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8/02/23

1. 얼마전 꽤나 흥미롭고, 오랫동안 관심을 놓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동네사람 몇몇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 모임을 만들자고 내게 제안했다.
난 기꺼이.. 군침도 돌고.. 재미날 듯해서 그 모임에 선뜻 나갔다.
근데 뭔가 초반부터 묘한 분위기.. 살짝 마음이 상했으나.. 그땐 그냥 거기까지..

어떤사람들은 뭔가를 시작하려고 할때 시작하려는 그것에 중심을 두기보다
모임의 체계와 구조를 만드는데 훨씬 더 집착하는 것 같다. 물론 어떤면에서는
수긍이 가기도 하나  자칫 본질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난 이런 방식을 굉장히 경계한다. 게다가 몇명 되지도 않는데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싶기도 하고 그렇다.

2. 요즘 내 주변사람들 중 스트로베일 하우스(볏단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꽤나
늘었다. 근데 이 집에 대한 관심은 도를 지나쳐 뭔가 유일한 생태적 대안인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러니까 난 더 관심이 없어진다. 유행같은 느낌이랄까? 예전에 황토집이
그랬고, 한옥이 그렇듯.. 뭔가 유행처럼 휘리릭.. 사실 이런 집들은 각각의 장점들과
나름의 훌륭한 면모들이 집의 구조와 특징에 나타나 있는건 맞는말인데 내가 자꾸만 경계하고
픈 건 "이것만이 유일한 **"라는 식의 논조에 있다. 다양성을 죽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람들에게 자꾸만 맹목적 추종을 요구하는 듯한 혹은 도덕교과서처럼 정해진 정답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가끔은 그런 논조가 꼭 종교와도 같은 느낌이다.

3. 새로 만든 모임에서 대표를 맡았다. 난 그동안 대표라는 걸 없애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고
그것은 직장에서든 활동공간에서든 내게 있어 주요한 원칙 같은거였다. 대표라는 개념 자체를
허물고 사실 각자에겐 일의 내용과 책임이 있을 뿐이었고, 이런방식은 나름대로 개인들의
연대활동에 있어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었다. 직장에서도 물론 이었고..
근데 난 얼떨결에 대표를 맡았고, 사람들은 나에게 대표이기에 이 모임을 제대로 잘 이끌것과
계획만 하면 자기들이 발로 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내참.. 어이가 아주 많이 없다. 근데 사실 내가 정말 싫은 건 이 모임에 대한 절실함
때문이 아니라, 우리마을에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있었던거고..
나름 그 적임자를 나로 여긴듯 하다. 여기에서 그 사람들의 오류는 필요성은 느끼되 자기들은
여건상 못하겠고, 누군가를 앉혀 놓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있었다. 그래서 만나면
필요한 건 없느냐, 최소한의 경비는 지원해야 하는데 하는 등의 뻘소리를 하니 화가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모임을 하자고 하면 그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고 나름 알아본 내용이나 공부한
내용이 소통되어 관심주제를 내용적으로 풍부화해야 하는게 아닐까?

물론 난 내가 기여할수 있는 어떤일이 생긴것에 무척이나 기쁘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일상에
새로운 기운이 들어온듯 하여 좋았으나, 요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일을하고 뭔가 도모한다
는 건 정말 재미없는 일임을 벌써 알아버렸다. 

그래서 이 일을 안하겠냐고?? 아니 그렇진 않다. 내가 하고싶은것만 하겠다는 결론.. 지나치게
목표가 과장되는 것도 별루고, 어떤 사람의 허풍에 놀아나고 싶지도 않다는 것.. 가끔 망상에 가득
찬 귀농자들을 보면 멀미가 날것 같기도 하지만 무시하고 밟아주는 수밖에 없다는걸 알고 있기에
아주 많이 씁쓸하다..

헉..... 아참 우리 모임은 '마을 에너지 자립'과 '재생에너지' 공부 모임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