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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이후..

맡길만한 곳은 여전히 찾지 못했으며 없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놀기도 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전화를 하기도 하고..빨리 오라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옆집이나 앞집에 점심 한끼만을 얻어 먹이려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평소에 친하지도 않다가 갑자기 아쉬워지니까 부탁하는 꼴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엔 집에 있는 프라스틱으로 된 작은 식판에 반찬을 3가지 정도 담고 비닐을 씌워놓은 뒤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학교 갔다 와서 먹으라고 했다.  밥만 퍼서 먹으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한다.

 

사무실에선 아이가 점심 먹을때가 되면 불안하다.  밥을 먹는데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지도 않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집에 전화해보면 아이는 잘 먹고 있다고는 하는데...

어른도 혼자 밥먹는 기분이 참 거시기 하고 처량한데 애들도 그 기분이 뭐가 다를까 하며 퇴근후 물어 보았다. "혼자 밥먹는 기분이 어떠니?" "머...괜찮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쩝~

 

어제는 전날 저녁에 먹은 닭죽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점심때 렌지에 데워서 먹으라고 데우는 법을 알려줬다.  밥을 먹을 무렵, 전화까지 해가며 뜨거우니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일러 주고는 시키는대로 하더니만 잘 데워져서 먹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집에가서 보니 먹지를 않았다.  막 새로 한건 맛있게 먹더니 나중에 한번 더 데워서 먹으려니 별로 땡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참고로 희연이는 꼭 처음에 막 한 음식은 먹고,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주면 안 먹는다.  이상하게도...데워서 주면 맛은 거의 처음과 다를바 없는데...하튼 잘 먹지도 않으면서 가리는건 유별나게 가린다.(너무 피곤하다. 이런부분은..)

 

닭죽을 먹지 않고 밥통에 있는 밥을 덜어서 구운김 한가지하고 먹었다고 밥그릇을 보여준다. 기가 막혔다.  밥한끼를 제대로 못 먹었다는 것도 그렇고 저 조그만게 무슨 죄가 있다고 밥한끼를 자기 손으로 차려 먹어야 한다는 말이냐....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했지만 내색은 안했다.  생각할수록 학교의 처사에 화가 나기만 하고...

어제는 피린이 말한대로 교육청 홈피를 찾아 갔는데 민원인 게시판이 보이지 않는다.  젠장~ 각종 민원서류를 접수 하고 처리 하는 란만 있고 급식게시판에도 불편 사항이나 건의 사항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는 곳이 없다. 다만, 급식과 관련된 공문과 설명이 대부분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하루를 보내고 말았는데 집에가니 밥도 제대로 못먹고 아이가 풀죽은 모습으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비록 나의 계약이 끝나는 이번 달 말까지 라고는 하지만, 다른 부모들은 어떨까?  하루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 방과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왠만하면 학교에 방과후 교실이 딸려 있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엔 그런것도 없다.  다 사설이고 값도 비싸고...

 

갈수록 태산이다. 학원으로 돌리지 않으면 같이 놀 친구가 없는것도 그렇고... 이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 더미들 속에서 과연 누가 아이를 더 낳고 싶어 하겠는가.. 저 출산 시대 라느니 심각한 고령화 사회라느니 떠들기만 하지 말고 좀 더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문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답은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아이를 낳게 하려면 안낳은 이유를 따져보고 고령화가 심각하면 고령화 사회에 맞는 정책을 만들면 된다.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 한다든가, 정년을 더 늘인다든가 하는...

 

하여간 오늘도 나는 좌불안석이다.  밥 굶는 아이가 바로 내 아이가 될줄이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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