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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첨지 세상

멍첨지 세상

 

 

20대 어린 나이부터 노동법 몇줄 읽었다고, 노동상담을 해왔다. 노동상담중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나 부당해고 상담이다. 월급쟁이 노동자에겐 일자리가 밥줄인데, 그게 끊기면 밥줄이 끊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해고는 생사여탈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부당해고 상담을 하다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분통으로 맞장구치면서 조목조목 판례를 찾아보고, 상황을 대비해 보며 대응논리를 찾게되는데 아예 대응논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름아니라 회사의 생산품 혹은 비품을 몰래 밖으로 가져오는 경우(이를 두고 절도라 한다)다. 이럴 경우 노동위원회 같은 경우 거의 100% 해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딱히 방안이 없다. 그리고 명분에서도 그 물건이 크든 작든, 값어치가 있건 없건간에 도덕적 흠결도 있어 궁색한 변명거리 조차 만들기 힘들다. 어쨌든 회사의 재산을 허가없이 몰래 눈꼽만치라도 가져간 순간 노동자는 사형선고를 받아둔 걸로 보면 된다.

5일 법원은 '3,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1,200억여원의 비자금조성, 정의선에게 경영권승계시도'를 한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 대하여 '징역 3년'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실형을 선고했지만 구속하진 않았다. 참으로 희한한 판결인데, 돈있는 사람들을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돈없고 힘없는 서민에겐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판결이다.

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회사돈을 빼돌린 건데도, 구속은커녕 회장님의 경영활동에는 눈꼽만치의 지장도 없다. 우리 국민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성어린 목소리가 울려퍼진지 수십년이지만 이런 체제는 더욱더 강화되어 간다. 정말로 눈뜨고 못볼일이다.

법원만 그런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정몽구 회장과 똑 같은 경우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과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죄도 없던 걸로 해주겠단다.

옛말에 '돈만 있으면 강아지도 멍첨지'라는 말이 있다. 나라 기강이 무너지고, 그래서 돈이면 뭐든 다 할수 있기에, 돈으로 관직을 사고파는 금전만능 세태를 빗댄 말일 게다.

그런데 요즘은 어떨까! 그 정도가 더욱 더 심해져, 이제는 금전만능이 아니라 '금전숭배' 세상이다. 그래서 돈 많은 정몽구회장같은 사람들의 절도조차 아름다운 세상으로 둔갑했다. 
한마디로 멍첨지 세상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법치를 강화하겠다 했다. 그래서 불법시위와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그녀의 법치에는 멍첨지들의 불법은 거론대상이 아니다. 멍첨지 세상에 노동자와 서민만 골병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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