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겉다르고 속다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겉다르고 속다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아휴! 어르신 노동조합을 꼭 해야만 하나요’.  ‘네!’.

 

‘어르신은 정년도 훨씬 지나서, 괜시리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해서 회사가 나쁜맘 먹고 나가라고 하면 뾰족한 대책도 없어요. 불이익이 훨씬 더 클수도 있어요. 그래도 꼭 노동조합을 만드실건가요’. ‘네!’

 

사무실을 찾아온 환갑을 훌쩍 넘긴 아저씨와 나눈 대화다. 이런 경우에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노동조합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도대체 종잡을수가 없다. 일하는 사람이라곤 50대의 여성노동자 4명, 그리고 환갑을 훌쩍 넘긴 이 아저씨가 전부다.

 

이 기업의 소유자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특히 참여정부에서 아주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고 일주일에 한번쯤은 9시 뉴스를 통해 접할수 있는 사람이다.

 

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는 참 씁슬하다. 30대 초반의 젊은 관리자(과장)가 시도 때도 없이 ‘×팔’ 등 막 욕을 해댄다는 것이다. 그 뿐이랴, 수십킬로그램되는 중량물을 아주머니 여성노동자들에게 운반하게 하고, 힘에 부쳐 쩔쩔매는 아주머니들을 옆에서 조롱한댄다. 아들뻘 되는 그 관리자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해 보았지만 그게 싫으면 나가버리라는 식이랜다.

 

중소기업인상, 통상부장관부상, 철탑산업훈장, 코스닥 상장등 외양은 화려한 이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런 웃지못할 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기업의 소유자인 유력정치인은 가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엔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하청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모여서 만든 음료자판기 유통업체인 ‘밝은 세상’이 문을 연다.

 

‘밝은 세상’의 모태는 하청노동자들의 복직을 거부하며 ‘사회적, 도의적 책무’를 들고나온 (주)하이닉스와 충청북도다. 사회적, 도의적 책무로 얼버무려진 그때 당시의 합의에 하청비정규노동자들은 그래도 한 20명 정도는 생계를 해결할거라고 기대했다. 이 20여명의 노동자들은 하이닉스로부터 받은 그 알토란 같은 위로금을 모아서 설립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낼 모레에 문을 연다.

 

 

그러나, 첫 출발을 하는 이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하이닉스와 충청북도의 그 ‘사회적, 도의적 책무’가 철저히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현재 상태는 4명 정도의 생계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광고카피나 선전용 문구로만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무슨 거창한게 아니다. 가장 일차적으로 그 안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그리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면 다시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그 유력정치인도 지금도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이야기하고 있는 하이닉스에게 간절히 바란다. 거창하게 포장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말하기 이전에 작은 것부터 해결해 주시기를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