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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대한 두 편의 시

트랙팩님의 [대추리에 평화를 ! 릴레이 선언] 에 관련된 글.

돕헤드님의 [[mp3] 애국자가 없는 세상] 에 관련된 글.

 

설마설마했다. 국방부 장관이 군대를 투입한다고 했을때,

그럴지 뻔히 알면서도 설마설마했다.

군대란것이 원래 없는 사람들 모아다가

가진사람들의 재산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군이 지켜주는 국민은 잘사는 국민일뿐이라는 것도,

따라서 대추리의 주민들은 지켜줄 대상이 아니라(바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설마설마 했다기보다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미 예상된 군투입이었지만, 충분히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다.

 

두 편의 시가 군대의 본질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받들어 꽃                                                                 -곽재구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
전쟁놀이를 한다
장난감 비행기 전차 항공모함
아이들은 저희들 나이보다 많은 수의
장난감 무기들은 횡대로 늘어놓고
에잇 기관총 받아라 끝내는 좋다 원자폭탄 받아라
무서운 줄 모르고
서로가 침략자가 되어 전쟁놀이를 한다
한참 그렇게 바라보고 서 있으니
아뿔사 힘이 센 304호실 아이가
303호실 아이의 탱크를 짓누르고
짓눌린 303호실 아이가 기관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받들어 총을 한다
아이들 전쟁의 클라이막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우리가 알지 못했듯이
아버지의 슬픔의 클라이막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떠들면서 따라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학용품 한 아름을 골라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얘기했다
아름답고 힘있는 것은 총이 아니란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과
나무와 바람과 새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서 늘 피어나는
한 송이 화단에 피어난 과꽃
한 송이를 꺾어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꽃을 향하여
낮고 튼튼한 목소리로
받들어 꽃
하고 경례를 했다
받들어 꽃 받들어 꽃 받들어 꽃

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의 경례소리가
과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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