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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검사..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사실이 발표 되었다.  그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 가만가만 나의 초등학교 일기장 쓰던 시절이 생각났다.

우선 그때의 '일기쓰기'는 역시나 학교에서 쓰라고 하니까 또는 안쓰면 선생님께 혼나니까의 이유가 지배적이었다.  말하자면 대부분 초등학교시절의 일기쓰기는 자율성보다는 강제성에 의해 쓰여진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일기 본연의 뜻은 분명 그게 아닌데...숙제이고, 검사 받아야 하는 하나의 항목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 갔다.

 



그래도 나는 일기쓰기를 꽤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무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하루를 정리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는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으니까..그리고 거기에 한몫 더했던것은 초딩 5년과 6년시절 담임의 친절한 코멘트가 일기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요소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렷을적부터 뻔뻔했던것은 여전했는지 담임욕을 하든 친구 욕을 하든 전혀 가감없이 써내려갔던 것 역시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아스라한 추억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일기장 몇권이 아직도 집에서 뒹굴고 있다.  가끔 읽어 보면서 느끼는건 역시 초딩답게 유치하기는 하군..피식~ 하는거와 빨간 볼펜으로 꼼꼼히 적어놓은 담임의 코멘트들은 어김없이 '그리움'을 동반하는 향수를 불러오게 한다.  보고싶다.  그때의 담임들...

 

사실, 초딩 6년때의 담임은 현재까지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다.  서울에 살다가 6학년 2학기때 오산으로 전학가면서 만나게 된 그 담임은 젊은 여선생이었다.  초딩과정을 불과 반년 남기고 때아닌 가세의 기울음으로 시골학교로 전학가게된 나는 무척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는데 나의 상황을 잘 이해 했던 담임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주었고 좋은 말도 꽤 해주었던걸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왠 반항아 기질이 있었던지 툭하면 반장 아이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친하고 싶었는데 그 표현은 반대로만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싸워놓고도 지금은 그 아이와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니 정말 웃지 못할 아이러니 이기도 하다.  내가 하도 싸우고 적응하지 못하는걸 보고는 담임도 두손두발 들 정도로 힘들어 하기도 했다.  근데 졸업을 하고 세월이 흐르니 그때의 담임이 제일 기억에 남고 애틋하게 다가오가만 한다..그래서 스승의 날이 되면 꼭 연락을 하기도 하고...

 

일기장 얘기 하다가 초딩 시절 챙피한 과거까지 쓰게 되었는데, 화두가 되고 있는 일기장 검사는 인권침해라는 사실에 동의 한다.  일기라는 영역은 애나 어른이나 지극히 사적인 영역임이 분명하고 그것은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되며 더욱이 일기를 쓰는 자체가 강요나 비자발적이어서는 더욱 안되기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출된다는 가정이 서면 그건 일기가 아니라, 단순한 보고서 수준에 머물고 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기는 말그대로 나만의 비밀이야기라는걸 배제 할수 없는 것이다. 

 

블로그를 쓰면서도 '나 혼자만 보기'를 가끔 누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노출되지 않을것인지는 믿기가 어려워진다.  예기치 않게 무언가 검색했는데 내 글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얼마나 섬뜩할 것이며 혼자만의 생각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하는가 말이다. 정보화의 기능과 검색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사적 영역이 침해 되고, 노출 되는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인지 세상이 점점 무서워진다.  일기를 어디다 써야 제일 안전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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