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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벌레만도 못하게 보는 시선

노동자를 벌레만도 못하게 보는 시선

학교급식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가슴시리게 사무친 애기를 들은적이 있다. 이 아주머니가 가장 하고 싶은 것중의 하나가 초등학교 딸아이와 함께 다정하게 손잡고 학교 정문을 지나가는 것이란다. 아니, 그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해보고 싶은 일중의 하나가 될까.

그러나, 그녀의 어린딸아이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못나고, 공부도 못해서 결국 남들 하지 않는 힘들고 천한 일을 하는 부끄러운 대상이였다. 그리하여 그 어린 딸아이는 학교 정문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기 어머니와 남남으로, 누가 알아볼까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누가 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기억이 떠오른다. '이놈의 시키, 니덜 공부안하고 맨날 그려혀라! 나중에 니네덜 뭐하는지. 남들 양복입고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니덜 청소나 하고, 아니면 공돌이 공순이 된다. 잘 생각해라'라고 힘주어 말하는 옛날 중학교 담임선생님 모습.

아 그랬었구나. 노동자란 말대신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웠던 우리들의 선배노동자. 언제나 공부안하고 못나고 그래서 실패한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그래서 사람들 머릿속에 인이 박혀버린 노동자란 개념. 그렇게 우리는 배워왔구나!

양반, 상놈 구별되는 시대는 조선시대로 끝났다 하지만, 양반상놈 구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긴 회장님의 아들로 태어나면 대대로 회장님이 되는데, 누군 그 회장 아드님 하룻밤술값보다 못한 일년 연봉받자고 일하는 인간군상들이 수두룩 한데 그 무슨 얼어죽을 평등사회.

말하는 모양새로는 그 밉기가 노무현 대통령에 뒤지지 않는 한나라당 이명박씨가 또 미운 말들을 쏟아냈다.

"(지난달 인도의 한 업체를 방문해 보니)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평시에 오버타임을 해도 수당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던데, 만들 수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데도 스스로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노동자 알기를 조선시대 상놈으로 취급하는 말인데, 풀어보자면 양반(대학출신 종업원)이 프라이드가 있어야 양반인데 어찌 요즘 우리나라에선, 어찌 양반의 프라이드도 내팽개쳐 버리고 스스로 상놈(노동자)이 돼서 노조를 만드냐 하는 말이다.

이명박씨가 노동자 알기를 이렇게 알고 있는데, 교수들의 노동기본권에 대해서 그의 생각은 뻔히 보인다. "대학교수들의 노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의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대학교수란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겠다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냐." 이명박씨는 교수노조에 진짜로 충격을 받았나 보다.

아, 이쯤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 비싼 과외비를 대줄 능력도 없고, 오늘 하루도 잔업특근에 몸둥이를 학대하는 노동자들이여, 그래서 자식들에게 다시 노동자가 될 수 밖에 없는 DNA를 물려준 노동자들이여! 우린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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