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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

예의없는 것들

 

'소라는 먹으나 안먹으나 한자루'라고 했다. '한미FTA' 라는 소라가 한자루 가득 싸여 있는데, 이것이 다 먹고만 속이 빈 소라 한자루인지, 속이 꽉찬 소라인지에 대해선 정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부는 소라한자루 가져왔다고 자랑만 하고, 주류 언론은 동네잔치부터 열잔다. 참말로, 국민 노릇하기 힘들다.

 

 

오래간만에, 방송사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마침, 이 친구를 만나면 충고 말이 생겼다. 절대로 운동화를 신지 말라고!

 

청주에 있는 한 생활정보지 노동조합 위원장이 경영진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다름아닌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것, 회사 명찰을 패용하지 않은 것’ 등의 복무규정 위반이란다.
이런 사실을, 인터넷에서 접하고선 혼자 방구석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었다고 해고 사유로 삼는 그 회사 경영진의 놀라운 창의력에 '햐'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역시 세상일을 상상하기엔 내 머리는 너무 아둔하다. 정말로 나의 상상력의 빈곤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 노동자는 대우받은 경우다. 어느날 갑자기 '그만두세요' 말 한마디에, 아니 출근해보니 사라진 책상을 보고 고개를 떨구고 쫓겨난 노동자가 얼마나 비일비재 한가! 문자메시지로 '출근하지 마세요'란 해고통보를 받은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에 비해서 해고사유까지 친절하게 통보받은 이 노동자가 받은 대우가 얼마나 과분한가! 이제 이 해고노동자는 과연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것'이 과연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수 없을 정도의 행위'인지 여부를 따지면서 부당해고 여부를 따지면 된다.

 

그러나 친절한 방식이든 아니면, 잔인한 방식이든 노동자에게 '해고'란 것은 사형선고다. 농민에게 땅이 생존의 조건이듯이 노동자에겐 '노동할 일터'는 생존의 조건이다. 아무런 생산수단을 갖지 못해, 몸뚱이에 내재한 노동력을 팔아야만 살수있는게 노동잔데, 그 노동자를 보며 살아가는 몇 명의 식구들이 있을 텐데 해고란 끔찍한 일이다.

 

얼마전, 우리들 눈시울을 적셨던 뉴스를 기억하는가!  실직한 가장을 둔 아이 엄마가, 아이 약값 3천원을 더 이상 빌릴데가 없자 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 말이다. 3천원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이 여성은 자신이 살던 지하 월세방을 뒤로하고 한달새에 억억하고 올라버린 그 고층아파트를 오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을 해고한 곳은 청주에서 제일 큰 생활정보지 기업이다. 이 회사는 노동조합이 생긴뒤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전원을 해고한다는 계획을 세운적이 있다. 그냥, 노조가 싫어서, 그 노조를 깨는 선택된 방법이 결국, 해고였던 셈이다. 그러나, 너무나 궁색하다. 목숨처럼 소중한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이렇게 우스꽝스런 방식으로 박탈해선 안된다. 밥줄을 자를땐,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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