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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창안의 여인(Woman in Window) - 프리츠 랑(Fritz Lang)
    와라

창안의 여인(Woman in Window) - 프리츠 랑(Fritz Lang)

어떤 외로운 심리학 교수가 그의 클럽 입구 옆에 있는 가게 진열창 안에 걸려 있는 요부(female fatale)의 초상화에 매혹을 느낀다. 가족들이 휴가를 즐기러 떠나고 난 뒤에 그는 클럽에서 깜박 잠든다. 점원 하나가 11시에 그를 개우자 그는 일어나 클럽을 떠나면서 여느 때처럼 그 초상화를 힐끗 쳐다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울에 비친 거리를 지나던 거무스름한 피부의 아름다운 여인과 진열창 속의 그림이 겹쳐지면서 초상화의 여인이 살아난다. 그 여인은 교수를 유혹한다. 그리하여 교수는 그녀와 성 관계를 갖고, 그녀의 애인과 싸우다가 그를 죽이게 되며, 그 후 이 살인사건의 조사과정에 대해 경위인 친구에게서 정보를 입수한다. 이제 곧 그를 체포하러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의자에 앉아 독약을 마시려다가 그는 깜박 잠이 든다. 그 때 점원이 11시라면서 그를 깨우고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안심한 그는 거무스름한 피부의 요부가 꾸민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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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급작스런 결말을 단순히 헐리우드적 약호에 대한 타협이나 순응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즉 “그건 단지 꿈이었고 현실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야! 살인자가 아니락!”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우리의 욕망의 실재에 있어 우리는 모두 살인자들이다”가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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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수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그의 꿈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자신의 욕망의 실재(심리적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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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상태란 “그의 꿈의 의식에 불과하다”
라캉이 참조한 것 가운데 하나인 장자와 나비의 비유를 여기에다 다시 적용하자면 우리는 한 순간 살인자이기를 꿈꾸는 조용하고 친절하며 점잖은 부르주아 교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반대로 일상생활 속에서는 그저 점잖은 부르주아 교수이기를 꿈꾸는 살인자다.
 
- 지젝, <삐딱하게 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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