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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화 동지에게!" (감옥에서-144) 울산구치소/ 민주노총 울산 '배문석'님

구속되기 하루 전 -  2007.12.04 울산홈에버 매장내 현장순회와 집회

소은화 동지에게

 

구속되고서 이렇게 아름다운 X-mas 카드를 받게 될 줄은…….

동지가 보내준 편지에 우리 방 수감된 모든 이들이 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군요. ^^

 

저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 일한지 4년차입니다. 원래 맡은 일이 문화국장이고, 올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이었기에 그 기념과 계승사업을 진행했지요.

 

87년에 저는 고등학교 1학년, 그 뒤 곧 만나게 된 전교조까지 삶이 변한 계기였기에 의미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철폐가 20년의 노동운동의 변화 중 가장 큰 숙제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올해 E-land 투쟁에 소동지도, 저도 다 함께 연대했고 그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제가 구속된 사안은, 지난 9월 18일 이랜드노조 울산분회장과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조직국장이 연행되면서 벌어진 것입니다.

 

두 달여 매장 안팎 투쟁을 이끌었던 세 명의 동지가 천막농성장에서 저녁식사 중 개 끌듯 강제연행 된 거죠. 사실 우리 모두 각오하고 있었고, 저 역시 이선을 결의하고 있었지만 그 분노 역시 참 컸습니다.

 

특히 처음 파업을 경험하는 이랜드울산분회 조합원들. 서울지도부 연행에 이어 울산의 지도부가 구속된다면 한꺼번에 흔들릴 거라는 자본과 공안의 판단이 가증스러웠죠.

 

결국 9월18일, 중부경찰서에 체포된 세 동지 면회와 항의투쟁이 새벽 2시까지 4시간여 진행되었고... 그 후 12월 4일까지 2달 반의 이랜드 울산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울산은 서울과 달리 매장 안팎을 완전 봉쇄하는 투쟁과 매장 안을 순회하는 실제 투쟁이 가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울산 홈에버 매출은 70%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랜드조합원과 연대해 온 우리 동지들 모두의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두 건을 묶어 구속되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작년 말 비정규법안 처리 규탄 투쟁과 올해 금속노조 FTA 파업 등 몇 건의 불구속 기소와 묶였지요.

 

하지만 사실 지금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직전 이랜드, 뉴코아 조합원 집단해고가 증명하듯, 투쟁이 끝나기 전, 자본의 발악이 계속되는데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입니다.

 

처음 이랜드조합원을 만날 땐 집회에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고, 구호도 낯설어 했습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들리면 얼굴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분노와 설움 그리고 숱한 시련을 함께 넘기면서 단련된 동지들은 이미 투사 이상이었습니다.

 

이랜드자본은 우리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갈라쳐서 분열시키는 책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소 고발이 남발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각종부당노동행위, 온갖 탄압 구시대폭력 등 사측의 범죄행위는 사법처리 없이 -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었죠.

 

이랜드 조합원들이 걱정됩니다.

 

오늘 낮에도 면회를 온 동지들이 환히 웃고 돌아갔지만, 6~7개월 투쟁 동안 인내해 온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연말, 연초 연대의 기운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더 걱정됩니다. 대통령선거 올인 한다고 외면당하지 않았을까, 투쟁이 길어졌다고 뜸해지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소은화 동지!

 

제가 조직국장 대행으로 있었던 두 달 반 동안 울산에는 이랜드 말고도 삼성SDI 사내하청, 효정재활병원 간병인 비정규직, 건설플랜트, 중앙케이블 비정규직 등 수 많은 투쟁이 있었습니다.

 

어디 울산뿐이었나요 . 전국 어디서나 상처입고 투쟁하는 이들이 함께 합니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요.

 

이런 모든 투쟁의 과정에 다시 이랜드 투쟁을 중심으로 전열을 갖추어야 합니다. 끝마무리까지 승리로 맺음 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이 싸움에 멋진 패배란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혹여나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 등 기만적인 타협을 말 한다면 혹독히 비판합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 해왔습니다. 부족해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마무리’입니다.

 

그 길에 소은화 동지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안에서 함께 합니다. 구치소에서 나가면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복귀합니다. 다 같이 투쟁해서 모두 함께 승리합시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소은화 동지에게 편지 쓰는 이 시간, 11명이 함께 사는 방안에서 부대끼다보니 글이 마구 날아다닙니다.

 

끝으로 동지의 바람대로 저에게 큰 위안과 기쁨이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나중 어디에선가 노동자대회나 큰 싸움의 공간에서 함께 서고 만나게 된다면 오늘의 이 편지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겠죠.

 

동지도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새해 복 많이 쟁취! 건투를 빕니다.

 

덧불임 : 갑자기 떠오른 노랫말,

‘절망만큼의 성숙 그 깊이만큼의 희망’

이제 비로소 꿈과 현실이 부딪혀 굵은 눈물로…….

더 이상 기다릴 것은 없어, 우린 스스로 강해져야 할 뿐

자 이제 주저하지 말고 다시 힘찬 발걸음 !

 

[출처-구속노동자후원회]

 

 



나는 소은화 동지를 모릅니다.

다만 지난 연말 울산구치소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깨알같이 적힌 그 동지의 글...

 

구속노동자회의 자원활동가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왠지 어릴 적 '국군장병 위문편지' 처럼

갇혀있는 이에 대한 연민과 정성에 감동했었다.

 

그리고 적어보냈던 이 편지가 구속노동자회 블로그에 실려 있었다

과연 소은화 그 동지는 내 답장을 읽어봤을까 ㅋ  ^_________^

 

어쩌면 나는 홈에버 동지들.. 그리고 혹여나 내가 지칠까 걱정해주었던

동지들 덕분에 두달만에 나올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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