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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달려~!

장마가 시작된다는 비보를 듣고, 움직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약올리는 듯한 문자를 받고, 마음이 움직여 차를 끌고 나섰다... 이 정도면 거뜬히 움직일 수 있어, 걱정마! 하는 자위를 해주고선...어라? 근데, 서울시내에선 갈만하던 게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폭포수 같이 비가 쏟아진다..거의 앞이 안보일 정도로..뭐, 첨 겪는 일도 아닌데...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핸들을 꽉 잡고 엑셀을 살~살~ 밟았다.  가면 갈수록 비는 억수같이 쏟아진다.  가끔은 일기예보가 맞는 날도 있구나를 생각하면서 근데 왜 하필 오늘따라 일기예보가 맞고 난리야?? 혼자 궁시렁궁시렁 하면서 엑셀을 더욱 살~ 살~ 밟았다...

 

운전을 해본 사람은 알것이다. 이런 날은 헤어진 애인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는 순간, 자신은 황천길로 직행하리라는 것을...그래서 가급적 좋은 생각만 하자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하느님께 기도를 하리라고 맘먹는다.. 웬만하면 겁 안먹고 되는대로 살자주의인 나도 이런 날은 어쩔수 없나보다.  점점 더 굵게 내리는 비가 이제는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지금 달리는 이길이 아스팔트가 아니라 마치 윈드서핑이라도 하는 듯한, 물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다.  근데 시원하지는 않다.. 물이 튀지는 않으니까..긴장을 한 탓인지 덥기까지 하다. 에어컨을 틀까 하다가 참는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튀고 있잖아~! 화물연대 파업이 곧바로 생각났다.. 그래! 여기서 죽지는 말자. 어떻게든 살아서 하느님께 기도를 하고 싸울 수 있을때 까지 싸우자! 그리고 아침 신문에서 봤던 이문열을 씹자! 그 놈은 씹는것 만으로는 부족할것 같다. 아예 자근자근 밟아야 직성이 쬐끔 풀릴듯...

 

겁에 질려 물길을 달리고 목숨을 담보로 내 놓기는 했지만, 그 순간의 스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그 길이 바로 이세상과 저세상의 확연한 경계선 이라는것을...비겁하게도 나는 그 경계선에 서서도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맞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제발 담배 한대만 피우고 죽게 해주십시요, 였다..어쨌든 나는 오늘 이승과 저승을 한꺼번에 갔다 온 느낌이다. 어쩐지, 어젯밤 꿈이 묘하긴 했었다(내용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도전에 피워 물은 담배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안겨주었고, 갑자기 쌓인 스트레스를 화악~! 날린것처럼 시원하기만하다. 도착하자마자 물을 버리고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전사마냥 의기양양 이 무용담을 쏟아 내기에 바쁘다. 개똥같은 역사일지라도 쉬지 않고 흐른다!  유유히...유감인것은 다시 되돌아 갈 길 때문에 차를 버리지 못하므로 술을 마실 수 없었다는 것!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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