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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 주절주절

처음 시골에 왔을때, 겨울의 혹한은 마치 어릴적 기억속에 다시 놓여 있는 듯
서울과는 다른 겨울이었다. 쉬이 녹지않는 눈과 한없이 적막하다 못해 삭막하고
서늘한 그겨울이 어느새 봄을 맞았고, 지금은 흡사 여름같은 날씨로 일상을 바삐
움직이게 한다.

속리산 한자락을 채우고 있는 이곳의 봄은 참으로 더디왔다. 농사의 농도 모르는
나와 나의 남편은 2월부터 부산을 떨며 농사일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긴 겨울의
한가로움의 끝은 4월 중순이 되어서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곤 바삐 돌아가는
시골의 농사일은 매일 아침 다른 모습으로 마을 밭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겨우내 쉬었던 밭에 어느날 갑자기 거름을 치더니만 모든 밭은 일제히 트랙터로,
경운기로 갈아엎고, 그새 두둑을 새우고, 비닐로 망을 치고, 하우스에서 자란 고추를
심고, 이젠 고추 두둑에 지지대를 새우고 있다. 이게 불과 3~4주안에 일어난 일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실감날 정도로 매일매일 동네의 밭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고,
아무것도 모르겠는 나는 동네사람 움직임에 덩달아 바빠진다. 가끔 난 지금까지 내가
속해 살았던 세상과 아주 별개의 세상을 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어느 세상속의
내가 진짜 나인지 헤깔리기도 한다.

300평밭에 20여가지를 심은 나, 수천평 밭에 고추를 심은 사람들...
고추골 7개에 지지대를 박는 나와 수천평 고추밭에 하루종일 지지대를 박는 사람들...
가끔은 마을 농군들앞에서 겸허해지기도 하고,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난 내 작은 밭에 앉아 있는 나에게 문득 감탄하기도 한다.  내가 서울을 떠난게 맞긴 맞구나
하는 진짜 현실때문에...

난 오늘, 들깨를 뿌렸고, 신문지로 멀칭을 해서 고추와 브로콜리, 양배추와 호박을 심었다.
함께 일을 해준 호미에 감사하고, 조리개와 작은 구루마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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