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개혁법 주요내용과 전망
 
 
미 백악관과 상원이 17일 이민개혁법안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미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불법이민자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동안 이민개혁문제를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던 백악관과, 의회를 주도하는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절충점을 찾아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은 나름대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앞으로 상원 전체 의결은 물론 하원에서도 유사 법안이 마련돼 통과돼야 하는 등의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또 합의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법률로서 최종확정되기까지 가아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지적이다.

◇주요내용 = 이번에 합의된 이민개혁법안은 불법이민자를 양성화화되 국경경비와 밀입국자 단속을 대폭강화하는 내용으로 불법체류자 구제방안과 가족이민 제한, 취업이민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구제방안 = 이번 법안은 불법체류자 구제에 앞서 국경지대 경비강화와 불법고용차단조치를 먼저 시행한 뒤 18개월 후에 불법체류자 구제조치 및 초청노동자 프로그램 실시를 기본전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 첨단 감시장치가 집중 설치되고 순찰을 강화해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백악관과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올해 1월1일 이전에 미국에 입국한 불법이민자들에게 'Z비자'를 발급, 임시체류권한을 부여한 뒤, 이들이 5천달러의 벌금을 내고 일정기간내에 일단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돌아오면 초청노동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체류를 합법화하기로 했다. 또 농업 인력확보를 위해 농업노동자 프로그램도 운용된다.

이에 따라 현재 1천2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 가운데 대부분이 구제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기 까지는 8년, 시민권을 획득하는 데는 최대 13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족이민 제한 = 이번 합의는 가족초청이민제도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족초청이민제도에 점수제가 도입돼 시민권자의 성년 자녀 및 형제자매 초청 프로그램은 유지하되 학력, 경력, 영어 등 전문능력을 추가해야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민권자의 부모 초청도 그동안 무제한 영주권을 발급해줬지만 앞으로는 연간 4만개의 쿼터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보다 절반이하로 축소되는 것이다.

◆취업이민 확대 = 이번 합의안은 가족이민을 제한하되 취업이민을 대폭 확대, 취업이민의 연간쿼터를 현행 14만개에서 70만개로 대폭 확대.제공함으로써 불법이민자를 막고 취업이민을 양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취업이민 운용방식도 현재 고용주가 요청하는 방식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전문능력을 점수로 평가해 적용하는 전문능력점수제 방식으로 전면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은 교육 및 직업의 전문성, 숙력도, 영어 등에 따라 점수를 평가받고 미국 영주권 취득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 마디로 교육수준이 높고 자기분야에서 전문성이 뛰어나며 영어성적이 좋아야 빨리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Y비자' 신설 = 합의안은 일시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노동력을 제공하는 임시노동자 프로그램을 '2+1방식'으로 운영, 2년간 미국에서 취업한 뒤 1년은 본국에서 거주토록 하는 방식으로 3회까지 반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에게는 'Y비자'가 발급될 예정이다.

또 초청노동자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입국한 노동자 가운데 소득이 최저생계수준의 150% 이상이 되고 건강보험을 갖고 있으면 가족동반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취업기간을 단축토록 했다. 임시 노동자들도 능력별 점수제 적용을 받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놨다.

이밖에 이번 합의안에선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토록 해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했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고교졸업 때 임시영주권을, 대학 2년 수료 또는 미군 2년 복무시 정식 영주권을 부여키로 했다.

◇ 전망 = 민주.공화 소속 일부 의원과 백악관의 이번 이민개혁법안 합의는 미 정치권에서 불법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넘어야할 산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불법이민자들이 합법적인 체류권한을 얻기 위해선 벌금 5천달러를 납부하고 본국에 돌아가도록 했으며 8년 경과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이민자 상당수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벌금 5천달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8년 후 영주권이 부여된다는 뚜렷한 보장도 없어 과연 불법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수용하겠느냐는 것.

또 올해 1월 1일 이전에 입국한 불법이민자들에 대해서만 임시 합법체류 권한을 부여토록 함에 따라 그 이후 입국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취업이민과 관련 전문능력점수제가 도입되면 연간궈터를 70만개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저학력.비전문 노동자들은 합법적 취업이민보다 여전히 '밀입국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국경경비 및 밀입국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얼마만큼 효과가 있겠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당장 불법이민자들의 합법화를 위해 초청노동자 프로그램 등에 이들을 대부분 할당할 경우 새로 미국에 입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호가 좁아져 밀입국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상당수 의원들이 새 합의안에 대해 기존 민주당 입장에서 상당부분 후퇴했다며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어 상원 전체의결과정에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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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1 14:08 2007/05/21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