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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

 

짧은 연휴 마지막 길은

KTX 환승 열차

 

벌 서는 아이 뻗은 팔처럼

일렬로 늘어 선 철길대로

정해진 수순인가, 빈틈없이 덜컹

덜컹대며 서울을 빠져나가면

 

늙어가는 소도시

허름한 역사를 지날 때마다

난 요절한 시인들의

짧은 시 한편씩 펼쳐 외웠다

 

때론 거친 잎도 마다못할

애벌레몸으로 꿈틀대며 견디다 못해

엉킨 실타래 풀듯

모질게 뽑혀져 나온 꼴이 서글퍼

 

내릴 곳 잊고 흔들리던 나그네는

저녁 어스름에 가려진 풍경을 위안삼고

 

시퍼런 멍보다 더 푸르렀던 젊은 날

붉은 깃발의 기억은 조각천으로 잘게 부서져

차장 밖 늘어선 가로등 따라 

주홍빛 꽃잎되어 하나 둘 피어날 즈음

 

기적소리  없는 KTX 환승열차

산허리 돌 때마다

뼈마디 부수는 비명으로 덜컹

덜컹대며 정해진 철길위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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