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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8

아침에 밭에 나가 서리태와 약콩을 심으려고 나오는데

동네 할머니 두분이 정자나무 아래 앉아 아침 인사를 건내신다.

밭으로 향하는 날 보며 따라 오시는 할머니들은 콩심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면서 왜 고구마는 안심었느냐, 왜 감자밭과 고추밭에

비닐을 안씌웠냐며 야단이시다. 풀을 매려면 큰일났다며 한마디씩

거드신다.

 

한참 콩을 심고 있는데, 동네 할아버지 지나가시며 콩을 너무 달게(가까이)

심었고, 풀이 이리 나오는데 풀 안잡고 뭐하냐며 또 야단을 치신다.

 

난 별 대꾸없이 미소로 화답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불안하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고, 괜시리 내 주장을 했다가 관계가 나빠질까봐

아무말 못하고 가슴앓이를 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달라진 이유는....

1. 걱정해주심과 가르침은 감사하나 동네 어른들 말씀을 모두 따르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아서.. (모두모두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2. 지나치듯 하는 말들을 너무 주의깊게 들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기에...

3. 무시하는게 아니라 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

     모든것이 경험이고, 나의 재산이 될꺼라는 판단 때문에...

 

귀가 얇은 나.. 시골에 와서 그런 나의 진면목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순간순간 고되고 힘이들때도 있다.

10명의 사람들이 모이면 모두다 다른 얘기를 하신다.

아마도 한동네에서도 농사 시기와 기술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걸 다 듣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역시 줏대있게 사는 것이 중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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