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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이적표현물 대량 배포?

국회에서 이적표현물 대량 배포?
[청문회] 국회의원은 국보법 위반, 변호사는 불고지죄
    박상규(comune) 기자
▲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모내기`그림사건과 `한국사회의 이해`사건 등 학문과 사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보법 폐해사례를들며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재천 의원과 성완경 교수가 `모내기`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문제의 그림은 북한의 모습을 통일 저해 요소가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으로, 남한을 미·일제국주의와 독재권력, 매판자본이 가득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을 찬양하고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일으켜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려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 (1998년 3월 13일 대법원 형사3부 판결문)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이렇게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이적표현물이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버젓이 전시됐다. 게다가 현역 국회의원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적표현물을 대량 복제해 사람들에게 배포했다. 그것도 국가 세금으로 말이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50여 명의 청중들은 최 의원이 나눠준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

국가보안법(국보법)을 위반하는 이런 행위들이 9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벌어졌다. 최재천 의원이 주최한 '국가보안법 1차 청문회'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와 1994년 경상대학교 교양교재였던 <한국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최재천 "우리가 국회 돈으로 국보법 위반한 것인가?"

그림 <모내기> 사건은?

1989년 8월 17일, 서울시경 대공과는 민족미술협의회 전 대표 신학철 화백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1987년 8월 제작 된 그림 <모내기>가 김일성 생가를 그리고 북한의 폭력혁명에 동조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검찰은 <모내기>가 "북한에서 혁명의 요람이라 일컬어지는 만경대의 김일성 생가를 연상시키는 듯한 무릉도원 같은 시골마을을 그려 넣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주장은 그림 상단부는 북한을 의미하는데 매우 풍요롭게 그려져 있고, 하단은 남한을 상징하는 것으로 매판자본과 독재권력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1,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1998년 대법원은 "북한을 찬양하고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일으켜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려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는 지난 89년 검찰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기소됐다. 경상대학교 교양교재였던 <한국사회의 이해>도 지난 1994년 이적표현물로 기소됐다가 지난 2005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날 열린 청문회에는 최 의원을 비롯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송호창 변호사가 청문관으로 참여했다. 진술인으로는 <모내기> 그림과 관련해 성완경 인하대 교수, <한국사회의 이해> 공동 저자인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나왔다. 김정환 시인과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참고인으로 나와 청문관의 질문에 답했다.

최재천 "이 그림은 국회 돈으로 디지털 복사해서 배포한 것인데 국가보안법 위반 아닌가?"
성완경 "(웃음) 아마 그럴 것이다."


최재천 의원의 질문은 자신의 '범죄'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성완경 교수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에 대해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물게 민화 같은 느낌을 주는 상당히 대중적인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성 교수는 "최근 젊은 예술가들은 북한 그림 양식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미술을 자유롭게 차용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아직도 국보법이 예술을 평가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또한 성 교수는 "신학철의 <모내기>는 통일을 주제로 내용과 형식의 풍요로운 결합을 보여준 민족미술의 한 이정표가 되는 걸작"이라며 "검찰은 압수한 그림을 작가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림을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노회찬 "저자 중에 피부가 붉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1994년 7월 8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조문논쟁'과 서강대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으로 인해 공안정국이 형성됐다.

7월 27일 경남경찰청은 진주 '우리서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경상대학교 교양과목 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등의 서적을 압수하고, 서점 대표 정대인씨를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체포했다.

8월 2일, 대검 공안부는 장상환 등 경상대학교 9명의 교수가 함께 쓴 <한국사회의 이해>가 "계급대립을 강조, 계급혁명과 폭력혁명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2005년 3월 15일 "교재에는 명시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주창하거나,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거나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공격적인 내용이 없어 이적표현물이라 할 수 없다"고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1994년 8월 2일 대검 공안부는 경상대학교 장상환, 정진상 등 교수 9명이 함께 쓴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가 "계급대립을 강조, 계급혁명과 폭력혁명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많은 언론은 앞다투어 색깔론을 유포했다.

"북한의 장학금을 받아 대학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는 충격적 진술과 함께 이 땅에 '붉은 교수'가 있다는 의혹은 차제에 신중하고도 엄중하게 진상을 가려야 한다."

1994년 8월 4일 <중앙일보> 사설의 일부다. 이 사설의 제목은 '붉은 교수 사실인가'이다. 이와 관련 노회찬 의원은 "혹시 공동 저자 중에 피부가 붉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라는 '독특한'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장상환 교수는 "당시 검찰 기소로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사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매도를 당했고 가족들도 많이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 교수는 "검찰이 학생 6명을 데려가 조사까지 했고, 심지어 시험문제와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지까지 가져가 이적성을 조사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한 장 교수는 "10년 6개월만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 사이 <한국사회의 이해> 교양강좌는 폐강됐고, 책도 판매금지를 당해 더 이상 연구를 지속하지 못했다"며 국보법의 학문의 자유 침해를 성토했다.

▲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모내기`그림사건과 `한국사회의 이해`사건 등 학문과 사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보법 폐해사례를들며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송호창 "검찰의 처분 지켜보겠다"

송호창 변호사는 청문회를 마치며 "국회에서 이적표현물을 대량복사 및 배포하고 전시까지 했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했고 신고도 하지 않는 불고지죄를 저질렀다"며 "검찰이 우리를 어떻게 처리할 지 지켜보겠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최재천 의원은 "예술가, 교수, 시인들로부터 국보법 폐지 논거를 확실하게 학습하는 기회였다"며 "법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열린우리당의 국보법폐지 동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최재천 의원과 손잡고 법사위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2005년에 꼭 국보법을 폐지시키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밝혔다.

국가보안법 청문회는 매달 1회씩 열릴 예정이다.
2005/05/09 오후 8:1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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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교수의 경제교과서 분석은 타당한가

학술쟁점: 이영훈 교수의 한국경제사 분석은 타당한가
통계자료 잘못 인식...농촌, 중소기업의 파탄현실 외면

2005년 05월 07일   장상환 경상대 이메일 보내기

장상환 / 경상대·경제학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지난 4월 29일 교과서 포럼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그려진 한국경제의 모습’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 이면에는 노동자·농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교과서의 내용은 실증적 자료에 비춰볼 때 현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따져봤다. / 편집자주

 

이 교수는 우선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희생 아래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을 반박한다. 박덕제 교수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계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증가율은 기본적으로 동일했고, 노동자가 생산에 기여한 만큼 착실하게 임금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일면적이다. 고도성장의 과실을 노동자가 전혀 누리지 못하고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임금(노동력 가치 이하의 임금), 장시간노동이라는 초과착취라는 고통을 당했던 것은 분명하다. 1970~80년간 임금은 이론생계비의 40~50%, 실태생계비의 50~60%에 불과했다. 제조업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1987년 현재 54시간으로 대만의 48.1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저임금이 잔업을 강요하는 구조였다. 정성진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비농림부문의 착취율(잉여가치율: 잉여가치/가변자본)은 1974년의 3백92%에서 1986년 4백48%로 높아졌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자본, 재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분배받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렇게 노동자가 초과착취당한 것은 정부가 노동운동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김삼수 교수가 잘 분석하고 있듯이 박정희 정권의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을 법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1970년대 초반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에 관한 임시특례법’,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1971년) 등 반노동자적인 법률들을 제정하고 노동법을 개악함으로써 사실상의 단결금지정책을 취하였다. 노동자들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비로소 노동3권을 확보했다.     

또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관계는 1980년대 이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경제와 미약한 연계가 아니라 불공정한 도급거래를 통한 비대칭적 연계와 그 귀결인 격차 심화에 있다. 중소기업은 고용과 생산액, 기업체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적으로 증가해왔다. 반면, 부가가치, 종업원 급여, 수익률 등의 지표는 대기업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1980년에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생산은 대기업의 55%였는데 2001년에는 33%로 하락했다. 이러한 상반된 현상의 원인은 대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생산단계를 중소기업에게 외주로 돌리는 동시에, 자신들은 고부가가치의 효율적인 부분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의 종업원수는 정체되지만 이들은 고임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하도급의 불공정거래를 통해서 대기업의 위험과 비용을 전가받은 하청 중소기업은 저부가가치부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임금노동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김영삼 정부 당시 중소기업청까지 만들었지만 자본운동의 세계화에 밀려 이러한 독점자본의 지배력 증대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한국농업은 차별당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보호받았으며 미곡 수매제도 덕분에 농산물가격도 공업제품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 증거로서 1965~2004년간 농산품/공산품의 상대가격지수가 0.3에서 1.2로 상승한 것을 든다. 농업이 낙후되고 농민이 가난한 이유는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의 불리함에다가 농촌공업이 발달하지 못한 역사적 제약조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이 교수의 상대가격 지수 변화 평가는 생산성 향상이 농업 부문보다 공업 부문에서 더 빠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예컨대 시계 값은 크게 떨어졌지만 쌀값은 올랐다. 그렇다고 시계제조업자가 망하고 농민이 큰 소득을 올린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을 고려한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현재 농업·농촌의 피폐는 기본적으로 역대 정권의 농업소외정책 때문이다. 농업정책은 1950년대의 임시토지수득세 징수 등 ‘농업착취정책단계’에서 1960,70년대에 녹색혁명 등 ‘농업발전정책단계’를 거쳤지만 모든 선진국이 경험한 농산물가격지지를 핵심으로 하는 ‘소득보장적 농업보호정책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략한 채 바로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지향적 농업자립정책단계’로 이행했다. 1980년대 이후에 본격화된 이른바 개방농정, 구조조정농정이다. 미국의 공산품 수입규제를 피하기 위해 농산물을 과다하게 도입하고 경쟁력을 높인답시고 미약한 가격지지정책도 후퇴시키고 소수 대농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현재 식량자급률은 25.9%로 떨어졌고, 농가평균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77.6%로 떨어졌다.  

또한 이영훈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가 약간 악화된 것을 논외로 친다면 한국은 소득분배의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뛰어난 모범생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세계은행 등에서도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한국이 다른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분배 불평등이 덜한 것은 역사적 요인으로서 1950년의 농지개혁으로 소작지가 분배되어 지주계급이 소멸한 것도 작용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소득분배 지수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소득분배 측정지수인 10분위 분배율과 지니계수를 산정하는 기초통계인 도시가계조사에는 재벌가계 등 고소득층이 제외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부(특히 토지소유)의 불평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사유재산 절대주의가 횡행하여 1963년부터 1979년까지 토지가격이 매년 두 자리 숫자로 17년만에 180배나 오름으로써 고소득층인 자가 이상의 부동산소유자가 누린 불로소득은 실로 엄청나다. 이정우 교수의 추계에 의하면 1988년에만 해도 지가 상승에 의한 불로소득은 20-30조원으로 1천만노동자들이 번 피용자보수 53조원의 거의 절반에 달했다. 현재의 재벌들도 특혜금융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여 자본을 축적한 측면이 크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현재 지가총액/국민총생산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이것이 이제는 비용 상승 부담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수는 통일·북한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아니라 무계획의 명령경제였다.…남한의 준비보다는 북한의 체제개혁, 즉 시장제도의 이식 건설이 핵심이다’라고 주장한다.   


북한 경제체제 개혁의 필요성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서독의 통일에서 보듯이 서독에 두터운 사회보장체제가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통일 후 서독 주민들의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동독 주민들은 이 사회안전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고, 결국 동서독 주민간의 마찰을 완화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증대와 함께 사회복지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출산율이 1.17로까지 내려가 노동력 재생산조차 어려운 가운데 통일이 되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경제 교과서를 성찰형과 비판형으로 구분하고 비판형이 단선론의 입장에 서 있고, 사회갈등만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성찰형 교과서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흘러온 데는 나름의 불가피한 이유가 있음을 설명하여 우리 경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이 교수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확립된 통설만을 가르치자는 것인가. ‘존재하는 것은 이성적이다’라는 헤겔식의 논리를 주장하는 것인가. 그것은 결국 국정교과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 경제이론과 한국경제의 상을 교육할 때 학생들도 균형 있는 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열려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경제발전과 경제성장의 요인을 설명할 때 한국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하는 이 교수처럼 일제 식민지 지배 때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이것이 그 후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허수열 교수가 ‘개발 없는 개발’(은행나무 刊)에서 잘 정리하고 있는 대로 일제하에서 개발은 있었지만 그것은 일본인들을 위한 개발로서 식민지 민중이 누리는 부분은 지극히 작았던 개발이었고, 해방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많이 파괴되어버렸다.  


학생들이 한국경제에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경제교과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경제가 운영되는 기본 원리와 세계 여러 나라 경제를 폭넓게 이해해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고전파의 주류 경제학만을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르크스, 케인즈 등 다양한 경제학자의 시각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연세대에서 ‘한국의 농지문제와 농지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방후 한국자본주의 발전과 부동산투기’ 등의 논문이, ‘민족경제론과 한국경제’ 등의 저서가 있다.


©2005 Kyosu.net
Updated: 2005-05-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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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사유제한은 비정규해법의 핵심이다/ 김성희

 

기간제 사유제한은 비정규해법의 핵심이다.

정부 입법안 집착과 일본 따라하기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들어가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취재기자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얘기를 듣자니 기간제 사유제한 문제로 비정규입법 관련 노사정 협상이 난항이라고 한다. 논의의 초점이 ‘기간제 사유제한이 타당한가’로 좁혀지고 있고 유럽과 일본의 얘기가 거론된다고 하고, 이미 다른 초점으로 넘어갔다고도 한다.


어찌되었든 외국 얘기를 거론하는 모양새가 결코 올바르지 않아 보인다. 예외적으로만 기간제를 인정하기 위해 기간제 고용이 가능한 특별한 경우를 열거한 사유제한 방식이 서구국가의 기간제 관련 법조항에 들어있는지 여부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해석일 뿐이다.


서구 노사관계구조를 총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아 생긴 오해로 중요한 일을 잘못 판단하지 않을까 우려도 하게 된다. 한편 논의 과정에서 인권위가 권고한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관련된 다른 중요한 내용들은 자칫 실종된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협상과정은 당사자들의 몫이지만, 근본적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이 달린 문제이기에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독특한 악성 차별적 비정규 구조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절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약되는 한국 비정규노동의 또 다른 특징은 정규직과 동일한 시간을 근무하며 비슷한 직무를 담당하나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임시직, 기간제 고용이 전체 노동자의 40% 가량, 비정규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악성 차별적 비정규 고용형태’라는 점이다.


이와 달리 유럽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짧은 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중이 비정규직 중 가장 많아 전체 노동자의 17.7%(2000년 기준)를 차지하고,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12.5%로서 이보다 낮은 편이다.


또 하나 서구와 우리가 다른 점은 비정규노동의 확대 이유이다. 노동자에게 강요된 선택인지,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 때문인지 여부가 초점이다. 유럽의 경우 파트타임 노동자 중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한 비자발적 파트타임의 비중은 16.9%에 불과하다. 파트타임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중은 59.5%이다.


절반 이상이 개인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스스로 적은 시간 일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인데,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결과도 아니며 차별의 확대와도 관련이 적으며 시간선택주권의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간제의 경우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기간제가 된 비자발적 선택의 비중은 40%를 넘는다. 일정기간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는 기간제는 일정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에 비해 비자발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으며, 파트타임에 비해 기간제 고용이 많은 사회는 ‘강요된 차별’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한국이 바로 그 전형적 예이다. 모든 비정규직이 차별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기간제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비교가능한 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일상적 체감도가 훨씬 높다. 그래서 서구에선 특별한 조항이 없을지라도 차별금지, 동등대우의 주된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래서 기간제 비중이 높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파트타임과 기간제의 비중 비교(한국은 2003년, 그 외는 2000년)

 

파트타임 고용 비중

기간제 고용 비중

EU 기존 15개국

18.2%

13.1%

EU 신규 10개국

7.8%

11.1%

일본

14.3%

14.4%

미국

17.5%

4.9%

한국

4.9%

37.4%

* 자료= EIRO(2002). 한국은 2003년 자료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월간 『비정규노동』 2004. 12

 

사유제한은 다른 사회적 규제방식으로 보완된다


사유제한이란 일정기간만 고용해야 할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두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기간제 제한방식이다. 출산, 휴가 등으로 결원이 생기거나 계절적 업무인 경우, 사업완료기간이 정해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각국의 기간제 고용에 대한 입법 흐름을 보면, 사유제한을 채택하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기간제 사유제한이 OECD 내 10여 개 국가에서만 채택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사유제한은 직접적이고 가장 강력한 기간제 제한 방식인데, 그것만으로 충분한 억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유제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기간제의 비중이 다른 OECD국가보다 월등히 높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유제한 방식의 채택 여부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전반적 법제도, 고용정책과 노동시장제도,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의 영향력, 노사관계 구조가 차별해소와 비정규직 억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발휘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다음 세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규제방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EU의 기간제고용 지침에서는 우선 차별 금지와 동등 대우 보장의 문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다. 기간비례의 원칙의 적용으로 차별금지를 명문화한다. 차별금지조처가 실효성 있게 작용하면 인건비 절감 유인만으로 기간제를 활용하려는 사용자의 의도는 대폭 약화된다. 계속 활용할 인원을 굳이 기간제로 뽑아야 할 유인으로서 인건비 절감이란 이점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이처럼 동일노동동일임금 조항을 실질적 영향력이 있는 조항으로 마련하는 것, 구체적으로 기간제를 비롯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을 비정규직 보호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EU의 기간제 지침에서는 각 회원국이 ‘객관적 사유, 최대 지속기간, 반복갱신 횟수’ 중 하나 이상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견줘 ‘사유제한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하는 반문이 제기된다. 기간제 지침은 동구권을 중심으로 한 신규가맹국들이나 영국과 같이 법적 장치로서 규제하기보다 자치주의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을 고려해 탄력적인 제한조처를 마련한 결과이다.


초국가적 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낮은 수준의 규제방식이 도출된 것으로, 각국의 현실에 맞게 적용할 최소기준이다. 기간제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EU의 신생가맹국 수준에 맞춘 낮은 수준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간제 억제는커녕 오히려 촉진기능만 부추길 수 있다. 현실이 워낙 심각하기에 현실을 제어하지 못하는 성긴 그물로는 남용과 차별의 끄트머리도 붙들지 못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직접 연관되는 법조항만이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사회적 규제의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특별한 제한규정이 빠져있다고 해도 전반적인 노동법의 고용보호 조처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이 더 강한 보호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조의 영향력이 강하고 단체협상의 포괄 범위가 넓을 때 법률이 아닌 교섭에 의해 실질적으로 기간제 사용이 제한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기간제 사유제한을 완화했다는 스웨덴, 사유제한이 없고 기간제한만 있는 독일, 유연안정성 모델로 회자되고 있는 덴마크와 이 중에서도 유연화 속도가 높다는 네덜란드의 경우까지 사유제한이 없다고 해서 기간제의 비중이 높거나 급격히 확대되지 않는다. 이 나라들은 애매한 분류기준으로 축소 추계되는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비정규 고용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정규고용이 고용의 기준으로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노조 영향력과 단체교섭의 포괄정도가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OECD의 고용보호 평가순위는 법률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며 고용보호의 실제 효력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아래 표는 OECD국가의 기간제에 대한 규제 기준을 고용보호의 실효력이라는 측면에서 전반적 사회적 규제로 확장해서 살펴본 내용이다.


사유규제를 도입한 국가가 전체 27개국 중 9개국(부분적용까지 11개국)이며, 아무런 규제가 없는 국가가 한국, 일본을 포함해 5개국, 반복갱신 제한국가가 17개국, 기간제한 국가가 13개국이다. 그런데 갱신 시 사유제한이 실행되는 경우가 3개국, 단체교섭의 영향력이 강해 실질적 규제가 이루어지는 국가도 최소 3개국 이상이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차별금지 조항이 유럽국가에서는 포괄적 영향을 미치며, 다른 제도적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유제한

반복갱신제한

기간제한

초점

호주

 

 

 

오스트리아

 

 

법원에서 갱신 시 사유제한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갱신시 사유제한. 단협영향력

핀란드

 

 

프랑스

경영상 해고후 사용못함 추가

독일

 

단체교섭 영향력 고려해야

그리스

 

헝가리

공공부문 적용

 

아일랜드

 

 

갱신시 정당한 이유 있어야

이태리

 

 

갱신시 

기간제한

 

일본

 

 

 

 

한국

 

 

 

 

 

멕시코

 

 

갱신, 기간은 단체교섭으로

네덜란드

 

 

갱신, 기간은 단체교섭으로

뉴질랜드

 

 

폴란드

 

 

 

포루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웨덴

일정인원 이하만

사유규제 해제

 

단체교섭 영향력 고려해야

스위스

 

 

 

터키

 

 

영국

 

 

법규제 없는 자치주의전통에서 고용보호 규제로 이동현상

* 자료= OECD, Employment Outlook 2004에서 수정 인용

 

일본 따라하기, 언제까지?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정부가 비정규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새삼 확인되는 ‘일본 따라하기(After Japan)’ 경향이다. 고용평등법, 단계적 노동시간단축에서 최근 비정규입법까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계속되는 일본법 베끼기와 일본 노동시장 따라가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일본이 사유제한을 도입할 때에야 검토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비정규고용의 증가로 인해 성장기반이 축소되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적 외톨이가 증가하는 등 일본 사회는 밑바닥으로부터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대국, 생활빈국’인 일본이 과연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인가?


요즘 정부는 용어는 유럽 쪽에서 빌려오지만, 구체적인 법안의 내용은 일본을 그대로 쫓아가 유럽식 이름에 일본의 모양새라는 괴짜를 빚어내고 있다. 양극화를 언급하면서 노동빈곤을 양산하는 비정규입법을 내놓는 자기모순을 언제 정부가 명쾌하게 해명한 적이 있는가? 정부 비정규입법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모양이다. 앞으로 일본처럼 제조업까지 파견직 허용을 확대하려고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도 실질적 제재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의심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기를 바랄뿐이다. 아니 이를 확인할 기회조차 오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정부법안 폐기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정부는 정부입법안이 유연화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남용을 막는 비정규직 보호를 절묘하게 조화한 ‘정답’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는 태도를 보인다. 확산과 보호라는 반대방향의 힘을 아우를 수 있는 천하의 묘안을 제출했다는 말이다. 특히, 확산에만 기여하고 차별해소 효과는 없다는 노동계의 줄기찬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답 없이 도덕성에 대한 역공으로만 대응했을 뿐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낳을 법안을 만들어 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보호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로 일관하는 정부는 정녕 무책임하지 않다면, 무능력한 거다.


정부는 파견제 확대로 확산 효과가 있지만, 휴지기가 있어 확대 3년 만에 3배 이상 파견직이 증가한 일본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 아닌 추측을 한다. 그러나 휴지기는 기간제와 혼용의 방식으로 무용지물이 되거나, 3년으로 확대된 사용기간이면 3개월 휴지기가 제동장치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훨씬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차별해소효과가 작동한다고 하면서 약 10%의 임금인상효과를 도출한 연구용역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분석해본 결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아닌 ‘동일인적속성 동일임금’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말 그대로 추산 결과일 뿐이며, 이를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비정규통계(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대입하면 기껏해야 4%의 임금인상효과 밖에 없다.(김성희・황선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 국회노동기본권의원모임, 2004 참조)


그것도 개별구제장치이자, 이제까지 노동위원회 개별구제 판정 결과를 보건대 노동자가 승소할 확률이 희박한 차별시정장치를 통해서 모든 노동자의 차별이 시정될 때에나 나타날 결과일 뿐이며, 동일노동동일임금 등 차별판단의 기준마저 없는 상태에서 차별여부를 어떻게 판단하겠다는지 모호한 상태에서 대표적인(아니 유일한) 보호조항이라고 내놓은 내용이다.


정부의 기간제‘보호’법안은 현재보다 과연 좋은가


이 시점에서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보호법안이 적용되면 과연 현 상태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법안 중에서도 가장 잘 이해하기 힘들고 오해와 섣부를 기대가 많이 나타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현행법으로 기간제고용은 1년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기계약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막연하게 해석할 수도 있는 이 조항의 틈새를 헤집어 1년 이상 기간제의 고용보장을 명분으로 2년, 3년, 5년 계약직도 등장했고 법원 판례로 최근 인정되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현실은 법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입법안을 보자. 고용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되었다. 3년 이내에서 자유롭게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다. 한 달, 3개월, 6개월, 1년, 2년 2년 6개월 등등 다양한 생존기간을 가진 기간제가 현재처럼 여전히 존속한다. 매 1년이 안되어 반복갱신하던 추세가 바뀌었으므로 현재도 이와 똑같다. 3년 이상 계속 고용하면 해고제한이 적용되는데, 그 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건 아니고 기간제로서 계속 고용된다는 뜻이다.


정규직으로 쓸 사람도 3년 이내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일부를 3년 넘어 계속 고용한다 하더라도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기간제로 계속 고용하면 된다. 개인이 구제신청을 하고 차별시정기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아마도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계약직으로 쓰다가 말 사람을 누가 3년 이상 계약직으로 뽑겠는가. 또 유일한 보호장치라고도 할 수 있는 차별시정시구의 실효성은 0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낙타와 바늘귀의 관계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과연 무엇이 더 나아진 것인가?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보일락 말락 하는 보호장치를 놓고 파견제 확대와 교환하자면서 보호방안이라고 우기기까지 하는 걸 그냥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가?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제동장치가 필요한 때


모든 비정규직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긴 하지만 기간제는 분명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극악한 비정규 활용전략의 산물이다. 외국에선 사유제한을 법으로 명시하든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의 영향력으로 보호를 받든지, 일반법의 조항이 구별 없이 적용되든지, 각각 방식은 달라도 또 아무런 제한조처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간제가 아무런 제약없이 남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간제 고용이 고용의 정상적 형태는 아니며 차별받지 않는다는 보편적 원리가 밑바탕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사유제한과 같은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규제방식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정규고용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일을 하면서 차별받는 기간제가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노동시장의 악성 차별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아보기 힘든 최악의 비정규직 ‘악용’ 현상이다.


한국에선 노동자가 기본권을 행사하는데도 정부가 하라마라, 어디까지 하라고 지정하려고 든다. 하청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노동자로서 권리 요구나, 노동자에서 자영인 신분으로 전환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부여 여부가 왜 서구에서는 논의거리도 되지 않을까? 이제 기본권을 구축해나가는 의미에서 정규고용을 고용의 기본형태로 삼고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차별받지 않아야 되고 비정규직을 마구잡이로 활용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구체화하는 비정규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차별로부터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다수를 방치하고 오히려 양산해왔다. 시장에서 사용자의 인건비 절감 욕구를 사회적 기준을 갖고 통제할 기반과 장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제 고용의 정상적 형태로 행세하는 기간제 고용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 사유제한과 같은 분명한 제동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개별 자본의 인건비 절감 욕구가 양극화라는 사회의 파탄현상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자는 대단치 않은, 소박한 요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제동장치로서 ‘부분의 성공이 전체의 실패’를 가져오는 총합의 오류를 제어할 핵심 수단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2005-04-28 오후 1:47:38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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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정규직법 처리 유보

[비정규직법 처리 또 불발…'장기표류' 가능성]

노사정 11차 협상에도 합의 못봐…"대화 가능성 확인은 성과"


비정규직법 국회 처리가 지난 2월에 이어 또 다시 불발됐다.

노사정이 11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처리'를 넘겨 6월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5∼6월에는 '춘투(春鬪)'로 불리는 노동계의 임단협이 본격화 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6월 처리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비정규직법의 장기 표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11차례 협상에도 '마지막 산' 못넘어= 노사정은 국회 주도로 지난달 초부터 11차례의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비정규직법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뒤 줄곧 계류돼 있었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받아들이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의 노사정의 논의가 시작됐다.

노사정은 지난달 8일 노사정 실무대표들이 첫 회의를 시작한 뒤 이날까지 11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파견업종 범위 규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접근시키기도 했으나 기간제 근로자(임시ㆍ계약직) 고용기간과 사유제한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동계는 현재 사용 제한 없는 1년과 사용 제한을 둔 1년을 포함해 총 2년간 기간제 근로를 사용토록하고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간주(고용의제)하자는 안을 최종안으로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사용 제한 없이 3년동안 고용한 뒤 3년 이후에는 일정한 사용 제한을 둘 수 있고 임의로 해고를 금지하도록 하는 안을 마지노선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노사 양측의 주장은 서로에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 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회, 합의없는 처리 부담에 유보 결정= 국회는 그동안 주도해온 노사정 실무협상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환노위는 협상과정에서 노사가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종 협상까지 합의된 사안들을 반영해 국회의 법안 처리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끝내 법안 처리에 대한 '강행 방침'을 꺾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노사간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처리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노동계의 반발 등 부작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은 다시 '6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재논의 과정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목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실무협상에서의 합의 실패가 끝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국회 주도의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노사간 합의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 국회의 경우는 노동계의 임단협 시즌의 가운데에 놓이고 비정규직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물론 경영계도 이달보다 훨씬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비정규직법안이 6월 국회는 물론 이후에도 처리되기 어려운 '장기 표류법안'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명분쌓기 급급 눈총…노사정 대화 선례 남겨= 국회와 노사정은 비정규직법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데 대해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연간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급성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노사가 모두 우려를 표했지만 정작 '보호법안'을 만드는 데는 서로 명분쌓기에 급급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경영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경영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적극성을 띠지 않았고 노동계는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눈총을 의식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서로에 대한 지적이다.

게다가 법안을 제출한 정부도 '우리 안(案)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았다는 노동계의 볼멘소리를 듣고있다.

하지만 노사정이 서로 대화를 통해 노동현안 해결을 시도해 합의 직전까지 갔다는 점은 노동문제에 관한한 '실종됐던' 대화를 되살린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동시에 지난 2년동안 제자리 걸음만 해온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논의에도 '새싹'이 돋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비정규직법 논의는 노사정 간 대화와 대타협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향후 로드맵 논의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도 "비정규직법 논의와는 별도로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는 노동계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대해서는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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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교육선전실 보도자료

 

<비정규입법 노사정교섭 결과>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 11차 회의 결과

1) 일시: 5. 2 10:00-24:00(16:30-22:30 정회)

2) 장소: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

3) 참석: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 상공회의소 부회장, 이목희 국회환노위 법안소위원장, 정병석 차관

4) 논의 내용
- 각 의제에 대한 각계의 최종입장을 놓고 교섭을 전개하였으나, 기간제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함.
※ 합의되거나 의견접근 된 내용 등은 이후 노사정교섭 및 입법과정에서 존중키로 함
- 환노위원장 명의로 법안처리를 위해 5. 3 10:00 환노위가 소집되어 있으나, 노사정대표자 운영위원회가 처리의 유보를 요청키로 하고, 이목희 법안소위장이 이를 책임지기로 함.
-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를 요청하여 비정규입법안을 논의키로 함.
※ 사실상 비정규입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는 유보되었고 이후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 등으로 논의가 넘어가게 되었음.

※ 주요 의제별 논의 현황

① 기간제 관련
<노동계> 사유제한 및 기간 2년 제한(교섭석상에서 1년 사용 후 사유제한 - 추가 1년까지 사용 후 정규직 고용간주(고용의제)안 최종안으로 제시)
<경영계 및 정부> 3년후 - 해고제한

② 차별폐지 관련
- 동일노동동일임금 큰 틀 의견 접근 확인, 구체적 기준 이견
- 차별시정절차에서 사용자의 차별 입증 책임 명기로 강화 의견 접근
- 차별시정청구주체: <노동계> 당사자 및 노조의 시정신청권 보장 <경영계> 당사자 시정신청권만 인정

③ 파견관련
- 파견허용업종, 기간 현행유지(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의견 접근
※ 허용업종 결정 방식에는 이견: <노동계> 노사기구에서 노사합의로 결정 <경영계> 정부가 노사의견수렴 후 결정  
- 불법파견 고용보장: <노동계> 고용의제: <경영계, 정부>: 고용의무
- 파견노동자 사용기간 후 고용의제
- 파견사용기간: <노동계> 2년, <경영계> 4년, <정부> 3년

④ 파견 관련
- 휴지기: <노동계> 6개월 <경영계> 삭제 <정부> 3개월
- 사용사업주(원청업체) 사용자 책임: <노동계> 명문화 필요 <경영계 및 정부> 없음

⑤ 단시간노동자 관련
- 초과근로 제한: <노동계> 8시간 <정부> 12시간
- 소정노동시간 초과시 초과근로시간: <노동계> 초과수당 지급 <정부> 미지급

⑥ 특수고용노동권 보장 관련
<노동계> 노동기본권 보장 및 기설립노조 노조활동과 노동기본권 보장
<경영계 및 정부> 유보

⑦ 기타
<노동계 요구>
- 기간제 여성노동자 산전후휴가 중 기간만료만을 이유로한 계약해지 금지
- 최저임금 110% 이하 저임금 노동자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시위한 정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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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경영계안, 현재 비정규직에게 대입해 보니…  

비정규직 신분, 어떻게 바뀔까?
  
5년 일한 임시직 여성 노동자 문근영씨. 올해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출산휴가를 가려는데 사직서를 쓰라는 절망적 소식을 들었다. 매년 말에 재계약 때문에 불안해 하며 정규직에 비해 엄청난 차별을 해도 ‘찍’소리도 못해본 문근영씨는 사직서를 써야 하나, 아니면 쓰지 말고 버티어야 할까?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72조에 정한 산전후휴가 90일을 사업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고, 사업주는 출산을 이유로 여성노동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근영씨는 그 이름도 서러운 임시직 노동자! 사직서를 쓰지 않고 버틴다 해도 그 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 동안뿐이다. 아기도 나아야 하고 직장도 포기할 수 없는 문근영씨는 노동계가 제시한 비정규입법안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근로계약기간에 대해 알아보자.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는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주가 1년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반복갱신하는 것은, 사업주가 어느 날 마음이 변해서 갱신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현행 근로기준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갱신거부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문제와 함께 임시직노동자 문제의 양대 축이다. 갱신거부의 대해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제한’이 적용될 것인가?

법원판례는 계약기간을 정한 양 당사자의 의사존중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갱신거부를 해고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 ‘특별한 경우’란 갱신의 횟수와 근속년수, 사업장관행, 갱신거부의 사유, 계약기간을 정한 합리적 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해야 하는데, 구체적 사례마다 판단이 달라 단정적으로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노동자의 곤궁한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계약기간’을 존중하는 원칙 아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기존 법원의 입장과 달리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출산·육아·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 발생시의 결원대체, 계절적 사업,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인 경우,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만 임시직(또는 기간제, 계약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간제 사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하였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별 이유 없이 그냥’ 임시직으로 5년이나 일해 온 문근영씨는 당연히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차별받은 서러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문근영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을 해온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여 임금과 기타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은 것을 시정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노조도 차별시정 신청의 주체가 될 수 있어 ‘나홀로 임시직 노동자’를 대신하여 노조가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차별시정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동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반사회적행위’로서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장래에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기관에서 차별시정명령이 나오면 그 효과는 신청의 당사자인 문근영씨만이 아니라 유사한 조건에 놓인 사내 모든 임시직노동자에게 적용되어 회사로부터 그동안의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문근영씨 입장에서 중요한 산전후휴가에서도 중요한 대목이 있다. 산전후휴가는 출산 후 45일 이상 확보돼야 하고, 사업주는 60일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휴가기간 도중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사업주의 의무도 종료되므로 산전후휴가는 종료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산전후휴가급여도 상실된다.

고용보험법상 제55조7항 산전휴가급여는 90일의 산전후휴가 기간 중 사업주가 지급하는 60일분의 통상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30일분의 급여이다. 수급자격은 산전후휴가 종료일 이전 피보험기간(고용보험가입기간)이 180일 이상 되어야 하고, 산전후휴가가 종료한 이후 사업주로부터 산전후휴가확인서를 교부받아야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만료돼 산전후휴가가 종료됐다면 고용보험법상 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급여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한 경우에 국가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관계가 종료하였다면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임시직 여성노동자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휴가기간 동안 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즉, 휴가를 사용하는 도중 이미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도 근로계약관계가 산전후휴가 종료시까지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경영계안은 3년까지는 자유롭게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하고 3년 이후부터 사유제한을 하자는 것이며, 사유제한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년이라는 기준이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현재와 달라진 것이 없다.

5년째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문근영씨의 경우 경영계안대로라면 산전후휴가를 이유로 해고되거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되지 않는 임시직노동자들은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지금보다 더욱 답답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수 공인노무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withwind22@kcwn.org  
        
2005-04-30 오전 8:43:02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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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법 노사정회담, 손익계산 분주
  노동계 "대만족", 노동부 권위 실추 우려
  [프레시안] 2005-05-04 오후 12:14:52

  김경락/기자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 제정안'(기간제법안)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파견법) 처리를 6월 임시국회로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초부터 시작된 비정규법안 관련 노사정 회담은 종결됐다.


 노사정 실무회담을 주관한 이목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의 "10여년만에 노사정이 한가지 사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논의됐다"는 자평과 별개로, 이번 노사정협상에 대해 노사정 각 진영의 평가는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계, 4월 노사정협상의 최대 승자


 4월 처리 무산에 가장 만족해하는 진영은 노동계다. 비록 '비정규권리보호입법쟁취'라는 당초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스스로 '비정규 확산법'이라고 지칭한 정부 법안 저지에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국회에서 처리 유보를 성사시켰을 때 상황과 달리 정부 법안 원안이 그대로 다음 회의 테이블에 올라 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대목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는 게 노동계 자평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정부 법안의 문제점이 상당히 공론화한 만큼, 또다시 정부가 원안 처리를 고집하지 못하게 됐다"며 "향후 노사정 회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노사정이 이견절충을 본 쟁점들이 그대로 준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끝까지 공조를 유지한 대목은 양 노총간 신뢰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대노총 위원장의 공동단식이 상징하듯, 4월 노사정회담 기간동안 양대노총은 어느때보다 단단한 공조의 힘을 발휘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정규법안 노사정 협상 기간 동안 보여준 양대노총의 긴밀한 공조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또다른 큰 수확"이라며 "그간 누적된 상호간 선입견의 많은 부분이 이번 기회로 해소됐고, 향후 양대노총의 연대 투쟁이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 심각한 권위 실추


 반면에 최대 패자는 노동부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일단 스스로 '최선의 안'이라고 주장한 정부안이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권고로 백일하에 드러났기 대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정부법안에 대해 "정부법안이 비정규노동자들의 인권보호에 상당히 미흡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정부법안은 시련을 맞기 시작했다. 인권위의 의견은 최소한 정부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아니라는 평가로 해석됐다.


 더구나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인권위 공격발언 등은 노동부가 비정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히 노동시장 차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케 한 것이어서 이후 이어진 시민사회진영의 거센 비판은 노동부에게 큰 악재였다.


 실제로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노사정 실무회담의 논의 기준이 정부안에서 인권위 의견 수준으로 대폭 이동됐다.


 또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정병석 노동차관을 겨냥, 실무회담에 참석하지 말라고 공개 요구한 이후로 노동부는 실무회담에서 이렇다할 발언조차 하지 못했다고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추진 중인 '노사관계 법·제도선진화방안' 등 각종 사안들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거취 문제도 여러경로를 통해 제기되지 않겠냐는 섣부른 추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 단체, 복잡한 심사.5~6월 임단투 경계


 사용자 단체는 이번 실무회담에 대한 평가가 복잡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4월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법안이 또다시 6월에 재논의될 예정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6월에는 임단협 투쟁과 비정규법안 문제를 연관시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5~6월 전개될 노동계의 임단투를 경계해 '부담스럽지만 정부법안 원안 통과에 찬성한다'는 입장은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이번 실무회담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공론화 된 것은 가장 큰 타격이다.


 IMF 외환 위기 이후 비정규 사용을 무제한 늘렸지만, 경제위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면서 도덕적 비난만큼은 면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과정에서 비정규직 규모와 근로조건 등이 대중적으로 공론화되면서 더 이상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공개적으로 펼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노동관련 한 전문가는 "비정규직 문제는 공론화되면 될 수록 사용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다"며 "노동계는 비정규 문제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월은 준비기간


 5월 한달간 노사정 각 진영은 6월 임시국회를 대비해 전열정비를 비롯, 전략전술 마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실추된 권위 회복을 위해 5월 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고, 사용자 단체도 비정규 노동 사용에 대한 비난 여론을 극복하기 위한 복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역시 6월에도 4월 국면만큼 유리한 환경조성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술과 논리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초로 조성된 양대노총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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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이의와 영향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의의와 영향

장상환(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5년 3월11일 대법원이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를 확정 판결함으로써 1994년에 시작된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이 11년 만에 마침내 끝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교재는 사회과학의 한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의 사회 인식틀을 수용하여 한국사회의 현실을 분석한 외에, 노동자, 농민 중심의 사회변혁 등 사회적 행동을 주장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나, --- 명시적으로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거나 노동자계급의 폭력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등의 대한민국의 안전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 없는 이상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고 이 내용을 강의한 것을 두고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사필귀정’으로 당연한 판결이지만 11년이라는 오랜 기간 시달려왔기에 실로 감회가 크다. 무죄 확정판결을 접하면서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의의와 이 사건이 한국사회와 집필 교수들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1.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미래의 진보로 향하는 진보적 연구자의 발걸음을 과거시대의 잔존물인 국가보안법으로 가로막으려 한 것이다.

경상대학교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와 강의에 대해 지배세력은 보수 지배이념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영삼 정권은 집필교수가 문민정부에 대해 이완된 파시즘이라고 규정한 것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고, 보수언론은 한국사회의 이해를 공동 강의한 교수들을 이념적 편향을 가진 교수로, [한국사회의 이해]를 삼류 교과서라고 폄하했다.

또 진주지역의 기득권세력은 [한국사회의 이해] 과목을 공동 강의한 교수들이 참여하고 활동한 민주화교수협의회의 사회비판활동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경상대학교 내의 일부 수구적 교수들은 [한국사회의 이해] 수강생이 많은 등 자신의 이해관계에 위협을 느낀 것인지 [한국사회의 이해] 집필교수들을 ‘빨갱이 교수’로 몰아서 학교에서 축출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안세력, 지역사회 수구세력, 경상대학교내 수구적 교수들이 힘을 합쳐 구시대의 잔존물인 국가보안법을 동원해 진보적 연구자들인 집필교수들을 학교에서 축출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썩은 동아줄로 한창 자라나는 나무를 동여매어 성장을 막으려 한 것처럼 무모한 행위였다.

2.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국가보안법의 조기 무력화에 기여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이 벌어지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진보학계와 문화예술계, 지역 민주화운동세력은 이 사건의 해결에 적극 노력하여 성명서 발표, 집필자와 해당분야 연구자들의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검찰의 사법처리에 저항했다.

다수 경상대학교 교수를 비롯하여 인근 학교 평교수들도 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뜻을 성명서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집필교수 정진상, 장상환에 대해 구속을 시도한 것에 대해 창원지방법원 최인석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제동을 걸었고, 검찰은 결국 두 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의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 기득권세력 안보에 악용되고 있고, 학문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법률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다수 국민들도 인식하게 되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가보안법의 무리한 이용이 국가보안법의 위신을 저하시킨 것이다. 집필교수들이 몸으로 곤욕을 치루기는 했으나, 국가보안법의 효력 약화, 실질적 무력화에 기여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로 적어도 학문의 세계에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또한 당시 일각에서 추진되었던 [태백산맥], [천국의 계단] 등과 같은 문학작품에 대한 사법처리 시도는 중단되었다. 국보법 약화에 의한 표현의 자유 신장은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 국제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고 오늘날 드라마와 영화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집필교수들의 진보적 연구의지를 강화시켰다.

“시련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을 겪게 되면서 일차적으로 교수들은 학술활동에서 자신의 글과 표현에 대해 자진검열을 하는 등 정신적 위축을 겪게 되었다. 교수들은 거의 완성된 저서의 출간을 포기하거나 기존 저서의 개정을 미루기도 했다.

그러나 수구 보수 세력들의 부당한 공격에 직면하여 이에 대처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으로서 집필교수들은 내적으로는 연구자로서의 학문적 위치를 강화하고, 사회적으로는 진보적 정치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진보적 연구자들은 우선 개인적으로 양적, 질적으로 연구논문 쓰기를 확대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이해] 집필교수를 포함한 진보적 연구자들의 연구모임인 ‘진주사회과학연구회’(진사연)는 1989년에 시작되어 격주로 세미나를 가져왔으나 사건 이후 강화된 응집력을 바탕으로 매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연구의욕이 더 커졌다. ‘진사연’은 15년 이상의 활동을 통해 2005년 3월 현재 280회 이상의 세미나를 누적하고 있으며, 현재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세미나 경비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진보적 연구자들은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를 연구 중심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초판의 집필교수인 정성진 교수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소장으로 재직하였고, 2003년부터 정진상 교수가 원장(2001년 사회과학연구소가 연구원으로 명칭 변경)을 맡고 있다. 사회과학연구원은 2001년부터 사회과학연구총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제1권 [마르크스의 방법론과 가치론]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까지 17권의 연구총서를 내었다.

그리고 1999년부터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선정을 지원하여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선정 탈락을 딛고 꾸준히 노력하여 2001년에 드디어 중점연구소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사회과학연구원은 중점연구소로 지정된 이후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노동문제와 노동조합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학술대회와 출판사업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사회과학연구원은 한국 진보사회과학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자임하여 2004년부터 전문학술지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반년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4.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집필교수들과 진보정당의 결합을 강화시켰다.

교수들조차 국가보안법의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므로 노동자, 학생, 일반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보안법의 제약은 더욱 크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줄이고 나아가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지탱하고 악용하는 보수 일색의 정치 및 이데올로기 지형이 보수와 진보의 병립구도로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길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사회의 이해] 집필교수 다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교수들은 민주노동당 사업의 한 부분을 직접 담당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예컨대 필자는 1997년 국민승리21의 대통령 선거 공약 작성과 1999년 진보정당 준비위원회의 강령 제정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그리고 2000-2003년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으로, 2004년 10월부터는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장을 맡아 진보정당의 출범과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법학과 이창호 교수는 상당기간 민주노동당 진주지구당 정책위원장을 맡아서 활동해왔다. 정진상 교수는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교육 분야 핵심공약인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 정책을 연구를 주도했고, 현재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노동당 참여교수들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사회적 약자들인 노동자․농민․도시서민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도덕적 정당성을 넘어서,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5.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종결로 집필교수를 포함한 진보적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적 모순의 해결이라는 과제에 본격적으로 도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향후 과제로서 국가보안법은 실질적임 힘에서는 상당히 무력화되었으나 여전히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폐해가 크기 때문에 하루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득권세력이 국가보안법의 폐지 내지 근본적 개정 반대에 그렇게도 매달리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과제로서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자본주의적 모순에 대해서 본격적인 대결을 해나가야 한다. 외국자본의 진출 확대와 재벌과의 ‘긴장적 협력관계’의 형성으로 빈곤과 양극화,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 경제 불안정의 심화 등 자본주의적 모순이 급격히 심화되었다. 파시즘적 지배를 넘어서 이것보다 더욱 강한 자본주의적 지배가 한국 사회에 구축되었다.

국가보안법은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하나의 걸림돌에 불과하다. 이 걸림돌이 약해졌기 때문에 집필교수들은 진보적 연구자로서 자본주의적 모순의 해결을 목표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활동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민중적 입장과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방법을 견지하면서 그동안 크게 변화한 한국사회를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이해] 교재를 알차게 개정함으로써, 수강학생들과 민중들이 한국사회를 올바로 이해하고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는 실천을 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200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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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을 다시 요구한다

 토지공개념을 다시 요구한다


  장상환(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아파트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들에 따르면 올 1/4분기 서울의 아파트 값은 평균 2.65% 올라 작년 같은 기간(1.59%)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신도시 아파트 값은 3.30%로 작년 동기(1.22%)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노대통령이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정부가 올해 초 앞으로 집값이 3-4% 내릴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경남지역에서도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매매가가 10% 이상 급등한 아파트단지가 창원 11곳·마산 8곳·진해 7곳에 이른다. 분양가도 수직상승해 마산의 경우 2003년 평당 416만원에서 2004년에는 572만원으로 올랐고, 창원의 경우 2001년 평당 393만원대에서 2003년 592만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646만원에 분양되었고 진해의 경우 2002년 분양가는 평당 394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42만원에 분양이 이뤄졌다.

  아파트가격이 앙등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건설경기 부양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단기간의 가격 하락과 미분양 물량의 감소를 핑계로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 분양권 전매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의 시행 완화 등 투기적 수요를 조장하는 정책을 거듭했다. 그리고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와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이 지연되고 보유세 강화도 후퇴되었다.

  둘째,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능케 하는 민간주도 주택개발방식 때문이다. 재건축사업이  용적률을 늘려 조합과 건설업체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오르고, 여기에 인근 아파트 가격까지 따라 오르게 되었다. 판교 신도시 개발도 엄청난 개발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경실련은 판교신도시에서 총 16조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택지수용 및 판매과정에서 정부와 공기업의 땅값 차익 총 10조614억, 분양받은 택지에서 총 6조3천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셋째, 토지소유의 사적 독점 때문이다. 2002년(2001년 초)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0.764였다. 토지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과세대상 토지 과표액의 45%를 점하고 있으며 상위 10%는 무려 72%를 점하고 있다. 이 소수자들이 2001-2003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자본이득 212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토지․주택 가격 앙등은 국민들의 주거생활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공장 건립이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서 중국은 국유지이니까 주민 이주비용만 들이면 되는데 한국은 토지수용비 부담이 너무나 높다는 것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의 핵심도 토지가격 앙등에 따른 주거비 상승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경기회복을 명목으로 후퇴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로 공공 신도시와 공공 택지에서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 정부나 공기업이 개발한 토지에 공공자금을 투입하여 공공소유주택을 대폭 확대하고 이를 영구 임대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평당 523만원, 총 3조9천904억원이면 판교신도시 전체를 공영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소유(장기임대) 주택은 전체주택의 3.4%로 네델란드 40%, 독일 20% 등과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낮다. 임대주택의 중심도 5년 후 분양아파트로 전환되는 분양대기 아파트이다.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등이 택지개발이익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공택지개발사업과 택지 판매에 뛰어든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으므로 이들 공기업을 통폐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근본적으로는 토지 불로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하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국공유지를 확대하는 등 토지공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1989년에 도입된 토지공개념 제도는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토지초과이득세제로 구성되었는데 이 가운데 토지초과이득세가 94년에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그 후 김대중정부는 택지소유상한제도 폐지하고 개발부담금을 완화하여 결국 토지공개념의 근간은 와해되었다.


  토지보유세 강화를 통해 토지불로소득을 최대한 환수해야 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누진적으로 높이고 부과대상을 확대해야하고 토지재산세도 서구 각국처럼 시가의 1-2%로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공유지 면적은 전국토의 20% 미만인데 이는 면적 기준이며 대부분 산으로 되어 있어 토지가치를 기준으로 하면 훨씬 더 낮다. 미국은 50%, 스웨덴은 60∼70%선이며 싱가포르는 거의 대부분이다. 정부나 공기업이 개발한 공업단지나 주택 부지를 민간업자에게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으면서 임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국공유지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토지나 주택의 사적 거래를 제한하고 정부나 공기업이 우선 매입하는 ‘선매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진주신문] 200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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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경제론의 시각

평등경제론의 시각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장)

 

 한국경제는 그동안 압축적 고도성장을 해서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1만7천 달러의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자본주의경제가 안고 있는 불평등과 불안정을 극단적인 형태로 겪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제를 올바로 해석하고 필요한 처방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여러 측면을 「평등경제론」의 시각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마르크스, 케인즈 등 자본주의 경제문제의 해명에 고심했던 여러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참고하겠지만, 평등경제론의 시각이 무엇인지, 주류 경제학과 어떻게 다른지를 밝혀두기로 한다.

 

일하는 민중의 입장
 
첫째, 일하는 다수 민중의 입장에서 경제문제를 볼 때 진실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 아무리 이루어져도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1400만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의 삶이 나빠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은 대립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를 가족처럼, 회사를 내 집처럼”이라는 구호가 요란하지만 실은 허울에 불과하다.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상황 등에 이르면 노자는 격렬하게 대립한다.


계급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경제이론도 달라진다. 분배문제에 대해서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본, 노동, 토지 등 각 생산요소가 생산에 대해서 기여한 몫만큼 자본가, 노동자, 지주들에게 이윤, 임금, 지대로 분배된다고 한다. 이른바 한계생산력설이다. 이에 반해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에서는 노동이 생산한 부가가치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가치를 빼고 남는 것이 잉여가치이고 이것이 이윤과 이자, 지대로 분배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의 소득에는 아무튼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평등한 현실을 변호하는 이론일 뿐이다. 대체로 지배계급의 입장에 서는 이론은 현실을 정당화하고 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고문한 자, 성폭행한 자가 고문과 성폭행의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역사적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장 약한 부분이다. 한국은 아직 개도국으로 아직 사회복지와 과학기술수준이 취약하다. 여기에 동일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농산물 시장개방을 실시하면 사회복지와 농업보호 수준이 높은 선진국과는 전혀 다른 파괴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민경제 재생산의 고려

 

둘째,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민경제 재생산의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한다.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좋은 것이 반드시 국민경제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과 세금이 모두 비용일 뿐으로 절감할수록 좋다. 그러나 동시에 임금은 노동자의 소득으로서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수요의 원천이다. 비정규직의 확대로 임금 소득이 축소되면 불황이 악화된다. 유럽 여러 나라의 경우처럼 사회복지가 잘 갖추어지면 소득을 그대로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현재의 한국처럼 사회보장이 취약하면 고용과 노후가 불안해서 소득이 있어도 잘 쓰지 못한다.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불황과 실업을 임금이 너무 높아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 임금이 내려가면 기업이 고용을 늘릴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케인즈는 실업은 유효수요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했다. 먼 장래에는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지만 그 이전에 많은 사람은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간다 해도 국민경제의 양극화를 가속시키면 결국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전반적 과학 기술 수준이 발전해야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교육에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기업이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려고 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형평과 효율
 
셋째, 형평과 효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실사회주의의 교훈이 가르쳐 주듯이 어떠한 체제도 혁신이 부진하여 경제가 후퇴하고 민중들이 가난해지게 되면 지속될 수 없다. 


그러나 불평등이 한계를 벗어나면 경제의 안정과 성장도 보장할 수 없다. 예컨대 오늘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늘어나자 비정규직 부부가 자녀교육 부담을 견디지 못해 출산을 포기함으로써 출산율이 현재 1.17%로 세계 최저로 떨어지게 되었다. 노동력이 제대로 재생산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사회적 위기이다.   


다른 예로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는 지난 1/4분기에 11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경쟁력 저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과중한 의료보험비 부담이다. G.M.은 2004년에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는 의료보험비로 52억 달러를 지출했고 이 때문에 자동차 한 대의 생산비가 1500달러나 올라가게 되었다. 선진국 중에서 불평등이 심하고 사회보장이 취약한 미국에서 사적 보험 중심의 의료체계가 결국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를 만든 것이다.    

 

과학적 분석

 

넷째,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경제학은 양을 다루는 학문으로 인과관계의 방향과 크기를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 정부는 물가상승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임금 동결, 쌀 수매가 동결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 때 농림부가 소속 공무원들에게 농가소득 증대와 관계없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냈는데 정답이 놀랍게도 쌀값 인상이었다. “쌀값이 올라가면 물가가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결국 쌀값이 올라가도 실질 농가소득은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농민들로서는 정말 복창 터질 이야기이다. 이것은 정말 기만이다. “쌀값이 10% 올라도 이로 인해 물가가 2% 오르면 실질 쌀소득은 10%가 아니라 8%만 오르고, 쌀 소득이 농업소득의 절반일 경우 다른 농산물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라도 실질 농업소득은 3%나 오른다.”고 해야 정확한 논리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수요에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므로 주택200만호를 건설하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주택 200만호를 건설하다 보니 자재비․인건비가 올라서 결국 기존 주택가격까지 올라갔다. 또한 일산, 분당, 산본 등의 개발은 수도권을 키워 서울 도심의 지가를 더욱 상승시켰다. 복잡한 연쇄효과를 충분히 분석하고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또한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지출이 얼마인지, 그리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에 관한 계획이 없으면 이것은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모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공짜 복지는 없다.
   

 

진보정치연구소 [새 세상의창] 칼럼 200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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