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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데올로기의 슬픈 자화상
요즘 큰아이를 보면서, 내 스스로 무력감에 빠진다. 이제 일곱 살인 첫째 아이는 자신이 즐겨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캐릭터 장난감만 보면, 무작정 사달라 한다. 나는 아이의 요구대로 무작정 다 사줄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장난감보단 구매행위 자체에 빠져버린 아이의 소비만능적 태도를 훈계할 설득능력도 없다. 에그! 이도 저도 못하면서 '가보타크' 캐릭터 로봇은 종류도 왜이리 많은지, 소심하게 원망하는 무기력한 내 자신.
그러나, 정작 불행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아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다름아닌 부모인 나라는 것도 안다. 들과 산, 개울 크게 자연이라는 놀이터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애정의 놀이터인 부모의 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해, 결국 텔레비전이 아이의 가장 친근한 놀이터가 되고...... 아무리 '변신' 구호를 소리질러 봤자, 변신하지 못하고 손에서 로켓미사일이 나갈수 없는 아이.이제, 그 로봇을 구매하는 것만이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버린 아이. 끊임없이 소비할 것을 유혹하고, 소비를 통해 인격과 품위가 실현된다고 현혹하는 자본주의 상품이데올로기에 이 일곱 살난 아이가 벌써 그 중심에 있게 했으니....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한 단락 종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여기서 일단락 됐다고는 결코 할수 없다. 그러니, 일단 전체를 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평가 정도로 한번 짚어보자!
다른 사람들은 이 사태를 통해 무엇을 보았는지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너무나 지독한, 너무나 지긋지긋한 비상식과 비이성의 광기를 보았다.
보자!
하이닉스라고 하는 이 거대기업은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봉쇄하기 위한 용역경비업무에만 150억이라는 돈을 쏟아 부었단다. 연본2천만원의 하청 노동자 100명을 7년 5개월간 고용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이 사실을 어떤 경제학의 기본 상식으로 설명할수 있을까! 최소비용의 최대효율이라는 기본과는 애시당초 떨어져 있다. 뭘로 설명할수 있을까! 노동조합 혹은 비정규노동자들이라는 새로운 노예들의 저항자체를 근본적으로 혐오한 '비이성의 광기' 이외에는 결코 설명할수 없다.
보자!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에 대해서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문제라 한다면 우리사회는 미친사람 취급할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또하나의 당연한 상식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조직을 결성할 권리, 그리고 자신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 즉 노동기본권 또한 헌법적 권리라는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화국 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지 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괴상한 직장폐업이라는 구실에 의해서 쫓겨났다.
톺아보자! 이윤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한 기업이 기업활동을 정지당했다면, 우리 사회는 어찌했을까!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본 한국인이 그 이유에 질문을 했다 한다. 그 젊은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이 지하철은 바로 이분들(노인) 세대가 만든 것이니까요!'
우리와 틀려도 너무 틀린다.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를 둘러싼 불평등한 '비이성의 광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어릴적부터, 자본주의 상품논리에 갇혀버린 나의 아이를 보면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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