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마웅저씨가 중산고등학교에 오셔서 강연을 하게 되어 처음으로 오랜시간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최근 버마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그 역시 매우 바빴을텐데도 지방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 오셔서 아주 성실하게 강연을 하였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의 내면이 깊은 고민과 성찰로 가득함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그는 2003년에 이미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고민하면서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을 탈퇴하였다. NLD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조직 뿐 아니라 풀뿌리 시민조직이 있어야한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깊은 고민에서 도출된 그의 혜안에 나는 무척 놀랐고 부러웠다.

 

저녁에는 광화문 교보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였다.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전날 100여명이 모인 것도 많이 모였다고 했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만큼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다른 나라의 투쟁에도 연대'해야 하는 것을 강조했지만, 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버마상황을 다른 나라의 일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버마민중의 승리는 바로 우리의 승리이고, 버마민중의 패배는 바로 우리의 패배이다. 민중들의 민주화요구가 총칼로 억눌려질 수 있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우리 운동의 전진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집회 발언자들의 발언을 유심히 들으면서,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버마상황에 대한 평론가적인 지적 보다는 버마민중을 지지하는 우리의 마음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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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22:45 2007/09/30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