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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증발..

지금 막, 논문 때문에 메모해 두었던 수첩을 펼쳤더니 이상한 말들이 적혀 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읽어봤더니 뭐, 그냥 혼자 주절거린 소리였는데 내가 이걸 언제 썼는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 뜯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사실은, 며칠전 굉장히 술을 많이 마셨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 쓴건지, 언제 쓴건지...

 

술을 자주 즐겨 마시는 편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때는 너무나 당황스럽다.  자주 이런일을 겪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할지도 모르지만 난 술을 좋아하는 편이긴 해도 필름 끊길 정도로는 잘 안먹는다. 아니, 못먹는다는 말이 맞겠다.. 비록 몸은 휘청거리더라도 웬만큼 마셨다 싶으면 거기서 스탑! 하는 편인데...그래서 기억이 안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불과 며칠 사이에 이런일이 발생 하다니...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덧붙이면, 기억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나를 버리고 가지 않은 지인에게 진정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이자리를 빌어서 꼭 하고 싶다.  



어느날, 지인 하나가 '다른사람들이 다 너를 잊어버릴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해서 그것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꼭 그 사람들이 너를 기억할것이다.' 라는 말을 해왔다.  물론, 내가 지금 하는일에 대해 격려하고자 하는 말이고, 행여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 속에서 하는 말이 분명할 테지만, 나는 그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 한다는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가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또한, 그렇게 몰두해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의지를 보인다는것도 내게는 한계를 초과하는 일임이 분명하다는 얘기이다. 

 

내가 여기서 굳이 '기억'이라는 단어에 촛점을 맞추고 싶은 이유는, 나는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내가 기억되어지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외로움의 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원해준 사람이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남을 것이라는 얘기이다.(물론, 전자와 후자가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또다른 어떤 지인은 자기도 위로 받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너는 항상 너의 외로움과 위로가 최고냐면서 응수를 한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시야를 나 중심적으로 두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으며 비로서, '외로움'이라는 것은 누구가 짊어지고 사는 필연적인 업이 아닌가 싶더라.  혹자는, '너는 외롭지 않으면 불안하니?'  또는, '너는 외로움이 취미생활이니?'라는 말을 들으며 산다고까지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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