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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4
    세계들의 상점(Store of Worlds) - 로버트 쉬클리(Robert Scheckley)
    와라

세계들의 상점(Store of Worlds) - 로버트 쉬클리(Robert Scheckley)

  이 단편의 주인공인 웨인 씨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노인 톰킨ㅅ를 찾아간다. 그는 폐허가 되어 썩어가는 쓰레기만이 가득한 외딴 곳 오두막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톰킨스는 특수한 종류의 약을 써서 사람들을 그들의 모든 욕망이 충족되는 평행차원으로 위치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그렇게 해주는 대가로 그 사람이 가장 귀중히 여기는 물건을 거네줄 것을 요구했다. 톰킨스를 만난 웨인은 그와 대화를 나눈다. 톰킨스는 자신의 거래자들이 대부분 자신의 위치이동 경험으로부터 아주 만족한 상태로 되돌아오며, 되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웨인은 망설인다. 그러자 톰킨스는 그에게 결심하기 전에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잘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웨인에게는 내내 그 생각 뿐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아내오 k아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고, 이내 그는 가족생활의 즐거움이라든가 사소한 문제거리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거의 매일 그는 스스로 다시 톰킨스 노인을 방문할 것이며 욕망 충족의 경험을 하고야 말리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언제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의 주의를 흩어 놓으며 그로하여금 방문을 연기하도록 하는 가정사가 끊이지 않는다. 우선 그는 부부동반으로 연말 파티에 가야한다. 그러고나면 아들놈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여름 휴가 때에는 아들과 배를 타러 가기로 약속해 놓았다. 가을에는 가을대로 새로운 약속이 생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 년 내내 웨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오지 않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그가 조만간 분명히 톰킨스를 방문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 갑자기 그가 톰킨스의 오두막에서 깨어날 때까지.

 

톰킨스는 그에게 친절하게 묻는다. “그래, 지금 기분이 어떤가? 만족스러운가?” 어리둥절해진 웨인은 당황해서 “아, 예 ... 그럼요”라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세속적인 물건들(녹슨 칼, 오래된 캔, 그 밖에 몇 가지 작은 물건들)을 톰킨스에게 건내준다. 그러고는 저녁 감자 배급에 늦지 않으려고 무너져가는 폐허를 서둘러 떠난다. 어둠이 깔리기 전에 그가 지하 은신처에 도착하자 한 떼의 쥐들이 쥐구멍에서 나와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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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물론 핵전쟁 - 혹은 그와 유사한 사건 - 이 우리의 문명을 붕괴시킨 이후의 일상생활을 그리고 있는 일종의 공상과학 소설에 속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측면은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반드시 빠지게 되는 함정이다. 이야기의 전반저인 효과는 바로 이 함정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함정 속에 욕망의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물 자체’인 것을 물 자체의 지연으로 혼동하며 사실상 욕망의 실현인 것을 욕망의 추구로, 욕망의 고유의 우유부단함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욕망의 실현은 그것이 ‘충족되는’ 것, ‘충분히 만족되는’ 것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욕망의 재생산, 욕망의 순환운동과 함께 일어나는데도 말이다. 웨인은 환각 속에서 자신의 욕망충족을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는 상태로, 즉 욕망을 구성하는 결핍을 재생산하는 상태로 자신을 위치이동시킴으로써 욕망을 실현했던 것이다.

from 지젝 <삐딱하게 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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