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서울성벽

서울도시 한복판에 성(城)이 생겼다

이순신장군을 수문장으로 세워놓은 성은

들어가는 문도 나가는 문도 없다

성벽을 쌓은 하나하나가 저렇게 거대한 것을 나는 본적이 없다

무너진 남대문이 그리워서 였을까?

불도저처럼 밀어버린 옛 서울의 성곽들이 서글펐던 것일까?

저렇게 거대한 성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동화속 예쁜 공주님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곤히 잠을 자고 있을까?

저 성을 쌓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저리도 거대한 성을 21세기 자본주의 수도의 한복판에

하룻밤만에 뚝딱 쌓아버린 상상력이여

진시황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분은 대체 어떤 분일까?

하룻밤만에 새로생긴 흉물스러 유적지에 대해서

역사학자들은 재빠르게 다양한 학설들을 제시해야한다

저 성벽들에 새겨진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저 성벽의 용도와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

저 성벽이 만리장성과 비교해서 어떤 역사적 의의가 있는지에 대해서

건축가들은 그 성의 양식에 대해 의견을 제출해야한다

세계 어느 대륙 어느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건축양식에 대해서

하룻밤만에 도심지에 뚝딱 성벽을 세운 가공할 건축기술에 대해서

예술가들은 그 성의 외모를 평가해야할 것이다

중세시대의 성벽보다도 더 무뚝뚝하게 생긴 저녀석의 낯짝에 대해서

직선의 추락과 우울한 색채, 그리고 더 불편한 육중함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모두 이야기해야한다

그 성벽에서 가로막힌 외침에 대해서

절망적인 단절과 소통불가에서 오는 좌절에 대해서

성벽을 쌓은 작자에 대한 짜증과 분노에 대해서

성벽이 막을 수 없는 유쾌한 상상력의 질주에 대해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