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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덕숭산..

늦잠 잘까 조마조마 하며 간신히 일어나 참가 했던 제130회 역사와 산, 산행.

간만에 차안을 꽉 메우고 것도 모자라 바닥에 앉아 가기까지 했던 이번 산행은...



가족산행을 해도 무리 없는 산인지라 애들도 꽤 많았다.  나도 왠만하면 아이를 대동할까 생각하고 토요일부터 열심히 꼬셨는데 희연인 연신 도리질만 했을 뿐이었고...일요일엔 모처럼 늦잠을 자야 한대나 모래나..쩝~

 

할 수 없이 가뿐한 몸으로 출발한 산행은 화창한 날씨속에서 뻥뚫린 서해 고속도로를 달려 충남 예산에 위치한 수덕사 덕숭산 초입에 도착했다.  마침 석탄일이라 절로 향하는 차로 거의 도로를 구분할 수 없는 정도였으니...

사람이 하도 많아 절구경은 뒤로 하고 절뒤에 있는 덕숭산을 올랐다.  비교적 얕고 부담 없는 산...그래도 아이가 오르기엔 힘든 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엎치락 뒤치락 아이들 챙기며 오르느라 흐르는 땀을 닦기도 바빴으리라..

 

수덕사는 현존하는 목조 건물중 가장 오래된(700년됨)절..수덕사에 얽힌 사연중, 만공스님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그분이 열반하실때 나온 사리가 있는 탑인 '만공탑'이 덕숭산 중턱쯤에 있었다.  살아온 내력을 보니 가히 평범하지 않은 듯 하고 수행이력 또한 화려하기 그지 없던 그 분의 탑엔, 千思不如一行과 世界一化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남.) 모 그런 글들이 세겨져 있더라. 요기를 참고 하길..

 

많이 아프셨다가 건강이 좋아진 박준성 선생님의 열정 어린 강의를 듣고 속으로 한시름 놓으면서 마침 오늘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는걸 상기 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을 트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역사와 산에 가기 전에는 언제나 망설이곤 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정기 산행인데 갈날이 다가오면 으례 귀차니즘이 발동을 하고 못갈 핑계 만들기에 급급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문뜩 박선생님이 한말이 생각났다. 갈건가 말건가를 망설일때는 언제나 전자에 무게를 두라고..그러면 후회하는 일이 적어 질테니깐.. 맞는 말이었다.  한달에 한번 오르는 산행,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갔다 오는것도 지루한 일상의 탈출을 꿈꾸기엔 충분했으니까.

거기다 10년 넘게 운영되는 산악회 이다보니 그 옛날 회원이던 사람들이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말 안해도 나를 알고, 옛날 얘기들이 술술 나오는 그 사람들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아이가 둘씩 되어버린 십여년전 그 사람들...재미있다.

 

어제는 특히 한겨레 신문 광고를 보고 처음 참가한 이와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2년반쯤 후에 미련없이 하던일을 정리하고 귀농을 하겠다는...왠만큼 생각 비슷한 사람 만나는게 어려운 일인데 나이에 맞지 않게 서글서글하고 말을 걸어주는 재치가 기분 좋기도 했다. 

 

역시 주말엔 놀고 와야 월요일도 활력이 솟는가 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다음 산행도 '갈까'에 무게들 두고 떠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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