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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후기..

사실, 어제 집에 오자마자 쓰려고 맘 먹었었는데..(술김에 쓴 포스트는 훨씬 리얼하고 잘도 써지기때문에.)오다 보니까 얼마 먹지도 않은 술이 더 올라 왔는지 걍..세수하고 이빨닦고 뒤집어 지기에 바빴다..

 

각설하고, 어젠 마지막주 금욜이라 사무실에선 직원 미사 내지는 직원회합이 있는 날였다.  근데 이번달은 모 업체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사회복지시설관계자들을 특별 초청하는 공연을 준비 했다고 해서 미사를 접고 그쪽을 택했던 날이다.  궂이 공연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따로 '장충동 족발팀'(?)을 만들어 한잔들 꺽자고 했다.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엄명이 있었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들을 선택하기 이틀인가 전에 벌써 번개를 공지 하고 말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시월의 마지막을 무드있게 보내고픈 맘이 간절했기 때문에 그것에 부합하는 인간들도 사실 양과 질(?)에 맞춰주길 바랬지만 역시나 기대는 한낮 기대에 불과한가보다.

인원도 적었고, 온다는 사람들은 스머프는 무섭다는 유언비어에서인지 제시간에 나타나 주었다.

특히나 현근이란 작자는 지갑을 잃어버려서 모..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일찌감치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사진에서 보았던 거랑 내가 상상했던 엽기 발랄할것 같은 개구쟁이 총각 이미지는 좀체 찾아 볼수 없는 초췌한 몰골에 수염까지  안깍은 구질구질(ㅎㅎ)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왜 나는 포스트의 모습과 실제와는 전혀 연결을 못시키는지 그것이 언제나 문제라면 문제다.  그니깐 따지고 보면 상상력이 너무 뛰어난것일수도 있고..흐흐..

 

곧이어 나타난 이러나님은 걍..평범한 대학생쯤 될것으로 상상 했더니만 왠걸~ 아직 입학도 안한 정말로 톡톡 튀는 젊디젊은 10대였다.  나보고 생각보다 꽤 늙었다고 하더군..쩝...

 

꼴찌로 나타난 자일리톨님은 예의 그 점잖은 셔츠와 타이가 간데 없고 펑퍼짐한 케주얼 차림에 배낭가방까지 매고 나타났다.  역시나 싱글벙글 트레이드를 잊지 않고서..

 

먼저 취생몽사라는 술이 나오자 다들 진지하고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로 첫잔을 쨍그랑 하면서 마신 그 맛은 캬~~ 이게 아니고 약간 떫떠름한 표정들..나의 평은 좀 달군..이랬는데 앞쪽에 앉은 자일리톨은 쿨피스 운운하면서 그 맛과 흡사 하대나 어떻대나..현근님 동감하는 눈빛..이러나님 적이 섭섭한 표정.. 한병을 음료수 마시듯 하며 비우고는 '월래' 코스로 넘어갔다.  나와 현근님 소주, 술 못마시는 자일리톨 이러나는 맥주..



갑자기 들이미는 이러나님의 카메라가 우리의 벙개를 더욱 리얼하게 남겨줄 모양이다.

그리고는 연신 앞쪽 두 남자에게 들이밀면서 무슨 타큐 작가인냥 이러저런 포지션을 연출하기에 한창이다.  얼굴이 낯이 익던데, 왜 그럴까 하고 물었더니 한때 독립영화에 출연하느라 TV에 나온적이 있다고 했다. 아항..그래서 낮이 익었구나..하고선 쭈욱~ 들려주는 얘기가 꽤나 충격적이다.  내 나이 20대 중후반에나 겪었을 일들(?)을 아직 20대도 아닌 그는 벌써 선택할 줄 알고 경험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나는 이래저래 발육까지 느린 인간이었던것 같다.  거기다 녹색대학까지 벌써 섭렵하고 입학할 꿈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뭣보다 패기 왕성해 보여서 넘 좋았다.  현근님의 초췌한 모습과 사막이라는 술집은 그야말로 콤비처럼 어울릴법한 분위기 였다.  이러나님 친구들이 하는 말이 이러나가 가는 곳은 언제나 '창고'형 로케이션 이라고 한다더니..그 말이 딱 들어 맞는 곳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각자 겪어온 지난날들을 돌이키면서 죽도록 맞았던 그 시절(?)과 이건 아닌데의 싯점에서 돌을 들고 뛰어왔던 오늘날까지의 행로들은 가슴에 한두개씩 가지고 있을 응어리까지 저절로 녹아들기에 충분한 만남이었다고나 할까..

창고같은 사막에서 적당히 취했기에 일어나 어디론가 발길닿는곳에서 한잔씩 더 하자고들 할줄 알았더니 자일리톨 앞장서서 파장하는 분위기 조장시켜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가볍게 적당히가 좋기는 했는데 왠지 말못할 아쉬움이 아침저녁 낮아지는 기온처럼 매우 춥게 가슴을 후볐다.  누구와 만나든 적어도 2차 정도는 기본였는데 도대체 어제는 왠일이었는지..쩝....혹시 이어질수도 있을 3차를 대비에 택시비까지 넉넉하게 챙겨 갔는데 젠장~ 11월 행인님이 또 한번 번개 친다고 했으니 그때를 기약하며 헤어질수 밖에...

 

하튼 별다른 기대 없이 때린 번개에서 이 정도의 '분위기 전환'은 다가올 겨울을 맞을 충분한 준비태세로 돌입하는데 쏠쏠한 활력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올 겨울은 무지 춥다는데...

 

어제 만났던 분들, 모두 반가웠습니당!!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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