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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도시? 업자 배만 불려주는 꼴"

"또 신도시? 업자들 배만 불려주는 꼴"
경실련, 판교 개발 중단· 공영개발 촉구 시민행동 나서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가 13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 정권 창출에 동참한 제가 죄지 누구 탓하겠소. 내 자신이 이리 한심스럽게 느껴지다니. 이번 정권이 그래도 세상 바꿔줄줄 알았는데. 가진자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못 가진자도 좀더 사람답게 살게 해줄거라 기대했건만. <중략>

이젠 어떠한 정책이 나와도 그 신뢰성은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소. 집값을 안정시켜서 서민안정을 시킨다. 참 좋은 얘기요. 계속 올라가는 부동산가격.. 내리기는 커녕 지키기도 힘들고 이젠 더이상 바라지도 않소. 당신들이 판교 땅사서 땅 팔아먹고 건설업체에 맡기는 그 순간. 당신들의 속셈은 이미 다 드러났소." ID : 믿은 게 죄지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과 건설교통부 참여마당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는 성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강남·분당·용인 등 집값 폭등 지역에 대해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고 세무 조사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 값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지 미지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나. 판교 로또로 인한 집 값 상승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 예상대로 주변 땅 값이 지금 계속 오르고 있다. 판교 개발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영개발해야 한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13일 오전1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판교 개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병옥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240만 가구가 건설됐는데 또 다시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면서, "240만 가구 건설 결과 집 값은 2배가 뛰었고, 부동산 업자들 배만 불려줬다"고 꼬집었다.

박 사무총장은 "오를 때로 오른 집 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가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며 "집 값이 더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 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박완기 시민감시국장은 "건교부가 판교로 인한 집 값 폭등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또 다른 신도시 개발로 집 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며 " 건교부는 14일부터 진행하는 판교 신도시 택지 입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정부, 청와대, 국회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엇박자로 가고 있다"면서, "집 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판교 신도시 택지 공급을 중단시키고 공영개발 추진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집 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 집 값 안정과 투기근절을 위한 시민행동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경실련은 14일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펼치고, 15일에는 집 값 안정과 판교 공영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2005-06-13 15:4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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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공공주택 20% 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quot;

"공공주택 20%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판교발 부동산 '쓰나미'가 참여정부를 흔들고 있다. 강남을 대체하고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판교 신도시가 첫 삽도 뜨기 전에 주변 부동산 값을 34조나 올려놓았다.

당황한 정부는 13일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개최에 이어 17일 노무현 대통령 직접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최근 판교 주변 집 값 폭등 현황을 발표한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판교 공영개발만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판교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오전11시 30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50) 본부장은 12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통과 교육여건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한 판교가 인기를 얻는 것은 예정된 일이며, 그 결과 강남 라인 분당-용인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2.17대책으로는 강남 규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사람들이 중대형 평형을 집중적으로 사면서 집 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대형 공급 확대와 제2 신도시 개발에 대해 "2000년 이후 매년 50만호씩 지어,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공급됐지만 전국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면서, "다른 신도시가 생기면 판교 같은 일이 또 벌어지게 되며, 참여정부 잔여 2년 임기 동안 새로운 신도시 건설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도시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헌동 본부장은 "당장 판교 개발을 중단하고 그 곳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면 집 값을 잡을 수 있다"면서, "집 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복지부 산하의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통해 민간 후분양제 실시, 공공보유주택비율 20%확대를 약속하면 국민 85%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판교 주변 집 값이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건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분당이 들어서고 강남과 분당라인 교통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지하철 신분당선, 분당내곡 도시화 고속도로, 분당수서 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까지. 거기다 교육여건과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한마디로 살기가 좋다. 판교는 강남 대체 도시 아니냐.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강남 라인 분당- 판교- 용인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 쪽에 관심 갖는 사람들 역시 강남 아줌마들이다. 교통이 좋지 않은 강북은 절대 집 값이 오르지 않는다. 거기다 중대형 평형을 사면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비싸지만 값이 많이 오르는 삼성전자 주식이 인기 있는 이치와 같다."

- 그렇다면 강남이 오르는 이유는.
"강남 역시 넓은 차선 도로가 곳곳에 뻗어 있다. 도시계획이 훌륭하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정부가 2.17대책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판교에 혐오시설을 넣고, 강남에 개발이익환수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으로는 강남을 규제하기 어렵다.

강남에서는 이 대책이 나온 거 보고 더 이상 대책이 나올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거다. 그리고 분당이 뛰면 강남이 뛴다.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건설업자들과 건교부다. 강남의 아파트들이 아주 좋을 것 같지만 20년 넘은 아파트들이 많다. 정확히 말해 강남은 지금 집 값이 아니라 땅 값이 뛰고 있다. 그걸 모르는 게 청와대다."

- 중대형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2000년도 이후 매년 50만호씩 공급했다.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분양됐다. 그 결과 분양가는 2배로 뛰었다. 전국에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 공급을 늘리면 뭐 하나. 애초 판교도 강남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것이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국세청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고, 세무조사 등 일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세청이 완장 차고 나서는 게 아니라 5년간 아파트 분양을 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건설사들 세무조사 하는 일이다. 시티파크를 비롯해 재건축 비리 현장에 건교부와 국세청이 완장차고 나가서 한 일은 오히려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다 도망가게 도와준 일 밖에 없다."

- 판교와 비슷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판교에 2만구 분양과 함께 임대주택 6000가구 건설 계획을 세웠다. 2만구 분양을 한다고 주변 아파트 값이 34조원(판교 주변 5개 지역 11조, 강남 23조)이 올랐다. 첫 삽도 뜨기 전에 말이다. 판교 같은 신도시가 또 생기면 어떻게 되겠냐. 투기꾼들은 주변 중대형만 찾아서 거기만 공략할 것이다. 왜냐, 투기로 돈 번 사람들은 다시 거기에 투자를 하게 돼 있다. 거기다 지금 신도시를 계획하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참여정부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과연 신도시 건설이 가능할까?"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경실련은 판교 공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판교 280만평 가운데 30만평은 상업용,업무용 토지다. 매각할 땅이다. 그리고 30만~40만평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200만평은 녹지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도시에 임대 주택을 만들라는 것이다. 중대형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정부가 약속하지 않았나. 2003년말까지 전체주택 1236만호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30만호로 2.4%에 불과하다.

공공보유 비율을 20~30%만 늘려도 집 값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택지조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판교를 평균 80만원에 수용해 평당 원가를 400만원으로 잡았다.

6월 14일부터 20일까지 30만~40만평 아파트 부지를 건설업자들에게 25.7평 이하는 평당 1000만원에 팔고, 채권입찰 방식으로 중대형은 1500만원 대에 팔 계획이라고 공고까지 냈다. 이 계획 중단해야 한다. 주택공사가 땅 장사 해서 2배가 넘게 남기는 게 집 값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공공임대주택을 그 처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재원 마련를 비롯해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공공임대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팔아먹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살기위해서 짓기 때문에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 주택이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국민연금 등 기금을 쓰면 된다. 공공주택에 국민연금 투입하는 거 국민들이 지지해 줄거다."

-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번이나 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 뿐이었다. 국민들이 기억할 만한 정책이 없다. 그게 문제다."

-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집 값을 잡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출범 초기 후분양을 언급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분양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대통령이 뭔가 생각이 있나보다'라고 판단했다. 후분양제 이야기가 나오고 1년 동안 이를 비판하는 온갖 목소리가 난무했다. 그리고 2004년 2월 국무회의에서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내용이 기가 막혔다.

보고서의 핵심은 200만 가구 건설 계획 가운데 공공 1000가구를 시범적으로 후분양하겠다는 것이다. 200만가구 가운데 1000가구 후분양? 이건 후분양 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그런데 아무도 이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 이게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상이다. 그래서 2004년 2월부터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집 값을 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민간은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공공보유주택 비율을 20%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설마피아들과 전쟁을 선언하고 관료들을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들도 모두 바꿔야 한다. 뇌물 받고, 집 값 올린 주범들이 있는 곳에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집 값 안정 민생경제의 1번이다.

그리고 주택청을 복지부 산하로 옮겨야 한다. 건설부가 주택을 잡고 있어서는 절대 변할 수 없다. 탄핵 때와 같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 85% 국민이 지지를 해줄 것이다. 우선 45% 집 없는 사람들이 지지할 것이고, 집 값 한푼 오르지 않는 25% 지방 거주민들이 지지할 것이고, 서울과 수도권에 살면서 집 값이 제자리인 서민 15%가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시간이 없다. 판교개발 중단이 급선무다. 우선 13일 오전11시 30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시위를 할 계획이다."

김헌동은 누구?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경실련에서 '국책사업감시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후분양제가 어이 없이 좌절되는 것을 목격하고, 2004년 아파트 거품빼기운동에 돌입했고, 2005년에는 공공건설 감시에 나섰다.

19년 동안 대기업 건설업체에 근무했던 것이 지금 활동의 밑천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건설 매카니즘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하다. 아파트 건설과 공공건설 어디에 구멍이 존재하고, 비리가 파고 드는지 훤하다.

그는 96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건설 제도와 정책을 바로 잡자"고 생각해 경실련 활동에 뛰어들었다.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친동생이기도 한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공공건설 20% 예산 절감 방안과 건설산업 개혁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제안하기도 했었다.

그는 지금 10억원으로 가격이 오른 잠실주공5단지에 살고 있다.

"9년 전 3억원에 구입한 아파트가 가만히 있는 데도 계속 오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다."
2005-06-13 11:3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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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 무노조 경영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인터뷰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상복을 입고 모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사진/송은정 매일노동뉴스 기자
지난 4월 29일 서울 태릉 성심병원 영안실.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모친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던 그는 지난 2월 22일 울산지법에서 ‘삼성그룹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울산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그는 4월 28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은 평소 지병을 앓고 계셨다. 올해 76세인 노모께서 마지막 눈감는 모습을 그는 결국 보지 못한 것이다. 5일간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일시 석방된 그는 임종 당일날 버스마저 놓쳐 29일 아침에야 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어머니가 평소 신장이 안 좋으셨습니다. 4, 5년간 혈액투석을 받으셨는데. 이번에 돌아가신 계기도 병원에 가시다가 넘어지신 거랍니다. 머리에서 피가 나실 정도였다는데, 병원에선 연세도 많고 살 가망도 적다 하더군요. 결국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27일 사고가 나 중환자실로 실려온 뒤 산소호흡기로 연장하시다 28일 새벽 임종하셨어요”

김 위원장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울산구치소에서 3월 28일부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해서인지 무척 야윈 모습이었다.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니잖아요. 무슨 정권을 쓰러뜨리자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들자고 한 건데, 이런 일이 생기네요. 어머니 임종도 결국 지켜보지 못하는....”

김 위원장은 이천전기에서 일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는다. 1996년 그는 이 회사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불법단체 구성’과 ‘불법홍보물 배포’로 징계해고됐다. 이천전기는 김 위원장을 해고한 뒤 삼성계열사로 편입됐다. 1997년 삼성중공, 199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도 노조설립을 시도하다 쫓겨난 그는 2000년 1월 삼성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삼성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노조설립 시도가 있을 때마다 회사쪽 사람들은 이를 주도하는 노동자들을 미행, 감시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악용해 회사쪽에서 먼저 노조설립 신고서를 관청에 내는 식으로 노조 설립을 막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2001년 경북 삼성에스원, 서울 삼성캐피탈, 2003년 호텔신라 노조 설립 시도들이 무산됐다. 2002년 삼성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003년 1월 마침내 해고자를 포함해 모든 삼성 계열사 노동자와 사내 하청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초기업 단위노조인 ‘삼성일반노동조합’이 출범한다.

이천전기에서 해고된 뒤 10년 가까이 김 위원장은 삼성을 상대로 한 수많은 사건 속에서 싸워왔다. 삼성에스원, 호텔신라, 삼성SDI, 중앙일보 인쇄노조, 분당 삼성플라자, 삼성코닝과 같은 삼성계열사에서 노조를 건설하려는 싸움, 최근에는 삼성SDI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과 신세계 이마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노조설립 싸움에도 관여했다.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감옥에서 어머니 임종을 맞다니...”

10년 가까이 삼성과 싸워오는 동안 김 위원장이 가족들을 챙길 겨를은 거의 없었다.
“20년 전부터 저는 ‘좋은’ 자식이나 아비로서 노릇을 포기했습니다. 가족들을 호위호식 못 시켰죠. 명절날 부모님을 찾아뵈면, 제가 용돈을 드리기 전부터 어머니가 눈치를 먼저 보면서 ‘저녀석 세뱃돈이나 줘야 하는데’ 하셨어요. 올해 설날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뵜습니다. 그런데 차비가 없는 줄 알고 엄마가 저한테 ‘이거 복돈이다, 받아라’ 하시면서 5천 원을 주시더군요”

그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부터 꿈이 안 좋더라구요. 책을 읽다가 슬픈 얘기가 나오면 왠지 서럽고 눈물이 고이고. 야 이거, 무슨 다른 일이 생겼나, 했어요. 그날 삼성 동지 한 명이 면회를 와서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군요. 그날 저녁부터 밥이 안 먹히더라구요.”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아들이 무엇을 상대로 왜 싸웠는지 모르셨다. 팔순이신 아버님 또한 아들이 왜 임종도 놓치고 늦게 왔는지 사연을 모르신 채 장례식장 한 켠을 지키고 계셨다. “어머니는 저한테 ‘처자식이 멀쩡히 있는데 나이 먹어서까지 아직도 데모질이냐’고 하셨어요. 그렇게만 알고 계셨죠.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계속 하니까, 어머니도 ‘나름대로 무슨 이유가 있겠지’하셨습니다. 삼성과 싸운다는 건 부모님 두 분 다 모르셨어요. 어머니한테 이번 수감 사실도 알리지 않았어요. 제가 수감됐다는 걸 모르고 돌아가신 거죠. 아버님한테도 형님이 ‘성환인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밤에야 온다’고 말씀드렸답니다”

“절대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삼성노조 설립에 몰두하던 김성환 위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시’를 당해왔다. ‘누군갗 김 위원장 휴대전화기를 몰래 복제해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죽은 사람 명의인 휴대전화로 ‘친구맺기’를 한 뒤 2003년 8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위치추적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방법으로 위치추적을 당한 삼성 전현직 노동자들과 함께 지난해 7월 여러 정황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을 고소했다. 7개월 동안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2월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오히려 삼성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같은 홍보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삼성SDI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을 다시 고소했다. 김 위원장은 울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당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법정구속된 그는 2002년에 같은 혐의로 받은 징역 3년형을 더해 모두 3년 10개월 실형을 살아야할 처지가 됐다. 검찰이 위치추적 사건수사를 중단하고 삼성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린 뒤 6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특별검사법 관철을 요구하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수감자 가운데 몸에 문신이 있는 조폭 한 명이 있어요. 단식한 뒤 죽을 먹는데 그이가 ‘이거 드시고 형씨 밥먹으슈’하면서 뭘 주는 거예요. 보니까 우황청심환이예요. 그거 보고 반인륜죄가 아니라면 여기온 이들 누구나 다 ‘양심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벌이나 정치인들은 수천억 원씩 돈을 해먹는데, 여기 온 사람들은 음주운전이나 단순사기, 이런 걸로 들어 왔거든요. 이들은 스스로 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죄를 져도 풀려나는 사회지도층에 대해 욕을 해요. 사실 자기들도 돈 몇천만 원만 쓰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기 싫어서 안한다는 겁니다. 양심수란 게 따로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감옥 안이 오히려 이해관계가 없어요”

월간『말』은 지난 5월호에서 ‘삼성에스디아이 위치추적사건’ 수사기록을 분석했었다. 그 결과 삼성이 관련된 이 사건에서 검찰이 핵심 용의자나 결정적인 단서들을 적극 파헤치지 못하고 맥없이 수사를 중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말』5월호 표지사진 인물이었다. 담담하게 말을 잇던 그는 유일하게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전에 단병호 의원실 김건태 보좌관이 다녀갔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말』지 5월호를 보여주면서 어머님 영정 앞에 올리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오늘 올라 오면서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거든요. 그런데 김건태 보좌관 말을 듣는 순간, 결국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양대노총, ‘삼성 전담기구’ 만들어달라”

김 위원장은 “어머니 임종은 볼 수 있을 거라 의심하지 않았는데, 임종을 못 본 게 평생 한으로 남을 거 같다”란 말을 되풀이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김 위원장 옆을 지켜주던 삼성에스디아 해고노동자 박경렬씨도 그런 ‘한’을 갖고 있었다. 박씨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1999년 말 6일 동안 박씨를 외지로 끌고 다니면서 ‘노조 포기각서’를 쓰라고 회유하고 압박했다. 각서를 써주고 풀려난 박씨는 2000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말레시아에 파견을 가야 했다. 귀국한 뒤 다시 노조설립 문제로 회사와 맞선 박씨는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며 ‘자살’까지 불사했다. 박씨는 회사쪽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고 수원구치소에서 수감 중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남인 박씨도 지병을 앓아왔던 아버님 임종을 결국 지켜드리지 못했다.

장례식장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회사에서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도 있었다. 강씨는 “회사에선 동료들이 나를 피하고 밥 먹으러 혼자 가고. 완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닌지...삼성에서 싸웠던 이들은 이런 ‘한’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회사들과 싸웠던 노동자들 사례를 보면 회사쪽의 집요한 회유와 압박을 이길 수 없어 결국 노조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쪽은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주면서 사태를 매듭짓곤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싸워본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그는 노동계에 ‘삼성 전담기구’를 조직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일반노조는 돈만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조’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곧 삼성한테 돈을 받고 그만 둔다’하고 의심해요. 실제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경험이나 투쟁경험이 없어서 돈을 받고 쉽게 깨집니다. 하지만 싸우다 포기한다고 그 사람을 쉽게 욕할 수 없어요.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압니다. 1, 2주일을 끌려다니며 ‘너 하나 죽여서 묻더라도 세상을 모른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성 밑에 있다’ 이런 소리를 듣는데, 단 하루나 이틀이라도 이 엄청난 재벌과 싸운다는 것은 삼성 노동자한테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 고통을 당사자 처지에서 이해해줘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삼성 조직화를 결의했지만 실천은 안 됐어요. 양대노총에게 삼성 노동자 조직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삼성을 상대하는 전담기구없이 개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탄압을 이겨내며 삼성에 대응하기는 힘들어요”

그는 삼성 노동자 투쟁을 보도하는 언론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 한 노동자가 삼성과 싸운다고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보도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거대자본권력과 싸우는 노동자들의 숨소리와 삶을 그대로 전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이 문제라면, 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겪는 생생한 활동과 아픔들을 언론에서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써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은 그 고통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어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결을 못해서 진다”

그는 삼성 노동자들한테도 문제를 지적했다. 박경렬씨와 강재민씨와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침울한 분위기를 걷어내려 노력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삼성 노동자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날카롭게 지적했다.

“복수노조를 악용하고, 미행과 감시, 휴대전화로 위치추적까지 하고,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문제는 이런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신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은 전지전능하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은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지 못하는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어요. 스스로 주눅들게 만들고 패배의식에 빠지고. 삼성에서 노조가 안되는 건 삼성무노조 경영이 워낙 세다는 점도 있지만, 큰 이유는 우리 노동자들이 단결을 못해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이 삼성한테 깨지는게 아니라, 단결을 못하기 때문에 지는 겁니다“

여기에다 그는 “국가권력 자체, 특히 사법부가 삼성의 노조탄압을 비호하고 있다는 졈도 지적했다. “눈앞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데 그 증거를 줘도 검찰은 삼성이라면 무혐의 처리를 합니다. 법원도 삼성을 옹호하고. 삼성구조본 법무실 변호사들 면모를 보면 대검,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로 화려하잖아요. 이종왕 법무실장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고 구조본 부사장인 서 모 검사는 에버랜드 불법주식증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답니다. 수원지검 특수부 이모 검사는 삼성전자 사건관련 공판검사였는데, 재판이 진행중에 삼성구조본부로 그야말로 공직자 윤리의식도 없이 옮겨갔습니다. 제가 법정진술에서 출세욕에 사로잡힌 검사와 삼성이 야합했다고, ‘법경유착’이라고 비판했더니 재판관이 ‘허위사실 유포’라 하더군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의미

10년 동안 그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다. 그렇다면 그에게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삼성 노조 건설은 그동안 삼성노동자들이 지녀온 숱한 패배의식을 다 날리는 일입니다. ‘삼성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는 패배의식 말입니다. 이건 어느 한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어 그곳 노동자들만 잘먹고 잘살자는 게 아닙니다. 삼성 노조건설 싸움에서 이긴다면 20만 삼성 노동자가 진정한 노동자로서 권리, 인간이기 위한 인권과 생명권을 주장하는 싸움들이 뒤이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정치민주화 뒤 사회경제적 평등을 뜻하는 경제민주화는 이제 노동자가 해야할 일입니다. 초일류 최첨단 기업인 삼성이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과 같은 시대착오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지지하는 정치권력과 언론, 사법권력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이에 맞서는 삼성노동자들과 양심있는 개혁세력이 다른 축에 있습니다. 삼성노조 건설투쟁은 이 두 세력 사이의 싸움이죠. 경제정의와 실질적 평등과 같이 가는 싸움입니다. 삼성에 노조를 건설한다는 건 이제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평등사회를 위한 시작을 의미합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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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삼성 노조파괴 공작 실태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이건희 회장 고대 소동’이 있던 5월 2일 고대 인촌기념관 앞. 대학생들 틈에서 시위를 하던 삼성 해고노동자 김갑수씨는 이런 증세가 있다고 한다. “차를 타면 항상 뒤를 돌아보게 되거나, 집이나 자동차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김성환 위원장 모친상이 있던 태릉 성심병원. 삼성SDI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는 영안실을 나오자 먼저 주변 건물들부터 경계하는 눈으로 살폈다. “밖으로 나오면 일단 건물부터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혹시 저 안에서 누가 날 감시하고 있지는 않나,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김씨와 박씨는 모두 삼성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던 이들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이 노동자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시와 처벌’이 진행됐다. 무노조 경영을 관철시키기 위한 삼성의 비법은 이런 것이었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전담인원이 붙어 감시한다. 설립 신고를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납치와 감금, 회유와 협박으로 노조 포기를 강요한다. 해외파견을 보내거나 여차하면 해고해버린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이용해 회사가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도 한다. 여기에는 국가권력이 삼성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도 짙다.

높은 연봉과 쾌적한 근무환경, 엘리트들만 모인 국내 최고의 기업. 이런 조건들이 삼성무노조 경영의 비결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을 만큼 그들의 권리가 완벽하게 지켜지느냐 하면 그것도아니다. 회사의 이익과 노동자들의 권리가 상충할 때 회사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럴 때 노조가 필요하지만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삼성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공작의 실태를 밝힌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99년.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도 조용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권고, 각 공정을 사내협력업체 형태로 분사,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 연봉제 확대와 같은 작업이 진행됐다. 회사 정책을 바꾸는 과정이지만 사원들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 노조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구조조정 방침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회사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며 김용구씨를 비롯해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은 99년 11월 말 노조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다. 총무를 맡은 김씨는 12월 8일 민주노총 관계자와 만나 지원을 받으며 13일 최종 설립신고를 하기로 계획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됐다. 노조설립신고를 사흘 앞둔 12월 9일부터 한 달동안 회사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이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해 나갔다.

#1. 납치-억류-노조포기각서-해외파견

노조설립 총무였던 김용구씨는 12월 9일 야근 뒤 집에서 쉬고 있었다. 곧 이 회사 조아무 과장과 김아무 과장이 김씨 집을 찾아왔다. 회사관리자들은 점심이나 먹자며 김씨를 불러내 차에 태웠다. 그때부터 이들은 김씨를 사흘간 안성, 제천, 온양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자 이름을 대고 노조포기각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술을 먹이며 달래기도 했다. 관리자들은 수시로 어딘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김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결국 12일 각서를 써주고 사흘간 억류에서 풀려났다.

회사는 다른 사업장 노조 설립 움직임과 김씨를 격리시키기 위해 김씨를 2000년 2월 14일 말레이시아와 2000년 9월 브라질로 출장을 보냈다. 귀국 뒤에도 김씨는 회사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햇다. 사적으로 동료들과 만나는 것도 감시받았고 민주노총같은 사이트 접속이나 메일교환도 제한받았다. 김씨는 “쉬는 날이나 전근근무일 때 관리자들이 ‘어딜 가느냐, 누굴 만나느냐’며 묻는다. 정말 철창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2. 납치-감금-권고사직

노조설립에 동의한 장길준(가명)씨한테도 12월 9일 담당과장 최아무 과장과 주아무 과장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들도 저녁이나 먹자며 장씨를 차에 태우고 이천, 울진, 속초 콘도 등지로 끌고 다니며 노조포기 각서와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15일 이들은 장씨에게 “다른 동료들은 다 끝났으니 버티지 말라”고 압박했다. 결국 20일 장씨는 희망퇴직에 서명을 했다. 이들은 6천만원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줬고 장씨는 24일에야 수원에 돌아왔다.

#3. 일본억류-권고사직

고윤배(가명)씨와 최민호(가명)씨는 노조설립 모임 참가 뒤 12월 6일부터 일본에서 가 연수를 받았다. 11일 귀국 예정이던 이들에게 동행한 권아무 상무, 신아무 과장, 최씨와 동문인 이아무 과장이 “노조설립을 포기를 해야 귀국할 수 있다”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 여권은 신아무 과장이 보관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고씨와 최씨를 분리시키고 오사카 호텔 등지로 끌고 다니며 희망퇴직이나 해외사업장 파견을 강요했다. 결국 최씨는 18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고씨 또한 19일 최씨 소식을 듣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19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20일 신 과장이 최씨와 고씨에게 각각 8천만원을 희망퇴직금 주었다.

#4. 억류-해외파견-구속

박경렬씨에게는 12월 10일 오후 정아무 대리, 김아무 직속상사가 집에 찾아왔다. 이들도 같이 밥이나 먹자며 박씨를 차에 태우고, 천안,대전,가평,온양, 춘천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포기 각서를 강요했다. 박씨는 결국 노조포기각서를 써주고 16일 귀가했다. 회사는 2000년 2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박씨를 말레이시아로 파견했다.

노조설립 가담자 가운데 정태철(가명), 박길영(가명)씨는 중국으로 파견됐고, 임경석(가명)은 브라질로 파견됐다. 박씨는 9월 브라질로 파견된 김용구씨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항의하던 중 경찰에 구속된다. 수감중 박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2002년 석방되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여전히 회사쪽 인사들이 자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보물을 배포하고 다니면 인사과 신 모 과장이 어떻게 알고 따라와 회수해갔다. 집과 식당 주변에도 회사쪽 감시원이 있는데 집 근처에서 나한테 걸린 적도 있다”

   
삼성에스디아 천안공장 해고노동자 김갑수씨가 고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삼성에스디아이 수원사업장은 99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사원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회사측 방침대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이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노조 설립 신고를 불과 사흘 앞두고 노동자 1명당 회사 관리자들 3-4명이 따라붙어 일정한 ‘공식’에 따라 관리에 들어갔다. 감시-납치-억류-노조포기 회유와 협박-해외파견 또는 해고 수순이었다. 이 작업은 12월 9일부터 한 달 정도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99년부터 2000년에 걸친 이 회사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작업에 노동자들은 사직을 하거나 해외로 떠나야 했다. 노조 경험이 없는 삼성 노동자들은 조직되지 못한 반면, 회사측은 철저히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회사 한 관계자는 “노조설립은 회사 경영방침과 어긋나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전달한 것”이라며 “납치란 말은 어울리지 않다. 본인들이 원했으면 얼마든지 집에 갈 수 있었다. 돈도 당사자들이 요구해서 준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수원사업장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 울산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으로 98년 9월 회사측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해 징계해고를 당한 송씨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하루 동안 납치를 당했다. 관리자들은 송씨에게 해고투쟁을 하지 말라고 회유와 협박을 했다.

2000년 10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도 노사협의위원으로 활동하던 김갑수씨도 동료 4명과 노동조합 건설을 논의하던 중 10월 9일 납치-감금당하고 노조포기 각서와 해외파견 근무를 강요당했다. 김씨는 11월 16일 징계해고당했고 나머지 동료들도 사직하거나 해외로 발령받았다.

2001년 12월 23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에 “저희 아버지께서 납치를 당하셨어요”란 글이 올라왔다. 22일 에스디아이 울산공장 노동자 최일영(가명)씨의 딸 최정란(가명)양이 올린 글이었다. 최일영씨는 회사쪽 구조조정 추진을 비난하고 노조를 건설하자는 유인물을 회사 안에 뿌렸다. 회사간부들은 그를 이틀 동안 밀양, 산청, 진해 등지 식당과 콘도로 끌고 다니며 ‘다신 이런 일 하지말라’는 각서를 요구했고 최씨는 각서를 써주고 풀려났다. 납치도중 최씨는 딸 최정란양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납치당한 사실을 알렸고 최양은 이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김용구씨와 박경렬씨 사례에서 보듯, 회사는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리 뒤에도 한 번 ‘찍어놓은’ 이 노동자들을 계속 감시했다. 쉬는 날이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캐물었다. 그리고 2003년. 이들은 또 한 번 충격적인 일을 당한다. 수원사업장 김용구, 박경렬, 고윤배, 강재민, 울산사업장 송수근, 천안사업장 김갑수 등 삼성에스디아이 전 사업장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했던 이 노동자들 20여명을 2003년 8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누군가 휴대전화로 위치추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월간『말』5월호는 수원사업장 노동자들을 위치추적을 했던 범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서를 분석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한 바 있다. 그 결과 범인은 수원시 정자동에 거주하며, 이 회사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수원 공장 주변을 한 번 거쳐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수원 주변에 사는 이 회사 비생산직 직원과 유사한 움직임이었다. 피해 노동자들이 이 회사 인사과 담당자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이런 범인의 동선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삼성이 범인이란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과연 우연일까.

   
“돈줄테니 노조 탈퇴해라”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돈으로 노조탈퇴를 회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수원공장 냉장기, 세탁기, 에어콘 이른바 ‘백색가전’ 부문을 광주공장과 해외공장으로 옮기고 이 곳에 첨단 정보기술 연구개발단지를 건설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2004년 3월엔 전자레인지 부문 해외이전, 5월에는 세탁기와 에어콘 노동자에게 광주공장 전직과 명퇴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이전 계획에 당장 일자리가 걸린 세탁기 부문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조를 만들고 설립신고를 냈다. 이러자 2004년 5월 23일 이 회사 인사부 임직원들이 노조설립 노동자 5명에게 각각 붙잡아놓고 노조포기를 설득했고, 노동자들은 간신히 빠져나왔다.『인천일보』는 이 사건을 5월 24일 가판에서 보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기사는 그날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돈을 줘서 노조 탈퇴와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규태를 비롯한 이 회사 노동자 3명은 2004년 5월 25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수원시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그러자 성아무 차장과 인사부 김아무 보안과장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가 김씨를 회의실에 억류시키면서 노조신고서 취하와 사직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여기서 성아무 과장은 김씨가 응해주면 2,9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각서를 써줬다. 김씨는 결국 노조신고를 취소했다.

이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삼성전자 인사과 성아무 차장은 이 회사 노동자 홍두하씨가 2004년 8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그해 9월 9일 홍씨에게 노조 탈퇴 조건으로 1억 3,5OO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홍씨는 회사의 회유와 강압을 못이겨 결국 그날 금속노조을 탈퇴했다. 회사는 3개월에 걸쳐 홍씨 예금통장에 돈을 지급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삼전전자의 무노조 정책이라는 것이 회사의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한 회유와 강압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노조설립? 회사가 5분 전에 먼저 신고”

복수노조 금지조항 조항을 활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삼성의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노동자들이 관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 전에 회사에서 먼저 ‘유령노조’를 만들어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무효로 만드는 방식이다.

2000년 5월 삼성 에스원 노동자 5명은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노조설립신고서를 서울 중구청에 제출하러 갔다. 그런데 이 회사 기술팀 과장이 20분 먼저 강남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에스원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는 무효가 됐다.

삼성코닝에서 분사된 ‘아텍엔지니어링’ 경우는 더욱 ‘아슬아슬’했다. 2001년 10월 이 회사 노동자들은 수원시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회사가 불과 5분 전에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회사 노조설립도 무산됐다.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해당관청들이 삼성과 공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떻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회사가 5분먼저 노조 설립신고했다고 할 수 있나. 행정관청과 야합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노사갈등 문제가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경찰, 행정관청과 결탁해 저지르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범죄행위다”

이같은 의혹은 “성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법부가 유일하게 삼성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 들어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한 검찰은 특히 삼성이 연루된 사건 앞에서는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를 중지했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변호사)은 이에 대해 “수사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을 2003년 춘천지검은 중간용의자를 지목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여 범인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번 삼성관련 위치추적 사건에서 검찰은 정황상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 회사 인사과 직원들에 대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강력한 추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국가권력이 지켜준다?

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 관련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검찰이 보인 태도 역시 이런 의혹을 더한다. 강씨는 2004년 7월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에서 회사 임직원을 고소했다.  그해 8월에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회사관계자들은 그에게 고소취하와 노조탈퇴를 요구했지만 그 혼자 버텼다. 회사관계자는 작업시 강씨를 1미터 뒤에 서서 욕설과 함께 그를 집요하게 감시하는 '1미터 그림자 감시'를 했다. 강씨를 자기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2차례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보인 태도다. 검찰은 지난 4월 8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애초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했는데, 검찰이 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공동대책위원회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위치추적 고소인들의 노조탈퇴와 관련해, 삼성 관리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곧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회사측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노동사무소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무혐의 의견을 냈다”며 설명했다.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한 노동사무소가 수원지검한테서 어떤 ‘수사지침’ 압력을 받고, 송치서를 ‘무혐의’로 고쳐 보낸 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뿐 아니다.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 계산원 노조설립 문제에서 수원지방법원은 ‘무노조 경영’을 지키고 나섰다.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씨가 회장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이 계열사 신세계이마트 수지점에서는 지난해 12월 계산원 노동자 22명이 임금현실화, 휴게시간과 생리휴가 보장들을 이유로 ‘신세계이마트 수지분회 노조’를 설립한 일이 일어났다.

회사 관리자들은 노조원들을 감금하거나 집요하게 회유하면서 탈퇴를 강요했다. 결국 18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법은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마저 무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마트는 경기일반노조가 회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를 막기 신세계는 지난 1월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처분 결정문 내용은 이러했다. △경기일반노조 관계자는 신세계이마트 백미터 안에서 유인물을 게시, 전파할 수 없다 △서명활동과 집회도 금지된다 △위반 시 1회당 50만원을 이마트에 지급해야한다.

특히 결정문은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 미행하고 있다”“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는 자세한 표현까지 지정해 ‘이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금지시켰다. 이를 어길 경우도 1회당 50만원을 부과했다. 그 뒤 이마트는 ‘법 위에서 노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조합원 3명에게 내린 정직징게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5월 9일 지노위의 이런 결정에도 아랑곳않고 조합원 3명을 징계해고했다.

“시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어요”

더욱 충격적인 점은 행정관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신고를 내러 오는지를 감시했다는 사실이었다. ‘행정관청이 삼성과 결탁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백색가전 부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시도한 지난해 6월 21일 경기방송은 “1층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다”는 수원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취재를 담당한 경기방송 안영찬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원시청 청원경찰한테 물어보니 "시청 뒤 별관에서 인사팀 직원 2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말해주더라.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신고서를 가져오는지 감시하기 위해 인사팀 직원들이 시청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에는 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원시청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수원시가 지역혁신기업인 삼성전자와 교환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2주일 동안 시청 공무원 6명과 삼성전자 2명이 교환 근무를 한 적은 있다. 삼성직원들은 시청 기획예산과, 지역경제과, 총무과 각 부서에서 하루씩 근무했다. 2004년에는 우리가 가기만 했지 삼성 직원이 온 적은 없다. 인사팀 직원이 상주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삼성이 급여를 주며 시청 공무원들을 준직원으로 만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업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업무중복으로 기획 담당팀이 없어졌다”며 “2005년에는 해당사업이 없다”고 대답했다.

과거 삼성코닝 인사과에서 노무담당일을 했다는 김형극씨는 97년『어느 삼성노사관리자의 참회』란 책에서 ‘삼성의 노사관리 지침’을 이렇게 요약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철저히 활용...유령노조의 완벽한 설립을 위해 시청 또는 군청에 매일 지킴이를 보내는 한편, 관계자에 대해 지속적인 준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준삼성직원으로 적극 협조얻는다...직원들에게 너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삼성에선 실질적인 노조를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점조직을 통해 노조설립 기도는 사전에 발각나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삼성에서 이렇게 잘해주지 않느냐 당근수법을 쓴다”

앞선 사례들은 실제로 이러한 노무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을 각개격파했다. 조직되지 못한 삼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회유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받는 식으로 물러났다. 노동계가 “삼성노조는 돈받고 끝내려고 노조를 조직한다”는 불신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은 가전부분을 정리하고 첨단 산업단지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 일터를 잃게 될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는 식으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저항할지 모른다. 이는 삼성 무노조 경영과 계속 부딪히게 될 것이다.

   
2005년 대한민국의 ‘팬옵티콘’

주목할 점은 삼성의 이 치밀한 노조파괴 전략이 낳은 효과다. "삼성은 막강한 정보력이 있다" "삼성은 국가권력 위에 있다" "감성 밑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하는 생각이 삼성 노동자들 의식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18세기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팬옵티콘’(Panonticon : ‘다 본다’는 뜻)이란 원형감옥을 제안했다. 원형기둥 모양으로 생긴 이 건물 각층에는 죄수방이 있고 건물 안 중심에는 각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감시탑이 서있다.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죄수방들은 모두 환하게 유지한다.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감시자는 중앙에서 모든 죄수를 둘러볼 수 있다. 죄수는 감시자가 늘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일거수 일투족을 스스로 통제하게 된다. 저항의식은 거세당하고 규율은 자연스레 몸에 밴다. 팬옵티곤의 진정한 효과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감시자의 눈’을 감시 대상자 내면에 만들어서 그 스스로 자기를 감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기 순이익 10조원, 반도체와 엘씨디 시장점유율 세계1위, 사회공헌활동 규모 국내1위.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이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노동자들에게 ‘감시와 처벌’을 내면화시켜 '무노조 신화'를 관철시켜가는 ‘팬옵티콘’의 형상이 숨어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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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도피 생활 5년 8개월여만에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사진은 서울역 맞은 편의 옛 대우그룹 본사 건물.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분식회계 40조·사기대출 10조
‘빚더미 세계경영’책임 가려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불법·부실경영으로 국가경제에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끼친 이른바 ‘대우사태’의 장본인이다. 사법처리도 받기 전에 일고 있는 사면론과 재평가 움직임은 대우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김 전 회장이 돌아오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대우 부실경영의 실태 및 책임 △정·관계 로비 의혹 △국외도피 과정에의 정부개입 여부 △국내외 재산은닉 등 4대 핵심 의혹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 부실경영 실체=지난 4월29일 대법원은 대우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기소된 임원 7명에게 23조원의 추징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을 보면 김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하며 주도적 구실을 했음을 보여주는 임원들의 진술과 재판부의 판시내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시 대우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정부 관계자는 “대우사태는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과는 반대로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수출 주도형 경영에 집착한 나머지 회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다. 1999년 당시 대우계열사 임원은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우사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짐을 떠넘기고 말았다. 대우의 부채 60여조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 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정·관계 로비 없었나
영국 비밀계좌 자금중 43억달러 용처 감감

정·관계 로비 의혹=검찰은 지난 2001년 대우의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시(BFC)가 편법으로 끌어모은 200억달러 가운데 43억달러의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중 상당액이 국내외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지금까지 정치권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와 국외 재산도피 혐의 등에 집중하느라 실제 조성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로비 의혹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검찰이 밝혀낸 부분은 당시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이재명 의원에게 각각 1억원과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뿐이었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가 13일 “뇌물 1~2건은 나오지 않을까”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미 김 회장의 진술을 끌어낼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외도피 정부 개입했나
인터폴 수배자가 10여개나라 들락날락

국외도피 과정에 정부 개입?=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의 국외도피기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다. 베트남과 프랑스, 독일 등 최소 10개 나라를 수십차례 넘나든 것으로 전해지지만,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사람이 그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한때 ‘김우중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미국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등의 요청에 의해 떠난 것”이라며 타의설을 주장한 적이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산은닉 없다는데…
부인 수천억 재산… 위장계역사 소문도

국내외 재산은닉?=측근들은 김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부인 정희자씨는 경주 힐튼호텔과 경기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재산들은 김 전 회장이 가족에게 적법하게 증여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일단 가족 재산에 대해선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위장계열사도 여럿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비밀 금융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재산도 상당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이 다니던 하버드대에 기부한 300만달러도 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우와 관련해 민사상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40여건에, 청구액만 6천억원이 넘는다. 홍대선 석진환 기자 hongds@hani.co.kr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유럽·동남아 ‘안방 드나들듯’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인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출국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려 5년8개월 동안 해외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평소 지론처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트남 중국 타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떠돌았다. 2002년 12월 한국 여권이 만료된 뒤에는 지난 87년 취득한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는 2000년 1월 독일에 머물면서 장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는 등 주로 유럽에 머물렀으며, 같은해 4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을 7차례나 방문하는 등 동남아와 중국을 빈번히 오갔다. 이후 행적은 잘 파악되지 않지만 2002년 9월 독일에서 장 협착증 재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베트남 타이 이탈리아 등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정권교체기인 2002년말부터 2003년 초에 걸쳐 한차례 귀국을 시도했으나 에스케이사태가 터지자 포기했다.

사면 분위기 조성 판단한듯

그는 2002년 말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도올 김용옥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고, 2003년 1월에는 미국 〈포천〉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하노이 새도시 건설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등 베트남을 무대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4월 대우 전직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뒤 귀국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건강이 악화된 데다 대법원 판결도 끝나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최근 불법 정치자금 제공 경제인에 대한 사면 등으로 분위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공적자금 10조 날릴듯

대우 부실 30조 투입… 혈세로 메워야

옛 대우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략 30조원에 이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채를 보유한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로부터 35조6천억원(장부가 기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12조7천억원을 투입했고, 대우채 때문에 22조9천억원의 손실을 본 금융회사에 예금보험공사가 증자·출연한 공적자금이 17조원이나 된다. 이 중 이미 회수됐거나 회수가 가능한 공적자금 규모는 20조원 정도에 그치고, 10조원 가량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 등이 집계한 대우 관련 공자금 회수 현황을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4월말까지 4조8천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 대우종합기계 지분 매각 대금 6700억원과 쌍용차 매각 대금 5천억원 등이 회수됐으며, 지엠대우와 대우상용차, 대우버스 등의 매각으로 1조7천억원을 거둬 대략 7조7천억원의 공자금이 회수됐다.

앞으로 회수가능한 부분은 대우조선과 건설, 인터내셔널, 정밀, 캐피탈, 일렉트로닉스 등의 회사에 대한 정부쪽의 보유지분이다. 이들 회사 중 상당 수는 부실자산을 배드컴퍼니로 떼어내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나,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조2천~4조3천억원, 대우건설 2조~2조6천억원, 대우인터내셔널 1조1천~1조4천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정부지분을 추정치대로 팔더라도 최대 회수액은 20조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미회수액은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대우 부실은 국민 전체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한겨레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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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죽' 먹인 어린이집

'꿀꿀이 죽' 먹인 어린이 집
먹다남은 음식모아 석달 전부터 급식…"아이들 피부질환까지"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
조선일보 입력 : 2005.06.10 22:51 17' / 수정 : 2005.06.11 09:11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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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급식
서울에 있는 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죽을 끓여 어린 원생들에게 먹였다”며 집단 항의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청은 수유동 K어린이집이 3개월 전부터 야유회 때 먹다 남은 김밥 등과 돈가스, 떡으로 죽을 끓여 원생들의 아침 ‘영양죽’ 또는 점심으로 먹여왔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어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먹다 남은 음식으로 애들이 먹을 것을 만들 수가 있느냐”고 흥분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어린이집은 80여명의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다.


▲ 먹다 남은 음식으로 끓인 어린이 죽.(왼쪽) 죽에서 건져 올린 건더기.(오른쪽) /SBS-TV
학부모들은 “애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고, 피부질환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이 음식이 피부질환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오래된 음식을 먹이는 것을 본 어린이집 교사의 제보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며 “대개의 어린이집은 보건소나 어린이집연합회가 제공한 식단표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냉장고에서는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다양한 재료로 영양죽을 끓여준 것일 뿐, 버려야 할 음식을 줬다는 것은 누명’이라며 학부모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K어린이집은 50명 이상의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 관할 지자체 위생과에 집단급식소 신고를 해야 하는 식품위생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구청 측은 밝혔다. 구청은 어린이집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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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집값급등’ 세계화 부작용 때문

‘전세계 집값급등’ 세계화 부작용 때문


뉴욕타임스 분석

미국 물론 영·프랑스 등
평소 1~3%상승 그치다 지난해 13~18%로↑

“캘리포니아는 ‘이상 과열’이라 치자. 그러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집값이 치솟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세계화의 영향으로 전세계 주요국의 집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으며, 거품 붕괴의 후유증 또한 세계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세계화 영향…주요국 집값 동시 급등=지난해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12.5% 올랐다. 같은 기간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집값은 13.8~17.2% 급등했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이들 나라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1~3% 수준이었다. 방 2개짜리 아파트가 100만달러(10억원)를 호가하는 것은 뉴욕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주요국의 ‘주택시장 붐’은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개방 등 세계화의 부산물이며, “그래서 그 결과가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금리는 미국 금리와의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투자자들은 아주 쉽게 돈을 빌려 국내외 구분 없이 투자용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주택경기 호황은 각국 중앙은행의 ‘작품’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2000년 기술주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진작을 이유로 급격히 금리를 내려 주택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 존 루엘린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를 주택시장에서 되찾게 하려 붐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메릴린치가 발표한 ‘세계 부유층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미국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2003년 17%에서 지난해에는 13%로 4%포인트 줄였다. 보고서는 “부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품 붕괴 후유증도 ‘전지구적’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급등은 그 거품 붕괴에 따른 후유증 역시 ‘전지구적’으로 파급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은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미국 소비에 의존해 온 중국 등 많은 수출국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의 집값이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는 주식가치가 1달러 줄면 4센트의 소비감소 효과가 나타나지만, 주택가치가 1달러 떨어지면 소비감소 효과가 7센트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 저금리…유럽 동조화
돈빌려 땅투자 부추겨
이미 정점…후유증 우려

미국의 전체 주택 가치는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이른다. 이는 주식시장이 정점이던 2000년(국내총생산의 130%)과 현재(〃 82%)의 주식 시가총액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주택 보유 가구는 68%에 평균 집값은 12만달러에 이르지만, 주식 보유 가구는 52%에 평균 주식 보유액은 3만4천달러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미국의 전체 주택담보 대출액은 7조7천억달러로, 금융자산 투자용 대출액(1940억달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주택가격 급락은 경기침체와 시중은행 부실 등 “증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파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한겨레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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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현대 기아 글로벌 톱 5 되려면---&quot;

“현대·기아 글로벌 톱5 되려면…”
이경섭 독일 아우라스포츠바겐 전 기술이사 인터뷰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현대·기아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기술 분야에서 현대·기아가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젤 엔진 관련 기술이 그렇습니다.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최전선에서 20년 동안 실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자동차 기술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경섭(45) 전 아우라스포츠바겐 기술이사의 말이다. 아우라스포츠바겐은 독일 내 슈퍼차저(출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를 실린더에 밀어 넣는 장치) 제조업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이 전 이사는 지난주 독일 현지에서 미디어다음 기자와 만나 현대·기아의 국내 시장 독주체제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현대·기아가 과거처럼 선발업체의 기술을 모방하기만 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향후 분명히 한계를 맞는다는 것.

그는 “현대·기아가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이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며 도요타가 독일·미국 등의 자동차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렉서스가 벤츠·BMW의 차보다 낮은 등급으로 인식되는 것은 도요타의 기술 개발이 기존 기술을 융합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며 “현대·기아가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이 앞서 있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이사는 현재 독일 베를린공과대학에서 자동차 기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한때 거대 부품 제조업체였던 한국 서진산업의 독일 파트너로 일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준중형차 3차종의 독일 연방정부 시험기관인 데크라(DEKRA) 현지 충돌시험을 이끌었고,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래형 자동차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독일에서 독일 내 자동차 관련업체의 아시아 진출에 관여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선 동아닷컴에 ‘이경섭의 자동차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동차를 넘어 자기부상열차에 관한 연구를 하기도 해 독일 연방정부의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 이사와 한 일문일답.

 

 

- 현대·기아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다.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현대·기아가 국내 최대 업체지만 세계 최대 업체는 아니지 않은가. 최근 급성장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특히 디젤엔진 관련 기술은 상당히 뒤처진 상태다. 디젤엔진 기술은 단연 독일이 앞서 있다. 물론 판매량에서 독일이 세계 최고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은 자동차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기아도 자칫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현대·기아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에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휘발유 엔진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유럽은 디젤엔진 중심이다. 디젤엔진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젤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배출가스저감은 물론 높은 연료효율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A4 2,000cc급 디젤엔진이 최대 시속 200km를 간단히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연료는 휘발유에 비해 적게 소모된다.

하지만 현대·기아는 이를 대비하지 못했다. 몇 년 전 독일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가 설립됐을 당시 디젤엔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는 이를 흘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뒤늦게 디젤엔진이 우수하다며 국내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도 디젤엔진 모델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우수한 디젤엔진 모델이 현대·기아의 내수시장을 위협할 것에 대비, 디젤엔진 모델의 판매를 막아 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필요해져 디젤엔진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국내에선 어떨지 몰라도 유럽에선 이미 늦었다고 생각된다.

- 현대·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규모로 볼 때 지금 상태라면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지만 이는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때나 써먹던 이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00만대 생산을 넘긴다 해도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양적으로 글로벌 톱5에 진입할 수는 있어도 질적인 측면에서 진입은 어렵다고 본다.

- 생산량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생산량은 GM처럼 필요한 업체를 인수해서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현대·기아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가를 반대로 묻고 싶다. 예를 들어 도요타, 혼다라 하면 ‘하이브리드’가 떠오르고, 아우디는 콰트로시스템, 벤츠와 BMW는 수소연료전지와 각종 첨단 기술의 경쟁적 등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대·기아를 떠올렸을 때는 특정한 기술이 생각나지 않는다. 국내에 소개되는 VGT나 기타 새로운 시스템은 이미 선진업체들이 한참 앞서 적용한 기술이다.

- 한국의 자동차는 후발업체다. 후발업체는 위험을 줄이고 선발업체를 쫓아가는 게 나은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쫓아만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도요타가 독일과 미국의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하지만 결국 렉서스는 여전히 벤츠, BMW보다 낮은 등급의 자동차로 인식돼 있다. 이유는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됐다기보다 기술의 융합을 잘 이뤄낸 뒤 가격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 현대와 기아의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가 기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언제든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통합작업으로 양적인 크기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BMW는 랜드로버 인수로 별 재미를 못 보자 과감히 버렸다. 기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 현대·기아가 망하면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기아가 망한다 해도 한국경제가 송두리째 뽑힐 만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장치산업이다. 공장과 자본, 노동력이 시스템화 돼 있다. 현대·기아가 망한다는 것은 경영진의 교체를 의미한다. 공장과 노동력, 제반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되기 마련이다.

- 끝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제는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만 재빠르게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계가 있다. 최근 현대·기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력이 앞서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현대·기아의 독창적인 신기술 가운데 한 가지라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표준이 돼야만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미디어다음 200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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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도시? 그걸론 투기 못잡아!”

“또 신도시? 그걸론 투기 못잡아!”
[산업부 3급정보]○…정부가 판교급 신도시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 확대정책이 오히려 주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투기를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실련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신도시 건설 방식으로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및 용인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집값 급등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집값 상승 도미노현상

판교와 강남 재건축으로 비롯된 집값 상승세가 분당,용인,평촌을 거쳐 과천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여의도,목동을 비롯해 개발호재가 있는 뚝섬 지역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주 과천시는 판교 영향력에 따른 상승세와 함께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한 3단지와 11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주변 저층단지로 확산되며 전주에 비해 1.99%오름세를 보였다. 원문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1월말 1억6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던 주공2단지 8평형은 최근 2억2000만∼2억3000만원,18평형도 4억2000만원에서 6억원대로 각각 40%이상씩 급등했지만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와 목동지역은 강남권 재건축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에 몰렸던 수요가 돌아서면서 여의도 서울아파트의 경우 호가 기준으로 연초 15억원대에서 지금은 최고 3억원 가량 올랐다. 목동 6단지도 현재 45평형이 10억원,55평형이 12억∼13억원 수준으로 올초보다 각각 1억원 이상 올랐다. 이밖에 뚝섬 인근지역도 서울숲 개장과 상업용지 매각이 호재로 작용,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공급확대가 집값 올려

경실련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확대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주거안정과 강남집값을 잡겠다고 시작된 판교 신도시가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키고 부동산투기만을 조장하고 있다”며 “현재의 집값 폭등은 국민주거안정과 투기억제를 위해 추진된 공공택지가 조성목적을 상실한채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주변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양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미 지난 2월 정부가 판교와 강남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2.17대책이 판교 일괄분양과 판교급 신도시를 추가로 개발하는 등의 대책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3월 들어 상승폭이 잠시 줄어들었지만 4월 한달 동안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7%와 4%대의 높은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올초부터 분당·용인 등에서 11조원,서울 강남권에서 23조원 등 판교 개발로 34조원의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 즉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던 판교 신도시사업이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아파트값만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의 집값 급등을 잡고 재발을 막기 위해 판교 신도시 추진일정 중단과 공영개발로의 전환,공공보유 임대주택의 대폭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밖에 보유세 등 세제정책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판교급 신도시의 추가건설은 현 집값 폭등의 원인을 왜곡하는 잘못된 대책”이라며 “향후 많은 신도시와 공공택지자 조성될 예정이지만 높은 분양가와 잘못된 제도로 공공택지의 조성목적을 상실한 신도시는 집값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집값만 오르면 무턱대고 신도시를 짓겠다는 임기응변식의 대책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 주도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친화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유세 등의 세제 정책도 글로벌한 기준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욱기자 jwchoi@kmib.co.kr
 
국민일보 2005. 6. 14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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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quot; / 손낙구

"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1)] 얼마나 올랐나, 얼마나 비싼가

프레시안 2005. 6. 13

 

[프레시안 손낙구/심상정의원 보좌관]'부동산 망국론(亡國論)'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부동산 투기 광풍의 폐해가 극심하다.
  
  경제전문가 일각에서는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한국경제를 10년이상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김태동 금통위원)이라는 경고도, "한국형 '집값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현대경제연구원)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여당 및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민 분노가 폭발직전"이라는 비난글이 잇따르면서 정부여권내에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간다"는 위기감이 표출되면서, 뒤늦게 더 강도높은 부동산투기대책을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경실련 표현을 빌면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이른바 '건설 5적')의 조직적 반발로, 분양원가 공개-공공택지 공공주택 건설-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제3의 신도시' 같은 또하나의 투기부양책만 거론되는 개탄스런 상황이다.
  
  이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장문의 '리포트'를 <프레시안>에 기고해왔다. 대학원 재학중 노동운동을 결심,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뼈가 굵었고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으로 활동해온 손 보좌관은 각종 부동산관련 데이타를 수집, 우리나라의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경제와 다수 국민의 삶을 질곡시키고 마침내 한국경제 전체를 붕괴직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앞으로 6회에 걸쳐 손 보좌관의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소개하도록 한다. 최근 범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며 더이상 '미봉책'이 아닌 '근원적 해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해법모색의 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아래 글은 "통계로 보는 부동산 투기"란 주제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Htttp://www.pressian.com)에 실린 글입니다. 6회에 걸쳐 프레시안에 실릴예정입니다. 부동산 투기와 원인을 추적하는 손낙구 보좌관의 연구성과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관리자)

"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1)] 얼마나 올랐나, 얼마나 비싼가



 

'부동산 망국론(亡國論)'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부동산 투기 광풍의 폐해가 극심하다.

경제전문가 일각에서는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한국경제를 10년이상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김태동 금통위원)이라는 경고도, "한국형 '집값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현대경제연구원)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여당 및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민 분노가 폭발직전"이라는 비난글이 잇따르면서 정부여권내에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간다"는 위기감이 표출되면서, 뒤늦게 더 강도높은 부동산투기대책을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경실련 표현을 빌면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이른바 '건설 5적')의 조직적 반발로, 분양원가 공개-공공택지 공공주택 건설-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제3의 신도시' 같은 또하나의 투기부양책만 거론되는 개탄스런 상황이다.

이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장문의 '리포트'를 <프레시안>에 기고해왔다. 대학원 재학중 노동운동을 결심,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뼈가 굵었고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으로 활동해온 손 보좌관은 각종 부동산관련 데이타를 수집, 우리나라의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경제와 다수 국민의 삶을 질곡시키고 마침내 한국경제 전체를 붕괴직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앞으로 6회에 걸쳐 손 보좌관의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소개하도록 한다. 최근 범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며 더이상 '미봉책'이 아닌 '근원적 해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해법모색의 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제1부. 부동산 투기와 빈부격차

자본주의 경제에서 땅을 비롯한 부동산은 세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첫째, 주거생활의 터전이자 공간이란 얼굴이다. 둘째,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생산요소라는 얼굴이다. 셋째, 자산가치의 보존과 수단이란 투기의 얼굴이다. (김태동ㆍ이근식, 1989)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은 투기와 맞물려 주거와 생산의 공간이란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된지 오래이고, 부동산 문제는 정치사회 문제인 것은 물론 한국경제의 정상적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투기의 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구체적으로 첫째, 땅값 집값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게 빠르고 높게 폭등한다, 둘째, 그 결과 서민생활이나 국가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비싸다, 셋째, 부동산을 일부 부유층이 독차지해 부동산값이 폭등해 버는 엄청난 이익을 다 빨아들여 빈부격차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국 부동산 문제의 현황을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얼마나 올랐나

‘불패 신화’가 된 부동산 먼저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폭등해온 것일까. 해방 직후 부동산이 대부분인 귀속재산을 실질시가의 10% 수준의 헐값에 불하하면서 시작된 한국 부동산 파동의 역사는 <표 1-1>에서 보듯이 1960년대부터 10년 안팎 주기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극심한 투기로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을 띄어온 것으로 종합된다. 부동산 가격은 토지공개념 도입 직후인 1990년대 초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조금 떨어진 것은 빼고는 계속 올랐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어떠한 정책도 소용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는 ‘부동산불패신화’가 자리 잡게 됐다.

① 전국 땅값 30년만에 19배로

정부가 체계를 갖춰 전국 수준의 땅값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국토이용관리법 제28조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1975년부터 작성한 전국 지가변동률 통계부터이다. 이 통계를 종합하면 전국의 땅값은 1974~2004년까지 30년만에 19배로, 대도시 땅값은 30배 서울 땅값은 37배로 뛰어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는 10배로 오르는 데 그쳤다.




② 대도시 땅값 40여년만에 7백80배, 서울은 9백54배 올라

정부가 1975년 전국수준 땅값 통계를 내기 전인 1964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12개 주요도시 땅값 변동을 조사해온 통계자료가 남아있다. 이 통계를 종합하면, 1963~1974년 서울과 전국 12대 도시 땅값은 각각 26배가 폭등했다.

여기에 <표 1-2>를 연결하면 1963~2004년까지 주요도시 땅값은 무려 7백80배, 서울 땅값은 9백54배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가 38배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대도시 땅값 상승률은 매우 높았다.




③ 제4차 부동산 파동 ‘강남불패’ ‘개발불패’

외환위기가 끝나자마자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2002년 최정점에 달했던 제4차 부동산 가격 폭등기는 정부가 2003년 10.29대책을 발표하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2005년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건설교통부가 2005년 1월 1일 현재 기준으로 조사한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조사대상 땅 가운데 88.67%가 땅값이 올랐고, 내린 곳은 4.56%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 비율을 91% 수준으로 올린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제4차 부동산 파동으로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2005년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도 마찬가지이다. 2005년 들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2003년 9월 = 100을 기준으로 0.6% 올라 3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고, 전국 1백39개 시.군.구 가운데 67%인 98곳이 집값이 올랐고 떨어진 곳은 21곳에 불과했다.

제4차 부동산투기 파동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땅값에 앞서 집값 특히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서울지역의 가격 폭등이 두드러지고 그 중에서도 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강남권 부동산 가격이 가격 폭등을 주도해 ‘부동산 불패’에 이어 ‘강남불패’ 신화가 생겨나고 있다.

셋째, 그 결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둘러싼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넷째, 전체적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아파트값 폭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충청권과 경기도 일부 등 개발지역의 땅값이 전국 땅값 폭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의 집값상승은 외환위기 때 집값 하락분을 만회하는 정도에 머물렀으나 2001년부터 전체주택값이 9.9%, 16.4%, 5.7% 등 연속 3년 동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2003년 정부의 10,29 조치 후 잠시 수그러드는 듯 하다가 2005년 2월부터 다시 뛰고 있다.

1999년 12월을 100으로 했을 때 2005년 4월까지 소비자 물가는 20% 올랐지만 집값은 1.5배인 34.4% 올랐다. 특히 주택중에서도 아파트, 지역으로는 서울지역이 크게 올라 서울아파트값은 물가상승률의 4배가 넘는 81.6%가 올랐고, 강남아파트는 무려 5배가 넘는 103.2%가 치솟았다.

2002년의 경우 전국 땅값은 9.0% 올랐지만 서울은 두 배 가까운 15.8%가 올랐으며, 2001년 전국의 집값은 9.9%, 2002년엔 16.4% 올랐는데 서울은 각각 12.9%, 22.5%로 훨씬 많이 뛰었다. 2000년과 2001년에 강남 아파트는 그 보다 훨씬 높은 22.0%와 35.2%가 올랐다.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은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5년 전인 2000년 1월 전국의 아파트 시가총액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82개사의 전체 주식 시가총액은 각각 334조와 322조로, 12조 차이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제4차 부동산 파동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인 2005년 4월에는 각각 1000조와 436조로 아파트 시가총액이 주식 시가총액의 2.3배에 달했으며, 그 차이는 무려 564조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 3년 10개월간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990년 이후 10년간 오른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2000년 1월 24일 평당 650만원~2003년 11월17일 평당 1천166만원으로 3년 10개월 동안 79.4%가 올랐다. 1990년 1월31일 평당 395만원~1999년 12월 27일 평당 640만원까지 약 10년간 가격 상승률 62.0% 보다 1.27배나 높았다. 특히 강남아파트 가격은 3년 10개월 동안 두 배로 뛰어올랐다.




<표 1-11>에서 보듯이 이 기간 동안 투기가 극심한 강남지역 아파트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은 다른 자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편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에서 강남과 함께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 곳은 개발지역이다.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개발계획을 쏟아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 2~3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총 개발건수만 135건, 면적으로 2억7470만평에 이르러 6~70년대 개발시대가 연상돼 ‘강남불패’에 이어 ‘개발불패’가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을 상징하는 단어가 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2004년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은 3.86%인데 비해 충청 경기 일부 등 개발지역의 땅값은 11~23%까지 급격히 올랐다.

충남 연기군은 행정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2003년 11.59%, 2004년 23.3%, 2005년 넉달간 11.67%가 올라 2년 반이 안돼 57.45%가 올랐다. 연기군의 올해 넉달간 상승률은 전국 평균 1.29%의 9배다. 기업도시나 개발지역 후보지도 땅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전북 무주(넉달간 2.293% 상승), 충남 태안(2.21%), 전남 영암·해남(각각 1.64%), 경기도 평택ㆍ파주ㆍ여주(3.89%ㆍ2.92%ㆍ2.80%) 등이 넉달 전국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2. 얼마나 비싼가. 땅값 2천조, 아파트값 1천조

너무 빠르게 폭등하는 바람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서민과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나 명실공히 세계최고 수준으로 너무나 비싸다.

① 대한민국 땅값 2300조. 한국 팔면 캐나다 6번, 프랑스 7번 사고, 미국 절반 산다

우선 땅값을 보자. 건설교통부 공시지가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땅값 총액은 2,041조에 달한다. 이는 국공유지 등 비과세대상 토지를 제외한 것으로, 면적기준으로 보면 약 300억 평에 달하는 전체 국토의 약 4분의 3에 대한 가격이다.

표에서 보듯이 공시지가는 2000년 54%이던 현실화율을 2005년까지 91%로 높여 시가 반영률을 높여왔으며, 2000년 이후 현실화율을 감안한 공시지가 총액은 대체로 약 2,300조대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땅값 2,300조’는 어떤 수준의 가치이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300조는 국내총생산액(GDP) 778조 약 3배, 총예금 540조와 총대출금 565조의 약 4배, 상장주식 총액 412조의 약 6배, 상장채권 총잔액 661조의 약 3.5배에 해당돼, 다른 지수에 비해 땅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땅값은 총액으로 따져 세계 3위 수준으로, 한국 국민과 한국경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 때문에 목이 졸리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의 가치기준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별 땅값수준을 정확히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치는 각 나라마다 고유한 특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기준으로 나라별로 땅값을 분석하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성과를 보면 한국의 땅값이 세계에서도 가장 비싼 수준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우선, 땅값총액 대비 국민총생산액 비율은 1990년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2004년 현재 2.6~2.9배 수준으로 고지가 국가인 일본(2001년 현재 2.6배)에 버금갈 뿐 아니라 일반 선진국이 평균 1.0배 내외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감정원이 건교부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자체 추산한 지가총액을 GDP와 견준 수치도 2003년 현재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말 경 다섯 나라를 비교한 이정우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땅을 전부 팔면 한국 땅의 10배에 달하는 캐나다를 6번 살 수 있고, 한국 땅의 5배가 넘는 프랑스를 8번 살 수 있으며, 미국 땅도 절반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한국감정원에서 네 나라의 땅값수준을 5년 주기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평당 가격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2위이다. 1995년 현재 한국의 평균 땅값은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며, 영국보다 5배 정도 높고, 미국 보다는 50배가 높다.


② 아파트값만 1000조

이제 집값을 보자. 주택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되고, 다시 공동주택은 아파트ㆍ연립주택ㆍ다세대주택으로 구분된다. 1985년에는 전체 재고주택 중 단독주택이 77.3%ㆍ아파트 13.5%ㆍ연립 5.7%ㆍ영업용 건물내 주택 3.5% 비중이었으나, 2000년에는 아파트 47.7%ㆍ단독 37.1%ㆍ연립 7.4%, 다세대 4.1%ㆍ영업용건물내 주택 3.6%로 아파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건교부, 2004 주택업무편람)

정부는 2005년 4월 아파트 653만호, 단독주택 433만호, 다세대ㆍ연립주택 172만호 등 총 공시대상 주택수 1,258만호에 대해 국세청과 건교부가 나눠 사상 최초로 전체집값을 공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주택의 13.7%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과 중소형연립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은 각각 53조 6000억과 16조 1000억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이 적정시가의 80%인 점을 감안하면 약 87조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주택의 86.4%를 차지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가격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2004년 현재 주택수가 1258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원이라 해도 전체 집값 총액은 1258만조원이고 2억원이라 치면 2500조가 넘고, 오피스텔 등까지 포함하면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집계한 데 따르면 2005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1000조 6358억 이다. 이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82개 사의 전체 시가총액 436조 2298억의 두 배가 넘고, 2005년 한 해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포함, 194조 7833억원)을 다섯 번이나 꾸릴 수 있는 돈이다. 또 우리나라 1000대기업 총매출액 1100조 3271억원과도 맞먹는 금액이다.


아파트 시세총액은 4년 전인 2000년 12월 400조원에 불과했으나 2001년 이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마다 100조씩 급상승해 4년 만에 두 배 반이 뛰어올랐으며, 참여정부 출범 26개월 동안에도 276조 4155억원이 늘었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 3개구 아파트 시가총액은 163조 1968억으로 6개 광역시를 모두 합한 197조 6048억원에 버금갔다. 강남구 아파트를 팔면 삼성전자 주식을 전부 살 수 있고, 송파구 아파트를 팔면 한국전력ㆍPOSCOㆍ국민은행 주식을 통째로 살 수 있으며, 서초구 아파트를 팔면 LG필립스LCDㆍSK텔레콤ㆍ현대자동차 주식을 다 살 수 있는 등 강남권 아파트값 시가총액이 한국 10대기업 주식총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서영훈(2004)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집값 수준은 땅값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다.

2004년 서울 1~3차 동시분양 기준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4억3,989만원으로 일본 도쿄의 신축맨션 평균분양가격 5억1,110만원과 영국 런던권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6,483만원에 비해 낮지만, 미국 북동부지역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3,430만원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억4,481만원으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Coop와 Condos) 2004년 1/4분기 평균매매가격 7억9,171만원(한국과 동일평형 환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과 비교해보아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대만이 66.8%(‘02년), 싱가포르가 41.5%(’04년 1/4분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 등 주요국가의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비교할 때 한국의 최근 신규주택 가격은 미국과 일본이 1인당 GDP 3만불을 달성한 시점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와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를 비교해보면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는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 최선진국에 비해서는 한국의 집값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③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수도권 vs 비수도권, 강남 vs 비강남

대한민국 제1차~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을 거치는 동안 전국의 모든 땅값과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그 가운데서도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훨씬 큰 폭으로 폭등해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강남대 비강남이라는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공시지가 조사대상 면적 중 서울 면적은 3.3%이지만 땅값은 전국의 28.8%, 587조원에 달하며,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의 조사면적 비율은 18.4%이지만 땅값은 전체의 60.2% 1113조원에 이른다.

아파트값의 경우도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3개시도 아파트 세대수는 전체 아파트의 55.2%이지만 아파트 값은 전국 아파트값의 4분의 3이 넘는 75.8%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세대수로는 전국의 20.3%이지만 아파트 시가 총액으로는 402조 8521억으로 전국 아파트값의 40.3%를 차지했다.


같은 서울과 수도권이라도 강남구를 포함한 강남권 부동산 가격은 강북이나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크다.

건설교통부 발표 공시지가에 따르면 강남구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6.6%에 불과하지만 땅값은 2004년 기준으로 83조 9700여억원에 이르러 서울시 땅값의 14.3%를 차지했다. 강남구 땅값은 금천구 땅값에 비해 무려 8.8배에 달하며, 강남구 땅을 팔면 서초구(51조), 금천구(9조), 중랑구(11조), 강북구(11조) 땅을 모두 살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문화일보 2005.5.4)

또한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등 강남 ‘빅3’라 불리는 강남권 3개구 땅값을 더하면 모두 184조4천억으로, 노원구(18조5천억)ㆍ관악구(16조6천억)ㆍ광진(16조4천억)ㆍ구로구(15조9천억)ㆍ성동구(15조9천억)ㆍ동대문구(15조9천억)ㆍ동작구(14조2천억)ㆍ은평구(13조7천억)ㆍ도봉구(13조2천억)ㆍ강북구(11조5천억)ㆍ중랑구(11조1천억)ㆍ금천구(9조6천억) 등 12개구 땅을 모두 사고도 12조3천억이 남는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땅값이 비싼 5곳 중 강남구(83조9700억), 서초구(516백억), 송파구(48조9800억) 등 상위 세 곳이 모두 한강이남권이며, 중구(29조8200억), 종로구(26조6100억) 등 강북권은 두 곳이었다. 땅값이 가장 싼 5곳은 금천구(9조5700억)를 제외하고 강북구(11조800억), 중랑구(11조5천억), 서대문구(13조1990억), 도봉구(13조2800억) 등 네 곳이 한강 이북권이었다.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 시가총액은 163조1966억원으로 6개 광역시를 모두 합한 시가총액인 197조 6048억원에 버금간다. 강남권 3개 자치구가 서울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5%이고, 강남구 보다 세대수가 40% 이상 많은 노원구의 시가총액은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부동산뱅크 자료)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 아파트 단지 시가총액이 종로구, 중구, 은평구, 강북구 등 구 단위의 한 지역 안에 있는 아파트 전체의 시가총액을 훨씬 뛰어넘었다. 타워팰리스 1,2,3차 7개동에는 2,719가구가 모여 있는 데 한 평당 평균 2700만원에 달해 시가 총액만 5조원이 넘는다.


시가 11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84.3%가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같은 서울이나 수도권이라 해도 강남 대 비강남의 구도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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