 살리자고 우기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알짜기업들이 쓰러질 때 정부가 재정고갈로 이들을 지원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홍헌호/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 기사 마음에 든다! 프레시안 마음에 든다!
  ARS 후원금 1,000원 휴대폰 후원금 1,000원 (부가세 포함)
   
  프레시안 제3의 주인 '프레시앙'을 찾습니다.  
  단 한번의 참여가 프레시안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네르바의 ‘유인촌, 전여옥식 재테크’ 언급 ‘화제’

 

 

미네르바의 ‘유인촌, 전여옥식 재테크’ 언급 ‘화제’
 
잠정적 절필 선언하면서 올린 글...양면성의 사례로 들어
 
입력 :2008-11-01 11:01:00   박성원 기자
 
 
[데일리서프 박성원 기자] 인터넷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날카로운 경제분석으로 인기를 얻었던 아이디 '미네르바'가 31일 밤 잠정적인 '절필'을 선언하면서 올린 글에서 거론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테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미네르바는 우선 "이 나라는 극도의 양면성을 가진 나라로 겉과 속이 다르다. 우리가 흔히 일본인들 보고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틀린 말이다. 그런 가식적인 면을 보자면 우리도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절대 다르지가 않다는걸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100% 거짓말이지"라고 전제를 달았다.

이어 그는 "그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나라 정책 입안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말로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집을 사라고 하지만, 실제로 개인들은 개인 포트 폴리오라는 이름 하에 자산 포지션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전여옥 의원을 들었다. 미네르바의 표현에 따르면 "이 아줌마의 경우는 올 클리어...주식→예금으로 갈아 탄 건 이제 새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눈치 깐 애들은 거의 다 조정 했다"면서 "심지어는 대통령 본인이 주식 사라고 펀드를 들 것이라고 하면서 주식 한 주 안 산 나라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면 추세 분석상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갈아 타는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오히려 칭찬을 해 줘야 할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사람들의 신분이 지금 무엇이느냐가 문제다. 바로 정책 조정자와 정치인, 이 나라를 실질적으로 핸들링 하는 장본인들"이라고 꼬집었다.

미네르바는 "직간접적인 고급 정보 소스들을 이용해서,혹은 활용해서 빠져 나가는 애들이 한 둘이 아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정반대의 것을 강요한다"면서 "이건 뭔가 웃기는 것 아니냐. 비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로 양면적인, 두 얼굴의 나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중립적이고 극사실주의에 입각한 개인적 시각이란 걸 가지는 게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선동에 휩싸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거론했다. 미네르바는 "더 위험한 건 경제적인 양떼몰이"라고 전제한 뒤 "알면서도 애국한다고 손해볼 미친 X은 없다. 심지어는 유인촌 장관님도 '엔화 투기'로 단 1주일만에 30억 이상 버는 나라가 이 나라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이 재산신고시 일본국채에 투자했던 것으로 신고했던 32억여원을 겨냥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이 일본국채에 투자했던 것은 2005년4월27일부터 2007년 7월19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채를 매각한 뒤 엔화를 계속 보유했다면 원화 대비 엔화 폭등으로 막대한 환차익을 봤을 수도 있다.

미네르바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 논리와 애국주의를 믹싱시켜서 정부 정책 기조에 반대 되는 행동은 곧 매국노라는 걸로 확대 재생산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서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라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미네르바의 결론은 따라서 "깨닫고 배워야 산다"는 것이었다. 각성과 학습이 동반돼야만 이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충고다.

박성원 기자

▶ 강만수,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찾는다, 왜?
▶ “강만수가 고구마 할배는 왜 찾아?” 아고라 ‘시끌시끌’
▶ ‘아고라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직업이 밝혀지다?
▶ ‘아고라논객 살해협박’에 ‘미네르바 닉쓰기 운동’ 벌어져
▶ “미네르바가 혹시 유시민?” 쪽집게 논객 정체에 관심집중
▶ 아고라 논객 “오늘 환율 1500 찍을 것”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부동산 부양’ 10년전 잘못 되풀이

 

 

 

부동산 부양’ 10년전 잘못 되풀이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11.01 00:13

50대 남성, 경기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ㆍ환란때 잇단 활성화 대책… 집값 폭등 부작용

ㆍ이명박정부도 규제풀기 주력 '거품'조장 우려

이명박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잇달아 내놓고 있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가 시행했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의 빗장을 모두 풀었지만 3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상 최악의 부동산 버블(거품)로 이어졌다.

31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5월 분양가 자율화,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토지거래 허가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 한시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듬해인 99년에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허용, 아파트 재당첨 제한폐지 조치를 내놨고, 2001년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신규 주택 구입시 취·등록세 25% 감면, 부동산 투자회사의 부동산 취득시 취·등록세 감면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 정부가 98년부터 2001년 5월까지 3년6개월간 내놓은 부동산 경기 부양대책은 모두 10차례로 평균 4개월에 한 번꼴이었다.

당시 건설업계는 "주택투기의 우려가 없는 만큼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의 정부는 또 경기부양을 위해 2001년 한해 동안 콜 금리(현재 기준금리)를 4차례나 내려 사상최저치인 연 4%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2002년 집값이 16%나 폭등하자 정부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를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규제 완화의 후유증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정권이 참여정부로 바뀐 2003년에도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 부활, 수도권 투기과열지역 지정,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2005년에도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로 강화하는 등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경기대 엄길청 교수는 "10년 전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로 실물경기가 침체되고, 내수가 부진하자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부터 부동산 규제를 푸는 데 주력했다. 지난 6월 지방 아파트 미분양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8월에는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고, 9월에는 종부세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폐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건축 규제 완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는 국민의 정부 때보다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10년 전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다가 집값 폭등만을 부른 과거 정권의 실패사례를 답습하려 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박병률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부동산 부양’ 10년전 잘못 되풀이

 

 

 

부동산 부양’ 10년전 잘못 되풀이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11.01 00:13

50대 남성, 경기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ㆍ환란때 잇단 활성화 대책… 집값 폭등 부작용

ㆍ이명박정부도 규제풀기 주력 '거품'조장 우려

이명박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잇달아 내놓고 있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가 시행했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의 빗장을 모두 풀었지만 3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상 최악의 부동산 버블(거품)로 이어졌다.

31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5월 분양가 자율화,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토지거래 허가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 한시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듬해인 99년에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허용, 아파트 재당첨 제한폐지 조치를 내놨고, 2001년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신규 주택 구입시 취·등록세 25% 감면, 부동산 투자회사의 부동산 취득시 취·등록세 감면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 정부가 98년부터 2001년 5월까지 3년6개월간 내놓은 부동산 경기 부양대책은 모두 10차례로 평균 4개월에 한 번꼴이었다.

당시 건설업계는 "주택투기의 우려가 없는 만큼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의 정부는 또 경기부양을 위해 2001년 한해 동안 콜 금리(현재 기준금리)를 4차례나 내려 사상최저치인 연 4%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2002년 집값이 16%나 폭등하자 정부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를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규제 완화의 후유증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정권이 참여정부로 바뀐 2003년에도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 부활, 수도권 투기과열지역 지정,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2005년에도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로 강화하는 등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경기대 엄길청 교수는 "10년 전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로 실물경기가 침체되고, 내수가 부진하자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부터 부동산 규제를 푸는 데 주력했다. 지난 6월 지방 아파트 미분양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8월에는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고, 9월에는 종부세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폐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건축 규제 완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는 국민의 정부 때보다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10년 전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다가 집값 폭등만을 부른 과거 정권의 실패사례를 답습하려 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박병률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빠진 미국'의 빈자리... 유럽-중국 '호시탐탐'

 

 

'이 빠진 미국'의 빈자리... 유럽-중국 '호시탐탐'
[해외리포트] 내달 15일 'G-20 회담', 세계 자본주의 역사 다시 쓰나
  전용호 (chamgil)
 
 

"21세기판 브레턴우즈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단순한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의미하지 않고, 세계 자본주의 역사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44년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적인 토대로 설립된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가 폐기되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내달 15일 미국에서 열릴 G-2O 정상회담은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를 새로 짜는 중요한 토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기존 핵심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서 자국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각축전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브레턴우즈의 역사와 그 변화

 

  
케인즈.
ⓒ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케인즈

 

사회 교과서에나 들어본 브레턴우즈 체제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44년이다. 미국 뉴햄프셔의 조그만 마을인 '브레턴우즈'에서 44개 세계 주요 정상들이 금본위 대신에 금에 달러 가치를 고정시키고, IMF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세계은행의 전신) 등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IMF는 환율을 감시하는 동시에 무역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를 위해서 차관을 해주는 기능을 맡도록 했고, IBRD는 저개발국가들에게 차관을 해주는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당시 브레턴우즈 체제 설립에 크게 기여한 케인즈는 국가간 자유로운 무역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개입'에 의한 일정한 시장 규제를 주창했다. 그는 금융자본의 자유화를 인정할 경우 각국의 복지정책이 제한을 받을 것을 우려,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시장 자유주의자와는 다른 개입주의자였다.

 

브레턴우즈 시스템은 1970대 초까지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1973년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서 그 기구들은 남아있지만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의 가치가 자리를 점차 잃어갔고, 결국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에 밀려난다.

 

영국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바로 이 앵글로 색슨식 신자유주의의 핵심 주자였다. 특히 이들은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통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침체된 경제의 돌파구를 찾았고, 이 강력한 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의 선두에 있는 스웨덴 같은 북부유럽국가들에도 신자유주의적인 요소를 도입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커가는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은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와 스스로의 탐욕 등으로 인해서 부실이 심화됐고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서 그 한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시장의 작동으로 인한 자율적인 규제와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맹신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번 금융위기로 그 한계성을 스스로 보이게 된 셈이다.

 

  
1930년대 대공항이후 최고의 경제침체가 예상된다는 일간 <텔레그라프> 보도.
ⓒ 텔레그라프
브레튼우즈

 

"1930년대 이후 최대 불황될 것"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자유시장주의자들마저 새로운 경제 질서 재편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번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유럽언론들은 '공포' 그 자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불황이 다가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노동당의 집권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던 영국 정부도 최근에 브라운 총리가 "경기가 침체에 진입했다"고 인정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기도 더욱 얼어붙고 있다. 빵, 계란, 야채류 등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소비가 주는 등 내수가 벌써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침체→ 금융기관 부실→ 실물경제 악화'의 악순환 고리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고 하향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 도이치방크의 이코노미스트 발언을 인용해 "우리는 앞으로 주요 국가들(Industrial countries)의 성장률이 1.2%로 떨어져 심각한 위축을 경험한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동력인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마저 둔화되면서 세계적인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키스탄, 아이슬란드, 헝가리 등 10개국이 IMF에 이미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금융위기가 세계 국가들의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국가들의 각축전

 

아이러니컬하게도 영미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있던 영국에서부터 기존 브레턴우즈 체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은 유럽보다는 미국에 가깝게 붙어서 외교정책을 펼쳐왔지만, IMF와 IBRD가 그간 사실상 미국과 달러의 이익을 위한 기구로서 존재해왔다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같은 미국 중심의 '달러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하는 카드로서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투명한 금융 감독시스템의 구축"이 명분이지만 미국의 이익에 종속된 IMF와 IBRD 등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미국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바꿔보자 는 정치적인 목표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 유럽연합 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새로운 금융 질서를 만들 때"라며 그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지만,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역시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944년에 브레턴우즈 체제가 탄생할 때만큼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얼마나 유럽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할지, 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오바마든 매케인이든 차기 대통령이 취할 입장이 결국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더불어, 외환보유고 강국인 중국이 이번 정상들간의 모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기존의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새롭게' 행사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달러 패권주의 선봉 IMF 개혁해야" 제프리 삭스 VS 장하준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재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내달 15일 정상회의 직전까지 각국들은 주판알을 튕기면서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질서를 준비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개혁 내용은 주로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나온 것으로 (1) IMF와 IBRD의 개혁 (2) 초국가적인 금융 감독시스템 구축 (3) 금융기관의 지나친 이익 추구행위에 대한 제동 등이 핵심 골자다. 

 

특히, 이중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달러 패권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IMF의 기능과 그 역할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1일 기고한 글에서 IMF의 기능을 지금보다 더 확대시켜서 헤지 펀드 등 투기세력을 감시하고 진정한 세계의 마지막 자금대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투기성 자금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도입, 거둬진 자금으로 IMF가 위기시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바로 그 다음날 <가디언>에 "IMF의 임무와 지배구조(governance)가 충분히 개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면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IMF는 통화긴축적인 거시경제 정책과 미숙한 금융 규제완화와 개방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개발도상국과 (과거 사회주의국가들)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IMF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개도국에게 불리하게 되어있음을 지적하고, 개도국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시스템' 등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IMF는 구시대적인 기구이므로 개혁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의 갈 길은?

 

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국제 금융시스템의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얼마나 한국 정부가 얼마나 뼈저리게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는 실로 의문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금융시스템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탐색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하나의 외교적인 행사로 치부해서, 과거 우리 외교나 경제정책이 그랬듯이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거기에 따라서 대충 맞추고 따라가려는 사대주의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정부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검증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시장 만능주의적 신자유주의적 경제철학이 한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 맥락에서 그간 금과옥조로 믿었던 시장중심적인 정책들, 예를 들어 최근 뜨거운 논의가 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등의 정책도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금융위기 주범' 그린스펀, 때늦은 반성

 

 

'금융위기 주범' 그린스펀, 때늦은 반성
  "내 경제이론에 허점, 파생상품 규제완화는 잘못"
 
  2008-10-24 오전 9:32:50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 금융업체들의 탐욕스러운 영업행태와 규제완화의 복합적 산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금융업체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연계해 판매한 파생상품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은 정책적 실패는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무려 20년 가까이 역임(1987~2006)한 앨런 그린스펀의 책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이런 비판에 대해 당사자인 그린스펀은 결코 수긍하지 않았다. 지난 9일 <뉴욕타임스>가 장문의 기사를 통해 그린스펀에 대해 칼날을 들이대었을 때도 그는 "파생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문제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그린스펀은 '물신(物神)의 사제'인가)
  
▲ 그린스펀 전 의장이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추궁을 받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린스펀 "부분적으로 잘못했다"
  
  하지만 23일(현지시간) 그린스펀은 하원 청문회에서 자신의 시장경제 이론에 허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허점을 발견했다"면서 "40년 이상 경제이론이 아주 매우 잘 들어맞고 있다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것에 대해서도 "금융기관들이 내가 기대했던 바와 같이 주주들과 투자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부분적으로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이런 답변은 헨리 왁스먼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초래한 무책임한 대출관행을 제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 전체 경제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그린스펀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물론 그는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credit tsunami)'"라며 정책결정자가 예상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 사태였다는 점을 강변했다.
  
  이와 함께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미리 배포한 청문회 자료에서 "현재까지 금융시장의 손실을 고려할 때 일시적 해고와 실업률의 현저한 상승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실업률 상승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를 끝낼 수 있는 필요조건은 주택가격 안정이지만 앞으로 여러 달 동안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그때부터 시장 경색이 상당히 풀리고 겁에 질린 투자자들도 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주택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공세적으로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조치는 올바른 일이라면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계획은 이같은 필요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이며 이번 조치의 효과가 벌써 시장에서 느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은 "(이번 금융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어떤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면서 "신용평가 기관이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한 서브프라임 증권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가 은행과 헤지펀드, 연기금에 의해 급증한 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전능하지 못했던 탓일 뿐?
  
  그린스펀이 이번 청문회에서 예전보다는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규제감독 당국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절대적인 확신이나 전지전능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끝까지 자신을 옹호했다.
  
  한마디로 마지못해 자신이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까지 막을 정도까지 자신의 경제이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했을 뿐이다. 그나마 파생상품 규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 대해 '조금' 잘못을 인정한 것이 이번 청문회가 얻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재임 기간 중 보여준 언행을 되짚어오면 그가 어떤 신념에 충실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규제 완화를 회피했다는 정황이 역력하다. 만일 그가 '경제이론'에 대한 확신으로 그랬다면, 금융업체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이론'으로 포장했을 뿐이라는 의혹이다.
  
  는 "그린스펀은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도 책임있게 행동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보여주었다"면서 "그린스펀이 금융규제와 파생상품에 대해 지난 20여년에 걸쳐 어떠한 언행을 해왔는지 조사한 결과, 그가 그런 신념을 위해 조국의 경제를 볼모로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오랜 기간에 걸쳐 그린스펀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는 야심찬 미국적 실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했으며, 이제 미국은 그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낸 아서 레빈 주니어도 "그린스펀은 정부를 근본적으로 경멸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규제를 반대한다"면서 그린스펀의 '위험한 사상'을 증언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린스펀이 재임 중 다른 식으로 대처했다면, 현재의 위기는 피하거나 제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린스펀은 지난 10여년에 걸쳐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철저하게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2003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파생상품은 위험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 위험을 기꺼이 부담하려는 자에게 넘길 수 있는 놀라운 수단"이라면서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린스펀 재임 중 FRB 부의장을 역임하고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로 있는 앨런 블라인더는 "조금이라도 규제하려는 제안이 있으면, 그린스펀과 재무부의 많은 관료들이 싹을 잘랐다"면서 "그린스펀은 꿋꿋하게 파생상품의 치어리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94년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2년의 조사 끝에 내놓은 "파생상품의 규제감독에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보고서도 묵살했다.
  
  당시 GAO 원장 찰스 보셔는 하원 청문회에서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이 갑자기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으며,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은행을 포함해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면서 "사태의 심각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구제금융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14년전에 파생상품 규제를 적절히 하지 못할 경우 현재 전세계가 목도하는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가 일어날 것을 정확하게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그린스펀은 "파생상품 시장을 포함해 금융시장의 리스크라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 자율 통제되고 있다"면서 "시장 자율규제보다 연방 정부의 규제가 우월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장담했다.
  
  더욱 심각한 사례가 있다. 그린스펀은 옵션과 선물거래를 규제하는 연방기관 선물계약거래위원회(CFTC)가 파생상품 규제를 하려들자 아예 그 권한을 박탈하는 일에 앞장섰다.
  
  당시 CFTC 위원장 브룩슬리 본은 "통제받지 않고, 불투명한 거래는 연방기관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거래에 대한 보다 투명한 절차와 손실에 대비한 더 많은 충당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월가의 현인'이라는 워렌 버핏이 이미 2003년에 파생상품을 '금융 대량살상무기'라면서 경고했어도, 그린스펀은 파생상품이 대량살상무기로 변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이유로 어떠한 규제도 막았다는 것은 '경제이론의 허점'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승선/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고라펌] 폴 크루그먼에게서 배우는 MB정부에 속지 않는 법

 

 

 

아고라펌] 폴 크루그먼에게서 배우는 MB정부에 속지 않는 법
2008.10.15 14:35 | 임시반장 | 조회 2532 | 추천 29 | 반대0 |


우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 교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좁은 세계에서 정말 훌륭한 경제학자이자 양심적인 언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그가 썼던 ‘The Great Unraveling'라는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국내에 ‘대폭로’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요. 제가 갑자기 이 책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부시 저격수’라고 불리는 그의 부시 행정부 비판이 최근 국내 상황에도 적실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약 8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며 느낀 소감을 한 카페에 띄운 적이 있는데, 그 글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비정규직 비율 55%, 청년 실업 200만, 출산율 바닥, 자살율과 근로시간, 산재사고 OECD 최고라는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과 이를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져서는 안 되잖아요? 현 집권세력이 이 문제를 해결 못한 데 대한 민심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땅바기가 집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의 철학과 정책을 보면 오히려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더욱 악화될 것 같군요. 좀 심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히틀러를 택한 장면이 왜 자꾸 오버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제가 썼던 글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느 듯 해 소름이 끼칩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된 형태로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정부의 경제 및 교육정책 등 정책 실패와 아마추어적인 정부 운용 등에 대해 비판합니다. 저도 그런 면에서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실 아마추어도 이만저만한 아마추어가 아니며, 국민들에게 내뱉은 공언을 쉽게 뒤집는다는 점에서 사기꾼 기질도 강한 정부라고 봅니다. 정말 저질 불량정부이지요.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이 사람들의 정치 행태 및 국민이나 여론에 대한 대응, 그리고 방송 장악이나 간첩단 조작, 군대의 금서 목록 발표, 건국 60주년 표현, 부유층 위주의 감세정책 등 자신들의 어젠다를 철저히 추구하고 쟁취하는 과정에 더 우려를 느끼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실용정부’라는 현 정부의 구호에 속아 그냥 친기업적이고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중도 우파 정도의 정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정도에 그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과격한 ‘우파 혁명세력’입니다. 물론 지금같은 경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엉터리 저질 집단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들과 자신들의 지지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관철시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이후 자신들 세력을 결집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하듯 하는 이들의 태도를 보면서 점점 이들은 합리적 판단력을 가진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찾아 본 책이 "The Great Unraveling"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대폭로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를 ‘혁명 세력(A Revolutionary Power)’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처음에 경제 문제에 대해 글을 쓰다가 점점 정치 문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습니다. 바로 ‘급진적인 정치 운동이 부상하고 점증하는 지배력을 갖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급진 우익이 백악관과 의회를 사실상 지배하고, 사법부와 미디어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게 된 현실에 대해 그는 매우 깊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바로 이 책의 도입부에서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닉슨 행정부 시절 냉혈적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박사학위 논문 ‘되찾은 세계(A World Restored)’에서 1930년대의 전체주의 정권들에 대한 유화적 대응책의 실패를 비판합니다. 이때 그는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 치하의 정치 세력들을 ‘혁명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1930년대의 전체주의 세력에도 같은 규정을 합니다.


  폴 크루그먼은 헨리 키신저의 이 박사학위 논문을 읽다가 부시 행정부 또한 기존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혁명 세력’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들 혁명 세력들은 오랫동안 확립된 미국의 정치 및 사회적 제도들이 존재해서는 안 되며, 우리들 모두가 당연시하는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확충 등을 단순히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기본적인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무력 사용을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테러를 가한 적이 없는 이라크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이 대표적이며, 시리아, 이란, 북한 등도 ‘악의 축’으로 묶어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미국 헌법의 근본 원칙 가운데 하나였던 정교 분리를 내팽개치고 ‘성경적 세계관’을 확산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정통성은 민주적 절차에서 나온다는 사상을 받아들이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 나라를 이끌도록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들 혁명세력이 원하는 나라는 이렇습니다.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없으며, 국가의 뜻을 해외에 관철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며, 학교에서 진화를 가르치지 말고 종교를 가르쳐야 하고, 선거는 형식적 치장물에 불고한 나라’ 말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감세와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어, 이들 혁명세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지 설명합니다. 우선, 감세는 90년대부터 공화당의 핵심 의제였습니다. 이들 혁명 세력들은 단순히 감세를 원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국 조세체계의 분쇄를 목표로 했습니다. 이들은 제한된 승리에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세수 초과 환급을 명목으로 세금을 깎고, 세수 부족으로 전환됐을 때는 경기 부양책으로 세금을 깎고, 경기 부양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자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깎습니다. 이라크 선제 공격론도 90년대초부터 폴 울포위츠, 딕 체니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강화돼 왔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9.11테러라는 현 상황에 대한 대응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연계 혐의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그것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핵개발 프로그램(대량 살상 무기라는 표현으로 확장합니다만)을 이유로 갖다 붙입니다. 나중에 이것조차도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확산’을 명분으로 갖다 붙입니다. 감세나 이라크전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 보건정책, 교육정책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경우에 부시 행정부는 그다지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정책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온건주의자들을 안심하게 합니다. 그리고 매번 온건주의자들은 (2차 대전 직전 나치 히틀러에 대해 영국 수상 리처드 챔벌린이 구사했던) 유화주의 전략을 따릅니다. 폴 크루그먼은 헨리 키신저의 통찰이 옳았다며 그의 말을 인용합니다. “안정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혁명세력을 맞닥뜨렸을 때 당시 발생하는 것을 어지간해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혁명세력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한국 상황으로 돌아와 봅시다. 말로는 중저소득층용이라고 떠벌리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 시장친화적인 부유세의 하나인 종부세의 시행 2년만의 유명무실화, 반공 기독교이념에 사로잡힌 철저한 대북 대결 구도 전개(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주인처럼 떠받드는 미국에조차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서 왕따당하는 얼간이들이죠),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대통령과 소망교회 출신의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강부자/고소용 내각’,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깎고 원전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반환경정부, 공교육을 사교육화하고, 사교육시장을 극대화해서 어린 학생들을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에 내모는 교육정책, 미분양 물량 매입과 건설 물량 만들기를 통한 ‘건설업자 복지’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기존의 복지 예산은 삭감하는 거꾸로 정책, 종부세, 양도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  민주화 이후 진전돼온 천부인권적, 민주적 권리 및 제도 뒤집기 정책-군의문사위 해체, 국가인권위 압박, 집단 소송제 통한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 강화, 인터넷 명예훼손죄 도입 시도, 권위주의정권식 방송 통제 시도, ‘건국 60년’ 표현 통한 헌법에 규정된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과 뉴라이트 등 친일우파 집단의 등용, 친일우파적 시각에서 역사 교과서 수정 시도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게 불과 이들이 집권한지 8개월도 안 돼 벌어진 일입니다. 이를 보면 이들이 한심한 저질 아마추어집단인 한편 자신들의 아젠다는 얼마나 노골적으로, 그러면서도 철저히 추구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런 형편 없는 저질 정치세력을 정치적으로 심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이들이 집권하고 있는 ‘암흑기’입니다.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견디고, 대처해야 할까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대응법까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부업(part-time) 저널리스트’인 자신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보도 준칙(rules for reporting)’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그는 “이 같은 규칙은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어떤 진지한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같은 규칙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다섯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각각의 준칙에 해당하는 국내 사례를 제가 몇 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이 의견을 달아주시는 것도 좋겠군요.

 

준칙 1.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안이 그들이 겉으로 내세운 목표에 부합한다고 가정하지 말라.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어떤 주장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자가 백악관 보좌관이 공개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로 말한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하자, 그 보좌관의 답변은 이랬다. “왜 거짓말하느냐고? 그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언론에 거짓말하는 것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아.”


한국 사례: 철저한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에 대해 중저소득층의 경제활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 처음에 영어몰입교육 내세웠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몰입교육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중.


준칙 2. 이들의 진정한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공부 좀 하라.

부시행정부는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포장했지만, 단기적으로 감세안이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널리 인정하는 어떤 경제학 이론도 없다. 경제 성장은 사실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급진 보수파들은 자본에 대한 모든 과세를 없애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것이 이 정부의 감세안이 실제로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들이 대중들에게 그들의 계획을 선전하기 전에 이들 정책의 기획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정부에서 전직 목재 산업 로비스트 출신이 산림정책을 총괄할 때, 그 관리가 ‘건강한 산림’이라고 하는 말은 벌목 회사들이 더 많은 나무를 베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저널리스트들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그들은 (급진 보수파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내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편향적인 엉뚱한 음모이론가처럼 비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충분히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음모가 개입돼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다.


한국 사례: 이명박 정부는 여론 조작을 위해 노골적으로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를 언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 최근의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이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한 건국 60주년 표현 사용도 마찬가지. 


준칙 3. 일반적인 정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가정하지 마라.

워싱턴정가에서는 스캔들이 일어나면 언론이 떠들어대고 관리들은 사퇴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무성 차관으로 일했던 석탄산업 로비스트인 스테펀 그릴은 예전 고객을 위해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육군참모총장인 토마스 화이트는 엔론 경영진 시절 가공 이익을 만들어낸 사실이 밝혀졌지만 유임됐고, ‘이해충돌’ 사실이 드러난 국방정책자문위 의장인 리처드 펄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가? 기존 시스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 혁명세력들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사례: 언론장악대책회의를 열었던 최시중이나 이동관 유임, 땅투기와 표절 논란된 청와대 수석들과 장차관 대부분 그 자리에 있음. 자신들이 야당이었던 시절 같은 기준으로 사퇴 총공세를 펼쳤던 기준을 자신들에게는 적용 안 함. 하긴 법을 밥 먹듯이 어긴 범법자 대통령 밑에 있는 충복들이 조그만 스캔들에 움찔이나 하겠습니까?



준칙 4. 혁명세력은 비판에 대해 공격으로 반응한다.

혁명세력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다른 이들이 비판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의문을 제기하는 누구든 무자비한 역공을 받을 것을 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3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였던 존케리가 “이라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한 말을 두고 공화당측은 “전시에 군통수권자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그의 애국심을 문제삼았다.


국내 사례: 촛불집회 유모차 부대까지 처벌,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 주도자 처벌, PD수첩 보도 제작자 징계 요구 및 검찰 수사 의뢰. 자신들이 더욱 이념적이면서 최근 경제위기까지 좌파 이념세력의 공세로 치부, 간첩단 사건 조작.


준칙 5. 혁명세력의 목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끊임없이 이유를 바꿔가며 철저히 감세정책을 밀고 나갔던 부시 행정부에 대해 생각해보라. 온건주의자들의 유화적 대처가 그들의 목적을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전쟁은 ‘부시 독트린’의 출발선일 뿐이었다. 결코 제한된 양보로 그들을 달랠 수 없다.


국내 사례: 방송장악 과정에서 YTN 낙하산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KBS로, 이제 신문방송 겸영 통한 조중동 특혜 주기와 MBC민영화 시도까지 나아가고 있는 행태.


물론 미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미국에 비해 한국의 여건은 훨씬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거의 대다수가 민주당이나 무당파 성향으로 서민 복지 강화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반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대부분 우익 성향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제대로 된 신문들이고 찌라시 언론들인 폭스뉴스 등은 주류라기 힘든 반면 한국에서는 찌라시 신문들이 가장 영향력 있으며, 이런 찌라시 관점을 방송에까지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에서 미국에는 민주당이라는 매우 강력한 야당이 있었으나, 지금 한국에는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한국 정부는 훨씬 더 엉터리 정부여서 대중들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 더구나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고요. 또한 조중동 등 주류 신문들의 거짓말이 들통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20, 30대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인터넷상의 집단지성을 통해 진실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소위 친노도 아니고, 지금의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치세력들에서 희망을 보지도 않습니다. 지금의 시대착오적 이념에 빠져 있는 엉터리 급진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할 뿐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폴 크루그먼이 책에서 인용한 구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CBS의 60분 진행자인 앤디 루니의 말인데요. “단 하나의 진정으로 좋은 뉴스는 미국역사에서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는 것”이라고요. 저는 이 말에 조금 살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단 하나 진정으로 좋은 뉴스는 한국 역사에서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는 것, 그리고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할 역량이 있는 정치세력이 성장해 집권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토대를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글을 올린지 하루만에 덧붙입니다. 우선, 많은 분들의 격려와 호평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도 있지만, 이번 글처럼 열렬한 댓글 반응을 받아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암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에도 썼지만 정말 함께 이런 시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어떤 분께서 '김광수경제연구소와 관계도 없으면서 왜 태그도 달고, 연구소를 이용하느냐'고 하셨는데요. 저 연구소와 관계 없지 않습니다. 저는 연구소에서 부소장직을 맡고 있는 선대인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글은 제 개인 자격으로 쓴 글인데다 정치적 논평 성격이 짙어서 혹여라도 연구소의 공식 입장으로 읽힐까봐 우려돼 주의사항을 달아놓은 것입니다. 오해마시길 바랍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연구소는 시간이 갈수록 각계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연구소는 관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산하 연구소나 재벌들 눈치보는 재벌계 연구소와 다릅니다. 일반 서민과 국민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일구는데 기여하고 사회의 정책 품질을 높이려 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저희 연구소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치우침이 없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높은 미디어를 구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저희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저희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실수록 저희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시간도 빨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우선은 저희 포럼에 오셔서 좋은 정보들 공유하시고 한국 사회의 올바른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 글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제가 최근 출간한 책<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가 가장 심한 영역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이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올바로 이해하고, 엉터리 정부 정책과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꿰뚫어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같은 글을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정치개혁'방에도 띄웠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포럼을 방문해 주십시오. 이 글은 김광수소장님이 쓰신 글이 아니며, 연구소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님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펌 주소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2083162&RIGHT_DEBATE=R6&t__nil_agora=uptxt&nil_id=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盧 “보수의 7대 거짓말은 조중동의 논리이자 강자의 논리”

 

 

盧 “보수의 7대 거짓말은 조중동의 논리이자 강자의 논리”
 
한국정치학회와 인터뷰 “자유의 지향점은 평등, 그것이 진보”
 
입력 :2008-10-16 23:14:00  
 
 
   
 
  ▲ 인터뷰중인 노 전 대통령.ⓒ한국정치학회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금을 감면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성장만 하면 일자리가 생긴다, 성장을 하면 모두가 잘 산다, 정부가 작아져야 국민들이 잘 산다, 규제를 풀어야 국민이 잘 산다, 민영화하면 공공요금이 내려간다, 시험 잘 치는 사람이 똑똑하다는 등 7가지는 보수주의의 7대 거짓말"이라면서 "그것은 조중동의 논리이자 강자의 논리로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정치학회가 지난 14일 공개한 소식지 32권 3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그렇다고 그 비판을 현정권에 하고싶지는 않다"고 밝힌 뒤 "다만 현 정권 또한 제도를 바꾸지 않고 규범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려는 마인드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민주주의 측면에서 위험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정희 한국정치학회 회장 등이 방문해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진보진영은 숫자로나 사회적 세력을 형성하는 토대의 측면에서, 즉 자본권력 정치권력 미디어 조직의 측면에서 너무 취약한 것이 사실이고 사회적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진보와 보수의 세력적 토대가 너무 불균형하기 때문에 사회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 시급히 요청이 되고 현정권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고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런 목적을 추구해가야만 비로소 정치를 하는 목적에 이른다"고 강조햇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경제나 정치 모두 짧게 볼수록 망한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현실을 평가했으면 좋겠다. 정치에 있어서도 물론 역대 대통령들이 많은 공로들이 있지만 과오가 뒷사람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운 짐을 남겨주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과오를 치유하기 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복하지 못할 오류를 범하지 않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우회적으로 충고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강조해왔던 지역주의 극복과 관련한 열린우리당의 실패과정, 자유와 평등과 진보의 개념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관심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 "(재임 당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지역주의는 언론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판단을 왜곡시키는 메커니즘의 하나로, 지역주의 구도를 갖고 계속 정치하겠다는 것은 정권을 잡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햇다.

그러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통합으로 민주당은 호남당이 됐다"며 "호남이 단결하면 이기느냐. (국민은) 투표 순간에 정책보다 지역 감정을 먼저 선택한다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의미 있는 정당이었으며 정치 지도자들의 상식 밖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주제별 노 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 요지.

▲ 지역주의와 열린우리당의 창당시도와 실패 = 미국에 인종주의가 작용하듯이 한국에 있는 것은 지역주의를 꼽을 수 있다. 지역주의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탈지역주의를 목표로 한 정당이 붕괴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국정운영에서는 할만큼 했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는 좌절했다" 는 식으로 정치적 좌절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정치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 정파가 승리해서 권력을 잡는다는 정치적 목적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우리 정파가 이기되 어떤 방법으로 이기느냐에 따라, 즉 어떤 게임판에서 어떤 법칙 위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기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이기는 것이 퇴보가 될 수도 있고 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나는 정치에서 이기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목표인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이기는 방법이 민주주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어야 이기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당시 민주당으로서는 이기지도 못하고 구조적으로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구도에 안주하는 정치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가 뭐냐. 지역주의 정치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통합을 통해서 남은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역사적 질곡을 결국 벗어나지 못한 데다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그런 것처럼 민주당도 호남에서 경쟁없이 계속 선거에서 이기게 되니까 이미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정당의 체질로 변해버렸다.

처음에는 호남당을 강요당했는데, 그 강요된 구조 속에서 정치인들이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 호남을 독식하는 기득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 호남이 단결하면 이기느냐.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이인제 두 후보가 얻은 표가 김대중 후보보다 500만표가 더 많았다. 신한국당이 국가를 부도내고도 그 당 출신의 후보들이 500만표를 더 받은 그 이유가 뭐냐. 투표할 때 그 중요한 순간에 정책보다 지역감정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다. 영남과 비교해서 호남은 인구수에 있어서 상대가 안되고 소선거구제에서 소수에다 표의 효율성마저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호남의 민심과 호남 정치인들의 정책이 보다 진보적인 것은 사실이나, 지역주의 구도를 가지고 계속 정치하겠다는 것은 전국정당이 된다는 것, 정권을 잡는다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와 같은 정당을 가지고 민주주의로, 진보로 갈 수 있느냐, 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새로 정당을 만들면 될만한 여건이었느냐. 확실하게 안되는 것보다는 될 수도 있는 정당을 선택한 것이니까 현실적으론 당연한 선택이었다. 어떻든 우리 시대의 이상에 준거해서 정치적 목표를 내걸었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열린우리당은 의미있는 정당이었고 결과적으로 깨지기는 했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상식 밖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다.

▲ 민주주의 발전과 진보주의와의 관계, 진보 내에서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국가적 과제란 민주주의를 좀더 다져나가는 것, 민주주의를 좀더 발전시킨다는 것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가치 하나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의 수준도 좀더 높여야하고 다음으로는 한국의 진보주의가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진보주의는 민주주의의 보다 심화된 목표를 포함한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인데, 물론 평등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많다. 다만 진보라는 것이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의 핵심은 연대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전략적인 것이고 진보가 추구하는 목표가 뭐냐고 했을 때 그것은 평등한 사회라고 본다.진보주의란 것은 별게 아니라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가치다.

가끔 한국사회에서는 평등주의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평등이란 가치를 좀더 풀어 설명하고 싶다. 자유를 강조하면 평등이 희생되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희생된다는 주장을 볼 수가 있는데 나는 그 해석에 반대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자유라는 것은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개념이고 사람과의 관계가 수직적인 지배관계가 될 때 자유라는 개념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지배관계가 존재함으로써 그에 대한 저항적 개념으로 자유가 등장하는 것이고, 지배구조라는 것은 이미 불평등한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의 전제조건은 평등이다. 평등은 자유의 뿌리이기 때문에 진보는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 자유와 평등을 갈등적인 개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시장에서 강자이고, 평등을 강조했을 때 제한받는 자유는 지배자의 자유, 기득권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즉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지향점은 평등이어야 하고, 그 가치야말로 진보라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경제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당장의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진보라는 관점에서 가치의 실현, 실천을 추구해 나가면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된 목표가 될 수 있다.

▲ 교육문제 = 외고제도와 관련한 개혁을 임기초기에 밀어부쳤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국가시험에 의한 점수로 선발하는 제도를 해체해보려 했는데,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시점이 늦었고, 아울러 특목고가 글자 그대로 특목고로 되돌아가게 즉, 특목고가 입시학원으로 전환되는 것을 강력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 제일 후회되는 부분이다.

이후에 그 교육정책을 가지고 논쟁할 때 이미 국민들에게 저의 설득력이 떨어졌고, 게다가 조중동이 대학자율이라는 입시제도를 부각시켜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 그것에 대처해서 대응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

▲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 선거구제도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정치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었으면 한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대표성과 국민의 의사를 크게 왜곡하는 제도이고, 종국에는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특히 지역주의와 결합되어 더욱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행정구역 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이해관계에 맞물린 내용이라 과연 가능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선거구제도가 바뀌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좀더 가까워지고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이 정책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재임 중에도 많이 했다.

선거구 제도를 바꾸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이 정책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장애물 하나를 없애는 것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를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게끔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정치권력, 언론, 국민들의 삼각구도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 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민주주의 2.0 개설 =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긍정적인 역할이 컸지만 현재는 언론권력이 민주주의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되는 상황이다.

시장권력과 언론권력이 결탁하거나 일체화됐기 때문에 언론권력이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했다. 강한 자, 기득권자를 중심으로 이들이 규칙을 만들고 경쟁을 주장하는 현재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언론이 옹호하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노력으로 언론권력의 횡포를 극복하고 자율적이고 다양한 매체를 만들어 나간다면 시민주권의 시대가 좀 더 빨리 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민주주의 2.0이란 사이트의 내용을 구상하게 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승주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강만수 'My Way'의 철학적 배경?

강만수 'My Way'의 철학적 배경?
  [기자수첩] 여당 의원도 설득 못한 '경제학 강의'
 
  2008-10-07 오후 3:33:25
 
   
 
 
  6일 저녁 무렵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강만수 장관에게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강 장관은 이에 "수학적으로 상대적 수치로 보느냐, 절대적 수치로 보느냐의 차이로, 항상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절대적 수치는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우나 현재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태로, '깎아 주는 폭'인 상대적 수치만 갖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이어 기존의 '공산주의 헌법'론을 되풀이했다. 강 장관은 "목적에 있어서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국민들을 잘 살리자는 것이다"라며 "대학 다닐 때 '헌법 중 철학적으로 가장 잘 돼 있는 것이 소비에트연방의 헌법 전문'이라고 배웠고,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헌법도 인민을 위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 다른데, 그래서 좌파나 우파가 나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좌파는 인간의 본성과 상치되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강 장관이 '소신'처럼 수차례 예를 들며 언급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본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자 신념 정도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다음 이어진 답변도 같은 맥락이다. 강 장관은 "부자를 위해 감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세금을 감세해주자는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에 대해 마련한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감세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고, 종부세 등을 '불합리한 세금'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란이 많지만, '견해 차'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하루 이틀 들어온 답변도 아니다. 이 정도면 보기에 따라 확고한 신념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도 하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수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전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공세만 하다 끝나는 것이지 합일점을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말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듣기에 '감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백날 얘기해봐야 논쟁만 할 뿐 결국 합의될 수 없으니 그냥 내 뜻대로 가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귀 닫고 내 갈 길만 가겠다'는 뜻으로까지 보였다.
  
  강 장관이 만약 학문적 소신이 우선인 학자이거나 오너 기업인이라면 이런 자세를 가져도 뭐라 할 일이 못되겠지만, 국가 경제정책을 이끌고 가는 수장이자 국민의 공복(公僕)의 자세는 아니다.
  
  "(답변을) 많이 해도 된다"며 강 장관의 말을 듣던 차명진 의원도 답답한 듯 "외람되게 한 마디 하겠다"며 "말이 너무 어렵다. 쉬운 말로 해달라. 경제장관은 철학이 다른 사람도 이해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 장관의 '철학 강의'가 여당 의원의 귓전에도 닿지 못하고 산산히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김하영/기자

야당의원 "국민 80% 종부세 완화 반대"
강만수 "1%가 내는 걸 왜 80%에 묻나"
[국감- 기획재정위원회] 금융위기 책임론 공방... 당당하게 임한 강만수 장관
 
    최경준 (235jun) 
 
 
 
 

"도대체 누가 장관이고, 누가 국회의원이야?"

 

7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전 국정감사를 끝내고 회의장을 나온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국감 이틀째인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는 전날에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질타가 계속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에 때문이라며 강만수 장관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미국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아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앞세워 무리한 성장전략을 추진한 것이 우리경제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날 국감에서 "죄송하다.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했던 강 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오히려 의원들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박했다. 강 장관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야당 의원들과 곳곳에서 설전을 주고받자, 야당 의원들은 "큰일났다"며 설레설레 고개를 젓기도 했다.

 

강 장관은 국민 80%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도 “1%가 내는 것을 왜 80%에게 묻느냐”며 “여론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해 빈축을 샀다.

 

[제1라운드: 강 vs 강] "장관이 느슨해서" vs "느슨한 것 없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 유성호  강만수
 
 

특히 강만수 장관은 이날 오전 경제대책 관련 회의에 참석하느라 국정감사장에 20여 분 늦게 도착해 야당 의원들의 화를 돋궜다.

 

서병수 위원장이 국정감사를 그냥 시작하려고 하자,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강 장관이 어제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계속 낙관적인 전망을 했고, 의원들이 하는 얘기는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데 지금 몇시냐? 이것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시작하려고 하는데, 국감에 대해 관심이나 갖고 있는지, 장관 사과부터 들어야 겠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전·현직 장관의 열띤 설전으로 시작됐다. 전직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강만수 장관을 상대로 첫 질의자로 나선 것.

 

강봉균 의원은 "어제 환율과 코스피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리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며 "강 장관은 어제 '외환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고 했는데, 이게 지금 먹혀 들어가고 있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국제적인 상황이 워낙 어렵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움직이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이 될 때도 국내시장이 (반대로) 많은 흔들림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부는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고 외채구조도 문제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외환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정부가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봉균 의원이 "한 마디로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의 위기가 아닌가 걱정"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심리적인 공황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강만수 장관은 "아직까지는 최종적으로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강봉균 의원이 다시 "시장기능에 의해 작동하려면 달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금융기관을 믿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강만수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도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제가 '신뢰의 문제'라고 말한 핵심은 총책임을 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느슨하고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문제"라며 "강 장관과 저의 견해 차이가 심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현재의 상황을 진지하고 엄중하게 본다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외환위기 때처럼 외채의 롤오버(roll-over, 만기상환 연장)가 안 되고 만기 지급이 안 되면 '백업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강만수 장관은 "정부는 느슨하지 않고 백업시스템을 만들 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 문제를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며 "느슨하다고 하는데, 몇 주 전부터 일일점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그것을 느슨하다고 하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의 7% 공약에 너무 얽매여 잠재성장률이란 해괴한 전망을 내놓은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강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경제 학자들 수십 명과 얘기한 것인데, 그것을 자꾸 웃기는 얘기라고 하면서 정부가 신뢰성을 잃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변했다.

 

강 장관은 "이런 불안 상황에서 세입을 줄이는 등 경제 정책이 뒤죽박죽"이라는 강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어느 부분이 뒤죽박죽이냐"며 발끈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2 라운드: 시장 vs 정부] "현정부 신뢰 상실" vs "참여정부와 관계"

 

 
  
▲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 유성호  강만수
 
 


"지금 상황이 위기인가? 아닌가?"

 

민주당 정책통인 박병석 의원은 강만수 장관을 상대로 대뜸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잘못 관리하면 경제 위기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금융시장은 작동하고 있고, 실물경제까지는 전개되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병석 의원은 "어제 국감에서의 답변과 다르다"고 쏘아붙였다. 전날 국감에서 강 장관은 "유가가 오르고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여러 가지가 겹쳐서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어제 답변과 다르지 않다"고 버텼다. 강 장관은 또 "최근 금융상황이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라는 박병석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 정부의 신뢰성에 대해 걱정한다면 훼손되지 않도록 말씀해 주기 바란다"고 항의했다.

 

이에 박 의원은 "정부가 아무리 신뢰를 잃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장은 신뢰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고치는 노력을 해야지, 시장은 신뢰가 없다고 하는데, 정부는 신뢰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또 "결정은 시장이 하는 것"이라며 "그런 입장 고치지 않으면 시장과 정부의 마찰은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해외자금이 30조원 넘게 빠져나갔다"며 "신뢰가 관계가 있다면 그건 이전 참여정부와 관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오후 질의에서는 종부세 완화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야당 의원들과 강 장관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수시로 설전을 벌였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이 강 장관에게 종부세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강 장관은 종부세를 얼마나 내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개인적인 과세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특히 김 의원이 "강 장관이 하도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해서 얼마나 종부세에 한이 맺혀서 그러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하자, 강 장관은 "그럼, 김 의원은 종부세에 대해서 얼마나 한이 맺혔길래 자꾸 그 문제만 얘기하는 거냐"고 항변했다.

 

김 의원이 종부세 관련 질의를 하면서 흥분한 탓에 목소리가 높아지자, 강 장관은 "김 의원님, 꼭 그렇게 소리를 질러야 감사가 잘 되는 겁니까?"라고 질책을 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오제세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강 장관, 뭐 하자는 것이냐"며 "국정감사에 진지하게 임하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이 어제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심적으로 고통이 많은 것은 이해한다. 짜증도 날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국정감사장이다. 의원들의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질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을 해라. 진지하게 임해라. 뭐하자는 것이냐?"

 

그러나 강 장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저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도 "제가 책에서 배운 바로는 인류사에서 종부세 같은 세금은 없었다", "법으로서 인간의 본성을 제어할 수 없다"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종부세 폐지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출처 : 야당의원 "국민 80% 종부세 완화 반대"
강만수 "1%가 내는 걸 왜 80%에 묻나" - 오마이 뉴스)

(출처 : 야당의원 "국민 80% 종부세 완화 반대"
강만수 "1%가 내는 걸 왜 80%에 묻나" - 오마이 뉴스)

(출처 : 야당의원 "국민 80% 종부세 완화 반대"
강만수 "1%가 내는 걸 왜 80%에 묻나" - 오마이 뉴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