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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시아의친구들 가을소풍 - 국립중앙박물관견학 2008/10/20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이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친에서는 재작년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고 그 때 참가자들이 만들었던 갓등(전원을 연결하면 불이들어오는)이 아직도 사무실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때 같이 가지 못했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저 역시 좋아하는지라 한국어교실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이번 가을소풍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주민친구들도 좋아할지는 잘 확신이 들지는 않아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역시 박물관견학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일까요. 출발시간까지 모인 참여자수가 평소 공부하러 오는 숫자보다 조금 적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에 갔었던 친구들은 다들 오지 않았네요. 게다가 뉴스에서 불경기라고 떠드는데도 요즘 일요일 특근하는 친구들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오늘 봉일천에서 크리켓 시합이 있다네요. 결국 13명의 학생들과 8명의 교사들이 '최종 엔트리'로 확정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요즘 한국어교실의 다수를 차지하는 베트남친구들이 역시 다수(10명)였고, 스리랑카와 태국친구가 함께 갔습니다.

20명 남짓한 규모도 단체는 단체인지라 이동하는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차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표를 끊고 어렵사리 기차에 탔는데 베트남 친구 한 명이 기차를 못타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아차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 그냥 집에 갈께요"라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박물관에 도착하자 마자 야외공원에 앉아 점심부터 먹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원래 각자 도시락을 싸오기로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 그냥 왔습니다. 토요일도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침 일찍 나오면서 도시락까지 싸오는게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유현순 선생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잡곡밥을 두 번이나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참치잡곡김밥을 넉넉히 싸오셔서 모두들 푸짐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조금씩 먹을 것들을 가져오셔서 이것저것 나눠먹으니 오히려 음식이 남을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교육프로그램을 먼저 듣기 위해 박물관 지하에 있는 교육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화폐를 이용한 문화이해교육과 도자기채색체험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강의가 길지 않고 체험 중심이다보니 친구들도 많이 흥미있어했습니다. 특히 도자기체험은 모두들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처음하는 것임에도 꽤 훌륭한 그림솜씨를 보여주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장에서의 반복되는 노동이 아닌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과 생기가 넘쳤습니다.함께 참여한 자원활동선생님들 역시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을 마치고 전시실 관람을 하였습니다.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꼼꼼히 전시물들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아시아전시관으로 가서 베트남과 중앙아시아 등의 유물을 보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유물들이 보이자 베트남친구들이 아주 반가워했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천천히 보면서 이야기도 나눠보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같이 온 태국과 스리랑카의 유물들은 보이지 않아 그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아시아관을 보고 나서는 전시된 유물 중에서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10가지의 유물만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전체유물을 다 보려면 하루가 아니라 며칠은 걸릴 것 같았으니까요. 주되게 국보급 중요문화재들로 선정된 유물들이었는데 티브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것들이어서 감흥이 새로왔습니다. 특히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조명이 잘 갖춰진 특별전시실에서 따로 전시를 하였는데 문외한인 저 조차 순간 숨이 멎는듯한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관람을 마치고 그 여운을 즐길새도 없이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서울역을 향해 달려야했습니다. 나들이를 나간다고 한껏 멋부리고 하이힐까지 신은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일 아침이면 발목이 퉁퉁 부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만원인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 친구들에게 오늘 어떤 추억이 남겨졌을까 잠시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하루종일 서서 걷다가 뛰다가 한 다리아픈 기억만 남은 건 아닐까? 그 대답은 아마도 내년에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을 가자고 이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알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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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0 05:06 2008/10/20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