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2년, 이주노동자 삶의 질 나아졌나?
인권연대 실태조사, 인권침해·열악한 근무 환경 여전
텍스트만보기   박지훈(punkyhide) 기자   
▲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용허가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 박지훈
산업연수제의 폐단을 막고 이주 노동자 인권 보장을 위해 실시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과도한 송출비용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타개키 위해서는 공공 기관의 일원화와 사업주의 인권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이하 인권연대)가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고용허가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 이주노동자의 공식 송출비용은 평균 733달러였다.

그러나 실제 송출 비용은 1759달러에 달해 배가 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산업연수제의 큰 폐해인 송출비용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주노동자 과반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하루 11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근무를 하고 있어 이들의 힘든 삶의 단면을 보여줬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며 응답자 294명의 평균 월급은 83만원 가량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125명인 42.5%가 71∼8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43명(14.6%)이 70만원 이하, 57(19.4%)명이 91∼1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은 297명의 응답자 중 82.8%인 246명이 8시간 이하라고 답했으나, 194명은 2∼3시간, 29명은 4∼5시간, 8명은 5시간을 초과 근무해 실제 근무시간은 11시간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46분으로 1시간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 달 평균 휴일은 3.86일로 4일이 채 되지 않았다. 또 270명의 응답자 중 127명이 원치 않는 휴일근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인권침해 사례도 여전했다. 응답자 164명 중 반수가 넘는 91명이 한국동료와의 차별대우를 경험했으며, 신분증 압류도 88명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관리자의 폭력(51명), 강제근로(47명), 통장압류(26명), 외출제한 금지(19명) 등 직장 내에서 인권침해 사례는 끊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인권연대 측은 "이 같은 악순환의 반복을 끊기 위해선 고용허가제 대행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전담해야 하며 일원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지 모니터링, 이주노동자와 사업주의 교육도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모경순 인권연대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인권과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주에게 인권 교육을 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 대표는 "일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 적용시키려면 굳이 그들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며 "현재 사업주를 대상으로 1시간에 불과한 교육으론 이런 인식을 깨트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연대의 이번 설문조사는 5월 17일∼8월 5일까지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 6개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병행 실시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9/13 10:35 2006/09/13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