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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역전 만루홈런

9회말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점수는 4대3

지나가던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는 찰나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순식간에 홈플레이트로 달려가지만

나는 그 순간들이 스타카토처럼 뚝뚝 끊어져서 만화필름마냥

그 사이사이의 시간에 온 세상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H2의 히로가 말한 타임아웃없는 경기의 매력이랄까

 

야구를 이다지도 좋아하게된건 처음 야구장을 갔을때의 그 짜릿함을 잊지못해서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랑 동생이랑 처음 가본 무등 경기장

그날 해태의 선발은 김정수였고 롯데와의 경기였다.

9회초까지 7대2였던 경기는 9회말에 거짓말처럼 8대7로 끝나버렸다.

이거 상당히 재미있는 스포츠구나, 하고 생각했다.

 

야구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9회말 역전 만루홈런

96년인가 암튼 년도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해태와 한화의 경기. 해태의 선발은 이강철 한화는 송회장님이었다.

송회장님은 91년도에 해태를 상대로 한국시리즈에서 8회 2아웃까지

퍼펙트를 하다가 포볼하나로 무너졌던, 그러나 해태에 강한 왼손투수

그날도 4대1의 스코어는 해태의 패배를 확인시켜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9회초 만루에서 구원나온 90년대 최고의 투수 정민철

타자는 이종범. 해설자가 말을했다 "이럴때 이종범 선수가..."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민철의 손을 떠난 공은 이종범의 스윙과 함께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이나 김동주처럼 대형홈런은 아니었지만

담장을 살짝 넘긴, 바람이 덜불었다면 안넘어갔을지도 모를 홈런이었지만

그 짜릿함이란!!!

 

어제 모처럼 기아가 역전승했다. 그서도 9회에. 그것도 완벽한 짜임새를 갖춘 SK한테

그것도 상대팀의 주전 마무리 정대현을 상대로. 익숙치않은 일이 벌어졌다. 야구볼 맛 난다. 기분좋은 상태로 사무실을 나와서 여옥이랑 한강가서 생맥주 마시고 집에 왔다.

 

h2에서 시마의 인십좋고 수완없는 빚쟁이 아버지는 아들의 고의실책와 회사입사를 교환하자는 히로따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빚쟁이들에게 쫓기게 된다. 시마의 아버지는 시마에게 "내 인생은 초반 대량실점을 했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않았다고 말한다"

짜릿한 역전승의 드라마를 꿈꾸는 것이 인간사 당연지사. 하지만 아주 솔직히 역전승은

절대로 쉽지 않다. 쉽지 않은것보다 한 단계위의 난이도다. 역전의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들고, 현실에서 어쩌다 존재해도 나에게는 일어나기 힘들다.

 

내 인생은 지금쯤 몇 회를 지나고 있을까?

초반 대량실점까지는 없었던거 같은데, 그렇다고 딱히 대량득점도 없는듯하고

지금 리드를 하고 있는지 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왕이면 리드를 당하고 있으면 좋겠다. 역전승의 드라마를 꿈꾸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승환급 마무리한테 역전승이 가능할까? 확실한 승리를 꿈꿀것인지

역전의 드라마를 꿈꿀것인지 어떤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도 모르니 당연한 거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 경기가 지루하거나 못해먹겠거나 하지는 않는다는거.

9회말 역전승은 아니어도 좋다. 작년의 석민얼힌이처럼 9이닝 1안타 1실점 무자책 패배여도 좋다. 그냥, 경기나 즐기자. 즐길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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