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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람 되어가기...

시골에 온후 두번째로 맞는 봄이였다. 불투명함, 걱정, 두려움 그리고 약간의 설레임으로 시작했던 지난해의 첫 봄과 달리 올봄은 한결 느긋해졌고, 걱정도 덜해졌으며 새로운 설레임에 살짝쿵 두근거리기도 하는 봄이 되었으니 참 묘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올해는 200평을 더 얻어서 550평정도 농사를 시작했다. 작년에 인기가 높았던 고구마와 옥수수를 넓힌 땅만큼 더 심었고, 40여가지를 심었던 작년 농사에서 30여가지로 대폭 축소해서 일이 조금은 수월해졌음을 느끼고 있다. 땅이 늘었지만 작물의 다양성을 줄여버리니 일이 좀 줄어든다는 느낌 하나와 1년 경험만으로도 농사에 작은 안목이 생기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그런지 부담이 조금 덜하다는 거다.

봄가뭄이 심했던 올해는 얼마전 두차례의 흡족한 비가 봄의 해갈을 도왔고, 그 시기에 맞춰서 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의 성장도 조금은 안정적으로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올 봄 뿌듯했던 몇가지..
1)씨앗 보존 : 작년에 거둔 야콘뇌두(싹이나는부분)를 땅속에 보관했다고 올봄에 싹을 띄워 얼마전 밭에 정식을 했다. 우와 정말 흐믓.. 그외 흰감자와 자주감자씨, 김장무와 당근도 작년가을 통째로 땅속에 보관했다가 씨앗을 받기 위해 올봄 다시 밭에 심었고, 열심히 꽃이피고 씨가 맺히고 있다는거.. 거기에 시금치와 유채도 지금 현재 열심히 씨가 맺해고 있다.. 종자 보존을 통해 종자회사에 덜 의존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은 듯해 완전 뿌듯..물론 올해도 잘해야 겠지만 말이다.

2)씨앗->모종키우기->정식하기 : 작년에는 이집저집 일을 도와주며 고추모종을 얻어서 심었다. 올해?? 씨앗을 사가다 2개월 반동안 직접 모종을 키웠다는거.. 1200주정도를 키웠고, 이중500개는 우리가 심고, 산청에 250개, 동네친구네 400개 글구 나머지는 여기저기 나눠주었다.이또한 얼마나 뿌듯했던지..ㅋㅋ 모종을 키우는 일을 배운게 올봄 가장큰 성과라고나 할까??

3)토종종자 : 수박 2종류, 토마토, 가지 씨앗을 태국에서 가져왔다. 이것들은 전세계 토종종자들이 대륙을 넘나들며 교류되고 있는 것들인데 겨울 여행때 방문한 곳에서 가져와 싹을 틔워보았다. 역시나 성공.. 여기저기 나눠주고 집에다도 잔뜩심었다. 맛도 있고, 건강하게 잘 커준다면 내년에도 이 씨앗들을 보존해서 계속계속 키워봐야지..ㅎㅎ

물론 시장에서 몇포기씩 산 애들도 있다. 얘들도 씨앗을 받아서 함 내년에 심어볼까나??!!

한해한해 시골에 살며 배우는 것이 새롭다. 씨앗과 작물, 사람과 마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농사는 어떤 면에서는 자기완결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하늘과 자연이 돕지 않으면 힘든 그런일이다. 그래서 겸손을 배우게 되기도 한다. 싹이 움틀때 신비감과 고독감에 겸허해지기도 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기다림과 여유를 배우게도 된다. 상상할 수 있고, 도전할 수도 있으며 자기 성찰도 할 수 있는 농사를 만나서 참 좋다. 물론.. 엄청 힘들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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