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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배꼽' 하는 우리사회

'노루배꼽'  하는 우리사회

 

 

제사를 지내다보면, 차례상 차리는 것부터 이런 저런 말들이 생긴다. 예전 같으면, 집안이 같은 지역에 이웃해서 살다보니 격식에 큰 차이가 있을리 없었겠지만, 지금이야 가족들이 전국각지로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다보니 제사 예법에 지역색이 반영되어 '이게 먼저네, 저게 먼저네'하는 식으로 말들이 오간다. 매번 겪는 것이지만 이번 우리집 제사에도 아버지, 작은 아버지, 큰집 장손 간에 이런 저런 소리가 오간다. 이를 지켜보던 작은어머니께서 '노루배꼽'이란 애기를 해주셨다.

“옛날 어느 마을에, 남자들이 다 죽고 한사람만 살아남았지.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 예법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게야. 그리고 살아남은 그 사내도 제사를 지내는 걸 하나도 몰라. 
그런데, 다행히도 살아남은 사내가 강배짱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제사를 진행하는 거야. 그리고 절을 다 하고나서는 꼭 ‘노루배꼽’하고 외치는 거야. 그런데, 어느날 이 마을을 지나던 한 양반이 이 마을 제사를 보게 되었어. 절로 막 웃음이 나오는 거야. 모든게 다 엉터리거든. 그래서 이 양반이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이 제사에 대해서 아는게 있으니 가르쳐준다 했어. 지방도 다시 쓰고, 예법에 맞게 제사를 지냈어. 그리고 그 양반은 떠났는데, 마을 사람들은 영, 뒷맛이 개운치 않거든. 그래서, 다시 마을사람들을 모아서 절을 하고는 다같이 ‘노루배꼽’ 하고 외쳤다는 거야“

얼마전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은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높다"며 대졸초임과 대기업 고임금자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 주장이 나오자마자 주요 신문, 그리고 국영방송 KBS 같은 공중파 뉴스 첫머리를 장식했다. 담방 그 다음날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에 메뉴로 등장하고, 청취자들은 우리나라 고임금을 비판하기에 열을 올린다.

나는 이 주장을 접하고나서는 신뢰하지 않았다. 내가 일본에 같을 때, 통역을 맡아줬던 일본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일본인 친구는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그리고 한 3년동안 취업을 해본 친구였었다. 내가, 한국과 일본 생활을 묻자 그 친구의 답변은 ‘다 좋은데 한국생활은  월급이 너무 낮아서 힘들었다’고 답변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다. 그러나, 이 ‘혹시나’하는 생각은 금방 못가서 ‘역시나’로 확인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380시간(한국)과 1816시간(일본)으로 무려 연간 600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한국노총은 "결국 시간당 근로임금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약 8035원, 일본은 1만3222원으로 우리나라 노동자가 일본의 60.8%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는 경총의 주장이 이 근거하나만으로 '노루배꼽' 이야기라고 규정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언론의 보도관행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가 '노루배꼽'이라는 것이 아닐까!

참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국가간 임금을 비교하는 경우 환율, 물가, 근로시간 등 여러 노동환경요소가 국가별로 상이하므로 시간당 임금으로 비교하고 있는 반면 경총은 기본급, 제수당 및 고정상여금을 합산한 금액을 환율로 계산해 나온 결과만을 단순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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