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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면 되풀이되는 그녀들의 전쟁 (청주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오월이면 되풀이되는 그녀들의 전쟁 (청주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한 삼사년 전이었을까.  한강이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청주의 한 대학교에서 해고예고를 받은 청소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나와 몇사람이 그들이 일하는 곳을 찾아갔을 때, 우리는 경악했다. 일끝나서 옷갈아 입고 오겠다던 아주머니들은 죄다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온 아주머니들에게 탈의실이 없냐고 했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화장실 입구 구석에 속이 유리문으로 되어 훤히 디다보이는 채 한평도 안되는 곳, 창고로나 쓰여질 바로 그 공간. 자식뻘 되는 아이들이 옷갈아 입는 것을 훤히 볼수 있는 공간! 하지만 똥종이 치우고 머스마들 조준 잘못해 튀어버린 오줌을 닦아내는 하찮은 일을 하는 이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남들이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으매 감히 무슨 수치심이냐 해서 열린 공간으로 제공해준 개방형  그 공간. 

 

그녀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녀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노동조합 애긴 별로 하지 못했다. 한번 터진 애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그 시린 인생의 설움을 털어내듯 그녀들은 숨 내쉬듯 이야기 눈물꽃이 줄줄이 피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시, 월 오십몇만원 하는 그 최저임금마저도 용역회사가 떼어먹은 사실을 알았다. 그녀들이 얼기설기 글을 쓰고 간신히 형식을 갗춰,  혹시라도 나랏팀 한테 도움을 받을까  노동부를 찾아간 날!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나라님 말씀은 '아지매요. 회사 망하면 어찔할려고 그려요'

 

며칠후,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그녀들이 자식뻘 되는 전경들과 멱살을 잡고 밀쳐지고 나뒹굴고, 노동부 앞마당에 주저않았다가 드러누웠다가 그러기를 몇시간한 후에  그 굳게 닫힌 노동부 문이 열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자리 들어간 나랏님 처음 보았다는 그녀들. 그녀들은 나랏님에게 용역회사 사장이 떼어먹은 체불임금 애기는 하지 않았다.  '니 눈에,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나! 똥치우고 똥종이 치우니 사람으로 안보이더나!  니도 똥싸는 사람이고, 나도 똥 싸는 사람인데, 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녀들은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날, 저녁을 먹을 때, 나랏님을 상대로 그렇게 행동할 힘과 배포가 어디서 났는지, 오늘 미치지 않고선 그리하지 못했을거라고 그녀들은 말했다. 그리고 몇 달후 그녀들은 체불임금을 받았다. 1년 계약을 연장하기로도 했다. 민주노조 만들어, 처음으로 사람 흉내 내봤다고 너무 좋아했던 그녀들!

 

 

이제 시간이 몇 년 흘렀고, 그녀들의 임금도 오십몇만원에서 칠십몇만원으로 올랐다. 그녀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러나 그녀들은 지금도 전쟁중이다. 칠십몇만원 월급 1년연봉 다 합해도, 그 학교 1년치 수업료도 안되는 그 돈 계속 받자고 전쟁을 한다.  1년마다 '최저입찰제'다 머시기다 해서 돌아오는 용역업체 재계약, 거기서 끈질기게 줄이라도 잡고 있어야 밥줄 끊어지질 않는다고 1년을 가슴 조리는 그녀들!

 

 

그녀들은 참 바보스럽다. 어찌보면 그녀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주에서 아파트 하나만 잘 찍어도 1년이면 '억'을 벌수 있다하는 세상인데... 노동부 재취업 교육 짱장하게 돌아가고, 초강대국 미국시장이 우리 먹이감으로 눈앞에 열리는 시대인데... 조금만 있으면 3만불 시대가 열리는데... 시대가 어느땐데 겨우 칠십몇만원에 인생을 걸고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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