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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 보는 법(?)

   어수선한 시기에 영화얘기 하는게 초큼 거시기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어떤 영화에 대한 얘기라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에 대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몇년전(정확히는 몰라도)까지만 해도 허리우드 액션 영화하면 금새 흥행 일번가를 달렸지만 요새는 괜찮은 한국영화들 꽤 많이 뜬다. 근데, 개봉관에 괜찮다는 한국영화들이 걸리면 나는 제대로 볼수가 없다. 한국영화는 한글 자막이 안나오기 때문에...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개봉관에서 내려와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복사된 DVD제작물을 지하철 노점에서 사서 보는 것이다(DVD에는 한국영화에도 자막이 나온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된 이후로).  이동중 지하철을 타려고 움직이는 그곳에는 많은 한국영화는 물론 애니매이션까지 다양한 DVD들이 있다.  처음엔 집에 DVD플레이어가 없어서 사서 보고 싶어도 군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동거인을 조르고 졸라 플레이어를 구입한 후 부터는 보지 못했던 훌륭한 한국영화들이 개봉관에서 내려지기만을 기다려 그것을 사서 보는 것이다.

 

   엊그제(7.5) 촛불집회 갔다가 막차 끊길까 부랴부랴 뛰고 있던 시청역에 또 그게 보이더라. 마침 동거인과 아이까지 같이 있던차라 아이 보고 보고 싶은 영화 없냐고 물으면서 슬쩍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도 낚았다. 이름하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리고 '식객'.  얼마나 보고 싶은 영화 였는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 이러한 경로를 통해서 본 영화는 한두개가 아니다. 밀양, 괴물, 왕의 남자, 타짜, 등등등...괜찮다는 또는 보고 싶었던 한국영화들은 죄다 좌판 DVD를 사서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판매하는 DVD지만 내게는 정말로 너무나도 필요한 물건임이 틀림없다. 한 친구에게 이러한 얘기를 해주었더니 이해가 안간다는 투로 말한다. "아니 한국영화인데도 자막이 나온단 말야?? 이상하네...자막 넣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인데 그 수익성 없는 일을 해서 한개에 고작 2000원에 판단 말야?" 그렇다! 이건 누가 시키거나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고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간 유익한 일이 아닌것이다. 나처럼 한국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그 사람들도 이렇게 좌판 DVD를 사서 볼것이 아닌가...



   얼마나 좋을까마는...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듯 하는건 우연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및 힘 없는 이들은 주류에서 밀려나는게 당연한 일이니까...거기다 문화생활에서 마저도 많은 차별을 받고 살아가는일은 일일히 거론 하는것 조차 짜증만 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화가 나고도 남을법한 이 일을 아무 이익도 고려하지 않은 그 사람(?)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어제 에어콘 틀어 놓고 간만에 호사를 누렸다. 혼자 늘어져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다는것.. 감동적인 영화였다.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경기 종목을 택해 여성의 섬세한 부분을  묘사해 낸 임순애 감독,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어서 인지 모르지만 극찬할만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특히, 문소리가 맡은 상황과 역할이 내게는 깊게 와닿았다. 끝까지 투혼을 벌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문소리에게 돈을 꾸어준 그 배우는 이름이 생각 안난다. 그 배우의 역할도 맘에 들었는데...김지영의 실감나는 연기도 좋았고..

 

   이제는 한물가서 이 영화 얘기를 할 시즌은 지났지만 나는 이제서야 영화 얘기를 한다. 제목을 줄여서 '우생순'이라고 하는 이 영화. 그리고 나도 누가 그 영화 봤냐고 물으면 씩씩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엉~! 나도 그 영화 봤어!! 너무 좋더라~~ "고 하면서 대화에 서슴없이 낄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엔 어떤 영화를 볼까?  희연이 때문에 죄다 어린이 영화만 샀는데...ㅎㅎ  아쉬운 점은 그 DVD는 꼭 5장을 사야만 만원에 준다. 한장씩은 팔지 않던가, 3천원을 받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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